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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멘토링

[더블멘토링] 음표로 말하는 사람들 현대음악 작곡가

글 이수진 ● 사진 최성열

더블멘토링 2

이달의 의뢰인

이름 이수민

소속 영덕고등학교 2

장래 희망 작곡가

더블멘토링 1

대학생 멘토

이름 이강혁

소속 국민대학교 작곡과 3

장래 희망 작곡가

더블멘토링 3

직업인 멘토

이름 이은지

직업 작곡가

 

※ 이수민 멘티

나는 어릴 때부터 좋은 노래를 들으면 따라 부르거나 피아노로 연주해보는 걸 좋아했어. 초등학교 때는 피아니스트의 꿈을 잠시 가진 적도 있지만 학업에 집중하다 보니 음악 계열의 직업을 선택하겠다는 생각이 점차 옅어졌지. 그래서 작년까지만 해도 국어 교사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어. 언어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고2를 앞두고 문득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국어 교사일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더라.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용기를 내서 다시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했어. 음악은 가장 아름다운 언어 같아. 나도 나만의 멋진 언어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작곡가가 되고 싶어. 또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엿듣는 것 같아서 굉장한 짜릿함을 느껴. 고2 때부터 시작해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 그래서 이번에 클래식 작곡가를 만나 면 작곡과에서 공부한 후 나아갈 수 있는 진로가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

 

다양한 곡을 들으며 풍부한 음악 지식을 쌓아보세요

 

이수민 멘티(이하 수민) ─ 안녕하세요. 클래식 음악을 포함한 모든 음악을 사랑하는 이수민입니다. 작곡과에 진학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궁금한 게 많은데 잘 부탁드립니다.

 

이강혁 멘토(이하 강혁) ─ 안녕하세요. 국민대 작곡과 3학년 이강혁이에요. 저는 영화음악이 좋아서 작곡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수민 ─ 저도 영화, TV 프로그램,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어울릴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강혁 ─ 저는 어릴 적부터 영화음악을 많이 들었는데 알 수 없는 소리들이 한데 모여 아름다운 음악이 되는 게 놀라웠어요. 저도 그런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죠. 주변에서 예술은 학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했지만 제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작곡과에 진학했어요.

 

수민 ─ 저도 뒤늦게 작곡을 공부해야겠다고 용기를 냈는데, 선배와 공통점이 있네요. 작곡과에 진학하면 어떤 공부를 하게 되는지 너무 궁금해요.

 

강혁 ─ 신입생 때는 16세기 대위법과 작곡 기초이론을 배워요. 2학년이 되면 현대 화성, 18세기 대위법, 음악 형식과 분석, 악기론 등을 공부하고요. 3학년 때는 음악 소프트웨어, 관현악법, 비조성 음악 분석과 같은 심화 과목을, 4학년은 음악치료, 편곡법 등 작곡의 다양한 분야를 배우죠. 또 작곡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강의 중 하나는 연주 수업이에요. 작곡과 학생들은 이 수업 때 방학 동안 작곡한 곡을 연주하며 작곡가로서의 실전 경험을 쌓아요. 이때 교수님과 수업을 함께 듣는 학생들에게 아쉬운 점과 잘한 점 등에 대한 평가를 받죠. 중간·기말 고사 때는 학년별로 주어진 과정에 따른 과제 곡을 제출하는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매주 교수님께 레슨을 받으며 제출하는 데다 이 과정을 거치면 작곡 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거든요.

 

수민 ─ 선배는 어떤 과목을 가장 좋아하세요?

 

강혁 ─ 특정 과목을 콕 집어서 말하기가 어렵네요.(웃음) 작곡과 수업 대부분이 음악 감상을 자주 해요. 이때 좋은 곡을 새롭게 알게 되거나 언뜻 들었지만 제목을 몰랐던 곡에 대해 배울 수 있죠. 이 순간이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또 수업 과정 중에 작곡 관련 기술을 배울 때 짜릿해요.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더 나은 방향의 작곡을 할 수 있으니까요.

 

수민 ─ 수업을 들으면서 힘든 적은 없었나요?

 

강혁 ─ 작곡과에는 무궁무진한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많아요. 그중에서도 유난히 특출난 친구들이 꽤 있어요. 저는 학과 수업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바쁘고 벅찬데… 이 친구들과 비교하면 제 자신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힘이 들죠. 이 부분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이지만 열심히 해서 잘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수민 ─ 혹시 작곡가가 되기 위해 수업 외에 다른 활동도 하고 계신가요?

 

강혁 ─ 아직은 대학 생활이 바빠서 특별한 활동을 하지는 않아요. 학교에서 하는 공부가 모두 작곡가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 충분한 것도 있고 저 같은 경우는 작곡을 공부하기 위해 삼수를 했어요. 입시를 준비하던 그 모든 시간이 저만의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수민 ─ 입시 준비하면서 이게 좀 힘들더라고요. 화성학과 피아노곡 작곡은 어떤 방식으로 훈련해야 할까요

 

강혁 ─ 화성학 공부는 하루에 소프라노, 베이스 각각 한 문제씩 풀었어요. 곡도 가능하면 하루에 한 곡씩 쓰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작품을 많이 완성할수록 실력이 향상된다는 걸 느낄 거예요. 최대한 다양한 모티프를 활용해 곡을 많이 쓰는 것도 추천해요. 그래야 레슨 받을 때 배울 내용이 많고, 무엇보다 곡 쓰는 속도가 빨라져요. 화성학도 많이 풀면 풀수록 진행 방향에 대한 생각이 넓어져요. 규칙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곡을 쓸 수 있죠. 중요한 건 문제를 풀고 곡을 쓰는 공백을 최대한 줄이는 거예요.

 

수민 ─ 날마다 곡을 쓰며 공백을 줄이는 게 중요하군요. 그런데 선배는 어떤 작곡가가 되고 싶으세요?

 

강혁 ─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곡가가 되고 싶어요. 누구나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곡을 만들잖아요. 그런데 그 곡이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도 들려면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돈을 많이 벌고 유명세를 타는 것도 좋지만 좋은 곡을 써서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곡가가 되고싶어요. 하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내가 작곡한 곡을 스스로 만족하며 들을 수 있다면 행복한 작곡가라고 생각해요. 수민 학생은 어떤 작곡가가 되고 싶어요?

수민 ─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곡가, 정말 멋지네요! 저는 선대의 작곡가들이 남긴 작곡 기법, 화음 등을 능숙하게 응용할 수 있는 작곡가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듣는 것만으로도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인상적인 곡을 만들고 싶어요. 또 영화나 TV 프로그램,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잘 어울리는 음악도 만들고 싶고요.

 

강혁 ─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곡을 작곡하고 싶은 수민 학생의 꿈을 응원해요!

더블멘토링 4

다양한 악기를 만지며 소리를 연구해보세요

이은지 멘토(이하 이 멘토) ─ 두 친구 모두 작곡가를 꿈꾼다고 들었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수민 ─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클래식 작곡에 대해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이 시간을 기다렸어요. 멘토님은 어떤 곡을 작곡하시나요?

 

이 멘토 ─ 현재 클래식 작곡을 한다는 건 현대음악을 작곡한다는 거예요. 현대음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베토벤, 슈만, 바그너 등의 작곡가들이 만든 클래식 음악과는 조금 다르죠. 미술로 예를 들어볼게요. 인상파 미술가인 모네, 표현주의 미술가 뭉크 등과 현대 미술가인 잭슨 폴록은 느낌이 다르잖아요.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작곡과 입시를 준비하며 만나는 클래식 음악과 작곡과에 들어와서 만나는 현대음악은 형식이나 분위기가 전혀 다를 거예요. 수민 학생이 작곡 과에 들어와 배우게 될 음악은 현대음악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러나 현대음악도 역시 클래식 음악 범주에 속해 있어요.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외국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돌아온 분들은 전부 현대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수민 ─ 현대음악을 하는 분 중에 대표적인 분이 누가 있을까요

 

이 멘토 ─ 국내에서는 진은숙 선생님이 가장 유명해요. 조금 더 연배가 있는 분으로 박영희 선생님이 계시죠. 현대음악이라는 말이 낯설 수 있는데 우리가 익숙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게 영화음악이에요. 히치콕 영화를 보면 긴장감을 높이고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빠빠빠빠’ 이런 음악이 나와요. 이런 방식이 현대음악에서 자주 쓰이는 클리셰*예요. 현대음악을 잘 모르고 들으면 공포 음악 같다는 말을 해요. 그러나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음악이라 친근하기도 하죠.

 

강혁 ─ 계속 클래식 음악만 공부하다가 대학에 들어오니 선배들이 전부 현대음악으로 곡을 쓰더라고요. 작곡과에 처음 들어왔을 때 가장 당황했던 게 이거였어요. 입시 준비할 때는 접해보지 못했던 음악이었으니까요.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로 현대음악을 들으면 이게 음악인가 싶은 생각이 먼저 들어요. 여태껏 클래식 음악만 해와서인지 수업 들을 때 괜히 반발감이 생길 때도 있고요.

 

이 멘토 ─ 참 안타깝죠. 외국은 어릴 때부터 음악을 접하는 환경이 많기 때문에 현대음악에 대한 지식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테면 무조음악*을 작곡하는 쇤베르크 같은 사람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반감이 없어요. 음악을 폭넓게 접하면 바흐 다음에 모차르트, 그 다음에 베토벤, 슈만, 바그너로 이어져서 자연스럽게 현대음악으로 오는데 우리나라는 베토벤과 슈만까지 배우고 몇 백년을 뛰어넘으니까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죠.

 

강혁 ─ 요즘은 괜찮아졌는데 무조음악을 처음 배울 때는 정말 충격이었어요.

 

이 멘토 ─ 쇤베르크도 잘 들어보면 처음에는 낭만파 음악가인 바그너 같아요. 그림에서 추상화도 처음에 보면 어떤 게 잘 그린 그림인지 구분하기 어렵잖아요. 무조음악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계속 듣다 보면 음악적인 것과 음악적이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어요.

 

수민 ─ 아, 그렇다면 미리 무조음악에 대해 공부해야겠네요. 그런데 멘토님은 어떤 계기로 작곡가가 되셨어요

 

이 멘토 ─ 저도 여러분처럼 작곡 공부를 조금 늦게 시작했어요. 고3 때부터 했죠. 예술 고등학교가 아닌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닌 데다 부모님은 작곡가 되는 것을 말리셨어요. 작곡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제 안에 창조적인 에너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 에너지를 잘 쓰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죠. 중학교 때 취미로 피아노를 배웠는데 선생님이 작곡과에 가보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셨어요. 아마 피아노 선생님이 아닌 미술 선생님이나 그 외에 창의적인 일을 하시는 분을 만났더라면 그 일을 했을지도 모르죠.

 

수민 ─ 독일로 유학을 다녀오셨다고 들었어요. 작곡을 하려면 유학을 꼭 가야 하나요?

 

이 멘토 ─ 제게 유학 과정은 나만의 작업 스타일을 찾는 시간이었어요. 작곡과가 있는 대학마다 커리큘럼은 다르겠지만, 보통 위클리라는 정기 연주회가 있어요. 한국에서 위클리를 할 때는 빨리 진행해야 했고 약간 타성에 젖어서 작곡을 할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독일에서 위클리를 할 때는 제 곡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할 수 있었어요. 다양한 연주자와 많은 작업을 했기 때문이죠. 연주자들과 만나같이 작업하면서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 고치는 과정을 거치면서 악보를 기록하는 기보법도 전문적으로 익힐 수 있었고요. 또 다양한 민족이 있기 때문에 음악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어요. 한국도 진은숙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아르스 노바’* 같은 음악회가 있지만 독일은 현대음악을 접할 수 있는 음악회가 훨씬 많아요.

* 아르스 노바 : 14세기 프랑스 음악 전반의 새 경향이다. ‘새로운 기법’, ‘새로운 예술’이라는 뜻으로 국내에서는 서울시향에서 주최하는 현대음악 축제 프로그램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수민 ─ 하나의 곡을 완성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해요.

 

이 멘토 ─ 곡을 작업하는 과정은 프로젝트나 소재에 따라 달라요. 작곡을 할 때는 소재를 정하는 게 중요한데, 저는 언어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얼마 전에는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의 시를 바탕으로 작곡을 했어요. 시 읽는 소리를 늘려 음악을 만든 거죠. 시각적인 소재에도 관심이 있는데, 요즘에는 홀로그램에 빠졌어요. 홀로그램이 나타내는 빛을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하죠. 소재를 정했다면 주법이나 구조에 대해 생각해요. 구조는 모눈종이에 저만 알아볼 수 있게 리듬을 표시한 뒤 컴퓨터로 옮기죠.

 

작곡은 자신을 계속 발전시키고 새로운 걸 배우는 일이에요

 

수민 ─ 작곡과를 졸업하고 진출할 수 있는 진로가 궁금해요.

 

이 멘토 ─ 저처럼 작업을 하는 사람은 한 학번에 2명 정도가 평균이에요. 동기나 선배들을 보면 작곡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기도 해요. 저희 과 선배의 경우 음악방송 라디오 피디를 하고 있어요. ‘브라운 아이즈’의 윤건 씨처럼 대중음악 작곡가를 하는 경우도 있고요. 또 음악 선생님을 한다거나 개인 레슨을 하는 경우도 있죠. 요즘은 음악치료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직접적으로 연관은 없지만 작곡이 기본이 되어 다양한 일을 하고 있죠. 근데 대중음악이나 음악치료의 경우 꼭 작곡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수민 ─ 작곡과를 기반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있네요. 멘토님은 작곡가로 살며 언제 가장 기뻤나요?

 

이 멘토 ─ 작곡은 자기 자신을 계속 발전시키고 새로운 걸 배워야 하는 일이에요. 그런 일을 하고 싶은 제게 참 적합한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곡을 쓸 때마다 ‘내가 완성할 수 있을까’, ‘못 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결국 완성하면 성취감이 크죠. 또 작곡은 어떤 면에서 상상의 결과물인데, 머릿속으로 그린 게 현실에서 잘 맞아떨어져 결실을 맺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강혁 ─ 작곡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나요?

 

이 멘토 ─ 항상 그만두고 싶어요.(웃음) 제게 작곡은 늘 어려워요. 아마 모든 예술가가 비슷한 생각을 할 거예요. 우리가 음악사 책에서 만난 대가들도 비슷한 마음이었을 거라 생각하고, 특히 자신이가진 최대치의 능력을 쏟아낸 사람은 더 힘들 수 있어요. 명작을 낸 사람은 그다음에도 명작을 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죠. 이런 마음은 작곡가로 성공한 것과 관계없다고 생각해요.

 

강혁 ─ 그럼 작곡을 하다 벽에 부딪혔다고 생각할 때 어떻게 극복하나요?

 

이 멘토 ─ 곡이 안 풀릴 때가 있어요. 내가 쓰는 곡인데도 앞이 안보이죠. 그럴 때는 프로젝트에 집중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끝나있어요. 프로젝트 완료라는 목표가 눈앞에 있으니까 따라간 거죠. 프로젝트 종료일이 어려움 속에서도 곡을 완성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 같아요.

 

수민 ─ 저는 작곡과 입시를 준비하면서 베토벤을 가장 많이 접하고 있어요. ‘월광 소나타 3악장’이나 ‘열정 3악장’처럼 빠르고 강렬한 소나타는 들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어요. 또 ‘월광 1악장’이나 ‘19번 소나타 1악장’같이 느리고 묵직한 곡은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을 보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 밖에 라벨, 브람스도 정말 좋아하는데, 멘토님은 어떤 작곡가를 가장 좋아하세요?

 

이 멘토 ─ 좋아하는 작곡가를 말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에요. 고전음악에서 굳이 꼽으라면 베토벤, 브람스, 바흐를 좋아하죠. 현대음악은 너무 많아서 한 사람만 꼽기가 어려워요. 저는 무게감 있는 곡을 좋아하는데 그런 면에서 독일의 작곡가 헬무트 라헨만이 좋아요. 지금은 작곡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정말 깊이 있는 곡을 쓰시는 분이죠. 그 외에 약간 선구자적인 성격의 자기 세계를 구축한 작곡가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더블멘토링 5

수민 ─ 작곡가를 꿈꾸는 학생이 청소년 시절에 경험하면 좋을 활동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이 멘토 ─ 모든 음악적인 활동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뮤지컬 동아리에서 활동하거나 합창 대회에 나가는 것도 좋은 활동이에요. 작곡과 입시에서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음악을 접해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대학 가기 전에 다양한 음악을 접하면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작곡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수민 ─ 다양한 음악을 듣는 것 외에 작곡가에게 꼭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이 멘토 ─ 제 생각에는 잘하는 것보다 열정을 지속시키는 힘을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경험을 쌓고 나이가 들면 처음의 열정이 식고 흥미가 없어지면서 예술가로서의 한계에 부딪힐 수 있거든요. 그때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멈춰버리는 수가 있죠. 왕성하게 활동하는 대가들은 지속적으로 작곡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어요. 음악적인 소질이나 재능을 가진 사람은 정말 많아요. 하지만 계속해서 잘할 수 있는 힘을 유지하는 사람은 별로 없죠. 저는 열정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힘을 갖는 것도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강혁 ─ 작곡가로서 앞으로의 꿈이 궁금해요.

 

이 멘 ─ 저 역시 나이가 들고 예술가로서 벽에 부딪혔을 때 잘 견뎌내고 싶어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열정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계속 영감을 줄 수 있는 연주자들과 함께 작업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음악을 듣는 것도 무척 중요하고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을 때 내가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발전할 수 있고 작곡에 대한 열정도 지속시킬 수 있는 것 같아요. 작곡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는 작곡가가 되고 싶어요.

더블멘토링 6

 ● 대학생 이강혁 멘토의 한마디

이 곡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생각해보세요

작곡과에서 중요한 강의 중 하나는 연주 수업이에요. 작곡과학생이라면 이 수업 때 방학 동안 작곡한 곡을 실제로 연주하며 작곡가로서의 실전 경험을 쌓아요. 클래식 음악에 대한 방대한 지식은 작곡과에 들어와서도 큰 도움이 돼요. 주변에 곡을 들었을 때 작곡가 이름과 곡 제목을 바로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데 이전부터 음악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더라고요. 진학을 위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이 곡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작곡가 이은지 멘토의 한마디 

“다양한 악기를 만지며 소리를 연구해보세요”

이론적으로 악기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만져보고 다뤄보는 것이 중요해요. 실제로 만져보지 않으면 말이안 되게 써놓을 수 있고 말이 되더라도 음악적이지 않은 곡이 나올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특정 악기를 굉장히 잘할 필요는 없어요. 특정 악기 곡만 쓸 게 아니잖아요. 저는 작곡을 하기 전에 플루트나 클라리넷,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를 만져보는 편이에요. 이런저런 악기를 만져보며 소리를 듣고 연구해보세요.

공간을 채우는 예술 실내건축디자이너

같은 공간을 전혀 다르게 꾸며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박정한, 엄재용 학생(서울디자인고 3)은 실내건축디자이너를 꿈꾸고 있다.

졸업을 1년 앞두고 인테리어디자인과 대학생 선배와 실내건축디자이너를 만나 진로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나누었다.

글 강서진·사진 이동훈

더블2

 

 

 멘티 수정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는 편안한 공간 만들고 싶어

박정한─ 어릴 때, 화가인 외할아버지와 시골에서 함께 살았어. 틈만 나면 할아버지를 따라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마다 예쁜 집을 꼭 그려 넣었지. 어디에나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이 있기를 바랐거든. 그래서 나만의 유일한 휴식처이던 방 안을 꾸미는 데도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 나중에 어른이 되면 안락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해왔지만 그게 어떤 일인지는 잘 몰랐어. 그러다 중3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쯤 디자인고등학교와 그곳에 건축디자인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 실내 설계에 대해 배운다는 걸 알고는 내가 원한 게 바로 이거다 싶었지. 그래서 서울디자인고에 입학했고, 건축디자인 공부가 적성에 맞아서 너무 재미있어. 하지만 졸업을 앞두니 대학에 꼭 가야 하는지 고민돼. 졸업하고 나면 바로 취업을 하고 싶거든. 멘토님들을 만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물어봐야겠어.

뚝딱뚝딱, 주변 공간을 바꾸는 일이 너무 재밌어

엄재용─ 나는 자동차를 유독 좋아했어. 초등학생 때부터 자동차 디자인 도면을 만들겠다며 그림을 그렸으니까. 손재주가 있는 편이어서 무엇이든 뚝딱 조립하고 만드는 것도 잘했지.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딱히 좋아하는 게 생기지 않더라고. 중3 때쯤, 앞으로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서울디자인고 선배들이 학교 홍보를 하러 찾아온 거야. 그때 건축디자인과 얘기가 귀에 쏙 들어왔어. 공간을 설계하는 일이 재밌어 보이고, 적성에도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때부터 건축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그런데 고3이 되니까 진로가 너무 고민돼. 실내 디자인이 재미있지만 건축 시공 분야도 끌리거든. 1년 넘게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어. 멘토님들의 조언을 듣고 명쾌한 해답을 얻을래.

디자인 감각은 기본, 건축공학을 알면 유리해 

 박정한 멘티(이하 정한)─ 안녕하세요. 같은 전공을 공부하는 대학생 선배를 꼭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보게 돼서 좋아요.

엄재용 멘티(이하 재용)─ 대학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는지 너무 궁금해서 선배님을 만나고 싶었어요.

임선우 멘토(이하 선우) ─ 나도 두 친구를 만나서 반가워요. 그런데 고등학교에도 건축디자인과가 있다는 걸 몰랐네요. 입학하는 데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정한 ─ 디자인고등학교들의 입학 전형이 비슷한 걸로 아는데, 우리학교는 내신 성적을 평가하는 일반전형과 작품을 평가하는 특별전형으로 구분해 학생을 선발해요.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손으로 그린 그림을 제출해 특별전형으로 입학했고요. 아, 특별전형은 면접도 봐요.

선우 ─ 입학전형이 대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네요. 대학의 디자인 계열 학과는 보통 정밀 묘사 같은 실기시험을 치러요. 내신 성적을 평가하지만, 실기시험 점수 비율이 훨씬 높죠. 학교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하기도 하고요. 고등학교 때 입학전형을 경험해봤으니 대학 입시 준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겠네요. 건축디자인과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나요

재용─ 설계와 시공같이 기본적인 건축 기술을 배우고 리모델링이나 가구 디자인, 실내 장식, 색채 관리 등 디자인과 관련된 공부를 중점적으로 해요. 손으로 설계 도면을 그리는 손 제도와 목공 기술을 익히고 포토샵과 캐드 같은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도 배우죠. 3학년 때는 실내건축기능사 자격증을 따는 데 도움이 되는 과목 중심으로 공부하고요. 또 졸업 작품도 만들어야 해서 하교 후에도 학교에 남아 늦게까지 작업하는 편이에요.

정한 ─ 학년이 올라갈수록 일반 과목보다는 전공과목을 더 많이 배워요. 그리고 1학년 때부터 목공반, 가구반, 제도반 같은 기능반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적성에 맞는 분야를 더 깊이 배울 수도 있고요. 저는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을 다루는 게 재미있어서 입체 도면을 만드는 3D MAX 프로그램 반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선우 ─ 와, 대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별반 다르지가 않네요. 어쩌면 나보다 전공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재용 ─ 에이, 그럴 리가요. 대학에서는 배우는 과목이 더 다양하고 깊이 있게 공부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요즘 대학을 가야 할지, 그냥 취업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서 학과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요.

선우 ─ 건축디자인과 관련된 학과들은 인테리어 디자인, 실내건축 디자인 등 대학마다 학과명이 조금씩 다르게 개설돼 있어요. 과목 커리큘럼도 약간씩 차이가 있고요. 하지만 건축디자인과 관련된 공간 제도 기법, 실내 재료, 색채와 같은 핵심 과목은 어느 학교에서나 똑같이 배울 거예요. 우리 학교는 졸업 후 진로와 전문 분야를 크게 네 개로 구분해 각 분야에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구성돼 있어요. 건축 설계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전시와 진열 디자이너, 실기교사, 3D 모델링 전문가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과목을 배우죠.

정한 ─ 진로 분야가 생각보다 다양하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과목들을 배우는지 궁금해요.

선우─ 건축 설계, 인테리어 디자인과 관련한 과목으로는 기초제도 및 표현기법, 조형론, 실내계획론, 실내재료학, 조명디자인 등이 있어요. 공간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데 필요한 공부를 하죠. 캐드, 포토샵, 스케치업 등 여러 건축 설계 프로그램을 다루는 법을 배워서 설계나 디자인 아이디어를 도면으로 나타내는 실습도 해요. 전시와 진열 디자인 관련해서는 색채와 재료를 응용하는 실습을 하고요.

재용 ─ 학과에 실기교사와 관련된 과목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선우 ─ 교육학개론과 실기교육방법론을 배우고 실기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전문 교과목을 가르치는 교사가 될 수도 있어요. 두 친구가 다니는 건축디자인과 선생님이 되는 거죠.

정한 ─ 재미있는 수업과 힘든 수업을 꼽는다면 어떤 과목인가요

선우 ─ 음, 개인적으로는 공간 데커레이션 과목을 제일 좋아해요. 특정 장소에 어울리는 콘셉트를 정해서 공간을 꾸며내는 법을 배우는데, 공간의 세세한 구조는 물론이고 가구나 소품, 색채 등 알아야 할 게 많아요. 그만큼 자료 조사를 많이 해야 하지만 더 폭넓은 분야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죠. 그런데 공간을 설계할 때 필요한 자재와 물품을 정해진 예산에 맞게 구성해야 하는 게 힘들어요. ‘시공적산’이라는 수업에서 이런 내용을 배우는데, 건축물을 지을 때 면적이나 길이를 계산해 필요한 물량을 산출하는 거예요. 수학적인 지식이 필요하죠. 저는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도 어려워하는 편인데, 그러고 보니 이공계열 과목에 약하네요.(웃음)

재용─ 저도 시공적산을 배운 적이 있는데 진짜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시공 분야엔 관심이 많아요. 내년에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을 할지, 대학에 입학할지 고민인데 학과에서 취업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도 있나요?

선우 ─ 학과 공부를 하다 보면 학생들마다 선호하는 분야가 생겨요. 3학년 때는 학기마다 현장 실습 과목이 있어서 실무를 경험하며 자기 적성을 찾기도 하고요. 또 우리 학과는 3학년 여름방학 때 인테리어와 관련된 회사에서 한 달 정도 실습한 경험이 있어야 졸업이 가능해요. 학생들의 실무 능력을 키우려는 제도인데, 실제로 실습한 회사에 입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또 학과와 연계되어 있는 회사에 취업하기도 하고 교수님과 졸업한 선배들에게서 취업할 곳을 추천받기도 해요. 학생들이 수월하게 취업할 수 있도록 학과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편이지만, 학생들 스스로도 공모전 준비나 자격증 공부 등 취업에 필요한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죠. 무슨 일이든 자기가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는 것 같아요.

정한─ 선배님 얘기를 듣고 나니 인테리어디자인과에 대해 충분히 알겠어요. 대학 생활에도 관심이 더 생겼고요. 인테리어와 관련된 학과가 어느 대학에 있는지 꼼꼼히 알아봐야겠어요.

선우─ 다행이에요. 제가 다니는 곳이 여학교라서 나중에 같은 캠퍼스에서 만날 수 없다는 게 좀 아쉽네요.(웃음) 두 친구 모두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다른 대학도 꼼꼼히 알아본 후 진학을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임선우 멘토

 화려한 스펙보다 개성 있는 아이디어를 갖춰야

이우남 멘토(이하 이 멘토)─ 여러분, 반가워요. 다들 건축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니 열의 넘치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네요.

재용─ 평소 건축디자인 회사에 꼭 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한─ 저도 곧 취업을 앞두고 있어서 실제 회사는 어떨지 궁금했어요. 와보니 너무 멋지네요.

선우 ─ 저도 빨리 이런 회사에서 일하고 싶단 의욕이 넘치는데요웃음) 멘토님은 이 일을 하신 지 얼마나 됐나요

이 멘토 ─ 한 10년 됐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재밌어요. 평면적이고 밋밋한 공간을 입체적이고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과정이 흥미롭거든요. 공간의 선이나 면을 재배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구, 조명 등 공간을 채우는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죠. 예전에는 실내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부족했는데, 이제는 전문 직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점도 뿌듯하고요.

재용 ─ 실내 디자인을 하는 사람을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고 하기도 하고 실내 디자이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어느 게 정확한 명칭인지 궁금해요.

이 멘토 ─ 업계에서는 실내건축가, 실내건축디자이너라고 불러요. 실내 공간을 설계할 때 예술성과 조형미를 나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수도나 전기 같은 건축물의 기본 시설을 고려하면서 디자인해야 해요. 면적에 따라 필요한 자재의 양도 가늠할 수 있어야 하고요. 또 사람이 생활하기에 편리한 구조로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에 건축과 시공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죠. 그래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실내 디자이너라고 하기보다는 ‘건축가’의 개념을 접목한 실내건축가, 실내건축디자이너라고 부르는 게 좋아요.

정한─ 네, 알겠습니다. 학교에서 실내건축을 배우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어떤 순서로 작업이 진행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 멘토─ 먼저 실내건축 작업을 의뢰한 사람을 만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해요. 디자인 작업을 진행할 현장 구조가 어떤지도 꼼꼼히 살펴보고요. 그런 다음 의뢰자의 요구 사항과 현장 상황을 적절히 고려한 디자인 구상안을 그려 의뢰자에게 보여주죠. 이때 구상안과 비슷한 실제 사례나 사진 등의 자료를 조사해서 보여주기도 하고요. 구상안에 대해 의뢰자와 의견을 조율하고 나서 구상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구체적인 디자인 설계 도면을 작업합니다. 설계 도면이 완성되면 공사를 진행할 시공 담당자에게 설계 도면의 내용과 요구 사항을 전달하고요.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는 때때로 현장에 찾아가 공사 진행 상황을 검토해요.

선우─ 작업 과정에서 의뢰자와 의견을 조율하는 일이 꽤 중요하군요.

이 멘토─ 그럼요. 이 일은 누군가로부터 제안을 받고 하는 일이에요. 일종의 서비스업이라고 할 수 있죠. 의뢰자가 실내건축 작업을 요청한다는 건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거나 현재 공간을 바꾸려고 하는 등 특정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거예요. 결국 실내건축디자이너는 의뢰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개선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러려면 의뢰자가 원하는 방향과 취향 등을 자세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의뢰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재용─ 실내건축디자이너가 일하는 곳은 주로 어디인가요

이 멘토 ─ 실내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회사 규모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고 장단점이 있죠. 회사 규모가 클수록 가구 팀, 조명 팀처럼 전문 분야가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각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지만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요. 규모가 작은 회사는 디자이너 한 명이 프로젝트 전체를 담당하거나 팀을 이뤄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반적인 작업 과정을 두루 경험하고 다양한 분야를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그만큼 일이 고된 편이에요. 업계에서 경력을 충분히 쌓고 자기만의 전문 분야와 특별한 스타일을 갖추면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도 있어요. 최근엔 1인 기업이나 학생 창업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많아져서 실내건축 전문 회사를 창업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예요.

정한─ 저는 실내건축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데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할까요?

이 멘토 ─ 실내건축디자이너를 준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격증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요. 자격증이 있으면 회사에 입사하는 데 유리할 수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실내건축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꽤 있거든요. 회사에서는 다양한 현장 경험과 풍부한 디자인 감각을 갖춘 사람을 선호하지만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신입에게 많은 능력을 기대하지는 않아요. 다만, 앞으로 디자이너로서 발전할 가능성과 열정이 있는지를 눈여겨보죠. 그래서 포트폴리오와 면접을 통해 개성 넘치는 아이디어와 독특한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해요. 학생 때 실내건축 회사에서 인턴십 활동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요. 정한이와 재용 학생은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 있나요?

재용─ 요즘 고민 중이긴 한데, 현장 경험을 빨리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 멘토 ─ 그렇군요. 제가 조언을 하자면 최소한 전문대학에서 실내건축과 관련된 학과를 전공했으면 좋겠어요. 업계 사람들 대부분이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갖추고 있고 실내건축을 전공했거든요. 물론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업계 사람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최소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학생은 이미 고등학교에서 건축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지만 대학에 가면 더 깊은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분명 많을 거예요. 특히 디자인 업계는 끊임없이 새로운 감각을 익혀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돼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대학원에서 실내건축공간디자인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답니다.

정한 ─ 네, 명심하겠습니다. 대학 진학과 취업을 두고 한참 고민했는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봐야겠어요. 진심 어린 조언 정말 감사합니다.

더블 6

 

더블 7

 

 

길게 뻗은 런웨이를 거침없이 워킹하는 모델. 꼭 무대 위가 아니더라도 모델의 곧은 자세와 당당한 표정은 언제 어디서든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것처럼 빛이 난다. 패션쇼 무대를 걸을 때 가장 설렌다는 이영연(효원고 2) 학생이 모델이란 꿈을 안고 두 멘토를 만나 진심 어린 조언을 들었다.

글 강서진·사진 오계옥·촬영 협조 YG케이플러스

 

 

내 모습을 당당히 뽐내는 모델이 될 거야!

어릴 때부터 키가 유난히 커서 모델이 되라는 말을 자주 들었어. 하지만 모델이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몰라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 푸드 스타일리스트나 비행기 승무원이 되고 싶단 생각은 짧게나마 했지만, 중학교 때까지 확실한 꿈이 없었어. 그러다 고1 때 우연히 한 사진작가의 화보 촬영 모델을 하게 됐는데 카메라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는 거야. 그때 모델에 관심을 갖고 모델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무대 위를 걷는 순간이 너무 짜릿한 거 있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당당히 내 모습을 표현하는 게 참 즐겁더라고. 지금은 패션쇼 동영상을 보면서 혼자 워킹 연습을 하고 있는데, 모델에 대해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 그래서 모델과가 있는 대학이나 전문 교육기관을 알아보지만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멘토를 만나 꼭 물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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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부터 튼튼히 다지는 게 중요해

이영연 멘티(이하 영연) ─ 안녕하세요. 동덕여대 모델과에 다니고 싶어 학교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데, 선배님을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너무 기뻐요.

안샘 멘토(이하 샘) ─ 우리 학교 학생이 되고 싶다니 나도 반가워요. 평소 궁금하던 게 있으면 뭐든 다 물어봐요. 그런데 영연이 키가 꽤 큰데, 몇 cm예요?

영연 ─ 176cm예요. 언니는요

─ 177cm예요. 우리 키가 비슷하네요.(웃음) 영연이 키 정도면 패션모델 하기에 딱 적합하니 꿈을 잘 찾았네요. 모델이 되고 싶어서 특별히 준비하거나 활동하는 게 있나요?

영연 ─ 세종대 모델 체험 오디션에서 1등 하고 나서 학교 교수님께 일대일 워킹 레슨을 받은 적이 있어요. 기초가 전혀 다져 있지 않아 많이 혼나면서 배웠는데 그때 배운 점들이 꽤 도움이 됐어요. 지금은 화보 촬영이나 패션쇼 무대에 서보고 싶어서 SNS에 제 사진을 열심히 올리고 있죠. SNS를 통해 종종 사진작가들의 화보집 촬영이나 대학생 동아리 패션쇼 모델 제의가 들어오거든요. 패션쇼 오디션 정보를 인터넷으로 알아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프로 모델로 데뷔하는 방법을 혼자 알아보는 데 한계가 있어 체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 교육기관을 알아보고 있어요. 언니는 어떻게 준비했어요?

─ 나는 모델이 되겠다는 결심을 일찍 한 편이라 예고 패션모델과에 진학했어요. 학교를 통해 사진 촬영이나 소규모 패션쇼 제의가 들어와서 실전 경험도 빨리 쌓았고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니 대학에서 배우는 모델 수업은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동덕여대 모델과에 진학했죠. 4년제 대학에서는 최초로 생긴 학과로 역사도 깊은 데다 졸업 선배 중 유명한 모델이 많거든요. 학과에서 패션쇼를 비롯해 광고나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여러 활동 기회가 많아요. 경력이 쌓이다 보니 지금은 소속사도 생겨서 일할 기회를 찾는 게 좀 더 수월해졌어요.

영연 ─ 대학을 가야 할지, 간다면 모델과를 가는 게 좋을지 고민했는데, 언니 말을 듣고 보니 관련 공부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아주 유명한 모델이 아닌 이상 패션쇼나 광고 촬영을 하려면 오디션을 봐야 해요. 이때 대부분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된 모델에게 우선적으로 오디션 기회가 주어져요. 그래서 많은 모델이 매니지먼트 회사에 들어가길 원하죠. 하지만 회사에 들어갈 때 역시 소속사 오디션을 봐야 해요. 소속사 오디션을 보려면 대학이나 예고에서 모델과를 전공하거나 모델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전문 교육기관을 거치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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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연─ 그러면 대학의 모델과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은 어떤가요?

─ 수시와 정시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요. 동덕여대의 경우 수시는 특기자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해서 지원 자격이 정해져 있어요. 슈퍼모델, 엘리트 모델 등의 대회에서 3위 이내에 입상하거나 특별상을 수상해야 해요. 혹은 패션쇼, 잡지, TV 광고 등에서 모델로 활동한 경험이 있어야 하고요. 서류에 합격하면 워킹과 포즈 등의 실기를 치르고 면접을 봐요. 정시는 수능 성적과 실기, 면접 점수로 학생을 평가하는데 수능 성적보다 실기와 면접 점수 반영 비율이 높아요. 그래서 수시든 정시든 실기와 면접 준비에 신경 써야 하죠. 워킹과 포즈는 패션쇼 영상을 유심히 보면서 따라 해보고, 면접에서 자기소개를 자신 있게 할 수 있도록 모델이 되고 싶은 이유나 목표 등에 대한 생각을 미리 정리해두는 것이 좋아요.

영연 ─ 모델과에 입학하려면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어요. 근데 모델과에서는 어떤 것들을 배워요?

─ 예고와 대학에서 배우는 과목은 거의 비슷하지만 대학 커리큘럼이 훨씬 다양하고 내용이 깊어요. 모델학, 패션마케팅, 워킹, 스타일, 인체학에 대해 공부하는데 메이크업 및 코디네이션, 사진 포즈, 워킹, 연기, 체형 관리 등 모델이 갖춰야 할 기본 자질부터 패션 산업 변천사, 브랜드 홍보 및 마케팅, 무대미술, 인체 구조, 워킹 지도 등 전문성을 키우는 과목까지 두루 다루기 때문에 졸업 후 패션 분야에서 일하거나 지도자로 진출할 자격을 갖출 수 있어요. 특히 4학년 때는 학생들이 직접 졸업 패션쇼를 제작하는데 쇼 기획부터 의상 협찬, 무대연출, 모델 경험을 하면서 패션쇼 전반에 대한 현장 감각을 익힐 수 있죠.

영연 ─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과목을 배우네요. 언니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은 뭐예요?

─ 워킹 수업이 가장 재밌으면서도 어려워요. 패션쇼 무대 위를 걷는 모델에게 워킹 실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에 어떤 과목보다 중요한 수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1/2턴, 백턴, 풀턴 등 무대 위에서 몸을 회전하고 포즈를 취하는 공식은 있지만 누구나 꼭 이렇게 걸어야 한다는 정답은 없어요. 실제로 교수님과 모델 선배마다 추구하는 워킹 방법이 다르고, 같은 워킹을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자기만의 분위기와 개성에 맞는 워킹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다고 기본적인 워킹 방법을 무시하고 걸으면 잘못된 자세가 몸에 배요. 그러면 나중에 고치기 힘들어지니 처음부터 제대로 워킹 방법을 익혀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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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개성과 매력을 찾아야

허보미 멘토(이하 허 멘토)─ 만나서 반가워요. 모델을 꿈꾸는 학생답게 두 친구 모두 키가 크네요. 일단 신체 조건은 합격~!

영연─ 와, 감사합니다. ‘합격’ 소리만 들어도 너무 좋아요.

─ 저, 기억하세요? 고등학교 때 멘토님이 학교에 와서 수업도 진행한 적 있고, 대학 선배님이기도 해서 종종 뵈었거든요.

허 멘토─ 그럼요, 당연히 기억하죠.(웃음) 샘 학생은 표정과 포즈 표현력이 좋고 이목구비가 또렷해서 인상 깊었거든요. 무엇보다 성실한 점이 좋았어요. 패션쇼나 광고 촬영은 많은 사람이 모여서 하는 단체 작업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라도 지각을 하거나 갑자기 빠져버리면 큰 차질이 생겨요. 그래서 성실함과 책임감을 꼭 갖춰야 하는데, 샘 학생은 그런 점에서 100점이에요.

영연 ─ 멘토님, 저는 몇 점이에요?

허 멘토─ 팔, 다리가 길고 마른 편이어서 신체 비율이 좋아요. 딱 봐도 모델 몸매라고나 할까웃음) 아까 워킹하는 모습을 잠깐 봤는데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서인지 표정과 포즈 표현력은 좀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도 눈빛이나 이미지가 개성 있고 강해서 좋은 모델이 될 거라 확신해요. 그러고 보니 요즘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예지 모델을 닮기도 했네요.(웃음)

─ 요즘엔 모델이 방송 활동을 하기도 해서 외모나 이미지가 예쁜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모델이 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요?

허 멘토─ 모델은 패션쇼 무대에 서는 것뿐만 아니라 잡지 화보, TV 광고 촬영을 하고 재능에 따라 배우, 예능인으로 활동하기도 해요. 분야마다 선호하는 모델의 기준이 다른데, 화장품이나 미용과 관련된 분야, 방송의 경우에는 키와 몸무게 같은 신체 조건보다 외모가 예쁜 사람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패션쇼 전문 모델이 되고 싶다면 기본적으로 키가 일반인보다 커야 하고 몸이 날씬해야죠. 그래야 어떤 의상을 입어도 맵시가 좋아 보이거든요. 패션쇼 모델들의 평균 키가 남자는 185cm, 여자는 177cm 정도인데, 요즘은 키가 조금 작아도 얼굴 크기, 팔다리 길이, 체형 등 몸매 비율이 전체적으로 조화로우면 패션쇼에 설 수 있어요. 의상 스타일과 메이크업에 따라 어울리는 표정, 포즈, 워킹을 표현하는 것도 모델이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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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연─ 저는 방바닥에 길게 테이프를 붙여놓고 테이프를 따라 걸으며 워킹 연습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혼자 하다 보니 제대로 하는 건지 모를 때가 많아요.

허 멘토─ 그래서 자기가 걷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세가 바른지 확인해야 해요. 영상을 보면 걸을 때 잘못된 습관이나 고쳐야 할 점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벽에 뒤통수와 엉덩이, 발뒤꿈치를 붙이고 오래 서 있는 연습을 하면 곧은 자세를 만드는 데 도움이 돼요. 패션쇼 영상을 보면서 모델이 무대 위를 걷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따라 해보는 것도 좋아요. 여자 모델은 보통 무릎을 스치면서 1자로 걷고 남자 모델은 두 발을 나란히 11자 모양으로 걸어야 예뻐 보인답니다. 단정하고 어두운 스타일의 옷을 입었을 땐 팔을 앞뒤로 크게 흔들지 않고 걸어야 하고, 밝고 발랄한 스타일의 옷을 입었을 땐 팔과 엉덩이를 크게 흔들면서 통통 튀게 걷는 등 의상 분위기에 맞게 워킹을 연출하는 것도 중요해요.

─ 포즈나 표정 짓는 연습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허 멘토─ 요즘 패션쇼에서는 허리에 손을 올리는 정도로 자연스러운 포즈를 선호하는 추세지만, 액세서리나 보석을 보여주는 쇼에서는 워킹보다 손짓과 표정 연기에 더 신경 써야 해요. 그래서 연기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죠. 가장 쉬운 연습 방법은 전신 거울을 앞에 놓고 패션 잡지에 실린 모델의 몸짓과 표정을 똑같이 따라 해보는 거예요. 손가락, 눈빛, 입 모양까지 전부 따라 하세요. 내 표정과 몸짓을 사진으로 찍어서 어색한 부분은 없는지, 나만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잊지 말고요.

영연 ─ 저도 표정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연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큰 패션쇼 무대에도 빨리 서고 싶은데 프로 모델로 데뷔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허 멘토─ 모델이 되려면 처음에는 패션쇼, 잡지, TV 광고 등 오디션에 합격해야 해요. 기회가 생길 때마다 꾸준히 자기를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델의 명함이라고 하는 컴카드(프로필 사진을 모아놓은 화보집)를 만들어 디자이너나 관련 업체를 찾아다녀야 해요. SNS에도 사진을 자주 업로드해서 자기 홍보를 열심히 해야죠. 실제로 SNS상에서 유명해져서 모델 매니지먼트 회사에 스카우트돼 데뷔한 사람도 꽤 있거든요. 대부분의 업계에서 경력 있는 모델을 원하다 보니 전문 매니지먼트를 통해 일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일단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돼야 모델로 활동하기가 수월해져요. 보통 모델 매니지먼트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워킹과 포즈 등 기본적인 교육을 받으면 오디션을 통해 매니지먼트 전속 모델이 될 수 있어요. 그러고 나면 소속 회사를 통해 여러 오디션을 보고 모델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점차 많아지고요. 경험이 쌓여 업계 사람들과 대중에게 알려지면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온답니다.

─ 저는 패션쇼 무대에 설 때가 가장 신나요. 그런데 아직 규모가 큰 패션쇼를 해본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요.

허 멘토─ 보통 3월과 10월에 여러 패션 디자이너의 패션쇼가 열리는 ‘패션 위크’ 행사가 있어서 그 시기에 일이 많은 편이에요. 규모가 큰 패션쇼의 경우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정도 준비를 하죠. 의상 콘셉트에 어울리는 모델을 선발하고 모델의 체형에 맞게 의상 사이즈를 고쳐야 하기 때문이에요. 패션쇼가 열리는 날에는 무대 리허설을 여러 번 하고 의상과 분장 스타일을 맞춰봐야 해서 하루 종일 패션쇼장에 있어야 해요. 그래서 쇼를 준비할 땐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답니다. 패션쇼가 끝날 때까지 좁은 대기실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지내야 하는데, 쉴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피곤할 땐 바닥에 누워 쪽잠을 잘 때도 있어요. 패션쇼에 선보일 의상이 구겨지거나 망가지면 안 되기 때문에 옷을 입고 나면 오랜 시간 서 있어야 하고 밥을 먹지 못할 때도 있고요. 패션쇼는 앞으로 유행할 패션 스타일을 미리 선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겨울엔 여름옷을, 여름엔 겨울옷을 입어야 해요. 그래서 항상 더위와 추위에 시달리는 직업이라 할 수 있죠.

영연 ─ 그래도 큰 패션쇼 무대에 꼭 서보고 싶어요! 그런데 요즘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모델 활동하는 걸 보면 제가 데뷔하기에 너무 늦은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해요.

허 멘토─ 중3 학생이 모델 오디션에 뽑힌 적이 있는데, 그러고 보면 데뷔 시기가 많이 빨라지긴 한 것 같아요. 영연 학생이 지금 열여덟 살이죠? 나도 열여덟 살에 모델 활동을 시작했으니 아직 늦지 않았어요. 패션쇼에서는 보통 20대 후반까지 활동하는 편이라 서른이 넘으면 무대에 서는 데 제약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요즘엔 연기자, MC와 같이 방송 활동을 하거나 모델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하는 등 모델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어 자기만의 재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요. 오디션에 몇 번 떨어진다고 해도 조바심 내지 말고 끝까지 도전하세요. 자기의 가능성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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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조물 꿈을 빚는 예술인 조각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발달해도 대체할 수 없는 직업 1위로 조각가가 꼽혔다. 그만큼 조각가는 인간만이 가능한 창조적인 직업이기 때문이다. 흙을 치대 조각품을 만들 때 느껴지는 손맛 때문에 조소과를 선택한 박민정(서울예술고 2) 학생이 조각가라는 희망의 꿈을 안고 멘토를 만났다.

글 전정아·사진 최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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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건 나만의 전시회를 열고 싶어!

부모님한테 들었는데, 난 어릴 때부터 장난감보다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좋아했대. 본격적으로 미술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초등학교 때부터 들었던 것 같아. 그냥 단순히 그림 그리는 게 좋았거든.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온전히 그것에만 집중하게 되잖아. 그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았어. 하지만 예술중학교에 진학해야 한다는 생각은 못했다가 고등학교만큼은 예고를 가기로 결심했지.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그동안 내가 모르는 세계가 새롭게 펼쳐지는 게 아니겠어? 그림 그리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작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야. 바로 조각의 매력에 빠진 거지. 그동안 가만히 앉아 있던 것과 달리 온몸을 움직이는 데다 다양한 재료와 모양으로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아. 그런데 과연 내 이름을 내건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조각가의 꿈을 품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 이 고민을 속 시원하게 풀어줄 멘토를 곧 만난다니 너무 기대가 돼.

 실기와 공부를 모두 잡아야 진정한 승자

박민정 멘티(이하 민정) ─ 안녕하세요. 조각가가 되고 싶은 박민정이라고 합니다. 평소 동경하던 홍익대 조소과에 다니는 선배님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에요.

홍지나 멘토(이하 지나) ─ 만나서 반가워요. 알고 보니 민정 친구와 제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더라고요. 벌써 친근감이 느껴지네요. 서울예고 조소과 어때요, 재밌죠?

민정 ─ 그럼요! 1학년 때는 전공 선택 없이 여러 분야의 미술 수업을 들었어요. 그런데 늘 해오던 수채화나 소묘보다는 흙을 만져서 치대는 작업이 제 성향과 더 잘 맞는 것 같아서 조소과를 선택했어요.

지나 ─ 저는 힘쓰는 일이 좋아서 조소과를 선택했어요. 흙이나 나무, 쇠를 만진 뒤 용접하고 망치질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니까요. 회화와 달리 쓸 수 있는 재료가 다양해 작품을 표현하는 방법이 훨씬 자유롭다는 것도 매력적이고요.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굉장히 다양한 과목을 공부했는데, 지금은 어때요?

민정 ─ 조각 시간에는 나무나 돌, 철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조각하는 걸 배우고 조소 시간에는 해부학도 공부해요. 전시회나 영상물을 감상하는 재미있는 수업도 있고요.

지나 ─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네요. 대학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고등학교 때보다는 훨씬 다양한 주제로 더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죠. 생각에 깊이가 생기고 교수님도 주제에 대해 간섭하지 않거든요. 가

만히 앉아서 그림 그리는 것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즐기는 화끈한 성격의 친구들이 주로 조소과를 선택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학과 분위기도 활동적이고 자유로워요.

민정 ─ 듣기만 해도 부럽네요. 저도 얼른 대학생이 되고 싶어요. 지금은 실기 모의고사와 내신 공부에 수능 준비까지,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

지나 ─ 거기다 외부 화실도 다니면서 공부하고 있죠? 당연히 힘들 때예요. 체력 관리가 필요한 때죠. 괜히 다이어트 한다고 굶지 말고 많이 먹어서 살이 쪄야 해요. 잘 먹어야 힘이 나니까요.

민정 ─ 그거라면 지금도 열심히 실천 중이에요.(웃음) 언니는 어떻게 홍대에 합격하셨나요? 비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지나 ─ 사실 저는 시기를 잘 탔어요. 2017년도부터 학생부 성적으로만 뽑는 전형은 사라졌지만, 제가 입학할 당시에는 홍대 미술대학이 미술적 테크닉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뽑던 때였어요. 다행히도 제가 내신 공부는 좀 했거든요.(웃음) 그리고 조소과가 미대 중에서 입시 경쟁률이 좀 낮은 편이기도 하고요. 선생님들 추천으로 공모전에도 많이 참가해 쓸 만한 경력도 있었고요.

민정 ─ 전 1학년 때 다양한 활동을 해보지 못한 게 조금 후회돼요.

지나 ─ 앞으로 열심히 하면 되죠. 아직 2학년 초반이잖아요. 서울예고라는 학교의 장점을 확실히 이용하세요. 전시회가 자주 열리는 삼청동과도 가까우니 전시관에도 자주 놀러 가고요. 저는 오히려 지금보다 고등학교 때 훨씬 전시를 많이 본 것 같아요. 학교 도서관의 미술 서적도 많이 봐두는 게 좋아요. 선생님들 자주 찾아가서 귀찮게 하는 것도 추천! 선생님을 공략하면 좋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거든요.(웃음)

민정 ─ 네, 명심하겠습니다. 어떤 선생님을 공략하면 좋을지 딱 떠오르네요.(웃음) 그런데 전시회를 많이 다니면 정말 도움이 되나요?

지나 ─ 그럼요.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얻는 배경지식과 소양이 만만치 않아요. 물론 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과 감상을 잘 정리해 기록해두는 습관이 필요하죠. 반짝 생각난 아이디어나 토막 지식을 적어두면 언젠가는 유용하게 쓰이거든요. 조각가뿐만 아니라 예술 쪽을 전공하고, 직업으로 삼고 싶다면 ‘예술적 순발력’이 필수니까요.

민정 ─ 예술적 순발력이요?

지나 ─ 이를테면 대학교 입시 실기 시험은 정말 엉뚱하게 출제되잖아요. ‘세 개의 구(球)를 그리시오’라는 간단한 질문에 학생들 스스로 창의적이면서도 서로 연관이 되는 구를 생각해서 그려야 하죠. 전 벌과 벌집, 그리고 벌에 물린 사람을 그렸어요. 이렇게 실기 시험은 어떤 식으로 출제될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되도록 많이 보고 들어서 상상력과 순발력을 키우는 게 중요해요. 하지만 요즘은 미술대학에 입학할 때도 내신이나 수능 성적을 보는 편이니까 공부도 놓지 않아야 하죠. 민정이는 공부도 잘하는 편인가요? 이런 걸 물으면 실례인가웃음)

민정 ─ 반에서 상위 10% 안에는 들어요.

지나 ─ 그 정도면 홍대 조소과는 따놓은 당상이겠는데요? 민정이가 공부도 잘한다면 저는 서울대 조소과 가기를 추천해요. 서울대는 수시 100% 전형으로 뽑으니까 내신 성적이 좋다면 충분히 노려볼 만하거든요.

 

민정 ─ 내신 공부도 절대 놓으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됐어요. 그런데 혹시 언니도 일명 ‘예술인병’에 걸린 적이 있어요?

지나 ─ 내 작품이 최고 같고, 세상에서 제일 특별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근자감’에 빠지는 그 병 말이죠 (웃음) 현대미술에 심취해 있을 때는 ‘있는 척’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난해한 작품을 많이 만들었죠.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내가 재미있는 걸 만들자, 관객이 보자마자 내 의도를 딱 알아챌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 그렇게 생각이 바뀌었어요.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도 그런 종류고요.

민정 ─ 그런 생각에 빠졌던 게 저만의 ‘흑역사’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어서 다행이에요. 그럼 언니가 생각하는 조각가는 어떤 느낌인가요?

지나 ─ 조각가나 작가는 ‘1인 기업’이라고 생각해요. 연예인이나 다를 바가 없죠. 연예인은 자기 매력으로, 작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품으로 돈을 버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교수님 중 한 분은 학생들한테 언제나 자기 관리를 강조해요. 조각가가 되면 미술관의 큐레이터, 화랑을 운영하는 갤러리스트, 평론가와 주변 작가들까지 모두 만나야 하거든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외양이 멋진 작가의 작품이 더 주목을 받는 거죠. 물론 아주 연예인처럼 예쁘고 멋져 보이라는 소리가 아니라,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과 오라를 풍기면 족하지 않을까요?

민정 ─ 지금부터라도 제 매력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어요.

지나 ─ 민정이는 이미 빛나고 있는걸요. 그러고 보니 조금 있으면 학교에서 개교 기념 미술 전시를 할 때네요. 준비 잘하고 있나요

 

민정 ─ 한창 준비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서양화와 조소를 결합한 작품을 만들었는데, 올해는 ‘조각’ 그 자체를 하고 싶어서 레진(주로 모형 제작에 사용되는 합성수지)을 이용해 고양이와 쥐가 대결하는 모습을 만들고 있어요. 제 자신의 소심함을 극복하는 것을 주제로 삼았죠. 5월 27일에 열리니 놀러 오세요.

지나 ─ 오~ 주제부터 남다르군요. 학교 앞 치킨집, 아직 있죠? 거기서 치킨 먹으면서 오붓한 시간을 가져볼까요?(웃음)

민정 ─ 언니의 조언만큼 치킨도 엄청 기대되는데요.(웃음)

 

작품은 작가의 이야기를 전하는 소통의 매개체

김운성 멘토(이하 운 멘토) ─ 조각가가 되고 싶은 친구들이 두 명이나 온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하고 기다렸어요. 작업실이 누추해서 미안합니다.(웃음)

지나 ─ 익숙한 조소과 냄새가 나서 이미 친근한데요.(웃음)

김서경 멘토(이하 서 멘토) ─ 저희는 부부 조각가로 ‘김서경운성’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민정 ─ ‘평화의 소녀상’을 탄생시킨 분들이라는 말씀을 듣고 정말 만나뵙고 싶었어요. 평소에도 존경하고 있었답니다. 조각상 하나로 사람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준 거잖아요. 멘토님들은 어떻게 조각가가 되셨어요?

서 멘토 ─ 어릴 땐 ‘그림 좀 그린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표정이 살아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렇게 미술을 공부하다 조소에 빠지게 된 것 같아요. 따뜻하고 편안한 흙은 만지면 생명이 느껴지죠. 붓으로 한 번 칠한 것은 회복이 불가능하지만 흙은 언제든지 주무르면 계속 바뀌고요. 흙으로 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조각가가 천직이란 걸 깨달았죠.

운 멘토 ─ 전 학교 미술 선생님의 권유로 미술에 눈을 떠 중앙대학교 조소과에 입학했어요. 아내는 대학교 때 만났고요. 둘 다 조소과 1기였거든요. 함께 밤샘하며 작업하다 보니 부부의 연을 맺게 됐네요.(웃음)

민정 ─ 보통 작업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서 멘토 ─ 일단 우리는 삶과 떨어진 예술, 너무 예술 지상주의에 물들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특별한 걸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특별한 것을 표현해야 ‘내 작품’이 되는 거니까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주위의 것을 둘러보세요.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그리고 나 자신은 누구인지 거슬러 올라가 찾아보는 거죠.

지나 ─ ‘자신이 가장 관심 있는 것을 표현해라’, 마음에 와 닿는 말이에요. 아까 민정이하고도 얘기했지만 저희도 한때 멋지기만 한 예술에 심취해 있다가 겨우 제자리를 찾았거든요.

운 멘토 ─ 예술을 공부하면 누구나 일명 ‘중2병’에 걸리죠.(웃음) 예술, 특히 그림이나 조각을 한다는 것이 굉장히 특별해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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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화려한 작품을 만들곤 했어요. 그런데 황지우 시인의 전시 <시인의 조각전>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서툰 기술로 만든 조각이었는데 ‘시’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비로소 기술이나 기교보다 중요한 것이 ‘소통’임을 깨달았죠.

민정 ─ 소통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면 대중의 관심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요? 학교 공부만으론 잘 모르겠어요.

운 멘토 ─ 그래서 전 ‘외도하라’고 해요. 사회와 만나 무엇이든 해보라는 거죠. 예술계 안에서 예술계 인사들만 만날 것이 아니라 색다른 것을 보고 다양하게 경험해야 하는 거예요. 많은 정보 중에서 자기에게 맞는, 옳은 것을 가려서 섭취해야 자신만의 판단으로 소화되니까요. 경험을 편식하지 말라는 것과도 같아요.

민정 ─ ‘평화의 소녀상’ 이외에 멘토님들의 작품 세계관도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 것인가요?

운 멘토 ─ 그렇죠. 대학교 때 예술대 학생회장을 지냈어요. 사진, 음악 등 각 분야의 친구들을 만났죠. 80년대에는 그 친구들과 시위운동을 한 기억이 가장 많이 남네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미술도 역사와 사회를 주제로 삼는 사회 미술 쪽으로 빠지게 됐던 것 같아요.

서 멘토 ─ 대학 시절 <작은 조각전>이라는 전시를 연 것도 삶 속의 작은 것부터 관심 있게 보자는 이유에서였어요. 아이를 키울 땐 어린아이를 조각하는 일이 많았고,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땐 그걸 주제로 삼았죠. 친구들도 주위의 관심 있는 주제를 작품으로 만들다 보면

언젠가는 하나의 공통점으로 모일 거예요.

민정 ─ 작업실을 둘러보니까 흙이나 금속, 나무 외에도 정말 다양한 재료를 쓰시는 것 같아요. 재료 선정에 대해서도 조언해주세요.

운 멘토 ─ 조소의 가장 좋은 점은 재료나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에요. 지구본에 빨대를 꽂아 지구의 자원을 낭비하는 인간을 드러낼 수도 있고, 대한민국 지도 위에 성냥을 꽂아 단번에 불태워 전쟁의 무서움과 경솔함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도 있죠. 요즘은 컴퓨터 기술이 워낙 좋아져서 3D 스캔으로 작업도 하고 있어요.

서 멘토 ─ 청계천이나 을지로의 공구, 재료 상가를 꼭 가보세요. 세계적으로도 그렇게 공구나 재료를 많이 모아 파는 상가는 별로 없어요. 그런 곳을 자주 다니면서 자신만의 재료를 찾아보는 것도 좋아요.

지나 ─ 그러고 보니 조각상들의 표정이 각양각색이네요. 꼭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서 멘토 ─ ‘사람’ 자체를 재료로 쓰면 투박하게 조각을 해도 표정이 살더라고요. 특별한 재료를 찾으려 하는 것도 좋지만 ‘이게 바로 나만의 재료’라고 생각되는 것을 찾는 게 더 중요해요.

지나 ─ 나만의 재료를 찾으려면 앞으로 뭐든 시도해봐야겠어요. 그러고 보니 멘토님들은 조각가로서 벌써 30년 넘게 활동하셨는데요, 작가로서의 삶은 어떤가요? 직업적인 매력은 물론 고충도 느끼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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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멘토 ─ 사실 예술가는 축복받은 직업이죠. 뭔가를 창조하잖아요. 창조주가 인간을 만들 듯 예술가는 감동을 만드니까요.

서 멘토 ─ 저는 작품을 제작하면서 워낙 마음을 다하니 그 인물의 고 통과 슬픔이 제 것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도 느끼고요. 하지만 힘들었던 만큼 작품에 대한 반응이 좋으면 그렇게 보람찰 수가 없어요. 고 충과 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네요.(웃음)

민정 ─ 멘토님들이 보시기에 조소과의 전망은 어떤가요?

서 멘토 ─ 돈 벌기는 다른 어떤 미술대학보다 낫다고 생각해요. 동기 중에도 조소과를 졸업해 꾸준히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은 많 지 않지만 인테리어나 건축 쪽으로는 많이들 진출하고 있거든요.

운 멘토 ─ 외국엔 ‘아트 위크(Art Week)’라고 아마추어 작가와 프로 작가가 모두 모여 자신들의 작품을 파는 축제 같은 시기가 있어요. 모두들 즐기는 분위기죠. 말 그대로 명성이나 연줄 없이 대중과 소통한 작품이 팔리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아직 미술품이나 조각품 구매를 사치나 비싼 취미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죠. 외국처럼 예술품 을 보는 시선이 서서히 달라진다면 좀 더 전망이 좋아질 거라고 생

각해요.

지나 ─ 요즘은 그래도 대학생들이나 아마추어들이 나서서 전시하고 작품을 팔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늘었다고 생각해요. 관람객들이 전 시회에서 본 작품을 기억해뒀다가 후에 구매하기도 하고요. 지금 우 리 세대에 한국 미술계가 달려 있다고 봐요.

서 멘토 ─ 아주 좋은 징조예요.(웃음) 두 친구는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가요?

민정 ─ 전 ‘박민정’ 하면 모두들 떠오를 만큼 아주 큰 설치 작품을 만 들고 싶어요. 몸은 작아도 꿈은 크거든요.

지나 ─ 민정이의 자신감은 카리스마가 있네요. 저는 제가 작업하면 서 재밌는 것을 하고 싶어요. 겉 레이어, 즉 보기만 해도 제가 뭘 표현하는지 알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감동이 있는 작품이요.

서 멘토 ─ 두 친구 모두 조각가에 대한 꿈이 확실한 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 명심해야 할 점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작품 세 계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자신을 표현하는 진짜 조각가, 예 술가가 되길 바라요. 언젠가는 우리 함께 전시회를 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