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2016년 9월호] 꿈이 없다고? 그럼 신나게 놀아봐!

 

꿈이 없다고? 그럼 신나게 놀아봐! BJ 대도서관

 

최근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BJ(Broadcasting Jockey)의 인기가 아이돌 못지않게 뜨겁다. 그중에서도 ‘BJ계의 유재석’이라 불리는 대도서관은 유튜브 채널 ‘대도서관TV’의 구독자 수가 126만 명이 넘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다. 1인 미디어 창작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유명한 BJ 대도서관의 살아 있는 입담을 만나보자.

글 강서진·사진 최성열

 

사람들과 즐겁게 수다 떠는 게 내 일이다

유튜브 동영상 몇 번만 클릭하면 광고에도 여러 번 나오던데, 워낙 유 명해서 찾는 곳도 많겠다.

종종 강연 요청이 들어오고, 광고 출연이나 제작 의뢰도 받는다. 그 래도 본업을 가장 우선으로 삼고 있다. 아프리카TV에서 게임 관련 방송을 매일 4시간 정도 진행한다. 유튜브에는 아프리카TV 방송 영상을 30분 분량으로 편집해 매일 업로드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EBS 진로직업 프로그램 <잡쇼(job show)> MC를 맡아 새로운 경 험을 하고 있다.

who is

본명은 나동현, 아프리카TV와 유튜브에서 BJ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 누적 시청자 수가 1억1000명을 넘어섰고, 아프리카TV 방송대상을 2년 연속 수상한 국내 최고 BJ다. ‘대도서관’이란 닉네임은 <문명>이라는 게임 속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애칭이며, 세상의 다양한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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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TV 애청자가 60,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126만 명이 넘었다. 인기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보통 게임 방송은 남성 구독자가 많은 편인데, 내 방송엔 여성 구독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한때는 목소리가 배우 송중기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인기가 있었나웃음) 굳이 인기 비결을 꼽자면 지극히 대중적인 방송을 하기 때문일 것 같다. 일반적인 게임 방송은 게임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유리한 방송이다. 이기는 공략법을 알려주는 데 초점을 맞추니까. 그런데 나는 게임을 소재로 삼을 뿐, 근본적으로는 예능 토크쇼를 한다. 게임 스토리를 설정하고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표정 연기나 상황극을 하며 수다를 떤다. 그래서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도 재밌고 편하게 방송을 즐길 수 있다. 소재는 다른 방송과 같을지 몰라도 콘텐츠를 이끌어가는 방법은 다른 것이다. 그래서 기획력과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교 방송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욕설이나 거친 표현은 절대 하지 않는다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원래 욕을 못할뿐더러 거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만큼 강심장이 아니다.(웃음) 인터넷 방송 초창기에는 욕설이나 속된 말을 일삼는 선정적인 방송이 많았다. 그래서 인터넷 방송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그리 좋지 않은 편이었고 그 점이 너무 안타까웠다. 자극적이지 않아도 구독자들의 주목을 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기에 건전한 예능 방송을 철칙으로 삼았다. 많은 사람이 내 방송을 좋아해주는 이유는 예의를 갖추면서도 유머 있게 진행하는 모습이 한결같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인터넷 방송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많이 개선되고 있어서 보람도 느낀다.

오프라인 팬미팅 행사가 인터넷에서 생중계되기도 했다. 이 정도면 스타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 얼굴이 알려지긴 했지만, 나는 연예인이 아니다. 그 점에는 확실히 선을 긋고 싶다. 공중파나 케이블TV 프로그램에 간혹 출연하기는 해도 정식으로 활동할 생각은 없다. 인터넷 방송으로 얻은 인기를 등에 업고 공중파 진출을 노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다. BJ의 역할과 자리를 확실히 지키고 싶고 이 직업을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 재밌는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고 싶지만 유명해지는 데는 욕심이 없다. 내 재능과 능력을 인터넷 채널을 통해 충분히 펼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EBS <잡쇼>MC는 어떻게 맡게 됐나?

<잡쇼>는 여러 직업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청소년들이 진로에 대한 고민을 덜고 다양한 꿈을 찾게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주로 만나는 구독자층이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인데, 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이 진로에 대한 것이더라. 꿈이 없어 고민이라는 학생도 정말 많다. 나 역시 군대를 제대할 때까지도 꿈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답답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꿈이 생기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노력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된다. 그렇게 동기부여를 하는 데는 멋지게 성공한 사람을 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커피프린스>라는 드라마가 흥행하자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폼 나고 멋있어 보이면 그 일을 당연히 하고 싶을 것 아닌가. 청소년에게 여러 분야에서 성공한 직업인을 소개한다는 <잡쇼> 취지도 내 생각과 같았기 때문에 MC 제의를 수락했다.

 

자신을 브랜드로 만드는 나만의 전략이 필요하다

진로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보니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나 보다.

물론이다. 학창 시절에 라디오 PD가 되고 싶었는데, 노는 데 열중하느라 공부를 너무 안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 와서도 뚜렷한 목표가 없어 방황을 했다. 그러던 중 교육 관련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콘텐츠 기획자들이 너무 멋져 보이더라. 그래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기획자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직원들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지나니 정규직으로 입사하라는 제의를 받았다. 직원이 되고 나서 인터넷 강의 콘텐츠를 만드는 신규 팀을 책임지게 됐고 세계 최초로 모바일 교육 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성과도 냈다. 몸이 많이 고되긴 했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정말 재미있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일한 회사를 왜 그만두었나?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고졸 학력이 걸림돌이 되더라. 인터넷 사업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시기에 관련 기업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회사를 옮겼다. 그런데 신규 사업을 진행할 때마다 스펙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업무에 제약이 따랐다. 직원들 가운데 대학 졸업장은 물론 그 흔한 토익 점수도 갖추지 않은 사람은 나뿐이었으니까. 스펙 때문에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한계를 느끼면서 깨달았다. 나를 다른 조건과 견주지 못할 만큼 확실한 브랜드로 만들어야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BJ 활동을 하게 된 것인가?

그렇다. 나를 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문득 취미로 했던 인터넷 라디오 방송이 떠올랐다. 인터넷 방송은 ‘나’라는 캐릭터를 많은 사람에게 가장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채널이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에는 자신 있었기에 내 재능을 다방면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믿었다. 방송 소재를 게임으로 한 건 워낙 관심이 많은 분야이고 재밌게 다룰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데 돈을 버는 일도 중요하다고 본다. BJ가 직업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나?

당연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인터넷 방송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나더러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내 선택이 옳다는 걸 증명할 자신이 있었다. 해외에서는 한 달에 1억을 버는 BJ도 있다. 나는 해외의 1인 미디어 시장 상황을 꿰고 있었고 국내에서도 유망한 직업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특히 유튜브 시장을 눈여겨봤다. 당시 국내 유튜브에서는 개인이 올린 동영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지만 해외에서는 개인이 올린 영상이 화제가 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채널이었다. 조만간 국내 유튜브에서도 그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다. 다른 BJ들보다 유튜브 시장을 빠르게 공략한 덕에 한 달에 3000만 원 이상을 버는 BJ가 됐다. 이 사실을 케이블방송에 출연했을 때 말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후로 많은 BJ들이 유튜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쓸모없는 재주도 특별한 재능이 되는 시대 화려한 스펙이 꼭 성공의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자기만의 강점을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냥 사람들과 어울리고 수다 떠는 걸 좋아할 뿐이다. 게임도 잘하진 못한다. 다만 어떤 게임이든 재밌게 풀 수 있는 재주가 있는 거지. 어떻게 보면 아무 쓸모 없는 일일 수도 있는데 직업이 됐으니 시대를 잘 타고났다고 봐야 하나.(웃음) 사실 ‘먹방’이 인기를 끄는 것도 신기한 현상이다. 그 누가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걸 재능이라고 여겼겠나. 그런데 그 재주를 살려 방송을 하고 인기를 얻고 돈을 버는 세상이 됐다. 누구나 자기만의 장점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특별하게 여기지 않아서 모르는 것뿐이다. 나는 쓸모없는 재능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떻게 하면 재능을 발견할 수 있을까?

뭐든 닥치는 대로 경험해봐야 한다. 그러다 보면 관심 분야가 생기고 적성에 맞는 걸 찾을 수 있다. 세상에 수만 가지 일이 있는데, 교과서만 보고 어떻게 알 수 있겠나. 그래서 맘껏 놀아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나 역시 취미로 즐겨 보는 만화책이나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 백수 시절에 게임만 하며 지낸 경험도 큰 자산이 됐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니까.(웃음) 무슨 일이든 재미를 느낀다면 그 일에 홀딱 빠지는 ‘덕후’가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사회는 여전히 학벌 좋은 사람을 선호하지 않나. 그래서 학생들에게 입시 공부는 언제나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사회에서 학벌이 좋은 사람을 선호하는 건 분명 맞는 말이다. 일을 아무리 잘해도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결국 이력서 내용이더라. 내가 경험해보지 않았나. 학력이나 학벌이 아닌 재능과 실력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지만 지금 당장 뜯어고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것을 안다. 공부가 적성에 맞고 잘하는 학생은 그 능력을 더 돋보일 수 있는 스펙을 열심히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대학이 마치 학생들의 필수 코스인 듯 적성과 상관없이 입시 공부에만 매달리게 하는 교육 시스템이 안타깝다. 자기 진로에 대해 한창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에 입시에 쫓겨 꿈을 찾을 기회조차 없는 것 아닌가. 공부를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는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루빨리 찾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는 것이다. 누구나 최고가 될 필요는 없지만 스펙으로 승부하는 사람들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한 수 위의 실력은 갖춰야 한다고 본다.

꿈을 찾아 방황하는 MODU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인터넷 방송이나 팬미팅에서 청소년들을 자주 만난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기를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학교나 사회에서 항상 경쟁하며 살다 보니 자신감도 부족하고 많이 위축돼 있는 거다. 나는 서른세 살에 BJ를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꽤 늦은 감이 있지만 6년 만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꿈을 이루는 데 나이와 스펙은 절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조바심 내지 말고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봤으면 좋겠다. 지금은 실패해도 되는 시기다.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잃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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