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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자동차 디자이너는 새로운 차를 개발하기 위한 자동차 외형과 내장을 디자인하는 일을 한다. 스웨덴 브랜드 ‘볼보’의 최초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현과 함께 자동차의 외관을 만드는 익스테리어 디자이너의 업무를 집중 탐구해봤다

 

매혹적인 외관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다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는 새로운 자동차의 외양을 개발한다. 디자인은 크게 스케치, 컴퓨터 모델링, 클레이 모델링으로 이어지는데, 먼저 콘셉트 단계에서는 자동차 디자인의 테마,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한다. 디자이너가 차량의 비율, 캐릭터, 성격 등을 설정해 스케치에 자유롭게 담을 수 있어 가장 창의적인 단계다.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중에는 휠, 그릴, 램프 등만 따로 디자인하는 사람도 있다. 이후 디자이너의 특성에 따라 2D스케치, 렌더링을 활용하거나 알리아스 등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3D모델링을 하기도 한다.
디자인의 윤곽이 잡히면 소속된 자동차 브랜드의 방향성에 적합한 디자인을 선별하고 실제 사이즈의 자동차를 클레이(Clay, 밀랍, 파라핀, 기름, 유황 등으로 만든 공업용 재료) 모델로 만들어본다. 이때 컴퓨터 데이터의 수치에 맞춰 밀링 머신(Milling Machine, 원하는 형상을 만드는 공작 기계)을 사용한다. 클레이는 딱딱하게 굳은 뒤에도 가열하면 다시 말랑말랑해지므로 쉽게 수정할 수 있다.

 

비율에 대한 감각과 형태에 대한 이해가 필수

 

자동차의 외관을 디자인할 때는 비율에 대한 감각과 형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여기에 사람을 태우고 움직일 수 있도록 안전성과 동력 등 공학적 접근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동차 디자인의 최종 목표는 인간적인 실수의 오차를 최소화하는 것. 보고 또 보면서 정확하게 컴퓨터로 작업하고, 이를 다시 실제 스케일의 모델로 확인하면서 다시 스캔해 데이터화한다. 컴퓨터 작업으로 수정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최종 디자인이 탄생하는 것이다.
또한 자동차의 내부에는 시트, 휠, 대시보드, 스크린, 기어, 페달 등 여러 디자인 요소가 한 공간에 자리 잡기 때문에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 외에도 자동차 전반에 걸친 색상과 질감, 재료를 결정하는 컬러 및 재료 전문가, 실제 도로에서 달리는 차를 찍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내 마케팅에 도움을 주는 비주얼리제이션 전문가 등이 함께한다. 최종 디자인이 결정된 후에도 약 2년의 발전 과정을 거친다. 새로운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디자인 발전 과정은 길게는 5년이 걸리기도 한다.

 

볼보 LA디자인센터 이정현 디자이너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맡으면서 느꼈던 자동차의 매력이 궁금하다. 특별히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맡게 된 이유도 있나?

나는 자동차를 단순히 ‘탈것’, ‘운송수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반려동물처럼 아끼고, 쓰다듬고, 사랑을 쏟을수록 나에게 더욱 다가오는 친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는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도 마찬가지여서, 생명체에 영혼을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며 디자인에 임하면 더욱 의미 있는 디자인을 이끌어낼 수 있다. 또 좋은 디자인의 자동차를 보고 있으면 마치 거장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직접 들었을 때의 감동이 있다. 나 역시 사람들에게 이런 감동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고, 그 부분이 익스테리어 분야였다.

2010년 볼보에 입사한 뒤 10년을 근속 중이다. 이직 없이 오랜 기간 볼보에서 디자인을 맡을 수 있었던 볼보만의 매력은 뭘까?

볼보는 항상 사람을 중심에 두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이는 직원에게도 역시 동등하게 적용되는데, 단순히 복지 혜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고 싶은’,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늘 고민하는 곳이다. 끊임없는 개선 과정으로 직원이 원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볼보의 모습이 좋아 장기근속 중이다.

‘볼보’는 안전성을 중요시하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

프로포션, 즉 비율이다. 자동차는 멀리서 보았을 때부터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야 한다. 멀리서 봤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부분이 바로 비율이다. 바퀴와 바퀴 사이 간격, 루프의 높이, 오버행의 길이, 도어와 창문의 비율, 램프의 위치와 간격 등 수많은 요소가 결합돼 자동차의 비율을 결정한다. 이 요소가 함께 조화를 이루는 비율을 찾아내는 것이 익스테리어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다. 전체적인 비율이 아름다워야만 면의 형상과 디테일의 완성도와 더불어 좋은 디자인이 완성된다. 또, 다이내믹하면서도 우아한 라인과 면을 선호해 꾸준히 그리고 있다.

10년 차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느낀 직업적 장점도 궁금하다.

상상하는 형태를 보고 만질 수 있는 실제의 차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내가 디자인한 자동차가 처음 출시되는 순간이 보람 있었다. 많은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은 순간도 의미 있고 행복한 경험이었지만, 처음 출시됐을 때의 감동은 비교하기 힘들다. 대중들이 내가 디자인한 차를 좋아하고, ‘베스트셀링카(최다 판매 차종)’가 됐을 때의 기쁨은 잘 키운 자식이 성공하는 순간의 느낌과도 비슷할 것이다.(웃음)

이 직업만의 ‘직업병’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있을까?

 

완벽주의다. ‘완벽주의자’라는 말만큼 피곤하게 들리는 말도 많지 않을 거다.(웃음) 하지만 실력 있는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최소한 자동차 디자인에 관해서만큼은 엄격한 완벽주의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굉장히 큰 물체다. 이를 디자인하는 것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다양한 각도에서 끊임없이 수정 과정을 거쳐야 하고, 확실하게 ‘이 정도면 됐다’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완벽을 추구해야 하는 작업이다.

안전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 회사 볼보에서 실시하는 자체 안전도 테스트는 국제 기준보다 엄격하다.(좌) XC60을 작업한 팀원들과 함께한 사진이다. 디자이너와 모델러, 엔지니어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순조롭게 협업할 수 있느냐가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한다.(우)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이라면 가져야 할 자질을 꼽아달라.

자동차를 좋아한다고 해서 이 외의 것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분야도 자동차 디자인의 콘셉트를 결정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아름다운 자동차를 좋아하는 것, 자동차 타는 것을 좋아하는 것 모두 중요하다. 자동차에 대한 열정이 바탕이 된다면 주변의 모든 것, 사물, 동물, 사람, 자연 등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좋은 디자인은 뛰어난 관찰력에서 시작한다. 남들은 무심코 지나쳤던 곳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고, 여기에서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에 접근할 수 있다. 또 잘 듣는 자세도 필요하다. 잘 들으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디자이너의 기본이 되는 요소이며, 소비자의 ‘니즈(Needs)’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초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잘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만 자신의 디자인을 타인에게 제대로 어필할 수 있는 ‘잘 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현재 LA디자인센터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 기밀 유지상 구체적인 모델명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나온 볼보의 라인업에는 없는 모델들이다. 관심을 갖고 기대해주길 바란다.

 

글 전정아 ●사진 제공 매경출판 ●참고 자료 <볼보 그리는 남자>(매일경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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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유의 한지를 일상 소품에 녹인 한지 제품디자이너를 만나봤다.

생활 속 무엇이든 그들의 손에서

작은 바늘과 연필부터 커다란 선박과 항공기까지. 제품디자이너란 우리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제품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한지 제품디자이너는 우리 눈에 익숙한 한지를 재료로 생활소품을 만든다. 먼저 만들고자 기획한 제품에 적합한 한지의 종류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한지 접시를 만들고 싶다면 대량 생산을 할 수 있을 만큼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질기고 인쇄할 수 있는 두께의 한지를 정한 뒤 테스트를 한다. 한지 틀에 닥나무 섬유와 물을 넣어 저어서 종이를 뜬 뒤 건조하는 식으로 필요한 한지를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제품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정하는 디자인 과정을 거친 뒤 정면, 측면, 후면 등 제품을 여러 각도로 볼 수 있도록 3D 모델링을 해서 그에 맞춰 ‘금형’을 한다. 금형이란 간단히 말해 재료를 가공하고 성형하는 기술인데, 한지 접시를 재단할 때는 ‘톰슨 프레스 머신’이라는 기계를 이용해서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낸다. 또한 종이를 활용하기 때문에 생활방수가 되도록 코팅을 하거나, 알루미늄을 넣어 자유롭게 휘어지는 잎맥을 표현하는 등 디자인 설계를 거듭한다. 샘플이 만들어지면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며 대략적인 생산량을 정한 뒤 제품을 포장할 패키지도 함께 준비한다. 또한 출시 전 디자인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출원해 디자이너 고유의 제품임을 법적으로 보호받아 디자인 도용, 불법 복제 등을 막는다. 이후 제품을 촬영해서 온라인용 상품 페이지를 만들어 판매를 시작한다.

제품디자이너는 전자기기, 가구 등을 제조하는 회사에 속해서 회사 제품을 개발하는 ‘인하우스 디자이너’, 클라이언트의 의뢰에 따라 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소속 디자이너, 그리고 디자이너 개인이 공방을 차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디자이너 메이커’ 브랜드로 나뉜다. 디자이너 메이커 브랜드를 운영하는 경우 국내외 박람회에 참가하거나 인테리어 편집숍 등에 제안서를 작성해 배포해서 직접 영업한다.

 


 

“자연스러운 멋을 넘어 자연을 살리는 제품을 만듭니다”

 

김현주스튜디오 김현주 작가

 

처음 한지로 작업을 하고, 한지 제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현주스튜디오’로 첫발을 내디뎠을 땐 대리석 제품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대리석은 깎는 것 이외에는 가공 방법이 거의 없어요. 단가도 높아서 대중이 소비하기 쉽지 않았죠. 하지만 자연 소재가 주는 매력은 놓치고 싶지 않았고, 그러다 찾게 된 게 한지였어요. 한지는 닥나무 섬유질이 퍼져 있어 내구성이 좋고 칠했을 때 자연스러운 멋이 나요. 그래서 한지를 다양하게 활용하며, 선물하기도 좋은 제품을 만들게 됐답니다.

 

‘김현주스튜디오’ 제품의 특별한 점을 알려주세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물건이기 때문에 특별하지 않을까요?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 핸드메이드라 똑같은 제품이 없어요. 한지에 색을 입힐 때는 인쇄하지 않고 브러시로 원하는 색감이 나올 때까지 직접 칠하고요. 또 한지, 대리석, 나무등 자연 소재는 결이며 무늬도 전부 다르죠. 사실 제품 하나를 만들 때마다 늘 의심해요. ‘사람들이 이걸 좋아할까? 세상에 물건이 이렇게나 많은데, 왜 내 제품을 소비할까?’ 하면서요.(웃음) 그래서 90퍼센트 정도 완성되면 방치해두며 고민하고, 검증하는 시간을 가져요. 제품에 확신이 들면 그제야 내놓는 편이라 완성도 는 자신 있어요. 또 제품마다 한국의 아름다움도 담으려 하고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한국의 미’는 무엇인가요?

 

한 단어로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한국인이 익숙하게 여기고, 예전부터 보아오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옻칠, 한지 등 소재, 오방색이나 단청 문양, 떡살 무늬처럼 고유의 색감과 패턴, 소반의 곡선 테두리가 주는 부드러움 등이 한국적인 요소잖아요. 똑같은 줄무늬나 물방울무늬여도 한지에 그리거나 먹물로 찍으면 한국적이라고 볼 수 있겠죠.

 

스테디셀러 중 ‘오크잎 접시’가 눈에 띄어요. 일회용 접시지만 미생물로 생분해되는 지속가능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한지를 다루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인가요?

 

맞아요. 자연 소재를 쓰다 보니 그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 환경을 보호하는 데에도 눈을 뜨게 된 거죠. 생분해 접시는 매립하면 자연적으로 분해되고, 소각하면 환경호르몬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었어요. 유럽이나 미국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이미 생분해 소재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해외에서 더 주목을 받나 봐요. 해외 페어에 꾸준히 한지 제품을 출품하고 있거든요. 이전에 프랑스의 ‘파운데이션 루이비통’ 아트숍에서 제 한지 연잎 트레이를 판매한 적이 있었는데, 다른 설명 없이 ‘한국 종이 제품’으로 간단하게 소개된 걸 보니 한지가 점점 알려지고 있구나, 하며 보람도 느꼈죠.

 

마지막으로 전통 공예나 제품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면 어떤 걸 해보는 게 좋을까요?

 

하이메 아욘처럼 유명한 제품디자이너 전시는 꼭 보세요. 디뮤지엄,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의 전시 정보를 체크하고, 온라인 매거진으로 젊은 디자이너들이 쏟아내는 작품을 보면서 자극도 받고요. 전통 공예에 관심이 있다면 전통산업진흥센터나 한지박물관 등에서 직접 종이를 떠보면서 한지에 익숙해지는 것도 추천합니다.

 


 

김현주스튜디오의
예술 도록

생활 속에 한국의 미와 공예 정신을 담은 ‘김현주스튜디오’의 제품들

물 위의 연잎을 연상시키는 한지 연잎 트레이와 가을날의 낙엽이 떠오르게 하는 한지 나뭇
잎 트레이. 알루미늄을 넣어 잎맥을 자유롭게 접을 수 있어 원하는 모양의 트레이로 만들 수
있다. 국산 한지로 만들었으며, 생활방수를 위해 셀락(Shellac)이라는 천연곤충수지를 코팅
제로 발랐다. 오크잎 접시는 두 가지 사이즈로 준비해 실용성을 높였다.

수묵화 질감의 화기와 대리석 트레이. 화기는 한국의 자연석인 편마암으로 만들
어 제품마다 패턴이 다르다. 재료를 직접 선택해서 수가공으로 정교하게 제작하고
있다.
서울의 모습을 단순화해 화이트 마블을 비정형 오각 형태로 디자인한 서울 트레이도 눈길을 끈다

 

글 전정아 ●사진 손홍주, 김현주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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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이 아닌, 언제든 입을 수 있는 생활한복. 한복을 리디자인(Re-design)하는 브랜드 ‘리슬’의 황이슬 대표를 만나 생활한복 디자이너의 모든 것을 물었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21세기형 한복을 만들 것”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 황이슬 대표

 

대학교 1학년 때 만화 <궁>을 ‘코스프레(게임이나 만화 속의 등장인물로 분장하는 것)’하면서 한복 디자이너로서 첫발을 디뎠다. 약 15년 차 디자이너로서 느낀 생활한복의 매력은 무엇인가?

패션 업계는 늘 새롭고 신선한 것을 찾지만, 생활한복은 눈에 익지 않은 듯하면서 익숙한 것이 매력이다. 특히 한국인은 유전자에 기록이라도 된 듯 한복이 잘 어울린다. 한복만큼 남다른 개성을 보여주기 좋은 옷도 없고. 어디 한 군데 조이는 곳이 없어 일반 기성복보다 착용감이 편한 것도 장점이다.

 

2018년에는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지민이 ‘리슬’의 사폭 슬랙스를 착용하고 공연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생활한복 브랜드로서 독보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던 ‘리슬’의 성공 비결을 꼽는다면?

 

하루에도 몇 개의 브랜드가 생기고, 난다 긴다 하는 디자이너들이 제품을 내놓는 시대다.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초는 물론이고 최고가 돼야 한다. 제품의 질은 물론 대표인 나의 행동, 회사 운영 방침 모두 최정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리슬’은 생활한복에 젊은 감성을 더한 최초의 브랜드라는 상징성은 이미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품 역시 최고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 브랜드의 철학이 보일 수 있도록 기사와 활동 내역을 꼼꼼히 정리해서 신뢰감을 줬기 때문에 최고의 아티스트를 담당하는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먼저 연락이 온 게 아닐까.

 

현재 ‘리슬’에서 디자인하는 한복은 몇 종류 정도 되나?

 

지금까지 약 500~600개의 제품을 디자인했다. 남성복은 15% 정도이며, 가방이나 액세서리 등은 타 브랜드나 매듭 장인 등 지역 공예가 등과 함께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하고 있다. 디자인은 한복에 양복 요소를 넣거나, 양복에 한국적인 선을 더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기본 실루엣 코트에 동정(저고리나 두루마기 등의 깃 위에 좁게 다는 긴 헝겊)을 반절만 달아 한복의 비대칭적인 멋을 살리는 식이다. 요즘은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소비자들을 위해 여행에 챙겨갈 한복을 제안하고 있다. ‘인생 사진’을 장식할 수 있게 화려하고 예쁘면서도 캐리어에 넣어도 구겨지지 않고 세탁이 쉬운 소재로 만드는 것이 강점이다. 앞으로는 한복 잠옷이나 속옷, 수영복도 만들어보고 싶다.

 

민감한 질문이 될 수 있겠다. 가격이 다른 브랜드의 생활한복만큼 저렴한 편은 아니더라. 제품에 활용하는 원단, 혹은 생산 공정에 따른 차이일까?

 

우리나라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재봉사 선생님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퀄리티도 높고 가격도 높은 편이다.(웃음) 조악한 제품을 만들어 싸게 팔고 싶지 않기도 했고, 한복에 관심이 생겨 입는 사람들에게 좋은 질, 여러 번 입어도 문제없는 한복을 제공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복 원단은 보통 예복을 목적으로 만드는 원단이라 아주 알록달록하고 화려하다. 실루엣도 크게 퍼지는 편이라 일상생활에서 입기는 부담될 수 있다. ‘리슬’에선 면, 마, 폴리에스테르, 아크릴, 나일론 등 기성복 원단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수백 가지 제품 중에서도 특히 애착이 가는 디자인이 있을 것 같은데.

 

BTS 지민이 입었던 ‘사폭 슬랙스’다. ‘사폭’은 남성용 한복 바지 안쪽에 붙이는 네 쪽 헝겊으로, 원래는 접어서 묶는 형태지만 단추와 지퍼로 고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기존 한복 바지는 끈을 풀면 훌렁 벗겨지기 때문에 화장실 이용이 불편하다는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서 슬랙스처럼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재해석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의 문화적 가치를 담은 제품에 지정하는 ‘우수문화상품’으로 선정된 ‘소창의 맥시 코트’도 자랑하고 싶다. 겨울에도 한복을 멋지게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제품으로, 겨울 시즌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 역시 ‘샤이니’ 멤버 태민이 입어 반응이 좋았다.

 

공들여 만든 제품의 반응이 좋으면 그만한 보람이 없겠다. 그렇다면 생활한복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공부하는 것이 좋을까? 어떤 성격의 친구에게 잘 어울릴지도 알고 싶다.

 

의상 제작 방식, 복식에 관한 역사를 꿰고 있는 것은 필수다. 대표 입장에서 말하자면 자격증은 입사 지원자의 최소한의 검증 도구다. 비주얼머천다이저, 한복기능사 등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해서 전문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격증 따려고 노력한 성실한 친구구나’ 하고 가산점을 줄 수는 있지만 자격증이 없다고 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디자이너를 꿈꾼다면 수작업을 좋아하면 좋겠다. 쿠션, 인형옷 등 손으로 뭐든 만들어보고, 어떻게 하면 더 잘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자기가 만든작품의 장점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조별과제와 대외활동, 발표를 피하지 않고 부딪혀보면서 대중들 앞에 서는 경험을 늘리길 바란다.

 

‘리슬’은 한복 디자이너 브랜드 외에도 한복을 배울 수 있는 클래스, 한복 파티 등 커뮤니티도 운영하는 걸로 안다. 한복을 일상 속에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한복 브랜드라고 하면 여전히 수공예 이미지, 소규모 전통문화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리슬’을 기업 형태 브랜드로 만들어 한복 산업의 토대로 만들고 싶다. 또 파리나 밀라노 등 각국에서 열리는 패션 페어(Fashion Fair)에 다시 참가해 해외시장 판로를 넓히고 싶다. 해외에 수출하려면 다양한 사이즈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국의 문화 차이를 먼저 이해해그에 맞는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더라. 예를 들어 2년전, 우리 제품의 테마 컬러가 보라색이었다. 그런데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보라색이 장례식에 쓰이는 색상이라 수입상의 관심을 얻지 못하기도 했다. 다음 페어에는 만반의 준비를 한 뒤 참가할 계획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사랑받게 될 ‘리슬’의 한복이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이 직업의 가치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린다.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시대에 입은 것 또한 우리 한복이다. 특히 고구려에서는 저고리가 길고 치마를 요즘의 랩 스커트처럼 허리에 둘러 입곤 했다. 또 플리츠(Pleats, 스커트에 아코디언 주름상자 모양으로 잘게 모를 내어 잡는 주름)는 정말 인기 있는 복식이었다. 이렇듯 조선 이전의 복식도 재해석해 한복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깨려 한다. 우리 제품을 보고 전통을 파괴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역사에 한획을 긋고 있다고 자부한다. 또 아는가? 100년 후에는 ‘리슬’의 생활한복이 한국의 전통 복식으로 여겨질지!

 

 

 

글 전정아 ●사진 손홍주, 리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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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탁’ 스럽게!
산업 디자이너 필립 스탁런던

“나는 부자를 위해 2억 달러짜리 요트를 만들고, 가난한 사람도 살 수 있는 2달러짜리 우유병도 디자인한다”는 말처럼 작은 소품부터 건축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는 필립 스탁. 분야를 가리지 않고 뛰어난 독창성을 보여주며 오랫동안 디자인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필립 스탁의 남다른 비결은 무엇일까?

글 강서진 ●사진 REX, 위키미디어커먼즈

디자인의 편견을 깨다

 

프랑스의 산업 디자이너 필립 스탁은 세계 3대 디자이너로 손꼽힐 만큼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1960년대부터 디자이너로 활동해 실용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디자인, 고정관념을 깨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70살이 된 지금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스탁이 디자인계의 전설로 불릴 수 있는 건 제품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건축, 요트, 모터사이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재능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징어와 외계인을 형상화한 착즙기, 투명한 플라스틱 의자, 휴대용 TV, 세라믹 소재의 스마트폰 등 기존 제품들과 모양이나 소재, 기능, 디자인을 차별화한 스탁의 제품은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주시 살리프(Juicy Salif)’ 착즙기는 눈에 띄는 독특한 디자인과 기계적 장치가 없는 간편한 사용법으로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며 필립 스탁의 대표작이 됐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유령 의자로 불리는 ‘루이 고스트 체어’는 전 세계에서 연간 5만여 개가 판매되는 베스트셀러다. 이 제품은 튼튼하고 가벼우며 착석감이 편안해 플라스틱은 딱딱하고 불편하다는 편견을 깼으며, 특정한 컬러가 없어도 어느 공간이든 잘 어울려 예술성과 실용성을 고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탁은 건축 디자인에서도 뛰어난 상상력을 펼쳤다. 일본 맥주 기업인 아사히의 건물 ‘비어홀’은 스탁이 디자인한 대표적인 건축물로 꼽히는데, 건물 꼭대기에 맥주 거품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만들어 도쿄의 명소가 됐다.
여러 분야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스탁의 작품은 파리,스탁런던, 뉴욕 등 세계 박물관과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채택되고, 작품전이 열리기도 했으며 1985년에는 최우수 아트디렉터로 선정됐다. 이후 하버드 디자인 우수상을 비롯해 바르셀로나, 시카고, 뉴욕, 이탈리아 등에서 수많은 디자인상을 휩쓸며 부와 명예를 얻었다.

자유로운 상상력이 경쟁력

 

필립 스탁이 디자인해 파리의 명소가 된 레스토랑 ‘콩(Kong)’. 유리로 덮인 돔 형태의 공간은 스탁이 만든 의자와 테이블로 채워져 있다.


 

디자이너로서 세계적인 입지를 탄탄히 다진 필립 스탁이 틀에 얽매이지 않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자유롭게 상상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파리의 디자인 스쿨에 진학했지만, 공부에 회의를 느껴 자퇴 후 독학으로 디자인을 배웠다. 어릴 때부터 물건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한 스탁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게 취미였고, 항공기 엔지니어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기계에도 관심이 많았다. 19살에는 헬륨 풍선을 이용해 공중에 떠다니는 램프를 생각해내고 공기 주입식 제품들을 생산하는 회사를 세웠다. 스탁의 도전 정신과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한 유명 패션 기업 ‘피에르 가르뎅’은 20살인 그를 아트 디렉터로 고용했고, 스탁은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디자인 역량을 쌓아갔다. 디자이너로 활동한 지 7년 차가 되던 1976년에는 파리의 한 나이트클럽 실내 디자인을 맡게 되며 업계에 이름을 알렸고, 1979년에 독립 회사인 ‘스탁 프로덕트(Starck Product)’를 설립해 의자, 조명, 주방용품 등 그가 디자인한 것들을 상품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982년에 프랑스 대통령 사저의 인테리어를 맡아 고풍스러운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특히 영부인 침실의 쿠션 의자가 독창적인 제품으로 평가받으며 공간 디자이너로도 인정받게 됐다. 이후 스탁은 파리의 카페와 레스토랑, 뉴욕과 홍콩의 호텔 등 세계 주요 도시의 건축물과 실내 디자인을 창조해내며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건축가로 거듭났다.
 

사람과 환경을 사랑한 크리에이터

 

필립 스탁이 레스토랑에서 오징어 요리를 먹다가 아이디어를 얻은 착즙기
‘주시 살리프’


 

생활용품부터 패션, 전자기기,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스탁 스타일’의 디자인이 창출되며 파리의 한 도심 거리에는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것들로 꾸며진 ‘스탁 거리’가 생겼다. 또 ‘스탁 라이프스타일’이라 불리는 문화가 조성돼 스탁이 만든 공간과 제품을 즐기는 스탁 마니아들도 생겨났다. 스탁이 만든 제품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유명 기업들은 스탁과 협업을 진행했고 중국 전자회사 샤오미의 스마트폰을 비롯해 러시아의 호화 요트, 세계 최초 인공지능 의자 등을 디자인했다. 또 우주여행 비행선과 정거장 객실, 젤라틴 소재의 미래형 스마트폰 등의 디자인을 제안하며 끊임없이 혁신을 거듭하는 디자이너로 평가받고 있다.

필립 스탁이 큰 성공을 이룬 것은 뛰어난 감각과 재능뿐만 아니라,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연구한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시작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소신을 밝혀온 그는 카페 웨이터들이 음식을 나르다 의자 다리에 부딪히는 걸 보고 다리가 세 개인 의자를 개발했다. 또 환경에 해로운 생산 방식을 고수하는 기업들과는 일하지 않았을 정도로 남다른 윤리 의식을 지녀 친환경 플라스틱을 이용한 의자를 만들기도 했다.

“디자인의 핵심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그들의 삶을 좀 더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다”라고 필립 스탁이 말한 것처럼 그는 디자이너를 넘어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만드는 창작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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