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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의 불편한 진실

 

매주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드라마 <SKY 캐슬>이야기다. <SKY 캐슬>은 드라마 특유의 긴장감을 잘 표현한 연출력과 입시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극본,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작품성을 높이 평가받았다.

드라마 속 부모들은 소위 ‘SKY’로 불리는 명문대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녀가 SKY 대학에 합격하는 것만이 부와 명예, 권력을 누리는 길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특권층의 사교육에 대한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SKY 캐슬>은 왜 많은 이의 공감을 샀을까. 화제가 된 드라마 <SKY 캐슬>을 통해 우리나라 입시 제도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짚어봤다.

                                                                                                  

 

 

‘학종’의 어두운 이면을 낱낱이 드러내다

 

“비교과는 또 뭐야? 공부만 잘하면 됐지, 뭐가 그렇게 복잡해.”

“옛날 학력고사 세대와는 달라요. 라면 하나를 끓일 때도 설명서를 읽는데 대한민국 최고 의대를 가려 하면서 어떻게 전략을 안 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으로 합격한 서울대 의대생의 포트폴리오를 손에 쥐려는 주인공들의 대사다. 명문대에 가려면 내신과 학교생활기록부 관리, 자기소개서 내용 등 합격 비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SKY 캐슬>이 지금껏 입시 문제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들과 큰 차이점이 있다면, 이른바 ‘학종시대’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는 점이다.

수능 점수가 대학 입시 당락을 좌우할 때는 어찌 됐든 수능 과목을 열심히공부하면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런데 내신 등급, 수행평가를 비롯해 동아리, 봉사, 독서, 진로 활동 등 비교과 영역까지 정성 평가하는 학종이 입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성적만으로는 대학 합격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맞는 학생부, 자소서 등 서류와 스펙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합격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서류전략을 잘 짠 전교 10등이 전교 1등을 제치고 합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내신과 비교과 활동까지 관리하는 데 온 신경을 쏟는다. 학종 관리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입시 코디네이터’가 있다면 당연히 그들의 도움을 받고 싶을 것이다.

<SKY 캐슬>에서 입시 코디네이터가 등장하자 이들이 진짜로 존재하는 것인지 관심이 뜨겁다. 학생들의 대입을 관리하는 입시 코디네이터는 사교육업계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드라마에서처럼 입시 컨설팅을 받는 데 수억 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부모의 재력과 능력이 아이의 대학 합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서글픈 얘기가 나올 만도 하다.

 

➊ VVIP를 대상으로 열리는 입시 특강에서 합격률 100%를 자랑하는 수억 원의 유명 입시 코디네이터는 학부모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➋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바라는 주인공이 입시 코디네이터에게 무릎 꿇고 애원하는 장면.

➌ 드라마 속 인물들은 입시 코디네이터의 말이라면 그것이 편법이라도 무조건 믿고 따른다.

➍ 명문대 합격생의 입시 전략 포트폴리오를 얻기 위해 합격 축하 파티를 여는 장면.

 

입시,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

 

<SKY 캐슬>을 보며 학생이 대학을 가는 데 부모와 입시 전문가가 이렇게까지 깊게 관여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학종은 과거 학력고사나 수능처럼 시험 점수로 학생들을 평가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4년에 도입됐다. 학업 능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다양한 재능과 잠재 능력, 발전 가능성이 있으면 얼마든지 대학에 갈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평소의 학교생활을 평가한 것으로 입시를 치르면 무분별한 사교육을 방지하고 공교육이정상화될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학종이 확대될수록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학종에 지원하려면 학생부에 교과, 비교과 활동 내용을 한 줄이라도 더 넣어야 유리한데, 모든 학생이 교내외 활동 기회를 차별 없이 누리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교내 활동만 보더라도 국공립, 사립 등 학교와 지역마다 활동 프로그램을 주최하는 횟수가 다 달라서 교육 환경에 따라 학생부 기재 내용이 천차만별이 된다. 더욱이 학교 밖에서 체험할 수 있는 특기·적성 관련 활동을 하려면 다양한 정보력과 경제력은 물론, 경우에 따라선 인맥도 필요하다. 이렇다 보니 학종에 맞춤형으로 관리해주는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이 생겨나고, 고액 입시 컨설팅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부에 넣을 교내외 활동은 물론 자기소개서, 면접까지 관리해주는 입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학종에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학종 역시 더 많이 가진 이들이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입시 전형으로 남게 되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 학종의 도입 취지처럼 학생 누구나 자발적으로 원하는 꿈을 설계할 수 있는 공정한 입시 제도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이 다양한 교육 기회를 공평하게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등 학종의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SKY 캐슬>이 보여준 것처럼 ‘아이의 행복이 최우선인 교육’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봐야 할 때다.

 
 

글 강서진 ●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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