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4호] 대한민국 대표 만화가 주호민

대한민국 대표 만화가 주호민님

네이버 웹툰 <신과 함께> 의 주인공을 만나다

인터뷰 -이규석

사진 – MODU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홍대입구역. 시끌벅적한 그 곳에서 만화가 주호민님을 만났습니다. 네이버 웹툰 <신과 함께>, 야후 웹툰 <무한동력> 그리고 <짬> 의 성공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만화가 중 1인이 되신 주호민님! 평소에 생각했던 대로 포근하고 따뜻한 인상으로 저희를 맞아 주셨어요.

MODU 독자님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만화가 주호민입니다. 전국에 계신 고등학생 여러분 반가워요. 제 인터뷰가 여러분들에게, 특히 만화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은 파주에 살고 있고요, ‘신과 함께 – 이승편’ 연재를 마치고 지금은 ‘신과 함께 – 신화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신과 함께” 같은 경우에는 지금 일본 쪽에 판권이 팔려 곧 연재가 시작될 예정이고요, 영화화 작업도 준비 중이에요.

저는 쉬운 만화를 그려요

작가님은 주로 어떤 작품을 그리는 편이세요?
음… 뭐랄까 저는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시사적인 문제’에 대해서 주로 만화를 그리는 편이에요. ‘신과 함께’에서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담으려고 많이 노력했고 특히 이승편에서는 재개발 문제를 다뤘었죠. 예전 작품인 무한동력은 88만원 세대라는 이슈와 함께 유명해지기도 했고요. 또 저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만화를 그리려고 노력합니다. 어린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누구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주로 그리는 편이죠.

말년이 만화는 훌륭한 병맛이죠

시사적인 측면에서 ‘이말년 시리즈’는 어떤가요?
사실 말년이랑은 친한 사이에요. 말년이는 시사적인 문제를 만화로 풀어내는 능력이 대단한 친구죠. 한번은 어느 대학교 수업에서 대중 문화를 분석하면서 제 만화와 말년이 만화를 비교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말년이 만화는 병맛이고, 제 만화는 병맛이 아니라고… 하하 맞아요. 이말년 시리즈는 병맛이긴 해요. 근데 보통 병맛은 아니고… 좀 훌륭한 병맛이죠.

 

만화를 사랑해야 만화가가 되요

어떻게 하면 작가님처럼 만화가가 될 수 있을까요?
학교 다닐 때 보면 꼭 한 반에 한 명씩 연습장에도 만화 그리고, 교과서에도 만화 그리고… 맨날 만화책만 보고 만화만 그리는 애들 있잖아요? 그런 애들이 만화가가 되요. 결국 만화를 좋아하고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만화가가 되거든요. 실제로 지금 활동하는 작가님들 중에 만화 관련 학과 출신 아니신 분도 엄청나게 많아요. 학과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정말 만화에 대해 애정이 있느냐… 그게 핵심이죠.

사실 학과가 중요한 건 아니에요. 만화 관련 학과에 가면 도움이 되는 지식이나 기술은 배울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만화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실제로 졸업하고 나서 자기 만화를 그리는 대신 일러스트를 그려 주거나 게임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결국 자신의 만화를 그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쌓고,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 말투, 행동을 관찰하면서 세상을 보는 자신만의 눈을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작가와 여러 문하생들이 한 화실에서 함께 작업을 하면서 기술을 전수받는 방식으로 만화가가 길러졌어요. 화실에서 사람이 필요하면 공고를 내어 후배 만화가를 구하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거의 없어졌어요. 웹툰 중심으로 만화 시장이 바뀌면서 1인 작업체제가 되었죠. 그래서 지금은 만화가가 되려면 ‘도전 만화’ 같은 곳에 일단 작품을 올리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실력과 운이 좋으면 금방 데뷔할 수도 있지만… 기회가 없으면 몇 년 이상 걸리기도 하고… 희망고문이에요. 만화가가 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죠.

10년 뒤의 작가님은 어떤 모습일까요?
10년 뒤요? 계속해서 만화를 그리고 있겠죠… 제 꿈은 거창한 것은 아니고 그냥 계속 만화를 그리고 만화로 소통하고 만화로 먹고 사는 건데… 아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주호민님은 어떻게 만화가가 되셨어요?
저도 제가 만화가가 될 줄은 몰랐어요. 초등학교 때 사촌 형이 만화를 그리는 것을 보고 처음 만화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어요. 만화를 그리는 것이 즐거웠고, 친구들이 제 만화를 재미있다고 말해 줄 때면 더 힘이 났죠. 하지만 저도 제가 만화가가 될 줄은 몰랐어요. 못 믿으시겠지만 저는 중학교 때부터 중상위권 학생이었고 일산에서도 상위권 학교인 백신고등학교를 다녔거든요. 실제로 수능 성적도 400점 만점에 350점 정도 받았었고요.

광탈! 그리고 또 광탈!

그래서 저도 좋은 학교 가서 평범하게 살 줄 알았는데… 그런데 소신 지원이 화를 불렀어요. 아무래도 하고 싶은 게 확실하게 있지 않다 보니 인기 학과들 위주로 원서를 썼는데 어라… 가군 광탈 나군 광탈 다군 광탈… 그리고 결국 재수를 하게 됐죠. 재수학원 다니면서 일 년간 공부를 하고 또 원서를 썼는데 또 광탈을 한 거에요! 맙소사… MODU 독자 여러분, 원서 하나 정도는 안전하게 쓰시길 바래요.

 

학과가 사라지고 졸지에 백수 되다

도저히 삼수는 못하겠고 그래서 직업전문학교 애니메이션학과에 갔어요. 좋아하는 만화라도 제대로 배워서 뭔가 해 보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여기가 원서만 썼다 하면 붙는 학교였기에 만화에 열정을 가진 친구들이 거의 없었어요. 다들 학교 그만 두고, 수업 안 들어 오고… 그래서 방황하다가 군대를 갔어요. 그런데 군대를 다녀왔는데 학과가 없어진 거에요!? 전산학과인가 그걸로 바뀌었으니 컴퓨터 공부를 하라고 하길래… 미련 없이 자퇴했고 백수가 되었죠

처음에는 공짜 연재도 고마워…

그리고는 방황하다가 우연히 ‘네이버 붐’ 이라는 서비스 담당자한테서 만화를 싣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제가 예전에 그렸던 만화를 보고 연락을 준 거죠. 그쪽에서 원고료는 없다고 했지만 저는 그런 제안조차 고마워 할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군대 생활을 바탕으로 한 <짬>을 그렸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은 거에요. 그러다가 출판사 계약도 하게 되고… 그렇게 조금씩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만화를 그리는 것의 즐거움도 다시 깨닫게 되었고요.

지금은 어엿한 한국 대표 만화가

정말 지금은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있어요. 애니북스와 출판 계약을 맺기도 했고, 강풀 선배님의 누룩미디어에 소속되기도 했고 심지어 최근에는 <신과 함께> 를 영화로 하자는 제안까지 받았어요. 작년에는 2011 부천만화대상에서 우수이야기만화상을 받기도 했고요. 제 작품을 사랑해 주시는 독자님들께 많이 감사하죠. 기억에 남는 사례도 몇 개 있어요. 만화 잘 그리는 법을 알려달라고 메일을 보낸 중학생에게 답장을 보낸 적이 있는데 그 학생이 이번에 대학로에서 사인회 할 때 찾아 온 거에요? 작품을 보여 주는데 제가 중학교 다닐 때 보다 훨씬 잘 그리더라고요. 나이 많으신 독자 분들은 고기 사 주신다, 술 사 주신다 하면서 계속 뭘 사 주신다고 하세요.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에요

마지막으로, 만화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라는 말을 해 주고 싶어요. 정말 만화를 사랑하고 몇 시간씩 즐겁게 만화를 그릴 수 있다면 만화가가 될 수 있죠. 그리고 최고의 연습은 직접 연재를 해 보는 거에요. ‘도전 만화’ 같은 코너에요. 한 작품을 기한 내에 끝낸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거든요. 그래서 본인이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연재를 해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게 많아요. 독자들의 반응도 바로 바로 알 수 있고요.

여러분, 꿈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MODU 독자 전체에게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생 여러분 지금 꿈과 목표가 없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지금 꿈이 없는 건 여러분 탓이 아니니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으려면 시간이 많아야 하는데… 많은 것을 해 보고, 느껴 보고, 맛 보고 그래야 되는데 요즘 학생들은 학교, 학원, 집 밖에 없으니까요. 아침부터 밤까지 똑 같은 것만 경험하니까 시야가 좁을 수 밖에 없죠. 꿈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것, 남들보다 조금 더 좋아하는 것, 그런 사소한 행복에 집중하는 것이 여러분들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야후에 들어가면 제가 예전에 연재한 <무한동력> 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꿈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면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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