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2016년 12월호] 나무 나무 나무 그리고 숲 바라보기 국립생태원장 최재천

나무 나무 나무 그리고 숲 바라보기 국립생태원장 최재천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할 수 있다’는 기성세대를 향해 일침을 놓는 이가 있다. 최재천 원장은 한국 사회에 ‘통섭’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알리며 일찍이 학문의 융합을 강조했다. 자연을 탐구하는 생태학자이자 ‘통섭’의 아이콘, 최재천 원장을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글 강서진·사진 백종헌

 

자연과 동물에 빠져 사는 천생 생태학자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최재천’이라는 이름을 입력하면 다양한 연관 검색어가 나온다. 국립생태원장, 이화여대 교수, 생물학 박사가 대표적인데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사실 국립생태원장 임기가 얼마 전에 끝났다. 그런데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자리를 계속 맡고 있다. 연임하라는 요청을 받긴 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2013년에 국립생태원이 생겨 1대 원장을 맡아 기관이 자리 잡는 데 힘쓰다 보니 학교 연구실을 3년이나 비웠다. 우리나라는 교수가 연구실을 지키지 않으면 연구비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 학생들이 연구 활동을 제대로 못했다. 그래서 학교로 다시 돌아가 연구실을 정비하려 한다.

그동안 어떤 연구를 해왔는지 궁금하다.

연구 분야를 얘기하기 전에 생물학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생물은 세포가 모여 하나의 생물이 되고, 생물들이 모여 개체군을 이룬다. 또 그 개체군이 모여 군집이 되고 자연을 이루는 것이다. 이렇듯 생물학은 범위가 넓기 때문에 생물학자가 전체를 다 연구하기 어렵다. 그래서 생물학은 세포학, 유전학, 생태학 등으로 세분화되고 생물학자마다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분야가 따로 있다. 나는 생물이 자연환경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연구하는 생태학자다. 그리고 다양한 생물 중 동물의 삶을 연구하는데, 지금껏 연구해온 동물을 나열하면 거의 동물원 수준으로 많을 거다.(웃음) 미국에서는 곤충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땄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20년째 까치를 연구하고 있다. 4년 전부터는 여러 지역에서 포획된 남방큰돌고래를 찾아 제주 바다에 풀어주는 일을 하는데, 이를 계기로 돌고래 연구도 시작했다. 한때는 개미와 원숭이에 빠져 살기도 했다. 동물은 종을 가리지 않고 거의 다 공부한다고 보면 된다.(웃음)

새 박사, 곤충 박사가 있듯 학자마다 하나의 전문 분야가 있지 않나. 연구 분야가 다양하면 공부할 것도 그만큼 많을 것 같다.

당연하다. 그래서 평생 동물 한 종을 연구하는 학자가 대부분이다.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적어도 20년은 공부해야 하니까. 연구 대상을 바꾸면 다른 연구자들 수준을 따라가는 데만 몇 년이 걸 리기 때문에 경력이나 시간적으로 손해를 본다. 그래서 동료들은 나 보고 겁이 없다고 하는데 솔직히 힘들 때가 많다.(웃음) 매일 갖가지 동물의 논문을 읽느라 밤을 새운 날이 숱하다. 하고 싶은 공부만 한다면 좀 편하게 살 수도 있겠지.(웃음) 하지만 그럴 거면 세계 최고 대학 교수직을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거다. 나는 내 연구 분야를 고집하기보다 학생들이 원하는 연구를 함께 하고 싶다. 그런데 학생마다 희망하는 분야가 다르니 그들을 지도하려면 공부를 더 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론 어느 한 분야의 특출한 전문가라 할 수 없어 아쉽기도 하지만 많은 제자들이 동물 전문가로 활동하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

특별히 좋아하는 연구 분야는 무엇인가?

언젠가 해외 특강 준비를 하다가 그간 연구해온 자료를 정리한 적이 있다. 그 자료들을 쭉 살펴보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모두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동물을 연구한 것이다. 나는 모여 사는 동물에 유독 관심이 많다. 곰과 호랑이처럼 홀로 다니는 동물엔 그다지 흥미를 못 느낀다. 그래서 사람을 좋아하고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은가 보다.(웃음)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독특한 사회구조를 이루며 살아가는 동물이다. 대부분의 동물은 가족 단위로 모여 사는데 그 수가 많아지면 집단이 유지되기 어렵다. 그런데 인간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수십만 명 모여서 일정한 질서와 구조를 갖추고 사는 유일한 동물이다. 너무 신기하지 않나. 그래서 내게 인간은 아주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며, 인간처럼 사회성이 있는 동물을 연구하는 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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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을 뒹굴며 꿈을 발견하다

박사학위를 받은 분야도 사회생물학이다. 유난히 사회성 있는 동물에 관심을 갖는 것 같은데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관심을 갖게 된 정확한 계기는 잘 모르겠다.(웃음) 굳이 이유를 찾자면 어릴 때부터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모여서 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 그런 거 같다. 매일 놀 거리를 구상해서 동네 아이들을 다 끌고 다닐 정도로 사교적이었다. 짓궂은 장난도 많이 치고. 어른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웃음) 친구들과 놀면 밤이 깊어야 집에 돌아올 만큼 사람을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떼를 지어 다니는 동물에 본능적으로 끌리는가 보다.(웃음) 지금도 연구 조사하러 숲에 가면 곤충이 무리 지어 가는 걸 보곤 신이 나서 쫓아다닌다. 어떤 군집을 이루는 구성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그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고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놀기 좋아했다니 뜻밖이다.

주변에 재미있는 일이 너무나 많은데 가만히 앉아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그나마 내가 어느 정도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부모님 잔소리와 ‘사랑의 매’ 덕분이다.(웃음) 어머니가 손이 굉장히 커서 등을 때리면 엄청 아팠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공부를 했다.(웃음)

공부가 그토록 싫었는데 성적은 꽤 좋았나 보다. 비결이 궁금하다.

정신 바짝 차리고 공부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공부를 잘해야 좋은 중학교에 갈 수 있었다. 마치 서울 안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워낙 공부를 안 하니 어머니가 나를 그룹과외 하는 곳에 보내기까지 했다. 비싼 과외 수업을 받을 만큼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는데 공부 잘하기로 유명한 중학교에 보내려고 무리를 한 것이다. 그때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이 지금 말로 표현하면 금수저였는데, 내가 갑자기 수업에 끼니까 학부모들이 선생님한테 항의했다. 공부 못하는 애가 있으면 다른 아이들이 공부하는 데 방해된다는 것이다. 그러자 어머니가 학부모들과 선생님 앞에서 나를 받아달라고 사정하는데 그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나 때문에 어머니가 고개 숙였다는 죄책감에 난생처음 죽어라 공부했다. 그랬더니 두세 달 만에 반에서 2등을 하더라. 과외 친구들 중에서 최고 성적을 거둔 것이다. 그러고 나서 호기롭게 과외를 그만두고 혼자 공부했다. 결국 부모님이 바라던 중학교를 가긴 했지만 노는 거 좋아하는 아이가 어디 가겠나. 중학교에 들어가니 공부를 또 등한시하게 되더라.(웃음)

그렇게 열심히 놀면서도 서울대를 갔다!(웃음)

두 번이나 떨어진 끝에 간 거다.(웃음) 독기 품고 공부해서 중학교에 갔는데 나중엔 성적이 바닥을 쳤다. 그래서 부모님이 학교에 두 번이나 불려 가셨고.(웃음) 고등학생 땐 문예반과 미술반 활동에 빠져 살았다. 시인이나 미술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뚜렷한 목표나 꿈이 있던 건 아니었다. 대학 입시 원서를 쓸 때는 아버지의 강력한 권유로 1지망을 의대에 지원했는데 불합격했다. 재수해서 2지망으로 지원한 동물학과를 전공하게 된 거다. 사실 동물학과도 담임선생님이 결정한 거였다. 의대나 동물학과나 해부학을 공부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웃음)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때 의대에 떨어진 건 참 다행이다. 병동 안에 하루 종일 갇혀 있는 게 답답해서 아마도 의사를 일찍 그만뒀을 거다. 결국 생태학자가 돼서 정글을 탐험하는 것이 일이니 얼마나 신나겠나. 세상에 이보다 행복한 삶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생태학 공부는 적성에 맞았나 보다.

처음부터 학과 공부에 재미를 느낀 건 아니다. 내 의지로 선택한 분야가 아니기에 대학 와서도 수업을 거의 듣지 않고 방황했다. 딱히 흥밋거리도 없었고 무슨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마음이 답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있다. 나이 지긋한 미국인 교수가 곤충을 채집하러 우리나라에 왔는데 잠깐 그 교수 일을 도왔다. 어느 날 교수가 개울가를 첨벙거리며 뭔가 를 열심히 잡고 있었다. 할아버지뻘 되는 사람이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니는 게 참 철없어 보였는데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게 그 교수의 직업이었던 거다. 나도 어려서부터 자연을 누비고 동물 쫓아다니는 걸 그렇게 좋아했는데, 그 재미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미국 유학을 권했고, 그날부터 유학을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만 했다.

한국에서는 하기 힘든 일인가?

물론 한국에서도 동물학이든 생태학이든 공부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 시스템에 큰 차이가 있다. 나는 학교에서 하라는 공부가 재미없던 아이였다. 가만히 앉아서 초를 다투며 문제를 풀어야 하고 달달 외워서 시험 봐야 하는 게 너무 싫었다. 그럴 시간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자연을 관찰하고 책 읽고 영화 보고 전시장을 구경하는 게 더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입시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으로는 이런 것들이 학업 활동으로 평가받기 힘들다. 하지만 미국 교육은 달랐다. 매일같이 하는 수업이 정글에 가서 뒹굴다 신기한 걸 발견하면 하루 종일 쫓아다니는 거다.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너무 행복하고 재미있었다. 알고 싶은 게 저절로 많아지니 매일 밤 졸음을 참아가며 열심히 공부하게 되더라. 나중엔 하버드에서 내 성적표를 보고는 수업을 왜 이렇게 많이 들었냐고 놀라기까지 했다.(웃음) 만약 대학에서마저 강의실과 도서관을 왔다 갔다 하며 공부에 파묻혀 지냈다면 견디지 못했을 거다. 생태학자 최재천도 없었을 것이고.(웃음) 그만큼 미국에서 자유롭게 공부했던 경험이 내겐 큰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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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보는 넓은 안목이 미래 경쟁력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교육은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방법이 어느 정도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은 마치 평행봉 위를 걷게 하는 것 같다. 조금만 비틀거리면 착지에 실패한다. 수능 성적 1, 2점 차이로 대학이 결정되니 모든 학생이 똑같은 문제를 기계적으로 푸는 훈련만 한다. 대학생이 돼도 마찬가지다. 요즘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을 보면 내가 대학 다녔을 때보다 열 배는 열심히 한다. 그런데도 취업하는 건 더 어려워 토익이나 자격증 시험에 매달리느라 바쁘다. 자기 전공을 깊이 연구하고 사고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이건 학생들 잘못이 아니라 사람을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러면 우리나라에서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적 인재가 절대 나올 수 없다. 학생들이 당장 눈앞에 닥친 걸 좇지 않고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교육제도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학생이 다양한 학문을 경험하고 흥미 있는 분야를 찾을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문·이과를 구분하는 입시 중심 제도가 없어져야 한다. 모든 학생이 인문학과 기초과학 과목을 두루 배운 뒤 더 하고 싶은 공부를 찾게 하는 거다. 다행히 2018년부터 문·이과 통합 교육 과정이 생긴다더라. 그런데 이 제도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학생들이 문·이과 공부를 모두 소화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거다. 하지만 나는 학생들이 공부할 양이 많아서 학업을 힘들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모든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큰 것 같다. 문·이과 과목을 모두 배우게 하자고 말한 취지는 다 잘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모든 학문을 다 잘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그런 사람은 천재로 인정해야 한다.(웃음) 문과적 소질이 뛰어난 사람이 과학 현상을 이해하고, 이과적 소 질이 뛰어난 사람이 문학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 이제는 한 분야에만 능통한 사람보다 여러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인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문학과 미술에 조예가 깊은 걸로 안다. 인문학적 소양이 과학자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

과학은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문제를 풀어가는 학문이다. 그런데 가설을 세우려면 뭐가 필요하겠는가. 바로 상상력이다. 끊임없이 ‘어떻게, 왜’를 질문하면서 검증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문학과 미술은 다양한 상상을 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생태학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학문이기 때문에 과학적 연구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가령 자연보호 대책을 마련하려면 자연과학뿐 아니라 경제, 정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하다. 오래전 <통섭>이란 해외 서적을 번역한 것도 학문 간의 경계를 넘나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통합’이 서로 다른 것을 단순히 합치는 것이라면, ‘통섭’은 적절히 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개념이다. 요즘 대학에서도 융합학과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그만큼 통섭적인 지식이 필요한 분야가 많아질 것이다.

통섭적 지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사례를 알려달라.

미국의 애플 회사가 만든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 한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반도체, 디자인, 마케팅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지식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요즘 뜨고 있는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뇌과학, 심리학, 철학 등 여러 분야의 학문이 모여 인지과학이란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이런 일은 과거처럼 한 우물만 파서는 절대 가능할 수 없다. 자기만의 전문 영역을 갖추되 여러 분야에 두루 관심을 가지는 넓은 시각이 있어야 지식을 응용하는 법도 알 수 있다.

융합 학문이 발전하면 앞으로 직업이 더 다양해질 것 같다.

그렇다. 현재를 일컬어 100세 시대라 하는데,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는 만큼 60세에 은퇴하는 정년 제도가 사라질 것이다. 나머지 40년을 소득 없이 살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미래학자들은 한 사람이 평생 가질 직업이 여덟 개는 될 거라고 전망한다. 당연히 새로 생기는 직업도 많아질 것이다. 또 살면서 직업을 여러 번 바꾸려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30~40대에 물리학자였던 사람이 60세에 변호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한길만 가겠다고 고집한다면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직업을 구할 기회는 그만큼 적어질 거라고 본다. 이 점 또한 학문의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이것저것 관심 갖기보다는 한 분야에 특출한 재능을 갖길 원하지 않나.

가끔 학부모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데 유망 직업을 굉장히 궁금해하더라. 나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올해 초 ‘알파고’를 접하면서 인공지능 기술에 많은 사람이 놀랐다. 이렇게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데 몇십 년 뒤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누가 알겠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그러니 지금 좋은 대학을 다닌다고 해서 미래에 잘 먹고 잘살 것이란 법이 없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방목’하라고 말한다. 그냥 방목이 아니라 따뜻한 방목이다. 억지로 입시 공부시키느라 가두지 말고 여러 경험을 하도록 풀어두는 거다. 아이가 그 과정에서 실수하고 실패하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을 때까지 따뜻하게 지켜봤으면 좋겠다.

청소년들이 지금을 어떻게 보내길 바라나.

강연을 통해 청소년들을 만나면 이런 말을 한다. “이 세상에 절대로 듣지 말아야 할 말이 뭔지 아나? 바로 부모님 말씀이다.” 아마 이 기사를 읽는 학부모들은 어이가 없을 것이다.(웃음) 내 말은 자기 인생을 부모 뜻에 맞추며 살지 말라는 거다. 만약 하고 싶은 일을 부모가 반대한다면 왜 그 일이 하고 싶은지 끝까지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 10대, 20대에 방황해보는 것도 좋다. 방탕이 아니라 아름다운 방황 말이다.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 부모가 바라는 대로 살았다. 그러다 대학 때까지 꿈이 없어 뒤늦게 방황했다. 공부를 멀리하고 하염없이 나다니기만 한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도 나는 별 뜻 없이 살고 있을 것 같다. 가만히 앉아서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뭐든 경험해보고 그것을 자양분 삼아 한 걸음 더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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