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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호] 폭력으로 멍든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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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으로 멍든 대한민국

 

아동학대를 비롯해 데이트 폭력, 학교폭력 등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뉴스가 하루에도 몇 건씩 쏟아지고 있다. 학대와 폭력이 일상이 된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글 전정아·사진 위키미디어커먼즈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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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도 학교도 집도 어딜 가나 폭력에 노출돼 있는

잔혹한 나라, 대한민국

MODU 친구들, 안녕~! 벚꽃이 날리니까 봄인 게 실감나. 다들 봄을 즐기고 있니?

슬기로운다슬즐기긴 무슨~. 공부하느라 바쁘지. 좀 있으면 중간고사잖아.ㅠㅠ

별난별그래도 틈날 때마다 산책하면서 벚꽃 구경하고 있어.

이규레알 나도! 일단 예쁜 건 즐기고 보자는 생각이야.ㅎㅎ

수려한수빈난 봄이라는 게 실감이 안 나. 하도 어두운 뉴스가 많이 들려 와서 그런가?

이규레알어두운 뉴스?

수려한수빈왜, 가정폭력 뉴스 같은 것 있잖아. 열 살도 안 된 아이가 학대를 당해 사망했다, 이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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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U 맞아. 요즘 여기저기서 폭력이다, 학대다, 나라가 시끄럽지.

별난별다들 ‘원영이 사건’ 알지? 난 그 사건이 가장 충격적이었어.

슬기로운다슬 맞아. 일곱 살밖에 안 된 어린애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렇게 학대했는지 모르겠어.

별난별 ‘원영이 사건’ 이후로 하루에도 몇 건씩 아동학대 뉴스가 나오는 데, 정말 한숨만 나와.

Song승연 그런데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노인 폭력 기사도 많이 보이더 라. 심각한 수준이더라고. 성폭력 기사도 많고. 아이부터 여성, 노인까지 전부 사회적 약자들만 대상으로 하는 폭력이 느는 것 같아서 화가 나.

별난별 그래도 학교폭력 문제는 좀 나아진 것 같지 않아?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좀 완화된 것 같은데.

슬기로운다슬 맞아. 온라인상으로 왕따시키는 ‘사이버 불링(Cyber Bull ying)’도 많이 사라졌고. 예전처럼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으로 불러서 욕하는 일이 많이 줄었다더라. 증거가 명확히 남으니까 다들 피하는 거 지.

Song승연 요즘 학교폭력은 뭔가 은밀하게 괴롭히는 느낌이야. 때리고 욕 하거나 왕따시키는 일은 별로 없지만 여전히 신경전 같은 건 꽤 있고.

 

사랑의 손길이 한순간 폭력의 손길로

이별이 운전도 아니고

안전이란 단어가 붙는 세상

슬기로운다슬 그리고 요즘 이슈는 또 데이트 폭력이잖아.

Song승연 기사 찾아보니까 최근 데이트 폭력 당한 사람이 3만 명이 넘는대. 사망한 사람도 300명이나 되고. 이렇게 많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 난 데이트 폭력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했거든. 이런 기사가 수면 위로 나타난 것도 얼마 안 되지 않았나?

수려한수빈 내 생각에는 이제 와서 폭력 건수가 많아진 게 아니라 신고나 고발하는 경우가 옛날보다 늘어나서 그런 것 같은데.

이규레알 내 주위에 실제로 피해 본 사람도 있어. 아주 심각한 건 아니었지만 남자친구가 지금 당장 찾으러 간다고 전화해서 윽박지르고, 협박하고 그랬다더라.

Song승연 ‘안전이별’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가봐. 아직 남자친구는 없고,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새삼 걱정되긴 해.

별난별 정 많은 나라, 동방예의지국 다 어디 감? 도대체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런 사회가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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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U 세상이 이토록 흉흉해진 이유가 뭘까

철학박사정인 잠깐. 늦으면 참여 못하나

별난별 ‘1’이 왜 안 사라지나 했더니 정인이었구먼! 늦었지만 웰컴! 환영의 박수 짝짝짝. 그럼 다시 이야기로 돌아갈까.

수려한수빈 세상이 흉흉해진 뒤에 그런 일들이 많이 그려지는 건지도 모르지만 매스미디어의 영향도 무시 못할 것 같아. 소설이나 웹툰을 봐도 학교폭력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잖아. 미화하려는 목적이 아닌 건 알지만 폭력적인 걸 계속 보니까 무감각해지기도 해.

별난별 드라마나 영화는 더하지. 맘에 안 들면 죽이고, 때려 부수고.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같은 곳에서도 남자가 억지로 키스하는데 여자가 받아주는 장면이 많이 나오잖아. 어떻게 보면 그것도 데이트 폭력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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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다슬 그러고 보니 너희는 어디서부터 데이트 폭력이라고 생각해

Song승연 내가 불쾌하면 폭력이지! 내 의사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별난별 자기가 당하는 게 ‘폭력’인지 아니면 ‘사랑의 일종’인지 피해자가 헷갈려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 피해자의 잘못은 아니지만 내가 당한 폭력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이규레알 특히 옛날에는 남편이 아내를 때리거나 부모가 자식을 때리는 일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했지. 신고하면 집안 망신이다 뭐다, 체면 차리면서 쉬쉬하기도 했고.

Song승연 폭력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는 보복이 두려워서가 가장 많대.

별난별 거기다 피해 사실도 피해자가 증명해야 하잖아. 당한 것도 서러운데 귀찮고 힘든 일까지 혼자 해내야 한다니 불공평해.

철학박사정인 주위 사람들한테 폭력을 휘두르는 이유는 심리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고 봐.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폭력을 행사한다고 하더라고.

수려한수빈 게다가 가해자들은 폭력이 ‘권력’이라고 생각한대.

이규레알 권력? 스트레스를 받아도 풀 곳을 못 찾아서 약하고 어린 상대에게 손대는 주제에 권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니, 그게 말이 돼?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건강하고 평화로운 방법이 얼마나 많은데.

별난별 스트레스를 밖으로 표출하면 폭력, 안으로 삭히면 자살이 되는 걸 까? 우리나라 폭력 건수의 증가와 자살율 1위라는 오명은 관계가 깊을 지도 몰라.

Song승연 맞아. 자살은 자기 자신을 향한 폭력이니까.

 

폭력이 권력인 줄 아는 가해자

알면서도 모른 척 눈 감는 사회

누가 더 큰 문제일까?

Song승연 빈부 격차나 갑을 관계 같은 걸로 사회가 자꾸 계급화되니까. 돈 벌기는 힘들지, 윗사람들한테 무시당하지, 자기보다 약한 대상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에는 사회도 톡톡히 일조했다고 생각해.

수려한수빈 스트레스나 마음의 병은 제때 풀어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나라 는 심리 상담을 받거나 정신과에 가면 뭔가 정신적 문제가 심각한 사람이라고 보는 것 같아.

철학박사정인 사회 인식 때문에 그렇지 뭐. 미국은 정신과 의사를 주치의 로 두잖아. 왜 우리나라는 정신과나 심리 상담의 벽이 높은지 모르겠어. 눈이 아프면 안과를 가고, 이가 아프면 치과에 가는 거랑 똑같은데.

별난별 사람이라면 당연히 자기 본능이나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너희 얘기를 듣고 보니 꼭 가해자만의 문제는 아니 라는 생각이 드네. 인간성의 상실, 개인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이 사회에 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는 것 같아.

 

Song승연 내 생각에는 힘도 없고 저항하는 방법도 모르는 아이들이나 여 자들, 소외 계층이 폭력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것 같아.

수려한수빈 그건 사회가 약한 계층을 위한 울타리를 만들지 못했다는 뜻이겠지?

Song승연 그것도 그렇지만 처벌이 터무니없이 약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 살인을 해놓고 죽일 의도는 없었다거나 술을 마시고 저지른 짓 이라고 하면 처벌이 가벼워지더라고.

이규레알 그거 알아? 데이트 폭력의 경우에는 아직 관련법도 제대로 만 들어진 게 없어서 일반적인 범죄로 치부된대. 스토킹 같은 건 범칙금도 300만 원 정도밖에 안 된다더라. ‘돈 몇 푼 내고 계속 쫓아다니지 뭐!’ 하는 스토커도 많을 것 같아 오싹해.

수려한수빈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이 약하니까 자기가 한 짓이 얼마나 잘 못됐는지도 모르는 것 같아.

별난별 폭력적으로 변할 때까지 술을 마시는 건 오히려 가중 처벌해야 하 는 문제 아냐? 아무 데나 ‘심신미약’이란 말을 붙이다니!

가해자에게는 따끔한 처벌을

피해자에게는 따뜻한 포옹을

꽃으로도 때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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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U 워워! 화나는 마음은 인정하지만 모두들 진정해. 아직 우리에겐 해결 방안을 생각할 시간이 있다고.

이규레알 함무라비 법전이 통용됐던 시절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 의 과격한 처벌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국가적으로 폭력이나 성폭력, 아동학대에 대해 처벌 수위를 올리는 게 가장 빠르고 합당한 해결 방안이 라고 생각해.

별난별 처벌 수위도 강화하고 관련법도 제정해야지. 우리나라도 ‘클레어 법’이 제정될지도 몰라. 클레어 법은 연인 사이에서 한 명이 상대방의 폭력 전과를 경찰에 문의할 권리를 인정하는 건데, 데이트 폭력을 예방 할 수 있다고 해. 폭력 전과가 있는 사람은 상대방의 요청 없이도 경찰 이 사전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2009년 전과자임을 숨겼던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클레어 우드의 이름을 붙인 법이지.

이규레알 필요한 법이기는 한데, 프라이버시 침해가 될 수도 있어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기는 어려울 듯.

슬기로운다슬 예방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사후 관리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고 봐. 학대나 폭력 피해자들에게 신고 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법이나 사회시설이 필요하잖아.

Song승연 스웨덴은 학교폭력의 책임을 학교와 지자체에 묻는다더라. ‘역 증명 원칙’이라고 하는데, 피해 학생이 이를 증명하는 게 아니라 학교와 지자체 측에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증명한다는 거야. 피해자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이니만큼 우리나라에도 꼭 도입됐으면 좋겠어.

철학박사정인 그런데 난 법보다 우선돼야 할 것이 교육이라고 봐. 법은 도덕의 최소 규범이지 최대 가치가 될 수는 없어. 주입식 교육 말고 그 사람의 본질적인 부분을 함께 다루는 상담 교육을 해야겠지? 어떤 부분에 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힘든지, 누구와의 관계가 가장 신경이 쓰이는 지 그런 거 말이야.

이규레알 그런 교육은 사실 가정에서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

별난별 맞아! 나도 아직 어리지만, 요즘 애들을 망치는 건 오히려 집 아니 야? 어릴 때 바른 가정교육을 받으면 폭력이 얼마나 나쁜지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이규레알 학대받았던 사람이 학대한다고 하잖아. 사랑을 못 받고 자라서 주는 방법을 모르는 거랑 비슷한 것 같아.

별난별 어릴 때 기억이나 트라우마는 오래가니까. 폭력성은 무의식중에 튀어나오는 것인지도 몰라. 가정교육이 중요한 이유지.

수려한수빈 각 가정의 문제로 미뤄둬서도 안 되지. 신고할 생각도 못하는 피해자도 얼마나 많겠어?

Song승연 하긴 그 사건도 있었잖아. 추운 겨울에 맨발에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아이가 있었는데, 슈퍼마켓 주인이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경찰에 신고해서 아이를 구한 것. 알고 보니 그 아이는 2년 넘게 부모한테 감금당하고 맞았다고 하더라고. 다행히 보호소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어. 이런 거 보면 우리도 이웃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관심 있게 둘러봐야 할 것 같아.

이규레알 맞아. 특히 학교폭력일 때! 왕따당한 피해자들은 가해자보다 방 관자가 더 미울 때가 있대. 한 번만 손 내밀어주면 좋겠는데, 다들 똘똘 뭉쳐서 못 본 척, 눈을 피하는 게 너무 슬프더라는 거야.

Song승연 폭력이 사라진 사회가 정말 올 수 있을까? 그건 너무 꿈같은 이야기일까?

별난별 그 꿈같은 사회를 만드는 구성원이 우리가 되어야지.

MODU 오~ 멋진 친구들, 폭력 없는 사회를 위해 우리는 뭘 할 수 있을 까?

철학박사정인 폭력은 나와 다른 걸 인정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행동이라 고 생각해. ‘내 말’을 안 들었다, ‘내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때리거나 욕하잖아. 왜 다른 사람이 자기 말에, 자기 맘에 들어야 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좋겠어.

슬기로운다슬 크으, 역시 철학과 꿈나무! 난 성인이 되면 이런 폭력이나 학 대 근절에 관심이 많은 후보자에게 한 표 던질 거야. 며칠 뒤면 선거일 이라 나도 모르게 투표에 대한 열정이 불끈. ㅎㅎ

별난별 가장 따뜻해야 할 부모님, 친구, 연인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폭력 은 제발 이제 그만! 사랑하며 살기도 바쁜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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