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국민들 곁에서 소중한 우리말을 지켜주는 아띠,
국립국어원은 나라의 언어를 담는 그릇을 빚고,
우리말의 가치를 온 누리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한국어의 보존과 연구, 보급을 위해 힘쓰는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우리 민족의 고유한 언어이자 미래에도 지켜나갈 유산인 한국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들여다보자.
(중략)
국립국어원에서는 어떤 일을 할까?
학예연구사의 별별 업무 살펴보기
어문연구과 합리적인 국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를 수행
대표적으로 5년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가 있다.
언어정보과 하나의 언어 자원으로서 한국어 말뭉치 자료를 만들어 국어 연구의 기반 다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바탕이 되는 한국어 자료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
사전팀 어문 규정을 중심으로 국가에서 최초로 직접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의 개편과 운영
신조어, 고어, 방언, 외래어 등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말을 우리말샘 사전에서는 찾을 수 있다.
공공언어과 공공언어과는 국민 누구나 쉬운 우리말을 사용할 수 있게 안내자의 역할
‘뉴노멀’, ‘부스터 샷’, ‘언택트 서비스’등 새롭게 생겨나는 외래 용어를 우리말로 다듬는 ‘새말모임’을 운영하고, 어려운 전문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는 등 공공언어를 개선하고 있다.
특수언어진흥과 농인과 시각장애인의 언어권을 향상하고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힘쓰는
교육연수과 교육연수과에서는 올바른 국어 지식을 교육
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사소통 능력 확대를 위해 국어 능력 진단 체계를 구축하고, 문해력 향상과 관련한 기초 연구를 수행한다.
한국어진흥과 한국어 교육에 대한 기초 연구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국내외 한국어 교육과정과 교재를 개발해 현지에서 활용하는 일
한국어교원 자격제도를 운영해 교사 양성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하는 한국어 교재를 관리해 우리말교육 보급에 힘쓴다.
*중략된 내용이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아래 5월호 책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한 시대의 아름다운 우리말을 기록하고 기억합니다
– 유희정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 학예연구사 –
Q. 국립국어원에서 만드는 ‘모두의 말뭉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요. 우선, 말뭉치가 정확히 어떤 뜻이죠?
A.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습 자료가 필요해요.
더 많은 자료를 학습할수록 똑똑한 인공지능이 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컴퓨터가 사람의 언어를 학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어 자료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환해 구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자료들을 말뭉치라고 부릅니다. 도서, 신문 기사, 방송 대본, 블로그나 게시판의 글, 심지어 메신저의 대화까지도 전부 말뭉치의 재료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다양한 사람의 광범위한 글과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는 2019년부터 국가적인 공공재로서 대규모의 한국어 말뭉치를 확보하고, 누구나 자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모두의 말뭉치’를 통해 배포하고 있어요. 이것들은 언어 연구와 어문 정책 수립의 기초 자원이 되고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활용됩니다.
저는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에서 인공지능을 위한 학습 자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현재는 대화의 맥락을 추론하는 말뭉치를 연구하고 있답니다.
(중략)
Q.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며 ‘모두의 말뭉치’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위한 자원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잖아요. 혹시 이전에도 말과 글을 모으는 국가적인 프로젝트가 있었나요?
A. 그렇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1998년부터 10년 동안 ‘21세기 세종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말뭉치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약 2억 어절의 말뭉치를 구축해 당시에는 세계적으로 앞서는 혁신적인 성과였어요.
여기에는 여러 외국어를 번역한 말뭉치뿐만 아니라 국어 역사 자료 말뭉치도 있어서 우리나라 언어 연구의 바탕이 되는 가치 있는 자료로 평가받았죠. ‘21세기 세종 계획’이 중단된 이후 현재 ‘모두의 말뭉치’ 사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이를 통해 변화하는 언어 사용의 실태를 기록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언어에는 한 시대 사람들의 문화와 생각, 가치관이 전부 담겨 있잖아요. 지금 제가 수집하는 말뭉치들이 체계적으로 모이게 되면 국민들이 어떤 말을 사용하고, 단어의 의미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알 수 있겠죠? 이처럼 사회·언어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역사적 자료들이 하나씩 쌓여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중략)
Q. 항상 언어에 대한 호기심을 지녀야겠군요.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세요.
A. ‘우리말을 왜 연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한 친구들이 있을 것 같아요. 한국어가 모국어인 우리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국어를 배우고,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말을 연구하는 직업을 갖는 것에 대해 오히려 생소하게 느낄 수도 있겠죠.
제가 언어 연구를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책을 읽으며 모르는 단어를 찾고 그 뜻을 유추하면서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에요. 또,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 우리말을 소개할 때도 ‘나의 모국어라고 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부터 사람들이 쓰는 말에 관심을 갖고, ‘이 말은 왜 사용하고, 저 말은 왜 사용하지 말아야 할까?’와 같이 우리 생활 속에서 말의 쓰임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길 바라요. 크고 작은 호기심이 모여 국립국어원에서 학예연구사로 함께 일할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언어학 용어인 ‘코퍼스(Corpus)’를 우리말로 풀이한 ‘말뭉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이나 언어를 한데 모은 덩어리 즉, 다양한 언어 자료를 말해.
‘살아 있는 유물’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 박물관. 이곳에서 역사와 문화재, 그리고 사람을 하나로 이어주는 이가 있다.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학예연구사는 문화재의 가치를 알리는 동시에 문화재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놓는 역할을 한다.
박물관의 ‘종합 엔터테이너’, 학예연구사
학예연구사는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작품이나 유물 등을 수집하고 관리해 학술적으로 연구하며, 이를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을 맡는다. 이에 따라 학예연구사가 담당하는 업무도 세부적으로 나뉜다. 소장품을 등록하고 수장고를 관리하는 유물관리원, 소장품의 보존 처리와 과학적인 분석을 수행하는 보존 처리원, 문화재를 연구하고 조사하며 전시를 기획하는 학예연구원, 연령별·계층별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교육연구원 등이다. 말 그대로 박물관에서의 학예연구사는 문화재의 가치를 다방면으로 수호하기 위한 ‘종합 엔터테이너’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학예연구사로 향하는 여러 갈래의 길
학예연구사가 가진 직업의 전문성, 그리고 업무의 다양성이 폭넓은 만큼 관련 학과가 많은 편이다. 사학과나 역사교육과를 졸업하는 것 이외에도 고고학을 전공하면 발굴 유물을 연구할 수 있고, 미술사학을 전공하면 회화나 조각 등 미술품을 시대별로, 나라별로 다루는 학예연구사가 될 수 있다. 만약 문화재를 수리하고 보존 처리를 담당하는 분야로 가고 싶다면 문화재보존학과와 같은 보존과학 관련 학과나 화학과, 물리학과, 원자력공학과 등 이공계열 학과를 이수할 수도 있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직은 고고학, 미술사학, 역사학, 보존과학, 박물관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위와 경력을 갖춘 지원자를 선발해 담당 직무를 배정하고 있다.
학예연구사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우리 역사와 문화재를 사랑하는 폭넓은 시선을 지닐 것
임혜경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학예연구사
고귀함이 살아 숨 쉬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쪽 벽면에 가득 채워진 고서를 둘러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곳에서 임혜경 학예연구사를 만나 이 직업을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전시장의 뒷이야기까지 들어봤다.
Q.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근무하는 학예연구사라면 아무래도 문화재를 가까이서 다루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항들이 있다면요?
A. 첫째는 역시 문화재의 안전이에요. 유물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넘겨줘야 할 인류의 자산이잖아요. 그래서 문화재를 옮기고 정리할 때는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스레 다룹니다. 문화재 중에는 가벼운 책만 있는 게 아니라 토기류나 금속류 등 무거운 것들도 있어서 힘도 많이 써야 해요. 강인한 체력이 필요한지라 생각만큼 ‘고상한’ 직업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네요.(웃음) 또, 학예연구사는 문화재를 이해하고 해석할 때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그 속에 담긴 역사 이야기를 알리고, 문화재를 소개하는 직업이기에 폭넓게 공부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사관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Q. 미래의 학예연구사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
A. 문화재가 존재하는 한 그것을 관리하고, 보존하고, 알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업무의 성격은 조금씩 달라지겠죠. 과거의 학예연구사가 했던 일과 지금이 많이 달라졌듯이,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일만 하지는 않을 거예요. 현재는 관람객들이 이곳의 시간과 공간 자체를 즐기면서 전시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어요. 전시장에 인터랙티브나 실감 콘텐츠 등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는 최신 기술이 속속 도입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저희들도 신기술을 개발하는 전문가들을 만나기 위해 현장조사를 다니기도 한답니다. 앞으로는 여러 분야를 융합해 전시를 기획하는 능력이 더욱 필요할 거예요. 원래 있던 것을 어떻게 새롭게 해석하고 좀 더 신선한 관점에서 구성할 것인지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춘다면 좋겠죠.
Q. 학예연구사를 꿈꾸는 청소년이 지금 당장 해보면 좋을 활동이 있나요?
A. 제 이야기를 끝까지 읽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우리 역사와 문화재에 관심과 애정이 충만한 친구들일 것 같아요. 그렇다면 기본적인 소양은 어느 정도 갖춘 셈이니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겠죠? 그것은 바로 열정이에요. 독서를 통해 꾸준히 배경지식을 쌓고 근처 박물관에 기회가 되는 대로 찾아가서 문화재를 직접 느끼며 ‘마음의 폭’을 넓혀가길 바라요.
CAREER CARD
업무 한 줄 요약
역사와 문화재 연구를 통해 전시를 기획하고, 관람객에게 문화재의 의의와 가치를 소개하는 직업.
관련 전공
고고학, 미술사학, 역사학, 보존과학, 박물관학 등
관련 자격
박물관·미술관 학예사(1급 정학예사, 2급 정학예사, 3급 정학예사, 준학예사)
현직자의 커리어 TIP
박물관에 자주 방문하여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키우기. 관련 학과가 넓게 분포되어 있어 어떤 계열로 진출할지 미리 찾아보고 준비할 것!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증명하고 싶다면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떠올리면 된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문자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훈민정음’까지.
선대가 남긴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재들이 ‘세계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온 나라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우리의 문화 자산을 지켜나가기 위해 문화재 산업 전반에는 새로운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기존 문화재의 보존, 안전•방재, 수리•복원 등에 첨단정보기술(ICT)을 융합하고 있는 것이다.
드론으로 문화재 보안을 위한 영상 모니터링을 하거나,
문화재를 디지털로 복원해 메타버스 플랫폼과 미디어 아트로 활용한다.
관람객들이 문화재를 보다 생동감 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XR(확장현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혼합된 초실감형 기술)을 결합하는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많아졌다.
2019년 문화재보호법에 문화재 교육과 활용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면서
‘보존하는 문화재’에서 ‘활용하는 문화재’로 개념이 변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을 넘어
신기술 및 콘텐츠의 활용으로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역사책과 박물관에 주로 존재했던 문화재가
전 세계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미래 세대의 진로에 있어서도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볼 수 있게 한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문화재는 역사와 예술, 과학, 종교 등
인간의 모든 문명 활동의 산물로 우리 곁에 살아 있다.
문화재는 인간의 과거를 비추는 거울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지침이다.
또한 미래를 위한 선물이다.
수천 년의 시간을 지켜온 소중한 유산을 미래로 계승하기 위해
문화재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그려가는 직업인들을 <MODU>가 만났다.
직업 정신이 빛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우리들의 꿈에도 작은 꽃이 피어나길 바란다.
발행일 2023년 2월 1일 ● 발행처 (주)모두커뮤니케이션즈 ●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선유로49길 23 아이에스비즈타워2차 1403호(우 07208) ● 팩스 0502-013-1318 ● 취재 02-6377-0508, contents@modu1318.com ● 광고 02-6377-0518, modu@modu1318.com ● 배송 및 구독 02-6377-0516 ● 인쇄 타라티피에스 031-945-1080 ● 2011년 5월 4일 등록, 등록번호 영등포 라00448 ● 본지 기사의 저작권은 (주)모두커뮤니케이션즈의 소유입니다. 기사 및 사진 등 모든 내용은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사외 기고는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16년 9월 신설된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는 <동의보감> 등 국보와 보물을 포함한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고문헌을 관리하며 이용자가 국내외 소장 고문헌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부서다. 고문헌을 수집, 보존하며 이용까지 도맡는 연구직 공무원,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 학예연구사를 만났다.
“지나온 역사를 직접 느끼는 모든 경험이 중요해”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 학예연구사 안혜경
고문헌’의 정확한 정의가 무엇인가?
‘고문헌’은 넓게 말해 고서, 고문서, 고지도 등이다. 우리나라 고문헌은 1910년 이전, 손으로 직접 쓰거나 간행한 자료로 규정했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고문헌은 중요한 자료지만 연구가 많이 되지 않은 ‘블루 오션’이다.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는 전국의 고서 321만여 책, 고문서 107만여 점, 해외 유출 고문헌 10만여 점 등을 발굴 및 조사해서 관리하는 곳으로, 현재 7명의 학예연구사와 학예연구관 1명, 사서직 과장 1명으로 구성됐다.
다른 사서와 고문헌과 학예연구사의 업무 차이점도 있을까?
일반 자료는 수집 및 정리, 보존 등 각 부서의 사서가 맡지만 고문헌과는 다루는 자료의 특수성 때문에 고문헌과 학예연구사가 수집부터 이용자 응대까지 도맡는다. 소장 자료의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해제’ 업무와 한자 등으로 쓰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국역서’ 발간, 고지도 지명 연구도 우리의 몫이다. 고문헌실이라는 자료실에서 이용자의 열람도 돕는다. 이 외에도 국내외 고문헌 발굴조사와 출장을 자주 다니는 편이다. 조사 중 발견한 희귀자료는 학회지를 통해 논문으로 발표하거나 조사보고서를 발간한다. 한국서지학회, 동아시아책문화연구학회, 한국고문서학회 등과 공동으로 학술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많은 이용자가 직접 방문하는 것보다 비대면을 선호하는 추세다. 이에 맞춰 고문헌과의 다음 행보도 궁금하다.
디지털 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도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www.nl.go.kr/korcis)’을 통해 일부 고문헌의 원문을 집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접근과 검색을 더 쉽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재는 고서를 이미지 형식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어떤 한자인지 텍스트로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번역 면에서도 흘려 쓴 한자를 정자로 바꾸고, 우리말로 번역하도록 인공지능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그런데 국가 대표 도서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려면 대단한 ‘스펙’이 필요하지 않나?
크게 세 가지 길이 있다.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서지학을 연구한 뒤 들어오거나 지리학이나 한문학, 철학 등을 전공한 뒤 문헌정보학이나 서지학을 별도로 공부해 들어오는 경우, 고서 관련 도서관에서 일을 해본 뒤 실무 경력으로 입사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문헌정보학을 공부한 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 일한 경력으로 채용됐다. 일반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라면 공무원 필기시험이 필수지만, 고문헌과 학예연구사는 대학원 졸업 또는 경력을 주로 보는 편이라 어쩌면 길은 더 넓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특별채용 과정으로 분류돼 목록, 한문 번역 등 주관식 필기시험과 면접을 거친다. 일반도서와 달리 대부분 고문헌은 경사자집(經史子集) 사부 분류로 구분하기 때문에 별도의 분류, 목록 지식은 필요한 편이다. 해외 소장 고문헌을 조사할 때 외국 기관과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영어와 중국어 등의 외국어 능력을 갖추는 게 좋다.
12년간의 업무 경험으로 얻은 ‘직업병’도 있을 것 같은데.
호흡기, 피부질환처럼 ‘진짜 병’과 ‘습관’으로 나눌 수 있겠다.(웃음) 짧게는 100년, 길게는 500년 이상 된 고문헌에서 나오는 먼지, 벌레, 옛 사람들의 머리카락까지 조우하다 보면 기침과 재채기, 눈물을 흘리는 일도 많다. 추사 김정희의 ‘문자향 서권기(문자의 향기와 서책에서 나오는 기운)’라는 말처럼 고문헌이 지니는 기운에 압도되기도 한다.또 오래된 책과 종이를 보면 꼭 만져보고, 어느 시대 종이인지 감정하는 습관이 생겼다. 예를 들어 중국 종이는 얇고 바스러지는 재질이지만 한지는 질이 참 좋아 만지는 것만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에서 일하기를 꿈꾼다면 어떤 활동을 해보는 게 좋을까?
인문학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보고, 문화유산 탐방, 서당 체험, 템플 스테이 등 옛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경험하길 추천한다. 한자와 한문도 어느 정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사서(四書,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정도는 익히기를 바란다. 원문과 번역문을 대조하며 공부하면 실력이 늘 거다. 고서의 서문과 발문은 누가 썼는지,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해야 해제 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는 서서히 인력을 늘릴 계획이며, 각 지역별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도 학예연구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진출 분야는 넓은 편이다. 전망이 좋은 만큼 문학, 역사, 철학 등에 관심이 많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친구들이 학예연구사의 길을 걷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