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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호] 꽃보다 아름다운 플로리스트

꽃보다 아름다운 플로리스트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운 꽃을 더욱 돋보이도록 꾸미는 직업, 플로리스트. 꽃을 바라보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연지영(전남 장흥고 2) 학생이 플로리스트라는 꿈을 한 다발 품고 플라워 아틀리에 ‘보떼봉떼’를 찾았다.

글 전정아·사진 오계옥

 

운명처럼 다가온 플로리스트라는 꿈

난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호기심이 많아서 장래 희망이 자주 바뀌었어. 어제는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오늘은 웨딩드레스 디자이너가 되고 싶고, 이튿날은 웨딩 플래너를 꿈꾸는 식이었지. 그런데 그런 내게 운명처럼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찾아왔어. 바로 플로리스트야.

꽃은 예전부터 좋아했지만 플로리스트라는 꿈을 확실하게 정하게 된 건 <런던의 플로리스트>라는 책을 읽고부터야. 중학교 2학년 때 표지가 예뻐 우연히 집어 든 책인데 9년간 런던에서 플로리스트로 살았던 저자의 삶에 완전히 푹 빠져서 나도 플로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 예전에 꿔왔던 꿈이 막연히 ‘하고 싶다’ 정도였다면 플로리스트라는 꿈은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투지까지 불태우게 만들었어. 그때부터 플로리스트는 어떤 일을 하는지, 플로리스트가 되려면 어떤 자격증이 필요하고 어느 학과, 어느 대학을 가야 하는지 꼼꼼히 찾아봤지.

집에서 파티가 열리면 꽃 장식은 지영이 몫이다. 지난해 부모님의 리마인드 웨딩 행사를 꾸민 부케와 꽃 장식 전부 지영이의 작품이다.

집에서 파티가 열리면 꽃 장식은 지영이 몫이다. 지난해 부모님의 리마인드 웨딩 행사를 꾸민 부케와 꽃 장식 전부 지영이의 작품이다.

하지만 기숙사 생활을 하는 탓에 플로리스트와 관련된 경험을 하기는 힘들었어. 그나마 틈날 때마다 꽃에 대해 검색해보거나 플로리스트 관련 서적을 꼼꼼히 읽어보고 하루에 15분에서 30분 정도 플로리스트 기본 과정 강의를 듣는 정도야. 그래서 오늘 멘토 선생님께 묻고 싶고, 듣고 싶은 게 아주 많아. 빨리 만나뵙고 꿈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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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

연지영 멘티(이하 지영) ─ 안녕하세요. 전라남도 장흥에서 올라온 연지영이라고 합니다. 플로리스트로 유명한 선생님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정주희 멘토(이하 정 멘토) ─ 멀리서 오느라 고생이 많았어요. 안 그래도 가끔 플로리스트를 꿈꾸는 고등학생 친구들에게서 어떻게 하면 플로리스트가 될 수 있는지 묻는 메일이 왔거든요. 지영 친구를 만나 직접 멘토링해줄 수 있어서 나도 기뻐요.

지영 ─ 선생님은 어떻게 플로리스트가 되셨나요?

정 멘토─ 플로리스트로 활동한 지 벌써 15년이 넘었네요. 처음에는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한 뒤 조경사로 근무했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알게 돼 전문적으로 꽃 다루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죠. 당시만 해도 ‘플로리스트’라고 하면 악기 플루트를 떠올리는 분이 많았어요.(웃음) ‘보떼봉떼’는 2006년에 열었는데, 프랑스어로 ‘아름답고 좋은’이라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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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 ─ 프랑스에서 유학도 하셨죠?

정 멘토─ 꽃을 배운 지 4년째 되던 해인 2005년에 프랑스 파리의 플라워 스쿨 ‘에콜 아티스틱 드 카트린 뮐러(Ecole artistique de Catherine Muller)’에서 약 1년간 공부했죠. 사실 당시에는 학교나 정규적인 과정은 없었고 플로리스트 카트린 뮐러와 거의 개인 레슨을 받다시피 공부했어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프랑스에 다녀온 뒤로 꽃이나 디자인을 보는 안목이 달라졌다고 느껴요. 지영이도 유학을 갈 생각이 있나요?

지영 ─ 네. 저는 한국에서 원예학과나 조경학과를 졸업한 후에 영국으로 유학 갈 계획이에요. 찾아보니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플라워 레슨이 유명하더라고요. 세 나라의 스타일이 많이 다른가요?

정 멘토 ─ 아무래도 나라마다 분위기가 다른 것처럼 꽃을 만지거나 가꾸는 스타일도 다르죠. 영국은 체계적으로 꽃을 다루고 단아하고 단정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그에 반해 프랑스는 더 자유분방하게 꽃을 다루고요. 독일은 구조물을 먼저 짜고, 영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꽃을 덜 쓰는 편이라 화려한 색감보다 초록빛이 더 많아요.

지영 ─ 프랑스 유학 시절에 어떤 걸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정 멘토 ─ 프랑스 사람들은 공기와 물 다음으로 삶에 필요한 것이 꽃 아닐까 싶을 정도로 꽃을 사랑해요.(웃음) 그만큼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꽃이라고 생각하죠. 장을 보러 나갔다가 꽃을 사오는 걸 당연하게 여길 정도예요.

지영─ 우리나라 사람들도 꽃을 좋아하지만 프랑스와는 비교도 안 되겠네요.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저도 얼른 유학을 가고 싶어져요. 선생님이 생각하셨을 때 유학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요?

정 멘토─ 유학은 가서 오래 있을 것인지, 연수의 개념으로 짧게 갔다 올 것인지 결정하고 떠나는 게 좋을 거예요. 오래 공부하다 올 거라면 대학을 졸업한 후 바로 가도 괜찮겠지만 짧은 기간 내에 공부하고 올 거라면 한국에서 어느 정도 플로리스트로서 경력을 쌓고 가는 편이 낫죠.

지영 ─ 저는 햇수로 3년째 플로리스트라는 꿈을 꾸고 있는데 사실 마음이 조금 불안해요. 기숙학교를 다니다 보니 플로리스트 양성 학원을 가기가 쉽지 않고, 지방이어서 학원 자체도 많지 않거든요. 왠지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급해질 때가 많아요.

정 멘토─ 전혀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클래스 수강생들을 보면 3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정말 다양하거든요. 취미로 꽃을 배웠다가 플로리스트가 되는 분들도 있고, 직업으로 삼으려고 공부하다 자신과 맞지 않아 그만두는 분들도 계시죠. 지영이의 나이 대에는 하고 싶은 게 있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고 봐요. 어떤 꿈이든 도전하다 바꿔도 늦지 않은 나이잖아요.

 

꽃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미적 감각도 중요해!

지영 ─ 매일 꽃에 둘러싸여 생활하시는 게 정말 부러워요.

정 멘토─ 네. 그래서 저도 늘 행복하답니다.(웃음) 계절마다 종류가 다른 꽃을 보면서 만지는 일은 힘든 일도 잊게 하죠. 사실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은 고상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육체적으로 힘쓰는 일이 많아요. 물 위에 우아하게 떠 있지만 물 아래에서는 끊임없이 발차기를 하고 있는 백조 같다고나 할까요.(웃음) 꽃을 다룰 땐 종일 서 있어야 하고 물이 가득 든 양동이를 들고 옮기는 일도 허다해요. 꽃 시장에서 생화를 사오기 위해 새벽같이 움직여야 할 때도 많고요. 그래서 유럽의 플로리스트들은 대부분 남자예요.

지영 ─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더 단단히 각오를 다져 체력을 키워둬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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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트 정주희 멘토의 한마디

“ 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위를 살펴보세요”

꽃을 사기 힘든 상황이라면 들꽃을 꺾어 서툴더라도 자기만의 부케를 만들어보세요. 그리고 만들어둔 것은 사진을 잘 찍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로 간직하고요. 주위의 인테리어 소품 등을 보면서 어떤 꽃과 함께 장식하면 어울릴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답니다.

 

정 멘토─ 지영이는 플로리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지영 ─ 꽃을 사랑하는 마음 아닐까요?

정 멘토 ─ 맞아요. 그건 필수적인 자질이죠. 꽃은 종류가 무척 다양한데 종류마다 성질도 제각각이어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송이 한 송이 섬세하게 다뤄야 해요.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어요. 바로 미적 감각과 공간지각 능력이에요. 꽃마다 아주 미묘한 컬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화롭게 한 다발로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연회장 등 공간을 꽃으로 꾸밀 때는 그 장소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간지각 능력도 중요하죠.

지영 ─ 저도 색채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 컬러 관련 도서를 읽고 있어요.

정 멘토─ 꽃이나 식물에 대한 정보를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매일 개발되는 신종 꽃, 수입 꽃의 종류와 특징을 전부 외우고 공부하는 건 쉽지 않아요. 플로리스트가 되고 난 뒤에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디자인 서적을 많이 읽어두는 걸 추천할게요. 꽃을 이용한 작품은 평생 보존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좋죠. 사진 찍는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사진집도 많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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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 ─ 선생님은 작품을 만들 때 보통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정 멘토─ 대부분은 꽃과 식물에서 영감을 얻지만 특별한 주제가 있다면 꽃으로 꾸밀 공간이나 오브제, 이 꽃이 필요한 사람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기도 해요. 예를 들어 웨딩 부케를 만들 때는 신부의 이미지, 웨딩드레스의 컬러와 디테일, 결혼식장의 공간을 모두 둘러본 후에 어울리는 꽃을 골라야 하죠. 단아한 이미지의 지영이는 칼라라는 꽃과 잘 어울리겠네요.

지영 ─ 아, 감사합니다.(웃음) 꽃을 만질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정 멘토─ 식물을 만지는 사람이라면 손이 차고 클수록 좋아요. 손이 크면 일단 한 다발을 크고 쉽게 잡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죠. 또 꽃은 손의 열이 닿으면 금방 시들거든요. 흰색의 경우 많이 만지면 색이 바래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꽃다발이나 작품은 가능한 한 빨리 만들어야 해요.

지영 ─ 어쩌죠? 선생님 앞이라 그런지 긴장해서 손이 뜨거워요.

정 멘토─ 앞으로는 긴장하지 않고 꽃을 만지면 되니까 괜찮아요.(웃음) 또 꽃을 만지다 보면 가시에 찔릴 일도 많고 가위, 칼 등 날붙이를 다루기 때문에 파상풍 주사를 맞아두는 게 중요해요.

지영 ─ 하나하나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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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멘토─ 그리고 시간이 난다면 고속터미널역에 있는 꽃 시장에 들르는 것도 추천해요.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꽃 도매시장이 소매인들에게도 열려 있거든요. 아침 11시 이후에 가면 상인분들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편이고 천천히 구경할 수 있답니다. 해외에서는 대부분 플로리스트 자격이 있고 사업자 등록이 된 사람만 꽃 시장에 들어갈 수 있죠.

지영 ─ 다음에 서울에 오면 꼭 고속터미널역에 들러야겠어요.

정 멘토 ─ 열정이 넘치니 보기 좋네요.(웃음) 지영이는 플로리스트가 된 이후의 계획이 뭔가요

지영 ─ 저는 플라워 카페를 차리고 싶어요. 플로리스트로서 플라워 숍을 운영하면서 손님들과 함께 다과를 즐길 수 있는 가게요. 손님과 꽃으로 소통해 친구가 되고 싶거든요.

정 멘토─ 지금처럼 꽃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채로 노력한다면 꼭 그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어요. 재능은 누구나 다 비슷하지만 노력의 차이는 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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