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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나를 디스하지 않고
리스펙하는 법
힙합 래퍼 아웃사이더

글 강서진 ● 사진 안지섭, 아웃사이더

음악은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

 

<MODU> 독자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달라.

힙합하는 래퍼다. 아마 10대들은 나를 잘 모를 수도 있겠다. 데뷔한지 10년이 훌쩍 넘었고, 지금은 예전만큼 가수 활동을 활발히 하는 편이 아니니까. 그래도 방송에 한창 출연할 때는 음반 순위 1, 2위를 제법 해서 20~30대들에겐 꽤 유명하다.(웃음)

요즘엔 어떻게 지내나?

누군가를 계속 키우는 삶을 살고 있다.(웃음) 세 살배기 딸을 키우고 있고, 동물을 워낙 좋아해 강아지부터 도마뱀까지 다양하게 키운다. 또 가수 데뷔를 준비하는 후배들을 돕고 있다. 그래서 많이 바쁘다.(웃음) 얼마 전에는 <3.14>라는 새 앨범을 발매했다.

곡명을 ‘3.14’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곡 발매일이 3월 14일이어서.(웃음) 물론 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고, 원의 둘레인 원주율을 뜻한다. 원래 원주율은 3.14159… 이런 식으로 끝없이 계속되는 소수이지 않나. 이렇게 딱 떨어지지 않는 값이 인생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 명확한 답이 있는 것이 아닌데, 남들이 생각하는 기준이 정답인 거 같고 그에 어긋나지 않게 살려고 하니 힘들어지는 거 같다. 학생 때는 시험 점수를 잘 받아 대학에 가야 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해야 하고 취업 후엔 결혼을,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하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마치 삶의 표본처럼 돼가고 있는 거 같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창 호기심도 많고 생각도 많은 시기에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정해진 교육제도에 맞춰 지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시험 성적에 압박받고 상처받는 청소년들에게 원주율처럼 무한대의 답이 미래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3.14’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이번에 만든 곡처럼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곡이 많다. 가수로 오래 활동해온 만큼 발매한 곡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애착이 큰 노래가 있다면 무엇인가?

2010년에 발매한 ‘주변인’이란 곡을 좋아한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떠도는 내 모습을 가사로 써냈기 때문에 나를 가장 잘 표현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가수로서 과도기를 겪고 있던 상황이었다.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다 ‘외톨이’란 노래로 갑자기 큰 관심을 받으니 혼란스럽더라. 데뷔 전보다 상황은 좋아졌지만, 그렇다고 크게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 주류와 비주류의 애매한 경계선에서 떠도는 혼란스러움을 ‘주변인’이란 곡으로 표출한 건데,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주변인처럼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전히 이 노래에 끌린다.

아웃사이더의 노래들 중에는 유독 외로움을 주제로 한 곡이 많다.

맞다. ‘외톨이’, ‘주변인’, ‘피에로의 눈물’, ‘심장병’, ‘슬피 우는 새’… 노래 제목들도 슬프고 어두운 편이다. 스스로 꽤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사는 꼭 슬픈 내용으로만 쓰게 되더라. 돌이켜보니 언제나 외로웠던 것 같다.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 일부러 더 밝아 보이려고 애썼던 거다. 연기하며 사는 게 힘들었기 때문에 음악에서만큼은 솔직해지고 싶었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누군가에게 막 하소연하고 싶지 않나. 그래서 가사에 슬픈 감정을 다 끄집어내 담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은 거 같다. 또 누군가는 내 노래를 들으며 공감하고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을 거라 생각한다.

음악으로 외로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가명을 ‘아웃사이더’로 지은 것인가?

그런 건 아니다. ‘아웃사이더’는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해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오랫동안 꾸준히 하는 소수자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다수가 바라는 대로 맞춰 살다 보면 그 기대에 휘둘려서 결국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진다. 나만의 방식으로 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서 남들과 다른 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과정에서 그 누구보다 랩을 빨리 하는 기술을 터득하게 됐다. 1초에 17음절을 구사하는 가장 빠른 랩을 하는 가수, 일명 ‘속사포랩’으로 주목받았다.

발음이 빠르면서도 정확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데, 타고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원래는 발음이 좋지 않아서 어렸을 때 별명이 ‘시옷’이었다. 시옷 발음을 잘 못해서다.(웃음) 발음을 정확히 하게 된 건 읽는 연습을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글자들을 무조건 읽었다. 버스, 지하철 노선이나 메뉴판 같은 것은 물론이고 책이라면 장르 가리지 않고 소리 내어 읽었다. 점점 빠르게…. 가사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고 싶어서 발음 연습을 한 것이다. 보통 한 곡을 만들면 3~4분 정도 되는데, 그 시간 안에서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래서 랩을 더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명확한 발음으로. 평소에도 말이 빠른 편인데 전달력은 좋다는 평을 듣는다. 이제는 아나운서 지망생이나 발음 교정을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도 한다.(웃음)

빠른 랩을 듣다 보면 가사가 궁금해 더 귀 기울이게 된다. 선입견일 수 있지만 힙합에는 욕설이나 선정적인 가사 등 거친 표현이 많은 편인데, 아웃사이더의 가사는 굉장히 서정적으로 느껴졌다. 랩은 자기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창구라서 창작자의 표현 방식에 따라 세고 공격적인 가사를 쓰는 것뿐이다. 요즘 래퍼들이 서로를 헐뜯는 ‘디스전’이 유행하기도 하는데, 나는 비난하거나 싸우는 걸 싫어해서 가사에도 그런 내용은 잘 담지 않는다. 음악으로 선한 영향을 끼치고 싶다. 내 가사는 문학성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래퍼들이 문법을 지키지 않고 가사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난 그게 싫다. 말이 안 되는 것을 맞다고 합리화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기승전결이 있고 어휘 선택이 뛰어난, 한 편의 문학과 같은 가사를 쓰려고 노력한다.

원래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나?

어렸을 때는 문학작품 읽는 것을 좋아하고 작가가 되고 싶어서 언론학과 입시를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다 고등학생 때 <1999 대한민국> 이라는 국내 최초의 힙합 앨범을 접하고 랩의 매력에 빠졌다. 사회에 대한 견해를 과감하게 밝힌 랩을 들으며, 랩이야말로 내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해 래퍼가 됐다.

 최근 10대 래퍼들이 실력을 겨룬 <고등래퍼>라는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었다. 어떻게 봤나?

10대의 젊은 에너지와 응어리진 감정들을 랩으로 표현해내는 데 감동받았다. 각자의 경험과 생각들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풀어내는 수준이 상당히 높고, 랩을 통해 에너지를 분출하는 과정이 너무 좋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 도전하는 모습이 멋있었고. 더 많은 청소년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좋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웃사이더는 청소년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고있다. 아이들과 함께한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사진을 남긴다.

쪽팔리면 어때! 좋으면 일단 해보는 거지

 

아웃사이더 SNS를 보니 중·고등학생들과 찍은 단체 사진이 많더라. 이번에 발매한 노래도 청소년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10대들에게 유독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맞다. 나도 청소년 때 미래에 대해 걱정하기도 하고, 방황하는 시기를 겪기도 했다.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겪어보니 인생 선배로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아졌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아이들의 문제에 관심이 더 많아지기도 했고. 그래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토크 콘서트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2012년부터 토크 콘서트를 시작했으니 벌써 7년째다. 지금은 1년에 200회 정도 강연을 한다.

가수 활동보다 강연으로 더 바쁘겠다. 토크 콘서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군대를 제대하고 다시 가수 활동을 하려는데 사람들에게 어떤 음악을 들려줘야 할지 모르겠더라. 힙합은 아무래도 젊은 세대에게 통하는 음악이니까 그 세대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공연 무대보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을 더 찾아다녔다. 우연한 기회에 중·고등학교에서 강연을 하게 됐는데 아이들의 고민과 생각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다. 함께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겠단 생각에 음악 활동을하는 틈틈이 강연을 나갔다. 아이들과 만나는 일이 잦아지면서 내SNS에 학생들의 사연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저마다의 고민이 담긴 사연들을 읽고 나니 돕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부터 사연을 선별해 학생들을 찾아갔다. 이런 활동이 계속되니까 여기저기서 강연 요청이 들어왔고 학교를 넘어서 지역 기관, 기업, 재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연을 하게 됐다. 그래도 내겐 여전히 학교를 찾아가는 일이 먼저다.

꽤 오랫동안 강연을 해오고 있는데, 힘들 때도 있지 않나.

왜 없겠나. 특히 청소년 강연이 다른 강연에 비해 에너지가 좀 더 많이 든다. 성인들은 대부분 강연에 잘 집중하는데, 청소년들은 집중하는 시간이 길지 않다. 자기가 관심 없으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중2병’이란 말이 있듯이 청소년 시기는 반항심이 생길 때고 통제가 잘 안 되기 때문에 내 말에 집중하라고 강요하면 반발심만 생긴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100명 중에 단 2명이라도 내 말에 흥미를 느끼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했다. 어디서든 관중이 신나도록 이 끌어야 하는 공연자의 사명감 같은 게 뼛속 깊이 있나 보다.(웃음)그래서 아이들이 강연에 재미를 느끼고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래서 <아파쇼>라는 토크 콘서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아파쇼>?

‘아픔을 겉으로 솔직하게 드러내자’는 의미로, 나와 함께하는 이 공간에서만큼은 서로에게 터놓고 얘기하자는 뜻으로 <아파쇼>라고 이름 붙였다. 토크쇼에 음악 공연을 곁들여 진행하는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강연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한 사람의 말을 일반적으로 전달하는 형식적인 강연이 아니라, 강연자와 청중이 함께 즐기고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 거다. <아파쇼> 반응이 꽤 좋아서 지금은 정기 강연도 하고 있다. 서울랜드에는 아웃사이더 정규 강연 프로그램도 생겨 거의 매일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데, 소풍이 많은 시즌에는 단체 학생들이 많이 찾아와 더 바쁘다.(웃음) 아이들과 함께한 순간을 남기고 싶어 매번 기념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 내 강연을 들은 아이들이 SNS에 댓글을 남기는데, 그 몇 줄의 글이 어떤 팬레터보다도 소중하고 감동적이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등 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홍보대사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아웃사이더 프로필을 보니 만화나 동물 관련 홍보 활동도 하던데,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이어서 하는 일이다. 가수 활동 외에도 여러일을 하니까 바쁘긴 한데,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니 너무행복하다. 본업인 가수 일에만 매달려 살았다면 성과가 좋지 않았을 때 상실감이 더 컸을 거 같다. 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다른 일에서 보람을 느끼면 그게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하나의 직업을 정하려고 하지 말고 좋아하는 일을 여러 개 하라고 말한다. 세상에 수없이 많은 직업이 있는데, 그걸 다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다양한 취미를 가졌으면 좋겠다. 하다가 싫증나면 관두면 되고 그중에 가장 재밌고 잘하는 것을 선택해가면 된다. 이런 과정이 자기 일을 찾는 밑거름이될 것이다. 나는 가수를 직업으로 택했지만, 지금은 강연 활동을 더 많이 하고 이 분야에서 인정도 받고 있다. 이렇게 여러 일을 하며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다양한 홍보대사활동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만나면 주로 어떤 말을 해주나?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하라고 한다. 너무 뻔한 얘긴가?(웃음) 다시 말하면 내가 남보다 부족하거나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남과 나를 비교한다. 내가 남들과 다르거나 뒤떨어 진다고 생각하면 결핍을 느끼고 외로워진다. 그런데 내가 나를 사랑하면 남들과 다른 점을 특별하다고 여길 수 있다. 나는 외모가 잘생긴 것도 아니고 키도 작다. 예전엔 발음도 좋지 않았다. 그래도 나를 사랑했기에 늘 당당했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언제나 주변에있었다. 자신의 단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내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차차 채워나가면 된다. 남들보다 조금 늦더라도 초조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지금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일단 시작해라. ‘안 되면 어쩌지’란 걱정 때문에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 통계적으로 인간은 인생의 3분의 2를 고민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3분의 1은 선택한 것을 행하는 시간으로 보낸다고 한다. 90년을 산다고 하면 60년을 고민하며 지내는 것이다. 하루에 고민 1개만 줄여도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가다가 중지해도 간 만큼은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든 처음부터 실패하지 않으려고 하면 그게 두려워 시작조차 안 하게 된다. 산을 처음 타보는 사람이 정상까지 한 번에 올라가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와도 일단 산을 타봤으니 다음에 오를 땐 전보다 높은 곳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시작을 해봐야 그다음 단계까지갈 수 있는 것이고, 결국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그러니 일단 시작해라. 그리고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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