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 MODU DREAMERS

[MODU 65호] 세상을 바꾸는 작은 목소리의 힘

지난해 8월 19일 열린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하루 평균 600~700개의 글이 올라온다. 지금까지 올라온 국민 청원은 약 18만 건에 달하며, 그중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이 넘은 청원은 35건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21만 7054명이 서명한 ‘히트앤드런 방지법’을 국민 청원에 올린 조윤경 학생을 만났다.

 

먼저 히트앤드런 방지법이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줘.

DNA 검사를 통해 친부 확인이 되면 강제로 양육비를 지급하게 하는 법이야. 만약 친부가 양육비를 내지 못할 경우에는 정부에서 먼저 지급한 다음, 이후 친부에게 양육비를 강제 징수하는 거지. 양육비를 미혼모 혼자 부담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거야. 덴마크나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원천과세법’, ‘양육비법’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시행되고 있어.

 

히트앤드런은 원래 야구 용어 아니야?

맞아. 근데 야구랑 직접적인 관련은 없어. 청원을 하기 전에 이 법을 뭐라고 할지 고민하다 이 용어를 발견했는데, 청원 내용을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단어라고 생각해 쓰게 됐지.

 

청원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

트위터에 어떤 여성분이 올린 글을 보고 청원을 하게 됐어. 그 여성은 취업 준비생이었는데 아이를 임신한 거야. 남자친구한테 임신 사실을 말했더니 연락이 끊겼대.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었어. 그때 뉴스에서 봤던 ‘양육비법’이 떠올랐고, 우리나라에도 이 법이 만들어지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청원을 올렸어.

 

, 그런 일이. 청원 글을 보니까 자료 조사를 많이 한 것 같던데, 준비 기간은 어느 정도 걸렸어?

글을 작성하는 데는 3일 정도 걸렸어. 평소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지. OECD, 뉴스, 다른 청원 사이트 등 여러 사이트에서 자료 수집도 하고, 다른 청원 글을 참고해서 작성했어.

 

청원 준비는 혼자 한 거야?

응, 처음에 친구한테 말해봤는데 반응이 시큰둥했어.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나 봐. 그 후로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을 안 했어. 내가 봐도 ‘이건 너무 힘든 도전이 아닐까,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서 혼자 열심히 준비했지.

 

처음 청원을 썼을 때 서명에 동참한 사람이 20만 명을 넘을 거라고 예상했어?

아니, 처음에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올렸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너무 없었어. 열흘 동안 20명 정도 서명을 했더라고. 역시 쉽지 않구나 싶어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막상 포기하려니 너무 아쉬운 거야. 그래서 다시 홍보를 시작했지.

 

그랬구나. 그럼 폭발적으로 서명 수가 늘어난 건 언제부터야?

난 주로 트위터를 하기 때문에 트위터 팔로워 수가 많은 분한테 부탁했어. 처음에는 한 분한테 했는데, 그분 덕분에 서명하는 사람 수가 확 늘어난 걸 보고 좀 더 홍보하면 더 많이 늘릴 수 있겠구나 싶었지. 그래서 카페에 글도 올리고, 트위터에 히트앤드런 방지법 계정도 따로 만들어서 홍보했어. 청원 기간이 한 달이었는데, 딱 하루 남기고 20만을 넘겼어.

 

막상 20만 명이 넘으니 기분이 어땠어?

마냥 기뻤지. 나 같은 평범한 고등학생도 이렇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주변의 반응은 어때?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된 건 얼마 안 됐어. 원래는 친한 친구들이랑 선생님 몇 분만 알고 있었거든. 이제는 소문이 다 나서 반 친구들이랑 다른 반 친구들도 많이 아는 것 같아. 대부분 ‘대단하다’, ‘나도 해보고 싶다’는 반응이었어.

 

지난 4월 24일, 청와대는 ‘청와대 Live’를 통해 히트앤드런 방지법에 답변했다.

 

청와대에서 답변이 나오기까지 기간이 좀 있었잖아. 그때 어떤 답변을 예상했어?

답변 내용보다 걱정이 앞섰던 것 같아. 원래 미혼모 양육비 지원법은 2004년부터 있던 건데, 재정 문제 때문에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았거든. 이번에도 그런 장벽에 부딪히지 않을까 걱정했지. 청와대에서 비혼모를 포함해 한 부모 가정을 위한 지원이 확대될 거라고 답변했는데, 어떻게 생각해 내가 낸 청원 이름이 히트앤드런 ‘방지’법이잖아. 미혼모 혼자 양육을 부담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제도를 청원한 거였는데, 답변을 보면 방지보다는 양육에 초점을 맞춘 것 같더라고. 미혼모에 대한 지원 규모가 확대되는 건 좋지만, 법의 강제력을 좀 더 키워서 양육을 함께 책임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

 

청원 글을 올리면서 걱정은 안 됐는지 궁금해. 좋은 취지로 하는 일이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잖아.

청원은 익명으로 올리는 거니까 많이 걱정하진 않았어. 근데 기사 댓글을 보면 성희롱이나 다짜고짜 욕하는 글도 있더라고. 청원에 비판하는 댓글도 많이 달렸고. 지금은 ‘나랑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네’ 하며 넘어가는 편이야.

 

응원 댓글도 많던데 기억에 남는 것 있어?

‘윤경 양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사회의 변화를 만들었다’. 이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아. 악플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했는데, 이런 댓글을 보면 힘이 나거든.

 

청원 이후에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따로 하는 활동 있어?

아니, 따로 하는 활동은 없어. 고3이라 지금은 입시 준비에 집중하고 있거든. 그래도 이번 청원을 계기로 좀 더 내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렇구나. 꿈이 뭐야?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사회부 기자가 되고 싶었어. 열악한 환경에서 취재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거든.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해서 꼭 그 꿈을 이루고 싶어.

 

꿈을 꼭 이루길 응원할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처럼 평범한 고등학생도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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