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2017년 7,8월 합본호] 아이, 로봇, 메이커 로봇 공학자 한재권

아이, 로봇, 메이커 로봇 공학자 한재권

글 박지은●사진 한재권, 김좌상

변신 로봇을 만들겠다는 꿈 같은 로망

 

자기소개를 해달라.

로봇 공학자 한재권이다.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자동제어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기업에서 군사용 무기를 만들다가 버지니아 공대로 유학을 떠났다.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인 데니스 홍 교수님이 이끄는 로멜라 연구실에서 로봇을 만들기 시작해 다윈-HP,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CHARLI)를 설계하고 제작했다. 이 두 대의 로봇으로 2011년 로봇컵 대회의 어덜트 사이즈 리그, 키즈 사이즈 리그에서 동시 우승했다. 2013년에 열린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트라이얼에서 9위를 차지한 재난 구조용 로봇 ‘똘망 1’의 설계와 제작에도 참여했다. 2015년에 유학 생활을 마치고 로보티즈 수석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결선에 진출한 로봇 ‘똘망 2’의 설계와 제작을 담당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융합시스템학과 산학협력 중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로봇 공학자가 된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나?

많은 매체에 소개되었지만 내게는 몸이 불편한 남동생이 있다. 기술이나 제도가 많이 발달한 지금도 장애인들은 집 밖을 나서기가 어려운데 내가 어릴 때는 모든 것이 훨씬 더 열악했다. 온 가족이 동생을 돌봐야하는 상황이었는데, 동생을 데리고 동네를 벗어나기도 힘들 정도였다. 때문에 가족끼리 여행을 가는 건 호사로운 꿈일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만화 영화를 보는 로봇이 나오는 거다. 저거다 싶었다. 저런 로봇만 있으면 동생을 돌보는 일이 한결 수월할 것 같았다. 돈을 모아서 저런 로봇을 사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돈을 아무리 모아도 정작 살 로봇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시작된 꿈인데 이렇게 현실이 되어버렸다. 다행스럽게도.

 

원래 뭔가를 만드는 재주가 있었나?

만드는 걸 좋아하는 건 확실하다. 맨날 로봇만 만들었던 건 아니다. 플라모델을 맞추는 데 집중하기도 하고, 나무를 깎아서 뭔가를 만들려는 시도도 끊임없이 했다. 환경적인 영향도 있는 듯하다. 아버지가 철공소에서 다양한 기계를 제작하는 일을 하셨는데 정해진 걸 만드는 게 아니라 주문을 받아 설계부터 제작까지 직접 하셨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보니 뭔가를 만드는 일은 생활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중학교 시절에는 아버지 철공소에서 일을 한 덕분에 남들보다 만드는 기술을 아주 일찍부터 익히게 되었다. 이때의 경험 덕에 유학 가서 로봇을 직접 제작하게 되었을 때 남다른 실력을 뽐낼 수 있었다.

 

로봇 공학자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가?

말 그대로 로봇을 만든다. 하지만 모든 로봇 공학자가 같은 일을 하는 건 아니다. 로봇은 아주 복잡한 기계라서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어 로봇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한 팀 안에는 나처럼 로봇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로봇 공학자가 있는가 하면, 로봇의 전기 회로를 만들어주는 로봇 공학자, 로봇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도록 프로그램을 입력해주는 로봇 공학자 등이 함께 있다.

 

대기업 연구실에서 일하다가 돌연 유학을 떠났다고 들었다. 이유가 무엇인가?

연구실에서는 4년 정도 근무했다. 차세대 전차 장갑차, 일명 탱크의 핵심 장비인 자동제어 타깃 장치를 설계했다. 이런 군사용 무기를 만드는 건 나름 재미가 있기는 했지만 내가 꿈꾸던 일은 아니었다. 난 예전부터 친구 같은, 그리고 사람을 돕는 로봇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어느 날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내 인생은 이게 아닌데, 내가 하고 싶은 건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들이 점점 많아지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지내다 보면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영영 없어져버릴 것 같았다. 결국 아내의 동의를 얻어 유학을 결심했다. 다행히 아내는 나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줬다.

 

데니스 홍 교수님과 일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데니스 홍 교수님은 언제 만났나?

2007년 제주도에서 열린 국제 로봇 학회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교수님은 버지니아 공대 신임 교수로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상천외한 로봇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계셨다. 나 역시 ‘리얼 트랜스포머’라는 변신 로봇을 만들어서 변신 과정을 찍은 유튜브 영상이 꽤 인기를 끌고 있을 때였다. 난 로봇 공학자로서의 능력을 평가받고 싶어서 일면식도 없는 데니스 홍 교수님을 만나기 위해 제주도까지 날아갔다. 어찌 보면 별거 아닐 것 같은 로봇을 들고 교수님을 뵈려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다행히 교수님과의 첫 만남은 아주 즐거웠다. 홍 교수님은 잘 알려진 것처럼 굉장히 개방적이셨고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었다. 게다가 만들고 싶은 로봇, 꿈꾸는 로봇에 관해서 통하는 점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을 만난 것처럼 순식간에 마음을 열게 되었다.

 

리얼 트랜스포머는 어떤 로봇인가?

꼬마였을 때부터 언젠가는 변신 로봇을 만들어보겠다는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리얼 트랜스포머는 이 오랜 로망을 실현시킨 로봇인데 로보티즈 제품이었던 바이올로이드와 내가 따로 구입한 모형 자동차를 결합해 로봇에서 자동차로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변신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유튜브에 올렸는데 조회 수가 100만을 넘어섰다. <트랜스포머>라는 영화 탓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는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었던 모양이다.(웃음)

 

홍 교수님 때문에 로멜라 연구실을 택했나?

그렇다. 원래는 아이비리그의 한 곳인 코넬 대학교에 입학을 지원했었고 입학 허가서도 받았다. 그런데 데니스 홍 교수님을 만나고 꼭 이분 밑에서 로봇 만드는 일을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버지니아 공대로 진로를 바꾸는 일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홍 교수님이 계시기는 했지만 당시 로멜라 연구실은 막 만들어진 상태였고, 학생도 얼마 없어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좋은 결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코넬대 입학을 포기하고 버지니아 공대를 선택했다. 이 선택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잘한 결정이었다. 로멜라 연구실에서 난 그 어느 때보다 더 로봇 제작에 빠져 내가 꿈꾸는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었다.

 

로멜라 연구실에서는 어떤 로봇을 만들었나?

처음으로 한 건 ‘다윈 4’의 설계, 제작 및 보행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거였다. 알고리즘이란 어떤 행동을 할 때 필요한 반복되는 절차를 말한다. 다윈은 로보컵 대회의 휴머노이드 키즈 사이즈 리그에 출전하기 위해 만든 인간형 로봇으로 키가 작고 아주 귀엽게 생겼다. 내가 로멜라에 들어가기 전인 2007년에 ‘다윈 1’이 만들어졌다. 해마다 업그레이드되고 있었는데 내가 4번째 업그레이드될 다윈 4를 맡게 된 것이다. 이후에는 ‘다윈-OP’, ‘찰리’를 만들었다. 찰리는 성인 크기의 로봇이 경기하는 어덜트 사이즈 리그가 생겨나면서 만든 로봇으로 키가 무려 150cm나 된다.

 

유명한 로봇이긴 하지만 찰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해주겠나?

찰리는 내게 특별한 로봇이다. 설계부터 제작까지 손수 한 데다 각종 시험과 로보컵 경기 전략을 짜는 것까지 하나하나 정성을 쏟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만든 지 2년 만에 로보컵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건 물론이고, 최고의 휴머노이드로 뽑히기도 했다. 또 미국 최초의 성인 크기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인정받은 것도 모자라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 발명품 50’에도 들어갔다. 그야말로 타이틀이 화려하다. 지금은 시카고 박물관에 전시까지 되어 있다. 찰리는 잘 만들어진 로봇이기도 하지만 ‘핸섬 로봇’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세련되게 생겼다. 아내인 엄윤설 작가가 커버를 디자인해주었는데 보통 로봇들은 직선 위주의 커버를 가진다. 하지만 찰리는 곡선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당시에는 아무도 하지 않던 획기적인 디자인이었다. 세련된 외모 덕에 잡지며 교과서 표지 모델도 여러 번 했다.

 

10년 뒤에는 11로봇의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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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컵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면서 유명해졌다. 로보컵 대회는 어떤 대회인가?

말 그대로 로봇들의 월드컵이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들이 축구 경기를 벌이는데 사람이 원격 조정해서 로봇들을 움직여 축구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들이 스스로 움직여 축구 실력을 겨룬다. 사람은 감독 또는 관객일 뿐이다. 주심이 휘슬을 불면 경기가 시작되는데, 로봇들이 스스로 공을 찾아서 드리블을 하고 패스를 하고, 슛을 해서 공을 넣어야 이길 수 있다. 로봇 대회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대회로 손꼽히기 때문에 여기서 우승을 하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다. 2개의 리그로 나뉘어서 대회가 진행되는데 키가 작은 로봇들이 출전하는 키즈 사이즈 리그와 키가 150cm 이상인 로봇이 출전하는 어덜트 사이즈 리그가 있다. 참, 우승을 차지하는 최고의 휴머노이드 로봇에게는 루이비통 컵을 준다. 명품으로 유명한 그 루이비통 말이다. 케이스 안쪽에는 매년 우승자의 이름이 새겨진다. 나는 다윈-HP,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로 2011년 로봇컵 대회의 어덜트 사이즈 리그, 키즈 사이즈 리그에서 동시 우승했다.

로보컵에 처음 출전했을 때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들었다.

첫 출전이기도 했지만 어마어마한 실패를 맛봐서 그 대회에서 일어난 모든 일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지만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아예 움직이지도 못했다.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시작 명령을 보냈는데 로봇 3대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꼼짝도 안 하는 게 아닌가. 내 머릿속은 하얗게 텅 비어버렸고, 상대 팀은 신나게 골을 넣었다. 근데 더 큰 일이었던 건 작전 타임 때 로봇을 아무리 살펴봐도 문제를 찾지 못한 것이다. 무참히 경기를 지고 나서야 문제를 찾아 밤새 이리저리 손봤지만 고치지 못했다. 결국 두 번째 경기에서도 다윈들은 꼼짝도 안 했다. 그나마 위로가 됐던 건 상대편 로봇들도 다윈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는 것이다.(웃음) 결국 패자 부활전에서도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대회를 마쳤다.

 

로보컵 대회에 이어 다르파 재난 구조 로봇 대회에도 참가했다.

‘재난 구조 로봇 대회’는 미국 국방부 산하 연구 기관인 다르파(DARPA)가 개최한 것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로봇 대회이기도 하지만 다르파가 열었다는 것으로도 굉장한 의미가 있다. 다르파가 앞으로 재난 로봇의 시대가 올 거라고 예측한 것이니 말이다. 난 이 대회에 로보티즈에서 만든 ‘똘망’을 가지고 참여했다. 원래 참가하기로 했던 ‘토르’가 완성되지 않아 결국 시험용으로 만든 똘망이 참가하게 된 거다. 사실 똘망은 예선에서 9위에 그쳐 8팀만 올라갈 수 있는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런데 1위였던 일본의 샤프트 팀이 미국 회사에 인수되면서 중도 포기한 덕에 가까스로 본선에 올랐다. 본선에서 우리나라의 카이스트가 만든 ‘휴보-DRC’가 우승을 차지했지만 똘망은 15위에 그쳤다. 하지만 난 로보티즈라는 대한민국의 작은 벤처 회사가 본선에 올라 세계적인 로봇들과 겨뤘다는 사실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르파 대회가 큰 의미를 갖는 건 무슨 이유인가?

다르파가 내건 프로젝트는 항상 엄청난 과학 기술의 발전을 가져왔다. 1950년대에 시작한 로켓 프로젝트는 달 착륙을 이루어냈고, 1980년대에 내건 프로젝트였던 인터넷은 1990년 인터넷 혁명으로 이어졌다. 2005년과 2007년에 있었던 무인 자동차 경주 대회는 현재 구글의 무인 자동차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결과로 봤을 때, 다르파가 재난 구조 로봇 대회를 연 것은 재난 구조 로봇이, 더 나아가 로봇이 엄청나게 발전할 것이라고 예언한 것과 다름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다르파가 2012년 대회를 소개하면서 내건 미션들은 당시로서는 그 어떤 로봇도 가능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재난 현장을 혼자 걸어가 문을 연 후에 밸브를 잠그고, 혼자 운전을 하는 로봇은 그저 꿈만 꾸던 것이었다. 하지만 3년 후의 본선에서는 많은 로봇이 이 미션을 거뜬히 수행했다. 로봇의 엄청난 발전을 불러온 것이다. 이것이 다르파 대회가 갖는 파워라고 생각한다.

 

현재 개발된 로봇은 한 살짜리 아기의 수준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10년 안에 집집마다 도우미 로봇이 보급될 수 있을까?

현재 가장 발전했다고 하는 로봇도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고 이동할 뿐이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휴대폰은 보급된 지 9년 만에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일상 용품이 되었다. 때문에 10년 후면 누구나 로봇 하나쯤은 비서로 두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날이 되면 설거지나 청소처럼 귀찮은 일은 로봇에게 맡겨두고 사람들은 여가를 즐길 것이다. 마치 과거의 귀족들처럼 말이다.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로봇이 챙겨주는 밥 먹고, 옷 입고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고. 그러다 운동 경기도 한 번 하고. 사람들이 이렇게 여가를 즐기는 동안 로봇들은 집 안을 정리하고, 빨래를 하며 집을 관리하게 될 것이다.

평소 로봇과 함께 사는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로봇이 아직 한 살 수준이라면 좀 이른 것 아닌가?

 

절대 이르지 않다. 지금이 우리가 로봇 시대를 대비해야 할 적기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도 한 살 때는 순수하지 않나. 부모가 정해준 기준에 따라 행동하고 자라나게 된다. 사람은 여기에 수많은 변수가 있지만 로봇은 만드는 사람이 정한 기준대로, 로봇 과학자가 입력해준 가치에 따라 행동한다. 따라서 모든 로봇이 한 살 수준인 바로 지금! 로봇에게 주어져야 할 일의 한계와 로봇에게 주어져야 할 규범과 가치, 그리고 인간이 꼭 지켜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로봇에게 일자리를 뺏기거나 로봇이 사람을 지배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이런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로봇이 대중화되면 분명히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거기엔 좋은 변화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변화도 포함될 것이다. 일자리 문제도 그렇다. 많은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할 것이 확실하다. 힘든 노동이나 반복되는 업무에서는 분명 로봇이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테니까. 하지만 사라지는 직업이 있는 만큼 또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로봇으로 인한 실업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리라고 보는 것인가?

사람을 믿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인류는 지금까지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하지만 또 인간들은 그 변화에 맞게 모든 걸 맞춰가는 것 같다. 그리고 어떤 나라들은 미래를 예측해서 대비를 하기도 한다. 지금도 많은 로봇 공학자를 비롯해 미래학자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로봇을 받아들이고 그로 인한 문제를 시간이 걸릴지라도 현명하게 해결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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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착한 로봇과 사는 세상

 

로봇 공학자를 꿈꾸는 친구들이 많다. 로봇 공학자가 되기 위해서 청소년기에 무엇을 하는 것이 좋겠나?

가능한 한 로봇을 많이 만들어봤으면 좋겠다. 키트라도 좋고, 재료를 직접 구해서 만들어도 좋다. 일단 만들어보면서 로봇을 배웠으면 한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으면 한다. 진짜 로봇 공학자들도 혼자서 로봇을 만들지 않는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는데 이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로봇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무척 중요하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점을 파악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과정이 있어야만 더욱 완벽하고 수준 높은 로봇이 탄생한다. 그런데 이런 의사소통 과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친구, 선배와 팀을 이루면 몰랐던 것들을 서로 배우게 되고, 재료비에 대한 부담은 줄어든다. 일석이조 아닌가. 참, 대회에도 꼭 참여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회는 정해진 기간이 있어 팀워크를 확인하기에 좋은 기회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고, 터지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 국내 대회를 1차 목표로 삼고, 각종 세계 대회로 확대해갔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로봇 공학자들은 박사님이다. 박사 학위가 꼭 필요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인데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솔직하게 말하면 대학 졸업장이나 박사 학위가 필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아는 해외의 훌륭한 로봇 공학자 중에는 공대가 아닌 다른 학과를 졸업한 분들이 많고. 심지어 대학 졸업장이 없는 분도 있다. 하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장점이 있다. 대학이나 대학원 과정은 로봇을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지식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로봇 공학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능력이 뭐냐고 물어보는데 난 주저하지 않고 ‘창의성’이라고 말한다. 로봇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수많은 이론과 기술이 아니라 이것들을 하나로 합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창의성이다. 하지만 수학, 과학을 열심히 공부하고 공대에 간다고 창의성이 절로 생기는 건 아니잖나. 그러니 진짜 로봇을 만들고 싶으면 지나치게 스펙에만 신경 쓰지 말고 지식과 이론을 쌓은 후 이걸 합칠 수 있는 창의력을 기르라고 말하고 싶다.

 

로보티즈에서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다 대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다른 목표가 생긴 것인가?

다르파 대회를 진행하면서 가장 부러운 건 다른 팀들의 인력풀이었다. 우리나라의 ‘휴보’가 1등을 거머쥐는 놀라운 기술력을 보여줬지만 우리나라 팀들은 여전히 소수 정예로 팀원 한 사람이 몇 사람 몫을 하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만 대회를 치를 수 있다. 로봇 산업이 번창하려면 로봇을 만드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는데 여전히 우리나라는 로봇 공학자가 귀한 실정이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젊은 로봇 공학자들을 키우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대학교에 자리가 나서 옮기게 되었다. 이곳에서 한 명의 로봇 공학자라도 더 배출해내는 데 기여하고 싶다.

 

현재 개발 중인 로봇을 소개해달라.

2개의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하나는 재난 구조 로봇으로 KT와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한 대당 25kg 정도인 로봇들이 연결된 형태인데 필요할 때는 스스로 합치기도 하고 분리되기도 한다. 바람이나 장애물 때문에 뒤집히더라도 어느 방향에서든 작동하는데 무엇보다 큰 강점은 통신 능력이다. 재난 현장에서는 사람이 들어가기도 어려운 곳이 많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통신 신호가 약해져서 로봇이 정보를 수집한다 해도 받기가 어렵다. 하지만 지금 개발 중인 재난 구조 로봇은 여러 개가 줄줄이 결합되어 있어 재난 현장에 투입된 후 통신 신호가 약해지는 지역에 가면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로봇을 분리한다. 분리된 로봇이 그곳에서 중계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또다시 맨 끝의 로봇이 분리되어 두 번째 중계기가 된다. 하나하나 떨어뜨리고 가는 모양새가 마치 빵 조각을 떨어뜨리며 집을 찾아가는 헨젤과 그레텔 같아 프로젝트명도 ‘헨젤과 그레텔’로 정했다.(웃음) 또 다른 로봇은 감성 로봇이다. 털북숭이 로봇인 ‘에디(EDIE) 01’은 사람의 촉각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부드러운 털을 두르고 그 사이에 전도성 실을 장착해 사람이 로봇을 쓰다듬으면 눈의 표정과 소리, 몸짓으로 반응한다.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로봇은 무엇인가?

사람도 구하고 감성도 갖춘 휴머노이드가 최종 목표다. 난 여전히 로봇 공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던 어린 시절처럼 로봇이 사람들을 도와주는 존재이기 바란다. 그래서 귀찮은 일, 힘든 일, 위험한 일을 대신해주며 때론 친구 같고 비서 같고, 또 때로는 영웅 같은 로봇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하자면, 착한 로봇이었으면 좋겠다.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위로하는, 그리고 선함을 기준으로 행동하는 로봇! 이런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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