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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합본호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신혜인 공보관

글 이수진 ● 사진 백종헌,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는 어떤 일을 하나요?

각 나라 대표부별로 역할이 조금씩 달라요. 한국의 경우 난민의 심사부터 인정이나 처우까지 모두 대한민국 정부가 관할해요. 그래서 기구가 직접적으로 난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죠. 다만 심사 중에 있다거나 보호소에 있는 분들, 국내에서 난민 지위를 얻은 분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최대한 돕고 있어요. 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난민 심사는 어떻게 받을 수 있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등을 안내합니다.

이곳에는 어떤 분들이 근무하고 있나요?

유엔난민기구는 다양한 팀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각 나라의 상황마다 팀 구성이 달라지는데, 한국은 정부와의 관계를 담당하는 팀, 후원 업무팀, 법무팀 등이 있어요. 법무팀은 국내에 들어온 난민의 처우나 법적인 제고, 정책 등을 개선해 정부와 협의하는 일을 해요. 민간 모금팀은 개인이나 기업 후원자들에게 모금을 독려하는 역할을 하고요. 한국은 난민이 많이 거주하는 국가는 아니지만 난민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선진국 반열에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보다 모금팀 규모가 큰 편이에요.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공보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공보관은 기본적으로 언론 홍보를 담당해요. 기구가 하는 역할이나 어려움에 대해 언론과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죠. 또 친선 대사를 섭외하고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친선 대사와는 연간 회의를 통해 어떤 식으로 홍보하면 좋을지 논의하고요.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공보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미디어 모니터링이에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아침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신문을 확인하죠. 국내 난민 기사는 물론, 저희 기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확인해요. 예를 들면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기사도 그런 모니터링에 포함돼요. 기사를 모두 확인한 뒤 한국대표부와 공유하고 뉴스와 관계있는 해당 국가와도 공유하죠. 또 언론사에 공개될 보도 자료를 작성해요. 이 외에 제네바 본부에서 오는 보고서나 언론에 보낼 자료를 번역해요. 제 업무는 커다란 틀은 정해져 있지만 매일매일 내용이 조금씩 달라요. 그 점이 가장 재밌어요.

업무를 진행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주의 깊게 생각하나요?

한국은 난민들이 직접적으로 유입되는 분쟁 지역 인접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업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난민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리는 일이에요. 왜 한국까지 오게 되었는지,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왜 국제적인 책무인지 알기 쉽게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정우성 친선 대사를 섭외한 것도 인지도가 있는 분들의 언어를 통해 난민을 설명하면 좀 더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언제부터 한국대표부에서 근무했나요?

2012년부터 근무해서 올해로 6년 차예요. 유엔난민기구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긴급구호 파견을 보내는데 2016년에 두 달 정도 이라크로 파견 근무를 갔어요.

긴급구호 현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나요?

대규모 난민이 발생해서 유입되는 상황을 긴급구호라고 부르는데, 당시 이라크 정부가 모술이라는 도시를 IS로부터 탈환하기 위한 작전을 앞두고 있었어요. 이렇게 내전이 일어나면 실향민이 대거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저희 기구는 내전 상황에 대비해 분야별로 그룹을 만들어서 파견하는데 저도 그 팀의 일원이었죠. 실향민의 경우, 어떤 경로를 통해 피신할지 기구가 예측해서 난민촌을 만들어요. 유엔난민기구 혼자 하는 건 아니고 해당 정부 및 다른 기구들과 협력해서 만들죠. 저는 보고관 역할이었는데, 난민촌을 만드는 과정에서 결정되는 내부 사항을 본부와 이라크를 지원하는 후원국 정부에 보고하는 일이었어요.

긴급구호 현장에 파견됐을 때 신변 위협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제 성향인데 그런 상황에 대한 겁은 없어요. 위험한 곳에서 목숨을 잃는다면, 어디에 있어도 목숨을 잃을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다만, 처음으로 난민촌을 방문했을 때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현지 상황이 훨씬 안 좋아서요. 그 업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저는 너무나 편안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내가 정말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걸까 자책하는 마음도 들었죠. 이런 마음은 저희 기구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여러 번 방문하면서 차차 극복할 수 있었어요.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 필리포 그란디의 한국 방한 기자회견.

이라크 긴급구호 파견 근무 중 동료 직원들과 한 컷 .

 

유엔난민기구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공보관으로 근무하기 전에 8년간 기자 생활을 했어요. 한국대표부에는 공보관이라는 직책이 없었는데 기구가 커지면서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널리 알리는 역할이 필요했어요. 사실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 특별한 준비를 한 적은 없어요. 그 전에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요. 정치부, 문화부에서 근무한 일반 기자였고 이곳은 내부 시험을 치른 뒤 들어왔어요. 내부 시험은 공보관 업무에 필요한 보도 자료 작성이에요. 면접은 여러 차례 나눠서 봤고요. 국제기구에 들어가는 방법은 매우 다양한데, 저는 제 경력과 기구에서 원하는 조건이 잘 맞은 경우예요.

공보관님처럼 이전 직업의 전문성이 부합하는 경우 외에 국제기구에서 근무하기 위해 필요한 공부가 있나요?

모든 국제기구는 굉장히 큰 조직이에요. 저희 기구만 해도 만 명 넘게 근무하고 있어요. 하나의 기구 안에 필요한 분야가 정말 다양해요. 변호사나 의사도 있어야 하고 홍보 담당자, 모금 담당자, 난민과 실향민의 피신처(Shelter)를 짓고 설계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분야가 필요해요. 그래서 필수 전공이 있지는 않아요. 다만 언어 능력은 필수인 것 같아요. 영어는 기본이고 ‘유엔 언어’라 불리는 아랍어, 프랑스어 등을 하나 정도 하면 실무적으로 도움이 돼요.

외국어 외에 필요한 자질이 있을까요?

거대한 포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양한 지역에 있는 동료들을 만나면서 느낀 공통점이 있어요. 유엔난민기구의 경우 난민이 최종 수혜자잖아요. 대다수의 직원이 본인보다는 최종 수혜자를 생각해요. 그래서 개인적인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죠. 난민기구는 순환 근무제이기 때문에 험한 지역에서 근무를 하면 그다음에는 조금 더 편한 곳으로 가요. 한 직원이 위험한 지역에서 평생 근무하지 않도록요.

근데 생각해보면 계속 옮겨 다닌다는 거잖아요.

새로운 가족을 꾸리는 일에는 불편이 따를 수 있죠. 이미 가족이 있는 분들은 자주 만나기 어렵고요. 그런 부분을 희생하고 근무하는 동료들이 많아요. 유엔난민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면 어느 정도 마음
의 준비를 하는 편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가장 보람을 느낀 적은 언제인가요?

제가 기획한 기사나 프로젝트에 대한 반응이 좋을 때요. 특히 대중이 저희가 진행한 행사나 프로젝트를 통해 난민에 대해 잘 이해했다고 이야기해줄 때 보람을 느껴요.운이 좋았던 게 제가 입사하던 시
점이 한국대표부가 막 커가던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그 과정도 체감할 수 있었죠. 예전에는 언론과 대중이 난민에 대해 잘 몰랐지만 이제는 많이 알게 됐잖아요. 이런 변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어서 굉장
히 보람 있어요.

한국 사회에서 일반인들이 만나기 쉽지 않은 난민을 가장 먼저 만나는 일을 하고 있잖아요. 인상 깊었던 점이 있나요?

모든 난민은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삶의 모습이 전부 달라요. 그러나 공통점이 있어요. 삶에 대한 의지가 남다르다는 거예요. 그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돼
요. 그분들은 분쟁과 박해, 하루아침에 고향을 잃어버린 어려운 상황에서도 삶을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그때마다 감명을 받아요. 어느 지역에 거주하는 난민이든 그 어려움을 겪은 뒤에는 웃으면서 자
신의 이야기를 해주시죠. 삶에 대한 그런 강인한 의지가 매우 존경스러워요.

유엔난민기구를 포함한 국제기구 근무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세계의 다양한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해요. 관련된 정보를 많이 찾아보는 것도요. 난민 문제의 경우,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매달 급변해요. 시리아 내전이 이렇게까지 오래갈 줄 아무도 몰랐잖아요. 미얀마의 로힝야 탄압도 수년간 있었던 문제인데 갑자기 엄청난 난민이 발생한 거고요. 세상의 변화에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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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정하고 일관된 커리어를 쌓으세요

유엔개발계획 서울정책센터 박혜진 공보관

글 전정아 ● 사진 백종헌, 유엔개발계획

 

국제기구에서 일하면 정말 해외에 많이 나가나요?

당연하죠. 해외 경험은 남부럽지 않을 만큼 풍부하게 할 수 있어요. 여러 문화와 언어를 직접 접할 수 있다는 건 이 직업의 장점이죠. 하지만 출장에, 야근에, 5년마다 한 번씩 근무지가 바뀌니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건 단점이기도 해요. 특히 아프리카의 남수단은 동반 가족을 데려갈 수 없는 근무지여서 남수단으로 발령받으면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죠. 또 오만이나 세네갈의 오지, 브라질 빈민촌 등 개발도상국으로 출장을 가는 일이 많다 보니 항상 건강에 유의해야 해요. 그래도 여건이 되면 개발도상국 현장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현장에서 변화를 직접 느끼고 호흡하면서 개발에 이바지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국제기구 근무자 중에서 본부에 안 들어갔으면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웃음)

유엔개발계획에는 어떻게 입사할 수 있나요? 진출 방법을 알려주세요.

다른 유엔 기구 입사 방법과 비슷해요. 먼저 인턴십은 1년에 두 번 모집하고 대학교 4학년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어요. 유엔자원봉사자는 KOICA나 외교부에서 선발하는데, 140여 개국에 자원봉사자를 파견하고 경비를 지원해줍니다. 실무직에는 젊은 인재 프로그램(YPP)이나 국제기구 초급 전문가(JPO) 경로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아요. 1년 미만의 계약직은 공석이 났을 때 경쟁 채용을 거쳐 선발합니다. 이외 경력직의 경우는 보통 교수, 인권 변호사, 연구원, 투자 전문가 등 전문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지원해요. 청소년 친구들에게는 아무래도 인턴십 제도가 가장 가깝겠네요.

공보관님도 인턴십을 거쳤나요?

물론이죠. UNDP 기술정책 관련 행사에서도 인턴을 했는걸요. 사실 말이 인턴이지 맡은 업무가 굉장히 많아요. 정책을 연구할 때 해당 국가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하는 건 당연하고, 회의가 있으면 같이 참여해서 녹취도 해요. 문서 번역도 인턴의 일입니다. 하지만 일이 어려운 만큼 국제기구가 하는 일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어요. 업무에서 두각을 드러내면 계약직으로 연장되기도 하니까 좋은 기회이죠. 대부분 학부 졸업생과 대학원생이 지원하는 만큼 화려한 경력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영어는 잘해야 해요.

 

 

영어 실력만큼은 필수 능력이군요.

영어 실력이라고 원어민처럼 유창한 발음과 회화를 바라는 게 아니에요. 영어로 생각하고 영문으로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칠 수 있는지를 봅니다. 이메일이며 문서 등 영문으로 글을 쓸 일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영문 글쓰기 실력이 가장 중요해요. 간혹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중국어, 러시아어, 아랍어처럼 제2외국어 실력을 요구하는 기구가 있어요. 이때는 해당 언어가 준(準)원어민 수준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많이들 좋은 대학교 출신이면 이점이 있느냐고 물어보는데, 출신 대학은 크게 상관없답니다. 지원하고자 하는 기구와 관련된 학문의 석박사 학위는 도움이 되지만요.

청소년들은 어떤 준비를 해두는 게 좋을까요?

국제사회와 국제정치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은 갖추는 게 좋습니다. 신문과 시사토론 프로그램, 심층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열심히 보세요. 또 모의 유엔 활동이나 관련 동아리에 참여하는 게 유리할 거예요. 하지만 무엇보다 지원하고자 하는 국제기구에 얼마나 관심이 있었는지, 활동 경력에 드러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부터 목표를 분명하게 잡으라는 말씀이군요.

그렇죠. 유엔이 담당하는 분야는 정말 다양해요. 개발, 금융, 교육, 보건, 난민 등 기구 자체도 많지만 각 기구 내 업무 파트도 재무, 공보, 정책, IT, 회계까지 제각각이죠. ‘유엔에서 일해야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자!’ 같은 두루뭉술한 목표가 아니라 ‘유엔개발계획의 공보관이 되어야지!’처럼 기구 속 업무 파트까지짚어 목표를 잡는 게 좋아요. 저도 다양한 NGO 활동을 했고 인턴십도 여러 기관에서 했지만 공통적으로 홍보, 미디어 담당으로 일하면서 공보관으로서의 기초를 닦았어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속에서 일관되게 자신의 분야를 향해 노력한 흔적이 나타나는 게 중요하답니다.

공보관 업무에서는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나요?

홍보는 시의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발 빠르게 움직이려고 해요. 언론 보도 시간을 확실히 지키고 SNS에는 실시간으로 글을 게시하면서요. 특히 매년 발행하는 인간개발보고서는 홍보만 해도 두세 달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해요. 홍보가 끝나면 또 바로 내년 보고서를 대비하죠.(웃음) 그리고 국제공무원이기 때문에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 중립은 꼭 지켜야 해요.

요즘 유엔개발계획 서울정책센터의 ‘핫이슈’가 궁금해요.

2월 6일에 열리는 토크 콘서트 준비에 모두 열을 올리고 있어요. 평창 동계올림픽 시기에 맞춰서 올림픽의 지속 가능성과 합치되는 목표를 5개 선정한 다음 각 목표별로 연사를 섭외한 토크 콘서트예요. 우리는 양성평등을 주제로 잡아서 유엔개발계획 친선 대사인 홍콩 영화배우 양자경 님이나 유명 동계스포츠 선수를 모시려고 해요. 사전 등록을 하면 무료로 참가할 수 있으니 MODU 친구들도 많이 오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국제기구 근무자가 되고픈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입사가 끝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내부 평가와 승진 평가를철저히 하고 국가 간, 기구 간 이동이 흔한 만큼 치러야 할 시험도 정말 많아요. 따라서 국제기구 근무자는 평생 공부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하죠. 하지만 직무 측면에서는 국제적으로 전문가(스페셜리스트)임을 인정받습니다. 전 공보관이라 커뮤니케이션 전문관이라고 불려요. 글로벌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은 친구들이라면 꼭 도전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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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정아 ●사진 오계옥

“문화생활을 많이 하고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으세요”

이현주(이하 현주) ─ 고등학생 친구가 두 명이나 오다니! 두 친구 모두 디자인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나요?

조민지(이하 민지) ─ 네, 저는 세그루 패션디자인고등학교, 예진이는 서울디자인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현주 ─ 그렇구나. 나도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홍익디자인고등학교로 전학을 갔거든요.

이예진(이하 예진) ─ 우아, 홍익디자인고는 제가 중학교 때 가고 싶23어 했던 곳이에요.

민지 ─ 신기하다. 난 서경대학교에 가고 싶은데. 언니는 우리 둘이 바라던 곳을 전부 다녔네요. 그런데 디자인고로 전학 가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현주 ─ 엄청 반대하셨고, 엄청 설득했어요.(웃음) 홍익디자인고에 남는 자리가 있는지 거의 매일 학교에 전화를 걸었죠. 얼굴도 모르는 선생님이랑 친해질 정도로요. 부모님도 끝내 제 의지를 꺾지는 못하시더라고요.

민지 ─ 언니는 취업이랑 진학 중에 뭘 추천하세요? 저와 예진이는 모두 취업 후 재직자 전형으로 진학하려고 하거든요.

현주 ─ 나도 학교에서 취업하라고 얼마나 압박을 줬는지 몰라요. 그래도 난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정시에 목숨을 걸었죠. 수업이 끝나면 곧장 미술학원에 가느라 학

교 친구가 별로 없어요.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제 선택이 옳았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은행에 취업한 제 친구도 지금 진학을 준비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예진 ─ 그럼 서경대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주 ─ 내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게 좋아서 패션디자인 쪽은 꾸준히 하고 싶었어요. 입시 준비를 하면서 패션디자인학과와 전공을 샅샅이 찾아봤는데, 서경대가 무대의상과 패션디자인을 함께배우는 커리큘럼이라 선택했어요.

민지 ─ 대학에 들어가면 어떤 걸 전문적으로 배우나요? 고등학교 때 배우는 거랑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 진학이 고민돼요.

현주 ─ 무대의상전공에서는 연극, 뮤지컬, 공연 등 무대에 올라가는 모든 의상을 디자인해요. 전반적으로 의상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도맡고 무대에 올리는 실습도 하죠. 우리 학교 전공만의 장점은 거의 매년 뮤지컬 팀과 컬래버레이션을 하기 때문에 옷을 정말 많이 만든다는 거예요. 특히 앙상블(짝지어서 착용하는 것을 의도한 한 벌의 의복이란 뜻으로 드레스와 재킷, 코트와 슈트 등을 말함) 의상을 준비하면 거의 10벌 정도? 힘들기는 해도 매년 자기 의상을 무대에 올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예요. 다른 학교 패션디자인과가 4년에 한 번 졸업 작품으로 쇼를 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죠?

예진 ─ 한 번에 10벌, 그것도 매년이요? 실력만큼은 확실히 늘겠어요.

민지 ─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현주 ─ 학교에서 모두 지원해주니까 비용 문제는 걱정 없죠.

민지 ─ 저도 무대의상 디자인 쪽에 관심이 많은데 무대의상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요?

현주 ─ 일단 대본을 보면서 극의 시대 배경과 계절을 파악하고 캐릭터 분석에 들어가요. 그리고 캐릭터에 맞는 의상을 준비하는데, 예를 들어 고지식한 40대 중반 캐릭터라면 안경을 씌우는 거죠. 대본 및 캐릭터 분석과 무대 분장이라는 수업에서 배울 수 있답니다.

예진 ─ 이론 수업은 거의 없나요?

현주 ─ 1학년 때는 이론 수업이 대부분이에요. 한복에 대한 기초적인 이론을 배울 수 있는 한국 복식사는 1학년 때 공부하죠. 그런데 4년 전체 커리큘럼으로 보면 실기 수업이 훨씬 많아요. 대표적으로 코스튬 디자인, 텍스타일 디자인, 무대의상 드레이핑 수업이 실기 로 이뤄져요.

예진 ─ 언니는 어떤 수업이 제일 좋았어요?

현주 ─ 텍스타일 디자인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원단을 염색하고 가방도 만들고, 자기가 원하는 건 뭐든 만들 수 있는 수업이죠. 또 드로잉 수업에서는 패션 일러스트를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요. 아, 색채학 수업은 컬러리스트 자격증을 준비하기에 딱이죠. 이렇게 말하니 너무 우리 학교 자랑만 한 것 같네요.(웃음) 사실 수업 자체는 엄청 힘들답니다. 그래도 교수님이 친절하게 다 알려주시니까 늦더라도 전부 익힐 수 있어요.

민지 ─ 기술적인 것은 학교에서 가르쳐주더라도 디자인은 디자이너 본인의 것이잖아요. 언니는 어디서 디자인 영감을 얻나요?

현주 ─ 다양한 문화생활을 통해 영감을 받고 있어요. 무대의상 전공이다 보니 뮤지컬이나 영화, 연극 등은 틈나는 대로 많이 보고 있고, 전시회는 짬을 내서라도 보러 가죠. 또 여행도 자주 다니려고 해요. 많은 걸 볼수록 내 디자인에 담아낼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고 생각해요. 다음엔 우리 셋이 함께 전시회를 보러 가요.

 

 

“한복과 의상에 관한 지식은 무엇이든 쌓아보세요”

이선영 멘토(이하 이 멘토) ─ 한복을 공부하는 기특한 친구들을 만났네요.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반가워요.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 물어보세요.

예진 ─ 제가 먼저 여쭤볼게요. 한복은 언제부터 만드셨나요?

이 멘토 ─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일에 뛰어들었어요. 대학 진학에 관심이 없었거든요.(웃음) 당시만 해도 바느질하는 여자는 팔자가 드세다는 둥 직업적 편견이 심했어요. 아버지가 집에서 쫓아낼 정도였죠. 그래서 언니 집에서 자수 학원을 다니며 한복을 만들어왔어요. 어린 나이에 밑바닥부터 악착같이 배우고 일했지만 그 덕에 기초는 누구보다 탄탄하게 쌓았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현주 ─ 전국에 ‘이선영한복’ 매장이 있던데요. 지방 매장은 어떻게 내신 건가요?

이 멘토 ─ 함께 동대문에서 한복 사업을 하던 분들이 하나둘씩 지방으로 내려가서 한복 매장을 차리신다고 하기에 제 이름을 빌려드린 거예요. 매장끼리 정보를 공유하면 판매에 큰 도움이 되거든요.

현주 ─ 본점과 지방 매장이 같은 디자인의 한복을 판매하나요?

이 멘토 ─ 서울과 지방은 추구하는 디자인이나 패턴, 색감이 많이 달라요. 서울에서 판매하는 한복이 훨씬 심플하고, 해안 지역으로 갈수록 화려해지죠. 시간이 되면 각 지방의 한복 전문점에 들러 디자인을 보고 오세요. 옷에도 지역색이 드러난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친구들은 개별적으로 한복 공부하기 힘들지 않나요? 한복을 전문적으로 배울 만한 곳이 많지 않잖아요.

민지 ─ 맞아요. 저도 그래서 한복 전문 학원을 다니고는 있는데, 그외에도 이것저것 공부하고 있어요.
이 멘토 ─ 좋은 자세를 가졌네요. 한복만 공부할 게 아니라 양장도 공부하고, 남자 옷도 공부하고, 드레스도 공부하세요. 의상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공부하면 한복에 특별한 디자인을 접목할 수 있어요.

예진 ─ 한복 디자인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요.

이 멘토 ─ 예진이가 만드는 거랑 똑같이 할 텐데?(웃음) 먼골라요. 여름에는 모시를, 한겨울에는 양단과 토끼털 등을 선택하는 식이죠. 세부적인 그림 및 색감은 원단을 선택한 뒤에 포인트를 주는 거예요.

예진 ─ 그런데 제가 만드는 것과는 왜 다르게 보일까요. 명장님의 한복을 보면 옷이 아니라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이 멘토 ─ 책이나 잡지를 보다 한복이 나온 컷이 하나라도 있으면 꼭 사서 읽어요. 남이 어떤 한복을 디자인했는지 많이 보는 게 중요저 디자인 콘셉트를 잡아요. 누가 어떤 행사를 위해 입는 옷인지 그 용도와 취지에 맞춰 콘셉트를 구상하고 나면 원단과 부자재를 계절에 맞춰하니까요. 난 만화책도 자주 읽죠. 인터넷 서핑하다 한복을 입힌 캐릭터를 보면 스크랩해두고요. 또 드레스 디자인도 찾아보면서 틈틈이 한복 디자인에 접목하고 있어요. 인사동에 가서 대여용 한복들을 보고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하기도 한답니다.

현주 ─ 인사동의 대여용 한복에도 관심을 가지실 줄은 몰랐어요.

이 멘토 ─ 트렌드를 워낙 빠르게 반영하는 곳이라 자주 보러 가요. 어떤 디자인이 인기가 많은지 한눈에 알 수 있죠. 그런데 요즘 대여용 한복을 보면 너무 중구난방인 경우가 많아요. 왕비 한복에 여자아이들이 하는 머리 장식인 배씨댕기를 드리우고, 임금 한복을 입히고 갓을 씌우는 걸 보면 문제의식을 느껴요. 전통을 무시하는 것뿐아니라 우리나라 망신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나는 역사를 제대로 공부해서 한복을 알리고 싶어요.

※ “한복 디자이너” 더블멘토링 전문은 <MODU> 1·2월 겨울합본호 61호 지면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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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MODU가 돌아왔다!

세계를 움직이는 국제기구 활동가 특집으로 돌아온 MODU! 

 

2018년 1, 2월 합본호 Vol. 61

Contents

 

06이달의 키워드 뉴스

 

08키워드로 보는 인물

가상화폐 ‘이더리움’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

 

10COVER STAR

강예나(부산 예문여고 2)

 

14만나고 싶었어요

플러스 사이즈 모델 김지양

 

20글로벌 롤모델

고든 램지

 

22더블 멘토링

한복 디자이너

MODU 2018년 1_2월 합본호 내지 1

 

SPECIAL세계를 누비는 국제기구 활동가

 MODU 2018년 1_2월 합본호 내지 2

30주목! 생생 인터뷰

국제이주기구(IOM) 프로그램 담당자

 

36 미래를 JOB아라 ①

유엔개발계획(UNDP) 공보관

 

40 미래를 JOB아라 ②

유엔난민기구(UNHCR) 공보관

 

44 꿈꾸는 모두

국제기구 진출 가이드

MODU 2018년 1_2월 합본호 내지 3

 

50퀴즈로 보는 해양 직업

도선사

 

54 강기자의 듣보Job 탐구

생물정보 분석가

 

56 학셔너리

소프트웨어학과

 

60 요즘 뜨는 학과

한국농수산대 식량작물학과

 

62 모두의 공부법

영단어, 어원부터 잡자!

 

64 꽃굴이의 봉사활동

조물조물 향기롭게~ 비누 만들기

 

66 J기자가 간다

‘올공’ 올래?

 

68 MODU 같이 고민해

관심의 표시일까? 과한 스킨십일까?

 

70 MODU의 문화

 

72 MODU 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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