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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호] 나무 위를 오르는 숲 지킴이 ‘아보리스트’

나무 위를 오르는 숲 지킴이 아보리스트

좁은 공간에 있는 아름드리나무가 병들고 썩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면? 설상가상 그 나무 옆에 문화재로 지정돼 보호해야 할 옛 건축물이 있다면? 아니면 패러글라이더 조종사가 착륙 실수로 높은 나무 위에 걸렸다면? 이 아슬아슬한 상황을 전부 해결하는 숲 속의 타잔이 있다. 바로 아보리스트다.

글 지다나·사진 김병모, 위키미디어커먼즈

 

직업 궁합 테스트

자기와 관련된 항목을 체크해봐.

아래 항목 중 4개 이상에 해당한다면 아보리스트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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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보다는 등산이 재밌지. 이번 휴가는 바다 아닌 산으로!

클라이밍은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스포츠야.

나의 매력은 체력! 몸으로 하는 건 뭐든지 자신 있지.

조금 위험하더라도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느티나무와 버드나무는 한눈에 구분해. 나무에 관심이 많은 편이거든.

고소공포증, 이건 먹는 건가요? 높은 곳에 오르면 짜릿하기만 한 걸.

나는 전생에 원숭이였을까. 나무만 보면 올라타고 싶어.

 

나무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책임지다

아보리스트(Arborist)는 크고 작은 나무를 관리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중장비가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공간에서 자란 나무를 비롯해 키가 몹시 큰 나무, 세심한 손길의 작업이 필요한 나무를 관리할 때는 기계를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사람이 직접 나무에 올라가 여러 가지 작업을 하는 것이다.

나무의 유전형질을 알아내기 위해 종자를 채취할 때, 기계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의 나무를 관리해야 할 때 아보리스트가 필요하다. 등산로에 있는 나무 또는 가로수가 썩고 병들어 곧 쓰러질 것 같다거나 나뭇가지가 떨어져 사람들이 다칠 수 있는 경우를 대비해 미리 나무를 제거하는 일도 아보리스트가 한다. 문화재로 지정된 고목을 치료하고, 나무에서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구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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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몸에 밧줄 하나 매고 나무 타는 기술자

아보리스트는 트리 클라이밍 기술을 활용해 나무에 오른다. 따라서 로프 다루는 법과 매듭짓는 법 등 클라이밍 훈련은 기본적으로 받아야 한다. 여기에 나무 베기, 가지치기 등 나무를 다루는 기술도 갖춰야 한다. 정확한 부위를 잘라줘야 나무가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 기계톱과 같은 장비도 잘 다뤄야 한다.

국내 아보리스트는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조경수협회, 나무병원협회, 산림과학원 등 임업 관련 업체를 통해서 일할 수 있다. 최근 나무를 가꾸고 산림자원을 보전하는 등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보리스트의 필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따라서 아보리스트의 직업 전망은 굉장히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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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교육과 충분한 훈련이 필요해

아보리스트는 미국, 캐나다, 영국 등 해외에서는 수천 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수목 전문가로서 높이 평가받는 직업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보리스트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직업으로서는 등록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는 현재 약 80명의 아보리스트가 활동중이다. 2011년부터 산림청에서 인증한 한국아보리스트협회에서 아보리스트 양성 교육을 펼친 결과다. 지금은 주로 수목원, 식목원, 국립공원, 119 구조대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보리스트 교육을 받고 있다.

아보리스트가 되기 위한 자격증은 따로 없지만, 아무래도 생명과 직접 연결되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대학에서 원예학과, 조경학과 등을 전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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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기로 아보리스트가 되었나요?

CF 감독으로 일하다가 해외 촬영 때문에 미국에 출장을 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촬영장 옆에서 누가 전기톱을 들고 나무에 오르더니 나뭇가지를 자르는 거예요. 나중에 알아보니 아보리스트더라고요. 중학교 때부터 취미로 암벽 등반을 해서 클라이밍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트리 클라이밍을 하는 동시에 나무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직업이 있다는 걸 그때 안 거죠. 이후 미국에서 정식으로 자격증을 딴 뒤 우리나라 제1호 아보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보리스트가 꼭 갖춰야 할 자질이 있다면요?

기본적으로 체력이 강해야 해요. 당연히 클라이밍 실력도 어느 정도 갖춰야 하고요. 아무리 안전장치를 한다 해도 맨몸으로 일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하죠. 순발력과 끈기가 있다면 더 좋겠죠. 하지만 무엇보다 나무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자연을 사랑해야 해요. 자기 몸처럼 나무를 사랑한다면 아보리스트가 될 자질이 충분합니다.(웃음)

가장 힘들거나 보람찬 때는 언제였나요?

공간이 좁은 장소는 중장비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아보리스트가 반드시 필요해요. 아무래도 공간 제약이 많은 곳에 있는 나무를 베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썩고 병든 나무를 마치 지우개로 지워내듯이 없애는 거죠. 행여나 나뭇가지가 떨어져 다른 문화재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요. 어려운 조건인데도 나무를 깔끔하게 처리하면 그만큼 성취감 또한 커요. 사람을 구조할 때도 뿌듯하고요.

아보리스트의 전망은 어떤가요?

해외에는 이미 아보리스트의 활동이 활발하지만, 국내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예요. 조경수협회, 나무병원협회, 산림과학원,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등 나무와 관련된 일을 하는 곳에서 의뢰가 들어오고 있죠. 수요는 점점 느는데, 공급이 매우 적은 상태예요. 즉, 그만큼 직업 전망이 밝아요. 하루빨리 아보리스트가 직업군으로 정착돼서 우리나라 나무들이 자기 수명을 다할 때까지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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