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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소방서

그을음 속 화재의 처음과 끝을 찾는

화재조사관

화재조사관은 화재의 원인과 피해를 규명하기 위해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감식(화재 원인을 판정하기 위해 지식, 기술 및 경험을 활용해 시각적으로 판단한 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것), 감정(화재와 관계된 물건의 형상, 구조, 성분 등을 과학적 방법으로 실험하고 그 결과를 근거로 화재 원인을 밝히는 것)하는 소방공무원이다.

현장을 덮은 불길이 지나간 뒤, 검은 잿더미에서 화재의 원인을 찾고 피해액을 조사하는 이들의 뒤를 쫓았다.

화재 원인과 피해액을 조사하는 소방공무원
각 소방서에는 화재 현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휘하는 현장지휘팀이 있다.

화재조사관은 이 지휘팀에 소속돼 화재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부터 함께 업무를 시작한다.

화재 조사를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최초 신고자나 화재 발견자 등 관계자에게 질문하는 것도 화재조사관의 일이며, 화재 원인을 규명한 뒤에는 이 화재로 인해 어느 정도의 피해를 보았는지 피해액을 산정한다.

실화(失火), 방화는 범죄이기에 경찰에 인계하고, 화재조사서에 기록된 자료는 보험회사에서 피해보상 금액을 지급하는 판단 근거가 되므로 제공한다.

이러한 조사로 화재 원인을 통계 내고 감식 결과와 사례 등을 공유하며 화재 예방과 향후 일어날 화재의 대책 마련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화재 조사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화재 패턴에 중점 둬야
화재의 원인은 다양하다. 사람의 부주의로 불이 나는 실화, 또는 방화의 경우도 있지만 전기, 전자 제품의 기계적 결함으로 불이 나기도 한다.

화재조사관은 먼저 화재 현장에서 화재 패턴과 연소 상황을 조사한다. 관계자의 진술 역시 중요하지만, 화재 패턴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므로 더욱 중점을 두고 살피는 부분이다.
불이 시작된 곳, 즉 발화 지점은 열을 많이 받기에 가장 강하게 탄 흔적이 남는다. 벽이나 천장, 바닥 등에서 흔적을 발견하면 세심히 살펴 발화 가능성이 없는 부분을 하나씩 배제한다. 예를 들어 합선이 되지 않았다면 전기로 인한 발화 원인은 빼는 식이다. 큰 틀에서 원인을 좁혀가며, 화재 증거물을 바탕으로 실제로 불이 날 수 있는지 과학적인 실험을 해보기도 한다. 피난 경로와 피난 시 장애 요인은 없었는지, 소방 시설은 제대로 작동됐는지 등 피난 상황과 소방·방화시설도 조사해야 한다.

화재 피해는 크게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로 나뉜다.

인명 피해는 화재로 인한 사망자 및 부상자와 화재 진압 중에 발생한 사망자 및 부상자를 뜻한다.

재산 피해는 열에 의해 타거나 녹는 등의 소실 피해, 불을 끄면서 손상된 수손 피해, 연기에 그을리거나 화재 중 발생한 폭발에 의한 기타 피해로 다시 구분한다.

화재조사관은 이러한 직접적 피해만을 화재피해액으로 산정한다.

즉, 화재 피해물과 동일한 구조, 용도, 질, 규모로 재건축하거나 재구입하는 데 필요한 금액을 산출하고, 이 금액에서 피해를 보기 전 당시의 건물, 물건을 사용하며 저절로 닳거나 사용한 기간만큼의 금액을 빼 화재피해액을 계산하는 것이다.

화재조사관에게 듣는 직업 이야기

“복잡다단해지는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늘 연구하는 직업”

박성규 소방위 | 구로소방서 현장대응단 화재조사관

화재조사관은 화재의 피해 금액도 계산하는데요. 화재피해액은 어떤 근거로 계산해서 정하는 건지 알려주세요.

화재피해액은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표준에 따라 감가상각(토지를 제외한 고정 자산에 생기는 가치의 소모를 셈하는 것.
즉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산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을 회계에 반영하는 개념) 프로그램으로 계산합니다. 관계인에게서 언제, 얼마를 주고 산 물건인지 등 진술을 들어 산출에 활용합니다. 그런데 만약 가게가 전소(건물의 70% 이상이 소실되었거나, 그 미만이어도 보수해서 재사용할 수 없을 만큼 불에 탔을 경우)돼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됐다 하더라도 그 영업 손실까지 계산하지는 않아요. 또 산불이 나서 근방의 나무가 전부 불에 탔어도 나무 한 그루당 가격까지 셈할 수는 없기 때문에 화재 면적에 따라 대략적으로 추산해야 하고요. 그러다 보니 피해액이 너무 적다는 민원이 있기도 해요.

화재조사관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화재 발생 현장에서는 반드시 안전에 유의해야 합니다. 증거물과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려면 최대한 신속하게 원인을 찾을 수 있어야 하고요. 조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초 발견자, 초기 소화자, 건물 관계자 등 화재 대상 관계인의 진술도 필요한데요, 이때는 화재를 발견한 시간과 그 사람의 위치, 당시 관계인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어떻게 화재를 발견하게 됐는지, 불꽃의 높이나 연기의 색은 어땠는지 등 화재 현상까지도 꼼꼼히 물어야 합니다.

조사관님은 구조대원으로 오래 일하시다 화재조사관이 되셨죠. 일반 소방공무원에서 화재조사관이 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요?

구조대원으로 현장에 출동하면서 이 화재가 왜 일어난 건지, 애초에 화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할 방법은 없었는지 고민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화재조사관에 관심을 갖게 됐고요. 일반적으로는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며 화재 진압과 구조, 구급대 등에서 경력을 쌓은 뒤 화재조사반 교육을 이수해 화재조사관이 되는 경우, 화재감식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화재조사 및 감식 보직으로 근무하게 됩니다.

지원한다고 모두가 화재조사관이 될 수 있는 건 아니군요. 어디서 어떤 교육을 받는지도 궁금해요.

중앙소방학교나 전국 시·도에서 운영하는 소방교육대에서 교육을 받아야 해요. 기초과학, 기초전기 등을 시작으로 구조물에서 나는 화재, 화재 패턴, 보고서 작성법, 발화 지점을 판정하는 방식 등을 전문적으로 배우게 돼요. 전기, 화학, 가스, 폭발로 인한 화재인지 감식하거나 방화에 의한 화재인지 감식하는 방법도 공부하고요. 증거물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방법, 범죄심리학도 익힌답니다. 화재 현장에서 조사 실습도 하고요.
8주 이상 화재 조사에 관해 전문 교육을 받으면 화재조사관 자격시험을 치러야 하는데요, 화재조사론과 화재학, 화재원인판정 등의 1차 시험을 치르고 화재감식학, 화재조사실무 등 논문형 2차 시험을 치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외국의 화재조사 관련 기관에서 화재조사 전문교육을 이수한 경우에도 화재조사관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어요. 관련 자격증으로는 화재감식평가기사, 화재감식평가산업기사 등도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미리 취득해두는 것도 좋죠.

시대가 바뀌면서 화재의 원인 또한 변해가고 있죠. 앞으로 화재조사관은 어떤 일을 맡게 될까요?

2000년대 전에는 담뱃불에 의한 부주의로 일어나는 화재나 전기적 결함으로 인한 화재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가전제품과 자동차 등에서 화재가 자주 발생하면서 그 원인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죠. 전기 제품에 보호 장치가 잘돼 있어 화재 위험은 적지만, 불이 붙으면 대형화재로 이어지기도 하거든요. 이럴 때는 화재 원인을 밝히기가 정말 어려워집니다.
미래의 화재조사관이라면 갈수록 복잡해지는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지금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배워야 할 거예요. 화재 현장을 조사하는 데에 적극적인 친구들, 관련 지식을 꾸준히 쌓을 수 있는 성실한 친구들이 화재조사관으로 지원하기를 바랍니다.

글 전정아 ●사진 바림, 구로소방서 제공

작은 불씨도 놓치지 않는

화재 진압 소방관

화재 현장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출동하는 소방관의 소방 활동부터 긴박한 화재 진압 과정,
소방공무원이 될 수 있는 방법까지 모두 정리했다.

화재로 번질 불씨를 말리는 소방관
소방 활동은 크게 화재 예방과 경계 활동, 화재 조사 활동, 화재 진압 및 구조·구급 활동, 소방지원 활동으로 나눈다. 화재 예방이란 불이 나지 않도록 하거나, 불이 나더라도 쉽게 진압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순찰 등의 화재 경계를 통해 화재의 위험이 있는 요소를 제거하거나 위험한 지역은 화재 경계지구로 지정해 특별히 관리한다. 불을 사용하는 설비나 불이 붙기 쉬운 특수 물질을 별도로 관리하기도 한다.
화재 조사 활동은 화재의 원인과 피해액을 규명하는 것이다. 화재 진압 및 구조·구급 활동이란 화재와 재난, 재해 등 여러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빠르게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 응급처치하는 소방 활동이다. 소방 지원 활동은 산불을 예방하거나 진압하고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급수와 배수 및 제설을 돕는 것이다. 집회, 공연과 같이 각종 행사가 있을 경우 사고에 대비해 근처에서 대기하거나 경찰 등 유관 기관과 합동 훈련을 하기도 한다.

다섯 가지 화재 유형에 맞는 진압 방법 택해야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 전화가 119안전센터로 접수됨과 동시에 화재 진압 소방관은 신고자의 위치를 확인해 출동을 준비한다. 대원들은 소방차 내에서 방화복과 장비 등을 갖춰 화재 진압에 필요한 준비를 모두 끝낸다. 펌프차, 물탱크차, 고가사다리차 등 화재 진압을 위한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면 현장지휘팀에서 각자 업무를 배당하는데, 먼저 사고 현장에 갇히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화재는 물이나 이산화탄소 등의 기체, 건성 분말 등으로 진압한다. 화재 유형에는 총 다섯 가지가 있으므로 해당 유형에 맞는 방식으로 진압해야 한다. 목재나 종이 등으로 인한 일반적인 화재인 A유형은 물을 사용해 불을 끄는 것이 효과적이다. 휘발성 액체, 알코올, 기름 등 유류에 의한 화재인 B유형은 타지 않고 인체에 무해한 기체를 살포해 불길을 잡는다. 전압기기나 전기 설비 등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C유형은 물로 진압하나, 감전될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나트륨, 마그네슘, 수소화합물 등이 포함된 물질에 의한 금속화재인 D유형은 화학식으로, 가스 누설 등 가스로 인한 화재인 E유형의 경우 분말과 이산화탄소 등을 사용해 진압한다.

어느 정도 불길을 잡은 이후에도 다시 불이 붙을 경우를 대비해 현장에 남아 대기하면서 남은 불씨까지 모두 진압해야 한다. 유독 물질로 오염된 방화복과 장비는 세탁해 다음 출동에 대비한다.

화재 진압 소방관에게 듣는 직업 이야기관이라는

“화재 진압은 튼튼한 체력과 단단한 정신력이 필요한 일”

성기훈 소방위 | 구로소방서 현장대응단

대원님은 언제부터 화재 진압 소방관으로 일하게 됐나요?
지난 3월에 구로소방서로 발령받아 화재 진압 대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화재 진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명 검색과 불이 확대되지 않도록 막는 일인데요, 예를 들어 불길이 위로 치솟을 경우 고층으로 번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고층에 있는 사람을 미리 구조해야 합니다.

화재 현장의 전방에 서는 만큼 육체적으로 힘든 일도 많지 않나요?
한번은 공사 중인 15층 건물의 옥상에서 불이 난 적이 있었어요. 20kg이 넘는 장비를 끌고 올라가야 하는데, 공사 중인 건물이라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아 호스를 이어 전개해야 했죠. 15층까지 연장하는 게 쉽지 않았고, 건물 내에서 무전기가 잘 터지지 않아 소통도 어려웠죠. 현장에 출동할수록 소방관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체력이라는 걸 깨닫고 있어요. 저도 체력에 자신 있는 편이지만 무거운 소화 장비에 통풍도 되지 않는 방화복, 헬멧을 착용하니 그것만으로도 체력 소모가 크거든요. 팀 단위로 출동하고 일하다 보니 대원들 간의 끈끈한 협동력도 필요하답니다.

소방관이 되기 위해 대학에서도 관련 전공을 이수했나요?
저는 프랑스문화학과를 졸업했지만 의무소방원(현역병으로 입영해 군사교육을 마친 뒤 전환복무로 선발돼 화재 경계, 진압, 구조·구급 활동 등 소방 업무를 보조하는 제도)으로 선발돼 병역의 의무를 하면서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겨 이 일을 하게 됐어요. 소방공무원 임용 시험에는 학력 기준이 없기 때문에 특별채용이 아니라면 전공은 크게 상관없어요.

신규 임용된 지 얼마 안 되셔서 소방공무원 준비생을 위한 따끈따끈한 꿀팁도 있을 듯해요.
소방공무원으로 처음 임용되는 계급인 소방사 공개경쟁채용시험은 2023년 이후부터 필기시험 과목이 변경된다고 해요. 한국사와 영어는 검정시험으로 대체되고, 소방학개론과 소방관계법규, 행정법총론 3과목으로 진행됩니다. 제 경우는 소방간부후보생으로 선발시험을 치렀기 때문에 소방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과는 과목이 조금 달랐는데요, 필수로 헌법과 한국사, 영어, 행정법을 치르고 행정학과 민법총칙, 형사소송법, 경제학, 소방학개론 중에서 두 가지 선택과목을 응시했죠.
시험공부는 학교 도서관에서 인터넷 강의로 독학을 했어요. 다른 친구들이 더 어려운 시험을 준비하는 걸 보면서 ‘저 친구들이 공부하러 올 때 일찍 오고, 집에 갈 때 가자’ 하며 힘을 냈죠.(웃음) 체력검사로는 악력, 윗몸 일으키기, 제자리 멀리 뛰기 등의 종목을 준비해야 해서 다른 소방공무원 준비생들과 모여 함께 연습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면접에서는 어떤 걸 평가하나요?
집단면접과 개별면접으로 이뤄지는데요, 화재 진압 방식과 소화 설비 등 업무에 관한 전문 지식을 묻거나 어떤 곤란한 상황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답변하게 해 상황대처 능력과 응용력을 평가했어요. 아무래도 소방관에게는 침착한 대처 능력이 필요하니 이런 압박 면접을 거치는 것 같아요.

신체검사까지 거친 뒤에도 소방학교에 입교해 또 실무 훈련을 받는다고 들었어요.
중앙소방학교, 서울, 경기, 부산, 인천, 광주, 충청, 강원, 경북 등 각 지방마다 소방학교가 설치돼 있어 입교 후 화재 진압, 구조와 구급 등에 필요한 훈련을 받습니다. 방화복과 공기호흡기를 착용하는 방법부터 수영, 높은 곳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레펠 훈련, 심폐소생술과 의료 장비를 다루는 방식까지 배우게 되죠.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소방관으로 임용됩니다.

아무리 훈련을 실전과 비슷하게 한다고 해도 실제 현장과는 다를 것 같아요.
예비 소방관 친구들이 명심해야 할 점을 짚어주세요.
실제 화재 현장은 소방학교 훈련과는 비교할 수 없이 힘들고, 또 현장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시민들로 통제가 어렵기도 해요.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무전으로 하는 의사소통도 잘 안 될 때가 많죠. 이렇게 여러 어려움이 있음에도 화재 진압 기술은 날로 발전하기에 불길도 빠르게 잡을 수 있고, 화재 현장에 대응하는 모습은 영상으로 남겨 대원들과 모니터링하면서 더 나은 진압 방식을 논의하는 등 자체 훈련을 한답니다.
소방관은 그 어떤 직업보다 사명감이 투철해야 하는 일이에요. 그러니 여러 방면으로 봉사활동을 해보며 미리 직업의식을 키워두고, 각 지역의 소방안전체험관을 방문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글 전정아 ●사진 바림, 구로소방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