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더블멘토링

[2016년 12월호] 약은 약사에게 운동 처방은 건강운동관리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운동 처방은 건강운동관리사에게

 

다친 몸으로 운동을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운동선수는 부상을 입으면 원래 몸 상태로 회복하기 위해 꾸준히 운동 치료를 한다. 건강운동관리사는 환자에 따라 알맞은 운동 치료 방법을 가르쳐주고 관리하는 사람이다. 건강운동관리사를 꿈꾸는 임유경(서울 신광여고 2) 학생이 두 멘토를 만나 현실적인 조언을 들었다.

글 전정아·사진 오계옥

 

부상으로 고통받는 사람 돕고 싶어

나는 어릴 때부터 꿈이 많았어. 초등학교 때는 리듬체조에 끌려 리듬체조 선수를 꿈꿨고, 중학교 때는 큰 키를 무기 삼아 모델이 될까도 생각해봤지.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생명공학이라는 분야가 멋있어 보여 생명공학자가 되고 싶었고. 그러다 지난 여름방학 때 배구 경기를 관람했는데, 경기 도중 안타깝게도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부상을 입은 거야. 다행히 의료진이 빠르게 대처한 덕분에 그 선수는 다시 경기를 뛸 수 있었지. 그 긴장되는 순간에 나는 새로운 꿈을 품게 됐어. 부상으로 몸과 마음이 다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 그래서 평소에 관심 있었던 운동과 의료를 연계한 직업이 뭘까 찾아보니 건강운동관리사가 나오더라. 그런데 이 생소한 직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과연 내 적성에 맞을지 걱정이 앞서. 오늘 멘토분들을 만나 내 꿈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길 바라.

더블멘토링2

스포츠의학 분야는 이과생들에게 더 유리해

임유경 멘티(이하 유경) ─ 안녕하세요. 체육대에 진학하고 싶은 임유경이라고 합니다. 한국체육대 선배님을 만나게 되어 정말 영광이에요.

윤정희 멘토(이하 정희) ─ 저도 꿈 많은 후배를 만나는 자리에 함께하니 기쁘네요. 유경이는 배구 덕분에 꿈을 찾았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유경 ─ 네, 맞아요. 배구 경기를 보고 건강운동관리사라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건강운동관리사가 어떤 직업인지 감이 잘 안 잡혀요. 처음 제 꿈은 ‘스포츠 재활치료사’에서 시작했거든요.

정희 ─ 이제 그런 직업명이 없다는 건 알고 있죠웃음)

유경 ─ 네. 사실 얼마 전에 알았어요.(웃음)

정희 ─ 저도 건강운동관리사라는 말이 아직 생소해요. 작년에 법이 개정돼 생긴 용어거든요. 건강운동관리사의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첫 번째, 각 사람의 신체적 특성에 맞는 운동 방법을 가르치는 것. 두 번째, 환자의 불편한 곳을 운동으로 지도해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

유경 ─ 두 번째 업무가 제 꿈과 가깝네요. 건강운동관리사가 되려면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죠?

정희 ─ 맞아요. 기능해부학, 운동생리학, 스포츠심리학 등 여덟 과목의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 운동손상 평가 및 재활 같은 실기와 구술시험을 거쳐야 최종 합격해요. 공부할 과목이 만만치 않죠웃음)

유경 ─ 헉, 그 공부는 일단 수능부터 끝내고 고민할래요.(웃음) 근데 언니는 왜 건강운동관리사가 되고 싶어요

정희 ─ 유경이랑 진로를 정한 이유가 비슷해요. 저는 축구, 정확히 말하면 박지성 선수 덕분에 꿈을 찾았거든요.

유경 ─ 박지성 선수요

정희 ─ 네. 전 박지성 선수의 광팬이에요. 박지성 선수가 현역일 때는 출전 경기를 전부 챙겨 보려고 밤도 숱하게 새웠어요. 2012년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에서 퀸즈 파크 레인저스 팀으로 이적했을 때 퀸즈 파크 레인저스 팀에 있는 최초의 아시아 출신 여성 물리치료사가 박지성 선수의 무릎을 관리한다는 거예요. 그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건강운동관리사라는 직업을 가지면 어떨까 진지하게 고민했죠. 그러다 한국체육대 운동건강관리학과 진학을 목표로 공부한 거고요.

유경 ─ 2012년이면 언니가 고등학교 2학년 때네요? 진로를 정한 시기가 저랑 비슷하다니 신기해요. 전 제가 체육 관련 학과에 진학하기엔 너무 늦은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내심 안심이 되네요.

정희 ─ 결코 늦지 않았어요. 저도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야간자율학습 빼먹고 놀러 다니기만 했는걸요.(웃음)

유경 ─ 와, 그럼 체육대학 입시 준비 1년 만에 합격한 거예요?

정희 ─ 그런 셈이죠. 전 수능 100% 전형으로 합격했어요. 국어 3등급, 영어 1등급, 사회탐구 영역 한 과목 1등급이 나왔는데, 사실 찍은 게 많이 맞았으니 운도 좋았죠.(웃음) 수능 점수와 함께 실기시험을 보는 전형도 있는데 실기시험은 제자리멀리뛰기, 2분 윗몸일으키기, 10m 왕복달리기 총 세 종목으로 평가해요. 다른 체육대학들도 실기시험을 볼 텐데 대학마다 평가 종목에 차이가 있으니 미리 알아보는 게 좋아요.

유경 ─ 운동을 좋아하긴 하지만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는데 체대 입시 학원이라도 다녀야 할까요?

정희 ─ 꼭 다닐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기본적인 실기시험 종목은 혼자 충분히 연습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학원은 수강생들이 모두 함께, 강제적으로 연습하니까 경쟁도 되고 자세도 교정받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죠.

유경 ─ 한국체육대는 우리나라 최고의 체육대학이잖아요. 언니가 엄청 부러워요. 운동건강관리학과에선 어떤 걸 배우나요?

정희 ─ 1학년 때는 건강학 개론, 운동과학 용어 등 기본적인 건강에 대한 전공을 배워요. 이 외에 수영과 육상, 체조 등 여러 가지 운동도 배우고요. 2학년 때부터 응급처치와 테이핑 실습 등 실기 관련 과목과 더불어 인체해부학, 인체생리학 등을 공부하기 시작해요. 그리고 고학년이 되면 운동생리학, 운동역학, 운동치료학, 운동생화학, 재활의학, 스포츠의학 등 심화된 전공과목을 배우죠.

더블멘토링3

유경 ─ 생각보다 이과 계열 과목을 많이 배우네요?

정희 ─ 그래서 문과 출신 친구들은 처음에 ‘멘붕’을 겪어요. 수업이 이해가 안 돼 고등학교 과학탐구 영역의 생물, 물리 인터넷 강의를 찾아 듣기도 하고요. 생물은 운동생리학과, 물리는 운동역학과 관계가 있는 과목이거든요. 유경이는 이과인가요

유경 ─ 네.

정희 ─ 다행이네요. 아무래도 고등학교 때 이과생인 친구가 우리 학과 공부하는 데 더 유리하더라고요.

유경 ─ 다른 대학교에도 스포츠의학과 관련된 학과가 많아서 어딜 갈지 고민도 많아요.

정희 ─ 우리 학과의 경우는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현직 선수들을 대상으로 배운 것을 실습할 수 있고 트레이닝 매뉴얼 등을 협업해 더 나은 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에요. 올림픽공원이 근처라 운동하기엔 최적의 장소라는 점도 자랑거리죠. 국립대여서 학비가 싼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점이고요.

유경 ─ 언니 후배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어요.

정희 ─ 그렇다면 저는 유경이의 직업 선배가 될 수 있게 노력해야겠네요.(웃음)

더블멘토링4

새로운 질환에 대비해 운동을 꾸준히 연구해야

서동천 멘토(이하 서 멘토) ─ 만나서 반가워요. 두 친구 모두 국민체력센터에는 처음 와보나요

유경 ─ 네. 들어오자마자 병원 냄새가 나서 놀랐어요. 좀 더 사무적인 공간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서 멘토 ─ 건강검진센터나 내과센터가 있어서 그럴 거예요. 여기서는 내시경, 스포츠 검진, 스포츠 재활, 도수 치료 등 다양한 체력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요. 국가대표 선수들의 지정 검진기관이기도 하죠. 보통 건강운동관리사는 스포츠센터, 종합병원 스포츠의학센터의 운동 처방 클리닉, 그리고 국민체력센터에서 근무해요.

정희 ─ 우리 학교 학생들이 종종 들른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국가대표 선수들도 온다는 건 잘 몰랐어요.

서 멘토 ─ 두 친구는 건강운동관리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유경 ─ 정희 언니에게 간단한 직업적인 정의는 들었어요.

서 멘토 ─ 건강운동관리사가 개정 전에는 ‘1급 생활체육지도자’였던 건 알고 있죠? 개인의 체력 특성에 따른 운동 처방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운동처방사’라고 불리기도 해요. 지금도 용어는 혼용되고 있죠. 많은 1급 생활체육지도자들이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었는데도 그때 법에 따르면 그들은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운동 처방을 하면 안 됐어요. 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건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인뿐이었거든요. 그러다 ‘건강운동관리사’로 법이 개정되고 명칭이 바뀌면서 업무 범위가 늘어났죠.

유경 ─ 그럼 건강운동관리사는 어느 범위까지 일할 수 있는 건가요

서 멘토 ─ 기존처럼 운동법을 지도하는 것은 물론, 의사가 의학적으로 검진하고 치료와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판단되면 의사의 의뢰를 받아 운동 처방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정희 ─ 지금도 여전히 물리치료사의 업무 영역에는 관여할 수 없나요

서 멘토 ─ 그렇죠. 물리치료를 통한 신체 교정 운동이나 재활 훈련은 저처럼 물리치료학과를 졸업해 물리치료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만 허용됩니다. 물리치료사와 건강운동관리사의 업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물리치료사는 말 그대로 다친 몸을 고치는 사람이에요. 이에 반해 건강운동관리사는 환자의 몸 상태를 원래 상태로 호전시키는 사람이죠. 요즘은 체육 관련 대학을 나온 건강운동관리사나 선수 트레이너가 좀 더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물리치료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하죠.

유경 ─ 전 운동을 좋아하고, 환자들을 보살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것만으로도 건강운동관리사가 될 자질이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서 멘토 ─ 운동을 좋아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인 자질이고요. 다양한 부상을 입은 환자를 대해야 하니 사교성이 있는 사람에게 어울려요. 사람 몸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책임감도 필요하죠. 하지만 무엇보다 이 일을 하고 싶은 친구라면 사람의 ‘몸’에 관심이 많아야 해요. 유경 친구는 어떤 운동을 제일 좋아하나요?

유경 ─ 배구를 좋아해요.

서 멘토 ─ 그렇다면 배구 선수에게도 관심이 많겠네요. 그럼 배구 선수에게서 슬개건염(무릎뼈와 정강이뼈를 잇는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이 자주 발병하는 이유는 뭘까요?

유경 ─ 음… 높이 뛰는 동작을 많이 하기 때문 아닐까요?

서 멘토 ─ 맞아요. 그래서 배구 선수들은 한쪽 무릎에 부담이 많이 가죠. 건강운동관리사라면 이처럼 동작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과 그 연관성을 잘 관찰해야 해요.

정희 ─ 사람 몸을 다루는 직업이니 업무에 임할 때도 몸의 쓰임이나 움직임을 중요하게 보시겠네요.

서 멘토 ─ 그것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요. 바로 사람의 몸에 대해 ‘확답’을 하지 말 것.

유경 ─ 치료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내린 확답은 좋은 것 아닌가요?

서 멘토 ─ ‘정확한’ 평가에 근거한 확답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몸 상태가 다르고 질환마다 원인이 다른데 ‘이 환자에게 잘 듣는 방법이니 저 환자에게도 써보자’ 하고 무턱대고 처방하면 곤란하다는 거예요.

정희 ─ 사람마다, 또 그때그때 상황마다 다르다는 말씀이죠?

서 멘토 ─ 그렇죠. 그 환자만을 위한 맞춤식 운동 지도가 필요해요. 그래서 신중하고 끈기 있게 환자와 증상을 관찰해 운동 방식을 수정하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해요.

더블멘토링5

유경 ─ 치료를 위한 운동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서 멘토 ─ 앞서 말한 것처럼 증세에 따라 처방하는 운동 치료가 다르기 때문에 간략하게 설명하면 관절 범위 운동과 유연성 운동, 팔굽혀펴기와 같은 근력 강화 운동,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과 같은 심폐 지구력 운동, 스트레칭으로 나눌 수 있죠.

유경 ─ 접하는 사람이 대부분 환자이니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 분야만의 매력이 뭔가요?

서 멘토 ─ 업무량에 비해 수입이 적지만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환자들의 증세가 호전됐을 때 느끼는 보람이 정말 크기 때문이에요. 스키를 타다 인대가 끊어져 바르게 걷지 못하던 환자가 세 번의 교정과 재활 운동 덕에 제대로 걸었을 때는 환자만큼 우리도 희열을 느꼈죠.

정희 ─ 회복 효과가 빠른 멘토님만의 비법이 있나요

서 멘토 ─ 비법이라기보다는 환자와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관리한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환자들이 우리의 처방을 믿고 운동 방법을 잘 따라주면 증상이 빠르게 호전돼요. 하지만 한번 우리의 처방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호전 속도가 몹시 더디더라고요.

정희 ─ 환자와 라포르(Rapport,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군요.

유경 ─ 반대로 증세가 좋아지지 않으면 환자와 같이 맥이 빠지겠어요.

서 멘토 ─ 물론이죠. 환자를 성심성의껏 돌봤는데도 낫질 않으면 우리도 지쳐요. 그런 점이 이 업무의 고충이죠.

정희 ─ 건강운동관리사에 도전하기 전에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나요?

멘토 ─ 이 직업은 공부 또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에요. 질병도 점점 발전한다는 것 알고 있나요? 예를 들어 컴퓨터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을 때는 지금처럼 목이 앞으로 심하게 나온 거북목 증후군 환자가 많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거북목 증후군으로 통증을 호소해요. 이렇게 하나의 질병이 생길 때마다 운동법을 연구해야 해요. 그래서 학회와 세미나에 부지런히 참여하며 공부하고 있죠.

유경 ─ 입시 공부와 자격증 시험공부만 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산 넘어 산이군요.(웃음)

서 멘토 ─ 생활체육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정확한 방법으로 운동을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운동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증가하고 있고요. 앞으로 보건 의료 영역에서 건강운동관리사에 대한 수요를 계속해서 늘릴 것으로 보여 전망이 밝은 직업이에요. 두 친구 모두 꼭 꿈을 이뤄 우리 센터에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더블멘토링6

NO COMMENTS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