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이달의 진로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신혜인 공보관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신혜인 공보관

글 이수진 ● 사진 백종헌,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는 어떤 일을 하나요?

각 나라 대표부별로 역할이 조금씩 달라요. 한국의 경우 난민의 심사부터 인정이나 처우까지 모두 대한민국 정부가 관할해요. 그래서 기구가 직접적으로 난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죠. 다만 심사 중에 있다거나 보호소에 있는 분들, 국내에서 난민 지위를 얻은 분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최대한 돕고 있어요. 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난민 심사는 어떻게 받을 수 있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등을 안내합니다.

이곳에는 어떤 분들이 근무하고 있나요?

유엔난민기구는 다양한 팀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각 나라의 상황마다 팀 구성이 달라지는데, 한국은 정부와의 관계를 담당하는 팀, 후원 업무팀, 법무팀 등이 있어요. 법무팀은 국내에 들어온 난민의 처우나 법적인 제고, 정책 등을 개선해 정부와 협의하는 일을 해요. 민간 모금팀은 개인이나 기업 후원자들에게 모금을 독려하는 역할을 하고요. 한국은 난민이 많이 거주하는 국가는 아니지만 난민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선진국 반열에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보다 모금팀 규모가 큰 편이에요.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공보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공보관은 기본적으로 언론 홍보를 담당해요. 기구가 하는 역할이나 어려움에 대해 언론과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죠. 또 친선 대사를 섭외하고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친선 대사와는 연간 회의를 통해 어떤 식으로 홍보하면 좋을지 논의하고요.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공보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미디어 모니터링이에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아침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신문을 확인하죠. 국내 난민 기사는 물론, 저희 기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확인해요. 예를 들면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기사도 그런 모니터링에 포함돼요. 기사를 모두 확인한 뒤 한국대표부와 공유하고 뉴스와 관계있는 해당 국가와도 공유하죠. 또 언론사에 공개될 보도 자료를 작성해요. 이 외에 제네바 본부에서 오는 보고서나 언론에 보낼 자료를 번역해요. 제 업무는 커다란 틀은 정해져 있지만 매일매일 내용이 조금씩 달라요. 그 점이 가장 재밌어요.

업무를 진행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주의 깊게 생각하나요?

한국은 난민들이 직접적으로 유입되는 분쟁 지역 인접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업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난민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리는 일이에요. 왜 한국까지 오게 되었는지,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왜 국제적인 책무인지 알기 쉽게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정우성 친선 대사를 섭외한 것도 인지도가 있는 분들의 언어를 통해 난민을 설명하면 좀 더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언제부터 한국대표부에서 근무했나요?

2012년부터 근무해서 올해로 6년 차예요. 유엔난민기구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긴급구호 파견을 보내는데 2016년에 두 달 정도 이라크로 파견 근무를 갔어요.

긴급구호 현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나요?

대규모 난민이 발생해서 유입되는 상황을 긴급구호라고 부르는데, 당시 이라크 정부가 모술이라는 도시를 IS로부터 탈환하기 위한 작전을 앞두고 있었어요. 이렇게 내전이 일어나면 실향민이 대거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저희 기구는 내전 상황에 대비해 분야별로 그룹을 만들어서 파견하는데 저도 그 팀의 일원이었죠. 실향민의 경우, 어떤 경로를 통해 피신할지 기구가 예측해서 난민촌을 만들어요. 유엔난민기구 혼자 하는 건 아니고 해당 정부 및 다른 기구들과 협력해서 만들죠. 저는 보고관 역할이었는데, 난민촌을 만드는 과정에서 결정되는 내부 사항을 본부와 이라크를 지원하는 후원국 정부에 보고하는 일이었어요.

긴급구호 현장에 파견됐을 때 신변 위협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제 성향인데 그런 상황에 대한 겁은 없어요. 위험한 곳에서 목숨을 잃는다면, 어디에 있어도 목숨을 잃을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다만, 처음으로 난민촌을 방문했을 때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현지 상황이 훨씬 안 좋아서요. 그 업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저는 너무나 편안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내가 정말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걸까 자책하는 마음도 들었죠. 이런 마음은 저희 기구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여러 번 방문하면서 차차 극복할 수 있었어요.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 필리포 그란디의 한국 방한 기자회견.

이라크 긴급구호 파견 근무 중 동료 직원들과 한 컷 .

 

유엔난민기구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공보관으로 근무하기 전에 8년간 기자 생활을 했어요. 한국대표부에는 공보관이라는 직책이 없었는데 기구가 커지면서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널리 알리는 역할이 필요했어요. 사실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 특별한 준비를 한 적은 없어요. 그 전에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요. 정치부, 문화부에서 근무한 일반 기자였고 이곳은 내부 시험을 치른 뒤 들어왔어요. 내부 시험은 공보관 업무에 필요한 보도 자료 작성이에요. 면접은 여러 차례 나눠서 봤고요. 국제기구에 들어가는 방법은 매우 다양한데, 저는 제 경력과 기구에서 원하는 조건이 잘 맞은 경우예요.

공보관님처럼 이전 직업의 전문성이 부합하는 경우 외에 국제기구에서 근무하기 위해 필요한 공부가 있나요?

모든 국제기구는 굉장히 큰 조직이에요. 저희 기구만 해도 만 명 넘게 근무하고 있어요. 하나의 기구 안에 필요한 분야가 정말 다양해요. 변호사나 의사도 있어야 하고 홍보 담당자, 모금 담당자, 난민과 실향민의 피신처(Shelter)를 짓고 설계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분야가 필요해요. 그래서 필수 전공이 있지는 않아요. 다만 언어 능력은 필수인 것 같아요. 영어는 기본이고 ‘유엔 언어’라 불리는 아랍어, 프랑스어 등을 하나 정도 하면 실무적으로 도움이 돼요.

외국어 외에 필요한 자질이 있을까요?

거대한 포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양한 지역에 있는 동료들을 만나면서 느낀 공통점이 있어요. 유엔난민기구의 경우 난민이 최종 수혜자잖아요. 대다수의 직원이 본인보다는 최종 수혜자를 생각해요. 그래서 개인적인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죠. 난민기구는 순환 근무제이기 때문에 험한 지역에서 근무를 하면 그다음에는 조금 더 편한 곳으로 가요. 한 직원이 위험한 지역에서 평생 근무하지 않도록요.

근데 생각해보면 계속 옮겨 다닌다는 거잖아요.

새로운 가족을 꾸리는 일에는 불편이 따를 수 있죠. 이미 가족이 있는 분들은 자주 만나기 어렵고요. 그런 부분을 희생하고 근무하는 동료들이 많아요. 유엔난민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면 어느 정도 마음
의 준비를 하는 편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가장 보람을 느낀 적은 언제인가요?

제가 기획한 기사나 프로젝트에 대한 반응이 좋을 때요. 특히 대중이 저희가 진행한 행사나 프로젝트를 통해 난민에 대해 잘 이해했다고 이야기해줄 때 보람을 느껴요.운이 좋았던 게 제가 입사하던 시
점이 한국대표부가 막 커가던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그 과정도 체감할 수 있었죠. 예전에는 언론과 대중이 난민에 대해 잘 몰랐지만 이제는 많이 알게 됐잖아요. 이런 변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어서 굉장
히 보람 있어요.

한국 사회에서 일반인들이 만나기 쉽지 않은 난민을 가장 먼저 만나는 일을 하고 있잖아요. 인상 깊었던 점이 있나요?

모든 난민은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삶의 모습이 전부 달라요. 그러나 공통점이 있어요. 삶에 대한 의지가 남다르다는 거예요. 그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돼
요. 그분들은 분쟁과 박해, 하루아침에 고향을 잃어버린 어려운 상황에서도 삶을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그때마다 감명을 받아요. 어느 지역에 거주하는 난민이든 그 어려움을 겪은 뒤에는 웃으면서 자
신의 이야기를 해주시죠. 삶에 대한 그런 강인한 의지가 매우 존경스러워요.

유엔난민기구를 포함한 국제기구 근무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세계의 다양한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해요. 관련된 정보를 많이 찾아보는 것도요. 난민 문제의 경우,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매달 급변해요. 시리아 내전이 이렇게까지 오래갈 줄 아무도 몰랐잖아요. 미얀마의 로힝야 탄압도 수년간 있었던 문제인데 갑자기 엄청난 난민이 발생한 거고요. 세상의 변화에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MODU 정기구독 신청

NO COMMENTS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