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더블멘토링

[2017 4월호] 공간을 채우는 예술 실내건축디자이너

공간을 채우는 예술 실내건축디자이너

같은 공간을 전혀 다르게 꾸며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박정한, 엄재용 학생(서울디자인고 3)은 실내건축디자이너를 꿈꾸고 있다.

졸업을 1년 앞두고 인테리어디자인과 대학생 선배와 실내건축디자이너를 만나 진로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나누었다.

글 강서진·사진 이동훈

더블2

 

 

 멘티 수정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는 편안한 공간 만들고 싶어

박정한─ 어릴 때, 화가인 외할아버지와 시골에서 함께 살았어. 틈만 나면 할아버지를 따라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마다 예쁜 집을 꼭 그려 넣었지. 어디에나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이 있기를 바랐거든. 그래서 나만의 유일한 휴식처이던 방 안을 꾸미는 데도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 나중에 어른이 되면 안락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해왔지만 그게 어떤 일인지는 잘 몰랐어. 그러다 중3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쯤 디자인고등학교와 그곳에 건축디자인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 실내 설계에 대해 배운다는 걸 알고는 내가 원한 게 바로 이거다 싶었지. 그래서 서울디자인고에 입학했고, 건축디자인 공부가 적성에 맞아서 너무 재미있어. 하지만 졸업을 앞두니 대학에 꼭 가야 하는지 고민돼. 졸업하고 나면 바로 취업을 하고 싶거든. 멘토님들을 만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물어봐야겠어.

뚝딱뚝딱, 주변 공간을 바꾸는 일이 너무 재밌어

엄재용─ 나는 자동차를 유독 좋아했어. 초등학생 때부터 자동차 디자인 도면을 만들겠다며 그림을 그렸으니까. 손재주가 있는 편이어서 무엇이든 뚝딱 조립하고 만드는 것도 잘했지.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딱히 좋아하는 게 생기지 않더라고. 중3 때쯤, 앞으로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서울디자인고 선배들이 학교 홍보를 하러 찾아온 거야. 그때 건축디자인과 얘기가 귀에 쏙 들어왔어. 공간을 설계하는 일이 재밌어 보이고, 적성에도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때부터 건축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그런데 고3이 되니까 진로가 너무 고민돼. 실내 디자인이 재미있지만 건축 시공 분야도 끌리거든. 1년 넘게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어. 멘토님들의 조언을 듣고 명쾌한 해답을 얻을래.

디자인 감각은 기본, 건축공학을 알면 유리해 

 박정한 멘티(이하 정한)─ 안녕하세요. 같은 전공을 공부하는 대학생 선배를 꼭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보게 돼서 좋아요.

엄재용 멘티(이하 재용)─ 대학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는지 너무 궁금해서 선배님을 만나고 싶었어요.

임선우 멘토(이하 선우) ─ 나도 두 친구를 만나서 반가워요. 그런데 고등학교에도 건축디자인과가 있다는 걸 몰랐네요. 입학하는 데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정한 ─ 디자인고등학교들의 입학 전형이 비슷한 걸로 아는데, 우리학교는 내신 성적을 평가하는 일반전형과 작품을 평가하는 특별전형으로 구분해 학생을 선발해요.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손으로 그린 그림을 제출해 특별전형으로 입학했고요. 아, 특별전형은 면접도 봐요.

선우 ─ 입학전형이 대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네요. 대학의 디자인 계열 학과는 보통 정밀 묘사 같은 실기시험을 치러요. 내신 성적을 평가하지만, 실기시험 점수 비율이 훨씬 높죠. 학교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하기도 하고요. 고등학교 때 입학전형을 경험해봤으니 대학 입시 준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겠네요. 건축디자인과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나요

재용─ 설계와 시공같이 기본적인 건축 기술을 배우고 리모델링이나 가구 디자인, 실내 장식, 색채 관리 등 디자인과 관련된 공부를 중점적으로 해요. 손으로 설계 도면을 그리는 손 제도와 목공 기술을 익히고 포토샵과 캐드 같은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도 배우죠. 3학년 때는 실내건축기능사 자격증을 따는 데 도움이 되는 과목 중심으로 공부하고요. 또 졸업 작품도 만들어야 해서 하교 후에도 학교에 남아 늦게까지 작업하는 편이에요.

정한 ─ 학년이 올라갈수록 일반 과목보다는 전공과목을 더 많이 배워요. 그리고 1학년 때부터 목공반, 가구반, 제도반 같은 기능반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적성에 맞는 분야를 더 깊이 배울 수도 있고요. 저는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을 다루는 게 재미있어서 입체 도면을 만드는 3D MAX 프로그램 반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선우 ─ 와, 대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별반 다르지가 않네요. 어쩌면 나보다 전공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재용 ─ 에이, 그럴 리가요. 대학에서는 배우는 과목이 더 다양하고 깊이 있게 공부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요즘 대학을 가야 할지, 그냥 취업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서 학과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요.

선우 ─ 건축디자인과 관련된 학과들은 인테리어 디자인, 실내건축 디자인 등 대학마다 학과명이 조금씩 다르게 개설돼 있어요. 과목 커리큘럼도 약간씩 차이가 있고요. 하지만 건축디자인과 관련된 공간 제도 기법, 실내 재료, 색채와 같은 핵심 과목은 어느 학교에서나 똑같이 배울 거예요. 우리 학교는 졸업 후 진로와 전문 분야를 크게 네 개로 구분해 각 분야에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구성돼 있어요. 건축 설계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전시와 진열 디자이너, 실기교사, 3D 모델링 전문가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과목을 배우죠.

정한 ─ 진로 분야가 생각보다 다양하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과목들을 배우는지 궁금해요.

선우─ 건축 설계, 인테리어 디자인과 관련한 과목으로는 기초제도 및 표현기법, 조형론, 실내계획론, 실내재료학, 조명디자인 등이 있어요. 공간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데 필요한 공부를 하죠. 캐드, 포토샵, 스케치업 등 여러 건축 설계 프로그램을 다루는 법을 배워서 설계나 디자인 아이디어를 도면으로 나타내는 실습도 해요. 전시와 진열 디자인 관련해서는 색채와 재료를 응용하는 실습을 하고요.

재용 ─ 학과에 실기교사와 관련된 과목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선우 ─ 교육학개론과 실기교육방법론을 배우고 실기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전문 교과목을 가르치는 교사가 될 수도 있어요. 두 친구가 다니는 건축디자인과 선생님이 되는 거죠.

정한 ─ 재미있는 수업과 힘든 수업을 꼽는다면 어떤 과목인가요

선우 ─ 음, 개인적으로는 공간 데커레이션 과목을 제일 좋아해요. 특정 장소에 어울리는 콘셉트를 정해서 공간을 꾸며내는 법을 배우는데, 공간의 세세한 구조는 물론이고 가구나 소품, 색채 등 알아야 할 게 많아요. 그만큼 자료 조사를 많이 해야 하지만 더 폭넓은 분야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죠. 그런데 공간을 설계할 때 필요한 자재와 물품을 정해진 예산에 맞게 구성해야 하는 게 힘들어요. ‘시공적산’이라는 수업에서 이런 내용을 배우는데, 건축물을 지을 때 면적이나 길이를 계산해 필요한 물량을 산출하는 거예요. 수학적인 지식이 필요하죠. 저는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도 어려워하는 편인데, 그러고 보니 이공계열 과목에 약하네요.(웃음)

재용─ 저도 시공적산을 배운 적이 있는데 진짜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시공 분야엔 관심이 많아요. 내년에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을 할지, 대학에 입학할지 고민인데 학과에서 취업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도 있나요?

선우 ─ 학과 공부를 하다 보면 학생들마다 선호하는 분야가 생겨요. 3학년 때는 학기마다 현장 실습 과목이 있어서 실무를 경험하며 자기 적성을 찾기도 하고요. 또 우리 학과는 3학년 여름방학 때 인테리어와 관련된 회사에서 한 달 정도 실습한 경험이 있어야 졸업이 가능해요. 학생들의 실무 능력을 키우려는 제도인데, 실제로 실습한 회사에 입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또 학과와 연계되어 있는 회사에 취업하기도 하고 교수님과 졸업한 선배들에게서 취업할 곳을 추천받기도 해요. 학생들이 수월하게 취업할 수 있도록 학과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편이지만, 학생들 스스로도 공모전 준비나 자격증 공부 등 취업에 필요한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죠. 무슨 일이든 자기가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는 것 같아요.

정한─ 선배님 얘기를 듣고 나니 인테리어디자인과에 대해 충분히 알겠어요. 대학 생활에도 관심이 더 생겼고요. 인테리어와 관련된 학과가 어느 대학에 있는지 꼼꼼히 알아봐야겠어요.

선우─ 다행이에요. 제가 다니는 곳이 여학교라서 나중에 같은 캠퍼스에서 만날 수 없다는 게 좀 아쉽네요.(웃음) 두 친구 모두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다른 대학도 꼼꼼히 알아본 후 진학을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임선우 멘토

 화려한 스펙보다 개성 있는 아이디어를 갖춰야

이우남 멘토(이하 이 멘토)─ 여러분, 반가워요. 다들 건축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니 열의 넘치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네요.

재용─ 평소 건축디자인 회사에 꼭 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한─ 저도 곧 취업을 앞두고 있어서 실제 회사는 어떨지 궁금했어요. 와보니 너무 멋지네요.

선우 ─ 저도 빨리 이런 회사에서 일하고 싶단 의욕이 넘치는데요웃음) 멘토님은 이 일을 하신 지 얼마나 됐나요

이 멘토 ─ 한 10년 됐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재밌어요. 평면적이고 밋밋한 공간을 입체적이고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과정이 흥미롭거든요. 공간의 선이나 면을 재배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구, 조명 등 공간을 채우는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죠. 예전에는 실내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부족했는데, 이제는 전문 직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점도 뿌듯하고요.

재용 ─ 실내 디자인을 하는 사람을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고 하기도 하고 실내 디자이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어느 게 정확한 명칭인지 궁금해요.

이 멘토 ─ 업계에서는 실내건축가, 실내건축디자이너라고 불러요. 실내 공간을 설계할 때 예술성과 조형미를 나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수도나 전기 같은 건축물의 기본 시설을 고려하면서 디자인해야 해요. 면적에 따라 필요한 자재의 양도 가늠할 수 있어야 하고요. 또 사람이 생활하기에 편리한 구조로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에 건축과 시공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죠. 그래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실내 디자이너라고 하기보다는 ‘건축가’의 개념을 접목한 실내건축가, 실내건축디자이너라고 부르는 게 좋아요.

정한─ 네, 알겠습니다. 학교에서 실내건축을 배우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어떤 순서로 작업이 진행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 멘토─ 먼저 실내건축 작업을 의뢰한 사람을 만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해요. 디자인 작업을 진행할 현장 구조가 어떤지도 꼼꼼히 살펴보고요. 그런 다음 의뢰자의 요구 사항과 현장 상황을 적절히 고려한 디자인 구상안을 그려 의뢰자에게 보여주죠. 이때 구상안과 비슷한 실제 사례나 사진 등의 자료를 조사해서 보여주기도 하고요. 구상안에 대해 의뢰자와 의견을 조율하고 나서 구상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구체적인 디자인 설계 도면을 작업합니다. 설계 도면이 완성되면 공사를 진행할 시공 담당자에게 설계 도면의 내용과 요구 사항을 전달하고요.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는 때때로 현장에 찾아가 공사 진행 상황을 검토해요.

선우─ 작업 과정에서 의뢰자와 의견을 조율하는 일이 꽤 중요하군요.

이 멘토─ 그럼요. 이 일은 누군가로부터 제안을 받고 하는 일이에요. 일종의 서비스업이라고 할 수 있죠. 의뢰자가 실내건축 작업을 요청한다는 건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거나 현재 공간을 바꾸려고 하는 등 특정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거예요. 결국 실내건축디자이너는 의뢰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개선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러려면 의뢰자가 원하는 방향과 취향 등을 자세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의뢰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재용─ 실내건축디자이너가 일하는 곳은 주로 어디인가요

이 멘토 ─ 실내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회사 규모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고 장단점이 있죠. 회사 규모가 클수록 가구 팀, 조명 팀처럼 전문 분야가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각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지만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요. 규모가 작은 회사는 디자이너 한 명이 프로젝트 전체를 담당하거나 팀을 이뤄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반적인 작업 과정을 두루 경험하고 다양한 분야를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그만큼 일이 고된 편이에요. 업계에서 경력을 충분히 쌓고 자기만의 전문 분야와 특별한 스타일을 갖추면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도 있어요. 최근엔 1인 기업이나 학생 창업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많아져서 실내건축 전문 회사를 창업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예요.

정한─ 저는 실내건축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데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할까요?

이 멘토 ─ 실내건축디자이너를 준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격증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요. 자격증이 있으면 회사에 입사하는 데 유리할 수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실내건축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꽤 있거든요. 회사에서는 다양한 현장 경험과 풍부한 디자인 감각을 갖춘 사람을 선호하지만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신입에게 많은 능력을 기대하지는 않아요. 다만, 앞으로 디자이너로서 발전할 가능성과 열정이 있는지를 눈여겨보죠. 그래서 포트폴리오와 면접을 통해 개성 넘치는 아이디어와 독특한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해요. 학생 때 실내건축 회사에서 인턴십 활동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요. 정한이와 재용 학생은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 있나요?

재용─ 요즘 고민 중이긴 한데, 현장 경험을 빨리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 멘토 ─ 그렇군요. 제가 조언을 하자면 최소한 전문대학에서 실내건축과 관련된 학과를 전공했으면 좋겠어요. 업계 사람들 대부분이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갖추고 있고 실내건축을 전공했거든요. 물론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업계 사람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최소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학생은 이미 고등학교에서 건축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지만 대학에 가면 더 깊은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분명 많을 거예요. 특히 디자인 업계는 끊임없이 새로운 감각을 익혀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돼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대학원에서 실내건축공간디자인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답니다.

정한 ─ 네, 명심하겠습니다. 대학 진학과 취업을 두고 한참 고민했는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봐야겠어요. 진심 어린 조언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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