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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호] 무너진 레고의 성을 다시 쌓아 올리다

무너진 레고의 성을 다시 쌓아 올리다

레고 CEO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

 

지난해 레고가 약 13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바비’를 만든 미국 마텔사를 제쳤다. 파산의 위기를 딛고 세계 1위 완구 기업으로 다시 자리매김한 것이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창업주가 사업 매각을 검토할 정도로 레고의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희망이 보이지 않던 레고를 구한 것은 2004년에 취임한 현 레고 CEO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였다.

글 전정아·사진 위키미디어커먼즈

초심으로 돌아가 정상 위에 서다

‘레그 고트(Leg Godt)’, 덴마크어로 ‘재미있게 논다’는 뜻을 담은 회사 레고(LEGO)는 1934년 설립된 덴마크의 장난감 회사다. 레고가 개발한 블록은 다른 장난감과 달리 떼었다 붙였다 하며 자유자재로 조립해 비행기, 배 등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었다. 이 획기적인 장난감은 전 세계를 휩쓸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989년 레고의 정체성과도 같던 ‘상호 결속 블록’에 대한 특허가 만료되자 레고와 비슷한 모양의 중저가 제품이 대거 쏟아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양한 비디오 게임기도 등장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레고는 영화, 의류, 테마파크 등 사업을 확장했지만 매출은 점차 떨어져 회사 설립 66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내고 만다. 결국 레고의 창업주인 크리스티얀센 가족은 소유권과 경영권을 분리하기로 결심하고 전문 경영인을 영입한다. 그렇게 예르겐비그 크누스토르프는 레고 CEO 자리에 올랐다.

2004년 말 레고의 CEO가 된 크누스토르프는 레고가 하락세를 겪은 이유를 무리한 사업 확장에서 찾았다. 기업도 생물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변화해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사업에 손을 뻗은 것이 부 진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는 먼저 레고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인지 고민하며 레고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분류했다. 그 결과 레고가 살길은 블록 개발과 제조 외에는 없다고 확신했다. 이 후 크누스토르프는 레고 블록 이외의 비핵심 사업을 단계별로 정리 하고 블록 사업에 주력했다. 인건비가 저렴한 동유럽 국가에 공장을 설립해 생산 비용도 줄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크누스토르프가 취임 한 지 1년 만에 레고는 흑자로 돌아섰고, 2007년에는 세계에서 가 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뽑혔다.

똑똑한 대중을 이용해 변화를 꾀하라

크누스토르프는 두 가지 편견을 깨고 싶었다. 첫째, 레고는 어린이들의 장난감이라는 점. 둘째, ‘기업의 중요한 기술은 공개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 그는 이 두 편견을 깨기 위해 ‘대중’을 찾았다. 크누스토르프는 이용자 스스로 레고를 설계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어린이가 아닌 어른을 팬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레고를 좋아하는 성인 팬들은 커뮤니티를 형성해 레고를 만들었고, 레고는 그 팬들 가운데 100여 명을 선발해 가상개발팀을 꾸렸다. 이를 계기로 레고는 각종 드라마, 영화와 협업을 시도해 <스타워즈>, <프렌즈>, <심슨 가족> 시리즈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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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이 시리즈는 어린이는 물론 키덜트족까지 사로잡았다. 구매력을 갖춘 성인의 관심은 바로 매출로 이어졌고, 현재는 레 고 매출의 20%를 성인 고객이 담당하고 있다.

대중을 경영에 끌어들인 크누스토르프의 전략이 무엇보다 빛을 발 한 것은 움직이는 레고 로봇 ‘마인드스톰’의 기술 공개였다. 전기모터와 센서 블록을 조립한 후 컴퓨터 프로그램을 입력해 움직이는 마인드스톰은 출시했을 때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 2005년 소프트웨어가 해킹을 당하며 유명세를 탔다. 해커들이 마인드스톰 에 새로운 행동을 덧씌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레고는 해킹범을 고발하는 대신 오히려 프로그램을 공개해 소프트웨어 변형을 적극 적으로 장려했다. 그러자 전 세계 많은 엔지니어들이 경쟁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했다. 이에 맞춰 레고는 각종 확장 키트를 출시했고, 마인드스톰은 100만 세트가 팔리며 대히트를 기록했다. 그 결과 ‘인공지능 레고 로봇’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하게 된다. 레고의 기술 공개와 대중 참여의 놀라운 합작은 후에 위키 피디아, 유튜브 등이 따라 할 정도로 획기적이었다.

현재 레고는 친환경 소재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앞으로 15년 동안 약 1700억 원을 들여 신소재를 찾아낼 계획이라고 한다. 2014년에 만 7만7000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사용한 레고가 신소재 개발에 도 전하는 것이다. 크누스토르프는 화석 자원 사용과 인권, 기후변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구에 도움이 될’ 소재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고가 또 어떤 변화로 세상을 놀라게 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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