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호]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다_로봇공학자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다 : 로봇공학자 권동수
로봇청소기부터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까지, 영화나 만화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던 지능 로봇이 현실에 실현되고 있다. 세상에 필요한 로봇을 만들고, 인간과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는 로봇공학자를 만났다.
글 강서진·사진 이동훈, KAIST 기계공학과
인간의 삶에 필요한 로봇 기술을 개발하다
로봇은 인간의 삶에서 뗄 수 없을 만큼 이미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공장의 자동화 기기와 같은 산업용 로봇은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대신해온 지 오래다. 이제는 컴퓨터 기술이 발달하고 다양한 센서가 개발되면서 한층 진화한 지능형 로봇이 나오고 있다. 로봇청소기,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등의 지능형 로봇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동작을 컨트롤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이를 활용하는 인간은 보다 편리한 생활이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대화를 나누는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도 활발해지면서 로봇의 역할 또한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인간의 육체적 노동을 대신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과 정신적 교류를 하는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 산업 분야에서 로봇 기술이 활용되고 필요해짐에 따라 사용 목적에 적합한 로봇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연구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로봇의 개발 기획부터 운용·제어·지능 기술을 설계하고 제작, 평가하는 등 로봇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람이 로봇공학자다.
다양한 첨단 기술을 조화롭게 융합하는 일
로봇공학자는 가정 및 개인 서비스, 인명 구조, 의료 서비스, 우주탐사, 교육, 안내 서비스 등 각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로봇을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하고 제작한다. 사용 목적에 맞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그에 적합한 기능을 갖춘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로봇은 모터와 센서, 제어장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등 다양한 장치와 기술이 결합해 만들어지므로 기계공학,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공학, 생체공학 등 각 기술 분야를 연구하는 로봇공학자들이 모여 로봇을 개발한다. 로봇을 개발하면 이를 필요로 하는 곳에 설치하고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관리, 감독한다. 로봇에 기술적 결함이 생기면 이를 정비, 수리하는 등 문제를 해결한다. 또한 새로운 로봇 기술과 장치를 연구, 개발하고 이러한 기술을 요구하는 곳에 정보를 제공하며 교육하는 활동을 한다.
로봇공학자는 어떤 일을 할까?
로봇을 개발하는 데는 크게 기계공학,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분야의 연구원이 참여한다. 기계공학자는 로봇의 구조 설계와 움직이는 동력 장치를 개발하고, 전기·전자공학자는 동작을 컨트롤하는 제어장치와 다양한 센서를 개발한다. 컴퓨터공학자는 상황을 판단하고 동작을 결정하는 인지 및 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각 연구 분야의 개발 작업을 마치면 모든 부품을 통합해 로봇을 완성한다.
개발 기획 및 아이디어 회의
로봇을 개발하기에 앞서 기계, 전기·전자, 컴퓨터공학 분야의 연구원들이 모여 로봇의 사용 목적과 필요한 기능 및 기술에 대해 논의한다. 또한 로봇의 제작 방법을 결정하고 로봇을 구성할 부품과 장치, 재료를 선정한다. 이 과정에서 로봇의 사용 목적과 구조에 적합한 디자인을 설계하기도 한다.
센서 및 제어장치 개발
전기·전자공학자는 모터의 작동을 조정하는 제어장치를 비롯해 외부 환경을 인식하는 센서를 개발한다. 또한 에너지와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하나로 연결하는 회로를 만든다. 전기가 흐르는 회로 설계를 담당하기 때문에 구조 설계 및 동력 장치를 개발하는 기계공학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제어 및 센서 장치는 모터를 비롯해 여러 장치를 컨트롤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산 및 처리 속도를 빠르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 구조 설계 및 동력 장치 개발
기계공학자는 사람의 뼈, 근육같이 로봇의 전체 형태와 구조를 설계하고 로봇이 움직일 수 있는 모터와 기구를 만든다. 다리나 바퀴 등의 이동 방식 및 팔, 목 등의 구동 형태에 따라 갖춰야 하는 기능이 다르므로 로봇의 사용 목적에 알맞은 모터 및 구조를 결정한다. 동력 장치는 되도록 무게가 가볍고 작동 속도가 빠르며, 추진력은 강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기계공학자는 로봇의 형태를 결정하기 때문에 로봇 디자이너와 디자인 작업을 하기도 한다.
인지 및 인식 프로그램 개발
컴퓨터공학자는 물체, 방향, 음성, 촉감 등 주변 상황과 환경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운영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스캐너, 초음파 센서, 터치 센서,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를 통해 여러 환경을 감지하고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주어진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한다. 로봇의 지능과 감성 능력 등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는 분야로 로봇 윤리를 연구하는 심리학자, 사회학자 등과 의견을 교류하기도 한다.
조립 및 통합 테스트
각 연구 분야의 개발 작업이 끝나면 모든 부품과 장치를 조립 및 통합한다. 로봇을 완성하면 연구실이나 실제 로봇이 쓰일 곳에서 로봇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테스트한다. 이 과정에서 기술 결함과 같은 문제가 생기면 이에 대해 토론하고 정비한다.
로봇공학자가 되려면 이 학과를 눈여겨 봐!
특성화 고등학교
경기기계공업고 로봇과·메카트로닉스과
경남로봇고 로봇제어전자과
서울로봇고
조일로봇고 전자로봇과·기계로봇과
4년제 대학교
광운대 로봇학부, 경희대 기계공학과
동국대 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전북대 제어로봇공학전공
카이스트 기계공학과·전기및전자공학부
한세대 IT융합지능로봇공학전공
한양대(ERICA) 로봇공학과, 호서대 로봇자동화공학전공
세상에 대한 관심과 인간을 이해하는 마음 갖춰야
로봇공학자는 세상에 필요한 로봇 기술을 개발해야 하므로 창의력과 상상력을 갖춰야 한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트렌드의 변화를 세심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봇을 설계하려면 각 장치를 구성하고 결함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해야 하므로 상황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인간의 감정을 인식하는 인공지능 및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목받는 만큼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로봇공학자는 로봇이 작동하는 원리를 전반적으로 알아야 하므로 기계공학,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공학에 대한 기본 지식은 물론,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을 갖춰야 한다. 로봇공학자가 되려면 대학교 및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메카트로닉스공학, 전기공학,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인공지능 등을 전공하는 것이 유리하며, 일반적으로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갖춰야 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처럼 응용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인지심리학이나 물리학을 전공하고 로봇을 연구하기도 한다.
로봇을 만드는 다양한 직업이 생겨날 것
로봇은 최첨단 기술의 융합체로서 미래의 핵심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자동차, 전자제품, 반도체 등 여러 생산 분야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을 비롯해 스마트 가전기기, 수술 로봇, 지뢰 및 폭탄 제거 로봇, 우주탐사 로봇 등 다양한 지능형 로봇이 개발되며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한다. 또한 세계 최고 바둑기사와의 대국에서 승리한 ‘알파고’처럼 지각, 사고, 추론 등 인간의 지능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이 떠오르고 있다. 상황 판단을 자유롭게 하고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과 함께 생활할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로봇공학자는 전문 분야에 따라 로봇 개발 연구소, 로봇 관련 제품생산 기업, 로봇 교육 관련 기업, 자동화 시스템 관련 기업 등에서 활동할 수 있으며 가전제품, 자동차, 센서, 소프트웨어 등 로봇 기술이 필요한 산업 분야로도 진출할 수 있다. 그 밖에 로봇을 조정하는 오퍼레이터, 로봇 디자이너, 로봇 심리학자, 로봇 점검 및 AS 기술자, 로봇 교육 및 콘텐츠 개발 등 로봇과 관련한 새로운 직업과 전문적인 기술도 생겨날 전망이다.
로봇공학자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에서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때는 국내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관련 기술을 접하기도 어려워서 꿈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죠. 그러다 크레인 장치를 만드는 기업에서 잠깐 일했는데, 그때 국내에 막 도입된 공장 자동화 시스템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앞으로 자동화 시스템이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에 미국으로 유학 가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러던 중 지도교수님의 제안으로 우주선 로봇 팔의 원격조정 기술 연구에 참여하게 됐는데, 산업용 로봇을 공부할 때보다 훨씬 재미있더라고요. 그 뒤로 원격조정 기술 연구를 전문적으로 했고, 박사 학위 취득 후 로봇공학자의 길을 걷게 됐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로봇 연구 분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인간-로봇 상호작용, 의료용 로봇, 햅틱스 등 크게 3개 분야의 로봇 기술을 연구하고 있어요. 인간-로봇 상호작용 기술 연구는 로봇이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인식, 인지, 표현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의료용 로봇 연구는 환자의 수술 흉터를 최소화하고 의사가 편하게 수술할 수 있는 수술 시스템을 개발하죠. 햅틱스는 로봇이 물건을 잡았을 때 느끼는 촉감을 로봇 조종사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인간-로봇 상호작용 로봇으로는 음성을 통해 사람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는 ‘카메로’를, 의료용 로봇으로는 환자의 수술 부위를 거의 절개하지 않는 내시경 수술로봇을 개발했습니다.
인간–로봇 상호작용 기술 연구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전공 분야인 원격조정 로봇 기술을 의료 분야에 적용해보고 싶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격수술 로봇 연구를 시작했어요. 수술 로봇은 의사가 원격 조정을 해서 움직이는데, 로봇이 사람을 수술할 때 느끼는 촉감을 원격 조정하는 의사도 느낄 수 있는 햅틱스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죠. 그러다 햅틱스 기술을 더 발전시키면 로봇이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인간-로봇 상호작용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로봇공학자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주세요.
로봇공학은 여러 공학 기술을 비롯해 사회학, 심리학, 법학 등 다양한 인문학을 적용하는 융합학문입니다. 이러한 로봇공학 기술은 앞으로 전 산업 분야에 활용되지요. 로봇공학자에게 여러 학문 지식이 필요한 만큼 다양한 장르의 책을 두루 읽어두는 것이 좋아요. 또한 로봇의 움직임과 문제해결 능력의 원리가 되는 물리학, 수학 공부는 게을리하면 안 돼요. 로봇을 주제로 한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를 보는 것도 상상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에요. 로봇공학자는 로봇 구조를 설계하고 수많은 부품을 연결, 조립하는 일을 하므로 평소 블록 같은 조립식 장난감으로 무엇이든 만들어보세요. 이렇게 주어진 자리에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 꿈을 이룰 기회는 언제든 찾아옵니다. 지금 꿈이 분명하지 않아도 불안해할 필요는 없어요.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꿨던 제가 로봇공학자가 된 것처럼 많은 경험을 통해서 자기에게 꼭 맞는 일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