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3호] 청소년 극 ‘고딩만의 세상’-감독 인터뷰

# 고딩만의 세상

 

기자 – 권예정

사진 – 이재준

집에 한 대 있는 컴퓨터를 누가 먼저 사용하느냐 때문에 형제들과 싸운 적이 있는지? 모의고사 성적이 떨어져서 담임 선생님께 불려가 장황한 설교를 들은 적은? 교실에서 자꾸만 일어나는 도난 사건 때문에 같은 반 친구를 의심해본 적은? 앞의 질문에 하나라도 ‘예’라고 대답했다면 당신은 ‘고딩만의 세상’을 보며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양 공감할 것이다.

청소년 극장 ‘고딩만의 세상’은 흡입력 있는 네 가지 에피소드로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들과 교사들까지 고딩들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1장 ‘게임이 좋아요’는 게임을 좋아하는 고등학생 주호가 컴퓨터 때문에 대학생 누나와 다투고 pc방에 갔다가 거기서 만난 남자와 시비가 붙어 몸싸움까지 벌이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찰서까지 가게 된 주호는 어머니가 오셔서 합의를 보고 풀려나지만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께 매를 맞는다. 2장 ‘사람처럼 살고 싶어’는 검사 아버지와 의사 어머니를 둔 고등학생 명호가 모의고사 성적이 떨어져 학원 선생님께 혼이 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호는 수능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것을 기념하며 백일주를 마시고 집에 들어가는데, 어머니와 아버지께 몹시 혼이 난다. 3장 ‘나도 스타가 될 거야’는 연예인이 되고 싶은 여고생 미연이가 어느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오디션을 보자마자 합격하고, 사진 촬영비 80만원을 입금한 뒤 사기를 당하는 이야기이다. 4장 ‘명호의 거짓말은 고등학교 교실 내에서 일어나는 도난 사고를 소재로 다룬다. 유력한 용의자 혜진을 아이들은 몰아세우지만 반장은 혜진의 가난한 집안 사정을 말하며 감싸기만 하고, 결국 명호마저 혜진에게 돈을 도난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4장 제목이 ‘명호의 거짓말’인 이유는 사실 혜진을 좋아하고 있었던 명호가 거짓말을 하여 혜진의 잘못을 덮어주었기 때문이다.

있을 법한 이야기, 고딩들의 이야기를 담은 ‘고딩만의 세상’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비단 고딩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고딩들의 대사, 부모님의 대사, 선생님의 대사 하나하나가 그들의 입장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연극을 감상한 후 감독님을 직접 만나 그분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감독 인터뷰

 

Q: ‘고딩만의 세상’은 제목에서부터 풋풋한 냄새가 난다. 젊은 감독이 연출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께서 예상외로 연륜이 있으셔서 놀랐다. 어떻게 ‘요즘 사회의 고딩’을 소재로 연출할 생각을 하셨나.

A: 여름방학이면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문화체험활동으로 대학로에서 연극 보는 것을 권장하고 있어 학생들이 대학로를 많이 찾아온다. 막상 대학로에 찾아오지만 어떤 연극을 보아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을 보면서, 또 대학로가 그들이 볼 만한 연극보다는 성인극 위주인 현실을 보면서, 청소년들이 보고 즐기고 공감할 만한 연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기획하게 된 것이 바로 ‘고딩만의 세상’이다. 처음 무대에 올린 이후로 학생들의 문화체험활동 기간인 여름방학마다 공연하고 있다.

Q: 제목을 ‘고딩만의 세상’이라고 붙인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A: 청소년들은 신체상으로 성인과 별 차이가 없다. 그들이 어른들의 간섭을 불필요하다 생각하고 자신들이 이제 다 컸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겉만 보아서는 어른들과 다른 점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눈에 청소년들은 아직 미숙하고 약한 존재이지만,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그런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동시에 그들은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공유한다. 그런 청소년들을 대표하는 언어가 ‘고딩’이라는 두 글자라고 생각했다.

 

Q: ‘고딩만의 세상’은 여러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것도 독특하고, 탭 댄스도 나와서 일반 연극에 비해 다채롭다. ‘고딩만의 세상’의 구성이 지닌 특징들을 소개한다면.

A: 청소년들을 위해 만든 연극이기 때문에 최대한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구성하고자 노력했다. 청소년들은 연극이라는 장르가 익숙지 않아서 공연장에 들어설 때 표정이 잔뜩 긴장해 있다. 학교에서 억지로 떠민 듯한 느낌이다(웃음).  다들 처음에 ‘연극은 지루할 거야’라고 생각하고 들어오는 것 같다. 그래서 지루함을 없애주고자 4개의 짤막짤막한 이야기를 엮은 옴니버스 구성방식을 취했다. 연극이 시작할 때나 끝날 때 춤과 노래가 나오고, 이야기 하나가 끝날 때마다 악기 연주나 노래, 춤 등이 나오는 것도 연극이라는 장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춤과 노래는 청소년들에게 상당히 익숙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연극이 뮤지컬에 가까워져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대사와 연기만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춤과 노래도 함께 연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웬만한 성인극보다 더 많은 연습을 필요로 했던 것 같다.

Q: 4개의 이야기 소재는 어디서 얻었나.

A: 청소년 상담 사례를 조사해서 가장 많이 상담한 사례들을 추려내었다. 역시나 입시에 대한 강박관념이 청소년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고, 자기 적성에 맞지 않는 진로에 대한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의 기대도 마찬가지였다. 뜻밖이었던 것은 엔터테인먼트 사기 사례가 상당히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은 꼭 사회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서 구성에 포함시켰다.

Q: 만약 다섯 번째 이야기를 덧붙여 총 5개의 이야기로 재구성한다면 어떤 내용으로 하고 싶은지.

A: 청소년들의 고민 또는 상담 사례 중에 상당히 많이 나오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성(性)’에 관한 문제이다. 그러나 민감한 문제이고 자칫 청소년들에게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더 오랜 기간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구성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만약 다섯 번째 에피소드를 만든다면 성 문제를 다뤄보고 싶다.

Q: ‘고딩만의 세상’이 청소년들의 고민을 보여주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의도 외에도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가 더 있을 것 같다. 관객이 세심하게 보지 않으면 자칫 놓칠 수 있지만 꼭 알아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A: 연극을 되도록이면 쉽게 만들고자 노력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객들이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알고 돌아가는 것 같다. 굳이 꼽자면 1장에서 아버지가 아들의 종아리에 매를 대고 밤에 몰래 약을 발라주고 가는 장면이다. ‘매를 드는 것’뿐 아니라 ‘약을 발라주는 것’도 부모의 마음임을 청소년들이 알길 바랐다. 어느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설정한 장면인데, 2장에서 부모가 자신들이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점을 꼬집은 것도 마찬가지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1장에서는 청소년들이 부모를 오해하는 시각을 바로잡아주고자 했다면, 2장에서는 부모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청소년들을 위해 만든 연극이지만 부모, 교사가 함께 보았으면 하는 욕심이 크다. 맞물린 입장들이 이 연극을 통해 소통하게 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Q: ‘고딩만의 세상’에서 수정하고 싶은 부분 혹은 수정할 계획이 있는 부분이 있나.

A: 사실 연극 내용을 수정하고 싶다기보다는 연극 장소를 바꾸어보고 싶다. 성인극을 하지 않는 청소년만을 위한 공연장을 만들고 싶다. 분위기가 더 개방적이고, 친근감 있고, 어찌 보면 놀이터 같은 곳으로 꾸며보고 싶다. 아마도 로또를 맞아야 되지 싶다(웃음).

Q: ‘고딩만의 세상’ 앞으로의 공연 계획은.

A: ‘고딩만의 세상’은 원래 여름방학 때마다 공연해왔는데, 수능이 끝나고 시간에 여유가 생기는 고등학생들을 위해 겨울에도 공연을 할까 논의 중이다.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Q: 끝으로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한 편의 잘못된 영화가 사람을 망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역으로 한 편의 좋은 공연이 사람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겠나. ‘고딩만의 세상’이라는 연극이 청소년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그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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