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MODU 66호] 차별 없는 학교를 꿈꿉니다 성별 고정관념에 ‘왜’ 라는 질문을 던지다

학교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 중 하나는 짓궂은 행동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고정시켜 판단하는 일이다. 남자아이가 짓궂은 행동을 하면 남자니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반면, 여자아이가 짓궂은 행동을 하면 유별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최현희 선생님은 이러한 성별 고정관념에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학생들과 직접 만나는 학교 현장에서 무의식적으로 행해진 성차별은 없는지 스스로를 성찰했다. 갑작스러운 주목으로 폭풍 같은 시간을 보낸 뒤, 1년의 휴직을 마무리하고 복직을 앞둔 최현희 선생님을 만났다.

이수진 ● 사진 오계옥, 생각의 힘

성별 고정관념과 혐오는 연결되어 있다

 

위례별 초등학교는 혁신학교로 알고 있어요. 일반 학교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위례별 초등학교는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새롭게 문을 연 학교예요. 처음부터 혁신학교로 개교했기 때문에 자원해서 모인 교사들의 열의가 대단했죠. 혁신학교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학교 민주화인데 이를 위해 교직원 회의를 활성화했어요. 그 과정에서 페미니즘 이슈도 공론화될 수 있었죠. 기본적으로 교육에 대한 신념을 가진 교사들이 라 특정한 이슈에 관심이 없어도 교육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논의를 거쳐서 수용하는 열린 태도를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그런 과정에서 페미니즘 동아리가 만들어졌나요?

 

일반 학교에서는 페미니즘 이슈를 공론화하기 어려워요. 교사들이 학교 내에서 페미니즘 교사 동아리를 만든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동아리는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 속에서 자극을 받은 다른 선생님이 만들었어요. 저는 그 동아리의 일원이었고요.

 

동아리 내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책 모임이었어요. 외부에 알려지면서 모임 성격이 와전된 부분이 있는데, 2권의 책을 읽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활동을 했어요. 동아리 취지는 교사로서 수업활동 이전에 각자의 일상에서 젠더 감수성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질문 없이 스며들었던 관성이나 통념은 없었는 지 등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자는 거였어요. 좋은 내용과 구성의 페미니즘 교과서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결국 교사 개인의 성찰이 없으면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기고했던 일간지 칼럼에도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차별과 혐오 표현에 대해 ‘왜’라는 질문이 필요하다고 썼어요. 선생님은 언제 처음 ‘왜’라는 질문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여성이 결혼을 통해 이런 질문을 시작하는 것 같아요. 저 역시그랬어요. 그 전까지는 여성으로서 자기 정체성에 대해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죠. 눈앞의 차별에 무감했고 한편으로는 외면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결혼 후에 맞닥뜨린 어려운 질문은 시가 어른 모두 좋은 분들이고, 남편을 사랑하는데도 결혼생활의 불편한 감정이 있어서 그게 어디서 오는지에 관한 것이었어요. 처음에는 나 스스로를 질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죠. ‘내가 좋은 아내와 며느리가 아니 기 때문일까’, ‘내가 이기적인 걸까’. 이 질문을 따라가보니 끝에 페미니즘이 있었어요. 이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문제라는 걸 깨달았죠. 내가 개인적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불편한감정은 사라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이상 소모적인 노력을 그만하고 싶었어요.

 

어떤 불편함이었는지 좀 더 설명해줄 수 있나요?

 

‘좋은 아내’나 ‘좋은 며느리’로서 착한 규범에 따르고자 아무리 노력해도 만족스럽지 않은 거예요. 오히려 노력하면 할수록 불편하고 공허했어요. 그 노력 대신 이런 불편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근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었어요.

 

페미니즘 공부는 어떤 방식으로 했나요?

 

시작은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느낀 불편함이었고, 그다음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어요. 책을 통해 이전에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많은 불평등과 차별에 대해 알게 됐고 제 안에 있던 알 수 없는 감정들을 좀 더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죠. 이미 많은 여성이 되풀이되는 역사를 통해서 다 겪은 일들이더라고요. 저는 읽으며 공감만 하면 됐죠. 페미니즘 서적을 읽으며 저의 삶을 해체하고 다시 세우는 시간들이 있었는데, 내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어요. 괴로우면서도 즐거운 시간이었죠. 이 모든 것은 교육을 통해 충분히 배울 수 있었던 건데 왜 이제야 알게 됐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학교 안으로 이런 내용을 가져와서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2016년 5월 17일에 발생했던 강남역 살인사건이었어요.

 

그 사건이 선생님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그 전까지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희열도 느꼈지만, 약간의 버거움이 있었어요. 많은 분이 페미니즘을 알기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말을 하는데 저도 그런 느낌이었어요. 이미 페미니즘 렌즈를 통해 많은 것이 보이는 상황 속에서 고단함과 피곤함이 있었지만 돌아갈 수는 없었죠. 그런데 강남역 사건을 접하면서 나라는 개인의 고통과 불편함이 나에게서 끝나지 않고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일상적인 성차별과 여성 혐오가 결국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여성 살해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리베카 솔닛은 이걸 ‘미끄러지기 쉬운 비탈길 이론’으로 설명해요. 사실 저는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서 안정된 직업이 있고, 가부장성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하는 남편과 함께 살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겪는 차별이나 불편함은 어떤 부분에서는 참고 넘어가면 무마시킬 수 있는 정도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사소한 차별과 불편함이 혐오의 비탈길에서 어떤 곳에서는 여성의 죽음으로, 또 다른 곳에서는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폭력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의 일상에서 겪는 여성 혐오나 차별이 내게 큰 해를 가하는 수준은 아닐지라도 참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학생들이 그런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나의 책임이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어요.

 

개인의 삶을 사회적으로 연결시킨 사건이었군요.

 

강남역 사건 다음 날, 학생들이 복도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통계상 3~4일에 한 명꼴로 친밀한 관계 안에서 죽는다고 하는데, 데이터에 잡히지 않은 경우까지 생각하니 너무 먹먹한 거예요. 또 물리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성별 고정관념으로 각자의 개성과 잠재력이 억압되는 것도 교사로서 문제가 있다고 느꼈어요. 활기차게 뛰어노는 학생들을 보면서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죠.

 

어떤 결심이었나요?

 

공적인 발언이나 활동에 대해 용기를 내야겠다는 결심이었어요. 그래서 그다음 주에 있었던 교직원 회의에서 몹시 긴장한 채로 강남역사건 발언을 했어요. 강남역 살인사건과 여성혐오 피라미드 이야기를 했어요. 혐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는 살인 같은 극단적인 범죄가 있는데, 가장 밑바닥에는 성별 고정관념과 편견이 있다고요. 이 사건이 우리와 동떨어진 사건이 아니라고 이야기했어요. 우리 일상의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나 사소한 편견이 결국 여성 살해라는 극단적인 사건의 발단이 되는 거라고 덧붙였어요. 교사들이 먼저 학생들을 바라볼 때 그런 편견이 있지는 않은지 성찰했으면 좋겠고 학교나 교실의 문화도 돌아보자고 이야기했어요.

 

교실에서도 이런 실천이 이어졌나요?

 

사실 교실에서는 페미니즘 교육을 전면에 내세워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페미니즘 교육을 과격한 사상 교육으로 여기고 공격할 때 의아했죠. 특별하게 진행한 수업이 없거든요.(웃음) 아이들과 일상적으로 만나는 교사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중·고등학교와 비교해서 초등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한 공간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요. 그래서 교사가 인권과 페미니즘 이슈에 열정과 관심을 갖고 실천하면 학생들도 수업 안팎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확률이 높죠.

 

※ 인터뷰 전문은 <MODU> 66호 지면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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