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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디자이너

가든 디자이너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정원이야말로 감성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공간”

‘아이디얼 가든’ 임춘화 대표

 

조경가와 가든 디자이너의 직업적 차이점이 궁금하다.

조경가는 영어로 ‘Landscape Architect’, 즉 건축가에 가깝다면 가든 디자이너는 보다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직업이다. 존경하는 가든 디자이너 피에트 우돌프의 말처럼 ‘식물이 주인이 되는 공간’을 만드는 게 가든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공간이어야만 사람의 감성을 건드려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된다.

 

요즘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내 공원, 정원이 잘 조성돼 있느냐에 따라 아파트의 품격이 정해지기도 하더라. 가든 디자이너를 찾는 곳이 많아졌겠다.

맞다. 기본적으로 ‘도심 속 숲’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위주로 디자인한 뒤 정원의 요소를 추가하는 게 트렌드다. 정원의 요소란 ‘우리 집 마당에 있었으면 좋을 법한 꽃과 식물’이다. 그저 보고 감상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직접 잡초도 뽑고 식물을 기르면서 원예의 기쁨을 즐기도록 만들기 위해선 사람의 눈이야기높이에서 사계절 계속 피어나게 하는 식물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또한 시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식물의 키도 고려해야 한다.

 

(왼쪽부터) 식재 디자인에는 통일성과 단순미, 균형미 등을 고려해야 한다. 식물의 색상과 질감, 크기 등을 고려해 미리 도면에 칠해보며 조화가 되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실제 시공한 모습을 보여주는 ‘루미온’ 프로그램. 식물과 꽃 등 여러 소스가 설치돼 있어 자유롭게 심고, 핀 모습을 여러 방향에서 둘러볼 수 있다.

 

요양원, 공원, 박람회 등 다양한 곳의 가든 디자인을 맡아왔는데, 공간마다 디자인 포인트가 있다면?

‘요양원이니까, 공원이니까 꼭 이렇게 만들어야 해!’ 하는 것은 없다. 땅의 상태, 지역의 평균 기온, 공간의 경사가 백이면 백 전부 다르고, 무엇보다 의뢰인의 취향이 가지각색이기 때문에 그에 꼭 맞는 맞춤식 정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한 요양원에서 관리가 쉬운 정원으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한다면 철쭉을 심거나 잔디를 넓게 깔지만, 같은 요양원이더라도 주택 정원처럼 만들어달라는 요구에는 꽃으로 만발한 화려한 정원을 만드는 식이다. 가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위해 의뢰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멋대로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피해야 할 태도다.

 

그렇다면 가든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

가든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영국으로 유학 갔을 때 공원을 참 자주 다녔는데, 공원이 꼭 내 집, 우리 집 마당 같더라. 벤치에 앉는 순간 내가 주인공이 된 기분?(웃음) 그처럼 나도 어떤 정원을 디자인하든 ‘나라도 여기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설계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가 만든 정원에서 편안하게 야외 모임을 갖거나, ‘나만 알고 싶은 비밀의 장소’라고 부르는 걸 들었을 때 뿌듯하고 행복하다. 나만의 경쟁력이라면 식재 디자인, 즉 식물의 배치에 관한 지식이다. 다른 지식은 공부하고 일하면서충분히 쌓을 수 있지만, 식재 분야는 배우기도 어렵고 가르쳐주는 곳도 적다. 식물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의뢰인이 일을 맡길 때 신뢰하지 않으니 그저 많이 보고 데이터를 쌓는 게 좋다.

 

가든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해야 할 공부와 갖춰야 할 지식을 꼽아달라.

관련 학과를 전공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원예학과를 졸업했다면 설계에 대한 지식을, 조경학과를 졸업했다면 식물에 대한 지식을 보충하는 게 좋다. 식물 공부의 팁을 주자면, 영어 단어 외우듯 공부하는 것이다. 항상 가방에 계절별 식물 사전을 들고 다니며 그날그날 본 식물과 꽃을 기록해보자. 개나리는 언제 피는지, 라일락은 언제 만개하는지, 보다 보면 봄꽃도 개화 시기가 전부 다르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매일 쌓인 데이터는 아주 유용한 식물 데이터베이스가 된다.

 

꽃과 식물을 사랑해 가든 디자이너가 되고픈 청소년 친구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경기도 정원 박람회, 마을 가꾸기, 도시 재생사업 등등 조금만 찾아본다면 일반인이 참가할 수 있는 이벤트가 참 많다. 시도하기 전에 성과부터 생각하지 말고 일단 참여해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나는 법학을 전공했고, 당연히 내가 법조인으로 살 거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참 멀리도 돌아왔지만, 시골 소녀로 자라 자연스럽게 쌓아온 식물에 대한 지식은 지금도 무척 소중하다. 우리 친구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루 빨리 찾아내길 바란다.

 

동탄 여울공원 작가정원 ‘느릿느릿 걷는 구부러진 길’

마음속 이상적인 낙원을 나무와 꽃, 풀로 그려보는 곳이 바로 ‘정원’이다. 정원의 기획부터 설계, 시공, 마무리까지 모두 도맡는 가든 디자이너의 업무 현장을 따라가 보자

 

01 디자인 구상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이준관 시인의 ‘구부러진 길’이라는 시를 읽고 추억 속 동네 골목 길 어귀를 떠올렸다. 도시의 혼란스러운 시간 속, 끝이 보이지 않 는 달리기에 지친 사람들에게 멈춤과 쉼을 제공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별과 들꽃을 품고 구부러진 골목길을 느릿느릿 걸으며 쉼 과 회복을 얻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정원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02 평면도 제작

전체적인 공간을 디자인한 뒤에는 식물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바닥 포장 디테일과 조명 전기선, 배 관 등을 맞춰 도면에 상세하게 그린다. 도면은 손으로 그리거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보통 CAD(Computer-Aided Design, 컴퓨터 지원 설계) 를 활용하며, 실제 시공했을 때의 모습을 보기 위해 ‘루미온’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03 시공

허공에 떠돌던 디자인을 현실에 만드는 시간. 현장에 도착하면 바닥에 도면대로 붉게 표시를 한 뒤 공사를 시작한다. 땅을 파고, 물을 넣고, 길을 내며 식물을 도면에 맞게 심는 것이다.일하는 분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친하게 지내면 설계보다 완벽한 현장이 완성된다.

 

04 완공 후 한 달

자연의 힘으로 한층 아름다워진 한 달 뒤 정원의 모습. 봄에 피는 겹벚꽃, 라일락, 철쭉, 여름에 피는 수국, 이팝나무, 가을에 피는 배롱나무 등으로 계절적인 균형을 맞춰 식물을 골고루 심었다.

 

 

글 전정아 ● 사진 손홍주, 아이디얼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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