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 특집기사

[2015년 9월호] 시사톡톡 – 수학포기자는 꿈도 포기해야 하나요?

0 3881

‘수학 포기자’는
꿈도 포기해야 하나요?

초중고 학생들의 ‘수포자(수학 포기자)’ 실태의 심각성이 얼마 전 한 설문조사에서 확인됐다.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됐던 교육부 수학교육개정안도 9월에 공개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오히려 수포자만 더 늘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수포자의 현실을 짚어보고, 그에 대한 고등학생들의 생생한 의견을 들어본다.

띠지

잠자는 수학교실, 풍문이 아닌 현실!

수포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고 학교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해 ‘잠자는 수학교실’이 됐다는 말은 그동안 공공연하게 들려왔다. 그런데 얼마 전 한 교육시민단체에서 교육부 수학교육과정 개정을 앞두고 수학 교육의 실태와 인식을 파악하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교 수학교육 학생·교사 인식 조사’ 결과 학생 절반이 수포자로 밝혀졌고, 이 때문에 교육·사회계에서는 수학 교육이 논란의 중심에 떠오르고 있다.
이번 수포자 실태조사는 전국 초·중·고 260곳의 학생 7700여 명과 교사 1300여 명 등 총 9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대규모로 이뤄진 조사 덕분에 그동안 근거 없는 소문으로만 여겨졌던 수포자의 실태와 그 심각성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2

 

학생 절반이 수포자라는 불편한 진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 3과 중 3의 절반 정도가 수학을 포기했다는 점이다. 특히 취학한 지 얼마 안 된 초등학생의 경우에도 40% 가까이 수학을 포기했다고 답해 학년별 수학교육과정의 적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학생들은 수학과 멀어진 이유를 내용이 어렵고, 배울 양이 많으며, 진도가 빨라서라고 대답했다. 학교 수학이 어렵다는 비율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통해 수학에 흥미를 잃고 진도를 못 따라가는 학생이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수학 성적이 나쁠까봐, 수학 수업이 어려워질까봐 걱정하는 학생이 80%나 되는 것을 보면 수포자들도 수학 공부를 완전히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입시제도상 수학을 못하면 원하는 학과에 진학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교육으로 선행 학습을 하지만 수포자의 성적 향상 효과는 대부분 큰 폭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2012년 OECD 3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의 수학 성적은 1위인 반면, 흥미도는 28위로 최하위였고 불안감은 4위로 높았다. 이는 우리나라 수학 교육의 목적이 오로지 입시와 성적에만 치중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교육부는 현재 수포자 실태의 심각성과 교과과정 개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수학 학습량을 20% 줄이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정작 학생들은 새로운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우리도 수학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오늘날 수학 교육의 문제점을 가장 가깝게 체감하고 있는 건 바로 학생들이다. 그래서 <MODU>는 수학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솔직한 생각과 바람을 알아보고자 고등학생 4명과 자유롭게 얘기를 나눠봤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학생들은 곧 입시를 앞둔 만큼 수학 공부에 대한 생각과 고민도 깊었다.

3

 

<MODU> 안녕, 반갑당! 여름방학인데 다들 뭐해? ^^
슈학파월 저번 주까지 계속 학교에서 보충수업 했지 뭐. 다음 주면 벌써 개학이야.ㅠㅠ
<MODU>  방학인데도 열심이네. 좀 놀지 그랬어.ㅋㅋ
수학니미 맘 놓고 놀 수가 없어. 수학 성적이 안 나와서.ㅠㅠ
<MODU>  성적이 어때서? 혹시 너네도 그 유명한 ‘수포자’인거?ㅋ 이렇게 만난 김에 다들 수학 성적 좀 까보자~ㅎㅎ
수학니미 난 수학이 제일 어려워.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어.
기싱꿍꼬또 나도 다른 과목하고 비교했을 때 수학 점수가
제일 안 나와.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데도 성적은 왜 이렇게 안 오르니~
슈학파월 난 이번 모의고사 때 조금 오르긴 했는데, 아직 자신은 없어. 그래서 방학 때도 수학만 하루에 5시간씩 공부했잖아. 다른 애들은 하루에 거의 7~8시간씩 수학만 판대. 수학 성적이 올라야 전체적인 성적이 오르니까.
최고아나 진짜 대박이다.ㅋㅋ 근데 나도 이번 주 내내 수학만 공부했어. 중학교 때만 해도 수학왕이었는데, 지금은 수학 성적이 제일 맘에 안 들어. 수업도 따라가기 힘들고.

1-1
<MODU>  다들 수학 시간에 엎드려 자는거 아냐? ㅎㅎ
수학니미 아, 나 그 기사 본 적 있어. 교실에서 절반 이상이 수학 시간에 엎드려 있다고.ㅋㅋ 그래도 우리 반은 그 정도까진 아닌데ㅎㅎ 근데 다른 과목 시간보단 수학 시간에 자는 경우가 확실히 많긴 해. 한번 진도를 놓쳐버리면 회복하기가 힘든 과목이니까 뒤처진 친구들은 더 집중을 못하지. 그래서 우리 반엔 수학 시간에 다른 과목 공부하는 애들도 꽤 있어.
슈학파월 어쨌든 수학이 성적이나 대입에 큰 영향을 미치니까 아예 포기했다고 하는 친구들은 내 주변엔 별로 없는데, 다른 과목보다 수업 참여도가 훨씬 떨어지는 걸 보면 실제로 수포자가 많다고는 느껴져.
최고아나 수포자가 부쩍 늘어난 이유는 학생들이 노력을 덜한 것도 있겠지만, 애초에 수학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도 무조건 똑같이 가르치는 교육 제도가 더 문제라고 생각해.
기싱꿍꼬또 기본적으로 모든 학생이 학원이나 과외 같은 선행 교육을 받는다는 전제하에 학교 수업이 이뤄지니까 학교에서는 미리 배운 내용을 그냥 한번 훑어주는 정도지. 어느 때는 시험 보려고 진도 빼는 것 같다니까.

4

 

슈학파월 맞아. 수학은 선행 학습이 필수야. 안 그러면 정말 힘들어지거든. 한번 놓쳐버리면 수학하고는 영원히 굿바이~!
최고아나 물론 개념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선생님도 있지. 그런데 선행 학습하는 친구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거니까 대부분 기본문제 풀이는 그냥 넘어가더라고. 학생마다 수준이 다 다르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기싱꿍꼬또 그래서 선행 학습을 안 하는 친구들은 더 자신감이 없어져서 점점 수학을 포기하게 되는 거 같아.
최고아나 3학년 과정을 2학년 때부터 미리 배우잖아. 그러니 수학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고 학습량도 점점 늘어나니까 부담되는 거지.
<MODU> 헐~ 3학년 과정을 미리 배운다고? 아니 왜?
수학니미 왜긴, 당연하지. 3학년 때 새로운 걸 배우는 건 이미 늦은 거야.ㅋㅋ 그때는 심화 학습 들어가기에도 바쁜걸?!
슈학파월 3학년 때는 입시 대비 훈련을 해야지. 그래도 성적이 오를까 말까인데 그때 교과서 진도 나가겠다고 하면 수능보기도 힘들어.ㅎㅎ
최고아나 학교에서조차도 조금이라도 빨리 선행 학습 시켜야 3학년 때 입시 준비 할 시간을 번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때는 수시 준비 때문에 자기소개서도 써야 하고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바쁜데 그제야개념원리 배우자고 앉아있으면 그것도 바보 아냐? 우리나라 입시 제도가 이렇게 ‘빨리빨리 교육’을 만든 셈이야.

1-2

<MODU> 우왕~ 그런데 어쩜 다들 이렇게 말을 잘해? 나중에 아나운서해도 되겠어~ㅎ
최고아나 어? 찌찌뽕!!ㅋㅋ 나 미래의 아나운서잖아!
슈학파월 나도 아나운서 되고 싶어서 나중에 미디어학부나 신문방송학과에 지원하려고~
기싱꿍꼬또 난 문화인류학과를 희망하고 있는데, 요즘 걱정이 많아. 적성과 소질에 상관없이 수학을 잘해야만 대학에 갈 수 있으니. 상위권 대학은 문과계열 학과여도 합격 커트라인에 들려면 수학 성적도 잘 나와야 하니까.
수학니미 그래,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건 좋아. 근데 수학과 관련이 적은 학과들은 반영 비율을 조금 낮춰야 하는 거 아니야? 에휴~
슈학파월 학생마다 잘하는 게 다 다른데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이 높은 수학 점수를 요구하는 건 문제가 있지. 그래서 수학이 우리들의 꿈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 이과 쪽 학과를 희망하지만 수학 점수가 낮아 포기하는 애들도 있거든. 전문적인 수학 능력이 필요하면 대학에 가서 배워도 될 텐데 말이야.

5

 

최고아나 그거 들은 적 있어? 우리나라 학생들 수학 성적은 세계 최곤데 흥미도는 엄청 낮은 거. 입시 때문에 억지로 한다는 거지. 우리가 해외보다 수학 과정이 1~2년 더 빠르다고 하니까 외국에선 대학에 가서 전공으로 배우는 수학을 우린 지금 배우고 있는 셈이야.
수학니미 헐~! 그럼 우리나라 학생들은 거의 천잰데?!ㅎㅎ 그런데 지금 교과서 수준이 예전보다 많이 낮아지긴 했어. 문제는 교과서 수준을 낮춘다고 시험 수준도 낮아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 등수와 등급을 나누는 변별력을 위해선 시험은 어쩔 수 없이 어려워지더라고. 그럼 자꾸 사교육만 더 하게 되는 거고. 그리고 아마 수학 잘하는 애들은 시험 쉬워지면 싫을걸? 걔네들은 수학으로 승부를 봐야하니까.
기싱꿍꼬또 맞아. 입시제도 자체가 바뀌지 않는데 교육개정안만 바뀌는 건 노답.ㅋㅋ 오히려 자꾸 바뀌는 교육개정안 때문에 애들이 헷갈리기만 하지.

1-3

<MODU>  근데 우리 어렸을 때는 수학 재밌지 않았나? 덧셈, 뺄셈 같은 거…ㅋㅋ
최고아나 맞아.ㅎㅎ 근데 고등학교에 오면서 이 모양 이 꼴이 됐어.ㅋㅋ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 수열, 지수로그 나올 때부터 망했구나 싶었어.ㅠㅠ 근데 더 절망인 건 앞으로도 쭈욱 어려울 예정이라능~ㅠ
수학니미 믿기 어렵겠지만 나 중학교 땐 수학 되게 좋아했어.ㅎㅎ
최고아나 맞아, 맞아. 난 수학 우수상도 받을 뻔했음! 받은 건 아니고 받을 뻔!!ㅋㅋ
수학니미 난 중학교 때 수학 전교 1등도 했다구우~! ㅠㅠ
기싱꿍꼬또 쿄~ 대단대단~ 모두 박수!! 짝짝짝!!
<MODU>  다들 중학교 때까지는 성적이 괜찮았구나.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잘했네.
슈학파월 나도 중학생 땐 수학경시대회도 나가고 그랬는데, 지금은 어려운 공식도 너무 많고 중학교 때와는 또 완전히 다른 용어에 개념도 복잡해지니까 수학 생각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혀.
수학니미 고등학교 올라오니까 진짜 해도 안되는 게 있더라…ㅎㅎ 그래도 수학 공부는 꾸준히 하긴 해야 해. 수능이 무서워서라도..ㅠㅠ

6

슈학파월 아무리 그래도 수학은 꼭 필요한 과목이긴 해. 수학만큼 탐구력과 창의력을 모두 훈련할 수 있는 과목이 많진 않잖아. 과학 기술도 대부분 수학적 원리로 개발하는 거고. 수학 경쟁력을 높이는 게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거지. 우하하하하하~!!
기싱꿍꼬또 갑자기 웬 애국자 모드?ㅎㅎ 사고력을 키우는 데는 수학 공부가 도움이 되는 것 같긴 해. 어떤 일을 처리할 때 방법을 생각하고 그 순서를 효율적으로 배치할 때?! 하지만 난 그런 능력을 다른 과목에서 배우겠어!ㅋㅋ
슈학파월 참, 어느 학교에서는 수학 수업을 토론 발표식으로 한대. 그렇게 하면 모르는 문제 있을 때 서로 가르쳐주고 새로운 방법도 같이 찾으니까 반 전체 수학 실력이 쑥쑥 올라가지 않을까? 어려운 수학을 혼자 공부하거나 일방적으로 수업을 듣는 것보다는 효율성도 높고 기억에 오래 남을 거 같아.
기싱꿍꼬또 그런데 그런 수업을 매일 하기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지금 교육 제도로는 진도를 빨리 빼야 하는데, 그렇게 토론 수업을 하면 언제 진도를 빼겠어. 그리고 학생들 참여율도 낮을 것 같아. 자기 공부하기도 바쁜데 말이야.
수학니미 난 좋은 것 같아. 수학을 뭔가 인문학적으로 배울 수 있는 거잖아. 그럼 문제해결 능력도 좋아지고 풀이 과정도 더 이해가 쉽고. 프랑스에선 실제로 수학이 문과에 속한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수업인거지. 난 토론 수학 수업 대찬성~!
최고아나 해외에선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시도하기엔 어려울걸? 교육에 대한 가치관부터가 다르잖아. 그런데 수포자를 더 이상 생기게 하지 않으려면 수학 교육 방식을 바꾸긴 해야 한다고 생각해. 문제를 정확하게 푸는 능력보단 수학의 재미와 역할을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한 거지.
슈학파월 난 학교 수업만 잘 들어도 수학이 이해가 됐으면 좋겠어.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문제를 더 빨리 풀기위한 주입식 교육보다 수업 시간에 수학의 개념이나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많이 풀어볼 수 있는 수업 말이야.
수학니미 난 제발 수업에서 배운 것만 시험에 나왔으면 좋겠다.ㅋㅋ 시험에서 베베 꼬인 문제 나올까봐 매일 걱정하고, 학원에서 머리 싸매고 일부러 어려운 문제만 푸는 것도 지겨워.
기싱꿍꼬또 참, 그거 알아? 우리나라에 수학박물관이 있었다는 거? 거기 가면 수학이 좀 재미있을라나? 어때, 안 땡겨?ㅎㅎ
수학니미 난 별로… 거기까지 수학하러 가긴 싫소…ㅋㅋ 차라리 <수다학>이라는 TV 프로그램을 한번 봐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출연해서 우리가 지금까지 얘기했던 수학 교육에 대해 강연을 해. 뭔가 학생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보여서 난 좋았어.
최고아나 오 그래? 나중에 시간나면 한번 봐야겠다.
<MODU>  좋아~ 좋아!! 이런 공유 정신!!ㅎㅎ 오늘 다들 열심히 토론에 참여해주고 다양한 의견 얘기해줘서 고마워! 수포자가 없는 그날까지~ 모두 파이팅!!

NO COMMENTS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