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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글 이수진 ● 사진 최성열, 게티이미지뱅크

 

관제사가 된 계기가 궁금해요.

 

지금은 한국철도공사지만 예전에는 ‘철도청’이라고 불렀어요. 저는 1989년 철도청에 입사해 철도와 관련된 일을 처음으로 시작했죠. 현재 15년째 철도교통관제사로 일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철도교통관제사를 ‘운전 사령’이라고 불렀어요. 운전 사령이 되려면 부역장과 역장 등을 역임해야 지원 자격이 주어졌죠. 저는 경상북도 김천에 있는 직지사역에서 부역장으로 일하다 대전의 운전 사령에 지원해 관제 업무를 배웠어요.

 

주간과 야간을 교대로 일하는 데에서 오는 어려운 점은 없나요?

 

일하는 동안 설이고 추석이고, 연휴를 제대로 보낸 적이 없어요. 다른 사람들이 쉴 때, 다시 말해 열차 이용률이 높을 때 관제사들은 더 바쁘거든요. 하지만 우리가 고생하는 만큼 국민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고향을 갈 수 있으니 그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죠. 일할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관제사는 정말 서비스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철도교통관제사가 되려면 무엇보다 봉사 정신과 꼼꼼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꼼꼼함이 필요한 건 역시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이겠죠?

 

철도 운행에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아요. 사소한 실수와 오류가 큰 인명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죠. 안전한 운행 지시를 위해 주간과 야간 근무를 교대할 때 음주 측정은 기본이고, 권역 내같은 부분도 두 명이 한 팀이 되어 확인해요. 그리고 정확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 번의 지시를 꼼꼼히 살펴야 해요. 내 마음대로 추측해서 운행을 지시한다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매뉴얼도 수시로 확인해야 하고요. 저 역시 철도교통관제사로 오래 일했음에도 한국철도공사 직원들만 볼 수 있는 철도그룹포털의 법무관리시스템에서 사규를 몇 번이고 재확인합니다.

 

관련 사규를 한국철도공사 직원들만 볼 수 있다고요?

 

굉장히 철저하게 보안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죠. 해킹의 위험이 무척 많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철도교통관제사들은 업무 중에 인터넷을 할 수 없어요. USB도 사용할 수 없고요. 그리고 일하면서 컴퓨터를 이용한 이력도 수시로 점검하고 있어요. 특히 철도교통관제센터의 제어동은 절대로 공개하지 않아요. 제어동의 멋진 내부를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는 건 정말 안타깝지만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니 이해 해주시기 바랍니다.(웃음)

 

앞으로 철도교통관제사의 전망이 궁금해요.

 

일단 철도업은 청소년이 도전할 가치가 충분한 분야입니다. 앞으로 철도의 영업 거리가 훨씬 늘어날 테니까요. 먼저 통일이 되면 남한과 북한의 철도가 이어질 거고, 통일 뒤에는 북한 지역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나아가 유럽까지 연결되겠죠. 그럼 운행하는 철도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거고요. 영업 거리가 늘어나는 만큼 관제사 인력은 계속해서 보충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철도교통관제사가 되기 위해서 어떤 공부를 해두는 것이 좋을까요?

 

교통대학교에서 철도 관련 학과에 진학해 공부하는 것도 좋겠지만, 사실 관련 전공과 학과는 무관하다고 할 수 있어요. 특히 이제는 철도교통관제사가 되기 위해 자격제를 시행하기 때문에 시험에 합격한다면 누구나 관제사가 될 수 있죠. 먼저 철도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키워보세요.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 ‘이건 왜 그럴까’ 하고 의문을 품는 자세를 가져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집 근처에 기차역이 있다면열차 신호기를 한번 관찰해보세요. 어떤 때는 녹색과 주황색 불이 들어오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주황색 불이 두 개가 들어오기도 하죠 이런 소소한 차이가 바로 철도신호 시스템이에요. 간혹 까치나 까마귀 둥지 때문에 합선이 돼서 열차가 정지하는 일이 생기는데,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새 둥지를 발견한 신고자에게 포상을 하기도 합니다. 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세심하게 관찰하다 보면 서서히 역의 운행 방식이 눈에 들어오면서 철도 업무를 아우르는 안목을 기를 수 있을 거예요.

 

 

 

글 이수진 ● 사진 최성열, 게티이미지뱅크

직업을 선택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공과대학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포항제철과 현재 근무하고 있는 철도공사 두 곳에 합격을 했어요. 처음에는 포항제철에 입사를 했는데, 2주간의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평생 사무실에서 근무하기보다는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퇴사를 했고 철도공사 기관사로 입사했습니다. 당시에는 집안의 반대가 있었지만 34년째 근무하고 있는 현재는 자신에게 잘 맞는 길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고속철도 기장으로 근무하며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여러 장소를 다니며 근무하기 때문에 사무실 안에서 근무하는 것보다는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요. 또 운행 일정이 규칙적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잘 관리한다면 자기 계발도 할 수 있고요. 철도는 오랜 시간 역사의 다양한 사건과 함께했어요. 시속300km의 고속철도를 운행한다는 건 우주적 시간에 대해 생각해볼수 있는 일입니다. 시간당 300km를 움직인다는 건 일상에서 쉽게하지 못하는 드문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인상적이었던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1985년에 입사해서 화물열차부터 운행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사건은 KTX의 개통이었어요. 2004년 4월 1일 오전 5시 25분 서울역에서 광주로 가는 첫 KTX를 운행했는데, 마치 역사의 한 획을 긋는 것 같은 순간이었죠. 대한민국의 자원과 기술로 만들어낸 첫 고속열차이니까요. 저 개인에게도 영광이고 자부심이 큰 일이었어요. 한강철교를 지난 뒤 영등포역을 지나가는데 관제실에서 무전기로 멘트가 들려왔어요. “안전 운전하십시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언제인가요?

 

인상적이었던 순간과 마찬가지로 KTX 개통을 앞두고 가장 힘들었습니다. 당시 근무지가 광주에 있었는데 KTX 개통 1년 전에 서울로 올라와서 KTX 개통준비팀에서 일했어요. 프랑스의 테제베(TGV) 차량을 들여왔기 때문에 매뉴얼 번역부터 시작했어요. 즉, 맨땅에헤딩을한 거죠. 아무런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차량 사용법부터 국내에 맞는 운행법을 익히기까지 우여곡절과 압박이 많았어요. 특히 개통일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날에 맞춰서 KTX를 개통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어요. 역사적인 일을 한다는 사명감과 기쁨도 있었지만 그 못지않게 스트레스도 높았죠. 그리고 KTX 개통 후에 부정적인 의견들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았어요. 운행에 필요한 체계인 역, 철로, 차량 등 철도 각 분야와의 협조체제가 구축이 안 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이런 책임을 기장이 전부 지기 때문에 부담감이 어마어마했죠. 그리고 KTX를 처음 운행했을 때 속도가 무척 빨랐기 때문에 산과 강이 전부 뒤틀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런 부분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평소에 음주나 흡연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풀어요. 한정된 공간이 아닌 곳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자기통제가 매우 중요해요. 글 쓰는 것도 좋아해서 사보나 지역 신문사에기차 관련 기고를 하고 있어요. 기차와 관련된 역사 속 인물 이야기나 명소와 관련된 인물 인터뷰, 전국 여행지 안내 등을 취재해서 소개하고 있어요.

 

업무 역량을 높이기 위해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있나요?

 

새 차량이 들어오면 한 달 이상 교육을 받아요. ‘산천’ 같은 열차가 들어왔을 때도 그랬죠. 틈틈이 평가도 있기 때문에 업무 관련 공부를 손에서 놓을 수는 없어요. 또 차량이 고장 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차량 매뉴얼을 전체 적으로 보거나 반복하면서 매뉴얼을 익히고 있어요.

 

이제 한국도 국제철도연합기구가입국이라고 들었어요. 이곳에 가입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남북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데, 남과 북이 실제로 오고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연결되려면 철도 산업이 더욱 발전할 필요가 있어요. 남과 북을 연결할 수 있는 시대에 철도 산업은 블루오션이죠. 현재 북한 철도는 많이 낙후돼 있어요. 철로를 개선하고 연결하려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그러면 우리 청년들에게도 훨씬 많은 일자리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또 한반도를 넘어 유라시아 대륙을 열차로 횡단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후배들이 열차를 운행하며 세계 속의 한국을 실제로 느끼게 되길 바랍니다.

 

고속철도 운행 직무에서 가장 중요한 자질과 성향은 무엇일까요?

 

성실성, 책임감, 자기 관리 세 가지를 꼽고 싶어요. 근무일이 규칙적이지 않기 때문에 성실성과 자기 관리를 스스로 엄격하게 해야 해요. 절도 있는 생활 습관이 필요하죠. 또 승객의 안전과 관련된 직무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운행에 임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현재 퇴직을 3년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무사고 200만km를 완주했는데 1차 목표는 퇴직까지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정년을 마치는거예요. 그리고 각종 매체에 연재한 기고문을 엮어 단행본으로 출간하고 싶어요. 틈틈이 소설 작문도 공부하고 있는데, 퇴직하면 기차를 소재로 하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