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더블멘토링

[2016년 3월호] 거침없이 달리는 질주본능 ‘카레이서’

카레이서는 누구보다 빨라야 하는 동시에 차분해야 한다. 스피드를 겨루는 만큼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판을 뒤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좋아서 카레이싱에 푹 빠졌다는 한규찬(서울자동차고 3) 학생이 두 멘토를 만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글 강서진·사진 최성열·촬영 협조 퍼플모터스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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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이서의 모든 것이 궁금해!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빠를 따라 자동차 전시장에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만화에 나온 멋진 자동차들이 눈앞에 있다는 게 마냥 신기했거든.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쏙 사로잡은 건 경주용 자동차였고, 그때 카레이서라는 직업도 알게 됐어. 멋진 슈트에 화려한 자동차를 타고, 신나게 경기장 안을 달리는 카레이서의 무한 매력에 점점 빠져들면서 하루빨리 카레이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 알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무지 많아서 카레이서 멘토를 꼭 만나길 간절히 원하고 있어.

 

짜릿함을 즐기는 스피드의 세계

한규찬 멘티(이하 규찬) ── 안녕하세요. 서울자동차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규찬입니다. 형도 카레이서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정원형 멘토(이하 원형)── 만나서 반가워요. 우리나라에 자동차고등학교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학교에서 자동차와 관련한 공부를 하고 있는 건가요?

규찬── 네, 맞아요. 자동차 정비, 제어, 디자인, 튜닝 등 전문 기술을 배워요. 저는 정비학과여서 자동차 부품과 설계 기술을 배우고 관련 실습도 해요. 요즘엔 자동차진단평가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죠. 이제 3학년이다 보니 취업을 하든 대학에 가든 도움이 되는 것을 준비하려고요.

원형 ── 원래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나 봐요. 자신의 관심 분야를 확실히 정하고 열심히 공부한다는 게 참 대견해요. 나도 어릴 때부터 카레이서가 되고 싶어 했지만 규찬이 나이 때 관련 공부를 하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거든요.

규찬── 저는 자동차모터스포츠과(이하 모터스포츠과)를 전공하는 형이 부러운데요.(웃음) 형은 어떻게 좋아하는 학과를 정했나요?

원형── 얘기하자면 좀 긴데….(웃음) 막연히 카레이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방법을 잘 몰랐어요. 구체적인 정보를 찾기도 어려웠고요. 그러다 고1 때 부모님의 권유로 미국 유학을 갔죠. 미국은 만 16세부터 운전을 할 수 있어서 바로 운전면허부터 땄어요. 자동차에도 관심이 워낙 많았는데, 운전은 더 재밌더라고요. 자동차 관련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에 대학도 자동차디자인학과에 진학했지만, 적성에 안 맞았어요.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중 휴학하고 입대를 했는데, 군대 후임 중에 모터스포츠과 출신이 있었어요. 모터스포츠과 학생이면 자동차 경주에 참가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이거다 싶었죠. 그래서 제대하기 전에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 모터스포츠과에 입학지원서를 냈어요.(웃음) 미국에서 다니던 학교는 그만두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모터스포츠과 학생이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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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찬 ── 형도 원하던 공부를 하게 돼서 다행이에요. 얘기를 듣고 보니 저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원래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중3 때 우연히 자동차고등학교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지금 학교에 지원했죠. 자동차 관련 공부를 깊게 하고 싶어 독일 유학을 준비하기도 했는데, 여기에서도 충분히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어요.

원형── 카레이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자동차 정비 관련 공부를 하면서부터였나요?

규찬── 아니요. 카레이서에 매력을 느낀 건 그 전부터예요. 중3 때 우연히 소형 스포츠카인 카트를 타봤는데, 속도를 높일 때 스릴 있고 재밌더라고요. 그때부터 카레이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경주장을 자주 찾았어요. 경주장에 울려 퍼지는 엔진 소리와 관중의 함성 소리가 너무 좋아서 흥분되더라고요. 실제 프로 선수들의 레이싱을 보니까 저도 트랙을 달리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개인 카트까지 샀다니까요. 카트가 워낙 비싸다 보니 갖고 있던 자전거를 팔고, 두 달 동안 모은 알바비까지 투자했죠. 틈나는 대로 열심히 탔으니 투자한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아요.

원형 ── 와, 벌써 카트까지 있다니 열정이 정말 대단한데요.(웃음) 카레이서가 되려면 아마추어 대회부터 경험을 쌓아야 하니까 그 전에 주행 감각을 꾸준히 익혀두는 게 좋아요. 그런데 아직은 운전을 할 수 없으니 지금은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는 카트로 레이싱 경험을 많이 해요.

규찬── 요즘 카트 연습을 좀 게을리했는데, 다시 열심히 해야겠어요.(웃음) 대학생 선배들은 자동차 관련 학과나 동아리에서 레이싱 팀을 이뤄 대회에 출전하기도 하죠?

원형── 대회에 출전하려면 기본적으로 경주용 자동차와 관련 장비가 있어야 하는데, 개인이 구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어요. 그러니 카레이서가 되고 싶어도 경험과 실력을 쌓는 것조차 쉽지 않죠. 그래서 서로 팀을 꾸려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제가 다니는 모터스포츠과는 실전 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많아요. 학교 소속 선수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보다 일찍 실전 경험을 할 수 있고, 레이서 경력도 쌓을 수 있죠. 대회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면 프로팀에 스카우트될 가능성도 있고요. 물론 학과의 드라이버 테스트에 통과해야 카레이서로 출전할 수 있지만요.

규찬── 카레이서를 꿈꾸는 친구들에겐 좋은 정보네요. 모터스포츠과에서 학생을 뽑는 기준이 있나요?

원형── 학교에 따라 전형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정시보다 수시 전형이 많아요. 그러니까 수능 점수보다는 내신 관리와 면접에 더 신경 써야겠죠? 자동차 관련 자격증이 있거나 카트 경기 출전 등 실전 경험이 풍부하면 입시 전형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요.

규찬 ── 학교에서는 보통 어떤 것을 배우나요?

원형 ── 크게 드라이버인 카레이서와 경주용 자동차를 관리하는 정비공, 즉 미캐닉이 갖춰야 할 것을 두루 배워요. 이를테면 자동차의 구조, 정비, 부품 설계 등 자동차 제작 기술부터 주행, 브레이크, 경주 규정, 사고 대처법 등 레이싱 기술을 접한답니다. 모터스포츠와 관련된 모든 분야의 기술을 배운다고 이해하면 돼요.

규찬── 제가 내년에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취업을 할지 대학에 갈지 고민이 많은데 형 얘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요. 앞으로 또 궁금한 점이 생기면 연락해도 되죠?

원형── 물론이죠. 얼마든지 귀찮게 해도 된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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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과 끈기는 기본, 마인드 컨트롤은 필수!

김중군 멘토(이하 김 멘토) ── 두 사람 모두 카레이서를 꿈꾸고 있다니,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갑네요.

원형── 안녕하세요. 대선배를 만난다는 생각에 여기 오기 전까지 긴장을 많이 했는데,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규찬 ── 이렇게 유명한 선수를 직접 만나게 되다니 꿈만 같아요. 저도 언젠간 멘토님처럼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겠죠?

김 멘토──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하면 당연히 될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제가 처음 레이싱을 시작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딱 규찬이 나이 때였거든요. 그때는 지금처럼 모터스포츠가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정보도 많지 않았죠.

규찬── 정말요? 그럼 멘토님은 어떻게 카레이서가 됐나요?

김 멘토 ── 고3 때 모터스포츠 잡지를 보면서 스피드를 겨루는 카레이서가 되고 싶었어요. 운전을 하려면 카트 훈련부터 해야 하니까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에는 무조건 연습장에 갔죠. 학교를 포기할까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공식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뒤로는 죽기 살기로 연습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해 대학에도 가게 됐죠.

원형 ── 그럼 그때부터 선수로 활동하게 된 건가요?

김 멘토── 그때는 아마추어 선수였어요. 연봉을 받는 프로 카레이서, 그러니까 카레이서를 직업으로 삼으려면 아마추어, 세미프로, 프로 등 일정한 과정을 거쳐야 해요. 아마추어는 차량, 레이싱 슈트, 헬멧, 엔진오일 등 레이싱 대회 출전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개인이 마련해야 하죠. 프로 선수가 되려면 무엇보다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그때마다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많은 사람이 이 과정에서 포기해요.

카레이서의 기본은 주행 능력이에요. 고등학생이라 아직 운전면허는 딸 수 없지만, 주행 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중에서도 소형 경주차 카트는 꼭 타보세요. 주행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하거나 매일 1시간씩 다양한 레이싱 영상을 나름대로 분석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원형── 지금 제 처지와 같은 상황이네요. 저도 많은 대회를 경험하고 싶은데 비용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서 걱정이에요

김 멘토── 하지만 2~3년 정도 출전 경험이 쌓이면 팀에 소속돼 활동하는 세미프로가 될 수 있어요. 이때부터는 카레이서에게 필요한 모든 제반 사항을 지원받는데, 대신 연봉이나 월급 같은 수입은 따로 없어요. 대회 성적이나 경험에 따라 프로로 인정받으면 대회 출전에 필요한 모든 지원은 물론 연봉을 받으며 카레이서로 활동하게 돼요. 대회에서 우승하면 상금도 받고요. 그래서 의지와 인내가 가장 필요하다고 한 거예요.

규찬── 레이싱 대회에 출전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김 멘토── 운전을 하려면 운전면허가 필요한 것처럼, 경주용 차를 운전할 수 있는 몇 가지 라이선스를 따야 해요. 그러려면 카트라는 소형 경주용 차 면허가 기본적으로 필요해요. 카트 면허가 있다면 대한자동차경주협회에서 발급하는 면허를 취득한 뒤 각 경주장의 서킷(circuit), 그러니까 주행 경로 면허 테스트에 통과해야 합니다. 만약 A 경주장의 면허가 없다면 A 경주장에서 열리는 레이싱 대회에는 출전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경주장마다 트랙 구조가 달라서 각각의 구조를 몸에 익히지 않고 주행하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죠.

원형── 저희 부모님은 경주 중에 차가 뒤집어지는 장면을 보더니 위험하다고 걱정하시더라고요.

김 멘토── 자동차 경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위험하다는 선입견을 가지지만 어떻게 보면 맨몸으로 뛰어야 하는 축구 경기보다 안전하답니다. 안전장치가 완벽하게 돼 있는 도구와 장비를 사용하니까요. 한번은 경주 중에 차량이 벽에 부딪혀 공중을 날아 땅에 떨어진 적이 있는데, 그 차를 타고 있던 카레이서는 다친 곳이 한 군데도 없었죠. 헬멧도 멀쩡했고요. 카레이서의 슈트는 불에 타지 않는 특수 가죽으로 돼 있거든요. 그만큼 자동차 경주는 생각보다 안전한 스포츠랍니다.

규찬── 저희 부모님께도 그 말을 꼭 전해드려야겠네요.(웃음) 근데 레이싱이 끝나면 선수들이 항상 지쳐 보이던데 왜 그런가요?

김 멘토── 차 안에 앉아 운전대만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카레이서가 하는 일이 되게 쉬워 보이죠?(웃음) 그런데 자동차 경주도 근력이 필요한 스포츠랍니다. 손은 핸들을 잡고, 발은 브레이크를 밟고 있어야 하는 동시에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큰 편이에요. 경주용 자동차는 차체가 두껍고 에어컨 같은 냉방장치도 없어서 차 안 온도가 50~60℃에 이르는데, 그 안에서 1시간가량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힘들죠. 그래서 평소에 달리기나 등산 같은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해야 레이싱할 때 쉽게 지치지 않아요. 카레이서 중에는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꽤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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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저도 아직 경주용 차는 타보지 못했는데…. 차 안 온도가 60℃나 된다니 깜짝 놀랐어요. 거기다 헬멧까지 쓰면 정말 힘들겠네요. 자동차 경주가 스피드를 겨루는 스포츠라서 대부분의 사람이 카레이서는 성격도 급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떤가요?

김 멘토── 절대 그렇지 않아요.(웃음) 카레이서는 오히려 차분한 사람에게 더 적합한 일이죠. 차가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주행을 하지 못할 때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은 쉽게 당황해서 실수를 더 하게 돼요. 30바퀴나 되는 코스를 달리며 끝까지 속도를 늦추지 않는 집중력도 필요하고요. 주행하는 동안엔 정면 시야, 백미러, 가속도, 브레이크 등 여러 상황을 빠르게 판단해야 하는 만큼 단 1초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어요. 오로지 다음 코너에 대한 계산을 순간적으로 해내야 하는 능력이 필요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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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찬── 카레이싱이 이토록 힘들고 까다로운 일이라니, 10년 넘게 선수로 활동하시는 멘토님이 더 대단하게 느껴져요. 멘토님에게도 힘든 순간이 있나요?

김 멘토── 프로 선수로서 위치가 올라가는 만큼 부담이 크죠. 카레이서는 모터스포츠 시즌이 열리는 7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 대회에 출전해요. 즉 1년에 단 7번의 경기를 통해 모든 실력을 보여줘야 해요. 그런데 만약 스타트 때부터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거나 다른

차와 부딪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경기는 그냥 끝나버리는 거니까 그럴 땐 너무 속상하죠. 그래도 경주장에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짜릿한 스피드와 엔진 소리를 느낄 수 있으니 카레이서로서 사는 게 행복해요.

원형── 와~ 부럽습니다. 저도 올해에 첫 대회 출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빨리 경험을 쌓아서 멘토님처럼 행복한 카레이서가 되고 싶어요.

김 멘토── 두 사람 모두 꼭 그렇게 될 거예요. 그런데 이 한 가지는 명심했으면 좋겠어요. 레이스에서는 언제나 변수가 있기 마련이라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슬럼프가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것은 모두가 똑같이 거치는 과정일 뿐이니, 그 순간을 뛰어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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