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2017년 5월호]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 뷰티 크리에이터 김기수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

뷰티 크리에이터 김기수 

글 강서진·사진 백종헌

최근 ‘화섹남(화장을 잘하는 섹시한 남자)’으로 떠오르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한 남자가 있다. 인기 개그맨으로 활동하다 DJ, 뷰티 크리에이터로 새롭게 주목받으며 온오프라인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뷰티 멘토, 김기수를 만났다.

 세상에나 망상에나 화장하는 남자 처음 봐 ?

요즘 가장 ‘핫’한 인물인 것 같다. 인터넷에서 ‘김기수’ 관련 기사가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지내나?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화장하는 일을 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진짜 화장만 하고 사는 줄로 오해하려나.(웃음) 개인 유튜브 채널 ‘DJ 기수’와 SBS 모비딕에서 하는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에서 다양한 화장법을 소개한다. 최근에는 한 온라인 매체 뷰티 칼럼 코너를 맡아 화장법에 대한 글도 쓰고 있다. 요즘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뷰티 크리에이터’라고 하더라. 개인 유튜브 채널은 작년 11월에 시작했는데, 현재 구독자 수가 7만 명을 넘어섰다. 모비딕도 워낙 반응이 좋다 보니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것 같다.

‘화섹남’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30년 전부터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고, 화장하는 게 유일한 취미였다. 그동안 수많은 제품을 써봤으니 스스로 터득한 노하우가 전문가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화장 초보자를 위한 기초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전문가도 깜짝 놀랄 정도로 신기한 화장법까지 알려준다. 나만의 꿀팁을 누구나 따라 하기 쉽게 설명해주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아닐까? 그것도 여자가 아닌 남자가 말이다.(웃음) 다들 이 점을 굉장히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또 유튜브 방송을 진행할 때 ‘스머지 스머지’나 ‘세상에나 망상에나’, ‘두 번은 안 써’ 등 재미있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이런 것들이 인터넷상에서 유행어가 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어쨌든 콘텐츠가 재미있으니 많은 사람이 찾아본다고 생각한다.

 화장은 언제 처음 시작했나?

화장품에 관심이 생긴 건 아마 초등학교 때부터인 것 같다. 아역배우로 활동한 적이 있는데 야외 촬영이 많아서 선크림을 꼭 바르고 다녔다. 선크림을 바르면 얼굴이 하얘지니까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더라. 그 말이 듣기 좋아서 여러 선크림 제품에 관심을 가졌고, 자연스럽게 다른 화장품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그때부터 용돈이 생기면 화장품을 사 모으기 시작했는데, 어른들한테 들키면 괜히 혼날까 봐 화장실에 숨겨뒀다. 그러고는 집에 아무도 없을 때 혼자 몰래 화장하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결국 어머니한테 들통나긴 했는데, 혼내기는커녕 오히려 내 얼굴 색상에 맞는 화장품을 사다 주시더라. 지금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데도 어머니가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고 있다.

 한국에선 유난히 나이가 어린, 그것도 남자가 화장한다는 걸 곱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

성별과 나이를 떠나서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서 화장을 하는 것이고, 화장한 내 모습이 좋다. 해외에는 젠더리스(Genderless), 즉 성별과 나이에 구분 없이 공통의 유행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남자 뷰티 크리에이터들도 활발히 활동하는 편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화장한 남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화장한 내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고, 취미로 화장을 즐긴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숨기고 살았다. 사람들이 나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감당하기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성정체성까지 의심받을 정도였으니까.

한국은 유독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심한 것 같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사람은 다 다를 수밖에 없고,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이 틀린 인생을 사는 게 아니지 않는가? 나는 내가 잘하는 걸 하는 것뿐인데, 그게 남성다운 기준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성정체성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받아야 하는 게 어이가 없다. 그래도 플로리스트, 바리스타, 요리사같이 과거 여자만의 전문 직업으로 여겨졌던 분야에서 남자들이 인정받고 있는 게 다행이다. 그만큼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거니까.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살아야 한다면 어떨 거 같나? 나는 너무 답답해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내가 20~30대였을 때만 해도 사회 분위기가 지금보다 더 보수적이었다. 선크림을 발라도 ‘남자가 무슨’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았을 정도니 화장하고 다니는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특히 개그맨 활동을 했을 때는 ‘댄서킴’이라는 여성스러운 캐릭터로 알려졌기 때문에 여자 같다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꾸미는 데 더 관심 없는 척하려고 일부러 로션도 안 바르고 면도도 안 하고 다녔다. 그렇게 살다 보니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도 내 진짜 모습을 알지 못하더라. 그때 워낙 엉망으로 하고 다녀서 그런지 예전 사진들을 들춰보면 말끔한 모습을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풋풋한 시절에 아름다운 모습 하나 남기지 못했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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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싶은 걸 하는 데 남자, 여자가 따로 있나

그래서 화장한 모습을 공개한 건가?

남들은 좋아하는 거나 취미로 즐기는 거를 SNS에서 자유롭게 공유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한다는 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차를 사거나 예쁜 옷을 입었을 때 자랑하고 싶은 것처럼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게 유일하게 화장품인 거고. 화장으로 예뻐진 모습을 당당히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SNS에 화장한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감춰야 했던 내 취미생활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이다.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악성 댓글이 엄청나게 올라왔다.(웃음) 몇 년 동안 TV에서 안 보이더니 트랜스젠더가 됐다는 둥, 게이라는 둥, 성형 괴물이 됐다는 둥 듣기 싫은 말들이 많았다. 또 이런 네티즌들의 반응을 다룬 기사들이 쏟아져서 많은 사람이 악성 댓글이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기도 했다. 단지 사람들에게 내 관심사를 알리고 싶었을 뿐인데, 의도와는 다르게 이상한 오해를 받는 게 힘들었다. 그때 중국에서 DJ 활동을 하다 반응이 좋아서 국내 활동도 하려던 차였는데, 욕을 너무 들으니 다 그만두고 싶더라. 그래서 오랫동안 애지중지해온 화장품들을 모조리 버렸다.

그런데 뷰티를 주제로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아무 의욕 없이 지내고 있을 때, 친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라. 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하고 싶은 걸 맘대로 못하고 사냐고. 이제 남의 눈치 그만 보고, 듣기 싫은 말은 무시하고 지내라면서 내가 잘하는 것을 당당히 자랑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힘이 나더라. 나를 오해하고 싫어하는 사람들과 당장에 맞서고 싶어졌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공개된 채널인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다. 여기서 화장품은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화장하는 남자가 아니라, 그저 아름다운 인간 김기수로 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유튜브 방송을 보니 영상을 잘 만들더라. 직접 제작하는 건가?

그렇다. 내가 직접 촬영부터 편집 작업까지 다 한다. 예전에는 컴퓨터 전원만 켤 줄 아는 컴맹이었는데, 유튜브 방송하려고 한 달 정도 영상 제작 방법을 배웠다. 처음에는 화질이나 각도 조절도 제대로 못해 고생을 좀 했다. 음성 녹음, 배경음악, 자막 작업까지 다 하다 보면 10분짜리 영상 만드는 데 3일이나 걸린다. 낮에는 이런저런 일로 바빠 새벽에 밤을 새워가며 작업하는 편이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걸 하니까 힘든 줄 모르고 즐겁게 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조회 수가 엄청나다. 이제는 ‘김기수 화장법’이 여기저기에 공유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람들에게 욕먹을 각오로 시작했기 때문에 이렇게 반응이 좋을 거라고는 기대 안 했다. 남자가 알려주는 화장법을 여자들이 과연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고.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좋아해주더라. 화장 정말 잘한다고, 예뻐졌다고 응원해준다. 내 영상을 보고 화장하는 데 관심이 생겼다는 반응도 고마웠다. 무엇보다 화장하는 남자에 대한 거부감과 선입견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 좋다.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

나처럼 음지에서 숨어 지내야 했던 남자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웃음) 화장에 관심 있는 남자들이 정말 많은데 대부분 주변 시선 때문에 표현을 못하고 산다. 그런데 요즘 내 덕분에 그들이 숨통이 트인다며 고맙다고 하더라. 이제야 조금씩 사람들 앞에 나서고 있다는 그들에게 부끄러워하지 말고 마음껏 표현하라고 말한다. 뭐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행복한 거다. 그들이 용기를 내줘서 내가 더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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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에서도 몸을 던지는 용감한 펭귄처럼

악성 댓글을 볼 때면 힘이 다 빠질 것 같다. 그럼에도 밝은 에너지가 마구 느껴진다. 비결이 뭔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100명이라고 해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힘이 난다. 요즘은 SNS로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지만, 아무 선입견 없이 내 진심을 받아주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남을 쉽게 욕하는 사람들은 그냥 습관처럼 욕을 하다 뒤돌아서면 다 잊어버린다. 그런 사람들을 일일이 원망하는 데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다. 나를 응원해주는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즐겁게 지내려고 한다. 혹시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을 본다면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줬으면 좋겠다. 그 말이 정말 큰 힘이 된다.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 전에 개그맨으로도 큰 인기를 누렸다. 개그맨 활동은 하지 않을 생각인가

요즘 그 질문을 굉장히 많이 듣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천생 개그맨이라고 말한다. 꼭 방송에 출연하고 무대 위에 서야만 개그맨이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지금 진행하는 유튜브 영상을 재밌게 만들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개그맨인 것이다.

방송 활동 계획은 없나

기회가 생기면 하고 싶다. 물론, 뷰티 크리에이터 활동은 계속할 것이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댄서킴’ 캐릭터로 많이 유명해졌고,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하지만 그때는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그것을 잃는 게 두려워 대중의 눈치를 많이 봐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응원도 받고 있으니 그때보다 더 행복하다.

DJ로도 꽤 활발히 활동한 걸로 안다. 개그맨, 뷰티 크리에이터, DJ까지 참 다양한 일을 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건 두려우면서도 늘 설레는 일이다. 처음 접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을 때 희열을 느낀다. DJ 활동을 할 때는 실력도 없이 유명세만 믿고 한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3년 동안 한 평 남짓한 DJ 박스에서 매일 8시간씩 훈련했으니까. 실력을 꾸준히 키워서 중국의 유명 DJ들과 함께 공연을 하기도 했고, 반응도 꽤 좋았다. 그때 내게 또 다른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취미든 일이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평생 도전해봐야 한다. 내게 또 어떤 가능성이 열려 있는지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학창시절 꿈은 뭐였나?

웃긴 연기를 아주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배우가 안 되더라도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원래부터 ‘관심병’이 좀 많았다.(웃음)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선생님 눈에 띄고 싶어서 발표나 심부름 같은 걸 열심히 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면 또 혼자서도 잘 놀았다. 주로 화장놀이를 하면서.(웃음)

 요즘은 청소년들도 화장을 즐겨 하고, 화장품에도 관심이 참 많다. 이런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멋지고 예쁘게 보이는 데 관심 갖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을 가꿀 줄 알아야 하고, 자기만의 매력을 뽐낼 수 있어야 하니까. 그런데 학생 때부터 너무 진하게 화장하는 건 좀 이르다고 생각한다. 색조 화장을 오래 할수록 피부가 어둡게 착색되고 주름도 빨리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은 피부가 한창 깨끗하고 건강할 때니까 피부 상태를 유지하는 데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 로션과 선크림 같은 기초화장품을 꼼꼼히 바르고, 색조 화장은 입술 틴트와 볼에 바르는 블러셔 정도만 가볍게 하는 걸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퍼스트 펭귄’이라는 말이 있다. 펭귄 무리를 이끄는 펭귄을 말하는데, 자신을 위협하는 바다표범이 눈앞에 있어도 물고기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물에 뛰어든 경우를 뜻한다. 즉, 어려운 상황에서도 먼저 용감하게 도전해서 다른 사람들이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본보기가 되는 사람을 말한다. 최근 한 매체에서 나를 두고 ‘퍼스트 펭귄’이라고 표현하더라. 그러고 보니 나는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해왔다. 개그맨 중에서는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올랐고, 뮤지컬도 했다. 또 수많은 비난을 들으면서도 당당히 남자 뷰티 크리에이터로 인정받고 있다. 처음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나섰기에 힘든 일을 겪기도 하고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도 받았다. 하지만 결국엔 바라던 꿈을 이뤄냈으니 참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

운전을 처음 시작할 때도 길이 잘 닦인 고속도로보다 여러 굴곡이 있고 복잡한 길을 달릴 때 운전 실력이 빨리 느는 법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길이 험난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길 바란다. 또 다른 퍼스트 펭귄들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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