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2016년 11월호] 세상을 바꾸는 맛있는 인생

세상을 바꾸는 맛있는 인생

오세득 셰프

 

‘셰프(chef)가 대세’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다. 스타 셰프들 가운데 ‘아재 개그’라는 유쾌함으로 주목받는 오세득 셰프. 그가 요리하는 인생의 맛은 무엇일까?

글 이정호·사진 백종헌

함께 맛보고 즐기는 곳이라면 주방이 아니어도 좋아

셰프테이너라는 말이 생길 만큼 셰프들의 방송 진출이 활발하다. 오세득 셰프도 그 중심에 있는데, 너무 바빠서 쉬지도 못하는 건 아닌지.

바쁘지만 즐겁게 일하고 있다. 나 역시 방송에서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은 적이 있어서 이렇게 방송할 기회가 온 걸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방송은 오히려 나에게 쉼, 휴식을 준다. 요리에 관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 재충전한다는 기분이다.

방송을 통해 얼굴이 많이 알려졌는데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유명 방송인이나 연예인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셰프라는 본업에 따라 충실히 요리하는 것뿐이라고 여긴다. 레스토랑에서 얼굴을 알아보고 사인해달라고 할 땐 아직도 쑥스럽긴 하다.(웃음) 뭔가 자유롭지 못한 면은 분명히 있다. 그래서 말과 행동을 늘 조심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방송의 영향력 덕에 요리사들의 사회적 지위가 어느 때보다 높아져서 기분이 좋다.

이렇게까지 요리 방송이 인기를 끌게 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세상은 경쟁과 순위에 집착한다. 요리 방송도 대결하고 등수를 매기고 승부욕을 자극하는 구도지만, 절대 기준이 없어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 내가 보기에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낮게 평가되고, 애매할 것 같은 요리가 일등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일등이든 아니든 함께 맛보고 즐기는 과정이 재미있다. 그래서 요리사는 부담 없고, 먹는 사람은 행복하고, 시청자도 그 즐거움을 공유하게 되어 인기를 끄는 게 아닐까? 셰프가 알려주는 팁을 바로 집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소소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방송 덕분에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이 많아졌을 것 같다.

참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가끔 “예약하려고 하는데 그날 셰프 있어요”라는 전화를 받을 때가 있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셰프를 예약하려는 건지 음식을 예약하려는 건지 헷갈린다.(웃음) 오세득이라는 셰프가 보고 싶어서 레스토랑에 오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사실 내가 모든 요리를 다 하지는 않는다. 아주 미세한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없어도 음식의 맛은 늘 일정하다. 중요한 건 식당이 내놓은 음식이고 서비스니까 셰프에 대한 관심보다 식당에 대한 신뢰를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시간이 특별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내가 주방에 있고 없고를 떠나 자신만의 특별한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

6

차근차근 꿈의 레시피를 밟다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 방송에서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던데, 어릴 때 왠지 개구쟁이였을 것 같다.

맞다. 사고뭉치로 유명했다.(웃음) 야구 하다가 아파트 유리창 깨먹고, 구슬 놀이 하다가 너무 세게 튕겨서 유리창 깨고…. 넘어지고 다쳐서 꿰매기 일쑤였다. 동네에 꼭 한 명은 있는 그런 말썽쟁이였다. 사고를 치면 잽싸게 도망가기 바빴는데 얼마 못 가 어머니에게 잡히곤 했다. 어머니가 육상 선수에 배구 선수까지 지낸 분이라 나보다 훨씬 발이 빨랐다.(웃음)

누구 못지않은 개구쟁이였다니 요리사가 된 지금 모습이 낯설어 보인다. 요리사란 직업을 처음 접한 적은 언제였나?

고등학생 때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미군방송(AFKN)에서 하는 요리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그 프로에 나이 많은 중국인 요리사가 나왔는데, 빠른 손놀림으로 15초 만에 후다닥 닭 손질을 마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뭐지’ 호기심이 생겨 계속 보다 보니 그 요리사가 방청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주 쉽게 요리 과정을 설명하는 거였다. 마치 토크쇼처럼 진행하는 걸 보면서 ‘어, 요리가 재미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요리사란 직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셰프가 되기 전 실습생 시절이 힘들고 고되지는 않았나?

주방의 막내 일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창고에 있는 식재료를 정리하고, 구입한 식재료를 받으러 가고, 선배들이 요리할 재료를 썰고 다듬고 설거지하는 일이었다. 그때는 뭐든지 선배들이 시키는 일이라면 좋았고, 무슨 일이든 기꺼이 해낼 자신감이 있었다. 막내니 까 창피한 것도 없고 뭐든 즐거웠다.

남다른 각오로 유학 생활을 했다고 들었다. 자기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때라고 하던데.

아침 8시에 수업이 시작해서 6시 30분쯤 일어나 후다닥 씻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40분쯤 걸려 학교에 도착하면 곧바로 요리 복장을 갖추고 오후 1시까지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난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는 호텔 레스토랑의 파트타임 직원으로 일했 다. 배운 걸 실전에 활용해보고 싶고, 현지 레스토랑의 분위기도 알 고 싶어서였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밤 12시. 그런데 잘 수가 없었다. 다음 수업을 위해 예습, 복습을 하고 영어 공부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루에 네 시간만 자고 공부했으니 그때처럼 치열하게 살 았던 적이 없었다. 학창 시절에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다면 일류 대 학에 갔을 거다.(웃음)

요리사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힘이 되어준 멘토가 있다면 누구인가?

실습생 시절에 만난 김후남 셰프님이 내 요리사 인생의 스승이다. 늘 본받고 싶은 그분 덕에 셰프로서의 마음가짐을 바르게 할 수 있 지 않았나 싶다. 스승님은 여러 나라의 식재료를 다채롭게 활용해 맛을 냈는데, 종종 “양식만으로는, 한식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고 말씀하셨다.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많이 알고 받아들이는 것, 곧 다 양성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지금도 그 말씀을 되새기며 다양한 퓨 전 요리를 개발하려고 한다.

4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셰프의 재료가 된다

요리사로서 느끼는 요리의 매력은 무엇인가?

‘함께 맛보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해야 한 다’는 것이 요리의 매력이다. 음악도 그렇지만 여럿이 평가하고 공 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요리다. 음식의 맛을 손님이 정확히 알아맞 히면 요리사와 손님은 굳이 대화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소통한다. 또 하나의 요리가 만들어지려면 식재료를 생산하는 농부, 식재료를 납 품하는 판매자, 만든 요리를 소비하는 고객이 있어야 한다. 레스토랑도 셰프의 능력만으로 운영될 수 없다. 함께하는 직원들과 늘 대화하고 토론해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한다. 함께하는 사람이 없는 요리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요리를 식탁 위의 예술이라고 극찬하기도 하는데, 어떤 면에서 그런가?

요리에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예술에 감동이 있는 것처럼 훌륭한 요리를 먹고 나서는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요리사에 대한 고마움뿐 아니라 몸도 감동하는 걸 느낀다. 좋은 음식만큼 좋은 약이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또 요리에는 다른 예술 분야와 통하는 부분이 있다. 지글지글 고기 구워지는 소리가 내겐 음악처럼 들린다. ‘치익-’ 소리가 날 때 ‘이쯤에서 뒤집어야 하는구나’ 하고 느끼는 거다. 음악의 클라이맥스를 느끼는 것과 같다고 할까.

가장 아끼는 요리 도구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칼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셰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리사에게는 전용 칼이 있다. 자기 손에 익숙한 칼. 그렇다고 한 가지만 쓰는 건 아니고 여러 종류의 칼을 때에 따라 골라 쓴다. 어떤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용도가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셰프에게 칼은 야구 선수의 전용 배트, 탁구 선수의 전용 라켓과도 같다. 출장 요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커다란 가방에 나만의 전용 칼들을 넣어서 가지고 다닌다.

일을 하면서 가장 자긍심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요리가 참 재밌는 점은, 요리에 세대 차가 없다는 거다. 주방에서는 누구랄 것 없이 모두 서서 일한다. 음식 앞에서는 자기 생각과 의견을 스스럼없이 말한다. 음식을 만들고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세대 간의 격차가 좁혀지는 것 같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는 마찰을 일으키기 쉬운데, 요리 세계에서는 젊은 세대가 선배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노하우를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요리사가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나이가 들면 나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더 많이 알려주고 싶다. 소통하며 함께 발전하는 것, 그것이 요리사라는 직업에서 얻는 보람이 아닐까

일 때문에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떻게 푸나?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편이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도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주겠지 하고 내버려둔다. 못하는 것도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기는 법이니까 못하는 건 못한다고 인정한다. 외국의 어느 유명한 셰프는 자기가 운영하던 식당이 ‘미슐랭’에서 별 세 개를 받다가 두 개로 강등할 거란 소식을 듣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공에 대한 중압감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든 거다. 별 개수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머리를 식히면서 쉬고 싶을 때는 여행하거나 식재료를 사러 다니며 기분 전환을 한다.

다른 매체의 인터뷰나 방송에서 오세득 셰프의 레스토랑 경영 철학이 관심을 끌었다. <MODU> 독자들에게도 소개해주면 좋겠다.

아, 그거!(웃음) 나의 경영 철학은 딱 하나다. ‘주방 때문에 홀 직원이 욕먹게 하지 말자.’ 제대로 만들지 못한 음식이 나가면 셰프가 아니라 홀에서 일하는 직원이 욕을 먹는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요리사들에게 늘 이야기한다. “홀 직원이 창피하지 않을 음식을 만들자.” 손님과 직원은 다 존중받아야 한다. 잘못된 요리로 직원이 폭언을 듣고 상처 입는 일이 없게 하는 것이 셰프로서, 레스토랑 운영자로서 지녀야 할 목표다.

셰프로서 손님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역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란 말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기분 좋은 말이 있다. “이번 음식은 좀 과했던 것 같아요. 이건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라는 뼈 있는 말이다. “셰프님 음식이 최고예요”라든가 “이런 음식 난생처음 먹어봐요” 같은 극찬보다 냉정한 평가를 해줄 때 ‘더 노력해야겠구나’ 하고 다짐하게 된다. 그런 손님들이 다시 레스토랑에 찾아주면 뿌듯함을 느낀다.

셰프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한때는 셰프를 ‘스나이퍼’라고 생각했다. 손님의 입맛을 한 번에 사로잡는 저격수. 손님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불만 사항이 들어오고, 그러면 식당이 쑥대밭이 되고 만다. 요즘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셰프는 스펀지다.’ 셰프는 뭐든지 다 흡수해야 한다. 원치 않는 얼룩이어도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요리를 대할 때, 나이가 들어도 정체되지 않는 창의적인 셰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5

세상을 변화시키는 소금 치는 요리사

요리를 가르칠 때 강조하는 말은 무엇인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늘 이렇게 말한다. “배워서 남 주자. 배운 게 없으면 남에게 줄 게 없다. 배워서 남에게 줘야 내가 편하다.” 학생들에게 하는 말처럼 나도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고 한다. 나와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열정으로 달려가는 친구들과 함께 요리의 길을 가기를 바란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늘 되새기는 좌우명이 있나?

<중용>에 이런 구절이 있다.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 수도지위교 (修道之謂敎)’. 뜻을 풀이하면 ‘천지자연의 도리를 만물에게 나눠주는 것을 본성이라 하고, 본성을 따르는 것이 도이며, 도리를 올바르게 닦는 것을 교라고 한다’이다. 이 말뜻에 따라 내가 배운 요리를 계속 남에게 가르쳐주고 싶다. 운명 같은 거라고 할까.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듣고 싶다.

세상을 좀 더 맛있게 변화시키는 ‘소금 치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두 가지 일을 계획하고 있다. 노인복지 사업과 재소자 교화다. 노인복지 사업은 할머니들이 집밥을 만들고 할아버지들이 식사 시간에 맞춰 배송하는 식의 사업이다. 일하고자 하는 어르신들을 도와주고 싶다. 재소자 교화의 경우, 요리가 그들의 교화뿐 아니라 출소 후 사회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올해 말에는 요리 학원을 열 계획이다. 후배들을 양성하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요리 레시피 책을 내보자는 제안도 많이 받는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다만 한 가지 식재료로 무궁무진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요리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다시 태어나도 셰프가 되고 싶은가?

지금과 같이 좋은 상태라면 다시 셰프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상황이 좋지 않다면 당연히 다른 공부를 해서 다른 직업을 찾을지도 모르고.(웃음) 만약 다시 10대로 돌아간다면 외국어를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싶다. 외국 음식과 문화도 미리 경험하고 싶고. 요리 면에서는 지금 하고 있는 양식보다 한식을 먼저 배우고 싶다. 한식이 양식보다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 음식을 먼저 알아야 다른 나라의 음식을 우리 입맛에 맞게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리사가 되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꼭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리사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에게 꼭 두 가지를 물어본다. ‘어떻게 살려고 하나’ ‘요리 일을 얼마나 할 생각인가’ 요즘 셰프들 사이의 걱정은 방송 때문에 요리사가 너무 갑자기 떠버렸다는 거다. 요리사들이 열심히 해서 관심을 받게 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언젠가 쿡방의 인기가 시들해지면 요리사에 대한 관심도 떨어질 테니까.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양식 분야가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 상태에서 많은 청소년이 요리계로 뛰어든다. 그래서 정말 이 악물고 해볼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말한다. 정말 잘할 수 있다면, 어떤 힘든 상황이든 포기하지 말고 자신만의 전공 분야를 개척하며 연구하고 몰입하면 좋겠다.

8

※ 오세득 셰프가 들려주는 셰프의 세계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MODU> 매거진과 가나출판사가 함께 만든 단행본 <리얼 셰프>를 확인하세요. 셰프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언을 멘토 오세득 셰프가 콕콕 짚어드립니다.

NO COMMENTS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