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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글/ 이진혁, 진주영

진로탐색-연간플래너

커버스토리

고등학교 시절 한 선생님이 이런 제목의 시를 읽어주셨어.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선생님은 “나중에 커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며 후회하지 않게 지금부터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어. 시의 내용은 그런 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근데 있지, 지금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돼. ‘아…. 그때 알았더라면’ 하고 말이야. 어느 순간 ‘내가 되고 싶은 사람’과 ‘지금의 나’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이런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미리 준비를 해야겠지. 그래서 MODU가 마련했어. 나중에 너희가 커서 “나는 그때부터 알고 준비했지”라고 말할 수 있는 방법을 말이야.

지금부터 뭘 해야 할지를 아는 것, 그건 내 진로를 정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 진로는 ‘나아갈 길’이라는 뜻이야. 아무리 빠른 육상선수가 있어도 트랙을 제대로 달릴 수 없다면 결승선에 도착할 수 없겠지? 마찬가지야. 아무리 학교에서 공부를 잘해도 자기의 진로를 정해놓지 않으면 꿈을 이루기가 힘들어. 이건 내신보다 수능 점수보다 중요해.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을 찾는 것, 그래서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길을 걷는 것 말이야. 좋은 대학에 가면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사실 뻥이야. 성적이 좋아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서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후회하는 친구들을 나는 수도 없이 많이 봤어.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게 결코 좋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야.

너희는 지금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이 있니? 없다면 지금부터 고민하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진로를 정해놓으면 성적도 확실히 오른다는 말씀. 목표가 있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일이야. 그렇다면 진로를 찾을 때는 어떤 것들을 고민해야 할까? 제일 먼저, 자기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아야 해. 사실 가장 좋은 진로는 너희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거든. 가끔 스스로에게 물어봐,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하고.

물론 한 번에 답이 나오지 않을 거야. 도저히 생각해도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겠지. 그렇다고 불안해하지는 마. 너희가 지금 많이 방황할수록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난 믿어. 그때의 방황은, 너희도 알지 못하는 너희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일일 테니까. 너희의 길 찾기를 MODU도 도와주고 싶어. 이제 시작되는 새 학기, 새 학년. 올해를 어떻게 보낼지 다들 많이 고민할 거야. 올해를 여러분의 진로를 찾아보는 일 년으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MODU가 2014년 진로 찾기 플랜을 마련해 봤어. 학교를 열심히 다니면서도 할 수 있는 일들로 엄선했으니 유심히 읽어봐! 분명 도움이 될 거야.

 

길고도 짧은 방학이 끝나고 드디어, 아니 벌써 개학이야.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학년만 자꾸 올라가네. 이를 어째! 문과? 이과? 수시모집? 정시모집? 어느 학과? 꿈?! 정해야 할 것은 태산인데 가만히 앉아 멍~ 때리고 있니? 안돼~ 그라믄 안돼~ 2014년을 아주 알차게 보낼 진로활동 목록을 MODU 에디터들의 체험기로 준비해보았어! 함께 고고싱!

 3,4,5월 살랑살랑한 봄에는?

-교내외 동아리 활동

동아리 하나쯤은 들어줘야 이 시대의 진정한 고딩 아니겠어? 학기 초에는 특히 여러 동아리에서 모집을 많이 하니까 지금이 기회라고! MODU의 한 에디터는 고등학교 동아리 친구들하고 아직도 연락하고 있대! 심지어 그 친구들의 진로가 비슷비슷하다고 하는데? 공통 관심사를 바탕으로 졸업 후에도 유사한 길을 걸어가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동아리 활동은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아. 게다가 동아리 담당 선생님하고도 친해질 수도 있으니 소중한 멘토가 1명 더 늘어나는 거나 마찬가지!

-대학탐방

꽃피는 봄이 오면 대학가에도 낭만이 펼쳐진다! 수줍수줍 귀염귀염하던 고 1 시절, 친구들과 함께 대학 탐방을 했던 썰을 풀어볼게. 건국대, 세종대 찍고 어린이 대공원까지 가는 코스였어. 대학의 낭만에다 동심까지 느낄 수 있었지. 거리도 가깝고 말이야! 건국대는 한창 축제 시즌이라 건국우유도 나눠주더라고. 당시에는 소심소심해서 건물 안에는 못 들어가봤는데 MODU 친구들은 당당하게 마구마구 살펴봤으면 좋겠어.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테니까! 훈내가 진동하는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다 보면 꼭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될 걸?

-강연회

유명한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강연회에 찾아가는 거야. 요즘 이런저런 강연회가 넘쳐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지? 개인적으로는 가수 이은미, MBC 아나운서 서현진, 광고인 박웅현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을 강연회에서 만나 사인도 받았어. MODU 친구들도 주말을 활용해서 멋진 연사들의 강연을 들어봐! 아무리 재미없는 이야기도 교훈 하나씩은 안겨준다니까. 믿어보렴.

 

Q1. 진로를 결정할 때 대학 전공이 많이 중요한가요? 

A1. 대학 전공은 대학 간판만큼이나 평생 따라다니지. 예를 들면 이런 거야. 해외 숙소 예약은 영문과 나온 은지 씨가 하고, 형광등은 전기공학과 나온 보미 씨가 갈자 등등이지. 우스갯소리 같지? 맞아. 전공은 진로 선택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아. 생각해봐. 100살까지 사는 인생에서 딱 4년 공부한 전공이 우리 인생을 좌지우지한다면 그것만큼 무서운 일이 또 있을까? 물론 고등학교 때 원하는 학과를 정해놓고 공부하는 것은 좋지. 하지만 그게 진로의 전부가 된다거나 학과에 얽매여서 다양한 분야를 보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야! 게다가 대학 입학 후에 전과, 부전공, 복수전공, 편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공을 바꾸기도 늘리기도 한다고. 그러니까 제발 시야를 넓게 가지자!

 

 

 6,7,8월 방학을 아기다리 고기다리하는 여름에는?

-자기계발

어릴 때부터 기자가 되는 게 꿈이었어.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중에서도 기자가 제일 ‘있어 보였기’ 때문이야. 글을 잘 쓰는 게 중요할 것 같아서 주말마다 글쓰기 교실에 다녔어. 대학에서 열리는 강좌였는데, 여러 책도 읽고 글쓰기도 하는 수업이었지. 이런 강좌는 주변에도 참 많으니, 관심이 있다면 조금만 찾아보면 등록할 수 있을 거야. 수업 말고 다른 책들을 읽을 수 있는 건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더 똑똑해진다는 우월감도 들고, 조금 더 빨리 어른이 되어간다는 느낌 같은 게 있었지. 대입 논술 시험 때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고.

-봉사활동

주말마다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했어. 동아리 활동이었지. 처음에는 힘들고 귀찮았지만 하다 보니 좋은 게 많았어. 제일 좋은 건, 스트레스 해소가 된다는 거야. ‘스트레스 해소’하면 소리 지르고, 떠들고, 부수고, 그런 게 먼저 생각나잖아. 근데 장애인들을 만나고 오면 그것과는 다르게 스트레스가 해소돼. 내가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배부른 것인지’를 알게 되거든. 남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지도, 씻지도 못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여러분의 고민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각종 공모전, 대회

MODU의 또 다른 에디터는 문학소녀였던 과거를 떠올려봤어. 소설과 시를 보고 감탄에 빠져 이렇게 저렇게 써보는 것을 좋아했던 한 소녀는 백일장을 찾아 열심히 짐 보따리를 싸게 돼. 백일장을 위해 산 넘고 물 건넜던 그 순간들은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거름이 되었다고.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 상금뿐만 아니라 대학 입시에도 도움되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바다, 바람, 심지어 밥상과 멍 때리기까지의 모든 순간이 다 ‘어른이 되는 길이었다!’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해. MODU 친구들도 끌리는 분야의 공모전이나 대회 등에 참가해봐. 그 분야에 흥미가 있는지 아닌지, 적성에 맞는지 아닌지 등을 잘 알 수 있는 방법이 될 거야.

 

Q2. 학교 공부만 해도 시간이 모자란 데, 다른 활동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A. 물론 학교 공부가 우선이라고 생각해. 너희의 진로에 ‘경험’과 ‘동기’와 ‘스펙’이 필요하다면, 학교 공부는 기본적인 경험이고 동기이고 스펙이야. 그건 인정해야지. 그러나 학교 공부만으로 너희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뭔지 아는 건 쉽지 않아. ‘다른 활동’을 쓸데없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또 뭔가 거창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희가 하루 동안 공부하는 시간은 사실 지금도 지나치게 많아. 그 시간을 모두 공부하는 데 쓰고 있는 것도 아니지. 버려지는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는 것, 봉사활동을 하는 것, 한 번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 이런 게 TV나 스마트폰을 보는 것보다 더 유익하지 않을까?

 

 

9,10,11월 여전히 고독고독한 가을에는?

-독서모임

말도 살찌는 계절, 독서를 통해 우리의 뇌에 영양분을 주자! 그런데 혼자 읽기 힘들다고? 그럴 때는 독서모임을 만들어봐. 분명 모든 친구들이 독서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테니까 같은 책을 읽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기부여가 되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야. 같은 반 친구들도 좋지만 다른 반이나 다른 학교 친구들과 함께 해보는 것도 좋겠어!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난다니 참 흥미롭지 않아? 그렇게 다양한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오르는 언어영역 성적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입시와 상관없는 책, 모임 등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직업 탐방

초등학교 시절, 유재석과 이나영이 라디오 PD로 나왔던 <좋은친구들>이란 시트콤을 보고 PD의 꿈을 키웠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인터넷 카페를 통해 현직 PD를 만났고, 같은 꿈을 꾸는 카페 회원들과 방송국도 견학했어. 당시 라디오 DJ였던 이문세 아저씨가 라디오 부스 안에서 손을 흔들어줬던 기억이 아주 생생해.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선망하는 직업을 위해 자료 조사, 직업인과의 만남 등의 경험을 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뿌듯해! 이 외에도 직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다양할 거야! 더 추워지기 전에 내가 꿈꾸는 직업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해보자!

-취미생활

최근에 MODU가 만난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아, 참고로 약간 슬플 수도 있다? 시작할게. 그 친구는 새 학교로 전학 와서 친구 없이 약간 쓸쓸한 시기가 있었다고 해. 그때 그 친구를 위로해준 건 바로! 미.술.관! 시간 날 때마다 미술관을 다니면서 점점 예술작품에 흥미를 느꼈고 이와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대. 그래서 지금은 미술사학과 지망생이 되었지. 게다가 MODU 에디터가 그 사연을 듣고 미술사학과 졸업생을 멘토로 소개해주었다는 것은 안 비밀! 어때? 지금 당장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그래야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Q3. 사관학교에 가서 장교가 되고 싶은데, 키가 작아서 못 갈 수도 있대요. 어떡하면 좋나요?

A. 신체적 조건 때문에 되고 싶은 길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키 때문에, 색각이상이 있기 때문에, 혹은 다른 질병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꿈꿔왔던 길이 막다른 길처럼 보이기도 해. 그럴 때는 절망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관학교에 갈 수 없다는 걸 아는 그 순간, 절망하지 않는다면 너의 앞에는 다른 수많은 가능성이 펼쳐지는 거야. 사람은 꼭 한 가지만을 하기 위해서 태어나지 않는 법이거든. 그리고 세상에는 자기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최고가 된 수많은 사람들이 있어. 루게릭병에 걸렸지만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된 스티븐 호킹, 평발의 축구선수 박지성 등이 유명하지.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보자. 젊음이 좋다는 건 그런 것 때문이 아닐까?

 

 

12,1,2월 호빵 먹고 호떡 먹고 붕어빵 먹고 살찌는 겨울에는?

-미래의 나에게 편지쓰기

예전에 한 통일 전망대에서 느린 우체통을 이용한 적이 있어. 엽서를 써서 보내면 1년 뒤에 도착한다는 거야. 1년 뒤의 내가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면서 온 정성을 다해 썼던 기억이 나. 물론 막상 받아보니까 정말 성의 없더라고. 하하. 지난번에는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또 그런 엽서를 쓴 적이 있어. 스님이 완전 잊었을 때쯤 보내준다고 했지. 그런 경험들을 통해 내가 느낀 것은 그 엽서를 쓰는 순간만큼은 정말 간절하게 미래의 내가 지금처럼만이라도, 혹은 지금보다 훨씬 잘살기를 바란다는 거야. MODU 친구들도 한 해를 마무리하며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써봐! 미래의 내가 어떤 모습이면 좋을지를 상상하며 글을 쓰다 보면 좀 더 마음을 다잡게 되지 않을까?

-나 홀로 여행

혼자서 내일로 기차여행을 3번 다녀온 에디터가 추천하는 혼자 여행! 여행 자체도 신 나지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야. 우선 이 에디터는 낯가림을 고쳤다고 해. 여행지에서 스마트폰에 의지해 길을 찾는 것보다 지역주민한테 묻는 것이 더 빠르거든. 살기 위해 이리저리 캐묻고 다니다 보니 어느새 ‘낯가림?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가 되어있었다고. 이 외에도 사람들이 혼자 여행을 추천하는 이유는 아주 다양하지. 1년을 마무리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면 혼자 여행을 가봐! 당일치기도 괜찮아. 혼란스러운 마음을 모두 싹싹 정리하고 새 학기를 맞이해보자.

-새 학년 계획 세우기

헉헉. 숨차다, 숨차. MODU가 추천하는 총 12개의 계획 중 마지막은 바로 새 학년 계획 세우기! 올해 하고 싶었지만 못해본 활동, 혹은 올해 해봤더니 참 좋았던 활동들을 모아 모아 내년 계획을 세워보는 거야. 한 해 동안, MODU가 추천하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한 뒤에도 꿈을 찾지 못하면 어떡하느냐고? 그래도 괜찮아. 다시 하면 되니까. 그렇게 쉽게 꿈이 정해진다면 이 MODU란 잡지도 없었을 거야. 또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좋아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을 찾았다면 내년에는 그 꿈에 한발 더 다가서는 노력을 해야겠지? 자자, 걱정하지 말라고! 다 잘 될 테니까!

 

1년 동안 12개! 성실히 쌓아보자. 덧붙여서 1년에 8번 나오는 MODU 속 인물들을 모두 만나보라고! 1권당 3~4명의 인물이 나오는 MODU만 열심히 봐도 1년에 20명! 나중에 직업을 선택할 때 정말 큰 도움이 될 거야.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한테 관심이 가는지, 기사를 읽고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은 누구인지 등등 잘 생각해봐. 그리고 MODU에 메일을 보내보는 거지. ‘몇 년도 몇 월호에 실린 누구를 만나고 보고 싶은데 어떻게 안될까요?’라든지, ‘이런 사람 만나고 싶어요. 인터뷰할 때 따라갈래요!’라든지. 방법은 참 무궁무진한 것 같아. 더 궁금한 점, 혹은 요청사항이 있다면 contents@modumagazine.com으로 메일해~ 카톡 하면 앙대요. 전화해도 앙대요~

 

[ted id=1830 lang=ko]

캐빈 브릴 (Kevin Breel): 우울한 희극인의 고백 (http://goo.gl/opMbOq)

글 윤서영

검색어: breel

케빈은 겉에서 보기에는 정말 인기 많고 활발한 친구야. 그는 농구팀의 주장이고, 연극반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 성적도 우수해. 친구들이 많이 오는 파티에도 자주 가는 사교적인 성격이야. 하지만 사실 그는 우울증을 앓고 있어. 그것도 꽤 오랫동안.

케빈은 우울증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누군가가 다리를 다치거나 팔을 다쳐서 깁스를 하게 되면 빨리 나으라고 위로를 하지만, 누군가가 우울증에 걸렸다고 하면 우리는 어쩔 줄 몰라하면서 그를 피해버리고 말지. 30초에 한 명 꼴로 지구 상의 사람들이 자살로 자신의 목숨을 끊고 있는데, 우리는 그러한 상황을 개선하고 치료하는 데에는 관심이 전혀 없지.

케빈은 우울증이 자신을 힘들게도 했지만, 삶을 바라보는 인식을 훨씬 넓혀주었다고 해. 고백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꺼낸 케빈의 이야기를 들어봐.

[ted id=1694 lang=ko]

이현서(Hyeonseo Lee): 북한으로부터의 탈출 (http://goo.gl/kRt6Wz)

글 윤서영

검색어: north korea, Hyeonseo Lee

소치 올림픽 이후로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이 후끈후끈! 한 요즘이야.

이 와중에 조금은 무거울 수 있지만, 북한에서 탈출한 이현서 님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이현서 님은 어릴 적에는 자신이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었대. 그러다가 7살 때 처음으로 공개 처형을 목격하고, 주변에서 굶어 죽게 되는 사람들을 존재를 알게 되면서 북한의 현실에 눈을 뜨게 되지.

10대의 어린 나이에 그녀는 용감하게 혼자 중국으로 탈북하고, 남한으로 귀화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도, 그녀는 꿋꿋이 대학에 입학하려고 준비하지. 그러던 중에 자신이 북한으로 송금한 돈 때문에 곤란하게 된 가족의 이야기를 듣게 돼. 20살의 나이로, 가족 전체를 탈출시키고 북한 → 중국 → 라오스까지 수천km를 횡단하게 되지. 이 엄청난 무게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펼치는 그녀의 TED를 들어봐.

[ted id=66 lang=ko]

 

로빈슨 Ken Robinson 학교가 창의력을 죽인다. (http://goo.gl/ySP7g3)

글 윤서영

검색어: ken

이 TED TALK를 하는 켄 로빈슨 아저씨는 영국에서 교육에 대한 헌신과 성과로 기사 작위를 수여 받은 아저씨야! 교육에 대한 헌신으로 기사 작위를 수여 받다니, 정말 멋진 것 같아. 그러한 상이 있다는 것 자체도 말이야.

KEN은 “창의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의 중요함에 견주어서 이야기해.

현재의 교육체제는 수학/ 언어학/ 과학과 같은, 산업 사회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과목들 위주로 위계가 형성되어있지. 우리도 국/영/수가 중요한 과목이라고 떠올리잖아. KEN은 그러한 교육체계의 기원 자체가 19세기에 나온 것이어서 21세기의 현재와는 실정에 맞지 않은 것이라고 해. 21세기는 창의성이 보다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사회로 들어서고 있으니까.

왜 우리는 수학을 가르치듯이, 춤이나 노래를 가르치지 않을까? 매일 매일 40분씩, 춤을 가르치는 학교는 없을까?

이야기 중간에 <오페라의 유령>, 그리고 <캣츠> 등의 뮤지컬 안무를 맡았던 질리언이 그녀의 재능을 어떻게 발견한 이야기도 아주 흥미진진해.

0 1112

MODU 14 3

HOROSCOPE

이달의 운세- 별들에게 물어봐

학업: STUDY 관계: RELATION 연애: LOVE 금전: MONEY 건강: HEALTH

양자리 3.21-4.20

H 얼마 안 있으면 생일이네? 건강관리 잘해 …. 난 네가 MODU를 오래 봤으면 좋겠거든 ….

R 갑자기 확 바뀐 MODU가 어색하다고요? 나도 네가 어색해요. 어디 병원이에요? 의느님 짱!

행운의 물건 울라프 USB, 다람쥐똥 커피

황소자리 4.21-5.21

S 겨울방학 동안 공부를 못해서 걱정이라고요? 너무 놀기만 한 것 같다고요? 하하. 괜찮아요. 지금도 놀고 있잖아요. 재미지게~

L 커플은 싸우겠네요. 꼬치꼬치 캐묻다가 닭꼬치가 되겠어요. 솔로는 그냥 닭…쳐.

행운의 물건 ET 잠옷, 서비스로 온 군만두

쌍둥이자리 5.22-6.21

H 오늘 아침도 반찬 투정했나요? 굶었나요? 급식 맛있게 먹어요^.^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이 그리워질 거예요.

R LET IT GO가 유행이네요. 그렇다고 해서 막 부르고 그르지 마요. 우린 엘사가 아니거든요. 걍 일개 인간일 뿐. not 엘프.

행운의 물건 메마른 물티슈, 낙엽

게자리 6.22-7.21

M 돈을 모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입을 늘리기보다 지출을 줄이는 거래요. 그런데 쓸 돈이 있어야 지출을 줄이죠.

L 외로우면 참외를 먹어봐. 참외를 먹으면 참 외로워지거든. 참 외로운 과일이야. 참외.롭다.

행운의 물건 내 짝꿍의 새치, 무당벌레 귀마개

사자자리 7.22-8.22

S 아무 생각 안 나는 한 달이네요. 다음 달엔 달라질 수도 있어요. 2% 정도? 2% 부족할 때 요즘도 파나요?

R MODU 카카오톡은 게임초대 보내라고 있는 곳이 아니에요. 생산적인 것 좀 보내봐요. 예를 들면 커피 기프티콘 같은 거…

행운의 물건 스타벅스 텀블러, 비키니

처녀자리 8.23-9.23

H 겨울 동안 맛있는 거 많이 먹어서 포동포동 찌워놨는데, 봄 여름이 온다는 사실. 아… 계속 겨울이면 좋겠다고요? 됐고, 손에 있는 빵이나 내려놔요.

L 관심 가는 사람에게 3월 14일에 용기를 내 고백해보세요.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을 거예요.

행운의 물건 녹음되는 볼펜, 똥광

천칭자리 9.24-10.23

M 생각지 않게 돈을 잃을 수도 있는 달이에요. 절대 3월 모의고사 성적표를 집에 가져가지 마세요.

S 공부가 안되나요? 괜찮아요. 이제 우리나라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뒤에서 1등은 영원히 기억될 듯 ^.^

행운의 물건 노란 깃발, 붕어빵

 

전갈자리 10.24-11.22

S 별자리 운세 코너인데 ‘운세’가 없는 것 같다고요? 그런 거 살필 시간에 참고서를 살피세요.

L 뚜 뚜루뚜뚜~ 뚜루뚜뚜~ 꺄 축하해요! 올해 연애운이 있네요. 한 3시간 정도? 하하하

행운의 물건 못 반지, 감정을 가리는 장갑

사수자리 11.23-12.21

R 서울에서 길을 잃었을 땐 남산 타워에 올라가세요. 서울이 한눈에 보여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

M 신학기라 참고서, 인터넷 강의 구매 등 많은 공부 계획들을 세웠을 텐데 무리해서 실천하지 마세요. 안 쓰고 버릴 물건도 줄이고 돈도 벌 수 있어요.

행운의 물건 열쇠 잃어버린 자물쇠, 손난로

 

염소자리 12.22-1.20

L 새로운 반에 좋은 인연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네요. 뭐, 이런 느낌은 작년에도 들었죠?

R 등교하는 버스 안에서 선생님을 만났다고요? 어서 스마트폰을 해요! 그래야 선생님도 맘 편히 이어폰을 끼실 거예요.

행운의 물건 2G폰, 자메이카 국기

물병자리 1.21-2.18

L 세상에! 완전 피곤해요! 집으로 순간 이동하고 싶은데 왜 내 옆에는 완벽한 도민준 씨가 없을까요? 그야 네가 천송이가 아니니까요.

M 분명 한 달에 한 번씩 용돈을 받는 것 같은데 남는 게 없다고요? 두 번을 받아봐라, 남나.

행운의 물건 한라봉 맛 캬라멜, 스팸 문자

물고기자리 2.19-3.20

L 정수리에서 페로몬이 대박 나온다면서요. 정수리 냄새를 더욱 강력하게! 나의 썸남썸녀 공략! 물도 샴푸도 아끼고 환경도 보호하고!

R 톡에 친구는 많은데 막상 톡 날릴 친구는 없다고요? 그럼 카카오스토리에서 MODU를 검색해봐요. MODU가 친구가 되어줄게요.

행운의 물건 팥쥐, 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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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탐

남녀상열지사: 탐의 연애가이드

 

설레는 봄이 왔다. 봄 하면 설렘. 설렘 하면 또 라뷰라뷰 아니겠어? 여러분을 위한 설렘설렘 시리즈 제2탄. 지난 12월 호에 편파적으로 남자를 위한 팁이 많았다는 피드백 접수. 때문에 준비했다. 이름하야 사내를 설레게 하는 99% 방법.

 

 

남자들을 설레게 하는 여자. 지난번 이야기했듯, 예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웨일이라는 가수가 있어. 그녀가 불렀지.

남자들은 다 똑같아~ 남자들은 다 똑같아~ 다 늑대 같은 놈들이야~ 하~ whale in the water~ 남자들은 다 똑같아. 그저 이쁘면 다 좋아하지. 사랑 그거 너무 별거 없어, 그저 이쁘면 돼에에에에 예~ 아하~

 

이별노래보다 슬픈,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이 노래를 일단 강력 추천하면서, (꼭 들어보길. 난 이 노래 때문에 기타도 샀음) 이 가사가 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는군.

앞서 말했듯 나는 이 노래가 정말 좋아서 기타를 사서, 친구들이랑 놀 때 막 치면서 노래를 하고 있었어. (훗 엉망진창이었다는 건 비밀인데…)내가 이 노래를 불러줘도 애들이 못 알아들으니까 결국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서 보여줬는데, 그때 한 친구가 가사를 듣고 말했지. 예쁘면 되는 게 아니라, ‘일단’ 예뻐야 되는 거야. 하고.

그만큼 남자들에게 외모는 중요한 무기로 적용되지. 하지만! 이렇게 태어난 걸 어쩌겠어. 아무리 엄마를 붙들고 왜 이렇게 낳았냐고 울어봐야, 일단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잖아. 잠깐만 눈물 좀 닦고 올게…

 

 

 

#에디슨이 말했지. 1%의 영감과 99%의 노력에 대하여. 그렇다면 노력으로 설렘도 공략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자, 일단 엄마에게 약조를 받아냈어. 눈에 선을 그어주시기로 하셨단 말이야. 그리하야 내게 광명을 찾게 해주실 그 날보다 앞서! 당장의 노력으로 예쁨을 얻을 수 있는 방법, 뭐가 있을까?

 

노출

노출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해. 노출 (露出) [명사] 겉으로 드러나거나 드러냄. 자,자, 다른 생각들 말고 무엇을 노출해야 할까? 바로 마음을 보여주라는 이야기! 옛날 같으면 여자는~ 여자는~했던 일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인 요즘! 여자들도 적극적인 대쉬가 이상하지 않은 요즘이지만. 약간의 표현만으로도 큰 호감을 살 수 있다는 사실! 남자의 말에 동의를 표현한다거나,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거나! 큰 웃음으로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속마음 노출이 가능하다는 사실!

최근 유명했던 3초 인사법. 다들 기억하려나. 3초간 빤히 눈 마주친 모습에서 남자들이 여자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는 기술인데, 3초가 생각보다 짧지 않거든. 그런 기술을 선사하는 여자들 역시 훌륭한 능력으로 마음을 노출하고 있는 셈이지.

 

오늘은 내게 낼게

정말 많은 오빠들이 이야기해준 포인트. 50:50으로 칼같이 나눠 내라는 말이 아니라고 강조들 하더군. 여자가 먼저 일어나 지갑 여는 모습만 봐도 너무 사랑스러워진다는 오빠도 있었어. 돈을 내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 아이스크림 하나라도 사주려는 행동 하나, 말투 하나에서 충분히 호감 분출 가능! 하다고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강조했어. 남자는 기본적으로 여자에게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아! 칼같이 1/n의 더치페이 문화에 익숙한 여자들과 달리 오늘은 내가 쏜다! 하는 게 남자.(물론 남자들도 더치페이를 하지만!) 친구에게 쓰는 돈도 아니고 여자에게 쓰는 돈이 아까우랴! 당연하다는 듯 계산하는 남자의 뒷모습을 지나 문을 열고 나가는 게 아니라, 작은 성의를 잊지 않는 센스 있는 우리가 모두가 되자!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 들어봤음?

또로로 잊을 만하면 나오는 표현이지. 왜 옛날부터 우리는 이 표현을 즐겨 쓸까. 그만큼 사람은 소리에 따라서 호감을 갖게 되는 동물이라는 것! 사람뿐만 아니라 필자가 키우는 개도 얌마! 하고 거칠게 부르는 것과 돌프야~하고 애교 있게 불러주는 것에 따라 아주 다른 반응을 보이지. 눈이 동그래져서 내가 무슨 죄지음? 하고 돌아보는 게 얌마!라면 돌프야~에는 나 맛난 거 줄꼬임?하고 반짝반짝하는 눈으로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다구. 남자도 똑같아! 틱틱거리는 말투, 정감 없는 목소리는 NG. 절대 NONONO. 억양이나 톤, 목소리 자체를 바꿀 수 없다면 애교 있고 다정다감한 말투는 우리, 노력해서 가질 수 있잖아! 틱틱거리는 말투는 엄마한테 해도 왕 꿀밤 맞는데 말이야…

 

개그콘서트에 왜 방청객들의 소리가 배우만큼 크게 들릴까

사람은 기본적으로 웃어주는 이에게 관대한, 넓은 마음이 생기게 되어있다. 봐, 내가 발표 하나를 해도 시큰둥하니 앉아있는 친구들 앞에서가 당당해져 아님, 나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열심히 경청하고 웃어주는 친구들 앞에서 당당해져? 당연히! 누구나 후자를 선택하겠지. (전자라면 당신은 상담이 필요하다. 어서 메일을 보내라) 사람이 웃으면 긍정의 기운이 솟아나요!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면! 그 무엇도 다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감 폭발!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사람 없다는 속담 역시 괜히 있는 말이 아니야. 활짝 웃고, 밝게 웃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고, 그건 남자라면 더욱이 여자를 보고 음? 응? 하고 한 번 더 돌아볼 여지를 만들어준다구!

 

이름만으로 설레는 스킨십

스킨십! 이거 참 건전하고 따듯한 단어인데 많은 왜곡이 있지. 지금 이걸 읽고 있는 너도 왜곡된 단어로 막 읽고 있는 거 아니야? 자꾸 개로 예를 들어서 미안하지만^.^ 우리 돌프는 예쁨받고 싶을 때 와서 마구 몸을 부비적부비적. 어떻게든 무릎에 앉아보려고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려. 발라당 몸을 뒤집어 까서 배를 긁어달라고 낑낑거리기도 하고. 비단 개만 그럴까? 사람 역시 마찬가지야. 속상하고 힘든데, 꼭 안아주면 그저 마음이 풀려버릴 때가 있어. 지쳐서 어깨가 축 늘어져 있는데 꼭 잡아주는 손, 전혀 이상한 그림이 아니야. 그마만큼 우리는 스킨십을 좋아하지. 따듯한 온도가 일단 닿으면! 헐 대박 싫어…라고 말할 사람이 그 누가 있으랴. 따듯한 햇볕이 등에 와 닿으면 아 햇볕 따듯한 거 정말 짜승나~!(발음 그대로 읽어야 함)하고 인상을 팍 찌푸리는 일! 정상적이지 않지… 그런데 여기서 남자가 먼저! 아무 사이도 아닌데 여자에게 ‘터치’를 하는 건 철컹철컹이 되기 십상! 여자가 먼저 아주 작은 스킨십으로 호감을 표현한다면 남자는 이 작은 행동 하나에도 호감을 훅! 보일 수 있다는 거지. 팔을 톡톡 두드리거나, 나란히 앉을 때, 이야기할 때 자연스러운 터치! 등 더 자연스러운 거 있으면 제보 바람.

 

자, 이렇게 예쁜 얼굴 말고 예쁠 수 있는 팁을 편파적으로! 드려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비단 남자를 설레게 하는 방법에만 해당될까?

, 가족 간선생님께도 이런 모습은 누구에게나 예쁨받는,

후후 적절히 요긴하게 사용해서 예쁨받은 .

너흴 위해 언니가 작은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

쨘! 휴. 이 언닌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네… 얘들아. 행복하렴^^.

 

 

 

필자소개:  권탐

밤이면 자? 통화가능 해?라고 울리는 전화 때문에 비행기모드를 선호하는 만인의 연인.

*팬심 가득한 레터와 사연, 제보는 여기로 contents@modumagazine.com 불만은 안 받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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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윤민재, 박윤성

국경으로 가는 길

네 남자, 넉 달 반의 차량 여행 이야기 vol.3

 

크고 무서운 사람들_윤성

자정을 넘긴 시각의 케이프타운 롱 스트리트. 우리는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거리로 나오는 순간 긴장이 됐다. 건물 대부분은 굵은 철창이 단단하게 내려와 있었다. 주변에 경찰서는 없는지, 두리번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덩치 큰 흑인들이 가득한 거리에 동양인은 우리 둘뿐이었다.

 

‘저기 가보자.’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핫도그를 파는 곳이 있었다. 눈치를 보며 먹는 말라 비틀어진 핫도그가 유난히 뻑뻑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음식이라고 입에 넣으니 긴장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제서야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어두컴컴한 거리는 군데군데 요란한 조명이 켜져 있었다. 조명이 있는 곳은 하나같이 시끄러웠는데, 술집이나 클럽 같아 보였다. 도로변 인도는 상당 부분이 건물의 베란다들로 덮여있어 매우 어두웠다.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뒤에서 소리가 났다.

 

“What?”

“What!”

 

민재와 커다란 흑인이 대치하고 있었다. 민재도 꽤나 큰 편인데, 그 남자는 민재보다 머리 반 개 정도가 컸다. 몸집은 족히 두 배는 되어 보였다. 도대체 저 무서운 남자랑 이 밤중에 뭐하는 짓인가? 나라도 소리를 지르며 달려야 하는 건가? 하지만 민재와 남자는 아랫입술을 내미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들어 빈 손바닥을 보였다. 다행히 그냥 넘어가는 것 같았다. 큰 남자는 뒤로 돌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사라졌다. 나는 민재를 잡아끌어 종종걸음으로 숙소의 철창 안전문 안으로 들어갔다.

 

 

 

“야, 방금 뭐였어?”

“아 별거 아냐. 담배 지갑 때문에 그랬어. 이거 뒷주머니에 넣어놨는데, 훔치려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런 거야.”

 

민재는 검정 낙타 가죽 담배 주머니를 흔들며 이야기했다. 생김새가 꼭 지갑 같았다. 흑인 남자가 오해할 만했다.

 

“그냥 손이 막 들어온 거야? 어떻게 알았어?”

“아, 아까 나오면서 일부러 삐져나오게 넣어놨었어. 좀 보이라고. 여기 진짜 위험한지 보려고 그랬지. 근데 오 분도 안 걸리네.”

“야, 미쳤어? 끌려가서 맞으면 어쩌려고.”

“에이, 아까 밖에 사람 많았잖아. 숙소 앞이기도 했고, 그리고 이건 뭐 훔쳐가도 별거 없는 물건이니까. 아무튼 장난 아니다 여기. 아까 걔 덩치 봤지?”

 

할 말이 없었다. 당돌하고 겁 없는 녀석이다. 황당한 방식이긴 했지만 이곳의 치안 상태는 확인했다. 지갑은 가방 속에 숨겨두고 딱 필요한 돈만 가지고 다녀야겠다.

 

 

적응, 여행 준비_민재

일찍부터 눈이 떠졌다. 2층 침대에서 내려오니 박윤성은 아직 자고 있다. 밤새 이를 벅벅 갈더니 여전히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것 같다. 먼저 샤워를 하고 컴퓨터를 챙겨 게스트하우스의 테라스로 나와 앉았다. 박윤성을 여기까지 데려오긴 했는데,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나? 목록부터 만들어 보자.

 

  1. 중고차량 구매 및 차량 등록
  2. 폴리스 클리어런스 등 제반 문서 마련
  3. 차량 보험 가입
  4. 캠핑장비 구입
  5. 함께할 또 다른 백인 친구 찾기

 

목록을 작성하니 막막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 것일까? 우선은 차량 구매가 가능한지, 그리고 재판매 역시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은 유경험자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다. 우선은 은영 아저씨께 전화를 드려 만나 뵐 수 없는지를 여쭈었다. 아저씨와 점심 약속을 잡은 뒤, 게스트하우스의 관리인에게 중고차 구매에 대해 몇 가지를 물었다. 그는 정확한 정보는 알지 못하지만 남아공에서 외국인이 차량을 구매하고 등록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는 답변을 주었다. 시작이 좋다. 박윤성을 깨워야겠다.

 

 

“일어나.”

“아웅 몇 신데.”

“잘 만큼 잤어. 빨리 일어나서 씻어.”

“아, 알았어.”

 

우리는 부엌에서 토마토 치즈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물가가 서울 수준인 이곳, 체류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요리를 해먹는 편이 낫다. 샌드위치를 씹으며, 오늘 하고자 하는 일들을 이야기했다.

 

“우선 중고차 여행이 정말 가능한지 아직 확신이 없잖아? 오늘은 어떤 것들을 어디서 확인해야 하는지 정보 수집을 좀 하자.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진행하자는 거지.”

“좋아. 아프리카 오버랜드 책에 대강의 정보가 나와 있으니까 이거 토대로 준비하면 되겠다.”

“응, 근데 책만 믿다가는 분명히 실수가 생기니까 발로 뛰는 게 좋을 것 같아. 여기에 비슷한 종류 책이 있는지도 좀 알아봤으면 좋겠어. 있다가 은영 아저씨께서 들르신다고 했으니까 그때까지는 나가서 돌아다니자.”

 

우리는 밖으로 나가 인근 서점과 여행사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여러 지도들과 책자 등을 찾을 수 있었지만 입맛에 꼭 맞는 것은 없었다. 대신 여행사 직원들로부터 차량을 등록하는 것이나 국경을 넘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는 있었다.

 

 

자동차를 살 수 있을까?_윤성

“너희들 이거부터 받아라.”

“아저씨 이게 뭐예요?”

“아주머니께서 너희들 가져다주라고 김밥이랑 유부초밥을 만드셨네.”

“우와! 감사합니다.”

 

은영 아저씨가 아니었더라면 얼마나 막막했을까? 앞길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나타난 은영 아저씨는 마치 구세주 같았다. 차량에 대한 민재의 질문에 은영 아저씨께서는 몇 가지를 대답해주셨다.

 

“일단 남아공에서 외국인이 중고차를 구매하는 건 가능한 일이야, 직거래랑 매매소가 있는데, 직거래가 좀 더 싸고 좋은 물건을 구할 수는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등록하는 절차나 국경 같은 경우는 내가 정확히는 모르겠으니 조금 더 알아보면 좋을 것 같다. 시간이 괜찮다면 지금 차량관리국에 가서 알아볼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래 주시면 저희야 정말 감사하죠. 아 그리고 아저씨, 혹시 황열병 주사도 맞을 수 있을까요?”

“아마 근처에 있을 것 같다. 여기 관공서는 금방 문을 닫으니 서두르는 게 좋겠다.”

 

차량관리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은영 아저씨는 주의사항을 열거했다. 차량 문을 항상 잠글 것, 해가 지면 돌아다니지 말 것, ATM을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주위를 살필 것 등 대부분 치안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이곳에서 5년간 생활하신 아저씨의 주의사항을 들으며 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도착한 차량 관리국, 원론적으로 우리의 계획이 가능한 것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필요한 서류의 목록과 그것을 처리해주는 관공서들의 위치 역시 알아냈다. 마지막으로는 병원에 도착하여 민재에게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혔다. 무언가

착착 진행되는 것 같이 느껴졌다.

 

 

부모님의 걱정_민재

어느 날, 새벽 6시. 휴대전화가 울려댔다. 잠결에 휴대전화를 확인하니 아버지. 비상시에만 사용하기로 한 전화인데,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받아보니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격양된 목소리로 나를 나무라시는 아버지와 한참을 이야기했다. 우리의 아프리카 차량 여행에 대한 불안감에 전화를 하셨던 것. 위험하게 꼭 차량으로 여행을 해야 하느냐는 말씀에 좀 더 생각해보고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 했다.

 

“아버지셔?”

 

아래층 침대에서 윤성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엉, 트럭킹* 하라시네.”

 

트럭킹* 말 그대로 트럭을 타고 아프리카 이곳저곳을 다니며 일주하는 여행

 

우리는 부모님들의 걱정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프리카와 우리의 여행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다시 잠에 들었다. 그리 편안한 대화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프리카 차량 여행을 준비하며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다. 어떤 이들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며 부럽다는 반응을 보였고 어떤 이들은 불가능한 일이며,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매우 위험한 일이라 했다. 여행 준비를 도와주신 은영 아저씨께서도 몇 번이나 트럭킹 등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물으셨다. 아프리카 그리고 차량 여행, 우리를 향한 혼재된 시선들 속에서 나는 몇 번 정도 차량 여행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책과 블로그 등을 통해 같은 방법으로 아프리카를 여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마음을 다졌었다. 여행이 모두 끝난 지금, 누군가 꼭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겠다.

 

“하세요. 저는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아프리카를 그렇게 여행하는 사람들 꽤 많아요. 만약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도와줄게요.”

 

 

불안_윤성

아버지의 전화를 받은 뒤로 민재는 불안해했다. 다음 날 은영아저씨께서도 전화로 걱정이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사실 서류상으로 가능하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케이프타운에서 만난 사람들조차도 우리의 여행 계획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다. 한국인 숙소에서 만난 사장님, 호프에서 만난 친구들과 게스트하우스의 여행자들도 그러했다. 급기야 민재는 ‘다른 방법으로 여행할까?’ 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롱 스트리트에 즐비한 오버랜드 전문 여행사들의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한 달 코스로 남쪽과 동쪽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상품, 두 달 코스로 아프리카를 종단하는 상품. 우리의 계획과 비슷한 루트의 여행상품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환상이 너무 커져 버렸던 탓일까? 트럭투어 상품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나는 민재에게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밀어 붙여보자고 이야기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돌이켜보면 동물만 보는 것이 아프리카 여행이 아니었다. 여행을 하면서 계획을 짜고 준비하고 꾸려나가는 과정 역시 여행이었다. 사자만큼이나 케이프타운의 현지인들이 무섭게 느껴졌었고 중고차 시장은 사막만큼이나 넓게 느껴졌다.

 

사실 우리 부모님도 걱정이 많으셨다. ‘꼭 차를 사서 여행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수차례 하셨다. 그때마다 ‘일단 아프리카에 가서 상황이 괜찮으면 진행할게요.’라고 말씀드렸었다. 그 뒤로도 전화통화를 할 때면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험악한 사건 이야기를 들으셨다며 근심 어린 말씀을 하셨다.

 

 

결심_민재

도착한 지 벌써 열흘, 얼마 뒤에 스캇이 비행기 표를 끊을 것이다. 윤성과 스캇은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이곳까지 오는 것이다. 나는 여행 방법을 정하고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종이에 오버랜드 트럭투어와 지역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 그리고 중고차 여행을 적었다. 그리고 각각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과연 나는 어떤 여행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박윤성과 스캇에게 최고의 형태는 어떤 것일까? 나는 정말 중고차 여행을 시작하고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을까? 나는 윤성에게 물었다.

 

“정말 중고차 여행해보고 싶어?”

“음, 하고야 싶지 당연히. 그런데 왜? 부모님 때문에?”

“응, 그런 것도 있고 막상 시작하려니 겁도 난다.”

“사고 같은 거 날까 봐?”

 

사고는 어떤 방법으로 여행을 하든지 간에 날 수 있다. 두려운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내가 너나 스캇을 끌어들였잖아. 그런데 이 여행이 만약에 실패하거나 하게 되면 좀 힘들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윤성은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어깨를 툭 치며 대답했다.

“에이 왜 그런 걸 생각해. 여기서 실패한다고 너 탓할 사람 아무도 없어. 그게 왜 네 탓이야. 결국 내가 내 발로 여기에 온 건데. 적어도 나는 안 그럴게.”

 

잠들기 전, 2층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 통화목록에 적힌 아버지의 이름을 보고 있었다. 아버지 말씀대로 그냥 오버랜드 트럭투어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인도 여행 중 자꾸만 의견을 묻는 내게 로베르토가 이야기했었다. ‘왜 자꾸 나한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어보니? 내 여행은 내 여행이고 니 여행은 니 여행이야. 누구도 대신할 수는 없는 거야. 넌 네 여행을 해야만 해.’

 

 

그렇다. 아프리카에 있는 것은 나 자신이지 아버지가 아니다. 지금 나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사람은 박윤성이지 어머니가 아닌 것이다. 만약 중고차 여행을 포기한다면 그 뒤에 따라올 후회는 부모님 때문이었다고 말할 것인가? 아프리카에서 중고차를 사겠다는 아들이 불안하신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없다. 이곳의 상황은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며, 나 자신과 내가 원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나는 정말이지 친구들과 함께 초원과 사막을 달리고 싶었다.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나름의 자신도 있다. 나는 박윤성을 불렀다.

 

“자나?”

“아니 왜?”

“최대한 빨리 차 한 대 뽑자.”

“진짜? 갑자기 뭐야? 마음먹은 거야?”

“아 그냥 빨리 차 뽑자. 내일 아침부터 알아보자.”

“맥주 한잔 할까?”

“아니, 빨리 자자. 내일부터 서두를 거야.”

“그래, 일단 자자.”

 

후련했다. 이제 단단히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늦게까지 차량을 구매할 방법들과 부모님의 불안감을 덜어드릴 방법들을 생각하다가 잠에 들었다.

 

 

 

 

 

케이프타운의 중고차 시장_민재

남아공은 중고차의 천국이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케이프타운의 벨빌 이라는 곳인데, 약 5km에 걸쳐 중고차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차량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벤츠와 BMW, VW, 푸조 등 각종 브랜드의 차량들이 즐비했다. 거래되는 차량은 적게는 5년부터 많게는 20년 정도 된 것들이다.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 중고차를 대량으로 들여와 수리하여 판매하는 것이 꽤나 훌륭한 사업이라고 했다. 중고차들에겐 제2의 탄생지라 할 수 있겠다. 아주 오래된 차량들도 수리해서 사용하고 신차의 판매 비중이 낮기 때문에 중고차의 가격은 일이 년이 지나도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중개상을 통하지 않은 개인간 거래 역시 활성화되어있다. 개인 간 거래를 할 경우 중고차 시장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사기를 당하거나 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들었다.

 

‘아프리카 오버랜드’에 따르면, 성공적인 아프리카 차량 여행을 위해서는 사륜구동의 일본 차량이 가장 좋다. 그리고 수동 변속기와 수동 레버로 열고 닫는 창문 등 뭐든지 오래되고 간단하면서 튼튼한 것이 좋다. 전자장비는 고장이 날 경우, 수리하는 것이 어려우니 지양해야 하며, 짐 싣는 곳에는 캐노피가 있는 것이 사람과 원숭이 등 약탈자들로부터 물건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좋다. 또한 캐노피가 있을 경우, 그 위에 텐트를 설치할 수 있어 사자와 하이에나 등 포식자들로부터도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할 수도 있다.

 

 

네팔에서 박윤성을 꼬셔오길 잘했다. 윤성은 군에서 운전병으로 복무했는데, 덕분에 차량에 대해 나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차량을 보는 나의 눈은 해태나 염소의 그것과 비교할만했다.

 

중고차량 판매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차량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곳으로 가자던 윤성에게 나는 적당한 가격의 ‘닛산 사니’를 강하게 주장했다. 자주색의 깔끔한 외관과 새로 덮은 비닐 시트로 꾸며진 내부가 마음에 들었는데, 이 정도 차라면 국립공원에서 사파리 사업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차량은 엔진 소리가 소달구지 같았으며, 에어컨은 작동하지 않았는데, 창문 버튼을 눌러도 창문이 절대로 내려가지 않는 무서운 차량이었다. 뜨거운 사막에서 창문도 열지 못하고 불타는 비닐 시트에 앉아있는 상상을 하니 정말이지 끔찍스러웠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그 옆의 보다 튼튼해 보이고 수동창문이 달린 차량을 골랐다. 이번에는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중고차 고르기_윤성

민재 때문에 똥차들과 씨름하던 중, 그 모습이 우스워 보였는지 판매소의 사장이 직접 나왔다. 안 된다고 했는데도 민재는 똥차들을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열어보고를 반복했다. 성실한 놈, 이곳이 벌써 열한 번째 판매소다. 나는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다.

 

‘정녕 이 똥차들 중에서 골라야 하는 것인가?’

 

아무래도 창문도 안 열리며 에어컨도 안 되는 놈을 택하느니 디젤에서 휘발유로 과감하게 엔진을 교체를 했지만 그나마 창문은 열리는 Hilux로 선택해야 할 것 같았다. 예산 부족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나마 덜 똥차인 걸로 골라야 하는 현실이 서글펐다.

 

“이런 차를 사면 솔직히 불안할 것 같은데.”

“그쵸?”

 

은영 아저씨의 말씀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야 너희들 이리 와보렴.”

 

얼씨구, 사장이 직접 나온다. 이따위 똥차들을 팔면서 사지도 않을 거라면 꺼지라는 것인가? 그런데 사장이 우리를 잡아끌고 가게 구석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사무실 옆에 주차되어 있던 깔끔한 픽업트럭을 보여주었다. 미쓰비시 콜트 V6 3000 이라고 적혀있었다. 민재가 대뜸 물었다.

 

“이건 무슨 차야? 왜 가격표가 없지?”

“이건 내가 직접 타고 다니는 차니까 없지.”

 

사장이 직접 타고 다니는 차라는 소리에 귀가 솔깃했다. 민재가 물었다.

 

“사장, 근데 이거 팔 거야?”

“생각 중이야.”

“그럼 얼른 시동이나 좀 걸어봐.”

 

 

그는 키를 가져와 운전석에 앉았다. 단번에 시동이 걸렸다. 우렁찬 엔진 소리가 일단 마음에 들었다. 괜찮다. 한번 몰아보고 싶었다. 내가 정중하게 물었다.

 

“한번 몰아보면 안 될까?”

“돈 내기 전까지는 절대로 안 돼. 이 차는 내가 얼마 전까지 타고 다니던 거야. 완벽하게 작동하고, 아무 문제도 없어. 들어봐. 엔진 소리가 끝내주잖아. 내 신용을 걸고 말하는 거니까 믿고 사든지, 아니면 말든지.”

 

남아공 특유의 딱딱한 억양으로 흥분한 채 튀어나오는 영어, 얼마나 자랑스러운 매물이기에 그렇게 침을 튀겨가며 말했을까? 민재는 차를 볼 줄도 모르면서 버튼을 눌러대고 본네트를 열어 달라고 하며 바퀴를 발로 차대고 있었다. 정말이지 성실한 녀석이다.

 

“이건 얼마야?”

“65,000란드이고, 절대로 할인은 없어.”

 

한국 돈으로 천만 원이다. 생각하고 있던 가격의 최대치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이 차다 싶었다. 가격이 부담되긴 했지만 이거면 되겠다는 느낌이 왔다. 15년 된 차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외관이 깨끗했고 차 바닥에 흠집도 적었다. 게다가 보닛 속 엔진이 힘있게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누적 주행거리는 22만 킬로미터. 한국에서 98만 킬로미터를 달린 택시도 타보았는데 이 정도는 양호했다. 민재가 물었다.

 

“뭐야, 이거 살 거야?”

 

민재는 가격이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음, 내 생각엔 제일 괜찮은 것 같아.”

 

은영 아저씨도 옆에서 거들었다.

 

“차는 좋다. 이 정도는 되어야지.”

 

가격 때문에 내키지 않아 하는 민재를 설득했다. 거지 같은 차를 타고 가다 망가져 고생하느니 탈 만한 걸로 사서 제값 받고 파는 게 남는 거라고 했다. 민재는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한 발짝 물러서는 좋은 태도를 지니고 있다. 민재가 사장에게 물었다.

 

“이 차로 이집트까지 갈 수 있냐?”

“물론 갈 수 있지.”

 

사장은 자신만만했다.

 

“이거 확실히 좋은 차지? 너랑 아저씨가 더 잘 알 것 아냐.”

“응 이만한 차 구하기 힘들 것 같아.”

“좋아. 이걸로 하자.”

 

이제 남은 문제는 단 하나, 어떻게 천만 원을 지불할 것인가? 송금이니 은행이니 한국말로 한참을 쑥덕이던 우리는 사장에게 30분만 기다리라고 이야기하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현금 인출 대작전_민재

천만 원을 어떻게 지불해야 할까? 온라인으로 입금하려면 남아공 현지 계좌가 필요하다. 머니 트랜스퍼라는 방법이 있지만 며칠씩 걸리고 불확실하다. 은행에서 수표를 끊는 것은 어떠냐는 의견에 은영아저씨께서는 그렇게 큰돈을 수표로 끊으면 은행 점원이 네가 나가는 순간 전화로 누군가에게 네 인상착의를 알려줄 것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다. 그냥 현금지급기에서 뽑아 오는 거다. 불안해하는 은영 아저씨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소리를 지르겠다고 근처에서 대기해달라고 말씀드렸다. 나는 작은 가방 하나를 탈탈 비워 어깨에 둘러멨고 박윤성에게는 딱 현금카드 하나만 들고 나오라고 했다. 현금지급기로 걸어가며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사람이 없었다. 간단하다. 딱 천만 원만 뽑아서 나오면 되는 거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젠장. 한번에 2000란드(35만 원) 밖에 못 뽑네?”

“그게 최대야?”

“응, 망 좀 보고 있어.”

 

아뿔싸, 65,000 란드까지 갈 길이 멀다. 떨리는 손으로 연신 기계를 눌러대며 현금과 명세서를 가방에 쑤셔 넣었다. 내 돈을 내가 찾는 것뿐인데, 온 신경이 곤두섰다. 몇 번을 찾았을까? 기계가 삑삑 울렸다. 현금이 다 떨어진 것이다. 윤성을 잡아끌어 차로 돌아갔다. 철컥 소리가 나며 잠겨 있던 차 문이 열렸다. 냉큼 타서 문을 잠그니 은영 아저씨가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다.

 

 

 

 

“다 뽑았니?”

“아뇨, 반도 못 뽑았어요. 현금 부족이에요.”

“허. 위험한데.”

“일단 다른 곳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한 명은 돈을 뽑고 한 명이 경계를 서기를 여러 번, 우리는 세 곳의 현금지급기를 비워버렸고 네 번째에 이르러 겨우 65,000 란드를 채울 수 있었다. 마구잡이로 쑤셔 넣은 현찰들과 명세서로 가방 속이 불룩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평생 그렇게 소중한 가방을 가져본 일이 없다.

 

 

 

철창 속 거래_윤성

“현금 가져왔어.”

“정말이야? 세상에! 빨리 들어와.”

 

사장은 곧장 가게의 셔터를 내렸다. 이 녀석이 우리를 총으로 쏘고 우리 돈을 갈취하는 것은 아닐까? 벌써 친구들에게 연락했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판사판이다. 일단은 들어가 보자. 다행히 사무실엔 사장과 사장 여동생뿐이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장 여동생과 우리는 돈을 세어 내려갔다. 천만 원이 크긴 크구나. 세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사장이 500란드를 꿀꺽하려고 계산 실수를 연출했는데, 그것을 내가 매의 눈으로 잡아낸 것을 제외하면 모두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계산을 마치고 키와 서류를 건네받은 뒤 사장이 셔터를 열었다. 촤르륵 하는 소리와 쏟아지는 햇살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갱스터 영화 한 편을 찍은 기분이었다. 시동을 걸고 사장에게 물었다.

 

“계산했으니까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어? 이 차로 정말 이집트까지 갈 수 있는 거지?”

“나라면 안 가겠어. 위험하잖아. 남아공만으로도 충분한데 왜, 굳이?”

“뭐라고?”

“위험하니까 남아공만 여행하라고.”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다.‑­­

 

 

 

새로운 시작, 3월

‘한 해의 시작’이라고 하면 보통 설날을 떠올리지만 사실 학생 때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야말로 진짜 한 해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은 느슨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2월이 끝나갈 무렵부터는 몸도 마음도 ‘개학’을 준비하기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괜히 새로운 노트나 펜, 다이어리를 장만하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늘어지게 늦잠을 자거나, ‘당분간은 돌아오지 않을 기회’라는 생각에 비장한 마음으로 아침부터 밤이 될 때까지 친구들과 놀기도 했었습니다. (쓰고 보니 어떤 ‘개학 준비’라고 하기에는 조금 멋쩍은 구석이 있는 경험도 있네요.)

3월이라는 두 번째 한 해의 시작은 올 한 해의 새로운 다짐들이 생겨나는 시기이자, 한편으로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지에 대한 불안함이 공존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반드시 이루고 싶은 나만의 목표를 새로 설정하거나 연초에 조용히 다짐했던 목표를 되새기기도 합니다. ‘성적 올리기’라는 이 지구 상의 모든 학생들의 공통된 다짐 이외에도 개인적인 중요한 목표들 역시 빠질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다이어트라던가 이성 친구 사귀기와 같은 목표를 달성한 그 순간을 상상하면 흐뭇해지는 그런 목표들 말이죠. 이렇게 이것저것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하다 보면, 문득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계획을 세우는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저 역시 궁금해져서 제 주위에서 소위 삶을 즐기며 살고 있는 지인들에게 ‘한 해 계획을 어떻게 세우는지?’에 대해 슬쩍 물어봤는데 그중 재미있는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저는.. 하나 해 보는 게 있다면, 제일 마지막에 ‘2014 End-image’ 라는 걸 넣어요. 올해 말에, 나의 일상적인 모습이 어땠으면 좋겠다- 를 글 쓰듯이 쓰는 건데요, 계획 세우고 메일에 저장한 다음에 가끔씩 보거든요. 다른 것보다 저 End-image 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 해 계획을 세우면서 몇 년 전부터 중점을 두는 건 꼭 그 해에 해야 하는 것을 선별하는 것입니다. 늘 습관처럼 살 빼기, 운동하기와 같은 것들은 어쩌면 늘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2014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 또는 꼭 2014년에 해야 하는 것을 고민해 보는 것이 중요한 건데 사실 이렇게 접근 한지는 저는 얼마 안됐습니다 (웃음).”

아래와 같은 독특한 의견을 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중략)….즉, 시간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마디가 없고 끝없이 연속적으로 흐르는 것인데 그것을 지구의 공전에 꿰어 시간을 마디로 나누는 것이 너무나도 인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제겐 특별한 새로운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지금 즉시 실행하는 것” 그것이 저의, 소위 새해계획이라는 단어에 대응되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할만한 사례가 있으신가요? 덧붙여서 저 같은 경우에는 매년 그 해의 단어를 선정하곤 합니다. ‘People’이라는 단어를 테마로 삼았던 해에는 가족 및 친구와 같은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고 노력했었고, ‘Health’를 테마로 했던 해에는 꾸준히 운동을 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번 테마로 정했던 단어는 그 해가 지나가더라도 다른 단어와 함께 꾸준히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 해를 계획하고 실천해나가는 것 같은데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계획을 세워나가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혹시 내 목표가 너무 거창하지는 않을까, 이루지 못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계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 다카하시 아유무의 Love & Free에 나오는 아래의 문장이 대답을 대신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각오.

 결정을 해버리면 모든 것은 돌아가기 시작한다.”

어쩌면 아유무 작가의 말처럼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다짐을 하는 것의 숨겨진 진짜 비밀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이루어내 보이겠다는 각오. 사실 이 문장은 제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마다 소리 내어 읽곤 하는 문장입니다.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각오.”라고 말하고 나면, 조금은 더욱 씩씩해진 기분이 들더라고요.

이와 같은 새롭게 뭔가를 다짐하는 시기임과 동시에 개학이라는 것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과의 동의어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담임 선생님, 초등학교 시절부터 매년 예외 없이 겪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긴장되고 불안한 건 왜일까요? 혹시나 무섭기로 유명한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 되지는 않을지, 친한 친구들과는 다 떨어져 반에 아는 친구가 거의 없다던가 하는 온갖 생각들이 다 들곤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사실 한 달만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맣게 잊어버리고 마는 근심걱정인데 말이죠.

다양한 새로움과 조우하게 되는 3월, 서양의 철학자 니체는 ‘가장 넓은 사랑으로 맞서라’고 우리에게 조언합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가장 넓은 사랑으로 즐겁게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시길 바라며, 공부건 새로 사귄 친구건 어딘가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생길 때는 니체의 말을 다시 한 번 새겨보시길.

“공부나 교제, 일이나 취미, 독서 등 무엇인가 새로운 일에 맞닥뜨렸을 경우의 현명한 대처 요령은 가장 넓은 사랑을 가지고 맞서는 것이다. 꺼리는 면, 마음에 들지 않는 점, 오해, 시시한 부분을 보아도 즉시 잊어버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그 모든 것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며 전체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잠자코 지켜본다. 그럼으로써 드디어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그것의 심장인지 확연히 들여다볼 수 있다. 좋다 혹은 싫다와 같은 감정이나 기분에 치우쳐 도중에 내팽개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넓은 사랑을 갖는 것. 이것이 무언가를 진정으로 알고자 할 때의 요령이다.”

 

-       니체의 말

니체의 여러 저서의 내용들을 축약해놓은 소위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저서에서 발췌된 문구들을 주요 테마 별로 묶어서 부담감 없이 니체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책이다. 특히 니체를 처음 읽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

-       Love & Free

다카하시 아유무가 그의 아내와 함께 세계 여행을 하며 쓴 에세이집. 쉽게 쓰여진 책이라 누구든 부담 없이 볼 수 있지만, 그가 전하는 문장들은 본질을 꿰뚫는다.

 

* Summer Park (박현주)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Book Therapist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미래전략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프로젝트 기반의 비영리 단체인 Inspiration Market의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항상 즐거운 일을 찾아 헤매고 있으며, 현재는 ‘책을 전 세계로 여행시키자’는 컨셉의 Dearbook Project를 진행 중에 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누군가의 가슴에 전류처럼 흐를 한 마디를 찾기 위함이다.” – Summer Park -

 

글/The Hermes (김민정, 오혜원, 이정화, 김유리)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신학기

 

3월. 봄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과 함께 학생들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단어는 바로 ‘신학기’이다.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오가는 갈대 같은 고3의 마음. 하물며 이제 막 입학하는 고등학교 초년생 고1. 낭랑 18세라는 꽃다운 나이의 고2는 어떻겠는가? 그저 걱정 없이 고등학교 생활을 즐기고 싶을 것이다. 그들에게 남은 시간을 웃으며 보낼 수 있는 tip을 선물하려 한다.

신학기가 됨에 따라 변화하는 것들

중학교 졸업을 마치고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1학년은 친구 관계, 환경, 학업 등에서 변화하는 부분이 많다. 이러한 변화들을 잘 이겨내려면 새로운 친구들과 빨리 친해지는 것이 우선적이다. 고등학교는 중학교보다 더 넓은 지역 내에서 학생들을 배정하므로 서로 간의 어색함이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수학여행, 체육대회 등의 행사를 거치면 그런 분위기는 금세 사라진다.

그러나 아무래도 가장 큰,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화는 학업에 대한 부담이 아닐까 싶다. 중학교 공부과정과 확연히 다르게 고등학교 시험은 훨씬 광범위하며 심도 있고 시행횟수도 상당하다. 시험을 볼 때마다 점수에 따라 꽤 큰 타격과 좌절을 겪는 학생들이 많이 생긴다. 이 시기를 역전의 발판으로 삼아 자신을 발전시킬 것인가 혹은 좌절하는 것으로 그칠 것인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여기서의 마음가짐은 3학년이 되었을 때 외적으로 드러나는 성적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큰 차이를 나타낼 것이다.

2학년이 되면 학생들은 자신이 더 흥미가 있거나 진로와 관련된 분야에 맞춰 계열 선택을 하게 된다. 교과서도 확연히 다른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고등학교 생활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학업에 대한 부담도 3학년보다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 대회참가 등 자신의 진로에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한다. 또한 이 시기에는 공부방법이나 입시정보에 대해 친구들과 선생님들께 조언을 구하면서 자신의 공부법과 내년의 입시계획을 구축한다.

3학년 학생들에게는 ‘수능’이라는 두 글자가 그 자체로 ‘부담’이다. 칠판 구석에 쓰여 있는 D-DAY 표시는 그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선생님들은 물론이고 가족, 친척, 심지어 처음 뵙는 문구점 아저씨까지도 격려의 말씀을 해주신다. 고마운 말씀이지만, 수험생인 3학년들에게는 그것조차 부담이 된다. 그래도 학생들은 수능시험이 끝난 후의 달콤한 휴식과 낭만적인 대학생활을 위안으로 삼으며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한다.

후회하지 않는 3년을 보내기 위한 TIP BEST 3

BEST 3시간 활용을 잘해라

성공하는 사람들은 15분 단위로 계획표를 작성한다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일 것이다. 자신이 이 시간 동안 해야 할 일들의 리스트를 짜놓고 시간 안에 그것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못하면 다음 쉬는 시간이 없다는 벌칙을 정해놓는 것 또한 효과적이다. 체감 시간은 고등학교 학년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줄어든다. 우리에겐 매일 같은 시간이 주어지지만, 누가 시간을 더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그날 하루의 성취도가 결정된다.

BEST 2 무엇이든 많이 보아라. 많이 경험해라.

책이든 영화든 TV든 ‘다양한 것’을 ‘많이’ 보았으면 한다. 포인트는 그냥 보는 것이 아니다. TV 속에서, 영화 속에서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을 배우면 된다. 단순히 웃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혹은 머리로 깨달으면 그것도 하나의 학습이다. 많은 활동들 중에서도 특히 책을 권한다. 디지털에 익숙한 우리에게 책이란 고리타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책 속에는 놓치고 가기엔 아까운 지식이 너무 많다. 여러 매체를 통하여 간접 경한 것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부딪힘으로써 본능적으로 몸에 익히는 것 또한 중요하다.

BEST 1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열정을 가져라.

식상한 말 같지만 사실이다. 무기력해지기 쉬운 고등학교 생활 속에서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 항상 열정을 가지고 즐기는 것이 가장 좋은 동기부여와 원동력이 된다. 나태해질 때마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생각했을 때 힘이 나는 것을 꼭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목표가 있으면 노력하기 마련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추억거리 BEST 3

BEST 3 수학여행

“수학여행.” 이 한 단어에 설레지 않을 사람은 없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더라도, 숙소에서 함께 자고 먹고 즐기는 수학여행은 학생들에게 있어 추억거리가 아닐 수 없다. 교내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체험들을 하고 레크레이션을 통해 끼를 발휘하고 우정을 다지기도 한다. 밤에 먹는 라면, 밤샘 수다, 진실 게임 등,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소중한 추억이다.

BEST 2 체육대회

반 단합의 절정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체육대회가 아닐까 싶다. 학교마다 경기 종목이 다를 수도 있으나 반끼리 단합하고, 또 응원 문구를 만들어 열심히 응원하는 과정을 통해 시험으로 인해 힘들었던 스트레스를 날리는 것은 물론, 반 전체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BEST 1 하루하루의 소중한 추억.

아침 일찍 일어나 교복을 입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등교해서 쉬는 시간, 점심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리며 오전 수업을 버티고 몰려오는 졸음을 참아내며 오후 수업을 듣는다. 석식 후 야자가 시작되고 산더미 같은 할 일을 하나 둘 씩 끝낼 때의 뿌듯함과 보람은 학생이 아니고서야 느껴 볼 수 없다. 다들 힘들다고 하지만 졸업하신 선배들은 말한다. 모든 것에 열중했었던 하루하루를 잊을 수가 없다고. 학생들에겐 1분 1초를 알차게, 그리고 간절히 보냈던 하루하루가 가장 소중한 추억이다.

이렇듯 신학기를 맞아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며, 후회가 없도록 알찬 생활을 하고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의 추억을 가득 만들 수 있는 한해를 마음속으로 그려보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The Hermes

MODU 친구들 중 매거진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친구들은 주목해봐! MODU 청소년 기사는 2014년 3월부터 “The Hermes” 전국 학생 경제 매거진이 기고하고 있어. “The Hermes”는 기사 작성부터 편집, 디자인, 출판을 전부 고등학생들이 담당하는 독립적인 매거진으로 잘 알려져 있지. 기자들은 “The Hermes”와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에서 공식적으로 학생 기자로 인정받고 삼성언론재단에서 교육을 받는다고 해. 올해 7월에 4기 취재부와 편집부, 디자인부, 홍보부 부원들을 선발한다고 하니, 알아두었다가 꼭 지원하길 바라! 선발은 YouthECA 글로벌 학생 네트워크 (http://www.youtheca.com)에서 이루어지고, 온라인 홈페이지는 중앙일보 경제연구소 홈페이지(http://jeri.joins.com)를 방문하면 돼.

자료제공 <어떻게 창업하셨습니까?> 21세기북스

서울대학교 학생벤처네트워크

편집 권태훈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범수 의장은 한게임(현재 NHN엔터테인먼트)과 카카오를 설립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벤처기업인이다. 한게임이 자금 위기를 겪을 때 PC방 프랜차이즈 ‘미션 넘버원’을 창업하여 돌파구를 마련하였고, 뒤이어 한게임을 네이버와 합병시키고 NHN을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벤처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07년에는 NHN에서 나와 (주)카카오를 세운 뒤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을 출시 다시 한 번 커다란 성공을 이룬다. 위기의 순간마다 남다른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올바른’ 질문으로 자신의 방향을 결정해온 김범수 의장을 만나보았다.

 

 

[시골 소년, PC 통신에 반하다]

김범수 의장은 전라남도 담양의 가난한 농부 집안에서 2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막노동과 목공 일을 하셨고, 어머니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식당 일을 하셨다.

 

- 먼저 의장님의 중고등학생 시절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 일들 중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일이 있으신가요?

부모님이 터치를 안 하는 스타일이고 ‘너 스스로 잘할 수 있다’ 같은 신뢰가 굉장히 강한 교육 방식이었어요(웃음). 그래서 초반에는 좀 놀기도 하고 땡땡이도 하고, 몇 번 그러다가도, ‘아, 그러면 안 되지’ 하고 마음 굳히고, 뭔가 스스로의 의지력을 키울 수 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 때는 축구 보고 TV보고 그런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 TV에서 뭔가 재미있는 걸 하거나, 친구들이 놀러 와서 같이 놀고 나면 막 ‘아, 나 공부했어야 하는데’ 이런 자책감에 시달리잖아요. 그래서 이런 방식은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방법을 바꿨어요. 아예 부모님한테 이야기해 친척 분 중 빈방이 있는 데를 알아봐달라고 해서 무조건 학교 끝나고 거기서 잤어요. 그러고 새벽 2시에 일어나는 거예요. 그러면 새벽 2시부터 빈방에서 오롯이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유혹에는 계속 이길 수가 없잖아요. 환경에는 사람이 이길 수가 없는데 환경을 바꿈으로써 좀 더 쉬워진 거죠. 그러면서 한 4~5개월 정도 오롯이 내 시간에 투자하고, 수학이나 이런 거 딱 다져 놓으니까 그 다음부터 성적이 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거죠.

결국 사람은 환경을 이길 수 없다, 환경이 바뀌어야, 또 어떻게 환경을 꾸미냐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 아이들에게도 제일 많이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죠. 네가 만약 성공하고 싶다면, 그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라. 의지력으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람인 이상 의지력도 에너지라서, 이걸 다 써버리면 결국 망가진다.

 

 

- 이어서 대학 시절 이야기도 여쭤보고 싶은데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1992년도에 대학원을 졸업하시고 삼성SDS에 취직하셨는데요, 그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지 않았을 때인데 삼성SDS에 취직하신 계기는 무엇이었는지요?

저는 86학번인데 1세대 벤처, 인터넷 세대가 거의 86학번들이에요. 신기하게도 그게 왜 그런진 잘 모르겠어요. 네이버 이해진 의장, 넥슨 김정주 회장,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 다 86학번 그 세대인데, 제가 대학교 1~2학년 때인가 그때 IBM XT라고 하는 퍼스널 컴퓨터가 처음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어요. 그 영향이 좀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러면서 이제 컴퓨터에 접하는 시대가 된 거예요.

 

특히 기억나는 것은 대학원 때 후배 사무실에 놀러 가서 PC통신이라는 걸 처음 접한 거에요. 연결되어있는 세상, 이것이 굉장히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PC통신이라는 게, 뭔가 멀리 있는 사람이랑 연결되어 있다, 서로 채팅을 하고 자료를 교환하고, 신기하고, 그때 처음으로 연결된 세상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접하게 된 거예요. 그걸 딱 보는 순간에 여기에 뭔가 무한한 세상이 있다, 연결된 무한한 세상이 있다, 그런 게 정말 운명처럼 다가왔었고 ‘난 이걸 해야겠다’ 그런 결심을 하게 됐죠.

그렇게 결심을 하고 나니까 ‘아, 컴퓨터를 제대로 해야 되겠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전까지는 문서작성 하던 수준이었거든요. 그래서 ‘컴퓨터를 할 수 있는 데가 어디지?’ 하다 보니까 그때 우리 과 학생들은 삼성전자, 하드웨어 이쪽으로 가던 때였고 컴퓨터 쪽은 안 갔었는데, 왜냐하면 우리 산업공학과에서는 컴퓨터를 안 했었으니까. 그런데 난 이쪽 소프트웨어 쪽으로 해야겠다 해서 거길(삼성SDS) 들어갔죠.

 

 

- 그럼 의장님 같은 경우는 삼성 SDS에서 근무하시면서 그 동안 어떤 점들을 배우고 나아졌던 것 같으신가요?

우선 ‘몇 년 있다가 창업을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들어갔던 건 사실 아니에요. 하지만 내가 좀 뭔가 올인해서 열심히 할 수 있었던 영역은, 이 ‘연결된 세상’에 대한 잠재력 때문에 컴퓨터를 하고 그 세계로 가야겠다고 결심을 한 거였기 때문에 삼성 SDS에서도 계속 그 부분을 보고 있었어요. 운 좋게도 삼성에서도 PC통신 사업을 한다고 해서 아, 난 이걸 해야 된다고 해서 거기로 들어갔어요. 또 운이 좋았던 거는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다 보니까 그때는 9명 가지고 시작을 했고, 사람이 적다 보니 영업, 마케팅, 프로그래밍 등 모든 영역을 다 해봤어요. 정말 개인적으로는 그때의 모든 그런 경험들이 나중에 창업할 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거죠. 그리고 그걸 계속 하다가 보니까 사용자에 대한 감각도 좀 생기고, ‘아 어떤 서비스를 했더니 사용자가 반응을 하는구나’ 그런 게 점점 보이는 거죠.

이렇게 해서 그런 것에 대한 준비가 돼 있었죠. 준비가 돼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이 온 거죠.

 

 

[삼성 퇴사 후 한게임 창업, 지금의 네이버를 만들다]

김범수 의장은 삼성SDS에서 5년 가까이 근무를 한 뒤 돌연 퇴사하고 게임 개발에 나선다. 그는 이미 사람들이 오랫동안 즐겨온 바둑이나 장기, 고스톱 같은 게임들을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1999년 12월에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한게임은 시작한 지 3달 만에 100만 명의 회원이 가입하였고, 이후 NHN(당시 사명은 ‘네이버컴’)과 합병을 결정한다.

 

 

- 그다음 본격적으로 퇴사하고 창업을 하셨는데요. 멀쩡한 직장을 다니다 창업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김범수 의장님: 그 당시는 훨씬 더 그랬죠) 혹시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아주 우연한 계기였어요. 확실히 나는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 맞다고 생각해요. 사실 삼성에서도 재미있게 일하고 있었거든요. 일도 잘되고 있었고, 나름대로 남들보다 앞선 경험을 하고 있는 느낌도 아주 좋았고, 적극적으로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우연히, 아내가 옛날에 다이렉트 마케팅이라고 하는 것을 시작하면서 마케팅 기법을 가르쳐 주는 세미나에 나를 잠깐 초대했었는데, 거기서 사람들이 당신의 꿈이 무엇입니까, 하고 계속 물어보는 거예요. 그런데 나는 그게 사실 준비가 안 돼 있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것까지는 맞는데, 앞으로 10년 후 그림이 없더라고요. 10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까 삼성의 임원이 보이는 거잖아요. 사실 삼성의 임원은 정말 혹독해요. 주말도 없고. 아무튼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네,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됐어요(웃음). 그래서 창업을 해야 되겠다.

그러면 창업 아이템이 뭘까 고민하던 차에, 인터넷이 또 맞물리면서 아이템도 그 당시에 PC통신 운영하면서 데이터 가지고 봤던 것 중에 아 게임이 폭발력이 있구나 하는 감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으로 시작한 거예요. 그런데 그 얘기 하잖아요. 고시를 공부하는 건 과거를 공부하는 거고, 창업이나 이런 걸 배우는 건 미래를 준비하는 거고. 공무원 시험을 배우고 토익을 보고 이런 건 과거를 배우는 것 같고, 창업을 배우고 인턴을 하고, 이런 건 미래를 배우는 걸 텐데 거기서 길이 갈리는 것 같아요. 자기 삶이 어디에 더 가까운지에 따라 갈리겠지만, 또 내가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창업을 많이 해서 일자리 창출을 많이 해야 된다(웃음). 왜냐하면 뭐 좋은데 취직하는 것은 정 안 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창업을 많이 하면 좋겠어요.

 

- 네, 이후 한게임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고 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많은 경쟁 회사를 물리치고 한게임이 1등 게임 포탈 사이트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떤 것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한게임이 나오기 전에 바둑게임, 고스톱 게임 그런 거는 좀 있었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게, 그게 다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이었어요. 다운받아서 하는……. 그런데 가만히 보니 앞으로의 대세는 인터넷인 거예요. 인터넷에, 사이트에 사람들이 오는. 그러다 보니까 인터넷 사이트가 없이 클라이언트에서만 하는 게 느낌이 좀 틀린 거예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 인터넷 버전을 만들었죠. 사용자는 인터넷에 들어와서 그냥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게임이 되는 구조까지 된 거예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게임포탈을 처음 만든 거죠. 그래서 하나의 게임을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라, 게임 하나가 터지면 자동으로 그 사이트가 유명해지는 거죠. 왜냐하면 그때의 트렌드가 ‘사이트’였기 때문에, ‘사이트’가 핵심이었거든요. 그 판단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아요. ‘게임이야, 인터넷이야’의 갈림길이었는데, 인터넷으로 가자.

비즈니스를 하든 다른 뭐를 하든 뭔가에 대한 질문, 질문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질문을 잘 찾아내는 게 제일 중요해요.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에, 틀린 질문을 하면 올바른 답이 나올 수가 없거든요.

 

 

- 네이버와 합병한 과정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한게임 트래픽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서버가 늘어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는 거죠. 그 당시에 특별히 돈을 많이 벌고 그런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계속 자금이 떨어져 가는 모습도 보이고. 그런데 이때 네이버는 트래픽을 어떻게 늘릴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야후, 다음, 라이코스, 네띠앙, 그다음 네이버 이 정도 수준이어서, 5등인 네이버 입장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을 때고 트래픽이 필요했던 때죠. 다행히 네이버는 돈도 좀 있고, 마케팅도 해야 되는 시점에 있었어요. 그래서 만나서 어차피 인터넷에서 1등을 해야 되지 않겠냐, 그래서 같이하자는 데로 의기투합이 됐죠.

 

 

[네이버를 떠나 카카오톡 창업으로]

 

- 의장님은 승승장구하던 NHN에서 2007년 9월에 나오셨는데요, 어떤 배경에서 NHN을 떠나 새로운 벤처회사 카카오를 설립하게 되셨습니까?

98년 정도에 창업해서 10년쯤 되어가는 시점에 삼성에서 했었던 ‘이제 한 10년쯤 더 하면 삼성 임원쯤 되겠지’, 이런 느낌과 똑같은 문제에 봉착했어요. 회사가 영향력이 있는 회사로 컸고, 목표했던 거보다 훨씬 큰 부도 이루고, 그런 찰나에 자문을 하게 됐는데, 꿈이라는 것을 너무 쉽게 결론 내버린 느낌이 들더라고요. 꿈이라는 거에 있어서 ‘남자로서 성공해봐야지’, 그런데 성공이라는 걸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돈을 많이 벌거나 높은 지위에 오르는 이런 정도의 추상적인 걸로 정의를 해버리고 여태까지 온 것 같은 느낌이 든 거예요. 그다음은 뭐지 이런 생각을 해보니까 모르겠더라고요. 그렇게 모르는 상태로는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멈춰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40살까지 쉼 없이,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앞으로 수명이 늘어서 80년을 산다고 하면 아직도 40년 가까이 남았는데, 앞으로는 남들이 정한 기준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놓은 성공의 정의, 그거를 위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면 그걸 정의를 해야겠다 하면서 멈춰야겠다 해서 미국으로 간 거거든요.

미국에서 느낀 건, 슬로우 라이프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되게 느리고, 맨날 가족들이랑 공원 가고. 뭐, 완전히 다른 생활이잖아요. 그러면서 슬로우 라이프의 느낌도 받고, 내가 한게임, NHN 한다고 아이들 크는 거 보지도 못하고 같이하지 못하고 그런 거에 대한 자책감도 들고 그런 의미에서 ‘좀 멈춰서 고민하다 가자’ 라는 마음이 생겼어요. 창조(創造)할 때 창자가 무슨 창자인지 아나요? 곳간 할 때 창자와 칼 도에요, 그게 왜 거기 붙어 있을까요? 곳간을 부수는 게 시작이다, 그걸 부수지 않고는 절대 창조가 아니라는 거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래 부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아 내가 떠날 때가 됐다, 삼성 나올 때처럼. 그리고 인생에서 미진했던 것들을 해야겠다고 생각, 가족들이랑 놀자고 하고 중3, 고1이었던 아들딸들과 1년 동안 게임하고 여행하고 운동하고 놀았어요.

 

- 네. 이후 의장님은 다시 벤처회사를 설립하셨는데요, 내놓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서비스들은 성공하지 못했었습니다. 이것들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시도는 사실 100개 중에 1~2개가 성공하는 거고요. 애초에 한 번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래서 몇 개 툭툭 내보았던 거고요. 이후 세 번째를 준비하고 있던 찰나, 미국에 딱 갔는데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된 거예요. 그 현장에 있으면서 또 ‘재밌네?’ 모바일 세상이 열리겠다’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 마치 PC통신을 보면서 뭔가 연결된 세상에 대해 느낌을 받았던 것처럼 모바일, 스마트폰 세상 이런 게 하나의 연결된 것처럼 대단한 느낌을 받았어요. “게임이냐 인터넷이냐” 처럼, “인터넷이냐, 스마트폰이냐” 그럼 스마트폰이지, 그 전에 하던 거는 접읍시다 라고 했죠.

 

그런데 아까 질문이 중요하다고 한 것은 똑같아요. 문제를 찾아가는 방식인데, 뭘 만들지 빨리 결정하는 게 아니라, 아 그럼 스마트폰에서 뭘 만들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되려면 무슨 질문을 해야 되느냐, 사람들이 뭘 많이 쓰느냐. 막 이런 걸 브레인스토밍도 하고 얘기를 해나가는 과정에, ‘스마트폰이 뭐야?’ 하는 질문을 하고, ‘스마트폰은 전화지’, ‘그럼 전화에 가장 중요한 게 뭐야?’ 라고 해서 ‘문자랑 통화지’, ‘그럼 문자를 대체해볼 수 있나? 전화는 좀 그렇고.’ 해서 일단 문자를 대체해봅시다. 해서 자연스럽게 카카오톡이 탄생한 거죠.

 

 

- 앞으로의 운영계획이나 방향 같은 것에 대해서도 조금 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아 회사가 돈은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다일까?’ 이런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아까 얘기한 2년간의 고민과, 가족들과 있으면서 성공에 대한 정의를 찾은 게, 저는 에머슨 씨의 ‘성공이란 무엇인가’ 라는 시가 되게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 시는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이렇게 시작을 해요. 많이 웃는 것도 성공이에요. 그런 세세한 것부터, 지금이라도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 이런 게 성공이다, 이게 너무너무 맞는 거 같고, 아 이 정도면 내 두 번째 인생 2막에 대해서 이걸 좀 지침으로 삼고 해볼 만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거기서 나오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이 카카오의 철학이에요.

 

To laugh often and love much;

to win the respect of intelligent   persons and the affection of children;

to earn the approbation of honest   citizens and endure the betrayal of false friends;

to appreciate beauty;

to find the best in others;

to give of one’s self;

to leave the world a bit better,   whether by a healthy child, a garden patch or a redeemed social condition;

to have played and laughed with   enthusiasm and sung with exultation;

to know even one life has breathed   easier because you have lived—this is to have succeeded.

랄프 웓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의 산문시 행복(Succ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