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의 상담실 | 우리의 관심과 도움으로 학교폭력 STOP!_푸른나무재단 학교폭력SOS센터
지난 4월 12일, 제19차 학교폭력 대책위원회가 열리고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이로써 학교폭력 가해자는 자퇴를 해도 모든 대입 전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됐으며,
가해 기록이 학교생활기록부에 4년간 남게 되는 등 가해자의 처벌 수위와 피해자 보호 조치가 강화됐다.
우리나라 최초로 학교폭력 예방과 피해자 치유, 사회 변화를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기구인
‘푸른나무재단’의 김석민 학교폭력SOS센터 팀장과 함께 가장 현실적인 학교폭력 대응 방법을 알아봤다.
Q. 전국 학교폭력 상담전화인 1588-9128(구원의팔)로 연락하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상담을 신청한 친구들에게는 어떤 전문적인 상담과 지원이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A. 여기에 연락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상담사는 먼저 그 용기를 지지하고 격려하면서 내담자가 주로 호소하는 문제에 대해 차분히 듣습니다.피해학생 중에는 가해자의 처벌보다는 진심 어린 사과를 듣고 싶은 경우도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내담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담 목적을 들어보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지금 해야 할 행동과 대처 방법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 가까운 어른이 피해 사실을 알고 있는지 피해학생에게 꼭 확인하고 있어요. 어른들이 모르고 있다면 주변 어른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죠.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피해 정도가 심한 경우, 기댈 어른이 없는 경우에는 우리가 직접 출동해서 보호해줄 수 있다고 얘기하기도 해요.
이렇게 상담전화를 한 자체만으로도 내담자들은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안정되고 보호받고, 익명이 보장돼 다른 곳에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는다는 성공 경험을 갖게 되면 이후에도 자신의 피해 사실을 가까운 어른들에게 용기 내어 이야기할 마음이 생기거든요.
Q. 만약 내가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피해를 당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A. 올바른 교우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라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진지하게 말하길 바랍니다.
웃으면서 하지 말라고 하면 가해학생이 암묵적 동의로 받아들일 수도 있거든요. 명백하게 거부 의사를 밝혀 도를 넘는 장난이 되지 않도록 하세요. 그런데도 멈추지 않는다면 이 역시 가까운 어른들에게 알려야 할 피해 사실이 됩니다.
지난해 9월 22일, 푸른나무재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사이버폭력과 진화하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실태조사를 통해 강조하고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발표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Q. 앞으로 가해자가 받게 되는 징계와 처벌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A. 가해학생 조치는 제1호부터 제9호까지 마련돼 있습니다.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와 보복행위 금지, 교내봉사, 사회봉사, 심리 치료와 출석 정지, 학급 교체와 전학, 퇴학까지 그 가해 수위에 따라 단계별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르면 출석 정지와 학급 교체, 전학 조치를 당한 가해학생은 학생부 기록 보존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게 됐습니다.
가해학생 조치사항은 학생부위주 전형은 물론 수능, 논술, 실기와 실적위주 전형 평가에도 반영되고요. 또한 가해학생 조치사항이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게 하려고 심의하기 전에 자퇴하는 사례도 있었는데, 이제는 자퇴할 수 없도록 시행령도 개정됩니다.
가해학생이 조치에 불복할 경우 피해학생이 심판이나 소송에 참가하는 진술권을 보장하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분리해서 피해학생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도 신규로 개정됩니다.
지난 3월 24일, 푸른나무재단이 진행한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예방 대국민 비폭력 캠페인 ‘학교폭력 Out, 사이버폭력 Out’.
Q. 가해학생의 처벌 강화는 물론, 피해학생을 위한 촘촘한 보호망이 생긴다는 게 마음이 놓이네요. 그런데 지난해 재단에서 발표한 <2022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연구>를 살펴보니 피해학생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요청해도 잘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해요.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 부모나 교사가 피해 사실을 먼저 알아볼 ‘경고등’이 있을까요?
A. 아이가 멍이 들거나 신체 일부가 다쳐서 올 때가 있어요. ‘왜 다쳤어?’라고 물었는데 반사적으로 상처를 가리며 이유를 명확히 말하지 않는다면 학교폭력을 의심해보세요.
귀중품이 망가지거나 없어지고, 뺏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짜증이 급격히 늘고 예민해지거나 반항적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그 시기가 지나면 눈에 띄게 무기력해지고 시무룩한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도 시그널이 될 수 있어요.
부모님은 자녀가 무심코 흘린 말, 수면 패턴과 같은 생활 습관, 자주 쓰는 앱이나 게임, 메신저 등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하고,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사춘기나 성장기로만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푸른나무재단 상담실에서는 학교폭력 사안처리에 대해 전문적으로 교육 및 연수를 받은 상담사가 전화 상담을 진행한다. 재단을 찾아온 학생들과는 감정 카드, 상황 카드 등 도구를 이용해 학생이 말로 하지 못한 감정을 읽어내고 대화의 물꼬를 트기도 한다.
Q.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들이 알아둬야 할 대처 방법도 알려주세요.
A. 한 초등학생이 학교폭력을 목격했는데 어떻게 하면 피해학생을 도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어요. 전화를 하기까지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정말 기특해서 칭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학생에게는 목격한 학교폭력 사실을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알리라고 했어요. 거기까지가 지금 당장, 목격학생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이고 피해학생을 도와주는 행동이라고 알려줬죠. 그 학생도 가해학생 집단에게 피해를 받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2주 뒤에 이 학생이 다시 전화해서 피해학생이 교사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어요.
피해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방관자 역시 가해자로 인식하게 되고, 그들에게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해요. 만약 학교폭력을 목격했다면 주변의 어른들에게 그 사실을 꼭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방관자가 아닌 방어자가 되어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푸른나무재단 2, 3층에 있는 ‘위드위센터’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일시보호를 받은 피해학생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학교로 복귀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지원하는 곳이다.
| S P E C I A L _ 학 과 탐 구 | 언어학과(Department of Linguistics)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동물과는 구별되는,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어.
언어학은 인간의 소통 수단인 언어를 본질적으로 탐구하고,
언어적인 현상을 관찰하며 그 속에 담긴 원리를 찾아내는 학문이야.
‘언어는 언제 어디서 생겨났을까?’, ‘왜 우리는 이 말을 쓰게 되었을까?’와 같은 궁금증을 평소에 가지고 있었다면 주목하자.
학과 궁합 테스트
다음 항목 중 7개 이상에 해당하면 언어학과 진학을 고민해봐!
□ 그림 그리기보다 글쓰기가 적성에 잘 맞아.
□ 맞춤법과 띄어쓰기 오류를 귀신같이 잡아내는 ‘과잉교정인간’.
□ 궁금한 게 생기면 뭐든 분석하고 뜯어보기를 좋아해.
□ 국어, 영어, 제2외국어 같은 어학 과목에 재미를 느껴.
□ 나만의 웹페이지를 만들거나 간단한 코딩 작업에 몰두해본 적 있어.
□ 요즘 유행하는 말이나 신조어를 누구보다 민첩하게 구사하지.
□ 늘 나를 움직이는 것은 ‘왜?’라는 질문이었어.
□ 논쟁을 즐기지는 않지만,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건강한 토론은 언제나 환영이야.
□ 사람들과 협동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
□ 미래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하는 일을 하고 싶어.
문·이과 대통합을 이루는 마법의 언어, 언어학과
인류의 발전과 함께해온 언어를 연구하는 언어학은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인문학에 속해왔어.
사람들이 관계 맺고 살아가는 데 언어는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심리학이나 철학에도 응용되지.
이제는 전산학과 융합한 전산언어학, 뇌과학과 결합한 신경언어학 분야가 나타나면서
컴퓨터공학이나 자연어처리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언어학과에서 함께 배우기도 해.
‘언어’라고 해서 꼭 문과 친구들에게만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소리!
문·이과 유전자를 두루 지니고 언어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가졌다면, 언어학과를 추천해.
언어학과 주요 과목
언어와 컴퓨터
실험언어학
알타이언어학
형태론
역사비교언어학
화용론
언어학과 관련 자격증
언어발달지도사 언어 장애의 원인을 파악해 등급을 평가하고 진단하여 체계적인 언어발달 계획을 세우는 전문가야. 발달장애, 비디오증후군, 과잉학습장애, 시청각매체증후군, 이중언어 등을 겪는 사람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돕는 역할을 해. 아동보호기관이나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할 수 있는데, 언어치료 관련 과목을 수강하며 민간 자격을 취득하면 돼.
독서지도사
독서지도사는 초·중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학생들에게 독서 지도를 하는 사람이야. 특히 독서 방법을 가르치고, 독후감 쓰기나 자유로운 독서 토론을 지도하기도 해.
학과 Talk & Talk
(학과 선배의 찐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아래 5월호 링크를 클릭해봐!)
글 이은주 ● 그림 게티이미지뱅크
참고 자료 워크넷, 커리어넷,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홈페이지
| S P E C I A L _ 직 업 탐 구 ③ | 사람과 기계, 언어로 소통하다 음성처리전문가
사물인터넷에 연결된 홈 스피커를 통해 오늘의 날씨를 물어보고,
녹음된 음성이나 통화 내용을 문자로 바꿔 읽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음성처리’ 기술 덕분이다.
이 분야의 역사는 사실 짧지가 않다.
1990년대부터 음성인식 제품이 상용화되고,
음성을 인식하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음성인식 문자 변환이 가능해지면서 관련 분야가 발전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음성처리 기술이 우리 삶에 더 가까워진 이유는
인공지능의 성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디어젠은 여러 언어의 음성인식과 합성 기술을 보유한
20년 경력의 음성 기술 전문 인공지능 기업이다.
이곳에서 음성처리시스템을 개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음성처리전문가에게 듣는 직업 이야기
사람의 말소리를 입힌 인공지능으로 밝은 미래를 그려갑니다
– 조영선, 홍연정 박사 / 미디어젠 AI 에듀테크팀 –
사람과 기계가 함께하는 세상에서 편리함과 이로움을 선사하다
Q. 음성처리 기술은 무엇이고, 이것이 접목된 시스템이 현재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A. 홍연정(이하 홍)_ 세상의 모든 소리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입자들의 파동으로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물리적인 현상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로 변환하는 것이 ‘음성처리’ 작업이에요.
음성처리 분야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사람의 말소리를 문자로 바꿔주는 ‘음성인식’, 단어나 문장 정보를 입력하면 음성으로 내보내는 ‘음성합성’입니다. 이 기술들은 사람의 목소리를 인식하는 여러가지 앱이나 서비스 개발에 활용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우리가 스마트폰에 “OO야”라고 인공지능의 이름을 부르면 바로 알아듣고 반응을 하죠. “네. 말씀해주세요”라고요. 이때 사람의 목소리를 문자로 바꾸어 인공지능이 인식하는 과정이 ‘음성인식’이에요. 그리고 그 문자를 인식한 인공지능의 대답이 음성으로 출력되는 현상은 ‘음성합성’인 것이죠.
미디어젠이 자체 개발한 발음평가시스템 ‘스피치프로’에서는 사용자의 외국어 발음 정확도와 억양, 리듬, 강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점수를 산출하고, 오각형 그래프로 나타내준다.
(중략)
인공지능 시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을 찾을 것
Q. 음성처리전문가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A. 조_ 음성처리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컴퓨터와 함께 일을 해야 해요.
물론 사람들을 대하며 녹음 데이터를 수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가 일하는 대부분의 시간은 손에 잡히지 않는 데이터의 구조를 만들고 분석하는 과정의 연속이죠. 개발자가 하는 일과 비슷해요. 컴퓨터로 음성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며 이를 실제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일이다 보니 아무래도 개발 능력이 가장 중요하죠. 꼭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무언가를 만들 줄 아는 능력을 하나쯤 가지고 있으면 도움이 될 거예요.
그래서 이 분야에서 일을 하려면 음성이라는 물리적 신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수학적 기반과 공학적 훈련이 필요합니다. 컴퓨터공학과 수학, 물리학 공부를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고를 해보길 바라요. 사실 저는 언어와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이 일을 시작했는데요. 음성처리가 언어와 관련된 분야이다 보니 국어와 영어 등 언어 과목에도 관심을 갖는 게 좋아요.
(중략)
고령층을 위한 AI 돌봄 인형 ‘두리 챗봇’은 음성 인식 기능을 이용해 사람과 감성적인 대화를 하며, 이를 통해 정서적인 교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Q. 두 박사님이 현재 고민하고 있는 것과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A. 홍_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지 못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해봤을 때 저는 사람을 교육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하면서 지방권에서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점차 사라지고, 선생님을 채용하는 일도 줄어들고 있어요. 그래서 지역적인, 사회적인 차별 없이 널리 사용할 수 있는 에듀테크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현재 여러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개발 중입니다.
또, 음성처리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사람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감각을 깨우는 데도 도움을 주고 싶어요. 인터넷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으려면 여전히 언어를 읽고, 말하고, 쓰고, 듣는 능력이 있어야 하거든요.
조_ 인공지능, 그리고 최첨단 IT 기술이 우리의 일상에서 점점 당연한 것이 되어갈 때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되는데요. 우리를 조금 더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역시 교육 분야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일대일 터치’가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죠. 사람은 직접 만나고 소통할 때 진정한 행복을 느껴요.
그래서 앞으로 제가 개발하는 음성처리 인공지능 관련 기술과 서비스로 사람과 사람이 더 가까이 닿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CAREER CARD
업무 한 줄 요약
음성신호의 분석, 음성처리 알고리즘의 개발, 음성인식, 음성합성 등과 관련된 응용시스템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전문가.
관련 전공
컴퓨터공학, 소프트웨어공학, 전산 및 정보처리 관련 학과.
관련 자질
데이터 분석 능력과 언어 이해를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
현직자의 커리어 TIP
인공지능이 대체 불가능한 분야의 선두에서 사람의 언어와 소통 능력을 향상하는 기술을 이끌 것.
| S P E C I A L _ 직 업 탐 구 ② | 마음속 이야기를 마음껏 말하게 언어재활사
사람의 생애 전 주기,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그 누구든 ‘말’이 어렵다면 찾아야 할 언어재활사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일까?
언어재활사에게 듣는 직업 이야기
언어재활로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 더 나은 의사소통을 돕습니다
– 이은경 (사)한국언어재활사협회장 / 동신대학교 언어치료학과 교수 –
Q. 의사소통장애는 워낙 원인이 다양하고 증상의 정도가 천차만별이죠. 언어재활사가 재활과 치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을 알고 싶습니다.
A.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상자마다 서로 다른 영역의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맞춤형 개별치료로 자신의 환경에서 원활하게 의사소통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꼼꼼한 치료 계획과 주기적인 진단평가가 필요합니다. 발음기관이나 신체적, 인지적 발달에는 문제가 없으나 언어발달이 늦는 단순 언어장애, 발음이 불명료한 조음·음운장애 아동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상을 완화하거나 치료할 수 있습니다.
자폐 범주성 장애나 심한 발달장애를 지닌 경우에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아동과 언어재활사 모두 열심히 노력하지만 그 진전 속도와 폭이 제한적일 수는 있어요. 그렇다고 언어재활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늘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재활 전후를 비교하면 의사소통 능력이 훨씬 좋아집니다.
Q. 한 살이 되지 않은 영아들도 언어재활이 필요할 때가 있을 텐데요. 치료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재활 과정을 돕는 것이 제일 어려울 것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치료 사례가 궁금해요.
A. 선천성 난청(출생 때부터 청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 영아를 치료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선천성 난청인의 경우에는 본인에게 남은 청력에도 차이가 있어서, 이들을 치료할 때는 소리가 나는지, 안 나는지부터 확인하고 듣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청기 착용이 우선되어야 하고요.
한 번은 생후 6개월부터 치료를 시작한 아동이 있었습니다. 이 아동은 보청기 착용하는 걸 굉장히 싫어했어요. 보호자가 보고 있지 않으면 보청기를 빼서 장난감 통에 숨겨놓기 일쑤였고, 걸음마를 시작하자 변기에 보청기를 버릴 정도였죠. 하지만 청각장애인은 보청기 착용에서부터 치료가 시작되기 때문에 아동이 일상생활 중에도 보청기를 잘 착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부모를 교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치료가 쉽지 않은 과정임에도, 말 한마디 하지 않던 아이들이 입을 떼고 어렵게나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했을 때의 보람과 감동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답니다.
(중략)
Q. 전국 학교에 의무적으로 언어재활사가 배치된다면 언어재활사의 직업 전망이 더욱 밝아지겠네요. 언어재활사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활동을 꼽아주세요.
A. 언어재활사가 되고 싶다면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먼저 다가가서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마음이야말로 언어재활사에게 중요한 자질이자 적성이죠. 특수학교, 요양원, 복지기관 등에서 봉사활동을 해보며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과 어르신을 실제로 접하고,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아보는 게 좋아요.
진로를 결정하기 전 가능한 한 여러 경험을 통해 꿈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오늘날 국민들 곁에서 소중한 우리말을 지켜주는 아띠,
국립국어원은 나라의 언어를 담는 그릇을 빚고,
우리말의 가치를 온 누리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한국어의 보존과 연구, 보급을 위해 힘쓰는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우리 민족의 고유한 언어이자 미래에도 지켜나갈 유산인 한국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들여다보자.
(중략)
국립국어원에서는 어떤 일을 할까?
학예연구사의 별별 업무 살펴보기
어문연구과 합리적인 국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를 수행
대표적으로 5년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가 있다.
언어정보과 하나의 언어 자원으로서 한국어 말뭉치 자료를 만들어 국어 연구의 기반 다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바탕이 되는 한국어 자료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
사전팀 어문 규정을 중심으로 국가에서 최초로 직접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의 개편과 운영
신조어, 고어, 방언, 외래어 등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말을 우리말샘 사전에서는 찾을 수 있다.
공공언어과 공공언어과는 국민 누구나 쉬운 우리말을 사용할 수 있게 안내자의 역할
‘뉴노멀’, ‘부스터 샷’, ‘언택트 서비스’등 새롭게 생겨나는 외래 용어를 우리말로 다듬는 ‘새말모임’을 운영하고, 어려운 전문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는 등 공공언어를 개선하고 있다.
특수언어진흥과 농인과 시각장애인의 언어권을 향상하고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힘쓰는
교육연수과 교육연수과에서는 올바른 국어 지식을 교육
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사소통 능력 확대를 위해 국어 능력 진단 체계를 구축하고, 문해력 향상과 관련한 기초 연구를 수행한다.
한국어진흥과 한국어 교육에 대한 기초 연구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국내외 한국어 교육과정과 교재를 개발해 현지에서 활용하는 일
한국어교원 자격제도를 운영해 교사 양성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하는 한국어 교재를 관리해 우리말교육 보급에 힘쓴다.
*중략된 내용이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아래 5월호 책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한 시대의 아름다운 우리말을 기록하고 기억합니다
– 유희정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 학예연구사 –
Q. 국립국어원에서 만드는 ‘모두의 말뭉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요. 우선, 말뭉치가 정확히 어떤 뜻이죠?
A.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습 자료가 필요해요.
더 많은 자료를 학습할수록 똑똑한 인공지능이 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컴퓨터가 사람의 언어를 학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어 자료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환해 구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자료들을 말뭉치라고 부릅니다. 도서, 신문 기사, 방송 대본, 블로그나 게시판의 글, 심지어 메신저의 대화까지도 전부 말뭉치의 재료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다양한 사람의 광범위한 글과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는 2019년부터 국가적인 공공재로서 대규모의 한국어 말뭉치를 확보하고, 누구나 자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모두의 말뭉치’를 통해 배포하고 있어요. 이것들은 언어 연구와 어문 정책 수립의 기초 자원이 되고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활용됩니다.
저는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에서 인공지능을 위한 학습 자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현재는 대화의 맥락을 추론하는 말뭉치를 연구하고 있답니다.
(중략)
Q.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며 ‘모두의 말뭉치’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위한 자원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잖아요. 혹시 이전에도 말과 글을 모으는 국가적인 프로젝트가 있었나요?
A. 그렇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1998년부터 10년 동안 ‘21세기 세종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말뭉치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약 2억 어절의 말뭉치를 구축해 당시에는 세계적으로 앞서는 혁신적인 성과였어요.
여기에는 여러 외국어를 번역한 말뭉치뿐만 아니라 국어 역사 자료 말뭉치도 있어서 우리나라 언어 연구의 바탕이 되는 가치 있는 자료로 평가받았죠. ‘21세기 세종 계획’이 중단된 이후 현재 ‘모두의 말뭉치’ 사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이를 통해 변화하는 언어 사용의 실태를 기록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언어에는 한 시대 사람들의 문화와 생각, 가치관이 전부 담겨 있잖아요. 지금 제가 수집하는 말뭉치들이 체계적으로 모이게 되면 국민들이 어떤 말을 사용하고, 단어의 의미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알 수 있겠죠? 이처럼 사회·언어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역사적 자료들이 하나씩 쌓여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중략)
Q. 항상 언어에 대한 호기심을 지녀야겠군요.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세요.
A. ‘우리말을 왜 연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한 친구들이 있을 것 같아요. 한국어가 모국어인 우리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국어를 배우고,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말을 연구하는 직업을 갖는 것에 대해 오히려 생소하게 느낄 수도 있겠죠.
제가 언어 연구를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책을 읽으며 모르는 단어를 찾고 그 뜻을 유추하면서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에요. 또,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 우리말을 소개할 때도 ‘나의 모국어라고 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부터 사람들이 쓰는 말에 관심을 갖고, ‘이 말은 왜 사용하고, 저 말은 왜 사용하지 말아야 할까?’와 같이 우리 생활 속에서 말의 쓰임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길 바라요. 크고 작은 호기심이 모여 국립국어원에서 학예연구사로 함께 일할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언어학 용어인 ‘코퍼스(Corpus)’를 우리말로 풀이한 ‘말뭉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이나 언어를 한데 모은 덩어리 즉, 다양한 언어 자료를 말해.
우리는 각자의 머릿속,
마음속에 담아둔 생각과 느낌,
아이디어와 정보를 말과 글로 전달한다.
이러한 말과 글을 바로 ‘언어’라고 한다.
언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오해하지 않게,
그리고 명료하게 이해시킬 수 있다.
이게 바로 ‘소통’이다.
(중략)
은행과 금융, 정부기관 등 음성인식 기능을 찾는 분야 역시 대폭 늘어났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음성인식 서비스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21년 82억72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평균적으로 1년에 21.6%씩 성장해
2026년에는 219억9500만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말과 글이 넘쳐나는 시대,
<MODU>는 사람과 사회 속 언어의 구조와 사용,
그 문화적 영향을 다루는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를 비롯해
언어에 문제가 있는 이들을 도와 바르게 말하는 법을 알려주는 언어재활사,
소리로 서로를 잇는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음성처리전문가를 만나서
모두가 잘 통하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대해 알아봤다.
사회 속 구성원들이 하고픈 말과 뜻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직업인들과 함께
나의 미래를 말해줄 직업에 대해 알아보자.
[숨은 직업 찾기] 상상 속 이야기에 생명을 입히는 그림 디자이너_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미디어 산업이 발전하면서
더 독창적이고 실감나게 구현하는 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상상 속의 장면과 인물, 사물, 감정까지
이야기를 구성하는 모든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더 생생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창작자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
그 중심에는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Visual Development Artist)’가 있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동연 아티스트를 통해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에 대해 알아보자.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장치를 시각적인 이미지로 디자인
Q.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라는 직업이 생소한데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A.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광고 등의 작품 제작 단계에서 감독이 요구하는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그려 시각화하는 작업을 합니다. 전체적인 콘셉트를 만들기도 하고, 작품에서 보여지는 모든 시각적인 요소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지요.
애니메이션 영화를 예로 들어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의 세부적인 역할을 설명해볼게요. 작품 내 보이는 모든 물건을 디자인하는 프롭(Prop) 디자이너, 건물의 외형이나 장소 등 작품의 배경에 들어가는 요소를 디자인하는 세트(Set) 디자이너, 포스터나 사인 등 그래픽적인 요소가 있는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작품의 전체적인 색감·빛·톤을 디자인하는 컬러 디자이너, 캐릭터 디자이너, 캐릭터가 입는 의상을 디자인하는 코스튬 디자이너 등이 있어요. 이러한 직군을 모두 ‘비주얼 디벨롭먼트’라고 정의하기도 해요. 각 아티스트의 세부적이고 명확한 역할이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보통 특화된 분야에서 역할을 맡아 작업하지만 아티스트의 역량에 따라 참여하는 프로젝트에서 한 가지만 담당하기도 하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맡아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는 영화, TV, 애니메이션, 광고 등 영상물을 제작하는 모든 곳에서 일할 수 있어요. 전공을 살려 부업으로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작가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요.
(중략)
Q. 지금까지 해온 작업이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해주신다면요?
A. 저는 미국에서 유학하다 취업을 해서 계속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디즈니 TVA에서 작업을 했습니다. 아직 미공개작이라 어떤 작업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오랫동안 바라던 디즈니와 일하게 되어 좋았지요. ‘디즈니플러스’ OTT에 업로드되는 작품인 만큼 기존 TV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영화처럼 제작한 작업물이어서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Strange Planet>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서 배경 페인터로 일한 거예요. 원작은 디자인 요소가 많지 않은 단순한 캐릭터 중심의 만화였기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는 과정이 꽤 길었어요. 배경 페인터로서 배경 디자이너의 작업을 이어받아 제가 가지고 있는 색감을 세계관에 최대한 담아내는 것이 제 역할이었고, 그 과정에서 배경 디자이너들과 감독이 만족할 수 있는 완성도를 만들어내야 하는 부담이 있었죠. 무엇보다 작품의 특성상 사용할 수 있는 색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배경에 색을 입히는 데 꽤 어려움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만들어지지 않은 독특한 작품을 만든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즐겁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색감에 반짝거리는 느낌을 최대화하는 것이 우리 팀의 목표였는데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여러 사람과 협업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대한 의미가 커요. 완성된 애니메이션은 애플 TV에 공개될 예정인데, 많은 사람이 보는 큰 플랫폼에서 저와 팀원들이 열심히 만든 작업물을 볼 수 있게 되어 매우 뿌듯합니다.
(중략)
Q.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로 일하게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A. 이 직업을 알게 된 당시에는 관련 직군에서 일하는 사람이 한국에 많지 않았고, 매우 생소한 일이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부모님은 만화와 애니메이션 관련 직업에 긍정적이지 않으셔서 대학에 진학할 때도 만화 관련 전공을 하지 못했죠.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너무 다른 공부를 하는 게 힘들다보니 결국 1년 만에 학교를 관두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예술 대학인 아트센터디자인대학(Art Center College of Design)으로 유학을 갔어요. 유학 생활을 시작할 땐 미국에서 취업하는 계획은 너무 먼일 같아서 해외 취업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으로 돌아가 경력을 쌓고 실력이 되면 다시 미국에서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의 꿈을 키울 생각이었죠. 그런데 학교에 다니면서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졸업 준비를 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일을 조금 더 빨리 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어요. 그 기회를 발판 삼아 열심히 실력을 키웠고, 졸업 후 자연스럽게 취업 기회를 잡을 수 있었죠.
(중략)
늘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직업, 배움을 멈추지 않을 것
Q. 그러면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선 어떤 공부와 자격이 필요할까요?
A. 실력이 충분하다면 언제든 아티스트로서 일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이것은 곧 시장이 나를 필요로 할 만큼의 충분한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죠.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트 분야는 아티스트가 많은 것에 비해 일자리는 적은 시장이어서 경쟁률이 높은 편이에요. 그래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 실력을 계속 키워나가며 발전시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요. 충분한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관련 커리큘럼이 있는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겠죠. 저는 유학 시절 일러스트레이션 학과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아트를 전공했어요. 학교마다 관련 학과명이 다르고 다른 전공과 커리큘럼을 합쳐 폭넓게 가르치는 학교도 있으니 사전에 꼼꼼히 알아보세요. 실력을 기르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그림 성향과 잘 맞는 학교에 진학하는 거예요.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그 아티스트가 어느 학교에서 어떤 학과를 전공했는지 알아보세요. 그러면 학교와 전공 선택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중략)
Q. 보통 취업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요.
A. 학교 졸업 전 인턴십 같은 기회를 통해 일찍 취업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대학 졸업 후 졸업 전시회를 통해 처음으로 취업 시장에 나서게 됩니다. 대부분 여러 애니메이션 업계의 인사담당자에게 먼저 연락해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거나 웹사이트에 게시되는 공고문에 이력서를 제출해 연락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요. SNS에 포트폴리오 업로드 관리를 꾸준히 해서 업계 관계자의 눈에 띄어 일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학교 선배나 취업한 친구,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교수님들이 먼저 찾아주는 일도 꽤 있어요.
일을 하게 되면 프리랜서나 회사 소속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회사에 소속돼 있더라도 프리랜서를 겸하는 사람도 있어요. 프리랜서는 시간제로 시급을 받거나 일급, 주급으로도 일하는 편인데 프리랜서로 시작해 실력을 인정받고 회사에 고용되는 경우도 많아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걸 좋아해서 프리랜서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요. 취업과 일하는 형태는 다양한 편이죠.
Q.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로 일하려면 어떤 자질과 소양을 갖춰야 할까요?
A. 무엇보다도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게 매우 중요해요. 여러 아티스트가 모여 의견을 나누며 협업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거나 독불장군처럼 자기 의견만 내세우는 사람과는 함께 일하고 싶지 않겠죠?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아요. 마감과 같이 정해진 약속을 잘 지키고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료들을 존중하며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면 됩니다.
평소에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것도 있어요. 작업 특성상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 체력을 기르는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해요. 또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는 개인 작업을 하고, 3D 프로그램에 더 익숙해지는 강의를 듣는 등 배움에 끝이 없어야 합니다.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이 지금 준비해두면 좋을 것이 있을까요? 인터넷엔 내 작품을 공유하고 나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요. SNS를 통해 아티스트를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SNS를 활용해서 나를 홍보하고 시장에 어필하는 방법을 경험해두면 좋아요. 아트스테이션, 링크드인, 인스타그램, 트위터 같은 플랫폼에 꾸준히 그림을 올려 팔로워를 모아두세요.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에 맞춰 다재다능한 인재가 돼야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어요. 마야나 블렌더 같은 3D 프로그램을 배워두면 활용할 곳이 많아요. 실제 업계에서도 3D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아티스트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전문적인 교육기관에서 그림과 영어를 배울 기회가 있다면 좋겠지만 여건이 안 된다면 인터넷 강의를 통해 실력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콜로소, 클래스101 같은 강의 웹사이트를 활용하거나 실력을 어느 정도 쌓고 영어를 할 줄 안다면 Schoolism, Brainstorm, Concept Design Academy 같은 웹사이트에서 자기 레벨에 맞는 수업을 들을 수도 있어요. 해외 업계에 있는 강사가 많아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장점도 있지요.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트 관련 업종은 대부분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외국어 공부가 중요해요. 영어는 꼭 배워야 하고요. 유창한 수준이 아니어도 돼요. 저도 번역기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걸요.(웃음)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해결하면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고, 대화가 가능한 정도의 실력이면 충분합니다.
Q. 청소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A. 꿈을 갖고 그 꿈에 대한 열정을 계속 품고 있으면 자신의 재능을 발현할 수 있는 기회가 꼭 생깁니다. 그 기회가 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젊음을 발판 삼아 많은 도전을 해보세요. 아티스트는 실력도 있어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의지예요. 늘 자기의 한계를 시험하는 직업인 만큼 자신의 역량을 키우려면 끊임없이 나와 싸워야 하죠. 게다가 예술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만큼의 결과를 바로 얻을 수 없는 분야이기에 부담이 크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남과 나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하지?’ 하며 자책하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이었는지 초심을 잊지 말고 앞을 보며 달려가세요. 왜 내가 그림을 시작했는지, 어떤 것이 좋아서 그림을 직업으로 생각하게 됐는지, 힘들 때마다 돌아보며 스스로를 북돋아주세요.
김동연 아티스트의 포트폴리오
1. 영국의 1970년대 피커딜리 광장을 콘셉트로 한 그림.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건물 위로 노란 햇빛이 비치는 모습을 그렸다.
2. 미국 스타일의 주방을 디자인했다. 3D 프로그램으로 구도를 만든 뒤에 포토샵으로 선을 작업하고 흑백으로 색을 칠했다.
3. <젠틀맨스 가이드> 뮤지컬의 두 캐릭터를 김동연 아티스트만의 스타일로 디자인했다. 보라색과 녹색으로 두 캐릭터에 대비를 주었다.
4. 학교 복도의 낮과 밤 모습에 차이를 둔 그림이다. 같은 공간이지만, 낮의 밝고 따뜻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밤에는 차갑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그렸다.
[SPECIAL _직업 탐구④] 잠든 문화유산에 디지털 숨결을 불어넣다 디지털문화재복원전문가
박물관 혹은 유적지를 직접 찾아가 문화재를 눈으로만 보는 시대는 끝났다. 가까운 미래에는 문화재를 ‘체험’하기 위해 가상공간에 ‘접속’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가상현실,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 등의 신기술로 문화재를 재탄생시키는 디지털문화재복원전문가를 만났다
과거를 현재로, 현실에서 가상으로! 디지털 문화유산을 남기는 사람들
지난 2008년, 당시 국보 1호였던 숭례문에 화재가 일어나 전부 불타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진 와중에 숭례문 복원 및 복구에 대한 이슈가 뜨겁게 떠올랐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으로 화재 사건이 있기 6년 전 숭례문 전체를 ‘3D 레이저 스캔’으로 기록한 적이 있었다. 스캐너를 이용한 3차원 촬영을 하면 건축물의 3D 입체 도면이 제작되는데, 이 기술 덕분에 숭례문의 완벽한 복원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전에 수기로 작성된 도면은 불완전한 기록이 많았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그 이후로 주요 문화재의 3차원 촬영을 진행했다. 디지털 문화재 복원에 대한 개념이 국내에 잘 알려지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디지털문화재복원전문가는 유·무형의 문화재를 디지털 기술을 통해 가상공간에 복원해내는 일을 한다. 디지털 영상기술 3차원 스캔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문화재에 적용한 것이다. 최근에는 드론과 사진측량 기술이 도입되었고, 가상현실을 이용해 문화재를 직접 앞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현실감 있게 재현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과거에 훼손되거나 사라진 문화재를 눈으로 보고, 가상의 세계에서 손으로 만지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영구적인 가치를 가진 디지털 문화유산이라는 뜻의 ‘디지털 헤리티지(Digital heritage)’라는 말로 전 세계에 통용되고 있다.
GO! 현장 속으로 앙코르와트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
3D 스캔
문화유산이 있는 유적지에 방문하여 3D 레이저 스캐너와 고해상도(HD) 영상 카메라를 이용한 실측 데이터를 확보하는 단계다.
3D 모델링
현존하는 유·무형 문화유산의 경우 고해상도 정밀 스캔 기술을 이용해 3차원 모델로 만든 뒤 가상공간에 구축한다.
콘텐츠 활용
관람객들은 디지털 복원으로 재탄생한 문화재를 VR·AR로 즐기거나, 프로젝션 매핑 등의 미디어 아트, 실감형 콘텐츠로 체험할 수도 있다.
디지털문화재복원전문가에게 듣는 직업 이야기
디지털 타임머신을 타고 K-문화유산 여행을 떠나보세요
박진호 디지털문화재복원전문가 /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사진 바림, 박진호 제공
‘역사책에 살고 있는 과거의 인물을 만날 수는 없을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수단은 뭘까?’ 대한민국 1세대 디지털문화재복원가의 꿈은 이 사소한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문화재를 디지털로 재현하는 일을 두고 그는 ‘디지털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만나는 것’으로 표현했다. 과거의 유산을 미래의 소중한 유산으로 변화시키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문화재를 수리하고 원형으로 복구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과학기술을 활용해 문화재를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디지털 문화재 복원’의 이점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A. 혹시 ‘황룡사 9층 목탑✽’을 알고 있나요? 몇 년 전에 이를 실제로 복원하자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만일 목탑을 다시 짓게 되면 당시 탑의 아래를 받치고 있던 옛날 유구나 초석이 훼손될 수 있다는 거예요. 문화재 재건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야 하는 문제도 있었고요. 그렇다면 어떻게 황룡사 9층 목탑을 되살릴 수 있을까요? 바로 디지털 복원을 통해 문화재를 체험하는 것입니다. 저는 1300년 전의 경주 유적을 가상으로 재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황룡사 9층 목탑을 VR로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현장에 있는 유적을 훼손하지 않고, 복원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었습니다. 또, 관람객들은 가상공간에서도 황룡사에 온 듯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지요.
Q. 저도 언젠가 ‘디지털 타임머신’을 타고 역사기행을 즐기고 싶어지네요.(웃음) 지금까지 말씀하신 유물과 유적지처럼 형태가 있는 문화재 말고도 혹시 무형의 문화유산들도 디지털로 되살릴 수 있을까요?
A. 물론이죠! 게다가 디지털 복원을 통해서 과거의 사람들을 현실로 불러오는 것이 가능해요. 대표적으로 인공지능의 신기술을 활용한 ‘AI 디지털 휴먼’이 있습니다. 역사적 인물이나 위인을 가상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안중근 의사의 외형을 3D로 똑같이 재현하고, 그분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수집해 인공지능이 딥러닝과 머신러닝을 거쳐 실제 안중근 의사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물을 만들어냅니다. 우리들은 VR기기를 쓰고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가 이뤄졌던 역사적 공간으로 들어가서 현장을 함께하며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교과서를 읽고 강의만 듣는 것이 아니라 교실 안으로 위인을 불러오거나, 학생들이 과거의 장면으로 직접 들어가서 역사 속의 주인공과 소통할 수 있죠. 그래서 앞으로의 교육 패러다임도 바뀌게 될 거예요. 저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AI 디지털 휴먼’을 통한 역사 인물과 현대인의 만남을 계속 추진해볼 생각입니다.
Q. 디지털문화재복원가의 꿈을 품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조언해주세요.
A. 디지털 문화재 복원은 고고학과 인류학, 역사학, 그리고 IT 기술을 함께 접목한, 한마디로 ‘IT 컬처 테크놀로지’ 분야라고 할 수 있어요. 우선은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잘 파악한 후 원하는 학과에 진학해 공부를 이어나가세요. 본격적으로 이쪽에 진출하려면 대학원의 문화콘텐츠 관련 학과에서 디지털 헤리티지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며 시야를 넓히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그 나라의 기관과 현지 전문가와의 협력이 필요하기에 영어 구사 능력은 필수입니다. 전 세계 곳곳에 우리 문화가 퍼져나가고 있는 것처럼, 곧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시대도 올 거라 의심치 않습니다.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문화유산을 연결하며 K-디지털 헤리티지의 선봉을 이끄는 미래의 주인공이 되어주세요!
선조가 남긴 수많은 문화재에는 수천 년의 시간이 쌓여 있다. 그러나 그 연륜만큼 자연적으로, 또 인위적으로 손상되기도 한다. 훼손된 문화재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직업, 문화재보존과학전문가와 함께 문화재가 과학의 힘으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길을 따라갔다.
민족의 혼과 얼이 담긴 문화재를 미래로!
문화재 보존과학은 쉽게 말해 과학기술로 문화재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것이다.
미래의 후손에게 선조들이 만들어낸 역사와 문화를 전하려면
문화재가 훼손된 이유를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훼손된 원리를 알아야 가능한 한 본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출토되는 유물의 양이 많아지고,
환경오염에 따라 훼손이 심해지면서 문화재의 보존 처리를 전담하기 위해
2009년에 문화재청이 설립한 국가기관이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는 여러 재질의 문화재를 과학적으로 조사 및 연구하면서
상태를 점검하고 재료를 연구하며 보존 처리와 조사 연구를 담당한다.
또한 보존과학 신기술을 개발해 문화재청 소속기관, 보존 처리 기관, 민간 업체와 대학 등
국내는 물론 국외에도 관련 기술을 교육하고 지원하고 있다.
8가지 문화재 재질에 맞춰 보존·복원
문화재의 종류는 크게 금속과 도기, 토기, 석조, 벽화, 목재, 지류, 직물로 나뉜다.
문화재의 재질에 따라 보존 및 복원 방식이 다르지만
대부분 처리 전 조사와 분석, 유물 세척과 보강, 강화 작업, 복원, 처리 후 기록의 단계를 거쳐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동합금이나 철제 등 금속문화재의 경우
매장된 환경과 문화재의 재질에 따라 손상 정도가 다르고
발굴한 뒤에는 환경 변화와 공기 중의 부식 인자 때문에 손상이 더욱 빨라진다.
따라서 보존 처리를 할 때는 추가 손상을 방지하고 유물의 원형을 복원하는 것이 중점이 돼야 한다.
금속문화재를 보존하려면 먼저 문화재의 재질, 크기, 형태와 구조, 부식 정도를
조사하고 성분을 분석한다.
그 뒤 유물 표면의 흙과 이물질, 부식물을 제거하고 세척한다.
세척이 끝나면 더 이상 부식되지 않도록 유물을 특정 용액에 담가 안정화 처리를 하고,
재질을 강화하기 위해 아크릴수지에 유물을 담근다.
만약 유물이 균열되거나 파손됐다면 아크릴 수지, 에폭시 수지 등으로
유물의 원형을 복원하고 표면과 비슷하게 색을 맞춰 칠한다.
마지막으로 수분을 제거할 수 있는 재료와 함께 포장해 유물의 보존 처리를 마친다.
문화재보존과학전문가에게 듣는 직업 이야기
탄탄한 기초 계획이 문화재를 단단하게 보존할 수 있어
정혜영 학예연구사(벽화문화재 보존 처리 및 조사)
Q. 벽화문화재의 보존과 복원은 벽화가 그려진 현장에서 진행하나요?
A. 현장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손상이 너무 심하거나 보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면 분리한 뒤 센터 내부에서 복원하고 문화재가 있던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원칙이죠. 벽화를 조사할 때는 비파괴 조사(벽화를 떼어내거나 손상시키지 않고 조사하는 방법)를 통해 재질과 크기, 구조를 분석해요. 그리고 현미경이나 적외선 카메라, 안료 등으로 벽체의 흙층, 그림이 그려진 채색층 등 구조를 조사해 어디가 취약하고 불안정한 부분인지 진단하죠.
벽화 표면의 오염물을 제거한 뒤에는 그림이 떨어지거나 없어진 부분을 메워줍니다. 이때 최대한 원래 유물과 비슷한 재질의 메움제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물질의 성질이 다르면 보존했을 때 오히려 더 손상되기도 하거든요. 이후 균열이 있는 곳, 그림이 떨어져나간 곳은 접착제를 사용해 강화 처리를 하고 가장 비슷한 색상을 칠해 색 맞춤을 합니다. 없어진 부분에 그림을 그려 채워넣는게 아니라 색을 칠해서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만드는 거죠.
국보 제46호 부석사 조사당 벽화 6면. 율동감 넘치는 유려한 선에서 고려시대 불화의 품격이 느껴진다. 우리나라에 남은 벽화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이며 회화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Q.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 학예연구직 공무원으로 일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A. 먼저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일하고픈 분야의 석사학위가 필요해요. 현직자의 전공은 문화재보존과학 외에도 화학과 재료공학, 환경공학 등 매우 다양한 편이죠. 그리고 박물관이나 문화재와 관련한 연구소 등의 기관에서 3년 이상 경력을 쌓아야 문화재청에서 실시하는 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답니다. 문화재보존과학에 관심이 생겼다면 우리 센터의 ‘생생보존 처리데이’ 등의 진로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면서 문화재를 보존하는 일에 대해 미리 사명감을 갖고 꿈을 키워보길 바라요!
꼼꼼한 눈썰미, 세심한 손길, 우직한 끈기가 필요한 업무
송정원 연구원(지류문화재 보존 처리 및 조사)
Q. 지류문화재는 얇은 종이를 다루기 때문에 다른 문화재보다 더 섬세한 손길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지류문화재를 보존 처리하는 과정을 알고 싶어요.
A. 전적, 그러니까 요즘의 책과 같은 형태의 옛날 책을 예로 들어볼게요. 일단 눈으로 보면서 그 꾸밈의 형태, 유물의 크기, 손상 상태를 기록하고 사진 촬영을 해요. 유물에 사용한 재질과 안료 성분을 분석하기 위한 기초조사를 한 뒤에는 해체를 합니다. 그리고 표면의 먼지와 오염물을 붓으로 제거해서 세척해요. 유물에 따라 물에 담그거나 물을 뿌려서 세척하기도 하죠. 찢어지거나 없어진 부분에 붙일 종이는 유물의 재질과 두께를 고려해서 가장 비슷한 종이를 사용해서 보강하는데요, 천연재료로 염색해 색감까지 비슷하게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없어진 부분에 새 종이를 풀로 붙이는 거죠. 보강한 부분은 최소한의 색 맞춤을 하고, 다시 실로 묶어 책 형태로 만듭니다. 이게 한 권의 전적을 보존 처리하는 과정이에요.
Q. ‘이런 친구들에게 문화재보존과학전문가가 어울린다’고 짚어주신다면요?
A. 꼼꼼하게 기록하는 걸 좋아하고, 또 잘하는 친구여야 해요. 약간 강박적으로요.(웃음) 차분한 성격에 엉덩이가 무거워 한자리에 앉아 몇 시간이고 작업하는 집중력도 필요하답니다. 문화재는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게 중요하지만, 옛 모습을 많이 잃은 경우에는 비슷한 시대의 유물을 조사해 그에 맞춰 만드는 작업을 거칩니다. 청소년이라면 먼저 박물관과 문화재 현장에서 문화재를 많이, 자주 보며 ‘문화재 전문 심미안’을 길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