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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가

글 전정아 ● 사진 최성열, 정제희

어린 시절 환상을 좇아 꿈의 나라이란으로!

 

한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여자 이란어 통번역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그런데 의외로 알려진 게 많지 않다.

그동안 인터뷰를 거절해왔다. ‘나를 왜 인터뷰하지’라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가 읽는 사람, 듣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 의아했다. 무엇보다 딱히 나를 특이한 케이스라고 여긴 적도 없고. 그러다 모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진로 탐색을 주제로 한 강연에 초청받은 적이 있다. 강연을 한 뒤 내 후배들, 어린 친구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연락을 받고서 생각이 달라졌다. 다들 외국과 외국어를 좋아하는 열정 넘치고 똑똑한 친구들인데 그 열정을 어디에 쏟을지 방법을 몰랐던 모양이다. 그러다 내 강연을 듣고 정해진 길, 그러니까 무역회사 입사나 외교관이 되는 것 이외의 진로가 보였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금은 취지가 좋은 인터뷰나 대외 행사에는 조금씩 응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알라딘>을 보고 중동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들었다. 어린 시절 정제희는 중동 문화의 어떤 점에 마음을 뺏겼나?

아버지가 외항선을 타고 해외, 특히 중동을 자주 다니셨기 때문에 가져오는 기념품들이 남달랐다. 히잡부터 대추야자까지, 남들보다 중동 문화를 훨씬 빨리 접했다. 기념품 상자 뒷면의 아랍어를 보면서 막연하게 ‘중동은 신비롭고 환상적인 나라구나’라고 생각했다. <알라딘>의 주인공인 ‘자스민 공주’도 중동에 대한 호감을 갖는 데에일조했다. 드레스를 입은 여느 디즈니 공주들과는 달리 자스민은 배꼽이 드러나는 상의에 통 넓은 바지를 입고 있다. 그 패션이 멋져 보였다.(웃음)

 

해외를 오가는 직업에 대한 선망은 어릴 때부터 가졌나?

다리 수술을 받은 경험이 더 확실한 계기가 됐다. 초등학교 4학년때 큰 수술을 치르고 치료와 요양을 목적으로 거의 1년을 꼬박 갇혀 지냈다. 학교도 못 가고 뛰어놀지도 못했다. 거기다 완치가 안 되는병이라 부모님의 걱정으로 인한 과잉보호까지. 나에게 좁은 병실, 좁은 집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는 책과 다큐멘터리 영상뿐이었다. 그때부터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것, 머나먼 해외에 대한 환상이 생겼다. 그러고 보면 중동 중에서도 이란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나라다.

 

왜 이란어를 선택했나?

사람은 결국 자기 안에 있는 경험을 탐색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선택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도 터키어와 아랍어, 이란어사이에서 뭘 전공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내가 뭘 좋아하는지 깊이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나를 매혹시킨 <천일야화>의 배경인 페르시아·이란 지역이 가장 마음에 남더라. 우리나라에서 이란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은 한국외국어대학교밖에 없어서 한국외대 이란어학과를 선택했다.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했으니 정말 열심히 공부했겠다.

그렇지도 않았다. 막상 입학하니 나만큼 이란어 자체에 열의를 가진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랍어만 해도 수능시험 제2외국어 영역으로 있지 않나. 그런데 이란어는 나라의 위상 때문인지 특수어 중에서도 특수어다. 이란어학과 학생들은 미리부터 전과를 준비하거나 경영 학이나 경제학을 공부해 회사에 입사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마저 편입 생각이 들 만큼 침체된 학과 분위기가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학점은 당연히 좋지 않았고, 많이 방황했다. 2년은 그냥 놀았다.(웃음)

 

그래도 10여 년 전이면 취업하기 어렵지 않았을 것 같은데.

졸업하는 해, 그러니까 2008, 2009년부터 취업난이 심해졌다. 그제야 마음이 조급해져 남들이 하는 건 다 해봤다. 학과 공부도 열심히 했다. 맨 뒷자리에서 강의를 듣던 학생이 교수님 바로 앞자리에서 공부하게 된 거다. 그리고 대기업 취업, 은행 입사, 아나운서 준비까지…. 이란어 전공자를 선발하는 해외 영업직에는 몇 군데나 지원했지만 전부 떨어졌다. 중동 지역 부서는 여성 지원자를 잘 뽑지않아서였다. 그래도 졸업 후 3개월간 직장 생활을 하기는 했지만 얼마 못 버티고 그만뒀다. 그리고 바로 이란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고민하고 방황한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나?

그 시간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확신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거니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마음에 남아 있었다면 내 결정에 자꾸만 변명거리를 던져줬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좋아하는 것을 향해 내달렸다면 아주 지쳤을 테고. 무엇보다 이 일을 시작한 지 7년 차에 접어들지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어린 나이에 속하는 편이다.

 

취업 시장에서 이란어 전공 여성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면 완전히 다른 분야를 선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쩌나, 그래도 여전히 이란이라는 나라가 좋은데.

 

그래서 실제로 가본 이란은 어땠나?

난 ‘진짜’ 이란어, ‘진짜’ 이란을 제대로 알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이란에 가보니 이란인들이 한국에서 배운 이란어와 너무 다른 말을 사용하는 거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언어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거나 언어의 기술을 익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난 언어의 기술을배우고 싶었고, 이란인 사이에 섞여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어학연수를 마친 뒤 테헤란 대학교에서 석사학위 과정까지 밟았다. 그렇게 이란에서 총 5년을 지냈다. 테헤란대에서는 국제관계학과를 전공했다. 우리나라 대학의 정치외교학과와 비슷한 학문이다. 원래는 ‘이슬람 여성학(Islamic Feminism, 이슬람 문화에서 발달된 남녀의차이에 기반을 둔 여성학)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외국인 학생은 받지 않더라.

 

독기와 오기를 나만의 무기로

 

탁월한 이란어 실력뿐만 아니라 이란의 문화 자체를 이해한 통번역가로도 유명하다. 이란의 문화는 막연히 우리나라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맞나?

틀렸다.(웃음) 이란은 지역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동양과 서양의 중간 지점이다. 쉽게 말하면 하드웨어는 백인, 아리아인의 모습인데 소프트웨어, 즉 사고방식은 동양인에 가깝다. 우리나라 1980~90년대 사회 분위기라고 하면 될 것 같다. 보수적이고 가족 중심적인 사회에 무슬림 문화가 조금 섞인 느낌이라고 할까. 그래서 이란인들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 노인 공경이나 예의범절을 중요하게 여기는 풍습 말이다. 그리고 매일 더울 것 같지만 우리 나라처럼 사계절이 있다.

 

이슬람 국가여서 굉장히 보수적이고 성차별이 심할 줄 알았는데.

그게 바로 편견이다. 이란 사람들은 참 다정하다. 물론 동양인에 대한 신기함과 궁금함에서 오는 지나친 관심과 무차별적인 폭언, 성차별도 겪기는 했다. 기본적으로 이슬람 국가는 남녀의 지위가 다른 나라다. 여성을 보호 대상, 남성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니까.

 

5년간 이란에서 살면서 실생활 이란어를 익혔을 텐데, 언어를 배우는 자신만의 비법이 있나?

대학 과정에서 읽기는 어느 정도 익혔기 때문에 말하기와 듣기 실력을 높이는 데 가장 힘썼다. 이란어는 문어와 구어가 다르다. 존댓말도 따로 있다. 그래서 매일 5시간 이상 이란 방송과 읽을거리를 챙겨 봤다. 방송은 드라마와 뉴스를 반반씩, 읽을거리는 시사 잡지부터 소설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리고 난 현지인의 억양까지 배우고 싶어서 이란인 가족 집에서 3년간 홈스테이를 했다. 할머니부터 내 또래 손자까지 함께 사는 대가족이었다. 학교와 편도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집이었지만, 전 연령층의 이란어를 들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 기숙사 생활이나 자취, 가끔 만나는 현지인 친구로는 절대로 원어민만큼 언어를 습득할 수 없다. 실력이 늘수록 보이고 들리는 게 달라지니 신나더라.

 

이렇게 들으면 순탄하게 타지 생활을 한 것 같다. 어려운 순간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일단 대기오염도 심하고 교통이 몹시 불편해서 어딜가든 두 시간은 걸린다. 영화, 쇼핑, 술 등 스트레스를 풀 만한 ‘엔터테인먼트’도 없었다. 놀 거리가 없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생각도 깊어지고, 성격도 내향적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낯선 곳에서 공부하고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시간이 그저 즐겁고 재밌었지만 나중에는 만나는 사람들마저 비슷해서 자연히 우울해지더라. 게다가 이란 정부와 대학의 텃세도 심했고.

 

정부와 대학의 텃세라니?

오랫동안 비자를 못 받았다.(웃음) 대학에도 학생으로 등록은 돼 있는데 학생증 발급을 안 해줬다. 어떤 수업에서는 교수가 “넌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니니 나가라”고도 했다. 그렇게 학교와 싸우고, 신분을 증명해줄 학생증이 없으니 경찰과도 싸우고, 비자가 없으니 공항에서 싸우고. 정말 다툼의 연속이었다. 더 화가 나는 건 푸대접을 받는 명확한 이유가 없다는 거였다. 진짜 힘들었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지’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결국 전부 포기하고 한국으로 들어오려고 짐을 싸기도 했다. 이 악물고 버틸 수 있었던 데에는 홈스테이했던 집의 이란인 가족들의 힘이 컸다. 이란 아빠, 이란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하게 지냈다. 벌써 1년 넘게 이란 가족들을 못 봤지만 지금도 거의 매일 통화한다.

 

※ ‘이란아토즈’ 정제희 CEO의 인터뷰 전문은 <MODU> 9월 67호 지면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MODU] 4차 산업을 준비하는 선문대 유망학과 ① 외국어자율전공학부

4차 산업을 준비하는 똑똑한 학과들 선문대 유망 학과

글 전정아·사진 선문대, 게티이미지뱅크·참고 사이트 워크넷(www.work.go.kr), 커리어넷(www.career.go.kr)

21세기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융복합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생들의 외국어 능력과 실무 영역의 전문성 배양에 중점을 둔 학부다. 학부에 입학하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외국어 영역 중 하나를 전공으로 선택해 배우며, 동시에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정해 제2전공으로 이수해야 한다.

무엇을 배울까?

■ 영어

1·2학년 : 글로벌 문화의 이해, 영어 대화법, 영어 독해법, 영어 영문법, 기초영작문, 영어학개론 등

3·4학년 : 실무영작문, 영어음성학과 발음연습, 영어교육론, 영어 교수법, 영어듣기와 인터뷰, 영어토론 등

■ 중국어

1·2학년 : 입문 중국어, 기초중국어 회화·청취, 실용중국어 독해·작문, 중국지역 역사·문화의 이해 등

3·4학년 : 시사 중국어, 무역중국어, 프레젠테이션 중국어, 영상중국어, HSK 중급(3~6급), 중국 전문가 등

■ 일본어

1·2학년 : 입문 일본어, 초급일본어 말하기·듣기, 중급일본어 읽기·쓰기, 일본 문화의 이해 등

3·4학년 : 시사 일본어, 비즈니스 일본어, JLPT, 비즈니스 실무 번역, 비즈니스 실무 통역, 캡스톤 디자인 등

■ 스페인어

1·2학년 : 입문 스페인어, 스페인어 문법, 스페인어 언어실습, 스페인어 강독, 중남미 역사와 문화의 이해 등

3·4학년 : 시사 스페인어, 스페인어 청취, DELE B1, DELE B2, 캡스톤 디자인(중남미 전문가) 등

■ 러시아어

1·2학년 : 입문 러시아어, 기초 러시아어 말하기·듣기, 실용 러시아어 읽기·쓰기, 러시아·CIS 지역의 이해 등

3·4학년 : 고급 러시아 작문, 비즈니스 러시아, 시청각 러시아어, 매스미디어 러시아어, 러시아·CIS 전문가 등

 

졸업 후 어떤 일을 할까?

 

무역금융사무원

은행에서 기업고객의 기업금융 거래와 연관된 외환거래 및 기업의 영업 활동에 수반되는 외환거래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외환거래의 법적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고, 외환거래 관련 서류를 심사 및 작성한다. 국내 거주자의 해외 투자 사업, 외국인 투자에 대한 신고수리 업무를 맡는다.

 

의료관광코디네이터

외국인 환자에게 국내 병원의 의료 시술 서비스를 소개하고, 의료진을 연결해주는 일을 한다. 외국인 환자의 진료를 접수하고 진료 시에는 통역을 맡는다. 치료 과정, 주의할 점, 처방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수술할 경우 입원 수속부터 수술 시 진행사항 설명, 퇴원 수속, 퇴원 후 상태 관리 등 사후 관리까지 책임진다. 환자의 상황에 적합한 관광 서비스를 소개하거나 개발하기도 한다.

 

통역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의사소통을 돕는 직업이다. 보통 통역할 내용에 관해 간략한 자료를 받고 토론회, 협상, 회의에 참석하며, 발언 및 연설 내용을 제2의 언어로 동시통역한다. 정확한 내용 전달과 확인이 필요한 법률 관련 협의, 상거래 협상 등에는 발표자 발언 후 통역가가 그 내용을 통역하는 방식인 순차 통역을 하기도 한다.

 

우리 학부 SPECIAL POINT

 

1. 자유로운 유학 제도

외국어자율전공학부 학생이라면 학기 중에도 자유롭게 유학을 떠날 수 있다. 재학 기간 4년 중 1년, 또는 8학기 중 한 학기를 선문대와 자매결연한 외국 대학에서 보낼 수 있는 ‘3+1 제도’와 ‘7+1 제도’의 혜택 때문이다.

 

2. 방학 중 떠나는 영어 캠프

방학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면 영어 캠프에 참가하는 건 어떨까? 선문대 해외 자매대학 부설 어학원에는 영어, 중국어, 기타 외국어 등을 방학 기간에 연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방학 중 떠나는 단기 어학연수를 통해 언어 능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다음 학기 수업도 대비할 수 있다.

 

3. 방과 후 수업 무료 지원

교수님과 친분도 쌓고 언어 능력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외국어자율전공학부 학생들은 각 전공 언어 교수님과 함께하는 방과 후 수업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