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훼손된 자연 생태계와 환경을 원래의 상태로 복구하는데는
전 지구적인 노력과 막대한 자금이 든다.
하지만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한 도시 개발과 산업 단지 조성,
에너지 시설과 항만 등을 만드는 일에서 모두가 완전히 손을 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주먹구구식 개발이 아닌,
개발에 앞서 친환경적인 방법을 고려한다면 어떨까?
‘환경영향평가’란 말 그대로 환경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계획이나 사업을 하기 전,
이 개발이 주위 환경에 미치게 될 영향을 예측하고 평가해서
환경에 해로운 영향은 낮추고 이로운 영향은 높이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사는 이러한 영향 평가의 전 과정을 지켜보고 환경보전에 필요한 대응책을 세우는 직업으로,
수질, 대기, 소음·진동, 자연환경, 토양환경, 폐기물, 해양 등 7개 분야의 환경영향평가기술자를 총괄 관리한다.
개발을 하는 사람도, 마을에 사는 사람도 모두 만족 시킬 것
환경영향평가사는 사람들 간의 중간 합의 지점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개발을 담당하는 시공사, 사업주 등에게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설계의 수정과 협의사항 등을 요청한다.
협의가 끝나고 실제로 공사가 시작되면 사후환경영향조사를 통해
환경영향평가에서 마련한 방안이 적절했는지 모니터링하고 지속적으로 환경의 질과 동식물의 생태 등을 지켜보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한다.
환경영향평가사에게 듣는 직업 이야기
“나날이 중요해지는 환경 이슈, 환경영향평가사가 그 갈등을 보듬는 직업이 될 것”
– (사)한국환경평가사회 홍보위원장 홍준기(동성엔지니어링 상무이사), 홍보위원 박종일(혜인E&C 전무이사) –
(중략)
Q, 사업성과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기억에 남는 업무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홍준기(이하 홍)_ 도로나 철도를 건설할 때는 동물의 이동 경로, 철새 이동이 예상되는 지점을 조사하게 돼요.
안타깝게 죽는 생명을 줄이기 위해 로드킬을 방지할 동물 이동 통로나
조류 충돌 방지 대책을 내서 실제 설계에 반영되면 정말 보람되죠.
또, 초기에는 마을을 관통하도록 설계된 도로가 환경영향평가 이후
마을 뒤편에 터널을 두는 방식으로 계획이 수정된 적이 있어요.
마을 주민들이 소음과 대기오염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그 영향을 최소화했던 것도 기억에 남네요.
Q, 환경영향평가사로 일하며 갖게 된 특별한 ‘직업병’이 있다면요?
박_ 여행을 가서 바다와 산 같은 자연경관을 마주하면 경치를 즐기기보다 식생부터 관찰하게 돼요.
주위 사람들에게 법정보호종이나 생물에 대해 설명하다 핀잔을 듣기도 하죠.(웃음)
(중략)
Q, 그럼 누구나 환경영향평가사에 도전할 수 있나요?
홍_ 환경과 관련한 학위나 기사 자격을 취득한 뒤
환경 분야에서 실무로 일을 한 경력이 있어야 시험 자격이 주어져요.
환경 관련 학과 대학 졸업자는 6년 이상의 실무 경력, 환경 관련 기사 자격이 있다면
4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죠.
환경영향평가사 필기시험은 총 4가지 과목을 치르는데요.
환경정책과 국토환경계획, 환경영향평가 제도, 환경영향평가 실무 등에서
전 과목 평균을 60점 이상 받으면 합격할 수 있습니다. 이후 면접도 보고요.
환경영향평가 분야에서는 최고의 직업이라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길이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지키고자 하는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직업이에요. 박_ 저는 제 아들에게도 환경영향평가사가 돼보라고 추천했어요.
이 일을 하면서 쌓는 경력과 인맥이 큰 경쟁력이 되거든요.
국가전문자격이기 때문에 정년 없이 일할 수도 있고요.
아들은 대학에서 전과를 해 환경영향평가사가 되는 데 필요한 공부를 하고 있답니다.
Q,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사명감, 환경 전문 실무 경력까지 고루 갖추려면 지금 당장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요?
홍_ 기후위기에 관련한 책을 읽고 환경공학이나 CAD(컴퓨터 지원 설계),
대기 및 수질 모델링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청소년이라면 다양한 지역의 생태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환경의 소중함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자연경관이 빼어난 지역을 여행하며 그 아름다움을 눈에 담아보는 거죠.
멋진 추억도 쌓고, 자연환경을 지키고픈 마음도 무럭무럭 자라날 테니까요.
CAREER CARD
업무 한 줄 요약
도시 개발, 도로 및 항만 건설 등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획이나 개발을 하기 전, 그 영향을 예측하고 분석해서 환경보전 방안을 설정하고 대안을 만드는 전문가.
관련 전공
수질, 대기, 토양, 화학 폐기물, 소음 및 진동, 신재생 에너지 등 환경 관련 전공.
관련 자격
환경영향평가사(국가전문자격)
현직자의 커리어 TIP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하고, 생태에 대해 해설을 듣는 생태관광을 통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환경을 보전하고픈 사명감을 기를 것!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에 의한 피해는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은 2020년, 최장기간 장마와 홍수로 물난리를 직접 겪었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악의 동해안 산불로 축구장 3만5000여 개 규모의 숲과 마을이 잿더미가 됐다.
이렇게 피부에 와 닿는 피해는 모두 지구를 메마르게 만든 기후위기의 결과다.
지난 2019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전 세계의 생태계 파괴를 방지 및 중지하고 회복시키기 위한 10개년 계획인 ‘UN 생태계 복원 10개년(UN Decade on Ecosystem Restoration 2021-2030)’을 발표했다.
계획이 끝나는 2030년은 유엔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s)’가 마무리되는 해이자,
많은 전문가가 황폐해진 지구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꼽는 시간이기도 하다.
새싹이 움트는 3월, <MODU>도 ‘그린 잡(Green Job)’에 초점을 맞췄다.
유엔환경계획은 그린 잡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과 지구환경, 생태계 보호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관련한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으로 정의했다.
다시 말해 친환경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거나 친환경적 생산 과정으로 환경을 보존 및 회복하는 데 기여해서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 보호에 이바지하는 일자리라는 뜻이다.
이제 그린 잡은 첨단기술과 연계해 안전한 재생에너지와 그린 모빌리티,
스마트 그린 시티, 자원순환과 폐기물 처리 등으로 그 영역을 계속 넓히고 있다.
세계 각국의 ‘그린 산업’ 육성 정책도 활발하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그린 딜’ 정책 공약으로 친환경 일자리 1000만 개 창출을 내세웠고,
영국 역시 2050년 탄소배출 제로 달성을 위해 25만 개의 녹색 일자리 창출에 약 120억 파운드를 투자하는 ‘녹색 산업혁명을 위한 10대 중점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환경부 또한 2025년까지 녹색산업을 위한 8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그린 벤처기업 육성과 녹색기술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청소년 곁에서 바로 설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 일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신성호 청소년상담사
어른한테 혼났을 때, 친구와 싸웠을 때, 진로와 꿈이 고민될 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어떨까? 마음이 답답하고 힘든 청소년들을 두 팔 벌려 안아주는 사람이 있다. 청소년들의 마음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청소년상담사’다.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치료사업부에서 5년째 청소년과 함께하고 있는 신성호 청소년상담사를 만났다.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는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세요.
위기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벗어나기 힘들고, 지역사회의 자원으로도 쉽게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고위기 저자원 청소년’들을 위한 거주형 재활 치료 시설이에요. 디딤센터에서는 정서와 행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상담 치료, 보호와 교육을 함께 제공하고 있는데요, 주로 우울이나 불안, 품행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ADHD)을 비롯한 정서행동의 문제를 안고 있는 친구들이 이곳으로 입교합니다. 저는 청소년 상담 사업을 운영하고, 아이들의 치유와 회복을 돕는 청소년상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상담이 일반적인 상담과 다른 특징이 있다면 뭘까요?
성인과는 다르게 청소년 시기에는 자발적으로 상담사를 찾아가기 어려워요. 우리 디딤센터에는 학교나 지역상담복지센터, 병원에서 이미 상담을 받은 친구들이 더러 있는데, 선생님이나 보호자의 요청으로 여기로 오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되니 아무래도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죠. 때문에 초기에는 아이들 스스로 상담하고자 하는 자발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담의 효과가 낮아질 수 있어요. 우선 아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청소년 상담의 핵심입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것이 상담의 첫걸음이군요. 처음에 청소년들과 친해지려는 노력이 청소년상담사에게는 필수겠어요.
늘 하는 고민이에요. 아이들과 재밌게 대화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 신조어, 최신 문화나 밈을 열심히 공부하기도 하고요.(웃음) 그렇게 서서히 이야기를 트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열고, 동기를 강화하는 작업에 힘을 쏟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긍정적인 관계 형성’이에요. 그래서 청소년들이 ‘이 관계가 안전하구나,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특히 이곳에서 아이들이 생활하다 보니 다른 기관보다 상담사와 아이들이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냅니다. 보통 상담사 1명당 6명 정도의 청소년을 담당하며 길게는 4개월까지 상담을 진행해요. 같이 밥을 먹고, 수업에도 참여하는 등 하루를 함께하며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수많은 청소년과 상담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상담받는 아이의 보호자가 긍정적으로 변화한 경우가 있었어요. 사실 청소년들의 문제는 상당 부분이 가족과 연결되어 있는데, 아이의 상담을 통해 보호자까지 나아지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청소년이 변화하면서 부모를 같이 변화시킨 선한 영향력을 끼친 사례죠. 또, 자신의 진로를 찾은 청소년들도 떠올라요. 지금은 꿈을 찾아 대학에 진학한 한 친구는 ‘앞으로 심리학이나 상담 공부를 해서 신성호 선생님처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이런 모습들이 감명 깊었죠.
와, 감동적인데요. 누군가의 롤모델이나 멘토가 된다는 건 참 멋진 일같아요.
맞아요. 한없이 마음이 벅차오르지만 한편으론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상담사가 늘 갖춰야 하는 자세가 ‘겸손’이거든요. 나의 상담 기법이 완벽하지 않은데 혹시나 내 한마디 한마디가 상담받는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좀 과하게 말하자면 ‘작두를 타는 기분’으로 매번 상담에 임하고 있습니다.(웃음) 전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얘기해요. “내가 너를 이끄는 게 아니라 네가 앞에 서 있는 거야. 다만 너의 곁이나 뒤에는 항상 내가 있을게. 네가 힘들 때 옆에서 부축해주고 뒤에서 밀어줄 거야”라고요. 그래야만 변화의 요인을 누군가의 도움이 아닌 ‘자신’에게서 찾을 수 있어요.
우울이나 불안, 그리고 학교 폭력과 따돌림 문제 등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있는 청소년들이 아직 많아요.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청소년상담사 직업은 우리 사회에서 왜 필요할까요?
청소년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문제는 오히려 심각해졌어요. 위기청소년 비율이나 우울·스트레스 수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거든요. 이런 걸 보면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을 제대로 지탱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를 빨리 치료한다면 이 아이들이 자라서 생길 수 있는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미리 막을 수 있겠죠. 이처럼 청소년상담사는 청소년들이 건강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돕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래의 청소년상담사를 꿈꾼다면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타인과의 상담을 잘하려면 일단 상담을 많이 받아봐야 해요. 사소한 문제라도 괜찮습니다. 내가 힘들 때 상담을 받아야 나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답니다. 또, 학교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같은 기관에서는 또래 상담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또래들의 고민이나 문제 해결에 노력하면서 이 직업을 직접 경험해보세요. 가장 중요한 건 상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거예요. 상담을 받는 행위는 무엇보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입니다. 혹시 아침에 일어나서 조깅하고 헬스장에 가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하나요? 마찬가지로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절대 문제가 있거나, 이상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마음의 스트레칭, 또는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가볍게 상담실의 문을 두드려주길 바랍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다 청소년상담사 톺아보기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의 구석구석을 함께 둘러보자.
상담치료
‘상담’을 떠올리면 테이블에 마주 앉아 딱딱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생각난다고? 그것은 크나큰 오해. 귀여운 인형이 가득한 소파에 앉아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날씨가 좋으면 야외 벤치에서 상담할 수도 있어.
단, 개인 상담을 할 때는 넓은 공간보다는 좁은 공간에서 상담받는 사람이 안락함과 편안함을 느낀다고 해.
대안교실 및 활동 프로그램
디딤센터에서는 청소년들의 학습권을 보장 하기 위해 대안교실에서 창의적 수업이나 인성교육을 하고 있어. 또, 원예치료, 음악치 료, 목공체험, 바리스타체험 등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찾 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이 있지. 물 론 상담사들이 모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청소년들의 활동에 함께하며 친밀감을 쌓아가고 있어.
청소년들이 학교에서‘만’ 생활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청소년지도사는 학교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넓은 세상에서 10대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직업이다. 때로는 인생 선배처럼 고민의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때로는 친구처럼 청소년과 눈을 맞추고 관심과 사랑을 베푸는 청소년지도사는 무슨 일을 할까?
청소년들의 놀이터, 그리고 꿈의 무대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열리는 곳이 청소년 시설이다. 청소년 활동시설의 종류는 규모와 목적에 따라 차이가 있다. 먼저, 청소년수련원은 숙박할 수 있는 생활관과 수련을 위한 설비를 갖춘 곳으로, 주로 학급 또는 학교 단위의 단체를 대상으로 청소년 지도를 담당한다. 지자체에 거주하는 다양한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은 청소년수련관이다. 비슷한 의미로 청소년문화의집은 읍, 면, 동에 1개소 이상 설치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비교적 소규모의 시설로 문화체험, 학교 연계 사업 등이 이루어진다. 청소년 마음의 안식처, 누구나 편안하게 ‘아지트’처럼 들러 꿈과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한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청소년 활동시설에 근무하며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바로 청소년지도사다.
이들은 청소년 활동을 전담하며 청소년의 잠재 능력과 사회 적응 능력을 키우고, 청소년 복지와 권리를 확대하는 일을 한다.
청소년 현장의 ‘올라운더’
청소년지도사의 주요 업무는 청소년들의 욕구를 파악해 그것에 맞게 활동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관심이 높은 최신 트렌드를 눈여겨보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뿐만 아니라 예산을 확보해서 활동에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외부 강사나 전문가를 섭외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한다. 또, 참여 청소년을 모집하기 위한 홍보 활동도 하며,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 진행 과정을 점검한다. 끝으로 참여자들의 만족도 조사와 효과성 검증을 마쳐야 한다. 따라서 청소년지도사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적절한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짜는 기획가, 청소년 시설의 홍보마케팅에 힘쓰는 마케터, 청소년들을 이끌고 지도하는 진행자 역할까지 다재다능함을 겸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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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지도사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있는 그대로 빛나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존재가 바로 청소년 동작청소년문화의집 임선정 청소년지도사
‘청소년도 시민이다!’ 동작청소년문화의집은 이 슬로건을 내걸고 자치, 참여, 체험을 통해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작은 것으로부터 변화를 이끄는 공간이다. 청소년들의 꿈과 열정이 가득한 이곳을 찾아 ‘2021 서울특별시 시민상 청소년지도사 부문 대상’을 수상한 임선정 청소년지도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청소년지도사라는 진로에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꿈을 이루셨는지 궁금해요.
고등학생 시절 ‘나는 뭘 잘할까?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고민을 했는데, 제가 유독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공감능력과 사회성이 좋은 편이었고, 반에서 도움이 필요한 친구에게도 먼저 손을 내밀곤 했거든요. 당시 <이경규가 간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였는데,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신분증을 확인하고 청소년들에게 주류나 담배를 팔지 않는 가게를 찾아 양심가게 간판을 걸어주는 내용이었죠. 그때 어린이와 어른의 중간 시기인 ‘청소년’의 의미를 자세히 알게 됐어요. 사회복지 분야나 사람과 관계 맺는 일을 하고 싶었던 저는 그 계기로 청소년 관련 학과에 진학했고, 전공을 살려서 청소년지도사로 일하게 됐어요.
이곳에 왔을 때 ‘아무거나 코너’가 눈에 확 띄었어요.(웃음) 여기에 그려진 것들이 전부 청소년들이 기획한 활동인가요?
그렇습니다. ‘아무거나 프로젝트’는 청소년이 정말로 ‘아무거나’ 자신들이 하고 싶은 무엇인가를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며, 평가와 정산까지 참여하는 동작구의 대표적인 청소년 자치 활동이에요. 예를 들어 독도 이슈를 지속적으로 알리거나 친환경 제품을 홍보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를 찾아가 인터뷰하고 책으로 펴내는 일을 하면서 ‘무명 독립운동가 인싸 만들기’라는 재밌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청소년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주도적으로 꾸려나가며 사회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2년 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대면활동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잖아요. 청소년들과 누구보다 가까이서 소통해야 하는 청소년지도사에게는 이 상황이 위기로 다가왔을 것 같아요. 과연 어떤 방식으로 고난을 극복하셨는지 궁금해요.
코로나19 이후로 많은 청소년지도사가 정말 ‘멘붕’을 겪었어요. 청소년들과 피부를 맞대고 함께하는 것이 바로 이 직업의 큰 매력이거든요. 예전에는 당연하게 대면으로 진행했던 프로그램이 이제는 비대면으로 전환될 만큼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갑자기 새로운 기술과 콘텐츠를 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무력감에 손을 놓고 있기도 했죠. 지금은 대면과 비대면 활동을 조화롭게 진행하고 있고,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대면사업을 조금씩 확대하려고 해요. 평소 시설에 찾아오기 어려웠던 청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자치기구를 조직하고 문화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대면 활동도 나름의 장점이 있더라고요. 특히나 요즘 청소년들은 온라인 영상 플랫폼이나 가상환경에서 소통하는 것이 더 익숙한 세대라, 화상교육이나 회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생각해요.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사업인 ‘아무거나 프로젝트’는 동작구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동작청소년문화의집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동작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들이 ‘온새미로 독도’ 프로젝트를 진행한 모습.
위기를 기회로 만드셨군요!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서울특별시 시민상 청소년지도사 부문 대상’을 수상하셨어요.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해마다 저와 함께했던 청소년들과 청소년지도사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20년 동안 현장에서 수많은 청소년을 만나왔는데 시민상 수상을 통해 청소년지도사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격려받는 기분이라 무척 기뻤어요. 학교연계, 체험활동, 자원봉사, 지역사회 네트워크, 복지 프로그램 등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이 주는 큰 선물 같았다고 할까요? 저는 저의 직업을 소개할 때 ‘청소년들의 꿈을 그리는 긍정촉진 활동가’라고 표현하는데요, 청소년을 항상 살피고 격려하며 그들이 잠재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뜻이랍니다.
20년 차 청소년지도사로서 우리 시대의 ‘청소년’을 어떻게 정의하시는지 궁금해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한 존재요. 청소년 시기에는 누구를 만나고 어떤 경험을 하느냐, 즉 어떤 그릇에 담기는지에 따라 인생이 다르게 펼쳐져요. 그래서 청소년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뒷받침해주는 조력자가 필요해요. 그 역할을 청소년지도사가 할 수 있다고 믿고요. 공부가 다가 아닌, 다른 방향의 길을 덜 힘들게 찾아가도록 도와줄 거예요. 그래서 청소년 시설에서 다양한 인생 경험을 펼치는 청소년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어른이 되고자 해요. 청소년은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존재니까요.
마지막으로 아무거나,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청소년수련관, 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청소년단체 등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공공 서비스나 좋은 프로그램이 많이 있으니 먼저 내 손으로 찾아봤으면 해요. 특히 청소년지도사가 꿈이라면 청소년 현장에서의 경험치는 필수! 봉사활동이나 실습을 반드시 해봐야 해요. 실제로 경험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온도차는 크거든요. 청소년지도사가 되기 위한 ‘필살기’도 필요한데요, 가령 디지털 능력을 키워서 청소년의 하루를 브이로그로 꾸며 유튜브를 운영하는 방식 등 자신만의 독특한 기본기를 다져보세요. 여러분 모두 스스로를 믿고 꿈의 날개를 열어놓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