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세계

[3호] 서울대학교 의학과

하얀거탑의 문을 두드리다 – 서울대학교 의학과

 

글 – 서울대학교 의학과 06학번 정기욱 

이과생의 로망, 의과대학

이과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1%, 바로 서울대학교 의대…!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재학중인 06학번 정기욱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저와 함께 의대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해요.

의대, 인체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의대에 대한 관심은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흥미에서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인체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이었죠. 사람이 성장하고 죽는 메커니즘을 알고 싶었다고 할까요? 조금 특이한가요? 하하. 저 같은 경우는 이런 관심 때문에 자연스럽게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 케이스에요.

주변 친구들의 경우,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진로를 결정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런 친구들은 보통 환자를 돌보고 다른 사람을 치료하는 행위에 대해서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죠. 저도 요즘 이런 매력에 푹 빠져 있습니다.

 

기술과 학문의 사이에서. 의대생이 잡아야 하는 두 마리 토끼

의대는 의사가 되기 위한 학과입니다. 의학이라는 인체의 치료 및 예방 방법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과 의술이라는 병이나 상처를 고치는 ‘기술’에 대해서 공부하는 곳이지요. 당연한 이야기라고요? 언뜻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의술과 의학 각각이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의사는 의학이라는 학문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의술을 행하는 기술자이기도 합니다. 의대에서 배우는 것은 크게 기초 의학과 임상,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어요. 임상은 실제 우리가 환자를 돌보고 수술을 하는 행위와 기술을 다룬다면 기초 의학은 이런 기술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배우는 것입니다. 이 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으로 기초 의학의 토대 위에 임상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의대에 오면 배울 것들 예과와 본과                                                                         

의대는 다른 학과와 다르게 2년간의 예과와 4년간의 본과, 이렇게 6년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예과는 말 그대로 본격적인 공부에 앞서서 예비 공부를 하는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야말로 의학의 기본 중의 기본! 생물학, 화학 등의 기초 과학 과목들과 교양 과목들을 듣게 되죠. 이 시기는 본과에 들어가면 몇 년간 엄청난 학습 분량을 감당해야 하기에 인생의 마지막 방학이라고 불립니다. 예과의 학점이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여행도 다니고 동아리 활동도 하는 등 많은 활동적인 삶을 보낸답니다.

본과에 들어가면, 드디어 본격적인 의대 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해부학, 생리학 등 의대만의 수업들과 함께 해부 실습 등을 시작하게 되는 거죠. 각 학년별로 자세한 내용을 소개해 드릴게요.

본과 1학년!

본과 1학년이 되면 의대의 상징! 해부학이 아무래도 가장 차별화되는 수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부 실습실에서 진행하게 되는데, 8인 1조로 한 학기 내내 진행하게 되요. 보통 하루에 2-3시간 가량을 진행하게 되며, 메스, 집게 등 여러 도구를 사용해서 신체를 해부하죠. 이 수업을 통해서 피부, 조직, 혈관, 내장기관 등에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본과 1학년 때 이 수업을 배우고 나면, 졸업하고 인턴을 할 때까지, 실습을 진행하게 되는 기회는 존재하지 않아요. 즉, 의과 대학에서 진행하는 유일무이한 실제 신체를 가지고 해부하는 수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과 2학년!

본과 2학년부터는 신체의 각 부분들에 대해서 세부적인 이론을 배우게 되요. 순환기, 심장기, 호흡기, 면역기 등 각 부분에 대해서 의학의 실질적인 지식을 배우는 단계죠. 하지만 이런 수업들은 대부분 강의로만 진행되고 3학년이 되어야 드디어 병원 실습이 시작됩니다.

본과 3학년!

3학년부터는 병원 실습을 시작합니다. 병원 실습은 말 그대로 병원에서 수업을 진행하게 되요. 전체 학생을 그룹별로 나눠 아홉 개 부서 (산부인과, 내과, 외과 등) 중 하나에 일정기간 배속되어서 수업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다른 부서로 ‘로테이션’ 하게 되죠. 또한 병동 실습이라는 시간도 있는데 이때가 입원에 계신 환자분들을 직접 만나고, 검진을 직접 하는 기회에요. 피를 뽑거나 바늘을 꼽는 것도 실제로 하면서 연습하게 되죠.

본과 4학년, 그리고 그 이후                                                                        

보통 본과 4학년을 마치면 의대를 졸업하게 되고, 모두가 의사고시를 보게 되요. 그 시험을 통과하게 되면 일반의가 되는거죠. 일반의가 되면 대학병원에서 1년간 인턴으로 근무하게 되는데, 이 때는 본과 때와 마찬가지로 역시 모든 과에서 로테이션 형식으로 근무하게 됩니다. 인턴을 마치고 나면 레지던트가 되는데, 이때 전공의 시험을 봐요. 이 시험의 결과로 자신이 원하는 과에 지원을 하게 되고, 합격을 하게 되면, 이제 그 과의 소속 레지던트가 되는 거죠. 레지던트 기간은 4년이고, 이 기간이 끝나면 드디어 소위 전문의, 즉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의사가 되는 겁니다. 총 11년의 과정이며, 남자의 경우 군의관 3년을 더하면 총 14년이 걸리는 짧지 않은 과정입니다.

 

최고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 그리고 스트레스

위와 같이 살인적인 커리큘럼 하에서 학업 분량까지 어마어마합니다. 때문에 보통 매일 아침 9시부터 5시까지 수업을 하고, 새벽 늦은 시간까지 자습을 합니다. 방학 같은 경우도 본과부터는 상당히 짧아지죠. 일반 대학생이 자그마치 2달 반의 방학을 즐기는데 비해서 본과 의대생은 3주에서 1달 가량의 방학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전국에 날고 기던 학생들이 한 과에 모두 모여있다 보니 경쟁 또한 상당히 치열한 편이에요. 게다가 다른 학과는 한 과목 F가 나오게 되면, 그 과목만 다시 수강하면 되지만, 의대의 경우 시간표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한 과목이라도 F가 뜨면 1년을 통째로 유급하게 됩니다. 이런 점들이 모여서 학생들에게 압박을 가중하죠.

의대에서 살아남기!

보통 수업의 80%는 암기, 20%는 이해라고 보시면 될 거예요. 전반적으로 공부해야 할 양이 엄청나게 많기에, 만약 모든 공부를 완벽하게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정말 끝이 없습니다. 시험 하나에 만장의 유인물을 공부해야 하기에 모든 내용을 다 본다는 것은 보통 무리죠. 이처럼 분명 공부할 양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보통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통념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길 의대생들은 주 7일 매일마다 하루 종일 공부만 해야 한다고 알지만 그건 상당히 과장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시간을 잘 제어하고 자기 관리를 능숙하게 하면 다른 것들을 하는데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 것 같아요. 실제로 다들 보면, 공부 하면서 연애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잘 하더라구요. 즉, 시간적인 부분은 의대의 load가 많다기 보다는 사람의 개개인 차에 따라 다른 것이라 생각합니다.

의대생만의 특별한 대학생활

일명 ‘땡시험’이라는 것이 있어요. 이 시험은 30초 마다 종이 ‘땡’ 쳐서 모두 그렇게 부르죠. 화면에 뼈 사진을 보여주고 30 초마다 종소리와 함께 사진이 넘어가는데 그 시간 안에 사진이 어떤 뼈이고 어느 부위에 있는 것인지를 적어야 하는 시험이에요. 심리적인 압박이 심하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도 공포의 대상이랍니다.

또, 과내 동아리가 매우 활발합니다. 아무래도 다른 학과에 비해 상당히 바빠서 중앙동아리에는 자주 참여를 하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의대 내의 동아리가 상당히 발달해 있습니다. 이런 의대 내의 동아리 활동은 다른 의미도 가집니다. 보통 의과 대학의 경우 졸업을 하더라도 모두가 같은 병원으로 올라가고, 학생 – 레지던트 – 의사 – 교수가 모두 선 후배로 연결시켜줍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수직적인 연결관계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동아리는 이러한 연결관계를 조금 더 끈끈해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의대생이 말하는 드라마와 현실

드라마를 보며 가장 공감가는 부분은 엄청 바쁘게 생활하는 인턴, 레지던트 생활입니다. 실제로 제가 겪어보진 못했지만 지켜봤던 여러 인턴, 레지던트 선배님들은 정말 너무나도 바쁘셨거든요. 밥 대신에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몇 년 후가 너무 걱정이 되네요(웃음).

유명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심각한 정치적인 싸움이나 상하 직급의 갈등은 허구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의사의 본분을 버리면 출세를 할 수가 없겠죠. 어떤 의사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습니다. 또한 옥상에서의 집합도 말도 안 되구요(웃음).

의대생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

가족과 친구들이 아프거나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면 저에게 연락이 자주 와요(웃음). 제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제가 힘들거나 지칠 때 다시 한 번 저를 채찍질 해주는 강력한 유인이 되는 것 같아요.의대생의 진로는 의사뿐이다?

먼저 기초 학문을 할 수 있습니다. 본과 4년 후 인턴을 안 하거나 또는 인턴까지만 하고, 실험실에 들어가서 연구를 계속 하기도 하죠. 또는 외부 기업에 취직할 수도 있습니다. 제약회사, 헬스 케어, 의료 기기 관련 회사에서는 의사들을 매우 필요로 하거든요. 이 외에도 언론, 법학, 공무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학 파트 쪽으로 나가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도 있습니다.

어떤 고등학생에게 추천하고 싶은가요? 그 이유는?

역시 공부에 지겨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어야 될 것 같습니다. 이건 공부를 잘 하는 것과 의미가 달라요. 앞에서 말씀 드렸듯, 의과 대학에서는 배우는 양이 엄청나고, 반복해서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그래서 공부하는 것 자체가 정말 짜증날 때가 있는데,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당연한 말이지만 체력이 좋아야 합니다. 본과와 인턴 레지 생활뿐만 아니라 의사라는 직업이 정말 상당한 체력을 요구하는 직종이거든요.     마지막으로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의사는 자신이 가지게 되는 능력으로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그런 것에 만족을 하지 못한다면, 의학의 어려움에 직면 했을 때 버티지 못하기 쉽습니다.

마지막으로 의대를 오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가장 중요한 건 의대에 대한 환상을 가지지 않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야에 비치는 것처럼 멋있고, 좋은 것도 있지만, 짜증나고 힘든 일이 훨씬 많거든요. 다만, 보람이 큰 직업이기에, 자기가 스스로 한줌의 가치를 위해서 많은 고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고민을 해보고 열심히 노력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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