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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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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현주

 

나는 나이고 나는 괜찮다.

북 테라피

 

Long time no see! 이게 얼마만이야 MODU 친구들! 다들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어느덧 완연한 가을에 접어들었는데 쌀쌀한 날씨 때문에 혹시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나는 지금 미국 시카고의 호텔에서 노트북을 펼쳐 놓고 이 글을 쓰고 있어. 회사 특성상 출장을 자주 다니는 편이거든. 다들 시카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올라? 시카고는 특히 할리우드 영화의 촬영지로 자주 등장하곤 해. 우리에게 친숙한 <트랜스포머>도 여기서 찍었대. 도시에서 벌어지는 격투신들 다들 기억나지?

익숙한 도시를 떠나 낯선 장소로 향할 때 좋은 점 중 하나는 사색할 시간이 생긴다는 것 같아. 특히 비행기라는 공간은 사색에 잠기기 아주 좋거든.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도 분명 영향을 주겠지만 글쎄 뭐랄까, 엄밀히 말하면 허공에 떠 있어서 그런지 좀 더 솔직하고 자유롭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 몇 년 동안 출장을 오고 가면서 비행기에서 메모해둔 내용이 이제 제법 많을 정도라니까. 이번 출장 역시 시카고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단상을 끄적거리기 시작했어. ‘나’에 대해서.

어느덧 한 해가 끝나감을 번쩍 실감케 하는 가을이다 보니 아쉬운 점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 올 초에 굳게 결심했는데 지키지 못했던 것들, (다들 기억나? 연초에 한 해 계획을 어떻게 세우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벌써 10월이라니…) ‘꾸준히 운동하기’처럼 매년 결심만 하고 매년 좌절하는 목표라든가 내가 좋아하는 혹은 존경하는 사람과 닮아가기 위해 세웠던 목표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괜히 주위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의기소침해지기도 해. 주위를 보면 뭐든 잘하는 사람이 꼭 한 명씩은 있잖아. 친구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지. 부족한 면도 많고 노력할 것도 많은 나를 더욱 작아지게 만드는 그런 존재. 그런데 재미있는 건 말이지, 남들이 봤을 때 우와- 할만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자신을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어. 한국인 최초로 하버드대학 법학과 종신 교수가 된 석지영 교수는 본인의 저서에서 이런 말을 했어.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라고.

“그것은 성장이 요구하는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내 생의 여정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은 점차 커졌던 자유였다. 즉 생각하고, 일하고, 사랑하고, 놀 자유. 완벽하려고 애쓰는 이가 자유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프기만 할 뿐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발전시키는 단련은 매우 보람차다. 하지만 완벽해서가 아니다. 나는 완벽할 수 없다. (중략) 완벽하고자 하면 아프다. 엄청나게 아프다. 그리고 완벽해지지도 않는다”

 성장이 요구하는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것, 지금 친구들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나를 단련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는 자신의 불완전함 때문에 속상해하기보다는, 넓은 마음으로 그럼 모습까지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한 가지 내가 친구들에게 확실히 말해줄 수 있는 건, 지금의 불완전한 너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더욱 노력하다 보면 어느덧 훨씬 멋지고 업그레이드된 ‘불완전한 나’를 만나게 될 거라는 거야! 지금 주위의 완벽한 사람들처럼 남들에게 완벽해 보이는, 그러나 알고 보면 불완전한 네가 미래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지.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자신이 꿈꾸는 모습과 현재의 나를 비교하면서 너무 자기를 몰아붙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다 지쳐버릴 수도 있다니까. 롤모델처럼 되지 못해도 좋은 점이 있다고 말해주는 어른도 있더라고. <훔쳐라, 아티스트처럼>의 저자 오스틴 클레온은 이렇게 말했어.

“내가 늘 꿈꿔온 롤모델처럼 되는 것, 그것에 실패함으로써 우리는 존재감과 독창성을 갖게 된다.”

휴, 정말 다행이지? 우리의 존재감과 독창성, 살아가면서 절대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것들을 갖게 된다는 거지, 롤모델처럼 되는 것에 실패함을 통해서.

참고로 말하자면 이 책에서 오스틴 클레온은 이 말에 앞서 이런 이야기도 남겼어.

“정말 좋아하는 사상가 한 명 -작가든, 화가든, 행동가든, 당신의 롤모델이 되는 누구든- 을 곰곰이 생각해 보자. 그 사상가를 이해하기 위한 모든 것들을 찾아내 공부해본다. 그러고 나선 그 사상가가 추앙했던 사람 세 명을 찾아내, 그들에 대한 모든 것을 공부한다.”

대신 실패해도 너무 좌절하지 말라는 거지. 너만의 독창성과 존재감이 생긴 거니까.

이번 칼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이자 MODU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함축한 문장으로 마무리하려고 해.

“나는 나이고 나는 괜찮다.”

미국 가족치료 분야의 권위자 버지니아 새티어의 <나를 사랑하기 선언>의 마지막 구절이야.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이 말을 기억해주길. 너는 너이고 너는 괜찮으니까.

북테라피_내가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석지영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법학과 종신 교수인 석지영 교수의 자전적 에세이. 담담히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독자들에게 스스로에게 던질만한 질문과 조언을 제시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더욱 잘해내고 싶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 자극과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많은 책

북테라피_훔쳐라

 <훔쳐라 아티스트처럼> 오스틴 클레온

제목만 봤을 때는 마치 창의력의 부족으로 고뇌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좀 더 즐거운 라이프를 만들기 위한 소소한 조언들’이 잔뜩 담겨 있는 훌륭한 책

 


 

 <나를 사랑하기 선언>,

                                                                                         버지니아 새티어

“나는 나이다

나와 똑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데도 없다

나는 나의 모든 것-몸, 느낌, 입, 목소리-의 주인이다

나에게, 또 다른 사람에게 하는 모든 행동도 나의 것이다

나는 나의 환상, 꿈, 희망,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

나의 모든 승리, 성공, 실패, 실수까지 모두 나의 것이다

나는 나의 모든 것의 주인으로 나 자신을 알고 친해질 수 있다

나 자신을 알 수 있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나의 모든 부분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

물론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당황하기도 하고, 때론 모를 때도 있다

그러나, 내가 나를 사랑하고 친하기만 하면 나 자신을 격려할 수 있다

나에게는 문제에 대한 해답과 나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는 희망이 있다

내가 어떤 순간에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비록

부분적으로 알맞지 않을 것이 있더라도 전부 나의 것이다

나는 잘 안 맞는 부분만 던져버리고 나머지는 지킬 것이다

그리고 던져 버린 것에 대해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나는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과 가까이 지낼 수 있고

생산적이 될 수 있다

나는 내 밖에 있는 것들, 사람들, 세상에 존재하는 질서를 찾을 수 있다

나는 나 자신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나는 나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나는 나이고 나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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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mmer Park (박현주)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Book Therapist.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누군가의 가슴에 전류처럼 흐를 한 마디를 찾기 위함이다.” – Summer Pa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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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윤민재 박윤성

악마의 변기와 못난 세 자매, 넉 달 반의 차량 여행 이야기8

죽고 죽이는 소리_윤성

“크르르릉!!”

다들 밥 먹다 말고 눈을 마주쳤다.

“방금 소리 들었어?”

“뭐지? 빨리 먹고 들어가자.”

동물 소리인 건 분명한데 그냥 울음소리가 아니다. 마치 죽거나, 죽일 때 나는 소리 같았다. 사냥꾼의 소리와 초식 동물이 죽기 전에 내는 비명, 어릴 적 ‘동물의 왕국’에서 많이 듣던 소리였다. 하지만 텔레비전으로 듣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정말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았다. 여긴 동물원이 아니다. 매년 희생자가 발생하는 리얼 야생이란 말이다.

허겁지겁 밥을 다 먹어갈 때쯤이었다. “크르르르릉!” 소리가 정말 가까이서 들렸다. 우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쳐다봤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빨리, 그리고 찍소리도 나지 않게 음식 냄새가 나는 모든 것을 캐노피 속에 넣은 뒤 텐트로 몸을 숨겼다. 이런 어설픈 천 조각 한 장이 내 목숨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다. 루프탑 텐트를 사왔어야 했다.

죽고 죽이는 소리는 밤새 이어졌다.

 

천 마리의 코끼리와 천 마리의 버팔로_민재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안개 낀 쵸베는 간밤의 사냥소리가 무색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우리는 잠비아로 가기 위해 서둘러 출발했는데, 십여 분이 지나지 않아 차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펼쳐진 드넓은 평야에는 코끼리와 버팔로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과장을 보태면 천 마리의 코끼리와 천 마리의 버팔로 정도. 카메라를 들고 차 문을 살짝 열었다. 쵸베 평야의 끝자락에 두발을 딛자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이었다. 코끼리와 버팔로의 근육과 힘찬 몸짓은 일종의 경외감마저 들게 했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다 차에 타 문을 닫고 나서야 “후아”하는 감탄사를 뱉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동물을 보고 왔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동물원에 가면 다 있잖아?”라고 농담 섞인 대꾸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직접 만나는 동물은 특별하다. 야생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 수가 엄청 많다는 점 때문이다.

코끼리를 예로 들어보자. 동물원이나 인도에서 본 코끼리는 그렇게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반면에 아프리카의 코끼리는 사람을 주눅 들게 한다. 소리를 질러대고 앞발을 들어 위협한다. 가끔은 빠른 속도로 쫓아오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그 거대함 앞에서 이성적인 생각은 사라진다. 그저 놀라움과 감탄이 남는다. 아프리카의 동물은 모두 야생이다. 심지어 사슴마저도.

또 기린을 만났다고 쳐보자. 숨을 죽이고 기린을 바라보면 그 뒤로 열 마리도 넘는 기린이 나타난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면 또 다른 기린이 나를 보고 있다.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동물을 보는 게 아니라, 동물들 사이에서 동물을 보게 되는 것이다. 쵸베 평야에서 코끼리와 버팔로 떼를 만났을 때도 수백 개의 긴장된 눈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온 신경이 그들의 긴장에 동요된다. 당신이 만약 “동물은 동물원에서도 볼 수 있잖아”라고 한다면, “그게 참 달라”라고 대답하겠다.

초베의-코끼리

졸리보이즈 백패커스_민재

“졸리보이즈?”, “졸리보이즈!”

국경을 넘기 전부터 우리의 행선지는 정해져 있었다. 잠비아의 수도 리빙스톤에 있는 졸리보이즈 백패커스. 여행자들에게 극찬을 받는 곳이다. 우리는 신나게 내달렸다. 어둠이 깊어질 무렵, 스캇은 거대한 철문 옆에 써있는 졸리보이즈 백패커스 팻말에 헤드라이트를 비출 수 있었다. 톰이 ‘쾅쾅’ 하고 두들기자 철문이 굉음을 내며 열렸다.

“여기가 졸리보이즈야? 무슨 폐차장 느낌인데?”, “음, 위치상으로는 여기가 맞아.”

철문 안쪽에는 신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어둡고 적막이 흐르던 리빙스톤 시내와는 달리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졸리보이즈 내부는 환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맥주를 마시거나 당구를 치는 여행자들이 보였다. 마음이 탁하고 놓이는 순간이었다. 일종의 안전가옥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환하게 웃는 직원들에게 반가움을 표하며 체크인을 했다. 뚝딱뚝딱 텐트를 치고 샤워를 마치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똑같은 텐트지만, 담장으로 둘러싸인 곳에 설치하는 것과 야생동물이 돌아다니는 곳에 설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러고 보니 요 며칠, 사파리 할 때에는 정말 긴장 속에서 잠들었구나.

“영화 볼만한 거 있어?”

오늘만큼은 한국에서처럼 편하게 뒹굴거리고 싶었다. 윤성의 외장하드에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찾아 재생했다. 영화가 마칠 무렵엔 왠지 모르게 편안해졌다. 높은 담장이 주는 안전함과 한국 영화 때문이었을까? 자취방에서 느끼던 편안함을 안고 스르륵 잠이 들었다.

초베국립공원-캠핑장

빅토리아 폭포 _윤성

졸리보이즈 백패커스에서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니 땅에서 솟아오른 수백 미터 구름 기둥이 보였다. 거대한 폭포가 만들어낸 수증기였다. 평지에서 폭포의 존재감은 구름 기둥과 거대한 굉음으로 드러났다.

숲 속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니 갑자기 습도가 높아진다. 숲이 끝날 즈음에는 짙은 구름 속에 들어온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약하게 바람이 한 번 훑고 지났다. 구름이 스윽 걷히자 눈앞에 거대한 물줄기가 나타났다. 좌우 폭이 1.7km, 위아래는 108m. 잠비아와 짐바브웨 사이에 위치한 거대한 폭포는 나라를 반으로 갈라놓기에 충분한 크기다.

물줄기는 굉음을 내며 땅속으로 꺼지고 있었다. 땅의 이쪽과 저쪽을 갈라놓은 것은 천 길 낭떠러지였는데 무지개가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원주민들은 이곳을 ‘모시 오아 툰야’라고 불렀다. 천둥소리가 나는 연기라는 뜻이다. 시적인 작명 솜씨가 기가 막힌다. 영국 여왕의 이름에서 따온 빅토리아라보다 낭만적이고 좋다. 땅이 갈라진 틈에서는 구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환상적인 이 순간, 골짜기 사이 잠베지강에서 냐미냐미가 승천한대도 놀랍지 않을 것 같았다. (냐미냐미란 뱀의 몸통에 생선 머리를 한 잠베지강의 토착신이다.)

오랜만에 사진을 많이 찍었다. 민재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그 앞에서 방방 뛰면서 춤을 췄다. 바위에 올라 빙글빙글 돌다보니 기분이 좋았다. 내일이면 저 대단한 폭포 아래에서 고무배를 탈 것이다.

 

빅폴 래프팅_민재

어렸을 적 동강에서 래프팅을 해봤기 때문인지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우리 넷과 유럽 남자들 넷으로 이루어진 팀은 강력했다. 다른 보트에서는 물에 빠지는 사람이 종종 나왔지만 우리 팀은 상대적으로 균형감각과 힘이 좋다보니 잠베지강 초반부의 급류들은 손쉽게 넘어갔다. 그러다 보니 큰 소리로 파이팅을 이끌어내려는 코뿔소같이 생긴 강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점점 분위기가 느슨해져 갔다. 윤성이는 노를 젓는 둥 마는 둥하며, 휴대용 캠코더로 경치를 촬영했고 스캇과 톰은 아직도 숙취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꼭 필요할 때만 노를 저었다. 세계에서 가장 험난하다는 래프팅 프로그램이 시시해질 위기였다. 그렇게 몇 분 정도 지났을까.

 

“으아악, 뭐야!”

보트가 날아가는 것 같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배가 뒤집어져 있었다. 우리는 코뿔소의 지시에 따라 모두 한 쪽에 매달렸다. 코뿔소는 뒤집어진 배 위로 올라가 힘껏 줄을 당겨 배를 원상복구했다. 다시 배에 올라타 자리를 잡고 깔깔깔 웃는데, 윤성이 없다.

“스캇! 윤성이 못 봤어?”

“글쎄? 떠내려간 것 같은데?”

윤성이 사라지긴 했지만 구명조끼도 입었고, 코뿔소가 나름대로 방책도 만들어 두었을 것이다. 코뿔소도 별일 아니라는 듯이 나를 가운데로 앉히며 중심을 잡게 했다. 우리 일곱은 코뿔소의 구령에 맞춰 노를 저었다. 드디어 잠베지 래프팅의 시작이다!

돈내고-하는-자살

세탁기 속으로 _윤성

‘이렇게 죽는구나.’

숨을 쉴 수 없었다. 눈을 뜨면 온통 부연 거품뿐이었다. 남자친구의 고양이를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가 체포당한 영국 여자의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고양이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수면 아래서 기침을 해대며 발버둥 쳤다. ‘어떻게든 살아야 해.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기침을 참고 눈을 크게 뜨자 물거품 너머로 하얗고 예쁘게 내려오는 빛이 보였다. 빛으로 돌진하는 불나방이 되어 미친 듯이 발버둥쳤다. 그러나 웬걸 물의 색이 점점 더 짙어졌다. 더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물에 빠지면 당황하지 마! 발버둥 치지도 말고! 팔을 모아서 몸에 붙이고 거북이처럼 목을 주욱 뺀 다음 가만히 기다려. 그러면 저절로 몸이 뜰 거야.’ 교육 시간에 강사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양팔을 몸에 붙이고 목은 거북이처럼. 침착하자.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주변이 점점 더 밝아졌다. 보글거리는 물거품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그리고 파란색 하늘이 보였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친구들이 탄 배가 물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 명의 장정에 의해 배 위로 끌어 올려졌다. ‘아 살았구나.’

오후에도 래프팅은 계속됐다. 죽을 뻔 한고비를 넘긴 터라 정말 조심했다. 잠베지 래프팅 코스에는 급류마다 이름이 붙어있는데 악마의 변기, 못난 세 자매, 천국으로 가는 계단, 커머셜 수이사이드와 같은 식이다. ‘이름이 못난 세 자매라고? 뭐, 변기?’ 지도에 적힌 코스 이름들을 보면서 톰과 비웃던 게 떠올랐다. 급류의 이름들이 참 귀엽다고도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정말 살벌하고 무시무시하다. 특히 ‘커머셜 수이사이드’, 상업적인 자살이 무슨 뜻인가. 이름이 참 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 의미가 와 닿는다. 바로 ‘돈 내고 하는 자살’이란 뜻이다.

 

여행의 두려움_민재

여행의 두려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사고나 질병 때문에 몸이 상하는 두려움이 가장 큰 이유고, 무언가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 다음일 것이다. 일상을 벗어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불안이 있다. 이러한 감정들이 여행을 가로막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

사실 두려움은 여행할 때는 필요한 감정이다. 두려움이 있어야 합리적인 결정이 가능하다. 세렝게티의 어두운 밤, 흔들리는 수풀을 보고 두려움 없이 다가가는 사람보다는 사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물러나는 사람이 안전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때는 이렇게 생각하자. 지금 느끼는 두려움이 나를 보다 안전하게 해줄 것이라고. 두렵지만 도전하고 싶은 건, 바로 시작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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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상열지사: 탐의 연애가이드

권탐

 

 

너… 잠수함이니?

잠수타는 여친, 남친 편

 

안녕하세요. 저는 꽃 같은 연애 중인 18살 김은이(가명)이라고 합니다. 저에게는 동갑내기 남자친구가 있는데요. 우리는 각자 남학교, 여학교에 다녀서 얼굴을 매일 보기가 어려워요. 그래서인지 만나면 그렇게 애틋할 수가 없어요.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에만 만나는데요. 온종일 붙어있어도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항상 아쉬움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죠. 그런 우리 사이에 문제가 한 가지 있다면 바로 남친의 잠수 실력… 그렇게 애틋한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잠수를 타는 남친! 어르고 달래고 울어 봐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다시금 잠수부로 돌아가는 남자친구입니다. 다른 건 다 좋은데 이것 때문에 안 싸워도 될 일로 싸울 때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싸우면 또 어찌나 연락이 없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잠수를 타니… 속이 타들어 갈 것 같아요. 한두 번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이 문제로 싸울 수만도 없는 노릇이고. 고치지 못할 거면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지요. 그렇지만 이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 더 고민하게 된다면 이해가 되세요? 정말 나를 좋아하면, 내가 보고 싶다면 이렇게 연락을 안 할 수 있는 것인지! 천사도 아니고 화장실도 갈 텐데… 밥도 먹고 등교도 하고 하교도 하는데 왜?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쿠오오오 기약 없는 잠수에 들어간 남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듣기만 해도 답답하다. 방금 먹은 핫도그가 목에 걸린 것 같은 이 느낌. 어디서 나는 답답함을 느끼는 것일까? 잠수타는 남친에게서? 아니면 그런 남친을 두고 있는 사연녀에게서?

 

일단, 잠수. 그대로 둬도 괜찮을까? 잠수라는 단어를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사용할까. 긍정적인 느낌은 아니야 그렇지? “아~ 내 여친 이번에 잠수탔잖아”라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하는 모습은 생각하기에도 조금 부자연스러워. 잠수탔다며 애인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우리는 보통 인상을 쓰고 있거나 황당+어이없음을 온몸으로 표현하곤 해. 그치? 그만큼 잠수는 나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것이지. 내가 전혀 존중받지 못 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 행동에 대해서 더욱 화가 나는 거고!

나 너무 힘들어. 혼자 있고 싶어. 나 공부하느라 지쳤어. 나 부모님과의 관계 때문에 말도 못 하게 스트레스받아.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 미칠 것 같아 등등의 여러 이유로 나를 좀 잠시만 내버려뒀으면… 하는 감정을 우리 모두는 충분히 가질 수 있어.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일정이 너무나 빡빡해서 연락하기가 너무나 어려울 때도 당연히 있을 수 있지! 그건 개인의 감정이기 때문에 사연녀를 사랑하는 감정과는 구분해줄 필요가 있어. 남자친구가 자기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인정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지.

 

그러면 사연녀의 감정은 잘못되었으니 맘을 고쳐먹어라?

남자친구든, 여자친구든 개인적인 시간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야. 그렇지만 아무리 존중한다고 해도, 사연 속 주인공처럼 주중이면 왜 연락이 없지, 왜 연락을 받질 않지? 하고 상대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분명 이별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 어서 훌훌 버리고 떠나버려! 라고 말하진 않겠어. 하지만 대화를 통해서 사연녀가 불안하다고, 연락이 안 되는 게 싫다고 알렸는데도 계속해서 그런다면? 만신창이의 마음이 되어서 왜 그때 관계를 끝내지 않았지 하며 스스로를 원망할지도 몰라.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두 번의 전화. 시시각각 이슈에 대해 전달해야 할 의무가 커플 사이에는 존재한다? 아니, 다른 커플이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이런 약속을 요구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야. 하루에 한 통의 전화를 하든, 한 통도 전화를 하지 않든 서로가 좋고, 서로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고개가 돌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정신의학과 김현철 전문의가 책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여자에게는 *‘유기불안’이 있다고. 이 말을 아직까지 기억하는 이유는 그 말에 공감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꼭 여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야. 사연 속 남자친구는 잠수라는 하나의 무례한 행동을 통해서 여자친구에게 유기불안 비슷한 감정을 만들고 있어.

우리는 서로에게 존중받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내어서 주말에 데이트도 하고 토요일의 애틋한 시간을 아까워하기도 해. 때로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시계를 바라보는 그 순간도 아까울 때가 있잖아… 그런데 나를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함께 하지 않을 때는 나를 항상 불행하게 만든다면? 그건 결코 좋은 사람도, 좋은 사랑도 아니야. 그러니 지금 이걸 읽고 뜨끔한 친구들은 얼른 소중한 사람에게 다정한 카톡을 하나 날리라고!

 

*유기불안

정신분석학 대상관계이론에서 사용되는 말. 유아기 때 사랑하는 이(대체로 부모)에게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두려움을 말함!

 

MODU 한마디

솔로몬_ 난 수영 못해. 그래서 잠수도 못 타. 그런데 왜?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보노보노_잠수함의 특징은? 끝없이 가라앉는다는 것!

서른이 90일 남아 멜랑꼴리한 오빠_(잠수 중이라 대답이 없는 오빠)

탐_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 단언컨대 고치지 않는다면 좋은 결말 단 한 번도 못 봄.

연구원님_잠수라니ㅠㅠ있을때잘 해, 후회하지말고!

 

 

필자소개:  권탐

밤이면 자? 통화가능 해?라고 울리는 전화 때문에 비행기모드를 선호하는 만인의 연인.

 

*팬심 가득한 레터와 사연, 제보는 여기로 contents@modumagazine.com불만은 안받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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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진혁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2015년 국어 교과 ‘고전’ 과목 신설에 따른 MODU의 야심작! ‘고전에 빠지다’!! 수시로 대학가는 시대, 고전은 필요가 아닌 필수야. 혹시 MODU와 함께 고전 읽기 토론을 해 보고 싶은 사람은 contents@modumagazine.com으로 연락 줘~ 신청자가 많으면, 너희들을 토론 내용을 이 코너에 소개하려고 해 ^^

 

고전에 빠지다 두 번째 책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야. 고전 중의 고전, 인류의 명작으로 꼽히는 <파우스트>.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지? 파우스트 박사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깨우친 늙은 학자야. 모든 지식을 알게 된 그에게 남은 것은 늙음과 우울함, 그리고 세상에 대한 회의뿐이었어. 이때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 박사 앞에 나타나. 메피스토펠레스는 신과 ‘파우스트를 유혹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내기를 했거든. 메피스토펠레스의 제안은 이런 거야.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다. 모든 쾌락을 주겠다. 어떤 모습이든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겠다. 그 대신, 네가 한 가지 삶에 머무르게 된다면 네 영혼을 내가 갖겠다.” 파우스트는 이 위험한 제안을 수락해. 늙은 파우스트는 20대의 청년이 되었고, 순수의 화신인 그레첸을 만나 사랑에 빠져. 하지만 그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게 되지. 파우스트는 지상 최고의 권력자가 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그가 원한 삶은 아니었어. 정작 마지막에 파우스트가 택한 것은 자유롭게 일하는 삶, 다른 이들과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이었어. 그걸 깨닫게 되는 순간 파우스트는 이런 말을 남겨.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더불어 살고 싶다. 그러면 순간에다 대고 나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멈추어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메피스토펠레스가 내기에서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파우스트의 영혼은 구원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 한 구절 한구절 생각할 거리가 가득한 책 <파우스트>. 이 책을 MODU가 읽고 함께 토론해봤어.

파우스트1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뭐였어?”

보노보노: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라는 문장이야. 많은 위로가 되었던 문장이기도 해. 우리는 늘 노력하며 살지만, 항상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 하잖아. 언젠가 정말 주저앉고 싶어질 때 이 문장이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해. 인간은 노력하는 한 늘 방황하는 법이고, 이 방황은 늘 괜찮은 거니까.

타미: “부유한 가운데 결핍을 느낀다는 것은, 우리의 고통 중에 가장 혹독한 것이다”라는 부분이 좋았어. 파우스트의 대사인데, 이걸 읽으며 ‘정말 인간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했지. 넓은 땅을 갖고, 모든 권력을 가진 파우스트는 그럼에도 항상 부족함을 느껴.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으로는 ‘부족함’을 채울 수 없으니, ‘집착하지 않는 마음’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

마이쮸: 나도 비슷한 걸 느꼈어. 파우스트는 이런 말을 해. “어떠한 순간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자, 그가 계속 가는 길에는 고통도 있고 행복도 있으리라!” 우리는 늘 만족하지 못하고, 늘 행복하기 위해서 고통을 받으니까. 하지만 마지막에 천사들은 “언제나 열망하며 노력하는 자, 그자를 우리는 구원할 수 있노라”라고 하지. 그럼에도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

탱: 나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대사가 인상적이었어. “수백만의 고수머리털로 만든 가발을 쓴다 해도, 굽이 한 자나 되는 높은 신발을 신는다 해도, 결국 당신은 있는 그대로의 당신일 따름이지요.” 내가 나를 어떻게 꾸미려고 해도, 어떻게 포장하려고 해도 결국 ‘나’라는 건 변하지 않고 남는 게 아닐까 생각했지. ‘있는 그대로의 나’는 무엇인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던 것 같아.

 

“읽고 어떤 걸 느꼈어?”

보노보노: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유치환의 시 ‘생명의 서’가 생각났어. 사실 우리는 고민이 많고, 그만큼 고통스럽잖아. 그럴 때 도피처를 찾게 되기도 하고. ‘아라비아의 사막’이나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가 비슷하다고 생각해. 삶의 고통을 벗어나는 길 같은 거니까. 그럼에도 고통스러운 순간이 찾아왔을 때, 도망치기만 하지는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했어. 파우스트는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만한 자격이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어. 늘 고민이 많겠지만, 고민만 하지는 말고 ‘날마다 싸워서’ 자유롭게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

타미: 나는 자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 파우스트는 실패하고 좌절할 때마다 자연에서 치유를 얻잖아. 알프스의 자연에서 회복하는 파우스트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기도 했고. 나도 내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무언가를 꼭 갖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 내 경우에 그런 건 ‘사람’이 아닐까 해. 파우스트에게도 아마 사람이 중요했을 거야. 그가 사랑했던 그레첸, 전설의 미녀 헬레나, 그리고 파우스트가 아끼던 자기 영지의 농사꾼들도 결국엔 사람이었으니까. 파우스트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사람을 찾았지만, 나는 내 주위에서 찾으려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더 아끼고, 가끔 그들에게 상처받더라도 그들을 더 좋아해야겠다고 생각했어.

마이쮸: 파우스트는 괴테가 60년 넘게 쓴 글이라고 해. 그 깊은 글을 한 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겠지. 나는 ‘안다는 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 파우스트 박사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가진 사람으로 나와. 하지만 항상 불행했지. 그래서 그저 아는 것에 그쳐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생각을 했어. 결국 파우스트가 선택한 순간은 더불어 함께 일하는, 그런 평범함이었어. 모든 걸 알았던 파우스트는 정작 그 평범함의 기쁨을 몰랐던 거야. 나는 아마 앞으로도 모든 지식을 다 갖게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일상의 기쁨을 늘 생각해야 할 것 같아.

탱: 아까도 말했지만, ‘나’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계속 하게 된 것 같아. 나는 무엇인지, 또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파우스트는 불행했지만, 나는 오히려 내가 나이기 때문에 행복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삶의 고통이란 건 결국 ‘내 삶의 고통’이니까. 다른 누가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결국 내 몫으로 남는 거지. 그런 걸 다 인정하면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노력하는 인간은 언제나 방황하는 법’이니까, 아마 괜찮을 거야.

 

“함께 생각해 볼 것들이 있을까?”

보노보노: 만약 영혼을 대가로 악마와 계약을 하게 된다면, 어떤 삶을 추구하고 싶어?

타미: 사랑, 권력, 지식, 명예, 생명. 너희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이니?

마이쮸: 삶의 고통은 주로 어디에서 오는 걸까?

탱: ‘성공한 삶’은 무엇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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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DU콘테스트

  팔색조 붉은가슴울새

후투티쏙독새

* 사진은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1,2,3,4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새에 빠져 살았습니다. 지금은 ‘굴뚝새 연구가’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어요. <새와 함께 꿈을 꾸다>와 <팔색조의 육아 비밀>이란 책을 쓰기도 했고, 새에 관한 일에는 뭐든지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1번 사진은 팔색조예요. 다채로운 매력으로 유명한 새죠.

2번 사진은 붉은가슴울새인데, 봄에 아주 잠깜 볼 수 있어요. 정말 예쁘죠?

3번 사진은 ‘추장새’라고도 불리는 후투티예요. 원래 여름에만 볼 수 있었지만, 온난화로 지금은 1년 내내 볼 수 있어요.

4번 사진은 쏙독새예요. 주로 밤에 활동하는 이 새는 땅 위에 알을 낳아요.

사진 속 새들은 마음에 드셨나요? 저는 요즘 새를 알리기 위해 ‘초록기자단’과 ‘환경부 블로그’에 글도 쓰고 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남해 해성고등학교 3학년, 박진석

 

 

MODU의 한 마디!

새를 좋아해서 굴뚝새를 연구하는 조류학자가 되고 싶다는 진석 친구의 꿈이 듬뿍 묻어난 사진! 잘 봤습니다. 예쁜 새를 보며 잠시나마 고요한 숲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도 좋았지만, 자신의 꿈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진석 친구의 모습이 떠올라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언젠가 멋진 조류학자가 된 모습도 기대할게요. 이 사진을 보는 모두의 꿈도 활짝 날개를 펴길!

 

 

 

*코너소개

<MODU>에는 왜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코너가 없나요? 수없이 들어온 이 질문! 그래서 우리가 마련했다. 이름하여, MODU 콘테스트! 친구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나 일러스트, 찍은 사진, 디자인한 옷! 그것이 무엇이든 여러분의 솜씨를 뽐낼 수 있는 지면이야. 공연 영상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소개하고 있으니, 어떤 장르로도 참여가 가능하다는 사실! 감춰둔 끼를 내보일 곳이 없었던 친구들에겐 갤러리가 되고, 글자만 읽기 답답했던 친구들에겐 휴식이 되는 이 코너! 많은 관심을 부탁해!

(참여방법 : contents@modumagazine.com 으로 메일 한 통만 보내면 끝! 제목 앞에 [MODU콘테스트]라고 적고, 간단한 자기 소개와 작품 소개를 부탁해!)

 SNUSV

편집 권태훈 이진혁

자료제공 <어떻게 창업하셨습니까?> 21세기북스

‘바람의 나라’부터 ‘리니지’, ‘아키에이지’까지

한국 온라인 게임의 역사 

송재경 – 엑스엘게임즈 대표

 

서먹했던 사이를 하트 주고받는 사이로 다시 맺어주며 온 국민을 열광케했던 게임 ‘애니팡’. PC방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는 게임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 케이블 게임 중계를 보며 열광하는 수많은 E-스포츠 팬들을 보면 한국만큼 게임을 생활 속에서 가까이 하는 나라도 없을 것 같다. 이러한 게임 산업 강국 한국에서 게임 산업을 이끌고 있는 회사는 단연 넥슨과 엔씨소프트다. 이 두 회사는 ‘리니지’, ‘크레이지아케이드’, ‘바람의나라’ 등 한국 게임 역사에 큰 획을 그었던 게임을 출시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가깝게 여기도록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우며 오늘날의 게임 강국 한국을 만들었다. 이 두 회사의 초창기를 함께 하며 한국 게임의 역사를 만들어 온 사람, 한 번 성공하기도 어렵다는 대박 게임을 연이어 만들어 낸 천재 개발자가 있다. 바로 한국 온라인 게임의 아버지라 불리는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다. 그가 없었다면 오늘날 전세계에서 인기를 모으며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게임 ‘리니지’, 그리고 세계적인 게임 기업 넥슨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특별하지않았던어린시절, 대학시절

 

Q. 대표님이 만든 게임들은 모두 이전에 없던 획기적인 게임이었고 거의 모두 크게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대표님을 천재의 상징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천재성을 나타내셨나요?

그렇지 않았어요. 공부는 반에서 4~5등 하는 수준이었어요. 하지만 굉장히 모범생이어서 학교, 집, 학교, 집만 오가는 스타일이었어요. 딱히 취미로 뭘 한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늘 말없이 있고, 존재감도 별로 없었어요. 친구들과도 거의 말을 안 했는데, 지금도 동창들 이야기가 “너는 하루에 한 10마디 이내로 말했다”더라고요.

 

Q. 혹시 어린 시절 기억 중에 게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동네 전파상에서 ‘오트론’이라는 게임기를 봤던 것이 기억나네요. 그 당시엔 매우 신기했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 때쯤 처음으로 8비트 컴퓨터를 보게 됐고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국 퍼스널컴퓨터 경진대회에 나기도 했어요. 저희 집에는 컴퓨터가 없어서 주로 친구 집에서 컴퓨터를 했죠.

 

Q. 그럼 컴퓨터공학을 대학 전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계속 컴퓨터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으니까 컴퓨터공학과에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대학생 때만 해도 장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어요. 특별히 게임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도 아니었고 게임 개발자가 될 생각도 없었어요.

 

Q. 대학 시절 대표님의 관심사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86학번으로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갔는데 같은 학번에 지금 넥슨 김정주 회장도 있었고, 네이버를 만든 이해진 의장도 있었어요. 김정주 회장과는 1학년 1학기 초부터 친해져서 졸업할 때까지 붙어다녔어요. 과학원(KAIST) 에서도 같은 실험실에 있었고, 박사과정 때 지도교수도 같았어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농담 삼아 “우리도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 당시에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지금처럼 거대 제국은 아니라서 어떻게 하면 금방 따라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Q. 그럼 동아리 활동이나 학회 활동 같은 건 안 하셨나요?

네, 안 했어요. 대신 저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개인용 IBM 컴퓨터가 생겼기 때문에 집에서 놀다가 프로그램을 짜고 그랬어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보면서 본격적인 프로그래머의 길에 뛰어든 시기였던 것 같아요. 폰트를 하나하나 그리면서 워드프로세서 한글 에디터를 제작하기도 했고, 터보 파스칼을 이용해서 기초적 레이싱 게임을 만들거나 모방형 게임을 만드는 등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십대후반, 게임에눈을뜨다

Q. 대학원에서 진지하게 게임 개발 쪽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들었어요.

석사과정 마치고 박사과정에 들어갔는데, 입학 전에 약간 비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 과학원에 키트머드(KITMUD)라는 게임이 대유행해서 다들 그걸 하고 있었죠. 키트머드라는 건 텍스트만 나오는 게임이라 여러모로 번거롭기도 했고, 글씨로만 보이니 방향도 잃어버리고 해서 아예 직접 게임의 내부 소스 코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소스 코드를 받아서 어떻게 만들어졌나 보고, 박사과정 들어가서도 게임에 그래픽을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런 저런 시도도 해봤죠. 논문 쓰는 건 잊고서(웃음).

 

Q. 그러다가 직접 게임을 만들게 되신건가요?

네 처음에는 대학원 연구실을 나와 한글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 ‘한글과컴퓨터’에 입사했어요. 한글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은 대학 학부 시절부터 관심 있던 주제였거든요. ‘한글과컴퓨터’에서 게임 개발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하다가 지인의 요청으로 우연히 ‘쥬라기공원’이라는 머드게임을 만들게 됐어요. 아마 1994년도 6월, 7월 그쯤이었던 것 같은데, 당시에 교보문고에 『쥬라기공원』이라는 어드벤처 책이 있었고 ‘어떻게 미션을 수행하면 7페이지로 간다’ 이런 식으로 앞뒤로 페이지를 넘겨가며 책으로 하는 게임이었어요. 그 어드벤처 책

을 참고로 텍스트 머드 게임을 만든 겁니다. 기반으로 하는 게임 개발 소스가 한글 처리가 안 돼 있었기 때문에 한글이 되게끔 제가 고쳐줬구요, 이후 그 책의 내용을 그대로 거기에 입력을 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천리안’ 이라는 사이트에서 분당 20원에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딱히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쥬라기공원’의 출시는 매우 성공적이었어요. 출시되자마자 천리안, 하이텔 등 PC통신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를 계기로 이후 많은 유사한 머드게임이 등장하면서 30개가 넘는 온라인 게임들이 서비스되기 시작했어요.

 

Q. 이후 게임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건가요? ‘한글과컴퓨터’를 다니다 김정주 회장과 함께 넥슨을 창업하기까지의 이야기도 들려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글과컴퓨터’에서 일하던 중에, 창업해서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됐어요. 1994년 12월에 넥슨을 창업했고, 이후 지금의 넥슨을 만들어준 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들었죠. 이런 걸 순간적으로 결정한 건 아니고, 학교 다니면서도 꾸준히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학부 때는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 소프트웨어로 먹고 살겠다는 정도만 생각했죠. 게임 개발로 진로를 정한 건, 박사과정 때였어요. 네트워크 기반의 머드게임 쪽을 개발하고 싶었죠.

 

Q. ‘바람의 나라’는 MMORPG 분야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게임이었는데요. 대표님은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게임을 좋아할 거라고 예측하고 ‘바람의 나라’를 만드신 건가요?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된 게 1997년이었어요. 제가 ‘바람의 나라’를 만들기 시작한 게 1995년이니 개발 당시에는 ‘스타크래프트’를 본 적이 없죠. 당시에 ‘쥬라기공원’이라는 텍스트 머드게임이 있었는데, 쥬라기공원을 통한 수입이 많으면 한 달에 5000만원 정도라고 들었어요. ‘바람의 나라’를 개발할 때도 그정도를 예측했죠.

만들면서도 이렇게까지 큰 산업이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그 당시 머드게임이 많이 생겼는데, 바람의 나라는 그래픽적인 요소가 많아서 눈에 띄는 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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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만든 리니지, 그만의생각 프로세스

Q. 이제 넥슨에서 엔씨소프트로 옮겨 리니지를 만든 이야기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와는 어떻게 함께 일하게 되었나요?

넥슨 이후 저는 군복무를 위해 산업기능요원으로 ‘아이네트’라는 회사에서 게임 개발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만들던 게임이 ‘리니지’ 였어요. 그런데 만들고 있던 도중 외환위기가 와서 아이네트에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리니지’ 개발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어요. 게임을 계속 만들려면 다른 회사에 가야 했죠. 다른 회사를 알아보던 중 마침 김택진 대표한테서 전화가 왔고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죠.

 

Q. 그럼 리니지는 대표님 혼자서 기획 단계부터 방향을 잡은 건가요?

네.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가 배경이라 자료 찾기도 어려웠어요. 이번엔 정통 중세 판타지를 만들기로 했죠. 이건 룰이 널리 퍼져 있으니까요. 그래서 한창 연재 중이었던 만화 ‘리니지’를 선택하고 작가인 신일숙 씨에게 연락 후 계약을 했어요. 제가 처음 게임 ‘리니지’ 기획서를 썼어요. 그렇게 개발을 1년 넘게 하고 나서 엔씨소프트로 옮겨 간 거죠.

 

Q. 리니지를 좀 더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대표님께서는 어떤 고민들을 히셨나요?

그 시절, 그러니까 1998~2002년에 비슷한 게임이 몇 개 더 있었어요. ‘신영웅문’도 있었고 우리보다 앞서 가고 있던 ‘바람의 나라’, ‘레드문’도 있었죠. 그 당시에는 동시 접속자 수가 300명 정도였어요. 서버 기술이 나빠, 동시접속자가 300명을 넘어서면 서버가 다운되고 그랬거든요. 다른 회사가 동시접속 300의 장벽을 넘는 데 오래걸렸다면, 우리는 한 달 만에 그 벽을 넘었죠. 그러니까 1998년 말에 동시접속 1000명이 넘어가더라고요.

 

Q. 대표님께서 개발한 게임들은 늘 게임산업 내에서 하나의 혁신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걸 먼저 생각하고 만을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생각하는 과정은 간단해요. 제가 갑자기 무슨 생각을 만든다기보다는, 그때까지 나와있던 A, B, C를 적당히 조합하는 거예요. ‘바람의 나라’를 예로 들어보죠. 당시에 텍스트머드는 이미 있었고, 싱글RPG도 있었죠. 이걸 타일 단위로 옮겨 다니는 툴과 결합한 게 ‘바람의 나라’예요. ‘리니지’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Q. 대표님께서는 지난 시간 동안 여러 회사를 경험하고 게임도 많이 만들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결정은 무엇인가요? 반대로 가장 후회하는 일이 있다면요.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결정은 역시 한글과컴퓨터에 안주하지 않고 ‘바람의 나라’를 만든 거예요. 딱히 후회스러운 결정은 아직 없는 것 같기는 해요. 아쉬운 점이야 많았겠지만, 그런 건 금방 잊어버리는 성격이에요.

 

Q. 마지막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한테 조언 부탁드립니다.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젊었을 때 한 번쯤 도전해보는 건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대부분 실패하니까, 실패했다고 해서 우울해할 필요도 없어요. 성공이 실력에 의한 것도 있겠지만 상당 부분 운에 좌우되니까요. 실패했다고 해서 본인의 책임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한 번씩 도전해보세요. 20대에 한번 해보고 나서 다시 30대, 40대에 해본다고 하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학교나 회사에서 배울 수 없는 아주 멋진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진주영

지구는 푸르게 꿈은 넓게!

세상을 살리는 녹색직업 알아보기

  “자자, 집중! 시작하자. 오늘은 선생님이 문제 하나를 낼 거야. 정답을 아는 사람은 손들고 대답하면 돼. 엄청 쉬워. 너희 텔레토비 알지? 어느 날, 텔레토비 나나가 지구에 온 거야. 이걸 다섯 글자로 줄이면 어떻게 될까?” MODU 친구들, 답을 찾았니? 아직 감을 잡지 못한 친구들을 위해 MODU가 답을 알려줄게. 바로 ‘지구온난화’. 깔깔깔. 오늘은 MODU와 함께 지구온난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환경오염에 맞서는 녹색직업에 대해 알아볼 거야! 재미나겠지?

피오나 공주를 지키는 슈렉

이런 말 들어봤어? 환경이 피오나 공주라면 녹색직업은 슈렉이라는 말. 환경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사람을 녹색직업 종사자라 부른다는 거야. 정말 낭만적인 직업이지? 오늘은 녹색직업에 대해 더 알아보려고 해! 낭만이 그리운 솔로니까 말이야. 그리고 ‘지구온나나’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지금, 녹색직업은 정말 중요하니까!

누가봐도 푸른 아이

우주에서 본 지구는 정말 예쁘다고 해. “지구는 파랗다.” 러시아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대기권 밖에서 지구를 보며 한 말이야. (러시아어였겠지만) 물론 지구본만 봐도 지구가 파랗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지. 지구가 괜히 푸른 별로 불리는 게 아니라는 말씀! 그런데 이 지구의 푸른 빛이 사라진다면? 지구본이 검은색으로 변한다면?

푸름아, 어디 가니?

MODU 친구들도 이미 잘 알겠지만, 푸른 빛을 잃은 지구에서는 결국 살 수 없게 돼. 당장 옆 동네로 이사 가기도 힘든데, 다른 별을 찾아갈 수는 없잖아? (개념은 안드로메다로 보낼 수 있지만…) 만약 녹색직업이 없다면 미래의 우리 후손들은 이런 말을 할지도 몰라. “할머니, 할아버지. 예전에는 우리나라도 사계절이 있었다면서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겨울에는 눈이라는 것도 내리고? 눈을 보신 적이 있나요? 정말 그렇게 하얀가요?”

Hot! 뜨거뜨거 Hot! 뜨거뜨거 Hot!

2009년 기상청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한 세기 동안 겨울철 길이는 한 달 이상 줄었고, 여름철 길이는 2주 가량 늘어났다고 해. 우리나라 온도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뜻이지. 2007년 국립기상연구소의 기후변화보고서를 보면, 2090년에는 부산, 목포, 강릉은 일년 내내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아 겨울에도 눈을 구경할 수 없게 된다는 예측이 나왔다고 해. 2090년에도 MODU 친구들은 살아있지 않을까? 지금은 100세 시대니까.

도와줘요, 슈렉!

따뜻하니까 좋은 거 아니냐고? 그에 따른 다른 변화는 무서워. 비는 무조건 집중호우, 태풍은 또 어찌나 오는지 기상재해는 늘어가고, 더운 기후에 죽어가는 나무가 절반 이상, 육지뿐만 아니라 바다 속 생태계도 혼란에 빠지겠지! 심지어 우리나라의 이러한 변화는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해. 이를 어쩌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이러한 변화를 막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녹색직업이야. 도대체 어떤 일이 녹색직업인지, 또 우리 주변에 얼마나 다양한 녹색직업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정말 많아도 너무 많아! MODU는 크게 3부분으로 나눠 녹색직업에 대해 설명해보려고 해. 기술, 세상의 눈, 그리고 아이디어. 각각 부분에 대해 지구에 온 나나를 대신해 보라돌이, 뚜비, 뽀가 MODU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안내할 거야. 기대해!  

환경, 기술로 지킨다

“안녕, MODU 친구들. 나는 보라돌이야. 어릴 때 이후로 오랜만에 만나게 됐네? 나는 변한 게 없는데, 너희는 참 많이 변했다!(늙었다) 오늘은 너희에게 똑똑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 사실 난 지적인 남자거든. 남산만한 배만큼이나 뇌에도 지식을 쏙쏙 쌓아두었다고!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기술로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에 대해 알려줄 테니 집중해봐.”

보라돌이가 조사한 첫 번째 직업: 친환경 운송시스템

매연은 대기오염의 주범! 매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친환경 운송시스템. 에너지소비 효율이 우수해 환경을 적게 오염시키는 운송수단이야. 실제로 2011년 8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전기버스, 배터리카, 하이브리드 차량 같은 친환경 운송시스템으로 경기를 운영했다고 해. 관련 직업으로는 전기자동차 개발자, 고효율엔진 개발자, 친환경선박설계 기술자 등이 있어. 이러한 직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기계공학, 정보통신, 생명화학, 첨단소재 등의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좋아. 물론 각 운송수단에 대한 관심은 기본이겠지.

보라돌이가 조사한 두 번째 직업: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운송시스템의 필수품은 바로 신재생에너지지. 화석연료 사용량은 늘어가지만 그만큼 고갈속도도 빨라지고 있어서 신재생에너지는 꼭 필요해. 신재생에너지는 여러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어.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매스, 풍력, 소수력, 지열, 해양에너지, 폐기물에너지, 재생에너지,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 수소에너지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에너지 군에 따라 연구원, 시스템기술자, 설치 및 유지보수원, 시스템 운전원과 같은 직업이 있어.

라돌이가 조사한 세 번째 직업: 친환경 건설

친환경 건설이라고 하면 왠지 시골 초가집이 생각난다고? 전기도 아끼고, 물도 아끼는 건설일 것 같다고? 전혀! 친환경 건설은 정보 기술과 생태 기술의 종합체인 첨단 건설시스템이지만,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야. 외출 중 실내 조명 끄기, 귀가 시간에 맞춰 목욕물 채우기 등 높은 기술력으로 오히려 에너지 낭비를 막는 건설인 거지. 이러한 친환경 건설은 단순히 집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해.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겠지. 관련 직업으로는 친환경건설자재연구원, 도시녹화설계기술자, 지능형교통시스템전문가, 도시계획가 등이 있어.

보라돌이의 느낀 점

어때? 나 좀 똑똑했지? 난 이 직업에 종사하지는 않을 생각지만, 대신 앞으로 더 열심히 걸어 다니기로 했어. 텔레토비 동산이 아무리 높아도,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무리 멀어도 최대한 걸어볼게. MODU 친구들도 함께 걷자. “보라돌이는 이만 안녕~”   42-59-16

녹색 눈이 지켜보고 있다!

“녹색직업을 소개하는데 내가 빠지면 섭섭하지. 내가 바로 ‘녹색’의 대명사 아니겠어? 반가워! 나는 뚜비라고 해. 사실 나는 환경에 관심이 많아. 우리 텔레토비 동산도 내가 다 관리하고 있지. 텔레토비 동산을 함부로 헤집고 다니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고! 그런 사람을 막기 위해 나는 ‘잔디 조심, 뚜비 조심’이라는 공고를 내걸게 됐어. 나처럼 환경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지금 만나보자.”

뚜비가 조사한 첫 번째 직업: 환경단체활동가

환경을 위한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환경단체활동가라고 해. 환경위기의 심각성을 대중에게 알리고, 정부나 민간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일을 하지. 이 직업을 갖기 위해 환경 분야에 대한 관심과 일에 대한 사명감은 필수! 텔레토비 동산의 훼손을 막는 뚜비도 환경단체활동가와 같은 일을 한다고 할 수 있겠군.

뚜비가 조사한 두 번째 직업: 환경전문변호사

헌법 제35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나와. 폐기물, 야생동식물, 오염물질 불법 배출 관련 같은 환경법이 마련되어 있는 것도 이런 이유고. 환경전문변호사는 크고 작은 환경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야.

뚜비가 조사한 세 번째 직업: 환경 관련 컨설턴트

생각보다 정말 다양한 직업이 있어서 뚜비도 놀랐어. 제초제, 농약, 비닐의 사용을 줄이고 보다 환경친화적인 농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친환경농법 컨설턴트, 제품 개발에 유해한 물질을 빼고 친환경 요소를 넣을 수 있게 도움을 해주는 제품환경 컨설턴트,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환경 컨설턴트 등이 있어. 각 컨설팅 분야에 맞는 전공을 기본으로 경영지식이 풍부한 사람이면 좋겠지.

뚜비의 느낀 점

이 외에도 환경전문기자, 환경감시원, 녹색생활강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초록빛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한 일을 한다는 것! 그 무엇보다 멋진 점인 것 같아. 홀로 텔레토비 동산을 지키는 것처럼 가끔은 외롭기도 하겠지만 말이야. “뚜비뚜바 뚜비뚜바♪”

푸른 별을 만드는 아이디어

“나는 환경을 위해 언제나 씽씽카를 타지. 씽씽 달리는 기분이 어찌나 상쾌한지 몰라! MODU 친구들도 본의 아니게 많이 걸어 다니고 있지? 나 뽀는 아침에 출근할 때 뽀뽀뽀가 아니라 뽀~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왔어. 어떤 사람들이냐 하면 아이디어가 뽀~하고 튀어나오는 사람들이지!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만나보자고!”

뽀가 조사한 직업 첫 번째: 모바일 활용!

스마트폰 보급률 1위에 빛나는 우리나라! 온종일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환경을 지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중에서도 재미있는 게임을 통해 환경을 지킬 수 있다면? 게임 속에서키운 나무를 실제로 심어주는 기업 ‘트리 플래닛’, 혹시 들어봤어? 이런 어플리케이션도 있어. 스마트폰 충전이 완료되면 알림이 울리고, 10분 내로 충전기를 분리해 전력 소비량을 줄이면 적립액에 따라 도서관에 환경 책을 기부하는 앱 ‘포베어’야.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많은 것 같아. 회사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수익을 내고, 환경도 지키고. 소비자는 즐거운 일을 하고, 환경에 일조했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지! 어때? 이런 아이디어로 환경을 지키는 일, 매력적이지 않아? 대한민국의 미래인 MODU 친구들도 분명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 거야!

뽀가 조사한 직업 두 번째: 업사이클링!

업사이클링이란 버려지는 물건을 그냥 다시 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재창조하는 일이야. MODU 친구들 중에도 버려지는 이면지를 모아 노트로 활용해본 친구들이 있을 거야. 이것도 바로 업사이클링! 이 업사이클링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예를 들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현수막을 모아 가방 같은 소품을 만든다든지(터치포굿), 커피 찌꺼기를 모아 퇴비로 활용해 버섯을 키운다든지(꼬마농부), 유리병을 녹여 시계, 조명, 화분, 접시로 만든다든지(도도글라스) 하는 일들이 있겠지. 이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이런저런 방법으로 많은 것들을 업사이클링하고 있어. 지금 교실에는 어떤 것들이 낭비되고 있니? 그런 것들을 모아 업사이클링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지금부터 생활 속에서 업사이클링 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MODU 친구들은 이미 녹색직업인! 슈렉!

뽀의 느낀 점

녹색직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환경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한 순간에 아이디어가 확 떠오를 리 없고,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일 또한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지. 그렇지만 나라고 못할 것 없지! 텔레토비 동산의 푸르름을 위해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어! “뽀뽀뽀!”

지금까지 보라돌이, 뚜비, 뽀와 함께 녹색직업에 대해 알아보았어. 녹색직업이라고 하면, 기술자나 대체에너지관련 직업만 생각한 친구들이 많았을 것 같아. 하지만 생활 곳곳의 모든 일에 녹색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 이제 알겠지? 자, 이제 조금만 더 시선을 돌려서 일상에서 환경을 지키는 슈렉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MODU가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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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영

마을 예술공동체를 만들래요!

 꿈틀 대표 박소정

 

소정이는 어릴 때부터 책상 밖에서 살았대. 가족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책에는 없는 삶을 배웠지. 소정이의 꿈은, 다른 친구들이 꿈꿀 수 있는 세상이야. 청소년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는 그녀! 어른이 되면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그녀! 소정이가 만들고 싶은 세상을 우리 같이 들여다볼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꿈틀 대표 박소정! 꿈틀은 어떤 단체인가요?

‘미래를 향한 꿈, 그 꿈을 담은 틀’의 꿈틀이에요.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단체죠. 뮤지컬 공연을 만들기도 하고, 다큐멘터리도 찍어보고요. 이런 경험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깨닫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단순히 예술을 잘하기 위해 모인 단체는 아니에요.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요?

원래 고등학교 안의 작은 동아리였는데, 본격적으로 꿈틀을 시작한 건 20살 때예요. 처음에는 친한 동생들이 좋은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그런데 이게 끝날 무렵에는 ‘계속 해야겠다, 다음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제 안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 봐요. 꿈틀이 하려는 일이 바로 이런 거예요. 경험을 통한 변화! 이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요.

첫 공연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나 봐요!

같이 뮤지컬 준비하는 친구들이 진짜 열심히 했어요.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밥 한 끼 제대로 사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돈이 없으니까 연습도 무료 연습실에서만 했거든요. 그런 곳은 하루에 2~3시간만 사용할 수 있는데요. 거기서 연습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길거리에서도 연습하고(웃음). 진짜 다들 열정적으로 하는 거예요. 그걸 보니까 저도 자연스레 열정이 생기더라고요.

 

소정 학생이 경험, 변화, 기회라는 키워드를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은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난 일이라고 해. 경상북도 영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소정 학생은 우연히 방문한 서울에서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깨달았다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친구들에게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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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도 밝아지는 꿈틀

지금 준비하는 공연이 있다고?

창작뮤지컬 <사거리>를 기획하고 있어요. 지인이 고등학교 때 제작한 영화를 새롭게 뮤지컬로 만드는 거예요.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작품인데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한 적이 있어요. 아무래도 창작뮤지컬은 대본, 작곡, 작사, 안무까지 다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니까 힘들더라고요.

헉! 경제적인 부담이 꽤 될 것 같은데 다시 시작하게 된 원동력이 있나요?

우연히 동그라미재단의 ‘ㄱ’찾기 프로젝트 공모사업을 알게 됐어요. 그 길로 무작정 동그라미재단에 가서 지원금을 요청했더니, 이 프로젝트에 선정되는 방법밖에 없다는 거예요. 급하게 준비해서 지원했죠.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아서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는데 합격했어요. 아직도 어떻게 붙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운이 좋았나 봐요.

와, 축하! 동그라미재단의 ‘ㄱ’찾기 프로젝트 지원금으로 뮤지컬 제작 외에도 다양한 일을 한다던데?

청소년 단체의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제작하고 있어요. 청소년이 활동하면서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 그 주변이 달라지는 모습을 그려내고 싶어요.

 

꿈의 시작을 돕는 꿈틀

원래 이런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나요?

중학교 때 우연히 녹색성장 관련 UCC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어요. 그 당시에는 UCC라는 개념도 생소했을 때에요. 선생님 권유로 만들게 됐죠. 에너지 보존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가 길거리에서 에너지 보존 안내문을 나눠주고 설명하고 그랬어요.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이 UCC로 전국 2등을 했어요. 엄청난 희열을 느꼈죠. 이때부터 예술 쪽에 흥미를 가지고 이어오게 됐어요.

UCC 제작, 뮤지컬 기획, 다큐멘터리 촬영까지! 혹시 꿈이 감독?!

아니에요. 제 꿈은 ‘한 마을 예술 공동체’를 만드는 거예요. 사회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교육하고 싶어요. 지금은 실패든 성공이든 이 꿈을 위해 과정을 밟아나가는 중이죠. 꿈틀도 그 과정 중 하나고요.

한 마을 예술 공동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기적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거든요. 집 앞에만 나가도 총에 맞을 수 있을 만큼 위험한 동네에 사는 소년 11명이 총 대신 악기를 들고, 달라지는 모습을 담은 영화예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거든요. 이를 통해서 예술을 통한 교육, 예술경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술 문화를 접하고 보고, 느끼고,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을 만드는 교육이요.

예술 경영, 꼭 이루길 바랄게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본인이 처한 환경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가만히 고여있지 않았으면 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도 없거든요.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뭐라도 시작해보세요! 생활 속 아주 작은 것부터요. 예를 들면 오늘부터 한 달 동안은 엄마를 도와 저녁 설거지를 하겠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정말 사소한 것부터 목표를 세우고, 그 속에서 가치를 찾으면 결국에는 많이 달라져 있을 거예요. 오늘부터 시작해보세요!

 

고등학교 시절, 주말마다 서울 나들이를 감행했다는 소정 학생다운 조언! MODU 친구들도 오늘부터 하나하나 실천해보자. 예를 들면 앞으로 1년간 MODU를 정독하겠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야. 하하하. 소정 학생, 귀한 인터뷰 감사해요! 다음에 또 좋은 곳에서 만나요J

 

권유미

도움 건국대학교 홍보실, 건국대학교 홍보대사 건우건희

 그냥 매일매일 보고 싶은 건대

별별대학기행_건국대학교 편

 

학생회관 앞에서 만나요~ 하고 홍보대사 친구들과 약속장소를 정한 에디터. 건국대학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지도로 위치를 한번 찾아봤는데 크기가 범상치 않다! 아무래도 길을 잃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여 약속 시간보다 더 일찍 학교에 도착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학교가 아주 크다. 지도를 봐도 너무 커서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이 안 되는데…, 결국 묻고 또 묻고, 또 물어서야 학생회관을 찾을 수 있었다. 실제로 남이섬과 비슷한 크기라는데! 놀라움에 눈이 동그랗게 된 에디터에게 홍보대사가 알려준 또 다른 사실은 바로 학교가 다 평지라는 것! (잘됐다. 구두 신었는데…) 어디 신나게 건국대 한 번 누벼볼까?

 

서울서도 손꼽히는 호수, 일감호

넓은 학교의 중심부에 위치한 호수. 그 크기도 결코 만만치 않았는데, 학교 안에서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 손꼽힌다고. 실제로 에디터의 주변 친구들 중 건국대를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친구들은 다 그곳에서 사랑을 시작했다는 후문 (어쩜 다들, 다첫 뽀뽀 장소가 일감호야?).

 

호수가 먹여 살리는 친구들만 해도 여럿

어디 가까이 가볼까? 하고 다가갔더니만 허벅지만 한(과장 아님) 잉어가! (실제로 이렇게 커다란 잉어는 처음 봄) 이건 먹을 수 있는 생선일까하고 궁금해했더니 학생들도 그 생각을 했다고! 하지만 먹어서는 안 되는 죽음의 생선이라는 소문이…….

실제로 일감호는 무수한 생명체가 살고 있는 곳이라고 해. 표지 촬영이 한창일 때 어디 좋은 자리 없나~ 하고 이곳저곳을 살피는 에디터는 자라 떼를 만날 수 있었어. 또 셀 수 없는 잉어 무리를 볼 수 있었지. 아쉽게 그날은 비가 와서 볼 수 없었지만 평소에는 거위와 오리 떼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해! 도심에서 드문 자연환경 때문에 왜가리, 가마우지 등 야생 조류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해. 광진구민도 사랑하는 장소라고 들었는데, 충분히 자격 있음!

 

 일감호의 전설

하나. 호수 경관을 바라보기 좋은 등나무 벤치에 앉으면 반대편 끝으로 2호선이 지나다니는 고가선로가 보여. 그곳에서 쌍방향으로 2호선 지하철이 교차되는 순간을 두 남녀가 함께 목격하면! 그들은 가족이 된다는 전설이 있대.(부끄)

둘. 축제 때 일감호 축전이라고 배를 태워주는 이벤트가 있다고 해. 배에 탄 남자와 여자가 커플이 된다는 이야기. 사랑을 이루고 싶은 감성적인 남학생들이라면 적극적으로 함께 배를 타보는 것도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일일 듯!

셋. 다소 오싹한 이야기이기도 해. 일감호에 빠져 죽은 여학생의 원혼이 있어서 그녀를 달래기 위해 건국대 남학생은 졸업 전에 한 번 이상 호수에서 배를 타야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과 결혼할 수 있다는 이야기.(사무실에 혼자 앉아 일감호 사진 띄워놓고 이걸 쓰고 있으니 너무 무서워ㅠㅠ)

넷. 마지막으로, 일감호에서 자라를 보면 일 년 내내 행운이 따른다는 전설! 자라 떼를 본 에디터로선 기분 좋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군, 후후.

 

 

홍예교

홍예교는 호수 위로 이어진 붉은 벽돌의 아치형 다리의 이름! 사랑하는 두 남녀가 손을 잡고 여기를 건너가면 사랑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깨진다는 소문! 대부분 이뤄진다는 소문이 많은 편인데 특이하게 헤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 아, 헤어져야겠는데 말은 못하겠다 싶으면 이곳에서 손을 잡고 건너라는…(…)

 

 일감호 오리에 대한 웃지 못할 이야기

“건국대 일감호 오리가 귀여워도 당분간 먹이를 주거나 접촉하지 마세요.”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학교 오리와 접촉을 금지하는 일이 생기곤 한대. 야생 조류의 배설물 등으로 AI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래서 주기적으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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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광장 그린호프 

황소광장은 행정관 앞 잔디밭. 그린호프는 상호명이 아니라 황소 동상 앞의 그 잔디밭을 이르는 말이야. 초록의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서 그린호프라는 애칭이 붙었다고 해. 실제로 잔디가 이상하게도 촉촉한 초록색. 잔디가 정말 촘촘히 예쁘게 자라서 나도 여기서 사진 좀 찍어봤음^.^  이곳에서 소비되는 알코올과 닭, 그리고 애정 행각은 셀 수 없다고 해!

 

야경이 멋져서 모든 장소에서 사랑이 이루어…

진다고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는 건우건희 홍보대사 친구들. 내가 그 맘 잘 알지…(먼산) 야경 뿐만 아니라 봄이면 동물생명과학대학 앞 흐드러진 벚꽃길, 24시간 호수 앞 벤치. 청심대 앞과 예문대 커플동산 등등 학교에 분홍빛인 곳이 천지라고 해. 실제로 해가 넘어가며 하늘에 노을이 물드는 시간에 호수를 바라보는 벤치에 빈자리가 하나도 없다고 하니… (정적)

 

 공부랑 관련된 이야기는?

뭐 성공한다거나, 학점과 관련된 이야기는 없는 걸까? 호수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만 너무 들은 것 같아서 도서관을 지나며 물었지! 간단명료한 대답. 학점은 도서관 오래 다닌 사람이 잘 받는 거고요^^ 라며 쿨하게 대답하는 친구들. 실제로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위해 이런저런 장학제도부터 시작해서 줄줄줄 학교 자랑을 읊는 건우건희 친구들! 이 애교심을 같이 키워나갈 후배들을 얼른 만나고 싶다는데! 어때, 건국대학교 그린호프에서 ‘위하여’를 외치는 그날을 그리며! See you soon!

 


“홍상수가 사랑한 건대”

 

죽어가는 자의 고독_상허기념도서관
정문에 들어서면 저 멀리 우뚝 서 있는 건물이 보인다. 건국대학교 중앙도서관인 상허기념도서관이다. 120만권이 넘는 단행본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크기도 큰 데다 학교의 초입에 자리하고 있어 조경도 좋다.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서 해원이 잠을 자는 영문서적 열람실은 도서관 5층에 있으며, 해원이 과 친구를 만나 성준의 소식을 듣는 곳도 바로 도서관 앞이다. 돌에 새겨진 ‘상허기념도서관’ 이라는 글자가 영화에서도 크고 또렷하게 드러나 있어 찾기도 쉽다. 도서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책의 제목처럼, 해원의 고독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을 품은 공간이다.

<우리 선희>가 일으키는 바람_예문대 앞
건국대 학생들에게 일명 ‘중문’으로 통하는 예술문화대학 앞은 <우리 선희> 오프닝에서 선희가 걸어가던 장소이며, 홍상수 감독이 실제로 근무하고 있는 곳이다. 선희가 걸어가는 산책로나 최 교수를 만나는 잔디밭 역시 모두 캠퍼스 내에 위치하고 있다. 선희는 캠퍼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남자들의 마음에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건국대에 다니는 <옥희의 영화>_온실
진구가 술을 먹고 옥희에게 고백한 뒤 키스하는 장소다. 건국대 학생들에게 이 온실은 ‘길을 잃으면 나오는 장소’로 통한다. 그만큼 깊숙이 위치해 있는 데다 실제로 이따금 호기심에 찬 신입생들이 이리저리 캠퍼스를 돌아다니다 발견하는 곳이기도 하다. 풀과 흙 내음이 감도는 온실에서 또라이 진구의 지질한 고백을 들은 옥희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등장한 건국대학교의 이곳저곳을 소개해봤다. 이야기가 흘렀던 장소를 돌아보며 영화를 다시금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청소년은 아직 볼 수 없는 영화도 있으니, ‘홍상수가 사랑한 건대’ 둘러보기를 대학시절 해야 할 일 리스트에 올려두는 것도 좋겠다. 홍상수 영화처럼 생생한 인물들과의 만남, 또 다른 남녀 관계의 시작을 기다리며.

 /문지원 (<캠퍼스 씨네21> 1기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