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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호] 빠르고 우아하게 패션계를 휘어잡다

빠르고 우아하게 패션계를 휘어잡다

ZARA 설립자 아만시오 오르테가

지난 9월, 미국의 유명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최고 자산가에 패션 기업 ‘자라(ZARA)’ 설립자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1위에 올랐다. 22년 동안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를 제친 것이다. 전 세계 언론은 이 사실을 앞다투어 보도하면서 아만시오를 집중 조명했다. 중저가 의류 브랜드 자라를 세계 매출 1위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세계적인 자산가로 거듭난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성공 비결을 알아보자.

글 강서진·사진 위키미디어커먼즈

가격은 낮게 품질은 높게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자라’를 비롯해 인테리어, 액세서리, 캐주얼 의류 등 10여 개의 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인디텍스 그룹 설립자다. 인디텍스는 지난해에만 56개국에 330개 매장을 세워 전 세계에 7000여 개의 매장을 가진 세계 최대 의류업체로 등극했다. 세계 패션 중심지인 유럽이 최악의 재정 위기를 겪을 때도 인디텍스의 매출은 매년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자라가 거둔 성과였다.

스페인 의류 브랜드 자라는 88개국에서 약 2000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2014년 연 매출 197억 달러(약 22조 원)를 기록하는 등 세계 패션업계의 대표 브랜드로 손꼽힌다. 이러한 자라에 대해 영국의 유명 일간지 <가디언>은 “스페인의 가장 안전한 자산은 ‘자라’다”라고 언급했고,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코디네이터는 “자라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압도적인 유통회사”라고 평가한 바 있다.

아만시오가 자라를 세계적인 패션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부터 의류업계에서 갈고닦은 경험과 안목이 있었기 때 문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를 다니지 못한 아만시오는 열세 살 때 작은 옷가게에서 청소와 배달을 하는 심부름꾼으로 일했다. 매장 주인에게 근성과 성실함을 인정받아 열여섯 살에 매장 매니저로 승진했고 그 경력으로 여러 매장을 운영하는 큰 옷가게로 이직해 점장 자리까지 올랐다. 아만시오는 이곳에서 의류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는데, 그가 만든 옷이 인기를 끌자 스물여섯 살에 의류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아만시오는 질 좋고 저렴한 원단을 구하고자 직접 공장을 뛰어다녔고, 최신 트렌드를 빨리 파악하기 위해 파리의 패션쇼를 자주 관람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옷을 디자인해 판매했다. 값싸고 트렌디한 아만시오의 옷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아만시오는 이 수익금으로 스페인 라 코루냐 지역에 소매상점을 열었고, 이곳이 ‘자라’ 브랜드의 첫 번째 매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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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패션의 선두자

아만시오는 경쟁이 치열한 의류업계에서 새로운 패션 브랜드 ‘자라’의 입지를 단단히 굳힐 수 있도록 차별화된 전략을 꾀했다. 고객들이 선호하는 상품을 다른 기업보다 빨리 매장에 내놓는 것을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세우고, 제품 기획부터 매장 진열까지 걸리는 기간을 줄이는 데 힘썼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에 발맞춰 패션도 빠르게 움직이자는 취지였다. 대부분의 의류업체는 제품 디자인을 미리 정해놓고 5~6개월마다 대량 생산하기 때문에 신상품을 출시하는 횟수가 1년에 두세 번뿐이다. 그런데 아만시오는 1~2주 간격으로 새로운 옷을 만들어 매장에 내놓는 ‘패스트 패션’ 시스템을 내세웠다. 패스트 패션은 현재 유행하는 옷을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유통하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만들되 생산은 적게 함으로써 옷의 희소가치와 구매율을 높이고 재고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아만시오는 패스트 패션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 고객 정보 분석과 물류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했다. 자라의 모든 제품에 전자태그(RFID, 무선 주파수 인식기)를 부착해 매장에서 잘 팔리는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을 발 빠르게 파악하고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한 옷을 생산해냈다. 일주일에 200개가 넘는 제품을 기획하고 매년 생산하는 제품 수가 2만 가지가 넘었지만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그때그때 판매하니 재고품이 남는 일은 거의 없었다. 생산 공장과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해 유통 과정을 대폭 줄인 것도 한몫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생산과 물류 시스템을 다른 업체에 맡기기 때문에 제품 생산부터 매장 유통까지 걸리는 기간이 두 달 가까이 된다. 그런데 아만시오는 생산과 물류 시스템을 직접 관리함으로써 제품을 생산하고 매장으로 보내는 기간을 15일로 단축했다. 해외 매장에는 일주일에 두 차례 새로운 제품을 보내 늦어도 이틀 안에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만시오는 최신 트렌드의 패션 제품을 빠르고 다양하게 선보이며 40년 넘게 세계 패션업계를 이끌어왔다. 이에 자라는 7년 연속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선정됐고, 인디텍스 그룹은 2008년 스페인 1위 기업으로 꼽혔다. 여든 살 노인이 된 지금까지도 매장과 생산 공장을 오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아만시오 오르테가. 그가 일군 자라와 인디텍스 그룹이 또 어떤 성장을 거듭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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