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글로벌 롤모델

‘스탁’ 스럽게! 산업 디자이너 필립 스탁런던

‘스탁’ 스럽게!
산업 디자이너 필립 스탁런던

“나는 부자를 위해 2억 달러짜리 요트를 만들고, 가난한 사람도 살 수 있는 2달러짜리 우유병도 디자인한다”는 말처럼 작은 소품부터 건축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는 필립 스탁. 분야를 가리지 않고 뛰어난 독창성을 보여주며 오랫동안 디자인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필립 스탁의 남다른 비결은 무엇일까?

글 강서진 ●사진 REX, 위키미디어커먼즈

디자인의 편견을 깨다

 

프랑스의 산업 디자이너 필립 스탁은 세계 3대 디자이너로 손꼽힐 만큼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1960년대부터 디자이너로 활동해 실용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디자인, 고정관념을 깨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70살이 된 지금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스탁이 디자인계의 전설로 불릴 수 있는 건 제품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건축, 요트, 모터사이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재능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징어와 외계인을 형상화한 착즙기, 투명한 플라스틱 의자, 휴대용 TV, 세라믹 소재의 스마트폰 등 기존 제품들과 모양이나 소재, 기능, 디자인을 차별화한 스탁의 제품은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주시 살리프(Juicy Salif)’ 착즙기는 눈에 띄는 독특한 디자인과 기계적 장치가 없는 간편한 사용법으로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며 필립 스탁의 대표작이 됐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유령 의자로 불리는 ‘루이 고스트 체어’는 전 세계에서 연간 5만여 개가 판매되는 베스트셀러다. 이 제품은 튼튼하고 가벼우며 착석감이 편안해 플라스틱은 딱딱하고 불편하다는 편견을 깼으며, 특정한 컬러가 없어도 어느 공간이든 잘 어울려 예술성과 실용성을 고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탁은 건축 디자인에서도 뛰어난 상상력을 펼쳤다. 일본 맥주 기업인 아사히의 건물 ‘비어홀’은 스탁이 디자인한 대표적인 건축물로 꼽히는데, 건물 꼭대기에 맥주 거품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만들어 도쿄의 명소가 됐다.
여러 분야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스탁의 작품은 파리,스탁런던, 뉴욕 등 세계 박물관과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채택되고, 작품전이 열리기도 했으며 1985년에는 최우수 아트디렉터로 선정됐다. 이후 하버드 디자인 우수상을 비롯해 바르셀로나, 시카고, 뉴욕, 이탈리아 등에서 수많은 디자인상을 휩쓸며 부와 명예를 얻었다.

자유로운 상상력이 경쟁력

 

필립 스탁이 디자인해 파리의 명소가 된 레스토랑 ‘콩(Kong)’. 유리로 덮인 돔 형태의 공간은 스탁이 만든 의자와 테이블로 채워져 있다.


 

디자이너로서 세계적인 입지를 탄탄히 다진 필립 스탁이 틀에 얽매이지 않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자유롭게 상상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파리의 디자인 스쿨에 진학했지만, 공부에 회의를 느껴 자퇴 후 독학으로 디자인을 배웠다. 어릴 때부터 물건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한 스탁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게 취미였고, 항공기 엔지니어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기계에도 관심이 많았다. 19살에는 헬륨 풍선을 이용해 공중에 떠다니는 램프를 생각해내고 공기 주입식 제품들을 생산하는 회사를 세웠다. 스탁의 도전 정신과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한 유명 패션 기업 ‘피에르 가르뎅’은 20살인 그를 아트 디렉터로 고용했고, 스탁은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디자인 역량을 쌓아갔다. 디자이너로 활동한 지 7년 차가 되던 1976년에는 파리의 한 나이트클럽 실내 디자인을 맡게 되며 업계에 이름을 알렸고, 1979년에 독립 회사인 ‘스탁 프로덕트(Starck Product)’를 설립해 의자, 조명, 주방용품 등 그가 디자인한 것들을 상품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982년에 프랑스 대통령 사저의 인테리어를 맡아 고풍스러운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특히 영부인 침실의 쿠션 의자가 독창적인 제품으로 평가받으며 공간 디자이너로도 인정받게 됐다. 이후 스탁은 파리의 카페와 레스토랑, 뉴욕과 홍콩의 호텔 등 세계 주요 도시의 건축물과 실내 디자인을 창조해내며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건축가로 거듭났다.
 

사람과 환경을 사랑한 크리에이터

 

필립 스탁이 레스토랑에서 오징어 요리를 먹다가 아이디어를 얻은 착즙기
‘주시 살리프’


 

생활용품부터 패션, 전자기기,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스탁 스타일’의 디자인이 창출되며 파리의 한 도심 거리에는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것들로 꾸며진 ‘스탁 거리’가 생겼다. 또 ‘스탁 라이프스타일’이라 불리는 문화가 조성돼 스탁이 만든 공간과 제품을 즐기는 스탁 마니아들도 생겨났다. 스탁이 만든 제품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유명 기업들은 스탁과 협업을 진행했고 중국 전자회사 샤오미의 스마트폰을 비롯해 러시아의 호화 요트, 세계 최초 인공지능 의자 등을 디자인했다. 또 우주여행 비행선과 정거장 객실, 젤라틴 소재의 미래형 스마트폰 등의 디자인을 제안하며 끊임없이 혁신을 거듭하는 디자이너로 평가받고 있다.

필립 스탁이 큰 성공을 이룬 것은 뛰어난 감각과 재능뿐만 아니라,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연구한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시작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소신을 밝혀온 그는 카페 웨이터들이 음식을 나르다 의자 다리에 부딪히는 걸 보고 다리가 세 개인 의자를 개발했다. 또 환경에 해로운 생산 방식을 고수하는 기업들과는 일하지 않았을 정도로 남다른 윤리 의식을 지녀 친환경 플라스틱을 이용한 의자를 만들기도 했다.

“디자인의 핵심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그들의 삶을 좀 더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다”라고 필립 스탁이 말한 것처럼 그는 디자이너를 넘어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만드는 창작자다.

※ <MODU>를 통해  매달 ‘글로벌 롤모델’를 확인해보세요. 

 

NO COMMENTS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