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 MODU DREAMERS

[2015년 11월호] 청소년 만화가 임준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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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없인 못 살아!

청소년 만화가 임준묵(대전봉우중 3)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지난 7월 제16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임준묵 학생이 바로 그렇다. 단지 재미있고 좋아서 매 순간 만화를 그렸는데 큰 상을 받게 됐다는 준묵이에게 만화가 좋은 이유와 꿈에 대해 물었다.

글 강서진·사진 백종헌·그림 임준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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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만화공모전을 휩쓴 작은 거인

MODU와 만나기 위해 대전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준묵이는 인터뷰가 실감나지 않는 듯 시종일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간 그려온 작품들을 보고 싶다는 기자의 요청에 어릴 때부터 그린 그림을 한 아름 챙겨왔지만 선뜻 보여주기를 꺼렸다. 아직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며 머뭇거리는 준묵이를 겨우 졸라 작품을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작품성이 뛰어나 깜짝 놀랐다. 역시 상을 받을 만한 실력이었다.
“대상을 받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중1 때부터 매년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했어요. 처음엔 동상을 받았고, 작년에는 은상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덜컥 대상을 받다니 믿기지 않았죠. 중학생이 대상을 받는 건 드문 일이었으니까요.”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수상작은 이야기 만화와 카툰 부문으로 나눠 총 37개 작품이 선정되는데, 이 중 대상은 작품 부문과 학년 구분 없이 응모된 작품 중 가장 우수한 작품이 선정되는 것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 준묵이가 공모전에서 처음 동상을 수상했을 때도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입상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지난 6월에 열린 ‘청소년 콘텐츠 창작 공모전’에서도 웹툰 부문 우수상을 받는 등 준묵이의 작품은 언제나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독특하고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들었어요. 사실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더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려요. 공모전 본선 때도 ‘우주여행’이라는 주제를 즉석에서 전달받고 3시간 만에 만화를 그려야 했는데, 평소 생각해둔 아이디어가 없었다면 아마 시간 안에 완성하지 못했을 거예요. 구슬을 모으러 다니는 외계인이 태양을 훔쳐 달아난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머릿속에 있었는데, 마침 이번 공모전 주제에도 적합해서 작품으로 완성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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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보다 만화가 좋은 걸 어떡해!

준묵이의 하루는 만화에서 시작해 만화로 끝난다.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 쉬는 시간 가리지 않고 만화를 그리느라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않는다. 시험을 볼 때도 문제를 풀기보다는 시험지 한쪽에 그림을 그리는데 더 열중한다. 집에 돌아와서도 잠들 때까지 내내 만화를 그린다. 한번 그리기 시작하면 완성할 때까지잠도 자지 않고, 식탁에 앉으면 100번도 더 본 만화책을 보면서 밥을 먹는다. 이 정도면 부모님한테 여러번 혼났을 법도 한데, 준묵이는 한 번도 꾸중을 들은적이 없다.
“하루 종일 만화만 그리고 성적이 떨어져도 부모님이 혼을 내거나 공부하라고 강요하신 적이 없어요. 오히려 많은 경험을 해야 다양한 스토리를 구상할 수 있다며 저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시죠. 이번 공모전 예선 작품인 ‘낚시’도 작년에 아빠와 함께 갔던 낚시 여행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매일 퇴근길에 그림 그릴 종이를 한 움큼 사다 주시는 아빠와 제 그림을 보며 옆에서 항상 칭찬해주시는 엄마의 응원이 있기에 저만의 장점을 발견해가는 것 같아요.”

준묵이는 학교 공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성적도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 만화를 그릴 때만큼은 누구보다도 열정적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다니고 있는 미술 학원에서도 단연 우등생으로 손꼽힌다.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어느새 준묵이 주변에는 구경하는 친구들이 모인다.
“만화를 그릴 때는 제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재밌다, 잘 그린다고 하면 희열을 느끼죠. 별다른 취미도, 잘하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만화로 인정을 받으니까 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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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이 하늘을 날기 위해 연습하는 날갯짓

준묵이의 만화는 밝고 위트가 넘친다. 독특한 것은 대부분의 주인공이 ‘새’라는 점이다.
“귀엽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로워 보여서 좋아요. 새를 많이 그리다 보니 한번은 치킨 가게에서 제가 그린 캐릭터를 상표로 사용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적도 있어요.(웃음)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 같아서 언제나 재밌죠. 저에게부족한 밝고 유쾌한 성향을 캐릭터에 대신 표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준묵이는 만화 속 캐릭터처럼 행동해보기도 하고, TV개그 프로그램도 챙겨 보는 등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꾸준히 노력하면서도 앞으로 더 많은 배움과 경험이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자신의 실력을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 때 본격적으로 작가로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만화가가 되고 싶어요.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중독성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대학에진학한다면 애니메이션 학과를 전공하고 싶지만 대학은 필수 코스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미 제가 하고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정했으니까요. MODU 친구들도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길 바라요. 저는 몇 년 후 만화가 임준묵으로 더 성장해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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