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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호

고두리 홍보팀 팀장

글 이수진 ●사진 손홍주, 미스틱엔터테인먼트, 게티이미지뱅크

 

담당 업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모든 가수의 대외적인 홍보를 담당하고 있어요. 앨범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A&R과 비디오 팀이 콘텐츠를 만들고, 앨범을 만든 뒤부터는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홍보 팀이 맡아서 진행하고 있어요. 앨범에 관한 보도 자료를 만들거나 기사를 쓰고 언론 대응을 해요. 또 만들어진 콘텐츠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플랫폼 노출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도 담당해요. 소속 아티스트의 홍보뿐 아니라 ‘미스틱엔터테인먼트’라는 자체 브랜드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일, 그리고 사내 아티스트와 직원들에게 중요한 일정이나 이슈 등을 공지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연예기획사 홍보 팀만의 특징인데, 팬 들을 관리하는 홍보 팀 직원도 있어요.

 

업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하면 완성된 콘텐츠를 가장 효율적으로 알릴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 기사와 SNS 등을 통해 소속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잘 노출하는 것이 홍보 팀의 일이거든요. 콘텐츠를 공개할 때는 시기나 순서, 플랫폼 종류 등 종합적인 사안을 고려해서 대중에게 내보내고 있어요. 홍보 팀은 같은 팀뿐만 아니라 A&R 팀, 비디오 팀, 언론 관계자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종사자들과 다방면으로 소통하는 일이 많아요. 소통과 협력이 가장 많은 부서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요.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엔터테인먼트 회사 내에서 홍보 팀이 그나마 출퇴근 시간이 일정해요. 사무실에서 업무를 담당하기에 앞서 기사나 관련 SNS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출근하죠. 사건, 사고가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요. 출근을 하면 전날의 업무를 확인하거나 정리해요.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기자들과 미팅을 하고 오후에는 외근을 나갈 때도 있어요. 외근은 아티스트의 촬영 현장을 방문할 때가 많은데, 드라마 촬영의 경우 홍보 팀이 가서 스틸컷을 촬영하죠. 사무실에서 내근을 할 때는 주로 기사나 보도 자료, 앨범에 실리는 소개 글, 홍보와 관련된 텍스트 등을 작성해요.

 

업무를 담당하며 어려운 점은 없나요?

 

1년 계획을 짠 뒤에 진행하려고 해도 중간에 갑자기 생기는 일정이나 이슈가 많은 편이에요. 특히 엔터테인먼트 홍보는 더 그렇죠. 그 일정에 맞게 일을 진행하다 보면 굉장히 촉박하게 업무가 돌아가요. 조금만 여유가 있다면 좀 더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 정신없이 일을 마무리한 것 같아서 끝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을 때가 있어요. 또 사건, 사고는 갑자기 발생하는 예측 불허의 이슈이기 때문에 홍보 팀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대응해야 할 때가 있어요. 제가 가장 잘해야 하고 신경 써야 하는 업무인데 여전히 어려울 때가 있죠. 그럴 때면 하루의 긴장감을 풀어줄 수 있는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조절해요.

 

엔터테인먼트 직업군의 전망이 궁금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군의 전망은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미스틱엔터테인먼트만 해도 초기에는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만 했는데, 영상 사업부도 신설됐고 올해부터는 영화사업까지 하게 되었잖아요. 방송국 PD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넘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YG 같은 경우 이미 Mnet의 한동철 PD를 비롯해 스타 PD를 영입했죠. 미스틱엔터테인먼트도 이번에 여운혁 PD와 함께하게 됐어요. 콘텐츠가 워낙 중요한 세상이므로 이 분야는 계속 확장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연예인들도 개인 방송을 하는 1인 크리에이터의 시대예요. 시대가 변하면서 음반 홍보 방법도 달라지고 있어요. 미스틱엔터테인먼트도 유튜브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고민하고 있어요. 엔터테인먼트 직업군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이라면 플랫폼의 흐름을 읽고 그에 맞는 홍보 방법이나 콘텐츠 제작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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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민 비디오 감독

글 이수진 ●사진 손홍주, 미스틱엔터테인먼트, 게티이미지뱅크

소속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역할 미디어콘텐츠사업부 비디오팀 감독
특이 사항 단편영화 제작 경험

 

담당 업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 연출과 제작, 음반 영상이나 콘텐츠 기획과 제작 등을 담당하고 있어요. ‘월간 윤종신’ 전체 영상도 맡고 있죠. 내부 영상 제작 과정은 먼저 A&R 팀에서 앨범을 기획한 뒤 의뢰를 받아서 영상을 제작하고 있어요.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그 전에는 단편영화를 제작했어요. 영상 대학원에 가려고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인디밴드 라이브 공연 영상도 찍었고요. 그러다가 영상 프로덕션을 세워서 작업을 하게 됐는데, 우연히 윤종신 프로듀서의 라이브 영상을 찍은 것을 계기로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 합류하게 됐어요.

 

업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노래가 가장 잘 드러나는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예산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예산에 맞게 질 좋은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노래보다 영상이 돋보이는 것을 지양하는 편이라 노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있어요.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는 곡을 쓴 프로듀서의 의견을 주로 반영해요. 핵심 이미지를 바탕으로 뼈를 붙여나가는 방식으로 영상을 만들죠. 함께 작업하는 분들과 의사소통할 때는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어요.

 

 

뮤직비디오가 완성되기까지의 일정은 어떤가요?

노래마다 제작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일정하지는 않아요. 신규 앨범을 내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경우 평균 3주 정도 걸려요. 사전제작이 약 1주 걸리는데 그때 미팅이나 기획, 구성 등을 논의해요. 2주째 촬영을 진행하고 3주째 편집을 하죠. 월간 윤종신의 경우는 곡에 따라 다른데, 곡을 빨리 작업하는 경우에는 영상을 오래 작업할 때도 있지만 보통 1주일 안에 영상 제작을마치는 편이에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하나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가장 힘들어요. 육체적으로 힘들거나 편집이 잘 안 될 때는 그냥 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아이디어가 없으면 일 자체를 할 수 없으니 스트레스가 크죠. 그럴 때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영상 아이디어를 얻어요. 특히 BPM(Beats per minute)이 비슷한 음악을 들으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있어요.

 

 

김형민 감독의 대표작품

➊ 장재인 싱글 ‘Love Me Do’
➋ 2015 월간 윤종신 6월호 ‘굿나잇 Good Night’
➌ 2015 월간 윤종신 3월호 ‘Memory’(with 장재인)
➍ 2014 월간 윤종신 & TEAM 89 12월호 ‘지친 하루’
➎ 에디킴 ‘너 사용법’
➏ 2014 월간 윤종신 & TEAM89 11월호 ‘행복한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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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휘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 1팀 팀장

글 이수진 ●사진 손홍주, 미스틱엔터테인먼트, 게티이미지뱅크

소속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역할 콘텐츠 비즈니스 사업본부 아티스트 1팀 팀장
특이 사항 A&R 업무 담당, 실용음악 작곡 전공

 

담당 업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서 ‘A&R(Artists and Repertoire)’을 담당하고 있어요. A&R이란 음반 회사에서 신인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레코드 기획과 제작, 곡목을 관리하는 역할이에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데,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신인 발굴 팀과 음반 제작 팀이 나뉘어 있어요. 저는 음반 제작 팀에 소속되어 앨범에 들어갈 곡과 가사를 수급하고 앨범의 콘셉트를 함께 상의하는 일을 해요. 또 담당 가수에게 알맞은 뮤직비디오나 앨범 표지 콘셉트와 디자인 등을 누군가와 할 것인지 정하고, 담당자와논의하는 일도 담당하죠. 즉, 앨범 제작의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진행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 외에 소속 가수들의 개인 콘서트와 관련된 업무도 맡고 있어요.

 

업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앨범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의사소통이에요. 엔터테인먼트 산업군 안에서 앨범을 제작할 때는 변수가 많은 편이라 상황 대처 능력은 물론 업무와 관련된 사람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해요. A&R 담당자는 아티스트나 작·편곡가, 작사가, 뮤직비디오 감독 등 앨범 제작을 함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율해야 할 때가 많거든요. 업무의 절반 이상이 일정 관리와 의견 조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역할에 따라 의사소통 방식이 다를 것 같아요.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작곡을 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많은 편이에요. 외부 작곡가의 곡으로 앨범을 제작할 때는 작곡가와 함께 콘셉트에 대해 상의하면 되지만, 소속 아티스트와 앨범을 만들 때는 본인의 곡으로 기획까지 참여해요. 아티스트가 내세운 콘셉트가 회사의 방향과 잘 맞으면 좋지만, 다른 방향일 때도 많거든요. 그래서 의견을 조율하고 소통하는 일이 정말 중요해요. 아티스트와 작업할 때는 아티스트의 의견을 많이 따르기도 하지만 설득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요. 아티스트가 원하는 것과 회사의 입장을 원활하게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입장을 충분히 들은 뒤에 설득할 건 하고 수렴할 의견은 받아들이고 있어요. 뮤직비디오 감독이나 작사가, 작곡가, 편곡가 등의 스태프들과 소통할 때는 설득보다는 설명하는 방식이 더 많아요. 프로듀서의 콘셉트가 잘 투영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거예요. 물론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때는 의견 조율을 통해 방향성을 찾아요.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아티스트의 일정에 맞추다 보니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편이에요. 주로 오전에는 일정 관리나 연락에 대한 응답을 해요. 문서 작업도 많이 하는데 예산, 기획안, 기한 등을 정리하는 거죠. 작사가에게 받은 가사를 발음이나 의미를 살펴보며 모니터링도 하고요. 오후에는 주로 외근을 나가요. 앨범 제작에 관계된 미팅이나 외부 녹음에 가거나 공연이 있을 때는 연습에 참여해서 모니터링을 하죠. 업무 시간이 일정한 편은 아니에요. 녹음이 주로 저녁이나 밤 시간에 잡히는 경우가 많고 콘서트 준비도 여러 사람의 일정을 맞추다 보니 대부분 밤에 연습을 하죠.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업무 일정에 따라 출·퇴근 시간 조율이 가능해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하나요?

앨범 제작을 할 때 프로듀서나 아티스트가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부분도 있지만, A&R 업무 역시 더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해요.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일 때가 있어요. 또 의견을 소통하고 조율하는 업무가 많은데 설득이 잘 안 되거나 제안이 어그러질 때 난감하죠. 근무 자체가 야근과 일정 변경이 많은 편이라 고정적으로 무언가 배운다거나 몰두하기 어렵다는 피로감도 있어요. 그럴 때면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하거나 나만의 행복을 찾아서 마음을 달래고 있어요. 사람과 계속 만나서 무언가를 생각해야 하는 직업군이기 때문에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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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문재인 대통령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무릎을 꿇고 참배하는 문 대통령의 구두 때문이었다. 그 구두를 얼마나 오래 신었는지 닳고 찢어진 구두의 밑바닥으로 알 수 있었다. 당시 ‘문템’ 구두가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수제화라는 것이 알려졌고, 그 구두를 만들던 사회적 기업이 경영난으로 폐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구두 브랜드 ‘아지오(AGIO)’를 만드는 ‘구두만드는풍경’이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다시 시작된 배경이다. 구두만드는풍경의 유석영 대표에게 ‘아지오 스토리’를 들었다.

※ 이번  ‘만나고 싶었어요’는 장애인들이 직접 기자로 참여하는 ‘성남시 한마음복지관 한마음기자단’(www.woorimaum.org)과 함께했습니다.

글 박성조 ●사진 성남시 한마음복지관, 구두만드는풍경

대통령 덕분에 다시 태어난 ‘아지오’

 

‘대통령 구두’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2010년에 처음 청각장애인들과 구두 공장을 열었다. 막상 열기는 했는데 팔 길이 없으니 보따리를 들고 다니며 사방으로 팔러 다녔다. 청와대, 국회, 서울역 등 안 돌아다닌 곳이 없다. 그렇게 팔아서 월세를 내고 급여도 주고 그랬다. 문 대통령은 그때 만난 ‘고객’이다. 2012년에 국회에 가서 구두를 팔았는데,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오셔서 구두를 구입했다. ‘잘 만들었다, 어려움은 없냐’며 묻기도 하셨다. 그때 문 대통령뿐 아니라 추미애 전 대표를 비롯해 많은 분이 구두를 사갔다.

처음 청각장애인과 함께 구두를 만들기 시작한 계기는?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CBS 방송 일을 11년간 했다. 아무래도 시각장애인이다 보니 장애인 관련 취재를 했는데, 그때 알게 된 것이 있었다. 1990년대까지는 청각장애인들이 구두를 많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손이 빠르고 집중력이 좋아서 구두 일에 잘 맞았던 거다. 당시 우리나라 구두 생산직 종사자의 40% 이상은 청각장애인이었다. 이후 외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들여오기 시작하면서 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파주시 장애인 종합 복지관장을 하면서 장애인들의 ‘밥벌이’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고, 청각장애인들에게 ‘직업’을 주겠다는 생각 하나로 덜컥 사업을 시작했다.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공장 건물에서 청각장애인 6명과 함께 만든 회사였다. 40년 경력의 구두 제조 전문가도 초빙했다. 2009년에 사업을 구상해 2010년 1월에 첫 출근을 했다.

문 대통령이 선의로만 5년이나 같은 구두를 신은 건 아니었을 것 같다. 분명 품질이 그만큼 뛰어났을 텐데 왜 폐업하게 됐나.

품질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엔 매장도 없었고, 자본도 없었다. 새로운 디자인을 뽑을 재투자 능력도 없었다. 2013년에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으면서 눈물이 났다. 직원들과 함께 울기도 했고, 미안한 마음에 혼자서도 울었다.
그 구두가 뒤늦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다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멈췄던 브랜드를 다시 들어 올리는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을 것 같다. 지난해에 문 대통령 취임 후 일주일쯤 됐을 때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다. 우리 구두를 대통령이 맞추고 싶어 하니 청와대로 들어와달라는 것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갈 수 없습니다.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틀도 사람들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서 못 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펑펑 울었다. 오늘까지만 공장이 살아 있었으면 소위 ‘문템’이 되는 거였는데 우리가 버티질 못했다는 아쉬움에 속이 상했다. 그렇게 끝나나 했는데 5·18 기념식 영상에 구두 사진이 나왔다. 그 구두가 ‘아지오’라는 소문이 나면서 그때 일하던 사무실 전화기에 불이 났다. 연락이 폭주해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바로 다시 공장을 열 수는 없었다. 다시 만들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아직 잘 모르겠다”라고만 답했다. ‘투자하겠다’, ‘구두를 사고 싶다’ 같은 문의가 정말 많았다.이름만 빌려주면 구두를 만들겠다는 곳도 있었다. 그 거품이 걷힐 때까지 기다렸다. 방송 인터뷰로 현재 회사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도 알렸다. 회사가 실체가 없다, 현재는 아지오를 살 수도 만들 수도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화제가 됐을 때 바로 다시 문을 열지 않은 이유는?

내가 청각장애인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환경이 어렵고 배고프니까 구두 공장을 함께 만들어서 부자가 되어보자고 그들에게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어긴 거니까. 사람들이 얘기한다고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다.
지나가는 바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결국 ‘시즌2’를 시작했다. 사람들 문의가 너무 많아서 주변에 조언을 구했다. 유시민 작가를 찾아가서 의논했는데 “청각장애인 일자리라면 만들어보자”고 하더라. 이를 악물게 됐다. 아지오 시즌2를 만들고, 구두를 만들고, 청각장애인들이 기쁘게 일할 수 있는 곳을 만드는 일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유시민 작가와 가수 유희열 씨가 흔쾌히 아지오의 홍보 모델로 나섰다. 이후 가수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모델로 합류해 더 유명세를 탔다.

유시민 작가가 어떤 조언을 해주었나.

경제학도라서 하지 말라고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긍정적인 응원을 받았다. ‘대통령이 다 만들었는데 한번 해보자’는 거였다. ‘구두만드는풍경’은 협동조합으로, 유 작가도 우리 조합원이다. 조합 회의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하
고 있다. 직원들에게 밥도 사고 책도 나눠줄 정도로 애착이 크다.아지오 시즌1과 시즌2의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때는 외로운 싸움이었다. 구두 브랜드들과 경쟁하며 어렵게 사업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번엔 주변에서 굉장히
많은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 조직의 성격도 협동조합이라 많은 이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유시민 작가나 유희열씨 등 유명인들도 자청해서 홍보 모델로 나섰다. 또 초기 자본금을 마련하려 시도했던 ‘아지오 펀드’에 참여하며 설립을 도와준 수많은 시민들이 있다. 과거보다는 훨씬 좋은 상황이다.

‘아지오 펀드’라니?

아지오라는 이름만 기억될 뿐 정말 아무것도 없던 상황이니 모든 걸 새롭게 준비해야 했다. 공장을 세우고, 인력을 확보하려면 초기 자본금이 필요했다. 이걸 시민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펀드 형태로 마련했다. 2018년 10월
31일에 은행 보통예금 금리를 적용해 상환할 것을 약속했다. 유시민 작가가 직접 글을 써서 펀드의 의미를 알렸다.

 

선입견을 넘어 ‘좋은 구두’로

 

‘대통령 구두’라고 알려지면서 장애인이 만든 구두라는 점이 사람들에게 더 인상 깊게 남았다. 청각장애인들이 구두를 만들 때 어떤 장단점이 있나.

우리는 회사를 만든 다음, 장점이 있어서 청각장애인을 고용한 것이 아니라 ‘청각장애인 일자리’라는 목표를 가지고 회사를 만든 거다. 처음부터 청각장애인들의 자리였다. 청각장애인들은 몰입도가 굉장히 높고, 눈썰미가 상당히 좋다. 다만 소통이 다소 어렵기 때문에 회의를 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린다. 비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더 원활하게 소통하려고 매일 수화를 하나씩 배우고 있다. 단점이 장점으로 더 크게 발휘될 것이다.

재단과 디자인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지금은 외부에서 도움을 받고 있지만 공간이 넓어지면 청각장애인이 하게 할 것이다. 공간이 좁아서 다 하기 힘든 상황이다. 구두 디자인에는 크게 특허라는 것이 없다. 그래서 조금 변형해서 사용하고 있다. 청각장애인 중에서 디자인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농아인 미술인도 많은데, 재정이 허락된다면 그런 분들을 기용하고 싶다. 그렇게 투자해서 이익금이 생기면 사회 공헌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

다른 장애 유형도 있는데 청각장애인 일자리를 먼저 생각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경기도에 지금도 청각장애 복지관이 없다. 서울에는 있는데 경기도에는 없다. 그래서 파주에 있을 때 청각장애 시범사업을 했다. 학습 지원을 했는데 잘 안 오더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니 그들에게는 일자리가 더 중요했던 거다. 청각장애인들은 소통이 어려워서 취업을 해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들에게 보람을 느끼면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꼭 만들어주고 싶었다.

수제화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싶은 장애인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이 있나.

우리나라는 구두와 관련된 자격증이 없다. 그래서 한국보건복지개발원, 고용개발원 등과 양해 각서(MOU)를 맺고 준비하고 있다.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주자는 의도다. 나중에는 구두만드는풍경과 협업 시스템을 만들어갈 것이다. 훈련도 3개월 과정으로 준비하고 있다. 실습과 이론 교육을 함께 진행하려 한다. 민간 자격증이라도 줄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이 가업을 이어가는 것처럼 계승 산업을 만들어가고자한다. 청각장애인 후배들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아지오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는 직접 구두를 만드는 브랜드가 없다. 자기 공장이 없고 전부 외주를 주고 있다. 우리는 직접 발 모양을 재고, 직접 생산을 하고 있으니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장애인 생산품이라고 하면 아직까지 선입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 철저하게 품질로 보여줘야한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세련되게 뽑아야 한다. 그래서 정말 작심하고 직접 발을 재는 수제화를 내세우는 거다. 너무 원시적이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고객을 대하는 스킨십과 실측 사이즈, 좋은 가죽 등으로 제품을 만들어 좋은 브랜드가 되겠다. 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선입견은 대통령 구두 사진으로 많이 깨진 것 같다. 시즌1 시기에는 그런 편견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신어본 사람들은 칭찬을 했다. 7년째 신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신다가 수선을 해서 더 신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미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신고 있고, 대통령도 5년을 신었으니 이런 것들로 대중의 선입견이 많이 깨지고 있다고 본다.

 

아지오는 청각장애인들이 만드는 수제 구두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져 폐업을 했다가 약 4년 만에 ‘시즌2’로 돌아왔다.

 

선입견 때문에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

예전 아지오를 할 때 여기저기 직접 팔러 다녔다고 했는데, 그때 이런 일도 있었다. 식당에 사람들이 많아서 거기있는 사람들에게 구두를 소개하려고 들어갔다. 그랬더니 어느 분이 구두를 꺼내기도 전에 돈을 주는 거다. 아마
1000원짜리였던 것 같다. ‘그냥 이거 들고 가시라’고 하더라. 구걸하는 걸로 알았던 거다.

대통령의 구두라는 이미지는 정말 큰 자산이다.

대통령 구두 사진으로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얻었기 때문에 품질경영, 신용경영으로 그것을 유지하면서 더 발전시키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다. 장애인들이 일하는 회사라고 해서 저렴하고 상황이 어려운 이미지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시설에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장애인들에게도 자부심을 갖게 한다. 장애인 직원들에게 대우도 많이 해주려 한다. 리스크가 있지만 그것이 우리의 목적에 맞다.

‘장애인 구두’가 아닌 ‘고급 구두 브랜드’를 지향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지속 가능한 회사가 되려면 그래야 한다. 그래서 불편하다는 불만이 나오면 책임지고 편하게 맞을 때까지 수선을 한다. 소비자들이 ‘장애인이 만들었으니 감안하고 사야지’라고 이해해주길 바라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소비자들을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시장은 냉정하다. 시장에서 승부하려면 품질, 가격, 디자인 중 한 가지라도 뛰어나야 한다. 장애인 제품에 꼭 ‘장애인’이라는 말을 안 붙여도 된다. 오히려 시장조사 하고 계속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우리 생각만 가지고 ‘내 마음 알아주세요’라고 읍소해서는 안 된다. 업무 배치를 할 때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하면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면서도 품질 향상이 가능하다.

기존에 장애인들의 직업 환경을 보던 일반적인 시선과 상당히 다르다.

장애인들은 이제껏 소위 ‘버리는 산업’에 종사해왔다. 기업들이 비용적인 측면이나 고용의 어려움으로 포기한 일을 해왔다. 그러니 급여가 낮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직업 재활시설 700여 곳에 장애인 약 2만 명이 종사한다. 대다수는 최저임금 절반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이런 상황은 복지 측면에서도,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장애인이 만드는 상품이라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비즈니스로 접근해야 한다. 일반인들도 쉽게 접하고 살 수 있도록 해야 복지와 직업 환경이 연결될 수 있다.

구두만드는풍경과 아지오의 향후 계획은?

크게는 ‘온 국민이 아지오를 신는 그날까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 ‘악마는 프라다를 신고, 천사는 아지오를 신는다’는 이미지로 만들어가고 싶다. 지금도 우리 제품이 대중의 70% 이상에게는 호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구두에서 시민의 구두로, 시민의 구두에서 친구들보다 좋은 구두로 가고자 한다. 구체적인 목표는 30명 정도의 청각장애인이 폼 나게 살 수 있게 브랜드를 꾸려나가는 것이다.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높은 청소년도 많고, 그 방향으로 진로를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다. 선배로서 조언한다면?

처음에 이 회사를 만들 때 사업성을 따지고 만든 게 아니다. 청각장애인 일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목표가 있었을 뿐이다. 청소년들도 어떤 목표를 확실히 세우면 좋겠다. 갈팡질팡하기보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갖고, 가슴에 꿈으로 품길 바란다. 그렇게 목표를 따라 꿈을 키우다 보면 언젠가 그 일을 해나가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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