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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호

진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저널리스트
사진 기자

 

신문이나 뉴스를 접하다 보면 사실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글보다 한 장면의 사진이 뇌리에 깊이 박힐 때가 있다. 사진 기자는 매일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을 사진으로 담아 역사의 기록물을 만든다. 세계 난민을 취재하며 올해 한국인 사진 기자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김경훈 기자를 만나 사진 기자의 일과 삶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글 강서진 ●사진 손홍주, 김경훈

 


 

사진 기자는 어떤 일을 하나요?
 

간단히 말하면 보도 사진을 촬영해요. 보도 사진을 영어로 ‘포토 저널리즘(Photo Journalism)’이라고 하는데, 기자가 기사를 써서 사실을 전달하는 것처럼 사진 기자는 역사적인 사건이나 사회 현상을 한 장 또는 여러 장의 사진으로 기록해 뉴스를 전하는 거죠.
 

보도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는지 궁금해요.
 

사진 기자는 사진을 찍는다고 하지 않고, 취재한다고 표현해요.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사진을 담아내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거든요. 보도 주제가 정해지면 사전 조사를 하고 현장에서 어떤 장면을 어떻게 촬영할지 구상하죠. 사건의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며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도 하고요. 촬영 후에는 현장의 수많은 사진 중 보도 주제에 가장 적절한 걸 고르고 사진 속 상황을 설명하는 캡션(사진 설명)을 적어서 뉴스에 실어요. 때로는 사진 기자가 취재할 기사를 직접 기획하고 취재팀을 꾸려 사진이 중심이 되는 기획 기사를 진행하기도 해요. 그래서 사진 기자는 사진을 통해 사건을 기록하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하죠.
 

이번에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도 난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 사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중남미 난민들이 미국 국경을 향해 행진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인 사태가 발생해 국경 장벽 앞으로 몰려갔어요. 그러자 미국 국경수비대가 최루탄을 쐈고 이를 피해 난민들이 도망가는 상황이에요. 이 사진에는 황급히 뛰어가는 안타까운 모녀의 모습이 담겼지만, 난민을 옹호하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니에요. 사람들은 이 사진을 보고 난민을 도와줘야 한다거나 불법 이민자를 막아야 한다는 등의 각자 다른 생각을 할 거예요. 보도 사진은 현재 일어나는 일에 대해 여러 판단을 할 수 있는 재료를 던져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을 잘 전달하는 보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비결은 뭘까요?
 

취재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이해하고 사건의 진실을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죠. 그래야 객관적인 사실이 담긴 사진을 촬영할 수 있거든요. 난민 사진의 경우 제가 사실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면 도망가는 모녀 사진을 찍을 수 없었을 거예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난민을 갱단으로 비유한 말을 그대로 믿었다면 저는 아마 현장에서 갱단의 모습을 찾았을 것이고 난민의 공격적인 장면을 촬영했겠죠. 그러면 틀린 뉴스를 전달했을 거고요. 저는 중남미 난민들과 함께 이동하며 그들을 심도 있게 취재해왔기 때문에 이들은 갱단이 아니라 아이들과 보다 나은 미래를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라고 이해했어요. 그래서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가족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던 거예요. 사실을 담지 못한 사진은 아무리 미학적으로 보기 좋아도 진실이 아닌 것이고, 언젠가는 거짓이라는 평가를 받게 돼 외면당할 거예요.
 

취재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사건에 대해 많이 공부해야겠어요.
 

맞아요. 그래서 저널리스트 자질을 갖춰야 하는 거예요. 국제 정세와 역사적 사실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인간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어야죠. 특히 인물을 취재할 땐 사진 기자에게 마음을 열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도 있어야 해요. 더불어 미학적 완성도가 높은 사진 촬영 기술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죠.
 

사진 기자로 일하면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취재 대상자를 이해하고 존중하려고 노력해요. 큰 이슈가 되는 뉴스는 대부분 불행한 사건이에요. 그래서 사진 기자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취재하는 방관자가 될 수도 있어요. 재난 현장에서 집과 가족을 잃고 망연자실한 사람을 향해 카메라를 드는 게 너무 잔인한 일이기도 해서 심리적으로 힘들 때가 있죠. 사진 기자로서 사실을 알리고 역사를 기록하는 사명감이 개인의 슬픔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재난 현장을 취재할 땐 피해자들에게 제 신분을 먼저 밝히고 그들의 사연을 충분히 들으려고 해요. 제가 취재한 사람들이 겪은 일을 공감하는 게 그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이나 재난 현장 등 위험한 취재를 하다 보면 힘든 일도 많을 거 같아요.
 

위험한 현장을 가는 경우는 드물지만, 분쟁 지역이나 재난 지역 같은 곳을 취재할 때는 생명에 위협을 느끼기도 해요. 실제로 로이터 통신에서 함께 일하던 친한 동료가 취재 중 사망한 사건이 있었어요. 2010년 태국에서 발생한 반(反)정부 시위대와 정부군의 충돌 현장을 저와 그 동료가 함께 취재하던 중, 동료가 총에 맞아 사망했어요. 그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아 사진 기자를 계속해야 하나 몇 달 동안 고민했죠.
 

사진 기자가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지금까지는 언론사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언론 고시를 준비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SNS나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시장이 커지고 누구나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기에 비주얼 스토리텔러가 되는 준비를 해야 해요. 사람들은 시각적인 전달력이 더 높은 정보를 선호하기 때문에 어떤 매체든지 사진뿐 아니라 영상, VR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할 수 있어야죠. 흥미롭고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요. 자기만의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사진 기자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사진은 초보자라도 혼자 촬영하고 편집하는 게 가능해서 콘텐츠 제작 경험을 쌓는 데 가장 좋아요. 일단 스마트폰으로 친구들이나 가족 등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촬영해보세요. 점심시간, 가족 나들이 같은 특정 주제를 정하고 사진으로 스토리를 만드는 연습이 중요해요. 이야기 구성을 잘하려면 역사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람과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양한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하고요. 또 실력을 쌓는 데는 평가만큼 좋은 게 없으니 찍은 사진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개선할 점을 찾아가세요. 한 가지 더 명심할 것은 무심코 찍은 사진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사용할 사진을 신중히 선택해야 해요. 이런 연습을 꾸준히 하면 사진 기자를 넘어서 훌륭한 비주얼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 <MODU>를 통해 ‘사진 기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