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꿈 직업인 인터뷰

[2015년 9월호] 천문학자 생생인터뷰

 우주의 신비를
파헤치는 천문학자

 

천문학자 김영록 박사의 하루는 여느 직장인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천문연구원에 출근한다. 점심에는 요가를 하고 주말에는 풋살을 즐긴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의 직업만큼은 평범하지 않다. 김영록 박사의 업무를 통해 천문학자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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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라띠지

김영록 박사의 업무 파트너는 인공위성이다. ‘나로과학위성’이 어디에 위치해 있고,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확인한 뒤 주변에 알려야 한다. 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SLR 그룹에 소속된 김영록 박사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새로운 레이저 관측 데이터가 추가됐는지 확인한다. SLR 그룹의 SLR은 ‘Satellite Laser Ranging’의 약자로 ‘인공위성 레이저 추적’이라는 뜻이다. 김 박사가 하는 일은 ‘인공위성 레이저추적 관측 자료를 이용한 고정밀 자료처리’라는 길고 이해하기 어려운 명칭으로 불린다. 쉽게 설명하자면 인공위성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현재 위치를 센티미터 단위로 세밀하게 측정하는 게 그의 일이다.

그런데 왜 인공위성의 위치를 세밀하게 알아야 할까? 언뜻 우리 삶과 별 상관없어 보이는 이 업무는 현대인의 생활과 매우 밀접하다. 인공위성의 위치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인공위성을 관측하는 지상의 위치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위성항법장치 GPS도 인공위성에서 지구의 위인터뷰치를 정확히 파악할 때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대기 상태를 분석해 기압골이나 태풍의 경로를 파악하고 대기오염, 화재 상황, 산림과 농작물 현황 등을 살피는 용도로 사용된다.

김영록 박사가 가장 자주 찾는 곳은 SLR 원격운영실이다. 위성들의 위치를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고 레이저 관측소의 원격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요즘 김 박사의 주 업무는 나로과학위성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나로과학위성은 나로호를 통해 발사된 인공위성이다. 나로과학위성 위치 데이터가 부족해 정밀한 위치 및 궤도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김 박사는 대전에 있는 천문연구원에서 세종에있는 인공위성 레이저 관측소를 원격으로 조종해서 전 세계 인공위성들에 레이저를 발사한다. 발사된 레이저는 위성에 장착된 거울에 맞아 다시 관측소로 돌아오는데, 왕복 시간을 측정하면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김 박사는 기존의 관측 데이터를 이용해 나로과학위성을 포함한 인공위성들의 궤도를 정밀하게 계산한다. 특히 수정된 나로과학위성의 궤도는 세계 각국의 레이저 관측소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국제 레이저추적 기구(ILRS)라는 곳에 배포한다. 나머지 시간에는 관측된 자료를 바탕으로 위성의 정확한 궤도를 찾고, 추가 연구를 한다. 이 업무만 해도 하루가 금방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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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문연구원 김영록 박사>

 

“천문학자는 별만 관측하는 직업이 아니다”띠지

어떤 계기로 천문학을 전공하게 되었나?

원래 생물학을 좋아해서 연세대 자연과학부에 들어갔다. 1학년 때 천문학 관련 수업을 들었는데, 지구와 우주 탄생의 신비에 심취해 천문학에 빠지게 됐다. 그래서 결국 세부 전공으로 천문우주학을 선택했다. 생물이라는 미시적인 영역에서 시작했는데, 우주라는 거시적인 영역으로 빠진 게 좀 아이러니다.(웃음)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일을 시작한 이유는?

박사과정에서 인공위성의 위치와 속도를 계산하는 궤도 결정이라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천문연구원의 인공위성 레이저 추적 시스템 개발 연구에 참여하게 됐다. 레이저를 이용해 인공위성의 거리를 측정하면, 그 자료로 인공위성의 위치를 센티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알아내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천문연구원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천문학자라는 직업에 대한 오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면?

천문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대뜸 지금 보이는 별자리가 무엇인지 물어볼 때, 일부 나이 드신 분의 경우 운세를 물어볼 때는 조금 난감하다. 또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아빠가 가서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있어, 우주에서 괴물이 나타나 아이를 잡아먹으려 한다는 내용의 책을 읽어준 일이 있다. 다 읽은 다음 아빠가 우주 연구를 한다고 했더니, 아이는 내가 UFO와 우주 괴물 연구를 하는 줄 알고 좋아했었다.

천문학자는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

많은 사람들이 천문학자의 일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천문학자가 하는 일은 매우 다양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천문연구원 홈페이지에 걸린 ‘우리는 우주에 대한 근원적 의문에 과학으로 답한다’가 가장 적당할 것 같다. 천문학자의 일은, 우주와 관련된 의문을 제기한 다음 그에 대한 답을 과학으로 제시하는 것이 기본이다.

 

“계산한 곳에 인공위성이 딱 나타났을 때, 제일 기분 좋다”띠지

정기적인 업무 진행은 어떻게 이뤄지나?

정기적이라기보다는 특별한 일이 생기고 그 일을 수행하는 경우가 더 많다. 연구회, 세미나 등은 필요할 때 수시로 진행한다. 2주에 한 번씩 SLR 그룹 미팅을 갖고, 분기별 1~2회 국내 학회 참석, 1년에 한 번 정도 해외 학회에 참석해 연구 교류를 진행한다. 몇 개의 인공위성에 대해서는 3개월 정도에 한 번씩 관측 데이터 처리를 수행하기도 한다. 때로는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인공위성 레이저 관측소에서 직접 관측을 하기도 한다.

천문학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

관측 데이터를 이용한 이론적인 계산 결과 예측된 위치에 인공위성이 딱 나타났을 때 기분이 좋다. 다른 관찰자가 내가 계산한 위치에서 인공위성을 발견했다고 고맙다는 연락이 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얼굴도 모르는 외국인 연구자가 학회에서 내 연구 결과를 인상 깊게 봤다며 말해줄 때도 있었다. 이럴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

일을 하면서 힘든 적은 없는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은 많은데 시간이 모자라서 한두 가지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몸이 여러 개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천문학과를 졸업한 뒤, 모두 천문학자가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어마어마하게 큰 수치를 나타낼 때 ‘천문학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말 그대로 천문학자들은 어마어마한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특화된 사람들이다. 그래서 해외의 경우는 월스트리트 같은 금융·증권 쪽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 그 외 대부분은 천문학과 관련된 기관이나 기업에서 일을 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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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의문을 던져라”띠지

천문학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과학으로 답한다’에서 알 수 있듯 우선 과학을 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결과를 바라보고 현상을 판단할 수 있는 연습이 되어야 한다. 주관적인 시선이 들어가면 안 되고, 너무 성급해서도 안 된다. 여러 번 검증을 통해 자신의 연구 성과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천문학 및 우주와 관련된 부분은 사람들의 관심도 많고 신비주의로 빠지기 쉽기 때문에 과학적인 사고 및 검증 과정을 놓치면 학문으로서 의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는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쉴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천문학자에게 휴식은 필수다. 휴식이 창의력을 충전시키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천문학은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분야다. 하루, 한 달, 1년을 연구에만 쏟아부을 수는 없다. 오히려 잠깐 쉴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생각이 정리될 때가 많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메모할 것을 늘 옆에 둔다. 운동, 음악 등 심신을 회복하는 취미를 추천한다.

천문학자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천문학은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한다. 꿈을 꾼 만큼, 내가 상상하는 일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천문학이다. 그래서 꿈을 잃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선배 천문학자들이 꿈꾸던 일들이 오늘 우리에게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달이나 화성처럼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곳에 직접 가기도 하고, 우주 멀리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게 되며, 우주의 탄생과 같은 근원적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천문학자라는 직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천문학 전공자가 천문학만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천문학 관련 직업에 종사를 하지 않더라도 천문학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말자. 다양한 분야에서 천문학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천문학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능력을 가진 인재를 필요로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끝까지 노력해야한다. 행복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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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숨은 직업 찾기>

우리 천문학의
뿌리를 찾는 고천문 연구자

과거 우리 조상들은 천체관측 기기를 일컬어 ‘사람을 의롭게 하는 그릇’이라는 뜻의 의기(儀器)라는 단어를 썼다. 고천문 연구자는 전통 사회의 천문학 지식을 연구하고 천문의기 복원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천문학자다. 최신 우주 이론이 아닌 우리 천문학의 뿌리를 연구하는 고천문 연구자에 대해 알아보자.

고천문3  고천문2

시대를 앞서간 조선의 천문학
조선은 15세기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국가로 손꼽혔다. 1983년 일본에서 발행한 <과학사 기술사 사전>에는 세종 재위기간이 포함된 1400년부터 1450년까지 세계 과학의 주요 업적 62건 가운데 29건이 조선에서 발명된 것이라고 적혀 있다. 당시 명나라는 5건, 일본은 한 건도 없었으며 동아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28건을 발명했다. 29건의 조선 발명품 가운데에서도 20여 종은 세종 때 개발한 천문기기다.

고천문학 연구의 가장 큰 매력은 이렇게 수준 높은 조선시대 천문학 유물을 복원하고 해석한다는 것이다. 고천문학자를 통해 복원된 천상열차분야지도, 간의, 소간의, 규표 등의 유물은 지금도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한 천문기기다.
특히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조선시대 천문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중요한 유물이다. 지도는 천구를 12구역(열차)으로 나눈 뒤, 북극성을 중심으로 별자리를 28수(분야)로 나눠 그렸다. 추가로 24절기의 동틀 무렵과 저물 무렵 자오선을 지나는 별, 해와 달의 움직임에 대한 글 등 자세한 천체 정보가 실렸다. 이는 그만큼 조선시대 천문학이 정확하고도 정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선시대에는 천상열차분야지도와 같은 별자리 지도를 만들기 위한 천체 위치 측정기도 많이 개발됐다. 동아시아권의 기본적인 천체 관측기인 혼천의와 그것을 개량해 행성과 별의 위치를 정밀히 측정하는 간의, 이동 관측을 위해 가볍게 만든 소간의 등이 그렇다. 이 외에도 계절에 따라 다른 시간을 측정하는 해시계 앙부일구,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물시계 자격루, 천체운행을 통해 시간을 재는 흠경각루 등 뛰어난 발명품이 고천문 연구자에 의해 복원되고 있다.

천문학과 역사학이 함께 필요한 하이브리드 직업
고천문학자는 천문의기 복원 외에도 천문역법, 천체관측 기록, 동양 천문도, 천문학사 등 다양한 영역을 연구한다. 고천문 연구자가 하는 일을 보면 천문학자라고 해야 할지, 역사학자라고 해야 할지 아리송하다. 실제 그들의 연구 영역은 천문학과 역사학이 섞인 하이브리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연구 대상은 일제강점기 이전의 조선, 고려, 삼국시대 유물과 사료들이다. 그 당시의 유물을 발굴하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역사학에 능통해야 한다. 게다가 우리 조상들이 만든 천문학 유물의 쓰임새를 알기 위해서는 전문가 수준의 천문학 지식이 필요하다. 단순히 흥미로 천문학을 접한 사람들은 풀 수 없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 등 고전 사료에 나타난 시간을 파악할 때 많은 역사학자들이 고천문학자들에게 찾아와 자문을 구한다. 고천문학자들은 사료에 적힌 달의 모습, 일식과 월식, 혜성의 기록을 분석해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유추한다. 이렇듯 일반 천문학자나 역사학자와는 또 다른 고천문학자만의 영역이 존재하는 것이다

 

고천문1

 

조선시대 천문학 수준은 어느 정도였나?

당시 대부분의 국가는 달의 위상 변화로 날짜 변화를 알 수 있는 태음력을 사용했다. 하지만 조선은 24절기의 양력적 요소를 가미해 태음태양력을 사용했다. 또한 그때 이미 우주의 모델을 둥글게 보고 천체의 움직임까지 예측했다. 행성의 움직임은 물론 혜성과 일식, 월식의 주기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이용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당시 최고 수준의 천문학을 자랑했다.

고천문 연구는 생소한 분야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예전부터 우리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천문학이 좋아서 천문학도의 길을 걸었지만, 그와 관련한 역사적인 사실에도 많은 호기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천문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고천문 연구를 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

고천문 연구는 그 분야가 기존의 천문학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고전 문헌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한자에 능통해야 한다. 그 외에도 역사학과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천문학적인 지식에 역사적·사회적인 지식 배경을 함께 갖춘 통합형 인재가 어울리는 분야다.

고천문 연구의 매력은 무엇인가?

한국의 천문의기를 복원하는 것은 역사 속 미스터리를 찾고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미스터리를 하나하나 해결할 때마다 고천문 연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고천문 연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천문의기 복원 연구는 전통 사회의 천문학 수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또 선조들의 과학적 태도와 정신을 실제 유물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복원된 유물은 우리 조상들의 자랑스러운 과학 유산으로 보전된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전통 천문학은 장차 미래 천문학자들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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