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 특집기사

[2017년 5월호] 게임판 위 세상의 설계자 보드게임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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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판 위 세상의 설계자 보드게임 개발자

글 강서진·사진 오계옥

우리가 사는 세상에 수많은 법칙이 있듯이 게임 속 세상에도 법칙이 존재한다. 정해진 법칙대로 게임판 위를 한발 한발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 세상에 푹 빠져버린다. 게임판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만드는 보드게임 개발자를 만났다.

보드게임 대중화로 이제 기지개를 펴는 직업

보드게임은 게임판 위에 카드, 블록, 주사위 같은 구성물을 놓고 일정한 규칙에 따라 진행하는 게임을 말한다. 보드게임 개발자는 보드게임의 순서와 법칙을 만드는 사람이다. 보드게임은 유럽과 미국에서 체스, 젠가, 포커와 같은 게임에서 시작된 것으로, 주로 해외에서 생산되고 소비됐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초반에 <블루마블>이란 보드게임이 처음 개발되며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고,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보드게임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더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지 못했고, 대부분 수입 제품이 중심을 이뤘다. 그러다 2000년 이후 카페에서 다양한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른바 ‘보드게임방’이 생겨나면서 보드게임이 본격적으로 대중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도 보드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점차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흥미진진한 게임 규칙을 만들어라

보드게임은 크게 주제와 스토리, 규칙과 방법, 도구, 이미지 디자인 요소가 갖춰져야 제품이 될 수 있다. 보드게임 개발자는 이 중 게임 규칙과 방법을 만든다. 그 외의 주제, 스토리, 도구, 디자인은 제작을 총괄하는 출판사가 담당한다. 보드게임 개발자로 활동한 경험이 많으면 게임의 콘셉트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총괄하고, 디자이너에게 그림 작업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보드게임을 만들 때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재미와 흥미를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개발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보드게임 개발자는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먼저 게임을 이용할 대상을 정하고 이에 적합한 난이도를 설정한다. 가령 어린이나 가족, 초보자를 대상으로 하는 게임은 되도록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규칙으로 구성하고,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좀 더 복잡하고 새로운 규칙을 많이 만든다. 연령과 수준에 맞는 규칙이 잘 갖춰져야 게임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할 수 있어야

보드게임 개발자는 주로 게임 규칙과 스토리를 제안하는 기획안을 작성해 출판사에 게임 제작을 의뢰한다. 반대로 출판사로부터 게임 규칙 제작을 의뢰받아 개발 작업을 할 때도 있다. 개발자가 수익을 얻는 방법은 다양하다. 게임 규칙을 만든 데 대한 저작권을 판매하거나 게임 판매량에 따라 수익을 얻는 인세를 받는다. 개발자가 직접 게임 제작을 총괄했을 경우에는 게임 판매로 수익을 거둔다.

보드게임 개발자는 주로 게임 규칙을 만들지만 규칙과 어울리는 시나리오와 디자인을 구상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좋다. 또 기존에 출시된 수많은 게임과 차별화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난이도가 다양한 게임 규칙을 개발하려면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분석력과 추리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이 완성되기 전까지 수정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하기 때문에 꼼꼼함과 끈기를 갖춰야 하며, 여러 사람과 의견을 주고받는 포용력과 소통 능력도 필요하다. 또 다양한 게임에 꾸준히 호기심을 갖고, 트렌드를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게임 시장은 어떤 산업보다 빨리 성장하고 변화하는 추세여서 소비자의 반응을 발 빠르게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집 6- 보드게임

보드게임 성장세는 파란불

보드게임 개발자는 나이, 학력, 전공에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 특별한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보드게임을 좋아하고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게임이 진행되는 원리를 이해하고 재미있는 규칙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보드게임 개발자를 양성하는 교육 기관이나 프로그램은 따로 없지만, 보드게임 개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개발자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인 만큼 실제 보드게임 개발자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이며, 대부분 부업으로 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 보드게임 시장의 성장률이 매년 20% 정도 오르고 있고, 발전 가능성이 큰 만큼 개발자의 활동 영역도 확대될 전망이다. 보드게임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인 데다 창의력과 논리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점차 대중적인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기업이나 개인이 개발자에게 제작비를 후원해주는 펀딩 제도가 마련되는 등 보드게임 개발자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또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이용한 보드게임이 개발되고 있어 급성장하는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일단 한번 만들어 보세요.”

보드게임 개발자 김건희

특집 7- 보드게임

보드게임 개발자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 보드게임을 즐겨 했지만 어느 순간 잊고 살았죠. 그러다 대학생 때 처음 생긴 보드게임방을 간 뒤 다시 보드게임에 푹 빠져버렸어요. 그때 직접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보드게임에 대한 정보나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을 찾기가 굉장히 어려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한국보드게임개발자모임ʼ을 만들었습니다. 보드게임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테스트도 같이 해보는 모임이에요. 그때부터 쭉 보드게임을 만들긴 했지만, 실제 제품으로 출시하기까지는 꽤 오래 걸렸어요. 2010년 <피겨 그랑프리>란 게임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면서 처음 제품으로 만들어진 거예요. 이후로 보드게임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규칙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 10년 동안 다른 회사를 다니면서 게임 개발 작업을 했죠. 그러다 2013년에 <고려>라는 게임이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끌자, 게임 만드는 일에만 더 몰두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보드게임 개발자를 직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보드게임을 만드는 비결이 궁금해요.

무조건 보드게임을 많이 해보고, 많이 만들어봐야 해요. 머릿속에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많아도 생각만 하고 있으면 아무 결과물도 나오지 않거든요. 자기가 만든 게임을 끊임없이 테스트하고 문제점을 보완해가야 재미와 완성도를 높일 수 있죠. 게임 테스트는 되도록 연령, 성별, 수준이 각각 다른 집단을 구성해 여러 번 진행하는 것을 추천해요. 그래야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고,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거든요.

보드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주세요. 

보드게임은 온라인 게임과 달리 여러 사람과 직접 마주보고 어울릴 수 있어서 친화력과 사회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돼요. 또 게임 규칙을 만들어본다면 논리력을 키울 수도 있고요. 보드게임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방법은 아주 쉬워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종이를 잘라서 만들어보고 직접 해보면 되니까요. 또 나이에 관계없이 공모전이나 펀딩 프로그램에 도전할 수 있고, 아이디어가 좋은 경우에는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해요.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라도 어렵고 복잡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단 도전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자신이 몰랐던 숨은 능력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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