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 멘토칼럼

[3호] 주위 사람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

고딩은 모르는 이야기

주위 사람을 활용할 아는 사람이 되어보자

글 – 신연우

<고딩은 모르는 이야기(이하 ‘고모이’)> 는 MODU magazine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기획칼럼입니다. 우리는 고등학생일 때는 공부만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만 가면 인생의 걱정이 끝날 줄 알았고, 직업은 좋은 학과만 가면 따라오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오고 보니 인생은 끝나지 않았고, 삶의 고민도 줄지 않았죠. MODU magazine은 ‘고모이’를 통해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던 것들’에 대한 멘토링을 하고자 합니다. 궁금한 점이나 고민이 있다면 contents@modumagazine.com을 통해 던져 주시기 바랍니다.

점수가 잘 오르지 않는 것도 걱정거리이지만 점수가 떨어져 고민하는 친구들의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3년 내내 수험생’이라는 고등학교 시절, 갑작스럽게 찾아온 슬럼프, 귀차니즘, 사춘기, 자신감 상실, 불면증 등등의 이상 징후는 자기 자신을 당혹스럽게 하기 마련이죠. 이러한 이상 징후의 공통적인 원인은 바로 “공부하기가 싫어졌다”는 것입니다.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대체 왜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건지 방향성을 잃게 된 것이죠.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라 불리는 고교 3년. 이제 겨우 중학교를 졸업했을 뿐인 고등학생들에게, 그 막중한 임무를 3년 동안 감당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게 때문에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나약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 어느 순간 돌아보니 성적이 떨어져 있었다구요? 1학년 때는 성적이 나쁘지 않았는데… 이제 곧 3학년인데… 하며 한숨만 쉬고 계신다구요? 그런 MODU독자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방황을 마칠 수 있었으니까요.

유난히도 꽃이 많이 폈던 2004 3.

중학생 신분을 훌훌 털어버리기에는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안고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날 저와 첫 등교를 한 학생들도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정문을 지났겠지요. 제가 다녔던 춘천여자고등학교는 지역 인문계 고등학교 중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교에 속했습니다. 고등학교 생활은 중학교 때와는 많이 달랐어요. 고작 한 두 살 많은 선배들이었지만 제법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자습서를 들고 등교하는 선배들의 모습은 저를 주눅들게 했습니다. 저는 공부와 담을 쌓은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공부에 자신 있는 편도 아니었기에 두려움이 더욱 컸습니다. 오히려 두려웠기 때문인지 1학년은 그야말로 ‘무사히’ 지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학을 정말 싫어했지만 수학 점수보다도 무서운 수학 선생님 덕분에 ‘수포자’가 되지는 않았어요. 포기를 안 했다기 보다는 못했다는 말이 더 적절할 것 같군요.

 

그렇게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았던 고등학교 생활도, 1학년이 끝나갈 때쯤엔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다른 학교보다도 유난히 가팔랐던 학교 들어가는 길도, 잠이 덜 깬 모습으로 매일 아침 올랐던 82번 버스도, 열 배나 많던 학생들도 점점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죠.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그나마 분위기에 억눌려 있던 저의 자유로운 영혼은 잠재력을 맘껏 뽐내기 시작했어요. 2학년 때부터는 미대 진학을 위해 미술학원에 다녔는데, 학원에 가는 것이 너무너무 재미 있어서 다른 공부들은 손을 놓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그저 재미있게 보내고 있었어요. 심지어 시험기간이 언제인지도 모른 채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이런 제 모습에 처음 한 두 번은 저 스스로도 매우 놀랐습니다. 하지만 한번 만끽한 자유는 포기하기가 점점 어려워졌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공부에는 점점 관심이 없어져 갔고, 다른 친구들이 3번인지 4번인지 일생일대의 고민을 하던 시험 시간에도 편하게 잠들곤 했습니다. 저의 마음은 갈수록 공부와 멀어져, 버스까지 대절해서 당시 최고의 아이돌 그룹을 따라다니기도 했죠.

 “1년 간의 자유”. 그 자유를 위해 제가 치러야 하는 비용은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긴장감 마저 풀려버렸던 2학년, 제 모의고사 등급은 4등급, 모의고사 수학점수는 40점 대였죠.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너무 늦어버린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에 한없이 후회스러웠어요. 문득,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능이 가까워지면서 공부를 안 하던 친구들조차 언제 그랬냐는 듯 수험생 모드로 돌변하고 있었고, 그럴 힘도, 자신도, 의지도 없었던 저로서는 더더욱 불안함을 느꼈습니다. 걷잡을 수 없는 슬럼프를 겪고 있던 제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것은 제 고3 담임 선생님이셨어요. 언어 담당이었던 담임선생님께서는 저의 점수를 위해서 여름방학 동안에 모의 고사 문제집 세 권만 풀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선생님은 두 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주셨어요. 그 방법은 ‘실제 시험과 동일한 조건에서 풀어 보기’와 ‘맞힌 문제 틀린 문제 상관없이 문제를 풀었던 그 시간만큼, 그 집중력으로 해설을 살펴 보기’였습니다.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11시에 미술학원이 마치면 바로 옆에 있는 독서실에서 새벽 두 시까지 공부를 했어요. 이런 스케줄을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일찍 자는 대신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일어나 공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아침에 강한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몇 시간을 졸면서 독서실에 앉아있는 것 보다는 더 적은 시간이라도 집중할 수 있는 새벽에 일어나는 방법이 저에게 더 맞았던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한 권 밖에 풀지 못했습니다만 끝을 모르고 떨어졌던 저의 언어 영역 점수는, 어느덧 꿈의 90점대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요.

 난 혼자가 아니야”

허무한 성공 스토리처럼 들리신다고요? 물론 점수를 올려주는 것은 선생님의 노력으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의 역량도, 노력도 매우 중요하지요. 사실 제 담임 선생님이 저에게 제안했던 방법은 대단한 비책이라고 하기엔 다소 평범한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에게 필요한 것은 고액 과외도, 족집게 문제풀이도 아니었어요. 혼자서는 절대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았던 슬럼프에 있던 제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 늦지 않았단다”, 또는 “뭐하고 있어, 어서 시작하지 않고”라고 말해주는 단 한 명의 목소리가 필요했던 거예요. 담임 선생님의 도움으로 저는 더 이상 ‘혼자’라는 나약한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어요. 미술 실기와 수능을 모두 준비하는 것이 정말 쉽지만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하기 시작했죠.

고등학생 여러분! 이미 돌이키기엔 늦어버린 여러분의 수험생 생활이 후회되시나요?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입시 전쟁 속에서 혼자라고 느껴지시나요? 이제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공부를 계속해 갈 힘을 잃어버렸다고요?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랬었구요. 슬럼프는 ‘어떻게 피하느냐’의 문제라기 보다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어쩌면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뭐하고 있어, 어서 시작하지 않고”라는 따끔한 충고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MODU가 여러분에게 그 따끔한 충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필자 신연우-서울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07학번. 뛰어난 실력으로 각종 디자인 실무 경력을 섭렵한 후 MODU에 스카우트 되어 현재는 MODU 잡지의 전체 디자인을 전두 지휘하고 있음. 그녀에게 사진을 맡기면 누구나 미남 미녀로 변신시키고 다리 길이도 길어지게 만드는 마법의 소유자. 표지모델 사진의 포토샵 보정을 담당하므로 MODU 표지모델을 희망한다면 당장 그녀에게 잘 보이시기를…뛰어난 패션감각과 매력적인 웃음, 폭풍 센스의 보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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