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2015년 10월호] 국립국어원 최정도 학예연구사

대한민국 국어사전의
표준을 정하다

국립국어원 최정도 학예연구사

국어사전에 기록된 낱말의 수는 얼마나 될까? 국어사전에는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부터 생전에 한 번도 쓰지 않을 것 같은 단어까지 등록돼 있다. 그렇다면 이 수많은 낱말의 뜻풀이는 과연 누가 하는 것일까? <표준국어대사전>을 관리하는 국립국어원 최정도 학예연구사를 만나 사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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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의 관리는 국립국어원의 핵심 업무

<표준국어대사전>은 2008년부터 웹사전으로 전환됐다. 1999년
<표준국어대사전>이 발간된 지 만 10년 만의 일이다.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홈페이지(stdweb2.korean.go.kr)에서 이용할 수 있는데, 최정도 학예연구사의 주 업무가 바로 사전의 내용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그는 사전과 관련된 민원을 접수하기도 하고, 사전의 내용을 정기적으로 수정하기도 한다.
민원의 내용은 다양하다. 그중 어려운 단어나 한자어의 뜻을 물어보는 사람이 가장 많다. 또 실제 사용하는 낱말과 사전에 쓰인 낱말의 뜻풀이나 활용법이 다르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사전 뜻풀이를 차근차근 말해주면 되는데, 후자는 바로 해결하기가 어렵다. 실제 사전의 내용과 현실적인 언어의 사용이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수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정도 학예연구사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유행하는 말이나 일부 계층에서만 사용하는 말을 싣지 않는다”고 말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자주 쓰는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의 줄임말로 지적인 매력을 가진 남자를 뜻한다)’, ‘볼매(볼수록 매력)’와 같은 줄임말은 유행이 지나면 사라지는 경향이 큰 데다 올바른 언어생활을 해칠 수 있어 사전에 올릴 수 없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대박’이라는 낱말은 처음에는 비속어로 쓰여 사전에 오르지 않았지만 지금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시간이 흘러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널리 쓰인 데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차츰 지워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립국어원에서는 시대에 따라 발음이나 의미가 바뀌는 단어를 사전에 올리고 수정하는 일을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이란?

<표준국어대사전>은 1991년부터 대대적인 사업을 시작해 약 8년 동안 우리말 자료를 곳곳에서 모아 정리한 사전이다. 1999년 두산동아에서 종이사전으로 첫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은 약 30만 표제어가 등록되어 있었다. 이후 2008년에는 웹사전으로 전환되었으며, 2015년 9월 현재 총 51만218개의 표제어가 등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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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내용은 어떻게 수정될까?

요즘은 IT(정보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업무가 단시간에 처리되지만, 사전의 수정은 그렇게 빨리 처리하기는 힘들다. 특히 공기관인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은 임의로 단어를 수정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표준국어대사전>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사전을 수정하며, 매년 2~3개월 단위로 진행한다.
수정 진행 절차는 다음과 같다. ①그동안 접수된 민원과 내부에서 발견한 오류,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지적한 문제를 모은다. ②이렇게 모은 자료를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 언어정보과에서 검토하고 어떻게 수정하는 게 좋을지 논의한다. ③우리말 전문가로 구성된 정보보완 심의회를 통해 개별 안건을 심사한다. ④심의회 위원들의 심사를 통해 일부는 기각되기도 하고, 일부는 통과되기도 한다. ⑤통과된 수정안은 외부에 공표하고, 변경된 사항을 사전에 반영한다.

 

명쾌하고 확실한 의사소통을 위해 힘쓰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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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가 되려면 특별한 조건이 있나?
홈페이지를 통해 채용 공고가 발표되는데, 최종 학력이 석사 이상 되어야 한다. 즉, 대학원까지 졸업해야 하며 박사과정까지 밟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국어국문학, 언어학, 국어교육학, 한국어교육학 등을 필수로 전공해야 한다.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나야 하는 것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서류 전형에 합격하면 면접을 통해 공무원으로서의 자세와 능력을 평가받아 최종 합격된다.

 
‘국립국어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의 업무를 맡고 있다. 언제 가장 뿌듯함을 느끼나?
수많은 전문가가 모여 꼼꼼하게 만든 사전이긴 하지만, 그 양이 방대한 데다 사람이 한 일이기 때문에 완벽할 수는 없다. 그래서 꾸준히 수정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기존에 등재되지 않은 정보를 직접 찾아내고 새롭게 올릴 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추가 설명을 덧붙일 때도 우리 사회가 올바른 언어생활을 하는 데 내가 보탬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함을 느낀다. 또 민원에 잘 대응했을 때도 그렇다.

 
하지만 그만큼 힘든 점도 많을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예연구사 하면 할 일이 별로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최근에는 새로운 단어의 파급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새롭게 탄생하는 단어가 많다. 신조어가 생기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지 확인해야 하고, 그 의미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 그 양이 생각보다 많을 땐 힘든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지나치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 ‘너무’라는 단어의 경우 수많은 사람이 긍정적인 의미를 담아 널리 사용하기 때문에 사전에 등재됐다. 이처럼 잘못 사용하는 것과 널리 쓰이는 것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다. 나의 판단을 거쳐 우리말 규칙이 세워진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어떤 친구들에게 이 직업을 추천하고 싶나?
당연히 우리말에 대해 깊은 관심이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단어에 관심을 갖고 의문을 품는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 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을 가진 친구라면 잘할 수 있을 거다.(웃음) 평소 문학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면 문장이나 단어 이해력이 높아 낱말 뜻풀이를 잘할 수 있을 거고.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평소에 꾸준히 언어 감각을 기르는 게 좋다. 진부하게 들릴지 몰라도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어휘를 구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게 언어 감각을 키우는 데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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