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Tags Posts tagged with "일본"

일본

고객의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세요

츠타야 서점 CEO 마스다 무네아키

글 전정아 ● 사진 위키미디어커먼즈, T-SITE 공식 홈페이지

 

일본의 최대 서점 ‘츠타야’는 전국에 1500곳이 넘는 매장과 일본 인구의 절반인 60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해 국민 브랜드로 불린다. 츠타야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다. 창업 초기에는 서적과 음반, DVD 등을 대여하고 판매했지만 이후 각종 문구와 소품, 전자제품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취급해 범위를 확장했다. 이제는 라이프스타일까지 제안하는 ‘문화 기획사’ 츠타야. 여기에는 고객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묵묵히 발로 뛴 츠타야의 지주회사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 CEO 마스다 무네아키의 기획력이 있었다.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의 기분으로,고객이 원하는 매장을 만들다

 

1983년 오사카 히라가타 역에서 첫 개장한 츠타야는 마스다 무네아키의 관찰에서 시작됐다. 당시 히라가타 시에 음반 대여점이 없고,역 주변에도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서점이 없다는 점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은 것이다. 대여업 운영 노하우는 없었지만 고객의 요구 사항을 매장에 반영하면 분명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은 있었다. 그렇게 서점과 음반 대여를 함께 하는 복합 매장 츠타야가 탄생했다.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근처 고교생과 쇼핑객이 몰려들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이후 타 지역에 매장을 확장했다. 마스다의 기획은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예를 들어 서점의 책을 카페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반영해 북 카페를 만들었다.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로 사업 방향을 정한

뒤에는 하나의 주제가 정해지면 그 주제에 관련된 제품을 인접한 곳에 진열했다. 요리책 진열대 주변에 요리 도구와 요리 프로그램 수강권을 진열하는 식이다. 고객을 대하는 마스다의 자세가 가장 잘 드러난 매장은 2011년 도쿄 다이칸야마에 개점한 복합 상업 공간 ‘티사이트(T-SITE)’다. 그는 60세 이상의 노인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일본 사회를 꿰뚫어보고, 노인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공간을 기획했다. 먼저 노년층의 아침이 일찍 시작된다는 사실에 착안해 서점과 카페 오픈 시간을 아침 7시로 정했다. 노인들은 자가용 대신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는 점을 생각해 택시 승강장도 만들었다. 이 외에도 뷰티와 반려동물에 관심이 많은 실버 세대 여성들을 위해 에스테틱 살롱과 동물병원을 건물에 입점시켰다. 서적도 건강과 종교, 철학, 여행 등 노년층의 관심사와 관련된 것들로 구비해서 고객의 만족감을 높였다. 츠타야가 단순한 서점을 넘어 음식, 주거,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을 기획하고 제안하는

‘문화 기획사’로 불리게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그는 고객의 입장에 서기 위해 같은 매장이라도 아침, 점심, 저녁에 둘러본다고 한다. 때로는 출근하는 회사원의 마음으로, 또 다른 때는 20대 여성의 마음으로 매장을 찾아 고객의 취향을 헤아렸다. 그들의 요구를 실현하면 고객은 스스로 찾아오기 마련이라는 것을 이미 알았기 때문이다.

 

실패는 성공의 자산, 절망은 희망의 거름

 

오사카 히라가타 역 앞에 위치한 츠타야 본점(위)과 티사이트 다이칸야마점(아래).

오사카 히라가타 역 앞에 위치한 츠타야 본점(위)과 티사이트 다이칸야마점(아래).

 

마스다 무네아키는 어릴 적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였다. 교통사고로 생긴 얼굴의 큰 흉터 때문에 초·중학교 시절 내내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거기다 부모님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가세도 기울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스다를 바라지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마스다는 그런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야심을 품었다. 그때부터 그는 연약한 자신을 바꾸기 위해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레슬링부에 가입해 몸을 단련했다. 체력이 생기자 점점 자신감이 붙어 따돌림을 주도한 친구들에게 당당히 맞설 수 있었다. 이때 마스다는 ‘자기 의지로 주어진 환경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패션 회사에 들어간 뒤에는 그 의지를 발판으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건축개발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마스다는 회사를 그만둔 뒤 츠타야를 설립해 승승장구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손댄 모든 사업이 늘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츠타야 2호점을 열었을 때는 1호점의 성공 방식에만 기대어 똑같은 전략을 사용했다가 실패만 맛보고 문을 닫았다. 미국의 다채널 위성방송을 도입한 ‘다이렉트 TV’ 사업에도 뛰어들었다가 끝내 철수하고 말았다. 당시에는 재산과 신용은 물론 사업 자신감까지 모두 잃었지만 마스다는 “모든 실패가 성공의 기반이 됐다”고 말한다. 무모한 도전으로 사원들의경험과 지식이 늘었고, 서툴러도 진지하게 임한 것이 회사의 재산이 됐다는 것이다. 능력 이상의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마스다 무네아키. 그는 오늘도 고객의 입장으로 거리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