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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과학관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글 이수진 ● 사진 백종헌

과학은 저도 어렵습니다만…

 

2016년경부터 과학적 이론을 담은 영화와 교양과학 서적이 눈에 띄게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문학 열풍이 불었는데, 이런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것저것 해보다가 잘 안 되니까 과학이라도 해보자 하는 게 아닐까요?(웃음) 중세시대 대학에서는 인문학을 2년 배우고 그 과정이 끝나면 법대나 의대, 신학대에서 직업교육을 받았어요. 인문학을 배우는 첫해에는 문법, 수사학,
그다음 해에는 산수, 기하학, 음악, 천문학을 배우죠. 여기서 음악이란 악기 연주가 아니라 음악의 원리, 천체 우주의 원리예요. 결국 2년 동안 글쓰기와 과학을 배우는 셈이죠. 그러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과학 분야가 세분화됐고 인문학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과학이 빠지고 우리가 ‘문사철’이라 부르는 문학, 사학, 철학 과목만 남게 됐죠.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잘 살아보세 운동’으로 경제성장을 이루다가 1990년대 후반 IMF를 맞으면서 스스로 성찰을 하게 됐어요. 이때 많이들 인문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렇게 인문학을 하다 보니 인문학에 포함되어 있었던 과학을 빠트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도서관이나 각종 인문·과학 아카데미에 과학 프로그램이 들어가기 시작했죠. 과학은 분명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양이 방대한 인문학보다 대중의 호감을 얻기가 수월해요. 또 우주의 원리나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등 사람들의 궁금증에 분명한 답을 줍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나 자신과 사람에 대해 묻고 발견하기 위해서인데, 과학은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시작해 50억 년 전 태양계가 탄생하고 46억 년 전에 지구가 탄생했다고 말하죠. 20만 년 전에는 호모사피엔스가 탄생했다고 이야기하고요. 이런 분명한 설명을 들으면 오히려 나를 발견하기가 더 쉬울 수 있어요.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 같은 SF 영화도 굉장한 인기를 끌었어요. 이런 SF 영화들이 과학의 인기에 영향을 주었을까요?

세 편의 영화는 ‘힉스 입자’, ‘중력파’ 등 과학에서도 어려운 분야를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어요. 요즘 청소년들은 구글에서 텍스트로 검색하는 대신 유튜브에서 검색하잖아요. 영화 영상을 통해 상대성이론을 배우며 ‘우주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때마침 좋은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등장했어요. ‘하리하라’라는 필명을 가진 이은희 선생님, <과학 콘서트>의 정재승 선생님, 김상욱, 이종필 선생님 같은 분들이죠. 예전에는 거의 없었던 좋은 과학커뮤니케이터의 등장으로 과학의 분야나 깊이가 다양해졌어요. 또 사람들이 세상살이가 점점 막막해지면서 과학이나 기술을 익히지 않으면 살아가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과학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보여요.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나타났지만 여전히 과학이 어렵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이런 인식은 왜 생겨난 걸까요?

왜냐하면… 과학은 어렵기 때문이죠.(웃음) 많은 분들이 서울시립과학관을 세울 때 요구한 게 있어요. “관장님, 과학은 어렵고 재미없는 게 아니잖아요. 과학이 재밌고 신나고 쉬운 것임을 경험할 수 있는 과학관을 만들어주세요.” 근데 그건 거짓말이에요. 과학은 정말 어려워요. 과학자들도 과학을 어려워해요. 과학만 어려운 게 아니라 철학도 어렵고 경제학도 어렵죠. 근데 과학은 일상에서 쓰는 자연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더 어려워요. 공대나 이과대학 다니다가 정치학을 공부하는 건 가능한 일이에요. 그러나 법을 공부하다 화학 대학원을 가기란 쉽지 않죠. 과학에 나오는 수식은 전혀 다른 언어이기 때문이에요. 그나마 자연어를 쓰는 생물학이나 진화론은 사람들이 많이들 좋아하죠.

과학자들에게도 과학이 어렵다니, 위안이 좀 되네요.(웃음)

100년 전만 해도 물리학자들은 물리학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주기율표가 103번까지 있었는데 이제는 118번으로 늘어났죠. 과학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고 깊이도 깊어졌어요. 지금은 물리학 박사들도 자기 전공을 벗어나면 일반인과 다를 바 없어요. 워낙 어려워지고 세분화됐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얇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과학커뮤니케이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1980년대부터 ‘과학 대중화 운동’이라고 부르는 활동이 있었어요. 대중에게 과학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성과도 있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과학 대중화 운동의 대상은 13세부터 15세까지였어요. 15세가 지나면 과학에서 손을 떼버리죠. 30년간 노력을 했는데도 과학의 대중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15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진지한 과학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죠. 과학을 대중화하기 위해 과학의 본질을 말하는 대신 과학 주변 일화들이나 과학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이를테면 중력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을 설명할 때 중력가속도를 구하는 법 대신 뉴턴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단 말이죠. 이와 관련해서 재밌는 일화가 있어요. 제 딸이 어느 날 과학 강연을 다녀왔어요. 아르키메데스의 부력에 대해 듣고 왔대요. 그래서 부력이 뭔지 물어보면 몰라요. 대신 아르키메데스가 부력을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친 걸 알고 오죠. 이런 식의 설명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과학이 재미없어진 사람들이 생겨났어요. 진짜 과학으로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과학의 대중화뿐만 아니라 대중의 과학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중이 과학적 본질의 중간까지 와야 하는 거죠. 과학커뮤니케이터는 대중이 과학적 본질의 중간까지 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사람이에요. 한마디로 말하면, 진지한 과학과 대중을 이어주는 거간꾼이죠.

관장님도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떤 활동에 가장 비중을 두나요?

제일 대표적인 건 강연이에요.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학생들, 교사, 기업인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현재의 과학 이슈를 설명하죠. 올해 과학계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 있었어요. 중성자 두 개가 부딪혀 병합하면서 철보다 더 큰 금속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게 됐거든요. 교과서를 다 바꿔야 하는 엄청나게 중요한 사건이에요. 그런데 이런 사건은 설명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간단 말이에요. 또 ‘극저온 전자현미경’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죠? 그럼 극저온 전자현미경의 원리를 설명해주고 앞으로의 제약이나 생명과학의 문제 등을 알려주는 거예요. 그러면 설명을 들은 학생들은 앞으로 내가 극저온 전자현미경을 통해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게 돼요. 그다음으로 책과 시사 칼럼을 쓰고 있어요. 시사 칼럼을 쓸 때는 과학 이야기를 한 번쯤 넣어주죠. 최근에 방송도 하고 있어요. 과학에 대해 첫 번째 관문을 열어주기 좋은 매체가 텔레비전과 라디오 같아요. 방송에서 과학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과학 용어들이 ‘검색어’에 올라가 있어요. 그럼 적어도 그 단어는 자기의 머릿속에 들어온 거예요. 과학 용어를 알려주는 건 과학커뮤니케이터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일상에서 과학을 알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요?

일상 속에서 과학적 원리를 통해 이루어지는 일들은 무궁무진해요. 칫솔질을 예로 들어볼게요. 하루에 두세 번 칫솔질을 하면서 과학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칫솔질은 3분을 해야 돼요. 1분 칫솔질할 때 세균 90%를 제거한다고 생각하면 2분이면 99.9%가 제거되겠죠? 3분이 되면 99.99%가 없어지는 거예요. 처음 1분 했을 때 10% 남은 세균은 주변까지 번지기 때문에 그걸 막기 위해 3분이라는 시간이 고안된 거예요. 이런 종류가 일상에서 로그함수를 사용한 수학적 설명이 될 수 있는 거죠.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발암물질 리스트에 김치가 올라가 있어요. 그러나 독과 약의 차이는 양이에요. 적당히 먹는다면 김치가 문제 될 게 아니죠. 과학적인 사고를 가지면 두려움을 줄일 수 있어요.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합리적인 태도라고 말할 수 있어요. 예전에 발생했던 ‘메르스’ 문제를 예로 들면, 그때 우리는 공포에 빠져 있어서 합리적이지 못한 대처를 했어요. 사실 손만 닦으면 해결되는 문제들이었어요. 모든 사람이 과학적 지식과 성과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태양계의 행성이 8개면 어떻고 10개면 어때요. 태양계 행성들도 5개에서 10개로 늘어났다가 이제는 8개잖아요. 매일 바뀌는 과학적 지식보다 과학적 태도, 즉 합리적인 태도를 갖는 게 중요해요.

과학적 지식을 많이 알면 과학적 태도를 갖는 데 도움이 되나요?

과학은 어떤 의문에 대한 잠정적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그 과정 끝에 만나는 답도 진리는 아니죠. 그 순간에 가장 합리적인 결과라고 생각해야 해요. 과학자들은 세상에 대해 ‘이게 답이고 진리다’라고 이야기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제게 “당신은 진화론을 믿느냐”고 물어요. 전 진화론을 믿지 않지만, 지금껏 진화론이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라서 받아들일 뿐이라고 이야기하죠. 만약 공룡의 화석과 사람의 화석이 동시대에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진화 이론을 모두 버릴 준비가 돼 있어요. 과학자들은 믿지 않아요, 받아들일 뿐이죠. 계속 의심하면서 질문을 던지는 일이 과학자의 할 일입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학력 수준이 높은 편에 속하는 나라잖아요. 그런데 관장님 이야길 듣다 보니 학구열과 과학적 태도는 큰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과학적 태도는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과학적 태도는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이과와 문과로 구분돼 있어서 그 훈련이 쉽지 않죠. 전 세계에 문과·이과로 구분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정도예요. 독일에서 공부할 때 전공이 유기화학, 부전공이 생화학, 미생물학이었어요. 그런데 독일 친구들이 ‘넌 왜 똑같은 걸 배우냐’고 물어봐요. 독일 친구들은 전공이 유기화학이면 부전공은 비교종교학이나 독문학을 하죠. 우리는 유기화학과 독문학은 분야가 다른 학문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그 친구들은 다른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구분법이 우리와 조금 다르죠. 각각의 구별된 학문을 3개 배운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2학년 정도 되면 문·이과의 정체성이 생겨요. 문과의 경우는 수학에서 해방됐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반대로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역사나 문학에 문외한이 돼요. 이건 심각한 문제예요. 통합이 필요하죠. 문·이과 구분을 없애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관장님은 ‘공룡 덕후’

 

공룡 이야기를 재밌게 설명하는 분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사실 공룡이 제 전공 분야는 아니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전공인 생화학보다 공룡에 대해 더 많이 물어봐요.(웃음) 사람들은 보통 별과 공룡을 통해 과학에 입문해요. 아이들을 보면 5살에서 9살 사이에 공룡에 빠져들죠. 아마 공룡을 연구하는 지질학자보다 아이들이 공룡 이름을 더 많이 알 거예요. 저는 어른이 돼서 빠졌어요. 독일에 유학 갔을 때 자연사박물관에서 공룡을 본 뒤로 좋아하게 됐어요. 아이들이 박물관 다녀와서 엄마에게 기념품 사달라고 떼쓰잖아요. 저는 처음부터 제 돈 5만 원을 주고 공룡 모형을 샀습니다.(웃음) 그 후에 공룡의 원리가 나와 있는 책이나 논문을 읽었어요. 지금도 매일 한 편씩 고생물학에 대한 논문을 읽고 있어요. 공룡학자는 너무 바쁘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 나와서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요. 저도 공룡을 정말 좋아하고, 사람들도 공룡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니까 재밌게 설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공룡과 관련된 가장 최근의 이슈가 무엇인가요?

요즘 가장 중요한 건 털이에요. 작은 공룡은 깃털이 있었어요. 그래야 자기 체온을 유지할 수 있거든요. 최근에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이 발견됐는데 가슴 부분에 깃털이 없는 악어가죽 형태였어요. 그래도 저는 적어도 날개에 깃털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아크로칸토사우루스가 있어요. 전 세계에서 그 공룡을 볼 수 있는 곳이 두 곳뿐인데 그중 하나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죠. 그 공룡이 2016년에 구애의 춤을 춘 흔적이 발견돼 중요하게 떠올랐어요. 공룡 발자국을 보면 싸운 건지, 걸어간 건지 다 구분되거든요. 구애의 춤 발걸음은 또 다르죠. 근데 생각해보세요. 그 커다란 공룡이 구애의 춤을 출 때 깃털이 없으면 뭔가 허전하지 않겠어요? 아직 화석이 발견된 건 아니지만 깃털이 있을 때 상대를 유혹하기 훨씬 쉬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이슈가 체온이에요. 파충류는 변온동물인데, 덩치가 큰 공룡이 햇빛을 받아 체온이 올라가야만 움직인다는 건 말이 안 되죠. 햇빛을 받아서 움직일 만하면 저녁이 될 텐데, 그럼 굶어 죽을 수밖에 없잖아요. 피부는 변온이지만 내부는 항온이었을지도 모른다 등 다양한 이론이 나오고 있어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이제 어른들도 찾아가는 곳이 되었어요. 관장님 덕분이죠. 저도 인터뷰 전에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다녀왔는데, 공룡 화석을 실물 크기로 본 건 처음이라 트리케라톱스와 아크로칸토사우루스는 확실하게 외우게 됐어요. 공룡이라면 티라노사우루스 하나만 알다가 이제는 공룡 이름을 3개나 알게 됐어요.(웃음)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있기 전에 안양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그러다 휴직을 했는데 2년쯤 쉬다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복직을 하려고 서대문구청에 갔는데 때마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관장을 뽑는다는 공고를 본 거예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온 가족이 좋아해서 자주 와서 놀던 곳이에요. 그때가 2011년 6월이었어요.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바로 사표 내고 지원했죠.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으로 있었던 5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봤거든요. 그곳에 있을 때 전시관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 조용히 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어요. 성인을 위한 과학관도 그때 시도했는데, 처음 6개월은 5명 왔어요. 그러다 1년쯤 지나니 왔던 분들이 꾸준히 찾아왔어요. 그때 온 분들이과학자, 교사, 과학도서 편집자 등인데 그분들이 알아서 과학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그 외에 매일 평균적으로 3쌍의 커플이 데이트하러 오는 곳이죠.

과학을 매개로 사람들이 모였네요.

과학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건 중요해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있을 때 과학자만 하던 고래 해부를 행정공무원과 함께 한 적이 있어요. 그때 행정공무원들은 모두 토하고 난리 났죠.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과학자 몇 명이서 해부하는 것보다 일이 빨라져요. 무엇보다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요. 행정공무원들은 과학자가 채집하러 간다고 하면 놀러 가는 줄 아는데 그게 아니거든요. 메뚜기
2만 마리를 채집할 때도 같이 갔는데 이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죠. 다리 6개가 온전히 있는 메뚜기를 2만 마리 잡아서 핀셋으로 일일이 꽂아야 하거든요. 과학자, 행정공무원 우르르 가서 채집하면 훨씬 더 편리하죠. 저도 함께 다니면서 행정 일이 얼마나 복잡한지 이해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내부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는데 이런 과정이 재밌었어요.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했을 때 지금이 ‘여섯 번째 대멸종기’라고 이야기하셨어요. ‘다섯 번의 대멸종’에서는 최고 포식자인 공룡이 사라져 인류가 탄생했다고 했는데, 현재 최고 포식자인 인간이 노력하면 여섯 번째 대멸종기를 미룰 수 있는 건가요?

지금이 여섯 번째 대멸종기인데, 사람이 가장 많은 시기예요. 걱정할 수밖에 없죠. 그동안 다섯 번의 대멸종에는 ‘기후변화’라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어요. 소행성 충돌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인간에게는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히지 않게 만드는 기술이 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기후 상승이에요. 생물량이 많은 것보다 지구온난화가 더 큰 문제예요. 지금의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현상이에요. 특히 산업혁명 이후에 급격하게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늘어났어요. 아직까지는 사람이 만들어낸 현상이기 때문에 사람이 바뀌면 이 위기가 정체되거나 사라질 수 있어요. 이와 관련해서 2015년 12월에 파리에서 엄청난 진전이 있었죠. 기후정상화 회의를 했는데 기온 상승 2도를 막자고 회의를 한 거예요.(‘파리기후변화협약은 프랑스 파리에서 맺은 국제 협약으로, 195개국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낮추는 데 서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에 파리기후협정 공식 탈퇴를 선언했다.) 2도까지는 천천히 늘어나는데 2도가 되는 순간 확 늘어나요. 5, 6도가 상승하면 대멸종인 거죠. 그린피스는 2도가 넘어가면 큰일이니까 0.5도 앞에서 막자고 이야기하죠. 그런데 그 협약에서 중요한 나라인 미국이 탈퇴를 했어요. 트럼프가 우리를 위기에 빠트리고 있어요.

기후 상승을 막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나요?

에너지를 사용하면 이산화탄소가 나오기 때문에 절약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대신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죠. 개인이 대중교통을 타는 것도 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또 우리는 소고기를 먹잖아요. 소고기 1kg을 생산할 수 있는 땅이면 곡물 250kg을 재배할 수 있어요. 곡물은 이산화탄소를 소비하는 생물이지만 소는 메탄을 발생시키는 생명이에요. 공장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양보다 소가 내보내는 온실가스 양이 더 많아요. 저도 할 말은 없지만, 식성만 바꿔도 변화가 가능하죠. 우리 삶을 전체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어요. 이 문제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다 같이 노력해야 해요.

멸종하면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고통을 아예 모를 텐데, 멸종을 왜 막아야 할까요?

과학자들은 지금 상황이면 짧으면 500년, 길면 1만 년 안에 대멸종이 된다고 보고 있어요. 지금 이미 여섯 번째 대멸종기를 목격하고 있어요. 인간이 없으면 우주는 자기 나이를 몰라요. 인간이 있기 때문에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인 걸 알게 됐죠. 은하수를 보고 장엄하다고 말하는 이가 누구겠어요. 인간이죠. 또 사람이 등장하고 꽃과 동물들이 이름을 갖게 됐어요. 사람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구와 자연과 우주를 위해 사람이 살아남아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삶을 바꿔야 하는 거죠. 물론 꽃과 나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앞으로 세상은 환경문제가 중요한 이슈일 것 같아요.

앞으로는 생명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 고전 생물학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해요. 지금 미생물학, 분자생물학, 유전공학 같은 분야는 취직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요. 이건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근데 어류학, 곤충학, 조류학, 식물학 같은 고전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현재 거의 없죠. 지금 고등학생들이 일자리를 얻을 때쯤이면 분자생물학보다는 전통적인 생물학을 공부한 사람들에게 훨씬 더 많은 일자리가 있을 거예요.

실험실과 공작실이 되는 과학관 작년부터 서울시립과학관장으로 계신데, 이곳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찾아오나요?

서울시립과학관이 2017년 5월에 개관했는데 9월부터 청소년 관람객이 어린이보다 훨씬 더 많아요. 중고생이 70% 정도 찾아오고 성인들도 많이 찾아와요. 이미 청소년 과학관으로 자리를 잡았어스페이스 체험이나 지진 체험관이 인기가 좋죠. 제일 인기가 많은 건 실험이에요. 아무래도 학교에서 하기 어려운 실험을 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청소년 시절에 과학적 태도를 기르는 데 좋은 활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 학교 수업이 중요해요. 기본적으로 수학과 과학 수업을 충실히 들어야 하죠. 과학 교과서가 과학을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책이에요. 그리고 과학자들과의 만남을 추천해요. 과학관에 와서 구경만 하지 말고 이곳에 있는 과학자들을 방문해보세요. 짧게 인터뷰도 하고 메일 주소를 물어봐서 질문도 하고 답변도 받는 거예요. 그 외에 과학책을 읽었다면 저자에게 편지를 써보세요. 왠지 답장을 안 해줄 것 같죠? 그런데 의외로 대개는 답장을 해줘요.(웃음) 그러면서 개인적인 교류를 쌓는 거죠. 과학 프로그램을 보거나 강연이나 자연사박물관에 가는 것도 좋은 활동이에요.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랫동안 일하고 싶어요. 그리고 곳곳에 더 많은 과학 커뮤니티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과학은 지도자 한 사람이 바뀐다고 확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재밌게 잘 꾸려봤으니 서울시립과학관도 과학관의 새로운 모형으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지금까지 과학관은 구경하며 지나치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우리 과학관은 건물 통째로 공작실이자 실험실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런 모형을 잘 정착시켜서 전국의 모든 과학관이 그냥 지나가며 보는 곳이 아니라 공작실과 실험실이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 과학관이 129개 있는데 그 모든 과학관을 바꿔보고 싶어요. 그렇게 되려면 많은 사람들이 필요해요. 일자리를 늘려야 하죠. 과학자와 기술자를 고용해야 해요. 누구든지 과학과 관련된 실험을 하고 싶다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듯 과학관을 이용하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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