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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어요] 괜찮아, 있는 그대로의 너라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 김지양

 김지양_2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을 시도한다는 것

 

김지양을 수식하는 직업이 굉장히 많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 매거진 <66100> 편집장, 쇼핑몰 ‘66100’CEO, 이제는 방송인까지. 제 일 궁금한 건 역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라는 일에 대해서다. 원래 부터 모델이 꿈은 아니었다고 들었다.

기존에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하다 보면 다들 직종이나 일을 바 꾸게 된 이유나 계기를 묻는다. 모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드라마 틱한 계기는 없었다.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시즌1>에 지원할 당시, 일하던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 된 거다. 내가 정말 원하는 분야에서 일한 것도 아닌데 여기에서까지 실패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굉장히 컸다. 그때 우연히 <도전! 수퍼 모델 코리아 시즌1>의 모델 모집 광고를 봤다. 광고 속 ‘당신이 주인공입니다’라는 문구가 와닿았다. 이제까지 내 인생에서 내가 주인공 으로 살아본 적이 있었나 고민하게 된 거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지 원했다. 운 좋게 1차에는 합격했지만 2차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게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런데 모델 데뷔는 미국에서 했다. 미국에서 데뷔한 최초의 모델이 된 비법 좀 알려달라.

‘구글링’이다.(웃음) 내 키와 체중으로 나를 기용해줄 만한 쇼를 찾 다가 미국 LA에 ‘풀 피겨드 패션위크(Full Figured Fashion Week)’ 라는 플러스 사이즈 패션쇼가 열리는 걸 알게 됐다. 한 달간 모델 워 킹 수업을 받은 다음, 프로필 사진과 동영상을 준비해 서류를 보냈 다. 덜컥 합격해서 그대로 미국으로 떠나 실물 면접을 봤고, 쇼에 섰 다. 그게 2010년이다. 2년 뒤 ‘캐러비언 플러스 사이즈 패션위크 (Caribbean Plus Size Fashion Week)’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데뷔부터 쇼에 서기까지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나 보다.

전혀! 경제적 측면에서 힘든 점이 굉장히 많았다. 풀 피겨드 패션위 크는 모델들에게 숙소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캐러비언 플러스 사이 즈 패션위크 측도 숙식은 제공했지만 항공편은 스스로 마련해야 했다. 2012년 뉴욕에서 열리는 풀 피겨드 패션위크에도 참가하고 싶 었는데, 그러려면 면접, 쇼 스케줄 등을 포함해 미국에서 최소 90일 을 체류할 비용을 자비로 충당해야 했다. 돈이 엄청 많이 필요했다.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설거지 일도 하고 쿠킹 클래스도 열어가며 돈을 모았다.

 

그래도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아닐까 싶다.

그런가? 하지만 나를 보고 모델의 꿈을 키우는 친구들이 생기는 건 별로 달갑지 않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되고 싶으니 방법을 알려 달라는 질문은 많이 받고 있지만 일일이 답해주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질문을 하는 경우는 보통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얼굴이 예쁜데 뚱뚱한 경우, 둘째, 모델이 꿈인데 살이 안 빠 지는 경우, 셋째, 뚱뚱하지만 남한테 인정받고 싶은 경우. 그런데 왜 꼭 모델이 되고 싶은지 깊이 생각해본 친구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 저 미디어에서 예쁘게 보이니까 모델이라는 직업을 갖고 싶은 거라 면 정말 말리고 싶다. 모델은 철저하게 기용당하는 입장이다. 자신 의 잠재력에 대해 고민해보고 여러 일을 거친 뒤에 모델을 꿈꿔도 좋지 않을까? 나만 해도 보통 모델이라면 은퇴할 나이인 25세에 데뷔했다. 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

 

매거진 <66100>도 궁금하다. 모델이 직접 매거진을 창간했다는 게 새롭게 느껴졌다.

나를 커버에 세울 매거진을 만들고 싶었다. 처음 인턴을 한 곳이 잡지사였는데, 창간을 준비하던 차라 어깨너머로 잡지 제작 프로세스 를 배울 기회가 있었다. 가장 공들인 건 아마추어처럼 보이지 말자 는 것이었다. 대중의 눈에 익숙지 않은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나오 는 만큼 편집 레이아웃이 어설프거나 너무 독특한 시도를 하면 본질 이 흐려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소한의 꼴은 맞춰보고자 기획서 들고 발품 팔아가며 자문을 구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 었고 3개월 동안 준비해서 2014년에 창간호를 냈다. 현재 7호까지 나왔다. 지금은 잠시 휴간 중이다. 벌여놓은 일이 너무 많아서.(웃음) 곧 8호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해서 인터뷰하고 화보 촬영하고 기사까지 쓰려니 고생은 많이 했지만 ‘이 잡지 한 권으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생긴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쇼핑몰 ‘66100’도 그런 취지에서 열었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아낸 결과다. 쇼핑몰 ‘66100’은 2015 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서 시작한 사업이 다. 올해로 4년 차인데, 처음엔 란제리 쇼핑몰로 시작했다. 그런데 모델로서의 나와 CEO로서의 나 사이에서 자꾸 갈등이 생겼다. 모 델로서의 나는 내 몸이 너무 좋은데, 상품을 팔아야 하는 CEO의 눈 으로는 자꾸 부족한 점이 보이는 거다. 그 당시만 해도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 나온’, 일명 서구형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 몸을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 게 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란제리 대신 일반 여성의류 쇼핑몰로 전향했다. 안되는 것을 억지로 하는 건 정말 싫었으니까.

 

오프라인 쇼룸도 운영해서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들었다.  

우리 쇼룸은 의류 선택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 다. 우리나라에서 ‘프리 사이즈’는 44에서 66까지다. 그런데 실상 55 사이즈 이상은 시중에서 찾기도 힘들다. 심지어 누가 봐도 마른 사람인데 44 사이즈 옷이 안 맞는 경우도 있다. 시판되는 의류가 이 런 상황이니 플러스 사이즈 고객들은 단순히 옷을 사는 일 자체가 힘들다. 그러니 주체적으로 옷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제품 의 디자인이나 질을 보고 사는 게 아니라 단지 몸에 맞는 옷을 사는 거다. 나도 돈 벌려고 쇼핑몰을 운영하지만 이런 플러스 사이즈 구 매층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쇼룸도 그래서 만든 거다.

 

쇼룸에서는 옷만 입어볼 수 있나?

아니다. 방문한 고객의 가슴, 허리, 엉덩이 등 신체 치수를 측정한 뒤 정확한 사이즈를 알려주고 그 자리에서 우리 쇼핑몰의 옷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고객에게 맞는 스타일도 제안해준다. 어떻게 보면 ‘퍼스널 쇼퍼’로서의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는 거다. 쇼룸을 운영하는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가도 쇼룸에 와서 옷을 사고 처음으로 만족스러운 쇼핑을 했다는 분들을 보면 그만둘 수가 없다.

 

지난해 종영한 <바디 액츄얼리> 프로그램에서는 MC로도 주목을 받았다. 방송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명견만리>,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등은 프로그램 측에서 섭외가 들어왔다. <바디 액츄얼리>는 전에 출연했던 프로그램의 PD님 추천으로 합류했다. 방송이고 예능이고 전부 초보라서 내가 방송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확신은 없다. 하지만 방송으로 유명해져야겠다고는 생각한다.

 

방송이 적성에 맞았던 건가?

단순히 방송 일이 즐거워서 유명인이 되고 싶은 게 아니다. 예전부터 인터뷰를 해오면서 정말 수많은 악플을 받았다. 악플을 일일이 고소하는 게 지칠 정도로. 특히 내 주위, 내 소중한 사람까지 모욕할 때는 차라리 더 유명해져서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르고 싶다는 마음도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지금보다 더 유명해져 서 사람들이 뚱뚱한 사람들에게 해코지하지 못하는 사회도 만들어 보고싶다.

 

사회구조까지 바꿔나가려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다.

나는 일을 벌이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다. 일이 많으면 내가 통제하 지 못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내 손이 미치지 않은 영역이 느는 게 싫다. 그리고 일에 매몰되는 것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예전보다 더 워커홀릭이 된 데에는 다른 이 유가 있다. 한 여중생이 비만이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 SNS에서 조리돌림을 당해서 자살 시도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사연을 보고 잠이 안 오더라. 그때 생각했다. 내가 이런 친구들의 자살을 막 을 수 있는 ‘난간’ 정도는 되어야겠다고. 나를 모른다면 어쩔 수 없 지만 나와 내 활동이 더 알려지면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괴롭힘 당하는 친구들을 살릴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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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의류 브랜드 ‘아메리칸 어패럴’에서 진행한 플러스 사이즈 모델 온라인 투표 부분에 지원한 사진. 김지양은 세계 지원자 991명 중 8위를 차지했다.
➋현재까지 발행된 매거진.
➌캐러비언 플러스 사이즈 패션위크 관련 기사에 한국인 참가자로 소개됐다.
➍2012년 마이애미에서 열린 ‘LS 1426’ 런웨이에 선 모습.

 

 플러스 사이즈를 대변하는 사람으로서 일종의 사명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못하는 것을 안 하는 것은 괜찮지만 할 수 있는 걸 안 하는 건 직무유기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이전에는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내가 시작하고 있으니 책임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외부에서 문제의식을 찾는 프로 불편러가 되길

 

자기 자신의 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자존감도 관계가 깊을 것 같다.

맞다. 그런데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영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self-regard, self-esteem, self-respect처럼 대부분 ‘self’라는 말이 붙는 다. 난 자존감이 정말 ‘셀프’, 즉 자기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인지의 문이 든다. 인간은 누구나 똑같은 값의 자존감을 갖고 태어나지만 점차 외부 환경에 따라 자존감이 깎이면서 낮아지는 건 아닐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인격적으로 공격을 받은 경험이 있거나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받지 못했던 경우가 많더라.

 

자존감이 높고 낮은 이유를 외부에서 찾는다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바깥에서 찾으면 될까?

자신의 낮아진 자존감을 대면하고, 나를 돌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서 스스로 고민하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는 첫걸음이다. 모든 병이 그렇듯 만병통치약은 없다. 누구의 강연을 듣거나 인터뷰를 읽는다 고 자존감이 갑자기 확 높아질 수는 없다. 그런데 자존감이 높은 사 람들을 보면 대부분 외부 요인에 크게 상처를 받지 않았거나, 오히려 외부에서 문제의식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이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자기 자존감을 깎은 외부 요인은 무엇이었는 지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분명 자신의 외모나 행동, 사고방식 을 억압해가며 상처를 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 요인은 부모가 될 수도, 가장 친한 친구일 수도, 아니면 사랑하는 연인이나 미디어 속 모습일 수도 있다. 그 원인을 탐색해보고 원인에 화내고, 따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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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더 셀러브리티>의 2017년 봄호에 실린 화보.

 

당신도 그런 과정을 거쳤나?

물론이다. 나 역시 유치원 때 “많이 먹으면 미스코리아 못 된다”는 말을 들어가며 컸다. 하지만 지금은 내 몸을 사랑한다. 나름대로 외 부에 문제의식을 갖고 그 환경과 싸워 이긴 결과겠지. 나를 불편하 게 하는 것을 찾는 것은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이 기도 하다. 그리고 이건 페미니즘에서도 마찬가지다.

 

페미니즘이 이렇게 연결되다니, 안 물어볼 수 없겠다. 여성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여자이면서 청소년인 여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첫 경험 을 조급해하지 말라는 거다. 어릴 때 부모나 사회로부터 충분한 사 랑을 받지 못하고, 주변 상황에 의해 자존감이 낮아지면 이성 교제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찾게 된다. 이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 에게 관계를 요구하면 떠밀려서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자주지 않으 면 상대가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무슨 일이 있어도 스스로의 욕망 에 집중하길 바란다. 내가 원할 때, 스스로 행동하고 표현하면 된다. 또 불합리한 상황, 이를테면 성폭행과 강간을 당해도 그 당시 자신 이 완강하게 거부하지 않았다면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친 구들이 많은데 전혀 아니다. 본인이 싫었으면 그건 성폭행이고, 강 간이다. 이럴 때 피해자를 돕는 기관도 정말 많다. 어린 친구들이 성 관계로 트라우마를 갖고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굉장히 다행인 건 불편한 것, 불합리한 것에 대해 의견을 표출하는 10대 친 구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이쯤 되니 궁금해진다. 10대의 김지양은 어떤 사람이었나?

초등학교 때는 뭐든지 앞서서 해보고 싶은 아이였다. 자연히 ‘잘난 척하는 애’, ‘나대는 애’로 찍혔고, 그래서인지 친구가 많지 않았다. 아, 18살 땐 우울증을 앓았다. 공부를 곧잘 하는 편이었는데 어제까 지 풀었던 문제가 갑자기 안 풀리더라. 스트레스가 너무 쌓여서 학 교를 3~4개월 가까이 못 갔다. 고3 때는 그냥 놀러만 다녔다. 조퇴 하고 싶으면 조퇴해서 놀러 다니고. 그 방황하는 시간 자체가 진짜 재밌었다. 그러면서 연애를 정말 많이 했다. 난 늘 외로웠고 내가 너무 궁금했다.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하면 견디지 못하는 성격 탓에 나 를 알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왔다. 문제는 그렇게 놀다 보니 대학 원서 쓸 때쯤에는 갈 대학이 없었다는 거지.(웃음)

 

그래도 외식조리학과에 진학하지 않았나.

외식조리학과에 진학한 건 진로적성검사 결과지를 보면서 고민하 다 결정한 선택이었다. 요리를 전공하면 최소한 굶지는 않겠지, 그렇다면 요리 스킬을 배워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원래는 문예창작학과를 지망해서 백일장도 많이 참여했는데 다 떨어졌다. 실내 백일장 대회에서는 더위를 먹어서 아픈 적도 있었고. 잠깐 청소년상담사를 꿈꾼적도 있지만 ‘내가 청소년들을 좋은 길로 이끌어줄 수 있을까? 일단 나조차 학교를 잘 안 나가는데’라는 생각에 그만뒀다. 외식조리학과에 진학한 건 차선책이기는 했어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준 게 그때 배운 요리다. 요리하면서 만난 사람 들이 참 좋은 사람들이었고, 지금 나에게 ‘온전히 나로 있을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삶에 재미를 더하는 것도 요리니까.

 

재미를 중요하게 여기나 보다. 더 파고들고 싶은 분야는 어떤 것인가?

지금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다. 프로그래머들이 문제를 직접 풀 수 있는 스킬을 갖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게 멋지다. 물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수영을 좀 더 배워서 스쿠버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따보고 싶다. 이렇게 말하니 지금 하는 일에 만족을 못하는 것 같지만.(웃음) 물론 지금 하는 일도 재밌기는 하다. 하지만 ‘enjoy’에 가까운 개념이다. 기왕이면 ‘fun’, 정말 깔깔 웃을 수 있는 ‘재미 요소’ 가 담긴 직업을 갖고 싶다.

 

참 많은 일을 해왔고, 앞으로도 더 많은 일을 벌일 것 같다. 함께 진 로를 고민할 <MODU>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난 직업을 갖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부모님이 자녀의 결혼 전까지, 혹은 자녀의 전 생애를 관리하고 서포트하는 것 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문화다. 그래서 집안이 경제적으로 풍족 하지 않아 일찍 독립하게 되는 친구들이 그렇지 않은 친구들에 비해 손해를 본다거나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냥 애 초에 내 것이 아니었다고 마음을 먹으면 편하다. 그리고 원하는 일 을 하고 싶다면 경제적 자립부터 생각해봐라.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면 아무리 부모 자식 사이라 해도 결국은 빚으로 남는다고 생각 한다. 나는 내가 돈 벌어 악착같이 아껴가며 독립했다. 그래서 부모 님의 허락 없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나는 나의 의 견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려면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경제적으로 독립해보길 바란다. 물론 내가 아무리 뭐라고 얘기해도 직접 겪어보고, 그 시기를 지나야만 알게 될 거다. 섣불리 조언은 하 지 않겠다. 그냥 이 글을 읽는 친구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게 생기면 뭐든 해봐라. 그 일이 의미 있는 일이든 그저 재미있어 보이는 일이든, 뭐든 좋으니 일단.

 

내가 뭐 어때서

모델 한현민

올해 나이 열일곱, 국내 패션계를 뒤흔든 모델 한현민을 만났다.
글 전정아 사진 최성열

만나고_2

누구보다 특별하게 꿈의 런웨이에 서다

 

모델이 된 지 1년이 채 안 된 걸로 안다.
지금 소속된 ‘SF 모델즈’와 정식으로 계약한 게 지난해 3월이니 이제야 겨우 1년을 채운다. 아직 햇병아리다.

모델이 된 계기가 남다르다고 들었다.
그런가? 내가 기획사를 찾아가 오디션을 본 게 아니라 대표님이 먼저 날 알아봐주신 케이스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내 사진을 보고 지금의 대표님이 만나보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 만나기로 한 날, 대표님이 날 보자마자 대뜸 걸어보라고 하셨다. 이태원 길거리에서 그냥 걸었더니 바로 계약하자고 하시더라. 나중에 말씀해주시길 내가 워킹할 때 풍기는 분위기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웃음)

원래부터 꿈이 모델이었나
워낙 또래 친구들보다 키가 크니 어머니가 농담 삼아 모델 한번 해보라고 종종 말씀하셨다. 별생각이 없었는데 중학교 때부터는 패션에 관심이 생겨 막연히 모델을 꿈꿔본 적은 있다. 모델 학원에 다닐 돈은 없어서 유튜브를 보고 모델 워킹을 따라 하기도 하고, 사실 더 어릴 때 꿈은 운동선수였다. 하지만 내 꿈을 밀어주기에 우리 집은 그다지 부유한 편이 아니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운동선수의 꿈은 일찌감치 접었다. 지금은 운동을 취미로 하고 있다. 구기 종목은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데, 대표님은 내가 농구 하는 걸 달갑지 않게 여기신다. 여기서 키가 더 크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190센티미터 이상이면 국내에서 모델로 활동하는 데 제약이 생긴다고 하더라. 그만큼 소화할 수 있는 의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금 키가 188센티미터니까 2센티미터 남았다. 빨리 성장판이 닫혀서 맘껏 운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웃음)

모델 일은 적성에 맞나?
촬영도 연습도 다 힘들다. ‘옷발’이 더 잘 받기 위해 몸무게도 6킬로그램 정도 감량해야 했다. 그런데도 일이 너무 재밌는 걸 보면 적성에 맞는 것 같다. 특히 결과물을 보면 뿌듯해서 포즈나 표정을 더 연구해야겠다는 의지도 생긴다.

캐스팅된 지 일주일 만에 데뷔했고, 데뷔한 지 몇 개월 안 돼 무려 10개의 쇼에 섰다. 패션 디자이너를 비롯해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한현민’만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나만의 매력? 겸손한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 모르겠다.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워킹하는 모습을 모니터링해보면 확실히 첫 런웨이에 비해 점점 나아지기는 하더라. 학습 능력은 좀 있는 것 같다.(웃음) 역시 실전 경험이 최고다.

이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처음 SF 모델즈와 계약하기로 하고 대표님을 만났을 때 어머니가 대표님한테 그러셨다. ‘진짜 당신 아들처럼 돌봐줄 거 아니면 우리 아들한테 손도 대지 말라’고. 예전에 캐스팅 사기를 몇 번 당해서 걱정이 많이 되셨던 모양이다. 물론 지금은 내가 진지하게 모델에 임하는 모습을 보며 좋아하신다.

모델이 되었다고 했을 때 다른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남동생 두 명, 여동생 두 명이 있는데 9살, 7살, 6살, 4살이다. 아직 너무 어려서 내가 모델 일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를 거다.

첫 수입으로는 뭘 했는지 궁금하다.
옷을 정말 많이 샀다. 그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건 오늘 입은 이 라이더 재킷이다. 날 모델로 데뷔할 수 있게 해주신 디자이너 한상혁 선생님의 브랜드 ‘에이치 에스 에이치(Heich Es Heich)’ 제품이라 더 특별한 느낌이다.

모델로서 롤모델은 누구인가?
김원중 형! 정말 좋아하고 닮고 싶다. 나는 아직 어울리는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이 있다. 스트리트 브랜드 의류는 내가 봐도 꽤 잘 어울리는 편인데 우아하거나 세련된, 일명 ‘댄디한’ 스타일은 정말 안 어울린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 그런데 원중 형은 무슨 옷을 입든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한다. 그게 그렇게 멋지고 부럽다.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도 원중 형이 론칭한 브랜드 ‘87MM’의 화보 촬영이었다. 촬영이 잡힌 날부터 너무 설레었는데 막상 원중 형 앞에서는 긴장해서 말도 잘 못했다. 그래도 “포즈를 더 건방지게” 해보라고 했던 형의 한마디는 생생하게 기억난다.

온라인에서 인기가 뜨겁더라.
나도 느끼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20만 명이 넘었다. 게시물마다 ‘좋아요’도 2000~3000개가 넘고. 더 놀라운 건 아버지의 나라, 나이지리아에서 보내는 사랑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나이지리아분들이 팬 페이지를 만들어주시고 ‘움짤’을 만들어 올리거나 내 팬이라고, 내가 나이지리아를 빛내는 모델이라며 댓글을 남기곤 하신다. 안타깝게도 영어로 남겨서 곧바로 해석은 잘 안 되기 때문에 대표님께 번역해달라고 졸라서 확인한다.(웃음) 내게 관심 가져주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오프라인에서는 어떤가?
잘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인기보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더 느낀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혼혈아가 늘고 있지 않나. 특히 나는 이태원에 살아서 그런지 주위에 혼혈 친구들이 참 많다. 앞으로 혼혈 모델도 훨씬 많이 나올 텐데 내가 그들의 선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만 잘되고 싶은 게 아니다. 내 뒤를 이어 활동하는 친구들은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으면 좋겠다.

 

“가지고 있기만 해도 좋은 것, 그게 꿈이라고 생각해요. 꿈이 생기면서 덩달아 생각도 많아졌지만 고민하는 것조차 행복해요. 제가 선택한 길이니까요.”
“가지고 있기만 해도 좋은 것,
그게 꿈이라고 생각해요. 꿈이 생기면서
덩달아 생각도 많아졌지만
고민하는 것조차 행복해요.
제가 선택한 길이니까요.”

그래도 노는 게 제일 좋을 나이

 

갓 고등학생이 된 ‘고딩’ 한현민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기분이 어떤가?
오늘 막 졸업해서 딱히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인터뷰 기준 2월 8일) 화곡동에 있는 한광고등학교에 배정받았는데 집에서 1시간 40분 거리다. 거리도 먼 데다 내가 아침잠이 많아서 제시간에 등교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지금으로서는 조용히 학교생활 하면서 대학에 가고 싶다. 원래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고등학생이 되니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17살 한현민의 가장 큰 관심사는?
노는 것? (웃음) 우리 또래 청소년들은 놀 거리가 많이 없다. 어딜 가서 뭘 하는 것보다는 그냥 친구들이랑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맛있는 거 먹고, PC방 가서 ‘피파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게 제일 즐겁다. 그래도 홍대, 명동, 가로수길 등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놀 만한 곳, 볼만한 것을 찾아다니는 편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이번 시즌이 정말 기대된다. 3월 초에 오디션이 있는데, 시즌당 1000여 명의 모델들이 오디션을 본다.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번에는 작년보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서 서본 적 없는 브랜드의 쇼에도 서고 싶다. 또 요즘은 ‘모델테이너’라고, 예능에서 활약하는 모델들이 많지 않나. 나도 그들처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보고 싶다. 더 멀리 보면 모델 이외의 일도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델 이외의 일이라면?
커피를 좋아하고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어서 바리스타 공부를 제대로 해볼까 생각 중이다. 순댓국을 워낙 좋아해 순댓국밥집을 차려볼까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고. 모델이 운영하는 순댓국집, 꽤 인기 있지 않을까웃음) 나이가 더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모델 일과 병행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MODU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나는 정말 생각 없이, 되는 대로 사는 평균 이하의 학생이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렇다는 거다. 그런데 모델이라는 꿈이 생기니 목표가 따라오고, 목표가 생기니 해야 할 일이 생기더라. 눈앞에 보이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목표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나를 발견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큰 만족감을 느꼈다. 막연하게나마 모델이라는 꿈을 품고 있었던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두가 꿈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꿈은 가지고만 있어도 좋은 거 아닐까?

길게 뻗은 런웨이를 거침없이 워킹하는 모델. 꼭 무대 위가 아니더라도 모델의 곧은 자세와 당당한 표정은 언제 어디서든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것처럼 빛이 난다. 패션쇼 무대를 걸을 때 가장 설렌다는 이영연(효원고 2) 학생이 모델이란 꿈을 안고 두 멘토를 만나 진심 어린 조언을 들었다.

글 강서진·사진 오계옥·촬영 협조 YG케이플러스

 

 

내 모습을 당당히 뽐내는 모델이 될 거야!

어릴 때부터 키가 유난히 커서 모델이 되라는 말을 자주 들었어. 하지만 모델이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몰라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 푸드 스타일리스트나 비행기 승무원이 되고 싶단 생각은 짧게나마 했지만, 중학교 때까지 확실한 꿈이 없었어. 그러다 고1 때 우연히 한 사진작가의 화보 촬영 모델을 하게 됐는데 카메라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는 거야. 그때 모델에 관심을 갖고 모델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무대 위를 걷는 순간이 너무 짜릿한 거 있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당당히 내 모습을 표현하는 게 참 즐겁더라고. 지금은 패션쇼 동영상을 보면서 혼자 워킹 연습을 하고 있는데, 모델에 대해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 그래서 모델과가 있는 대학이나 전문 교육기관을 알아보지만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멘토를 만나 꼭 물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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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부터 튼튼히 다지는 게 중요해

이영연 멘티(이하 영연) ─ 안녕하세요. 동덕여대 모델과에 다니고 싶어 학교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데, 선배님을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너무 기뻐요.

안샘 멘토(이하 샘) ─ 우리 학교 학생이 되고 싶다니 나도 반가워요. 평소 궁금하던 게 있으면 뭐든 다 물어봐요. 그런데 영연이 키가 꽤 큰데, 몇 cm예요?

영연 ─ 176cm예요. 언니는요

─ 177cm예요. 우리 키가 비슷하네요.(웃음) 영연이 키 정도면 패션모델 하기에 딱 적합하니 꿈을 잘 찾았네요. 모델이 되고 싶어서 특별히 준비하거나 활동하는 게 있나요?

영연 ─ 세종대 모델 체험 오디션에서 1등 하고 나서 학교 교수님께 일대일 워킹 레슨을 받은 적이 있어요. 기초가 전혀 다져 있지 않아 많이 혼나면서 배웠는데 그때 배운 점들이 꽤 도움이 됐어요. 지금은 화보 촬영이나 패션쇼 무대에 서보고 싶어서 SNS에 제 사진을 열심히 올리고 있죠. SNS를 통해 종종 사진작가들의 화보집 촬영이나 대학생 동아리 패션쇼 모델 제의가 들어오거든요. 패션쇼 오디션 정보를 인터넷으로 알아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프로 모델로 데뷔하는 방법을 혼자 알아보는 데 한계가 있어 체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 교육기관을 알아보고 있어요. 언니는 어떻게 준비했어요?

─ 나는 모델이 되겠다는 결심을 일찍 한 편이라 예고 패션모델과에 진학했어요. 학교를 통해 사진 촬영이나 소규모 패션쇼 제의가 들어와서 실전 경험도 빨리 쌓았고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니 대학에서 배우는 모델 수업은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동덕여대 모델과에 진학했죠. 4년제 대학에서는 최초로 생긴 학과로 역사도 깊은 데다 졸업 선배 중 유명한 모델이 많거든요. 학과에서 패션쇼를 비롯해 광고나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여러 활동 기회가 많아요. 경력이 쌓이다 보니 지금은 소속사도 생겨서 일할 기회를 찾는 게 좀 더 수월해졌어요.

영연 ─ 대학을 가야 할지, 간다면 모델과를 가는 게 좋을지 고민했는데, 언니 말을 듣고 보니 관련 공부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아주 유명한 모델이 아닌 이상 패션쇼나 광고 촬영을 하려면 오디션을 봐야 해요. 이때 대부분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된 모델에게 우선적으로 오디션 기회가 주어져요. 그래서 많은 모델이 매니지먼트 회사에 들어가길 원하죠. 하지만 회사에 들어갈 때 역시 소속사 오디션을 봐야 해요. 소속사 오디션을 보려면 대학이나 예고에서 모델과를 전공하거나 모델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전문 교육기관을 거치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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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연─ 그러면 대학의 모델과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은 어떤가요?

─ 수시와 정시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요. 동덕여대의 경우 수시는 특기자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해서 지원 자격이 정해져 있어요. 슈퍼모델, 엘리트 모델 등의 대회에서 3위 이내에 입상하거나 특별상을 수상해야 해요. 혹은 패션쇼, 잡지, TV 광고 등에서 모델로 활동한 경험이 있어야 하고요. 서류에 합격하면 워킹과 포즈 등의 실기를 치르고 면접을 봐요. 정시는 수능 성적과 실기, 면접 점수로 학생을 평가하는데 수능 성적보다 실기와 면접 점수 반영 비율이 높아요. 그래서 수시든 정시든 실기와 면접 준비에 신경 써야 하죠. 워킹과 포즈는 패션쇼 영상을 유심히 보면서 따라 해보고, 면접에서 자기소개를 자신 있게 할 수 있도록 모델이 되고 싶은 이유나 목표 등에 대한 생각을 미리 정리해두는 것이 좋아요.

영연 ─ 모델과에 입학하려면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어요. 근데 모델과에서는 어떤 것들을 배워요?

─ 예고와 대학에서 배우는 과목은 거의 비슷하지만 대학 커리큘럼이 훨씬 다양하고 내용이 깊어요. 모델학, 패션마케팅, 워킹, 스타일, 인체학에 대해 공부하는데 메이크업 및 코디네이션, 사진 포즈, 워킹, 연기, 체형 관리 등 모델이 갖춰야 할 기본 자질부터 패션 산업 변천사, 브랜드 홍보 및 마케팅, 무대미술, 인체 구조, 워킹 지도 등 전문성을 키우는 과목까지 두루 다루기 때문에 졸업 후 패션 분야에서 일하거나 지도자로 진출할 자격을 갖출 수 있어요. 특히 4학년 때는 학생들이 직접 졸업 패션쇼를 제작하는데 쇼 기획부터 의상 협찬, 무대연출, 모델 경험을 하면서 패션쇼 전반에 대한 현장 감각을 익힐 수 있죠.

영연 ─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과목을 배우네요. 언니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은 뭐예요?

─ 워킹 수업이 가장 재밌으면서도 어려워요. 패션쇼 무대 위를 걷는 모델에게 워킹 실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에 어떤 과목보다 중요한 수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1/2턴, 백턴, 풀턴 등 무대 위에서 몸을 회전하고 포즈를 취하는 공식은 있지만 누구나 꼭 이렇게 걸어야 한다는 정답은 없어요. 실제로 교수님과 모델 선배마다 추구하는 워킹 방법이 다르고, 같은 워킹을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자기만의 분위기와 개성에 맞는 워킹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다고 기본적인 워킹 방법을 무시하고 걸으면 잘못된 자세가 몸에 배요. 그러면 나중에 고치기 힘들어지니 처음부터 제대로 워킹 방법을 익혀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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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개성과 매력을 찾아야

허보미 멘토(이하 허 멘토)─ 만나서 반가워요. 모델을 꿈꾸는 학생답게 두 친구 모두 키가 크네요. 일단 신체 조건은 합격~!

영연─ 와, 감사합니다. ‘합격’ 소리만 들어도 너무 좋아요.

─ 저, 기억하세요? 고등학교 때 멘토님이 학교에 와서 수업도 진행한 적 있고, 대학 선배님이기도 해서 종종 뵈었거든요.

허 멘토─ 그럼요, 당연히 기억하죠.(웃음) 샘 학생은 표정과 포즈 표현력이 좋고 이목구비가 또렷해서 인상 깊었거든요. 무엇보다 성실한 점이 좋았어요. 패션쇼나 광고 촬영은 많은 사람이 모여서 하는 단체 작업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라도 지각을 하거나 갑자기 빠져버리면 큰 차질이 생겨요. 그래서 성실함과 책임감을 꼭 갖춰야 하는데, 샘 학생은 그런 점에서 100점이에요.

영연 ─ 멘토님, 저는 몇 점이에요?

허 멘토─ 팔, 다리가 길고 마른 편이어서 신체 비율이 좋아요. 딱 봐도 모델 몸매라고나 할까웃음) 아까 워킹하는 모습을 잠깐 봤는데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서인지 표정과 포즈 표현력은 좀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도 눈빛이나 이미지가 개성 있고 강해서 좋은 모델이 될 거라 확신해요. 그러고 보니 요즘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예지 모델을 닮기도 했네요.(웃음)

─ 요즘엔 모델이 방송 활동을 하기도 해서 외모나 이미지가 예쁜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모델이 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요?

허 멘토─ 모델은 패션쇼 무대에 서는 것뿐만 아니라 잡지 화보, TV 광고 촬영을 하고 재능에 따라 배우, 예능인으로 활동하기도 해요. 분야마다 선호하는 모델의 기준이 다른데, 화장품이나 미용과 관련된 분야, 방송의 경우에는 키와 몸무게 같은 신체 조건보다 외모가 예쁜 사람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패션쇼 전문 모델이 되고 싶다면 기본적으로 키가 일반인보다 커야 하고 몸이 날씬해야죠. 그래야 어떤 의상을 입어도 맵시가 좋아 보이거든요. 패션쇼 모델들의 평균 키가 남자는 185cm, 여자는 177cm 정도인데, 요즘은 키가 조금 작아도 얼굴 크기, 팔다리 길이, 체형 등 몸매 비율이 전체적으로 조화로우면 패션쇼에 설 수 있어요. 의상 스타일과 메이크업에 따라 어울리는 표정, 포즈, 워킹을 표현하는 것도 모델이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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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연─ 저는 방바닥에 길게 테이프를 붙여놓고 테이프를 따라 걸으며 워킹 연습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혼자 하다 보니 제대로 하는 건지 모를 때가 많아요.

허 멘토─ 그래서 자기가 걷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세가 바른지 확인해야 해요. 영상을 보면 걸을 때 잘못된 습관이나 고쳐야 할 점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벽에 뒤통수와 엉덩이, 발뒤꿈치를 붙이고 오래 서 있는 연습을 하면 곧은 자세를 만드는 데 도움이 돼요. 패션쇼 영상을 보면서 모델이 무대 위를 걷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따라 해보는 것도 좋아요. 여자 모델은 보통 무릎을 스치면서 1자로 걷고 남자 모델은 두 발을 나란히 11자 모양으로 걸어야 예뻐 보인답니다. 단정하고 어두운 스타일의 옷을 입었을 땐 팔을 앞뒤로 크게 흔들지 않고 걸어야 하고, 밝고 발랄한 스타일의 옷을 입었을 땐 팔과 엉덩이를 크게 흔들면서 통통 튀게 걷는 등 의상 분위기에 맞게 워킹을 연출하는 것도 중요해요.

─ 포즈나 표정 짓는 연습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허 멘토─ 요즘 패션쇼에서는 허리에 손을 올리는 정도로 자연스러운 포즈를 선호하는 추세지만, 액세서리나 보석을 보여주는 쇼에서는 워킹보다 손짓과 표정 연기에 더 신경 써야 해요. 그래서 연기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죠. 가장 쉬운 연습 방법은 전신 거울을 앞에 놓고 패션 잡지에 실린 모델의 몸짓과 표정을 똑같이 따라 해보는 거예요. 손가락, 눈빛, 입 모양까지 전부 따라 하세요. 내 표정과 몸짓을 사진으로 찍어서 어색한 부분은 없는지, 나만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잊지 말고요.

영연 ─ 저도 표정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연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큰 패션쇼 무대에도 빨리 서고 싶은데 프로 모델로 데뷔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허 멘토─ 모델이 되려면 처음에는 패션쇼, 잡지, TV 광고 등 오디션에 합격해야 해요. 기회가 생길 때마다 꾸준히 자기를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델의 명함이라고 하는 컴카드(프로필 사진을 모아놓은 화보집)를 만들어 디자이너나 관련 업체를 찾아다녀야 해요. SNS에도 사진을 자주 업로드해서 자기 홍보를 열심히 해야죠. 실제로 SNS상에서 유명해져서 모델 매니지먼트 회사에 스카우트돼 데뷔한 사람도 꽤 있거든요. 대부분의 업계에서 경력 있는 모델을 원하다 보니 전문 매니지먼트를 통해 일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일단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돼야 모델로 활동하기가 수월해져요. 보통 모델 매니지먼트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워킹과 포즈 등 기본적인 교육을 받으면 오디션을 통해 매니지먼트 전속 모델이 될 수 있어요. 그러고 나면 소속 회사를 통해 여러 오디션을 보고 모델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점차 많아지고요. 경험이 쌓여 업계 사람들과 대중에게 알려지면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온답니다.

─ 저는 패션쇼 무대에 설 때가 가장 신나요. 그런데 아직 규모가 큰 패션쇼를 해본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요.

허 멘토─ 보통 3월과 10월에 여러 패션 디자이너의 패션쇼가 열리는 ‘패션 위크’ 행사가 있어서 그 시기에 일이 많은 편이에요. 규모가 큰 패션쇼의 경우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정도 준비를 하죠. 의상 콘셉트에 어울리는 모델을 선발하고 모델의 체형에 맞게 의상 사이즈를 고쳐야 하기 때문이에요. 패션쇼가 열리는 날에는 무대 리허설을 여러 번 하고 의상과 분장 스타일을 맞춰봐야 해서 하루 종일 패션쇼장에 있어야 해요. 그래서 쇼를 준비할 땐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답니다. 패션쇼가 끝날 때까지 좁은 대기실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지내야 하는데, 쉴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피곤할 땐 바닥에 누워 쪽잠을 잘 때도 있어요. 패션쇼에 선보일 의상이 구겨지거나 망가지면 안 되기 때문에 옷을 입고 나면 오랜 시간 서 있어야 하고 밥을 먹지 못할 때도 있고요. 패션쇼는 앞으로 유행할 패션 스타일을 미리 선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겨울엔 여름옷을, 여름엔 겨울옷을 입어야 해요. 그래서 항상 더위와 추위에 시달리는 직업이라 할 수 있죠.

영연 ─ 그래도 큰 패션쇼 무대에 꼭 서보고 싶어요! 그런데 요즘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모델 활동하는 걸 보면 제가 데뷔하기에 너무 늦은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해요.

허 멘토─ 중3 학생이 모델 오디션에 뽑힌 적이 있는데, 그러고 보면 데뷔 시기가 많이 빨라지긴 한 것 같아요. 영연 학생이 지금 열여덟 살이죠? 나도 열여덟 살에 모델 활동을 시작했으니 아직 늦지 않았어요. 패션쇼에서는 보통 20대 후반까지 활동하는 편이라 서른이 넘으면 무대에 서는 데 제약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요즘엔 연기자, MC와 같이 방송 활동을 하거나 모델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하는 등 모델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어 자기만의 재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요. 오디션에 몇 번 떨어진다고 해도 조바심 내지 말고 끝까지 도전하세요. 자기의 가능성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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