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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인터뷰/글 진주영

사진 이진혁

“봉사활동, 어렵지 않아요”

다른 길을 가는 청소년

제15회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 교육부 장관상 / 친선대사 정보경

 

심! 봉사의 눈이 번쩍 뜨인 이유는 효녀 심청의 착한 마음씨 때문이었지. 이번 달에 MODU는 이렇게 선한 마음으로 세상 모든 사람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고 싶다는 친구를 만나고 왔어. 도대체 어떻게? 심! 봉사처럼 착한 딸을 낳으면 되는 걸까? 봉사가 어려운 친구들 모두 모여! Here we go!

고등학교 때 봉사로 이름 좀 날렸다고요?

거점봉사단에서 회장으로 활동했어요. 거점봉사단은 또래 친구들이 봉사활동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에요. 봉사활동에 관심은 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꿈이 뭔지, 어떤 봉사를 하고 싶은지 등을 물어봐요. 그런 다음, 어울리는 활동이 있으면 추천해줬어요. 저희가 직접 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하고요.

한 마디로 봉사의 거점이 되는 활동이네요! 전국대회에서 상도 받았다고 들었어요.

작년에 전국중고생 자원봉사대회에서 장관상을 받았어요. 아직도 그 순간의 감동이 생생해요. 이름이 불리고 상을 받던 그 순간! 그런데 그 후에 갑자기 부끄러워지더라고요. 나보다 더 대단한 친구들이 많은데, 난 아무것도 아닌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되나 싶어서요. 한동안 계속 고민했는데 이 상은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와 응원의 뜻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상의 크기가 봉사활동의 크기는 아니니까요.

보경 학생이 왜 그렇게 큰 상을 받았는지 전 알 것 같은데요? 전국중고생 자원봉사대회에 지원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어떤 선배가 이 대회에서 상을 탄 적이 있는데 진짜 좋았다는 거예요.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전국에서 다 모이는 거잖아요. 다른 친구들은 어떤 마음으로 활동하는지, 무슨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지원했어요.

보경 학생 덕분에 자원봉사대회에 관심이 생긴 MODU 친구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준다면요?

이렇게 하세요! 하고 말할 수 있는 노하우는 없어요. 하지만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상을 받기 위해서,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대학에 가기 위해서 봉사활동을 하는 건 아니거든요. 나로 인해 주변에 좋은 영향이 미치고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고, 그러면서 나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도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누군가는 분명 알아봐 줄 거예요.

이런저런 활동을 하며 스스로 바뀐 부분이 있나요? 

우선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람도 많이 만나고, 안 해보던 일도 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어요. 봉사활동 하는 친구들 중에는 오히려 자기가 어렵게 지내는 친구들도 많은데요. 꾸준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봉사활동을 지속한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고등학교 때 한 선생님이 ‘봉사활동의 본질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꼭 눈에 보이는 것만이 봉사활동은 아니다’라고 했는데요. 이 말이 저한테 완전 와 닿았어요. 덕분에 봉사활동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서 더 즐겁게 참여한 것 같아요. 그때 받은 느낌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도 편한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했으면 해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좋은 인연도 많이 맺었어요. 활동 중에 만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정말 즐거웠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하네요. 한 가지만 알려준다면요?

거창국제연극제 기간에 외국인들에게 ‘동해’에 대해 알리는 활동을 했던 게 가장 기억나요. 지도에 ‘일본해(Sea of Japan)’라고 쓰인 곳이 많잖아요. 이걸 ‘동해(East Sea)’로 바꾸자는 활동이었어요. 먼저 커다란 흰색 도화지를 준비했어요. 거기에 흰 크래파스로 East Sea라고 적어놓고, Sea of Japan은 파란 물감으로 썼죠. 그럼 보기에는 파란색 글자 Sea of Japan만 보이잖아요? 그 다음에 사람들이 손바닥에 파란 물감을 묻혀서 Sea of Japan이란 글자를 지우는 거예요. 그럼 나중에는 흰색 East Sea라는 글자만 남게 되는 거죠. 국제연극제를 찾은 외국인들에게 East Sea라는 명칭을 잘 알린 것 같아요. ‘이게 무슨 봉사활동이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 활동은 ‘봉사활동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알리는 게 목적이었어요.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누군가를 즐겁게 하는 것도 중요한 봉사활동이거든요.

와우, 기발한 발상이네요. 꽃 피는 봄, 꽃보다 20살!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요?

사회복지학과 14학번으로 이제 막 대학에 적응하고 있어요. 학과 선후배, 동기들, 교수님도 다 좋고요. 아직 전공수업이 많지는 않지만 원하던 공부를 하니까 신나요. 또 주기적으로 봉사활동도 하고 있는데요. 이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음껏 해보아요.

봉사활동, 절대 어렵지 않아요. 건물 입구에서 뒤에 사람 있으면 잠시 문을 잡아주는 것도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것에서 시작한 것들이 합쳐지면 누군가에게 큰 행복이 될 거예요. MODU 친구들도 편하게 생각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했으면 해요!

인터뷰 다음 날, 과 MT를 떠난다던 보경 학생! MT는 잘 다녀왔는지? 빛나는 고등학교 시절만큼이나 반짝이는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 MODU는 정말 부럽더라고. MODU 친구들도 그렇지? MODU 친구들도 요 선배처럼 활기찬 청소년기를 보내길 바라며 글을 마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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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일침!

봉사활동 많이 하면 대학 잘 간다고?  

NO! 단순히 봉사활동 시간 때문에 대학에 잘 가는 것은 아니다. 봉사활동 통해 사람도 만나고 특별한 경험도 하고, 이 안에서 많은 것을 느낀 사람이 대학 진학에 유리한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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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으로도 상을 받을  있다고?”

무려 16년 동안 청소년들의 봉사활동 참여를 독려해 온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 역사가 오래된 만큼 규모도 국내 최대야. (문화체육부) 장관상을 비롯해 280개의 상이 마련돼 있어. 스펙도 쌓을 수 있지만 그보다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보경이의 말, 들었지? 지금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제16회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

• 응모자격 : 국내 중고교에 재학 중이거나 이에 준하는 청소년(개인 또는 동아리)

• 응모내용 : 2013년 1월 이후 자발적인 국내 봉사활동 사례

• 응모기간 : 2014년  5월  1일 (목)~ 6월 9일(월) (6월 9일(월) 우편소인 유효)

• 신청방법 : 자세한 내용 홈페이지 참고 (www.soc.or.kr)

• 시상식 일정: 9월 15일(월)~16일(화) (서울신라호텔)

• 문의처 : 02-2144-2200 / www.soc.or.kr / www.facebook.com/sockorea

 

/ 이진혁

일러스트  /김윤지

우리는 이럴 때 멘붕이다!

청소년이 직접 말하는 다섯가지 멘붕의 이유

 

청소년은 자주 진다. 엄마의 잔소리에 지고, 스마트폰의 유혹에 지고, 쏟아지는 졸음에 지고, 가끔은 친구와의 경쟁에서도 진다. 이렇게 맨날 지고 살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때가 많다. “괜찮아. 엄마는 늘 그렇지”, “스마트폰 안 본다고 공부할 것도 아닌데 뭐”, “잠이 보약이야. 사람이 자면서 살아야지”, “내가 그래도 다른 건 걔보다 잘해.” 이런 ‘정신승리’는 맨날 지고 사는 청소년들에겐 약이다. 너무 약해서 질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이 정신으로라도 이겨서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정신승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멘탈붕괴(멘붕)’가 온다. 멘붕이란 말은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사소한 일에도 “완전 멘붕!”을 외치며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일 앞에서는 진짜로 멘탈이 ‘붕괴되기도’ 한다.

멘탈이 붕괴되는 이유는 개인적이다. 누군가에게는 별일 아닌 사건이 다른 누군가의 멘탈을 가루로 만들 수도 있다. 다양한 이유로 우르르 멘탈이 무너지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멘붕’ 시대다. 너나없이 자기 멘탈이 더 붕괴했다고 내보이는 현상은 기이하지만 동시에 사실적이다. 왜 여태껏 잘 있던 멘탈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을까. 다들 멘붕, 멘붕 하는데 멘붕은 왜 일어나는 걸까. 이번 달 MODU는 멘붕에 관한 다섯 가지 키워드를 준비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개별 연락을 통해 청소년들이 멘붕하는 이유를 두루 물어봤다.

 

1. 너무너무 억울해서 무너지는 멘탈

“제가 진짜 열심히 공부하다가 잠깐 졸았거든요? 5분만 자고 일어나서 다시 공부할 생각이었어요. 아야! 선생님 아파요~”(김선화), “나는 정말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다들 나보고 잘못했다는 건지…”(최유선),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 오해 때문에 친구와 사이가 멀어졌어요. 억울하고 속상해요.”(이우승)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일 때문에 멘붕이 발생한다면, 멘붕의 가장 큰 감정은 ‘억울함’이다. 많은 청소년이 억울할 때 멘탈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억울한 기억을 그냥 잊어버리는 건 쉽지 않다. 마음속에 깊이 각인돼 잘 사라지지 않는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기억이 사라지기는커녕 더 생생해지는 경우가 많다. 억울했던 그 순간을 머릿속으로 반복재생하며 자다가 몇 번씩 이불 속으로 하이킥을 날리기도 한다. 이 억울함을 없애기 위해 나섰다가는 더 크게 마음을 다칠 것만 같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앞에서 멘탈은 무너진다.

물론 억울함이 청소년에게만 유독 강한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도, 직장인도, 노인들도 “아이고 억울해”를 외친다. 그러나 그들과 달리 청소년의 억울함에는 탈출구가 없다. 청소년이 살아야 하는 세계는 좁고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걔를 안 만나면 그만이지 뭐’, ‘어쩔 수 없지’ 하며 억울함에 대해 의연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지나 억울함이 해결되기도 하고 잊히기도 한다. 청소년은 다르다. “안 만나면 그만이지 뭐”가 불가능하다. 매일 만나는 이들을 내일도 모레도 만나야 한다. 다른 세계로 탈주할 수 없는 생활 속에서 억울함은 마음의 응어리로 남기 마련이다. 억울함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넘게 지속되는 이유다. 그렇게 불편한 상황을 계속 마주하다 보면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없다. 학교에 가기 싫어지거나 성적이 떨어지거나 인간관계에 소극적이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멘붕의 연속이다.

특히나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서 생기는 억울함은 해소되기 힘들다. 학생들의 말은 종종 ‘핑계’나 ‘꼼수’로 받아들여져서 믿음을 얻지 못한다. 그 상황에서 다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곧 ‘선생님에게 대드는 것’이 되기 십상이다. 억울함을 마음속으로 삭이는 청소년이 많은 이유다. 이렇게 억울함을 삭이다가는 더 큰 문제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때문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에게 “억울하면 네가 잘해라”고 말하거나 “가끔은 손해를 보고 살아야 한다”며 훈수를 두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MODU의 한 에디터는 이런 일화를 들려줬다. “어릴 때 짝이 나를 너무 때리고 괴롭혀서 하루는 그 애 의자를 발로 찼어. 그 애는 넘어져서 조금 다쳤지. 그런데 걔가 집안의 3대 독자였던 거야. 다음 날 그 애 할머니가 학교로 찾아와 온 교실을 발칵 뒤집었어. 나는 끌려나가서 맞고 정말 난리가 났지. 너무 억울했어. 걔가 나를 괴롭힌 게 훨씬 심했고, 걔가 그렇게 크게 다친 것도 아니었거든. 억울하다고 엄마한테 이야기했더니 엄마는 ‘똑같은 사람이 되기 싫다면 네가 참아야 한다’는 말씀만 하셨지. 지금은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어릴 때는 정말 너무 억울해서 멘붕이었어.” 청소년은 너그럽게 모든 걸 이해하기에는 어리다. 그리고 여리다. 인내를 강요하기보다는 그들과 함께 억울해할 주변 사람과 친구가 필요하다. 맞장구를 쳐주기도 하고, 같이 화를 내기도 하면 그들의 마음은 위안을 얻는다. 그들의 억울함을 돌봐주지 않으면 멘탈은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위의 이야기를 들려준 에디터는 아직 그 일이 마음의 상처로 남아있다고 한다.

 

2. 벌컥벌컥 열리는 문, 사생활은 없다

“잠이 와서 내 방에 들어갔는데 누나가 침대에 누워 나가지 않을 때 멘붕!”(현표), “방에 있는데 자꾸 가족들이 문을 벌컥벌컥 열어요”(김소은), “집에도 학교에도 학원에도 내 공간이 없는 것 같아요.”(이민희) 사생활이 사라질 때도 멘붕이 온다. 청소년들 가운데는 자기 공간이 ‘아예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 자기 공간이라고는 다섯 뼘짜리 책상과 세 뼘짜리 사물함이 전부라는 것이다. 건강한 멘탈을 위해서는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마음에도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마음의 휴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보장되는 사생활의 공간이 지나치게 적은 탓이다. 학교라는 ‘단체생활’에서 벗어나 집에 와도 사생활이 없다.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몸은 지칠 대로 지쳐 반쯤 잠들어 있다. 그래도 자기 전에 잠시 자기 시간을 갖고 싶다.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기도 하고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싶기도 하다.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고 싶은 친구들도 있다. 그러나 혼자 있는 시간은 적다. 엄마가 들어와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공부하기가 힘들지는 않았는지 물어본다. 동생이 들어와 짜증을 낼 때도 있고 아빠가 들어와 잔소리를 할 때도 있다. 엄마가 걱정하고 신경 써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나에게 짜증 부리는 가족이 있다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잘 안다. 그렇지만 가끔 하루에 1시간은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집 안에도 집 밖에도, 내가 혼자될 수 있는 공간은 없다. 마음의 피로는 늘어난다.

‘잠이 와서 방에 들어갔는데 누나가 있어 멘붕’이라는 현표의 사례를 보자.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이런 일로 뭐가 멘붕이야?’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동시에 자기만의 공간을 가져본 청소년이 너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나 남학생은 여학생과 비교하면 외부로부터 차단된 자기 방이 없는 경우가 많다. 노크 없이 방문이 열리는 건 다반사다. 이런 일에는 대체로 ‘청소년은 미성숙하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청소년이 아직 덜 컸기 때문에 어른의 품 안에 있어야 하며, 보호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들의 방문을 ‘허락 없이’ 여는 것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이 다 자라지 않은 건 사실이다. 청소년에게 많은 관심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감수성이 예민할 때고, 작은 일에도 상처받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청소년이 자기 공간을 가질 수 없어서는 안 된다. 1928에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을 썼다. 이 책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자아실현을’을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현대에도 유효하다. “자기 공간이 없어서 멘붕”이라는 외침이 이를 증명한다. “혼자 있고 싶어요, 모두 나가주세요”란 말은 농담처럼 쓰이지만, 청소년들에겐 꼭 필요한 한 마디다. 어른들의 ‘보호’를 ‘감시’라고 느끼는 청소년이 많은 지금, 그들의 공간을 보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혼자 있고 싶은 친구를 가끔은 혼자 있게 내버려두는 것도 좋다. 무너지지 않는 멘탈을 위해.

 

3. 너덜너덜한 몸에 깃드는 너덜너덜한 멘탈

“자도 자도 피곤할 때가 제일 멘붕이죠”(박호연), “아침에 알람 소리가 들릴 때 세상이 너무 야속합니다”(박민교), “선생님이 휘두른 회초리가 머리에 닿기 직전! 아픈 것보다 멘붕….”(노진영)  몸과 마음은 떨어질 수 없는 법! 몸의 붕괴가 멘탈붕괴로 이어진다는 호소도 많았다. 멘붕의 가장 큰 원인은 피곤한 몸이다. 아침에 알람 소리는 들리지만 눈이 떠지지는 않는다. 알람이 울리는 시간을 5분 연장, 5분 더 연장, 다시 5분 더… 자는 것도 깨어있는 것도 아닌 상태로 아침을 맞이하다 보면 지각이 확실한 시각. 멘붕이 찾아온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소년은 항상 피곤하다. “해 뜨기 전에 학교, 해 지고 나서 집, 비타민D가 필요하다”는 광고카피는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세상에 어느 나라도 해를 못 보는 청소년을 앞장서 만들지는 않는다. 한참 자라야 하는 청소년의 적정 수면시간은 8시간 30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하루 평균 5시간 40분 정도 자고 있다. 4년 전에 비해서도 1시간이나 줄어들었다. 3명 중 2명이 수면부족일 정도로 각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이나 프랑스의 청소년들은 하루 8시간 이상 자고 있다. 잠을 많이 자야 공부도 잘할 수 있다는 수많은 연구결과가 있지만, 한국 현실에서 많이 자는 학생은 게으르다는 낙인이 찍힌다. 몸만 피곤한 게 아니다. 마음도 동시에 축난다. 충분히 잠을 자지 않으면 불안함과 우울함을 키울 수도 있다고 한다. ‘피곤해서 멘붕’이라는 말이 과학적인 근거를 얻는 대목이다.

몸의 문제는 피로만 있는 게 아니다. 체벌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전 시대에 비해 나아졌다지만, 아직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일상적인 체벌에 노출돼 있다. 수업시간에 회초리를 들고 들어오는 선생님을 보고도 의아해하지 않는 나라도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심지어 최근에는 체벌 때문에 한 고등학생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맞아 죽을지도 모르는 공포가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멘탈이 건강하길 바라는 건 무리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학생은 때려야 말을 듣는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는 청소년들이 선생님 말을 안 들어서 교실이 망가졌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을 때리는 것도 동물 학대라고 손가락질받는 세상에서, 청소년을 때리는 게 올바른 훈육이라는 주장은 상식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청소년이 맞지 않아서 말을 안 듣는다는 ‘꼰대적인’ 발상은 이제 없어져야 할 때가 아닐까.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는 교복 입은 몸들은, 상시적인 폭력의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라고 했다. 정말 몸이 힘들어 멘붕인 청소년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4. 해도해도 오르지 않는 성적, 무너지는 마음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성적이 안 오를 때 멘붕”(조용성), “시험에서 두 가지 선택지 중에 고민하다가 정답을 고쳤는데, 원래 체크했던 게 정답일 때”(이현지), “학년 초에 5등이었던 등수가 17등까지 떨어졌을 때”(김옥수), “공부해야 하는데 자꾸 딴짓만 하게 될 때가 제일 멘붕이죠.”(최슬기) 언제 멘붕이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대답은 성적과 관련이 있었다. 공부한 만큼 성과가 나지 않을 때, 자꾸만 경쟁에서 뒤처질 때 멘붕이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청소년이 성적 때문에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 많은 청소년의 멘탈이 성적 하락과 함께 붕괴될까. 청소년은 대부분 ‘학생’이고, 학생은 성적으로 줄 세워져 평가받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소년은 예비 대학생이기 때문이다. 성적하락의 멘붕은 수능시험에서 원하는 성적을 못 받았을 때 그리고 원하는 대학에 떨어졌을 때 극대화된다. 12년 동안 ‘좋은 대학’에 가는 걸 목표로 살고 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능성이 작아질 때 멘탈이 붕괴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불안함의 문제다. 성적으로 인한 멘붕은 ‘점수’나 ‘등수’라는 숫자 때문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너무 불안하기 때문이다. “성적이 떨어지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없잖아요. 대학에 못 가면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없고, 나중에 결혼도 못 하겠죠. 지금이 인생을 완전히 결정하는 시기에요. 그런데 노력한 만큼 성적이 안 나오거나, 남들이 저보다 더 잘하면 불안하고 멘붕이 오죠. 앞으로 평생을 뒤처져 살아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이러한 고민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는 주변 사람은 드물다. 성적이 좋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거나,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는 위로 또한 없다. 청소년을 경쟁에서 이기게 하는 것만이 청소년을 위하는 길이라는 생각 앞에서 청소년의 멘탈은 매일매일 깎여나간다.

 

5. 마구마구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밀려오면? 정말 멘붕!

“아침에 학교에 좀 늦을 것 같아서 서둘러 나가려다가 교복에 우유를 쏟고, 그걸 치우려고 허둥대다 문에 발가락을 찧고, 신발장을 엎고… 완전 멘붕의 연속!”(최은성), “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갑자기 절교선언을 할 때”(전재민), “알고 보니 시험이 다음 주일 때!”(강민정) 청소년이 멘붕하는 마지막 경우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때다. 예상하지 못한 일은 자주 일어난다. 넉넉하다고 생각했던 스마트폰 데이터가 어느 순간 바닥이 나 있기도 하고(민은실), 화장실에 있어야 할 휴지가 없는 경우(황은진)도 있다.

이러한 예상치 못함에 청소년이 멘붕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청소년에게 요구되는 생활은 이미 그들 멘탈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에 근접해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컵 속에서 넘치기 직전의 물 같은 상태다. 여기에서 뭔가 작은 일이라도 더 일어나면 짜증이 폭발하기도 하고 서러움에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남들이 보기엔 별일 아닌 일에 화를 내는 것 같지만, 실제로 ‘별일’들은 그 전에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에게 ‘뭔가 더 일어나는 일’은 항상 불안하며,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경우도 적다. 위태위태했던 멘탈이 작은 일로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때문에 ‘뭐 저런 일로 멘붕씩이나’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보다는 그들의 위태로운 마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혹시 지금 옆의 친구가 내가 한 별것 아닌 장난에 불같이 화를 낸다면 서로가 “어이없어. 완전 멘붕”을 외칠 게 아니라, 한 번 더 친구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겪고 있는 현실은 서로 똑같이 위태위태한 멘붕 위험 상태일 테니까.

 

우리는 늘 “멘붕”을 입에 달고 살아. 억울해서, 내 생활이 없어서, 피곤해서, 성적이 떨어져서, 자꾸자꾸 나쁜 일이 생겨서. 이런 멘붕은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에게 보장되는 것들이 너무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 이제는 주위의 “멘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해. 붕괴되는 것은 그냥 한 친구의 ‘멘탈’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생활일 수도 있으니까. 정말로 견디기 힘들게 멘탈이 붕괴되는 게 느껴진다면 한 발 떨어져 천천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어떡하면 더 건강해질 수 있을까, 어떡하면 더 행복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야. 더는 너희의 멘탈이 붕괴되지 않도록 MODU가 응원할게. 멘붕 없는 청춘을 위해!

 

 

인터뷰/글 진주영

사진 이진혁

일하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

노무법인 명문 공인노무사/수석컨설턴트 이대성

청소년 진로잡지 MODU가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은? MODU 친구들에게 꼭 소개해야 하는 직업인은?안정적인 직업? 돈을 많이 버는 직업?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직업? 아니지! 우리는 모두 졸업 후 일을 하며 살게 된단 말이지. 그때 겪게 될 문제에 대해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줘야지. 그래야 진정한 진로잡지지! 그래서 이번 달에 MODU는 일하는 여러분을 도와주는 사람, 노무사를 만나고 왔어.

 

상황1)

주말마다 유명 패스트푸드 점에서 성실하게 일하던 채림. 어느 날 점장으로부터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게 된다. “채림~ 다음 주부터는 안 나와도 돼. 그동안 수고 많았어. 급여는 나중에 통장 확인해.” 크게 당황했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일을 그만두게 된 채림. 그런데 심지어 급여마저 최저임금에 한참 모자라는 금액이 들어왔다. 일하던 곳에 가서 따져야 할지, 그냥 조용히 있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는다. 아, 도대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지?

 

상황2)

아버지께서 운영하시는 회사가 어렵다고 한다. 자금난 때문인데 지금까지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한 직원들을 자를 수는 없다고. 다른 방도를 찾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이 안타깝다. 내가 어떻게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모르겠다! 어려운 회사 사정, (우리 아빠가 사장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직원들과 아버지가 힘을 합치면 되지 않을까? 중간에서 누군가 중재해주면 참 좋을 텐데…

 

이런저런 상황에서 ‘내 편’이 되어 나를 위한 결론을 내려주는 사람! 바로 노! 무! 사! 오잉? 누군지 궁금하다면 이 기사에 집중해봐!

 

노무사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근로자와 사용자(회사)가 함께 일을 하잖아요. 그때 생기는 갈등이나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하는 사람이에요. 근로계약서 작성, 임금 협상, 퇴직 등 근로 관계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전부 노무사의 일과 관련돼 있어요.

누군가 이러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찾아오면 일을 맡게 되는 건가요?

그렇죠. 회사나 근로자가 이런 일이 생겼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직접 나서서 도와주기도 하고요. 가장 흔한 사건은 임금이 밀린 경우인데요, 근로자가 이만큼의 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의뢰하면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노동부에 민원신청을 하죠. 임금이 체불됐으니 확인해달라고요. 접수가 돼서 조사가 필요하면 의뢰인과 동행해서 조사도 받고 변론도 해주고요.

근로자를 위해 일하는 직업인 것 같아요.

TV나 신문에서 흔히 접하는 노무사의 모습은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일해보니 꼭 그렇지도 않아요. 회사 측의 입장을 옹호해야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제 생각에는 노무사에게는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언제부터 노무사가 되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대학 생활을 꽤 길게 했는데 졸업 후 뭘 해야겠다고 구체적으로 정한 건 없었어요. 대신 고민은 많았죠. 이런저런 경험도 해보고요. 그러다 사람과 관계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우연히 노무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어요. 그때가 26살이었는데 바로 공부를 시작했죠. 그렇게 2년 정도 준비하고 합격해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어요.

노무사가 되기에 유리한 전공이 있을까요?

노무사가 하는 일이 주로 회사를 경영하면서 생기는 노동 문제가 합법인지 불법인지를 판단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아무래도 법대나 경영대 출신이 많죠. 전체의 2/3는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다른 자격증에 비해 비전공자 비율이 높은 편이에요. 저도 평생교육학과를 전공했어요.

어떤 역량을 갖추면 좋을까요?

필요한 역량을 콕 집어서 말씀 드리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다양한 일을 하다가 겪는 문제들에 대해 다루게 되니까요. 그래서 매번 다른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마다 변수도 정말 많아요. 그래도 몇 가지 말해보자면 우선은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해야 할 것 같아요. 그게 일의 기본이니까요. 사람 만나는 데서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면 힘들지 않을까요? 또 누군가를 설득하고 중재하는 일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 기뻤던 순간이 있다면요?

의뢰 받은 일을 잘 처리했을 때 기분이 좋죠.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잖아요. 그래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해 봐요. 그리고 그 상황에 맞는 대응책을 미리 만들어요. ‘이 상황이 발생하면 이렇게 대응해야지, 다른 상황이 발생하면 이런 식으로 보호를 해야지’처럼요. 미리 준비한대로 딱딱 맞아떨어져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는 뿌듯하죠. 제가 일을 잘 해냈다는 거니까요.

반면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준비한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을 때 속상하죠. 재판을 할 때 법정에서 변호사는 변론만 하고 실제 판결은 판사가 내리잖아요? 이런 점은 노무사와 변호사가 비슷해요. 노무사는 판단을 내리지 않아요. 판단을 예상해서 자료를 준비하고 변론을 하는 사람인데, 결과가 예상과 다르게 나오면 힘들죠. 허탈한 기분도 들고요. 그리고는 뭐 야근을 자주 한다는 것 정도?

야근은 모든 직업인의 숙명인가 봐요. 의뢰받은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노동현장도 자주 간다고 들었어요.  

그렇죠. 예를 들어 산업재해의 경우, 실제 업무 현장을 가서 봐야 사건의 윤곽을 정확히 알 수 있거든요. 회사가 사고 예방을 잘했는지, 근로자가 어떤 식으로 일하다가 사고가 났는지, 사고가 발생한 다른 원인은 없는지 살펴볼 게 많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노무사는 낮에는 현장을 돌아다니느라 바빠요. 출장도 많고요.

그래서인지 (편견일 수도 있지만) 여성 노무사보다는 남성 노무사가 많을 것 같아요.

조금 거친 현장도 있으니까 남자가 많은 직업이긴 했어요. 굳이 따지자면 남자3, 여자1 정도의 비율? 그런데 요즘은 여성 노무사도 많아요. 다른 직업도 비슷하겠지만 남성 노무사가 강점을 갖는 사건도 있는 반면에 여성 노무사가 일을 더 잘해낼 수 있는 사건도 있거든요. 요즘은 여성 노무사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요.

 

직업적 사명감이 있다고요?

우리나라 4대 의무 중 하나가 근로의 의무에요. 누구나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죠.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부분인 만큼 문제도 많이 생겨요.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서 보다 나은 노동환경이 만들어지는 일에 기여하고, 노동정책이 좋은 방향으로 변하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있죠.

노무사로서 가지고 있는 목표도 이와 비슷하겠어요?   

그렇죠.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산업평화를 이루고 싶다 정도? 노동력을 제공하는 직원도 일을 통해 자기계발을 하고 보람을 느끼고, 회사도 그만큼 발전해나가는 거요. 노동착취 같은 부조리가 아직도 있고, 또 직원이 회사를 이용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잘 개선돼서 모두가 안정적으로 일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물론 개인적으로는 돈도 많이 벌고 싶죠. (웃음)

노무사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해요!

이 기사를 읽고 노무사란 직업을 처음 알게 된 친구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저도 청소년 때는 몰랐거든요. 만약 노무사에 관심이 생겼다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노무사가 필요한 이유에는 근로 환경을 개선하려는 목적도 있어요. 근로 경험이 없는 노무사가 과연 그 일을 잘할 수 있을까요? 쉽게 할 수 있는 편한 일부터 고된 일까지 폭넓게 경험하면서 노동이 무엇인지, 사회가 어떤 곳인지 피부로 느껴보세요. 저도 다양한 일을 했었어요. 공장에서도 일해보고, 지하철 신문가판대에 신문을 납품하기도 하고요. 이런 경험들이 노무사란 직업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다 커서 징그러우면서도 귀여운 조카뻘 MODU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후배나 동생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어요. 책상에서 벗어나라! 책상에서 하는 공부는 진짜 1평짜리 공부에요.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요. 1평 밖에서도 충분히 멋진 공부를 할 수 있어요. 물론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배웠는지 깨닫는 것도 중요하겠죠. 경험이 많을수록 자기만의 무언가가 생겨요. 보다 주도적으로 삶을 살 수 있는 힘이 되죠. 그러니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세요.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야~ 법적으로 정해진 유급휴일이지. MODU 친구들은 근로자가 아니니까 5월 1일에도 열심히 공부했지? 난 놀았는뎅~ 하하. 어쨌든 근로자의 날을 맞아 앞으로 근로자가 될 너희를 위해 MODU가 미리 노무사를 만나고 왔어! (라고 쓰고 뻥이라고 읽는다) 노무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조금은 알겠니? 모르겠다고? 그럼 책상을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해보렴^.^ 그러다 보면 노무사와 상담하는 일이 생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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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tip

아르바이트? 이것만은 기억해라 by 노무사 삼촌

근로계약서는 필수!

근로계약서 안에 모든 내용이 담겨있어요. 최저임금은 받을 수 있는지, 휴가 같은 것이 있는지 등등. 잘 몰라서 쓰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꼭 챙기세요. 그래야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언제나 최선을 다하기!

가장 중요한 것은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거예요. ‘성실히 일한다’는 의무를 다한 후에 급여나 휴가 등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거든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MODU 친구들한테 정말 유용한 조언이네요. 그리고 저도 굉장히 뜨끔하네요. “대표님! 저, 더 불같이 일할게요!” 뽀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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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 시험이란?

1년에 한 번 시험이 치러진다. 1차와 2차는 필기시험이고 3차는 면접이다. 1차 시험에 합격한다면 다음 해에는 1차 시험 없이 바로 2차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올해 1차 붙고 2차 떨어졌으면 내년에는 2차만 보면 된다는 말씀! 내년에 2차 떨어지면 내후년에는 다시 1차부터!)

1차 시험

필수과목 노동법(1), 노동법(2), 민법, 사회보험법,

선택과목 경제학원론, 경영학개론 중 1과목

2차 시험

필수과목 노동법, 인사노무관리론, 행정소송법

선택과목 경영조직론, 노동경제학, 민사소송법 중 1과목

3차 시험

면접

시험 과목은 몇 개 없어 보이지만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2~3년씩 공부하는 자격증이라고 해. 시험과목을 보니 법학, 경영학 전공자가 유리한 이유를 알겠지? 그렇지만 자격요건에 학력이나 전공 제한은 없으니 안심하라고! 합격 후에는 공인노무사회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받고 일을 시작하게 된대. 이 교육 후에는 법인 소속 노무사가 되거나 개인이 직접 노무법인 사무실을 운영하거나 일반 기업체에 취업하거나! 다양다양~

인터뷰/글 진주영

사진 씨네21 오계옥, 이진혁

목소리로 빚어내는 마법의 세계

<겨울왕국>의 안나, 성우 박지윤

이렇게 수월한 인터뷰는 없었다. ‘?’ 질문 하나 툭, ‘!’ 반응 하나 툭, 던졌을 뿐인데 술술 이어지는 대답들. 역시 10년 차 베테랑 성우는 다르다, 달라. 입담도, 표정도 생생한 그녀! 그리고 무엇보다 목소리가 매력적인 그녀! 지난겨울, 우리 MODU를 사로잡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안나 역의 박지윤 성우를 만나러 가보자.

 

와, 정말 듣기 편한 목소리! 역시 성우네요. 성우가 되려면 목소리가 예뻐야겠죠?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목소리가 좋고 나쁘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요즘은 ‘성우답지 않게 연기해달라’는 주문도 많이 받는 걸요. 거부감 없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휴, 내 목소리는 안 예쁘니까 성우는 못하겠지’란 생각은 하지 마세요. 듣기 싫을 정도의 소리만 아니면 돼요. 다들 성우가 될 수 있다는 뜻이죠.

오! 목소리에 자신 없는 우리 MODU 친구들도 도전할 수 있겠는데요? 목소리보다 중요한 게 있다면요?

“연기죠, 연기!”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사람이라면 성우는 녹음실 안에서 연기하는 사람이에요. 목소리보다 연기력이 중요하죠. 방송사 성우 공개채용시험이나 여러 오디션에서도 연기력이 핵심이에요. 그래서 성우 지망생들은 학원 등에서 연기 연습도 하고, 연기 지도도 받죠.

요즘도 연기 연습을 따로 하나요?

성우가 되기 전이랑 수습 성우 시절에는 많이 연습했죠. 지금은 따로 하지는 않아요.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니까요. 그런데 이런 직업병은 있어요. 누군가를 보면서 계속 관찰하고, 어떤 사람인지 특징을 분석해요. 이런 것들이 다 연기할 때 도움이 되니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KBS 공채 31기! 방송사 공채로 합격해도 계약직으로 2년 정도 일하고 대부분 프리랜서가 된다고 들었어요. 고용 면에서 조금 불안하지 않나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성우는 방송국 직원으로 일하는 것보다 프리랜서가 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프리랜서가 되면 영화나 애니메이션 더빙부터 광고, 만화, 게임 등등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거든요.

프리랜서가 되면 더 자유롭게 시간을 관리할 수도 있겠네요!

일정을 알아서 조절할 수 있으니까 좋죠. 오늘도 인터뷰 끝나고 저녁에 일하러 가요. 그런데 성우는 작품을 선택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연락을 기다리는 입장이에요. 섭외가 들어오면 일을 해야 하죠.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면 자유롭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자유롭지 않은 직업이기도 해요.

 

같이 눈사람 만들래?”

겨울왕국에서 안나 역 목소리 연기뿐 아니라 노래도 직접 불렀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그렇게 노래를 잘하나요?

대학 때 성악을 전공했어요. 어릴 때부터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집이 조금 엄한 편이라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말은 꺼내지도 못했거든요. 그때는 실용음악과도 많지 않았고 해서 성악을 공부하게 됐어요.

성악과라니! 대박이네요. 성악과 출신 성우, 언제부터 성우를 꿈꿨는지 궁금해요.

대학 졸업 후에 대학 동기 한 명이 성우 준비를 한다는 거예요. 그때 성우라는 직업을 알게 됐어요. 엄청 늦은 거죠. 원래 연기에 관심은 있었지만, ‘성우? 내가 할 수 있을까? 안 될 것 같은데’란 생각이 들어서 도전은 안 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이리저리 시험에 붙는 걸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됐죠. 막상 해보니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성악과 성우,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성악을 전공하면서 음악회를 많이 했어요. 1년에 몇 번씩 음악회를 하고 나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거든요. 이 길이 나한테 맞는지 아닌지 고민할 시간 자체가 부족한 거죠. 그런 생활을 하다가 음악은 좋지만, 무대에서 공연하는 건 나한테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에 음악학원에서 일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제 길은 아니었죠. 그렇게 돌고 돌아 성우가 됐는데 지금은 정말 만족하고 있어요.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 새로운 걸 시작하기에는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다던 그녀. 결국에는 대학 졸업 후에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녀의 ‘진짜’ 진로를 찾게 됐지. MODU 친구들 중에 ‘아, 난 이미 늦었어’라는 생각을 지닌 친구가 있다면 아니라고, 아직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

 

노…노래를 잘하지 못하는 MODU 친구들을 위해 한 가지 짚고 넘어갈게요. 노래 못해도 성우 할 수 있죠?

성우 공채시험에서 노래를 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작품 안에 노래가 있더라도 그 부분은 다른 사람이 부르기도 하잖아요. <겨울왕국>에서는 제가 노래까지 했지만 다른 작품에서는 대사만 하기도 했고요. 노래를 잘하는 성우들이 많긴 하지만, 노래 실력이 필수는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겨울왕국>에서 안나가 어린 시절에 “같이 눈사람 만들래?”란 노래를 부르잖아요. 어린 목소리로 노래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안나 어린 시절은 제가 연기한 부분이 아니에요. 디즈니는 어른이 아이 목소리 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요. 그런데 목소리가 비슷해서 다들 잘 모르시더라고요. 성우 섭외를 정말 잘한 거죠.

대박사건! 정말 놀라운 사실이네요. 다른 작품들도 아역, 성인으로 나눠서 진행되나요?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아역 목소리 연기는 여자 성우한테 필수적이에요. 남자 아역, 여자 아역 다 소화할 수 있어야 해요. 저 같은 경우는 목소리가 가늘어서 남자 아역은 조금 힘들어요. 반대로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여자 성우는 여자 아역보다 남자 아역이 좀 더 수월하겠죠. 안 되는 건 없어요. 하다 보면 다 된답니다.

궁금한 것 하나 더! 녹음하기 전에 애니메이션 영상을 볼 수 있나요?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녹음 전에 미리 준비해서 가야 해요. 미리 대본을 받아서 대사도 확인하고, 영상을 보면서 할 일도 많아요. 언제 대사를 해야 하는지, 입 모양에 비해 대사가 길지는 않은지 등등 세세하게 다 기록해놔야죠. 다른 작업에 비해 애니메이션이나 외화 더빙이 가장 까다로운 작업이에요.

 

<겨울왕국> 이후로 굉장히 바빠졌을 것 같아요. 인기를 실감하나요?

예전에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해도 조카들한테 별 반응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친구들 나눠준다고 사인을 받아가더라고요. 좋은 고모, 이모가 됐구나 싶어서 뿌듯했어요. 또 예전 친구들한테 연락도 많이 오고요. 10년 정도 성우로 일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거든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요.

높아진 인기와 함께 부담감도 클 것 같아요.

성우는 대중한테 드러나게 활동하는 직업이 아니잖아요. 그만큼 누가 더빙을 했는지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겨울왕국 성우 박지윤이 연기한”이라는 홍보문구를 달고 나오는 다른 작품들도 있고, ‘그 작품도 했다면서요~ 꼭 볼게요’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하니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성우란 직업을 완벽하게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진짜 만족해요. 같은 일을 오래 하면 지겹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성우는 그런 게 없어요. 저 말고 다른 성우들도 다 이 일이 정말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이런 사람들이랑 같이 일한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죠. 매번 다른 연기, 다른 역할을 하는 것도 신나고요.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인터뷰 내내 생기 있는 목소리, 생생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성우는 성우구나’라는 생각을 했어. 본인한테 정말 잘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그녀! 앞으로 얼마나 더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돼~

 

연기도, 노래도 잘하니까 뮤지컬 배우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무대에 대한 동경은 있어요. 뮤지컬 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런데 무대는 모든 사람이 저만 바라보잖아요. 그런 점이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성우가 아니라 뮤지컬 배우가 됐다면 지금처럼 잘할 수 있었을까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무대 위보다는 마이크 앞이 더 편하고 좋아요.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우선은 지금 맡은 애니메이션 더빙을 잘 끝내고 싶어요. 당연히 제가 맡은 다른 목소리에도 최선을 다해야죠. 혹시라도 기회가 된다면 라디오 DJ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예전에 방송사에서 일할 때 라디오를 한 적이 있는데 진짜 즐거웠거든요.

라디오 DJ! 방송을 맡게 된다면 꼭 챙겨 듣겠습니다. 성우를 꿈꾸는 MODU 독자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해요!

어린 나이부터 성우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다는 것 자체가 대견해요. 빠른 만큼 남들보다 일찍 성우가 되면 더 다양하고, 폭넓은 작품을 할 수 있겠죠. 저는 그렇지 못해서 부럽기도 하고요. 성우가 되고 싶다면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해요. 성우는 녹음 전에 대본을 보고 연습할 시간이 많지 않거든요. 문맥이나 내용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 편하게 일할 수 있겠죠. 또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들을 때도 성우가 어떻게 연기하는지 귀 기울여 보세요. 그러다 보면 감이 생길 거예요.

귀한 조언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청소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청소년에게는 어른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른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요즘은 다들 알아서 잘하잖아요. 대신 힘이 들 때는 좋은 멘토를 만나서 상담도 받고, 조언도 구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나 혼자인 것 같고, 무너질 듯 힘들 때도 있겠죠. 그렇다고 정말 무너지지 말고 그 안에서 조금씩 힘을 길러보세요. 차근차근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그렇게 조금씩 일어서다 보면, 그 시간들이 나중에 분명 인생에 좋은 거름이 될 거예요. 힘내요.

 

<방송국 성우 공채시험>

보통 만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어. 학력 제한도 없지. 남자는 국방의 의무를 마친 후에 지원할 수 있어. 시험은 실기 테스트와 면접으로 진행된다고 해. (방송사마다 차이는 있겠지?) MODU가 만난 박지윤 성우도 3년 만에 KBS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고 하니, 정말 성우가 되고 싶은 친구들이라면 길게 보고! 지치지 말고! 연습 또 연습하라고!

 

깨알 인터뷰

박지윤 성우에게 묻다! MODU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들어온 질문들, MODU가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겨울왕국>에서 연기해보고 싶은 다른 캐릭터가 있다면요? 

안나 역할이 저한테 굉장히 잘 맞았고, 재미있게 작업했기 때문에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본 것 같아요.

안나와 실제 성격이 비슷한가요?

하하. 어느 정도 그런 것 같아요. 안나가 공주치고는 발랄하잖아요. 실제 저도 약간 털털한 편이라 이런 역할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그동안은 여성스러운 역할을 많이 했었거든요.

MODU는 카카오스토리에서 인터뷰 질문을 받고 있어~ 참여하고 싶은 친구들은 MODU 카카오스토리를 주목해봐!

 

 

인터뷰/글 : 이진혁

사진/ 씨네21 백종헌

전세계를 누비며 묻다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

인류학자, 전경수 서울대학교 교수

 

세상에서 가장 많은 곳을 다녀본 사람들은 누구일까? 논란이 분분하겠지만, 나는 ‘인류학자’라고 생각해. 인류학자하면 누가 떠올라? 고대의 유물을 찾아 탐험하는 인디아나 존스?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포트? 하지만 이런 이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원시 사회를 찾아가 그들의 삶을 살펴보는 사람, 인간의 문화를 연구하는 사람을 인류학자라고 해. 그래서 이들은 아마존의 밀림에 들어가길 주저하지 않고, 히말라야의 고산지대에서 몇 년을 살기도 하지. 영국의 대도시를 연구하는 인류학자들도 있어. “인류학자가 없는 곳은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말씀.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을 연구하는 인류학자, 항상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는’ 사람, 이번에 MODU는 한국의 대표적인 인류학자인 전경수 교수를 만났어.

 

Q. 전 세계에서 인류학자가 연구를 하는데요, 인류학자는 어떤 연구를 하는 사람인가요?

인간에 대한 연구를 해요. 물론 인간에 대한 연구를 인류학만 하는 건 아니에요. 철학도, 문학도, 생물학도 인간에 대해 연구하죠. 그러나 인류학은 인간의 삶 그 자체를 연구한다는 점이 달라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가서 관찰하죠. 그래서 삶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는지를 살펴봐요. 어떤 음식을 먹는지, 인사는 어떻게 하는지, 아이는 어떻게 키우는지, 싸움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같은 것을요. 이런 것들을 세세하게 관찰해서 문화를 연구하는 거예요. 선사시대를 대상으로 하면 ‘고고학’, 현재를 대상으로 하면 ‘사회인류학’이 되는 거죠. 대략은 이런 게 인류학이에요.

 

Q. 대답이 좀 어려울 수도 있으니, 인류학자를 한마디로 정의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다른 삶을 한 번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하고 싶어요. 인류학자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삶을 관찰하죠. 관찰을 하다 보면 질문이 생겨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다른 이의 삶을 살아보려는 노력을 해야 하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게 에스노그래피(ethonography)예요. 에스노그래피는 민족지 또는 민속지로 번역되는데, 영상으로 만들 수도 있고 글로 쓸 수도 있죠.

 

이제 인류학자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겠지? 일본 문화를 연구한 <국화와 칼> 같은 책들이 청소년에게는 유명한 에스노그래피지. 다른 세계, 다른 문화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은 이런 책들을 읽어보면 정말 재미있을 거야. 영상을 더 좋아한다면 영상으로 구성된 에스노그래피도 있어. 이런 걸 만드는 사람이 바로 인류학자라는 사실, 알고 있었니?

 

Q. 다른 삶을 살아보는 노력이라니.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인류학자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는 어떤 것인가요?

일단, 뭐든지 잘 먹어야 해요. 사람이 먹는 건 다 먹을 수 있어야 하죠. 못 먹으면 살 수가 없으니까요(웃음). 그리고 아무 데서나 잘 수 있어야 해요. 이 두 가지가 인류학자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에요. 음식을 가리거나, 잠자리 바뀌면 잠을 잘 못 자는 사람들은 인류학자가 되기 힘들죠. 이런 신체적 조건이 필요해요. 그 다음에 필요한 게 태도죠. 사실 우리가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고 한다지만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어요. 절대로 다른 사람 입장이 되어볼 수 없는 것처럼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려는 노력은 해야죠. 최대한 상대방에 가까이 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해요. 인류학자에겐 그런 태도가 필요하죠.

 

Q. 올해 45년째 인류학을 공부하고 있으신데, 지난 45년 동안 가장 관심을 갖고 연구한 주제는 무엇인가요?

생태계에 대한 연구에요. 저는 생태학 공부도 많이 했죠. 1974년에 대학에서 조교를 했어요. 학생들과 경기도 용인으로 실습을 나갔어요. 그때 농가에서 가스버너를 두고 싸우는 부부를 발견했어요. 가스버너가 작동이 잘 안 되니까 부부가 서로 탓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가스버너가 대단히 특이했죠. 재래식 변소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이용하는 방식이었어요. 저런 걸 이용하면 자원 고갈의 문제나 생태계 파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 경험이 생태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요. 그때부터 ‘똥’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죠. 똥도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1992년에 쓴 책 제목이 <똥이 자원이다>예요. 그 책을 냈는데도 사람들이 별 반응이 없었어요. 빈정거리는 사람도 있었고요. 기분이 나빠서 2002년에 다시 낸 책 제목이 <똥도 자원이라니까>예요(웃음). 지금도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죠. 원시사회로부터 이어진 지혜를 바탕으로 이 심각한 환경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제 전공을 그래서 ‘생태인류학’이라고 해요.

 

Q. 그래서 댁에서는 특별한 변소를 사용하신다고요?

원래 제가 압구정동에 있는 아파트에 살았어요. 그러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주택으로 이사를 했죠. 생태변소를 쓰는 거였어요. 용변을 보고 물을 내려서 버리는 게 아니라 거름 같은 자원으로 만들어 쓰자는 거예요. 일종의 재래식 변소죠. 몇 년 하다가 지금은 실패했어요. 주변 집들에서 반대했거든요. 제가 만든 화장실이 옆집 부엌이랑 좀 붙어있긴 했어요(웃음).

 

Q. 그런 시도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수세식 변기의 버튼을 한 번 누르면 물이 얼마나 내려가는지 아세요? 평균 13리터가 내려가요. 네 식구가 살면 하루에 최소 100리터가 넘게 버려지는 거죠. 이건 심각한 문제에요. 이런 식으로 살다 보면 다음 세대에는 마실 물이 없죠. 물이 순환한다지만, 세상에 무한한 건 없어요. 예를 들어 제주도에 비가 한 방울 내리면 그 물을 다시 용수로 쓰는 데 8년이 걸려요. 상황이 이런 줄도 모르고 물을 마구 버리고, 지하수를 마구 뽑아 쓰다간 미래가 없죠.

동아프리카 마사이족을 연구한 적이 있어요. 거긴 건기와 우기가 있는 곳이죠. 우기에는 물이 풍부해요. 하지만 건기가 되면 상황이 달라지죠. 이들이 동트기 전에 하는 일이 물을 구하러 가는 거예요. 이슬을 따는 거죠. 그래서 하루에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물의 양이 1리터가 안 돼요. 마실 물조차 부족한 상황이죠. 이런데 우리가 한 번에 13리터씩 물을 버린다는 건, 정말 죄악이죠. 처음에 한국에서 수세식 화장실을 도입할 때 아무런 고민이 없었어요. 서양 것이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그런 걸 다 반성할 때가 된 거예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 매력적이지 않아? 전경수 교수는 그래서 가정에서도 이런 태도를 강조한대. 아버지라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한 명 한 명을 동일하게 대한다는 거야.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똑같은 비중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지. 이런 태도는 우리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생태계에 대한 걱정에 놀랐어. 우리가 무심코 하는 일들이 ‘죄악’일 수도 있다는 생각, 여태껏 해본 적 있어?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마실 물이 없는 미래를 원하지 않는다면.

 

Q. 부산에서 자라셨다고 들었어요. 청소년기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어떻게 인류학을 공부하게 됐나요?

뭐, 엄청난 모범생이었죠(웃음). 아버지는 함경도 출신이고 어머니는 제주도 출신이에요. 고등학교 때는 내가 키가 크니까 농구선수를 했어요. 아버지도 제가 농구선수가 되길 바라셨죠. 그런데 제 키로는 농구선수를 하기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했죠. 그래서 공부를 더 열심히 했는데 성적도 좋았어요. 그때는 육군사관학교가 제일 좋은 학교였죠. 그래서 선생님들이 육군사관학교를 가라고 했어요. 저도 그래야겠다고 생각했고요. 그 이야기를 아버지한테 했더니 펄쩍 뛰며 반대를 하시더라고요. 고향이 함경도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거예요. 당시는 반공 사상 같은 게 지금보다 훨씬 강했으니까요. 그때 참 많이 좌절했어요. 저와 상관없이 아버지의 고향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으니까요.

그때 아버지가 고고학 공부를 하라고 하셨어요. 정치에서 제일 멀리 있는 학문을 택하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서울대학교 고고인류학과에 진학했어요. 저는 모범생이고 말도 잘 들었으니까요. 고고학, 인류학이 뭔지도 모르고 간 거죠. 그렇게 또 고고학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까 고고학이 저와 안 맞는 것 같더라고요. 죽은 사람 말고 산 사람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원은 인류학과로 진학을 했죠.

 

Q. 그렇게 시작해서 45년 동안 인류학을 공부하고 계신 거네요. 인류학을 전공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였나요?

미국에서 유학할 때였어요. 그때 참 지도교수를 잘 만났어요. 공부를 혹독하게 했죠. 지도교수가 내주는 과제를 하다 보면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이는 것 같았어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아마존 사람들, 에스키모들은 어떻게 사는지가 보이더라고요. 그냥 생각으로만 대충 알게 된 게 아니라 실감이 났죠. 그때 기분이 참 좋았어요. 인류학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죠. 맨 처음 열일곱 명이 박사과정으로 입학했는데, 제가 제일 빨리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학교에서도 열심히 공부했다는 인정을 받은 거죠.

이런 일도 있었어요. 박사학위를 마치고 귀국을 준비하던 때 우연히 학과 도서실을 폐쇄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물어보니 도서실에 있던 책을 전부 중앙도서관으로 옮긴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옮기려는 책은 중앙도서관에 똑같은 책이 있었거든요. 책이 중복되면 별로 가치가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도서실 위원회에 이런 말을 했어요. “당신이 책 입장이 한 번 되어봐라. 책이 가치가 없어지는데 좋겠느냐. 지금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이 책을 나에게 달라. 그게 더 가치 있는 일이다.” 다른 입장이 되어보는 게 인류학의 첫걸음이잖아요? 책의 입장이 되어보라고 말한 거죠(웃음). 그렇게 설득을 해서 책 5,000권을 한국으로 가져왔어요. 지금은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도서관에 있죠. 제가 그 책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도 인류학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해요.

 

Q. 그럼 반대로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자금 문제 때문에 힘든 적이 있죠. 80년대 초반에 미국 경제가 나빠서 지원을 받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많이 힘들었던 적이 있죠. 10년 전쯤에 인류학 공부를 한 것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했어요. 처음에 제가 ‘죽은 사람’보다는 ‘산 사람’이라고 말하며 인류학을 택했잖아요. 죽은 사람은 대답이 없지만 산 사람은 대답을 하니까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제가 미처 생각 못 했던 게 있더라고요. 거짓말의 문제에요. 죽은 사람은 거짓말을 안 하지만 산 사람은 거짓말을 하잖아요. 아버지께서 2002년에 돌아가셨는데, 빈소에 앉아 있으면서 ‘아버지 말을 듣고 고고학을 계속 공부할걸’하고 후회를 했죠. 산 사람은 거짓말을 해요. 세상 모든 문제가 거짓말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지금도 그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거짓말에 대한 연구도 해 볼 생각이에요. 아마 거짓말에도 문화적 차이가 있겠죠? 인류학을 통해 연구할 수 있을 거예요.

 

전경수 교수는 185센티의 키에 숀 코너리 같은 외모였어. ‘멋있다’는 느낌이 들었지. 그가 농구선수의 꿈을 접고, 군인의 꿈도 포기하고 인류학자가 되는 과정을 듣다 보니 너희 생각이 났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겪겠지. 그래도 꾸준히 노력한다면 새로운 길이 찾아온다는 걸 전경수 교수의 이야기를 통해 알았으면 좋겠어. 너희에게도 전경수 교수가 인류학을 만난 것처럼 의미 있는 만남이 있을 테니까.

 

Q. 인류학자가 되어 얼마나 많은 곳에 다녀오셨나요?

그건 정확하게 세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어요. 오대양 육대주 안 가본 곳이 없죠. 연구를 하지 않은 곳은 유럽 지역이 유일해요. 나머지 지역에는 다 찾아가서 연구를 했어요. 정말 많은 곳에 다닌 거죠.

 

Q. 그럼 그 가운데에서 청소년들에게 가보기를 권하는 곳이 있나요?

그런 곳은 없어요. 어디가 좋다, 안 좋다는 건 결국 ‘내 문제’거든요. 내가 좋았다고 해서 그들에게 좋으리라는 법은 없죠. 거기에 간 사람의 문제에요. 얼마나 진지한 마음으로 찾아가느냐가 중요해요. 어디에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죠.

저는 위험하게 다녀온 곳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특히 스스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고, 그 위험 상황에 대해 생각하게 되거든요. 저는 아프리카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이틀 동안 의식 불명이었던 적도 있고 베트남에서는 식중독에 걸려 3일간 기절을 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인류학자니까 죽어가는 저를 관찰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약초를 빻아 주면 무슨 약초인지 물어보고…(웃음). 그렇게 치열하고 진지하게 다녀온 곳은 기억에 많이 남아있죠.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건, 놀기 위해 여행을 하지는 말라는 거예요. 여행은 휴식이죠. 요즘 사람들은 일하고 놀고 일하고 놀고를 반복해요. 쉴 틈이 없죠. 그래서 여행을 하고 와도 녹초가 되어 뻗어버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여행하는 동안이라도 좀 쉴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올해 퇴임이신데, 퇴임 후에 연구해보고 싶은 곳은 있으신가요?

연구라는 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하죠. 아직 결정된 건 아니지만 아마 중국으로 갈 것 같아요. 제 책이 <환경인류학>이라는 제목으로 중국에 번역이 돼 있거든요. 지금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중국의 한 학교에서 와 달라는 요청이 오긴 했어요. 아마 퇴임을 하고 거대한 중국 대륙의 생태와 환경 문제에 대해 다루게 되지 않을까 해요.

 

Q. 지난겨울에는 시골에 있는 학교로 강연 봉사활동도 하셨는데요. 주로 어떤 말씀을 하셨나요?

그렇게 고등학생을 찾아간 게 세 번이에요. 항상 하는 이야기는 비슷해요. 저는 고등학생들에게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요. 쉽게 말하면 육하원칙이에요. 육하원칙에 두 종류가 있는 거 아세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은 단답으로 대답할 수 있어요. 하지만 ‘왜’와 ‘어떻게’를 말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굴려야 하죠. 왜와 어떻게를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게 논리적인 사고예요. 이런 훈련이 없으면 그야말로 주입식 교육이죠. 이런 이야기를 학생들이 대단히 진지하게 받아들였어요.

강연봉사를 하게 된 건 제 경험과도 관련이 있어요. 제가 고3 여름방학 때였어요. 자습하러 방학 때 학교에 나갔는데 방송이 나왔어요. 서울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강의를 한다는 거예요. 학생들이 수학 문제 하나 배울 수 있다고 신나게 달려갔죠. 그런데 알려달라는 문제는 안 알려주고 그 교수가 ‘수학적 사고의 기본’을 강의했어요.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설명한 거죠. 다른 학생은 다 실망했지만, 저는 참 감동했어요. 그래서 제가 1982년에 서울대학교 교수가 되자마자 그분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기도 했죠. 논리적 사고도 비슷한 거예요. 시험에서 한 문제를 더 맞히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거죠.

 

자신의 경험을 지금 청소년들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전경수 교수의 태도가 훌륭해 보였어. 그리고 퇴임을 앞두고도 아직 팔팔한 ‘현역’인 에너지도 멋졌지. 고등학교 강연 이야기를 하다가 전경수 교수는 한 마디를 덧붙였어. 지금 학교의 문제에 관한 이야기야.

 

과거에는 학교가 지역사회의 중심이었어요. 지금 지역 문제를 보세요. 도시는 도시대로 과밀화되고 시골은 시골대로 과소화되고 있죠. 이런 상황에는 학교의 책임도 있어요. 지역의 문제를 학교 안에서 논의해야 하는데 지금은 대학 입시과정을 가르치기에 급급하죠. 지금 시골에 가보면 폐교되는 곳이 참 많죠. 그 학교들이 사실은 예전의 그 지역 사람들이 직접 만든 곳이에요. 예전에 학교를 짓는다고 정부에서 땅을 주는 것도 아니었죠.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땅을 사고, 벽돌도 나르고,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돌도 줍고, 그렇게 해서 생겨난 학교들이에요. 그야말로 학교가 지역사회의 중심이었어요. 다시 그 모습을 찾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공동체가 해체되고, 시골의 문제도 도시의 문제도 동시에 커져요. 개인적으로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지금의 ‘지역균형선발’ 이상의 기회를 지역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군이 좋지 않아도 서울대에 갈 수 있는 세상’, 그런 희망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Q.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아까도 말했지만, 저는 거짓말이 세상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강조하고 싶은 것도 ‘정직’이에요. 왜 이영돈 피디가 선정한 ‘착한식당’이 그렇게 인기가 있겠어요. 모두가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죠. 모두가 거짓말을 해서 거짓말에 대해 무뎌진 세상이에요. 그래서 더욱 정직한 게 중요하죠. 이런 게 그냥 당위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제가 45년 동안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얻어낸 결과에요. 지금의 작은 거짓말은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지만, 나중에 하는 거짓말은 큰 죄악이 될 수도 있어요. 정직하게 살길 바랍니다.

인터뷰/글 진주영

사진 이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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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우주학과

온종일 바쁘게 스마트폰 화면을 누비는 검지, 허나 태초의 검지는 그런 용도가 아니었다. 바로 우리의 친구 ET와 인사하기 위함이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 우리의 검지를 본래 용도로 돌아가게 하려고 존재하는 것만 ‘같은’ 학문, 천문우주학! 도대체 어떤 학문인고~? MODU와 함께 알아보자고!

 

좌측부터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11학번 유태화, 13학번 최우락, 12학번 이주헌

 

천문우주학과! 밤하늘의 별을 따는 학과인가요?

아닌데요.”

유태화(이하 태화) 우주의 기원과 진화과정에 대해 배워요. 앞으로 우주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도 공부하죠. 우주를 잘 이해하는 게 천문학의 목적이에요.

최우락(이하 우락) 천문우주학과라는 이름에서 천문과 우주를 떼어서 설명할게요. 천문학은 별이나 은하 등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우주에 대해 배우는 거고요. 인공위성이나 우주선과 관련된 연구를 통틀어서 우주학(우주과학)이라고 해요. 이런 것들을 천문우주학과에서 주로 배워요.

와, 그렇군요. 천문우주학과, 전국에 6~7개 정도밖에 없다고 들었어요. 이 과에 진학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우락 초등학교 때 교감 선생님께서 학생들 데리고 천문대에 가는 걸 좋아하셨어요. 저도 가보고 싶어서 몇 번 가봤는데 그때부터 우주에 대해 흥미가 생긴 것 같아요. 중학교 과학 시간에도 지구과학이나 우주 관련 내용이 제일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천문학을 더 공부했어요. 고등학교 때 관측 동아리 활동도 해보고요. 중간에 잠시 다른 진로를 생각한 적도 있긴 하지만, 천문 쪽에 가장 흥미가 있으니까 천문학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태화 저도 비슷해요. 어릴 때부터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세계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이런 것들이 궁금했어요. 어머니가 백과사전 같은 걸 사주면 우주에 대한 내용만 읽고 또 읽어서 그 부분만 다 닳기도 했어요. 장래희망에는 당연히 ‘천문학자’라고 적었고요. ‘나는 천문학자가 될 거야. 천문학자가 될 거야’라고 주문처럼 외우고, 다이어리에도 쓰고 막 그랬어요. 진짜 간절했거든요.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이주헌(이하 주헌) 닐 암스트롱을 보면서 우주비행사를 꿈꿨어요. 우주비행사가 되려면 뭘 하면 좋을지 생각해봤는데, 초등학생 때는 천문학 공부밖에 안 떠오르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관련도 없는데요. 그렇게 천문학 공부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크면서 우주비행사에 대한 꿈은 접었지만, 덕분에 천문학 공부는 더 열심히 했죠. 천문대에도 더 자주 갔고요. 지금은 우주비행사 말고 천문학자가 되는 게 꿈이에요.

학과 선택보다는 대학 간판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로 성적에 맞춰 대학을 진학하는 경우가 많은 요즘! 정말 흔치 않은 선배들을 만났다. 인터뷰하는 MODU도 깜짝 놀랐어! 이 선배들 말고 다른 선배들도 ‘정말 공부하고 싶어서’ 진학한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하니 더욱더 놀랄 노x100!

어릴 때부터 꿈꾸던 일이라 학과를 선택했을 때 부모님도 당연히 환영했을 것 같아요. 

태화 아니에요. 많은 학생들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진학한 사람들이에요. 부모님들이 “졸업하고 뭐 해먹고 살 거냐”고 물어보죠. (웃음) 사실 부모님이 보기엔 천문학이 별로 비전이 없잖아요. 그런 반대를 이겨내면 천문학과에 진학하는 거고, 실패하면 다른 과로 가는 거죠.

우락 천문 관련 학과 진학을 부모님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는 정보를 하나 주고 싶어요.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급 연구원이 되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수준의 연봉은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하는 것만큼 배고픈 학과는 절대 아니에요.

석박사라… 대학원을 가야만 한다는 거군요? 학비가… 비싸잖아요?  

주헌 보통은 대학원 학비가 비싼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대학원에 진학하면 학비를 내지 않아도 돼요. 오히려 생활비 지원도 받고 서울에서 혼자 먹고살 만큼은 여유를 보장해줘요. 장학금도 받을 수 있고, 수업에서 조교를 하면서 돈을 벌 수도 있으니까 천문학을 꼭 공부하고 싶다면 경제적인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멋지네요. 천문우주학과 전공 수업, 천문대 가서 별 보고 그러나요?

아니라니까요. “

태화 천문학과 하면 별~보고 낭만 있고 그럴 것 같잖아요.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좀 있죠. 실제로는 수학이랑 물리를 주로 하는 곳이에요. 별까지 거리를 구하기도 하고, 별의 질량을 계산하기도 하고, 관측한 자료를 분석하기도 해요. 낭만적으로 별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별 보는 건 보통 취미로 하는 거죠.

주헌 전공수업 중에 관측하는 수업이 딱 하나 있긴 해요. 천체관측법이라는 수업인데요. 흔히 생각하는 천문학 수업의 표본이죠. 큰 망원경으로 직접 관측하는 수업이에요. 단순히 별만 보는 건 아니고, 천문학자로서 전문적 관측법을 배우는 거죠.

오잇! 또 놀랄 노! 그럼 어떤 수업들이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우락 1학년 때는 천문우주학개론 수업을 들어요. 개론이라고 하면 지루하고 딱딱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교수님도 재미있게 잘 가르쳐주시고요. 특히 외국 사례를 많이 배우는데 왜 이런 연구를 했는지, 어떻게 진행했는지도 같이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워요. 이 수업을 통해서 천문우주학이 어떤 학문인지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주헌 저희 과는 그냥 앉아서 듣는 수업보다, 직접 발표를 하는 수업이 많아요. 발표를 하려면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죠. 외국사이트에서 번역되지 않은 자료도 찾아야 하고, 논문도 많이 읽어야 하고요. 힘들지만, 그냥 듣기만 하는 것보다 능동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태화 맞아요. 발표 수업이 진짜 많아요. 그래서 교수님들도 나중에 어디서 뭘 하든지 발표 하나만큼은 잘할 거라고들 하세요. 처음에는 어려워도 계속하다 보면 점차 자신감도 생기고 좋아요.

과 활동이 활발한 편이라고 들었어요.

우락 한 학번에 30여 명이라 전체 학년을 다 합치면 200명 조금 안 되는데요. 학과 내 소모임은 7개 정도 있어요. 사람 수에 비해 많죠. 야구, 축구, 풍물, 밴드 등 취미 동아리부터 천문 잡지를 만드는 동아리, 일산 천문대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천문 강의를 하는 동아리 등등 다양해요.

오! 정말 많네요. 몇 가지만 더 자세히 소개해준다면요?

태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소모임을 말씀드릴게요. 천문우주학과가 무슨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나 하겠지만, 이게 진짜 중요해요. 과거에는 망원경을 통해서 눈으로만 관측을 했다면, 지금은 엄! 청! 큰! 망원경이 관측한 자료가 다 컴퓨터에 저장되거든요. 그런 것들을 분석하는 게 필수이기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아야 해요. 그래서 학교 전산실에 모여서 학생들끼리 공부도 하고 그러는 거예요.

주헌 저는 우주라이크라는 잡지를 만들어서 천문우주학을 일반에 알리는 소모임을 하고 있는데요. 학생들이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에요. 우리 학교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서울대, 경희대 친구들도 같이 만들고 있어요. 페이스북 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답니다. 매호 선착순 30명에게 무료로 잡지를 보내드리고 있으니 ‘좋아요’ 눌러주세요!

MODU도 한 권 받고 싶네요. 꼭 보내주세요.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되나요?

태화 다들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더 할지 말지 고민을 많이 해요. 저는 공부를 더 할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고 지금도 천문학자가 되고 싶거든요. 천문우주학은 매번 바뀌고, 매번 새로운 게 나와요.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게 많지 않아서 살아 숨 쉬는 학문이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래서 더 궁금하고 재미있고 그래요. 다른 진로는 딱히 생각해본 적도 없어서… 대학원 가서 공부하다가 천문학자가 되지 않을까요? 뭐 공부 하다 하다 안 되면 나중에 라면집 하나 차리고 싶어요. 라면을 좋아하거든요.(웃음)

주헌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어 천문학을 시작한 만큼 아직도 우주에 가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천문학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가보고 싶어요. 전공수업을 들을 때마다 아직도 설레거든요. 수업 시작하기 전에는 ‘오늘은 뭘 배울까’, 수업이 끝나면 ‘와, 아직도 모르는 게 많구나’ 싶어서 신기하고 더 공부하고 싶고 그래요. 석박사 통합과정을 수료하고 교수가 되는 게 목표에요.

천문학이 내 길이다! 싶은 선배들의 대학원 진학률은 30~40% 정도. 대학원에 안 가는 다른 사람들은 뭐 하느냐고? 수학이나 물리학을 복수 전공해서 금융 쪽으로 취업하기도 하고, 다른 공대 전공을 복수 전공해서 천문우주학이랑 결합하기도 한다고.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춥고 배고픈 학문도 아니고, 다른 전공처럼 각자 노력 여하에 달렸다는 것! 잊지 말자고~

천문우주학과로 진학하고 싶어하는 MODU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요?

일단 오세요.”

우락 고등학교 때부터 아마추어 천문 관측 동호회를 나가고 있어요. 그런 단체가 꽤 많아요. MODU 친구들도 이런 데 나가서 한번 경험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한 천문학이랑 많이 다르구나 깨닫게 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해보고 싶다 하면 일단 오세요. 또 영어를 싫어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천문학은 한글보다는 영어로 된 자료가 더 많거든요.

주헌 특히 물리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진학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예전에 고등학교 후배를 만났는데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물리가 싫다는 거예요. 그런데 아까도 말했듯이 수학이랑 물리가 천문학의 핵심이거든요. 고등학교 때 배우는 지구과학보다도 물리가 더 중요해요. 별 볼 생각보다도 수학, 물리 공부할 생각으로 왔으면 해요.

천문학도가 되고 싶은 MODU 친구들! 별 보는 것은 취미로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기억하자. 수학이랑 물리, 거기에 영어까지, 선배들이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이유는 환상을 딱! 깨버리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오히려 환상 없이 천문학과에 입학해서 오래오래 공부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정말 천문학을 아끼고 사랑하는 선배들의 마음이 느껴지지? 열정적인 선배들을 만나 MODU도 신이 났던 하루였어. 훌륭한 천문학자가 될 요 선배들, 기억해두자. 나중에 TV에 나올지도 모르잖아~ 그때 내 연락받아주기!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깨알 인터뷰>

남녀성비는? 남자 3.5 ~ 3.8? vs 여자 1 정도? (소수점까지… 역시나 숫자에 민감한 이들!)

별자리나 점성술 잘 알겠네? 천문학과 다닌다고 하면 꼭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에요. 그런데 별자리는 경기도, 전라도 나누듯이 그냥 지도 같은 거예요. 넓은 하늘에서 위치를 구별하기 쉽게 편의상 나눠놓은 것뿐이에요. 별자리? 운세? 전혀 몰라요. 전혀!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이라는 외계인이 나왔는데 말이야. 외계인! 진짜 있을까? 이것도 천문학과생이 항상 듣는 소리 중 하나인데요. 저희도 있는지 없는지 잘 몰라요. 이런 건 안 배우거든요. 그러니까 제발 물어보지 마세요! (웃음)

와, 아직도 이런 걸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니 ^.^ 유치하다, 유치해. 우리 약속하자. 앞으로 천문학과 사람 만나면 이런 질문 하기 있기 없기? 없! 기! (그래도 MODU의 별자리 운세는 계속된다~ 빠라밤~)

 

<천문학과에도 차이가 있다?>

대학마다 천문학과의 이름이 조금씩 다르다고? 그 이유는!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서울대의 경우 ‘물리천문학부’라는 이름을 쓴다. 학부로 입학해서 나중에 물리학과 천문학으로 나누어지는 데 물리학 전공자가 훨씬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연세대와는 달리 ‘관측’보다 ‘이론’을 중요시하기 때문! 관측할 수 없는 머나먼 우주, 머나먼 시간을 연구하기 때문에 물리학에 중점을 둔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연세대는 ‘천문우주학과’라는 이름이다. 그 이유를 모른다면? 앞에 나온 인터뷰를 다시 한 번 자세히 읽을 것!

경희대 우주과학과

경희대는 ‘천문’이라는 단어가 없는 ‘우주과학과’라는 이름을 쓴다. 자체적으로 인공위성을 제작해 쏘아 올린 적도 있을 만큼 인공위성 분야의 강자다. 다른 학교가 이론을 연구하거나, 우주를 관측한다면, 경희대는 직접 위성을 만든다는 말씀!

이제 천문학과의 이름이 각각 다른 이유를 잘 알겠지? 천문학과에 가길 원하는 학생들은 이런 차이를 꼭 생각해서 지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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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글 – 권유미

사진 – 씨네21 오계옥

스타일리스트 – 안진정

메이크업/헤어 – 뷰티공간 김미혜, 이동관

의상협찬 – 아이비클럽

표지모델 인터뷰

매탄고등학교 3학년 오채림

 

안녕, 반가워요 이달의 표지모델 채림!

안녕하세요! 5월 표지를 장식하게 된 오채림입니다! MODU에서 표지모델이 됐다는 연락을 받고 자습시간에 친구들이랑 소리 지르면서 뛰어다닐 정도로 정말 기뻤어요! 학교에서 눈에 띄지 않는 학생이라서 주변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네가?’ 하면서 믿지 않았죠. 뛰어다니는 걸 본 사람들은 복권이라도 당첨된 줄 알 거예요.

 
 표지모델을 위해서 많은 준비를 했다는데 어떤 점을 열심히 준비했는지?

얼굴이 한번 부으면 잘 가라앉지 않는 편이에요. 그래서 촬영 열흘 전부터 물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마시고, 나트륨과 탄수화물 섭취는 아예 줄였어요! 팩도 매일 했지요. (쑥스) 포즈 생각해 오면 좋다고 하셔서 거울보고 연습도 했어요. (쑥스x2)

평소 모두에 관심이 많았다는 채림어떻게 알고 관심 가지게 되었는지?

MODU 잡지를 처음 본 건 1학년 1학기가 거의 지나갈 때쯤, 진로상담실에서였어요.
배부되기 전에 쌓여있던 잡지를 무심코 봤는데, 그때 본 “힘내지 않아도 돼”라는 문구가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더라고요. 우리는 항상 힘내야 한다고 강요당하잖아요. 저도 힘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칠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고요. 어른이 아직 되어보지 못한 청소년의 입장에서 그 말이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그 이후부터 MODU에 관심을 갖고 보게 되었죠. 카카오스토리에 열심히 댓글도 달았는데, 저 못 보셨어요?


봤지. 그래서 표지모델에 선정…?(농담) 홈페이지에서 지원 신청글에서 이름이 낯익었던 이유가 있었지! 지원할 꿈에 대해 자세히 적어준 것도 인상적이었어.


저는 방송국 PD가 꿈이에요. PD는 영상이라는 큰 그림을 제작해내잖아요. 저는 구성도, 과정도 중요하지만, 완성품인 영상에 큰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전달할 수 있잖아요. TV프로그램을 볼 때도 그렇고, 어렸을 적 모습을 담아놓은 제 영상들을 보면서도 두근거리는 마음이 생기곤 했어요. 그래서 모두에게 있는 소중한 시간을 기록하고,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도록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죠. 많은 친구들이 예능PD를 희망하지만, 전 휴먼다큐를 만드는 PD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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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의 롤모델이 있다면?

딱, 누구! 하고 롤모델로 정해놓진 않았어요. 하지만 배우고 싶은 점이 있어서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죠. 저는 공감을 일으켜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반하곤 해요. 그게 제가 꿈꾸는 PD이든, 지하철에서 어려운 이를 돕는 청년이든, 깨달음을 주는 학교 선생님이든요. 제 마음에 감동을 주고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가진 그들을 제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것만은 하고 싶어! 하는 10대의 목표가 있다면?

제가 영상을 한 편 제작하려고 기획하고 있어요. 이 영상이 화제가 되어서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가게 되는 것이 제 10대의 꼭 해야 할 일이고 목표에요! 인물검색에 제 이름이 올라갈 수 있다면 더 좋겠죠! 올해가 가기 전에 정말 ‘대박’인 영상물 제작에 성공할 거예요. 내용은 아직 비밀입니다. Project O 많이 기대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촬영 소감을 MODU친구들에게 이야기해줘!
MODU라는 이름답게(?) 모두들 친절하시고 편하게 대해주셔서 촬영 내내 정말 신나고 재미있었어요! 몇 시간 동안 표지 촬영을 위해서 많은 분들이 준비하고 진행하는 모습이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고, 또 개인적으로는 감사한 마음도 들었어요. 다시 이런 기회가 있다면, 이번 촬영보다 훨씬 더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고 싶어요.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해서 행복해요! :D

 

*채림이처럼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MODU 얼굴로 함께 하고 싶다면? 표지모델 이벤트 신청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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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5월

HOROSCOPE

이달의 운세 별들에게 물어봐

학업 STUDY 관계 RELATIONSHIP 연애 LOVE 금전 MONEY 건강 HEALTH

 

쌍둥이자리 5.22-6.21

S 책상에 앉아 패션잡지나 보니 성적이 오를까요. 어차피 살 수도 없는데… MODU나 봐요. 교과서보단 재미있잖아요?

M 급하게 돈이 필요한 친구가 있다면 친절히 도와주세요. VOS가 부릅니다. 이젠 남이야

행운의 물건 잉여킹, 핫쵸코 미떼

 

게자리 6.22-7.21

R 오렌지를 먹은 게 얼마나 ‘오렌지’. 그렇다면 수박을 먹는 ‘수 밖’에. 그래요, 우리가 그렇죠. 뭐.

L 솔로몬처럼 지혜로운 그대가 왜 아직도 혼자일까요? 의뭉스럽다고요? 하하. 그거야 당연히 솔로.몬이니까요. 파이팅!

행운의 물건 세일러문, MODU 홍보대사

 

사자자리 7.22-8.22

L 썸녀가 되고 싶은 여러분, ‘썸남’은 잠수를 타지 않아요. 절대. 자세한 사항은 요번 호 76p 참고^.^

H 학교 종이 땡땡땡~ 내 머리는 텅텅텅~ 밥이나 먹읍시다! 그게 우리 일상에서 가장 생산적인 일인 듯ㅋ

행운의 물건 겨울왕국 OST 음반, 초록색 분필

 

처녀자리 8.23-9.23

M 용돈이 모자란 달이네요.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어버이날 선물을 사야 하거든요. 그냥 용돈을 받지 말아봐요. 그게 진정한 효도!

R 날씨가 참 좋네요. 파리 에펠탑을 바라보며 바게트나 뜯고 싶어요. 그래요, 거기! 파바로 고고!

행운의 물건 보라빛 물고기, 초능력

 

천칭자리 9.24-10.23

H 햇볕이 점점 뜨거워지네요. 내가 짧은 옷을 안 입는 건 살 때문이 아니에요. 내 피부가 소중하기 때문이죠.

R 꽃이 필요한 건 깨끗한 물이지, 너의 오줌이 아니에요J 노상방뇨 하지 마요~ 지켜보고 있다!

행운의 물건 류현진 사인볼, 수박 빙수

 

전갈자리 10.24-11.22

S 수능이 200일 남았네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1년 200일이라 생각하면 좀 더 속이 편해지니까요. 남은 200일 힘내요.

M 5월에 용돈 운이 엄청 많이 보이네요. 근데 2014년 5월은 아니에요.

행운의 물건 연탄재, 코코넛 라떼

 

사수자리 11.23-12.21

R ‘얼짱 각도’가 아래에서 위쪽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카톡하는 척하며 셀카질을 할 수 있을 텐데…

S 이번 달 성적은 마치 계란빵에 계란이 들어 있는 것처럼 정직하네요. 그동안엔 붕어빵 속 팥 같았음…찍!신!

행운의 물건 똥빵, 썸남썸녀

 

염소자리 12.22-1.20

L 바나나 껍질 함부로 버리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달콤한 사람이었느냐. 고딩땐 누구나 모쏠! 암암!

S 공부가 안될 땐 뜰에 줄을 매달아봐요. 뜨레주르에 갈 수 있을 거예요~ 야! 식! 타! 임!

행운의 물건 고등어 샌드위치, 썸녀

 

물병자리 1.21-2.18

M 살이 팍팍 찐다고요? 요즘 헬스가 참 싼데…아, 그래도 등록 안 하는 게 이득! 어차피 안 갈 거니까~

R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구요? 그럼 밤새워 스마트폰을 하세요. 데이터가 가루가 되어 사라질 때까지. 파이팅!

행운의 물건 하정우 먹방, 30% 할인된 미스터 피자

 

물고기자리 2.19-3.20

H 오늘은 뭘 먹을까요. 피자? 아웃백? 급식시간 20분 전 그런 생각이라도 해봐요. 상상은 자유니까요.

L 비비크림 대신 씨씨크림으로 바꿨다고요? (…)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해서 CC가 될 순 없어요. 그게 그거니까요.

행운의 물건 씨네21, 짝짝이로 신은 양말

 

양자리 3.21-4.20

R 예전에는 포장마차에서 참새구이도 팔고 그랬는데 몰랐죠? MODU 친구들 역시 어리구나. ‘참 새’로운 사실이네…

R 어버이날이 다가오네요. 뭘 드릴지 결정했나요?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게 속 쓰리죠? 10년이 지나도 그 속이 계속 쓰려요.

행운의 물건 실밥 터진 교복 치마, 매점 빵

 

황소자리 4.21-5.21

S 졸리는 수업시간의 정적을 깨뜨리는 유쾌한 소리! 빰빠바밤~(음표) 어헛, 수업 중에 게임은 안돼요!

L 체력 유지를 위해 하루에 5번 식사를 하면 어떨까요? 비만에 걸려 이성 친구를 예방함으로써 성적을 올리는 효과가 있어요

행운의 물건 구시대 유물이 된 애니팡, 10원

 

글/권태훈

이미지 제공: 런던 디자인 뮤지엄

관찰과 창의력,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를 만들다

패션디자이너 폴 스미스

 

가장 영국다움을 잘 표현하는 디자인, 품위 있는 클래식 속에 유머와 위트, 전 세계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영국 총리와 팝의 전설 비틀스도 팬임을 자처하는 브랜드. ‘폴 스미스 (Paul Smith)’ 를 가리키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매년 수많은 브랜드가 생겼다가 사라질 만큼 빠르게 유행이 변화하는 패션 시장에서 폴 스미스는 생긴지 불과 30여년 만에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구찌, 샤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이 브랜드를 오늘날 전 세계 70개국, 250개 매장을 가진 패션 왕국으로 건설한 사람이 바로 영국 출신 세계적인 디자이너 폴 스미스다. 그는 디자인과 패션에 대한 어떠한 정규 교육도 받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더 창의적이고 재치 있는 디자인을 만들며 세계 패션 시장을 이끌고 있다. 브랜드 폴 스미스를 대표하는 독특한 컬러조합의 얇은 줄무늬 패턴 (일명 멀티 스트라이프) 만큼이나 독특하고 재미있는 디자이너 폴 스미스의 삶. 그 속에서 그의 창의성과 예술적 상상력의 원천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어떻게 ‘재미있는 인생’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공부가 싫어 학교를 그만두고 자전거 선수를 꿈꾸다

1946년 영국의 노팅엄에서 태어난 폴 스미스는 어릴 적 난독증 때문에 글을 잘 읽지 못했다. 이는 자연히 학습장애로 이어져 학교 성적 또한 몹시 낮았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부모님 또한 교육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탓에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고 결국 학교에 지루함을 느낀 폴 스미스는 15살 때 자퇴한다. 학교를 그만둔 기쁨으로 즐거워하던 것도 잠시, 그는 며칠 뒤 아버지가 소개한 의류 창고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도와야 했다. 그렇게 우체국 배송 업무를 돕고 잔심부름을 하던 어릴 시적 폴 스미스의 꿈은 자전거 사이클 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자전거에 무척이나 관심을 보였던 그는 일주일에 평균 600km씩 자전거를 타며 사이클 선수가 되기 위해 맹연습을 했다. 그러나 자전거 연습 도중 자동차와 부딪히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다리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게 되었고, 결국 18살 때 자전거 사이클 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다.

 

디자인과의 첫 만남, 경험을 통한 배움

하지만 이 불의의 사고와 병원 입원이 폴 스미스를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서게 한다. 병원에 함께 입원해있던 사람들과 친해져서 퇴원 후 맥줏집을 갔을 때였다. 그곳에서 그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는 친구들을 만나 얘기하며 디자인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마치 새로운 빛을 보는 것처럼 예술과 디자인의 세계에 이끌리게 된다. 그러나 선뜻 디자인을 시작할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과 본인이 학교를 자퇴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술집에서 자기 패션 가게를 여는 것이 목표이던 여성 디자이너 ‘자넷’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는 디자인은 할 줄 알았지만 가게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폴 스미스도 가게 운영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지만 자넷과 함께 일한다면 디자인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자신 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제가 그런 부분은 잘 압니다. 같이 일합시다”

늘 긍정적이던 폴 스미스는 경험이 없었지만 자신 있게 부딪히면서 그녀를 도와 부동산 계약을 하고 매장도 꾸미면서 결국 가게 오픈에 성공한다. 그곳에서 그는 6년간 일하며 디자인을 배우고 언젠가 자신의 가게를 열기 위한 돈도 착실히 모은다. 1970년, 24살의 나이로 폴 스미스는 독립하여 첫 가게를 열었다. 그 해에 그는 왕립예술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한 6살 연상의 여성 폴린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그녀는 연인이자 스승 같은 존재로서 그에게 재단하는 법과 더 넓은 디자인 세계를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그 둘은 결혼에 성공한다.

클래식 속의 위트, 영국을 넘어 전 세계로

우연한 기회로 디자인을 배우고 디자이너로서 옷 가게까지 열었지만 초기에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무명의 디자이너에게 사람들은 관심을 주지 않았고 폴 스미스는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일주일의 4일은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머지 3일간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디자인을 자유롭게 연습했다. 그리고 다시 6년이 지난 30살 때 그는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폴 스미스’를 새롭게 선보인다.

상반된 성격을 함께 배치하여 조화시키는 것이 브랜드 ‘폴 스미스’의 특징이었는데, 이를테면 바깥쪽은 클래식한 슈트지만 안쪽은 화려한 색상과 튀는 디자인 패턴을 배치하여 의외성을 주는 식이었다. 이러한 의상은 당시 젊고 개성이 강하며 도시적인 남성들의 성향과 정확히 맞아 떨어지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1980년대 런던에서 트렌디한 남자들은 모두 폴 스미스 의상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폴 스미스’는 영국을 넘어 뉴욕, 파리, 그리고 아시아까지 급속도로 번져나갔는데, 특히 일본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루이뷔통과 프라다 등 전통 명품 브랜드를 모두 제치고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유럽 패션 브랜드가 되었다. 이러한 폴 스미스의 성공에는 그만의 차별화되는 매장 디자인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브랜드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게 직접 모든 매장을 디자인하였으며 심지어 가게가 위치한 도시마다 그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조금씩 모두 다르게 만들었다. 이러한 전략은 매장에 대한 호기심을 높이고 브랜드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이바지했다.

 

창의성의 원천, 관찰과 상상

오늘날 ‘폴 스미스’는 의상에서 가방, 향수, 생수병,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며 사랑받고 있다. 어떻게 이런 위트 있는 창의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었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세상 어디서 무엇을 하든 영감을 얻습니다. 인도를 여행하며 아름다운 색을 보거나 벽화를 볼 때, 심지어 지금 인터뷰하면서도 당신을 관찰하며 영감을 얻습니다. 세상은 정신없고 재미있는 모험으로 가득 차있고 새로운 것투성입니다. 관찰과 상상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는 다른 사람의 디자인이나 패션 잡지는 전혀 보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로 머리를 채우기 싫기 때문이다. 대신 연필과 메모장, 카메라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 가능한 모든 순간과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이를 영감으로 디자인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과정이 항상 즐겁다. 폴 스미스가 직접 쓴 자서전의 긴 제목은 그 자체로 디자이너들,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 창의성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You can find inspiration in everything

and if you can’t ,

look again

(당신은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다시 한 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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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핫이슈

1.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건 죽음이야. 이미 알고 있던 친구들도 있을 거고, 이번 사고를 통해 알게 된 친구들도 있겠지. 죽음의 무게를 모르는 이들이 가뜩이나 슬픈 국민들의 마음에 분노를 일으켰어. 이번 비극을 두고 ‘시체장사’ 운운한 보수논객이 있는가 하면, “80명이나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며 적반하장을 서슴지 않은 해경도 있었어. 인터넷 사이트에 악성 글을 적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도 어김없이 등장했지. 교실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해. 슬픈 일에 슬퍼할 줄 알고, 말하는 데 신중할 줄 아는 것도 ‘좋은 사람’이 되는 중요한 조건이야. MODU를 읽는 너희만큼은 꼭 좋은 사람이길.

2.
대학에 기묘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어. 교육부가 ‘대학 특성화 사업’이란 명목으로 학과별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거든. 여러 학과가 사라지거나 합쳐지는 이유는 하나야. 바로 돈 때문이지. 교육부는 학과를 잘 조정한 학교에 5년간 1조 원이라는 큰돈을 지원하기로 했어. 이에 따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지. 불어교육과와 국제통상학과를 합치려는 시도가 있는가 하면 ‘돈이 안 되는’ 학과는 서슴없이 없애려 하기도 해.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돈놀이에 빠져있는 현실, 씁쓸하다 씁쓸해.

3.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야. 가정의 달이 있는 이유는 늘 마음에만 두고 있던 ‘감사함’을 표현하라는 뜻일 거야. 많이 힘들어서 다른 사람을 둘러볼 여유가 없는 너희. 이번 달만큼은 부모님께, 그리고 어린 동생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건 어떨까. 분명, 부모님도 어린 동생도 부쩍 예민해진 너의 눈치를 보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4.
비틀즈라는 그룹을 한 번쯤은 들어봤지? 예스터데이, 렛잇비 같은 노래는 지금도 많이 사랑받고 있으니까. 비틀즈가 결성된 건 1960년이야. 이만큼이나 오래 지난 밴드의 이름을 너희도 알고 있다는 건 그들이 이미 ‘전설’이라는 뜻이겠지. 지금 살아 있는 비틀즈의 멤버는 두 명. 그 가운데 비틀즈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폴 맥카트니가 5월에 처음으로 내한해. 한국의 수많은 비틀즈 팬들이 표를 예매하느라 예매사이트는 오랫동안 불통이었어. 혹시 너희 중에도 가는 사람이 있어? 그래, 세상에는 그런 올드한 취향의 학생도 있어야겠지.

5.
학생은 학교에 가지만 직장인은 쉬는 날, 알고 있어? 바로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야. 근로자의 날은 ‘메이데이’ 혹은 ‘노동절’이라고도 해. 우리나라에만 있는 날이 아니야. 메이데이가 처음 생겨난 건 1889년이야. 역사도 오래됐지? 이날이 처음 생겨난 건 ‘하루 8시간 노동’을 위해 싸운 미국의 노동자를 기리기 위해서래. 하루 8시간만 일하는 게 너무 힘들었던 시기였으니까. 하루에 열 시간도 넘게 학교에 있는 너희가 보면 그게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몇 년만 지나면 너희도 학생이 아니라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5월 1일을 너희가 기억해야 하는 이유야.

6.
지난달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충격적인 이야기. ‘신입생 엑스맨’이란 별명으로 등장한 이 남자는 6년 동안 무려 48개 대학에서 신입생 행세를 했대. 명문대를 돌아다니며 수업도 듣고, 동아리 가입도 하고, MT도 갔다 왔지. 실제 학교에 다니는 재학생을 협박하는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어. 이렇게 자기가 만든 세계를 진실이라 믿거나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걸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해. 엑스맨은 일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자책감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고 해. 명문대생이 더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해서 벌인 일이라는 것도 정말 소름 끼치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