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2017년 3월호] 내가 뭐 어때서 모델 한현민

내가 뭐 어때서

모델 한현민

올해 나이 열일곱, 국내 패션계를 뒤흔든 모델 한현민을 만났다.
글 전정아 사진 최성열

만나고_2

누구보다 특별하게 꿈의 런웨이에 서다

 

모델이 된 지 1년이 채 안 된 걸로 안다.
지금 소속된 ‘SF 모델즈’와 정식으로 계약한 게 지난해 3월이니 이제야 겨우 1년을 채운다. 아직 햇병아리다.

모델이 된 계기가 남다르다고 들었다.
그런가? 내가 기획사를 찾아가 오디션을 본 게 아니라 대표님이 먼저 날 알아봐주신 케이스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내 사진을 보고 지금의 대표님이 만나보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 만나기로 한 날, 대표님이 날 보자마자 대뜸 걸어보라고 하셨다. 이태원 길거리에서 그냥 걸었더니 바로 계약하자고 하시더라. 나중에 말씀해주시길 내가 워킹할 때 풍기는 분위기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웃음)

원래부터 꿈이 모델이었나
워낙 또래 친구들보다 키가 크니 어머니가 농담 삼아 모델 한번 해보라고 종종 말씀하셨다. 별생각이 없었는데 중학교 때부터는 패션에 관심이 생겨 막연히 모델을 꿈꿔본 적은 있다. 모델 학원에 다닐 돈은 없어서 유튜브를 보고 모델 워킹을 따라 하기도 하고, 사실 더 어릴 때 꿈은 운동선수였다. 하지만 내 꿈을 밀어주기에 우리 집은 그다지 부유한 편이 아니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운동선수의 꿈은 일찌감치 접었다. 지금은 운동을 취미로 하고 있다. 구기 종목은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데, 대표님은 내가 농구 하는 걸 달갑지 않게 여기신다. 여기서 키가 더 크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190센티미터 이상이면 국내에서 모델로 활동하는 데 제약이 생긴다고 하더라. 그만큼 소화할 수 있는 의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금 키가 188센티미터니까 2센티미터 남았다. 빨리 성장판이 닫혀서 맘껏 운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웃음)

모델 일은 적성에 맞나?
촬영도 연습도 다 힘들다. ‘옷발’이 더 잘 받기 위해 몸무게도 6킬로그램 정도 감량해야 했다. 그런데도 일이 너무 재밌는 걸 보면 적성에 맞는 것 같다. 특히 결과물을 보면 뿌듯해서 포즈나 표정을 더 연구해야겠다는 의지도 생긴다.

캐스팅된 지 일주일 만에 데뷔했고, 데뷔한 지 몇 개월 안 돼 무려 10개의 쇼에 섰다. 패션 디자이너를 비롯해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한현민’만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나만의 매력? 겸손한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 모르겠다.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워킹하는 모습을 모니터링해보면 확실히 첫 런웨이에 비해 점점 나아지기는 하더라. 학습 능력은 좀 있는 것 같다.(웃음) 역시 실전 경험이 최고다.

이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처음 SF 모델즈와 계약하기로 하고 대표님을 만났을 때 어머니가 대표님한테 그러셨다. ‘진짜 당신 아들처럼 돌봐줄 거 아니면 우리 아들한테 손도 대지 말라’고. 예전에 캐스팅 사기를 몇 번 당해서 걱정이 많이 되셨던 모양이다. 물론 지금은 내가 진지하게 모델에 임하는 모습을 보며 좋아하신다.

모델이 되었다고 했을 때 다른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남동생 두 명, 여동생 두 명이 있는데 9살, 7살, 6살, 4살이다. 아직 너무 어려서 내가 모델 일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를 거다.

첫 수입으로는 뭘 했는지 궁금하다.
옷을 정말 많이 샀다. 그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건 오늘 입은 이 라이더 재킷이다. 날 모델로 데뷔할 수 있게 해주신 디자이너 한상혁 선생님의 브랜드 ‘에이치 에스 에이치(Heich Es Heich)’ 제품이라 더 특별한 느낌이다.

모델로서 롤모델은 누구인가?
김원중 형! 정말 좋아하고 닮고 싶다. 나는 아직 어울리는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이 있다. 스트리트 브랜드 의류는 내가 봐도 꽤 잘 어울리는 편인데 우아하거나 세련된, 일명 ‘댄디한’ 스타일은 정말 안 어울린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 그런데 원중 형은 무슨 옷을 입든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한다. 그게 그렇게 멋지고 부럽다.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도 원중 형이 론칭한 브랜드 ‘87MM’의 화보 촬영이었다. 촬영이 잡힌 날부터 너무 설레었는데 막상 원중 형 앞에서는 긴장해서 말도 잘 못했다. 그래도 “포즈를 더 건방지게” 해보라고 했던 형의 한마디는 생생하게 기억난다.

온라인에서 인기가 뜨겁더라.
나도 느끼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20만 명이 넘었다. 게시물마다 ‘좋아요’도 2000~3000개가 넘고. 더 놀라운 건 아버지의 나라, 나이지리아에서 보내는 사랑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나이지리아분들이 팬 페이지를 만들어주시고 ‘움짤’을 만들어 올리거나 내 팬이라고, 내가 나이지리아를 빛내는 모델이라며 댓글을 남기곤 하신다. 안타깝게도 영어로 남겨서 곧바로 해석은 잘 안 되기 때문에 대표님께 번역해달라고 졸라서 확인한다.(웃음) 내게 관심 가져주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오프라인에서는 어떤가?
잘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인기보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더 느낀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혼혈아가 늘고 있지 않나. 특히 나는 이태원에 살아서 그런지 주위에 혼혈 친구들이 참 많다. 앞으로 혼혈 모델도 훨씬 많이 나올 텐데 내가 그들의 선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만 잘되고 싶은 게 아니다. 내 뒤를 이어 활동하는 친구들은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으면 좋겠다.

 

“가지고 있기만 해도 좋은 것, 그게 꿈이라고 생각해요. 꿈이 생기면서 덩달아 생각도 많아졌지만 고민하는 것조차 행복해요. 제가 선택한 길이니까요.”
“가지고 있기만 해도 좋은 것,
그게 꿈이라고 생각해요. 꿈이 생기면서
덩달아 생각도 많아졌지만
고민하는 것조차 행복해요.
제가 선택한 길이니까요.”

그래도 노는 게 제일 좋을 나이

 

갓 고등학생이 된 ‘고딩’ 한현민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기분이 어떤가?
오늘 막 졸업해서 딱히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인터뷰 기준 2월 8일) 화곡동에 있는 한광고등학교에 배정받았는데 집에서 1시간 40분 거리다. 거리도 먼 데다 내가 아침잠이 많아서 제시간에 등교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지금으로서는 조용히 학교생활 하면서 대학에 가고 싶다. 원래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고등학생이 되니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17살 한현민의 가장 큰 관심사는?
노는 것? (웃음) 우리 또래 청소년들은 놀 거리가 많이 없다. 어딜 가서 뭘 하는 것보다는 그냥 친구들이랑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맛있는 거 먹고, PC방 가서 ‘피파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게 제일 즐겁다. 그래도 홍대, 명동, 가로수길 등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놀 만한 곳, 볼만한 것을 찾아다니는 편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이번 시즌이 정말 기대된다. 3월 초에 오디션이 있는데, 시즌당 1000여 명의 모델들이 오디션을 본다.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번에는 작년보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서 서본 적 없는 브랜드의 쇼에도 서고 싶다. 또 요즘은 ‘모델테이너’라고, 예능에서 활약하는 모델들이 많지 않나. 나도 그들처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보고 싶다. 더 멀리 보면 모델 이외의 일도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델 이외의 일이라면?
커피를 좋아하고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어서 바리스타 공부를 제대로 해볼까 생각 중이다. 순댓국을 워낙 좋아해 순댓국밥집을 차려볼까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고. 모델이 운영하는 순댓국집, 꽤 인기 있지 않을까웃음) 나이가 더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모델 일과 병행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MODU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나는 정말 생각 없이, 되는 대로 사는 평균 이하의 학생이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렇다는 거다. 그런데 모델이라는 꿈이 생기니 목표가 따라오고, 목표가 생기니 해야 할 일이 생기더라. 눈앞에 보이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목표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나를 발견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큰 만족감을 느꼈다. 막연하게나마 모델이라는 꿈을 품고 있었던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두가 꿈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꿈은 가지고만 있어도 좋은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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