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 MODU DREAMERS

[2015년 9월호] 종합격투기 선수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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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위에 선 슈퍼루키

종합격투기 선수 이예지

 

링 위에서 철저히 혼자 맞서야 하는 ‘파이터’의 길에 이제 막 발을 들인 17살 소녀가 있다.

가슴 뛰는 꿈을 찾아 행복하다는 여고생 종합격투기 선수 이예지(원주상지여고 1)의 남다른 꿈과 도전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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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5일 일본에서 열린 ‘로드FC 24’ 대회에서 일본 선수 시나시 사토코와
대결을 펼친 이예지 선수는 경기 종료 7초를 남기고 아쉽게 패했다.

 

두려울 것 없는 새내기 선수띠지

지난 7월 25일 일본에서 열린 ‘로드FC 24’ 대회에서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선수가 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17살 여고생 이예지 선수였다.
경기가 끝나고 인터넷에는 예지의 기사가 쏟아졌다. 유명한 스타 선수도 아니었고 우승을 한 것도 아니었다. 예지는 이날 첫 데뷔한 새내기 선수인 데다 경기 7초를 남기고 KO패까지 당했다. 그럼에도 예지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13년차 베테랑 일본 선수를 상대로 의외의 선전을 하며 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종합격투기를 시작한 지 이제 1년, 대회를 위한 본격적인 훈련은 한 달밖에 하지 못했다. 모두가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가족도 관장님도, 심지어 저도 큰 기대를 안 했어요. 그런데 2라운드까지 뛰다니 다들 깜짝 놀랐죠. 그냥 끝까지 버텼어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 것뿐이에요.”
대회 후 기자회견장에서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소감을 말하기조차 쑥스러워하는 예지의 모습은 영락없는 17살 소녀였다.

운명 같았던 선수 데뷔띠지

경기를 치른 뒤 예지의 얼굴은 여기저기 멍이 들고 퉁퉁 부어 있었다. 한창 외모에 관심도 많고 예민할 때인데 속상하진 않을까. 대회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나 예지의 얼굴 상태가 궁금했다. 다행히 지금은 멍은 다 없어졌다고 한다.
“사실 지금도 눈동자에 피멍이 살짝 남아 있긴 한데 운동하다가 다친 거니까 괜찮아요. 몸에 생긴 흉터는 보여도 상관없고 얼굴 흉터는 화장으로 가릴 수 있으니까 속상할 것도 없어요.(웃음)”
나이답지 않게 강철 멘털을 소유한 예지는 불과 한 달 전 큰 무대에서 막강한 상대와 경기를 펼쳤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정식 무대에 서서 선수로 인정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어요. 세세한 기술을 익히기엔 훈련 시간이 짧았던 터라 최대한 버텨서 승부 판정까지는 무조건 가야 한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죠. 지금 다시 떠올려봐도 그냥 꿈을 꾼 것 같아요.”
지난해 8월, 형부가 운영하는 체육관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종합격투기를 접한 예지는 온몸에 전율이 흐를 만큼 매료됐고 그렇게 격투기 훈련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다 지난 6월, 대회를 한 달 앞둔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서 예지가 대체 선수로 긴급 투입돼 데뷔전을 치르게 된 것이다. 워낙 급하게 준비해야 했기에 최소한의 기술과 기본 전략만 반복 훈련했다. 대회 경험이라곤 킥복싱 1승뿐이었지만, 베테랑 선수와의 대결은 두렵지 않았다.
“내가 진짜 선수라면 경기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죠. 선수는 매번 경기를 치러야 하니까요. 게다가 체격 조건만 비슷하다면 겁낼 것도 없어요. 정작 부담을 느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라 경력이 많은 상대 선수가 아닐까요? 신인 선수한테 지면 창피하잖아요. 그렇게 편하게 마음먹고 훈련했어요. 다만 대회에서 훈련 때만큼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요.”3

 

가슴 뛰는 일을 하는 게 뭐 어때서띠지

예지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장거리 육상선수로 활동했고, 같은 시기 유도 대회에서도 수차례 입상하는 등 운동에 소질이 다분하다. 지난해에는 격투기와 함께 킥복싱도 시작했다. 체력과 근성만큼은 웬만한 성인 선수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어요. 무엇보다 무술이 너무 좋아서 다양한 무술 기법을 배우고 싶었는데, 그런 면에서 종합격투기는 저한테 딱 맞는 운동이죠. 여러 가지 무술을 동시에 배울 수 있으니까요.”
격투기는 전문 기술과 일정한 규칙을 적용해 겨루는 일종의 스포츠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에서는 위험하고 폭력적인 싸움이라는 좋지 않은 시선과 편견이 있지만, 예지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다른 사람의 시선까지 신경 쓰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 마음이 움직여서 하는 일인데, 그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선입견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자기가 하고 싶고 잘하는 일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데 말이죠. 아무래도 얼굴을 다치기도 하고 운동이 좀 험하다 보니 주변에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도 열심히 해서 다음 대회에서는 꼭 이기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힘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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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한발 꿈을 향해 전진띠지

일본에서 경기를 치른 다음 날, 예지는 자신의 SNS에 휴식을 만끽하는 사진을 올렸다. 하라주쿠에서 크레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은 여느 또래와 마찬가지로 마냥 발랄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워낙 웃음도많고, 사교성이 좋은 예지는 운동을 하지 않을 땐 주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닌다.
“경기 끝나고 관장님이 일주일 정도 휴가를 주셨는데 그때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놀고 먹기만 했어요. 휴가 끝나고 나서는 체육관에서 거의 하루 종일 운동만 하고 있어요. 개학하면 학교생활도 열심히 해야죠.”
고등학교 1학년인 예지는 이제 조금씩 입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벌써 입시 공부에 매진하는 친구들을 보면 생각이 더 많아진다.
“지금껏 운동 외에 다른 걸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운동을 더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체육학과를 전공할 계획이에요. 또래 친구들을 보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공부해요. 그런데 진짜 꿈은 없는 거 같아요. 공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슴이 뛰는 일을 찾아서 자기 계발하는 시간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해맑고 철없는 여고생 같아 보이다가도 자신의 꿈과 목표에 대해서만큼은 무서울 정도로 확고하다. 그런 예지가 계획하고 있는 미래는 어떨까? 야무진 성격답게 앞으로의 꿈도 참 당찼다.
“아직 어리고 경험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선수가 되겠다는 건 욕심인 것 같아요. 대신 한발 한발 열심히 실력을 쌓아나가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무엇보다 현재 본분은 학생이니까 공부도 게을리하면 안 되겠죠? 운동과 학업 모두 놓치지 않는 이예지가 되겠습니다.”

※‘종합격투기’가 궁금해?
전문용어로 MMA(mixed martial arts)라고도 한다. 종합격투기는 태권도, 가라테, 킥복싱, 복싱, 주짓수, 합기도, 레슬링, 유도 등 다양한 격투 기술이 사용되는 스포츠다. 급소 가격 등 생명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공격 외에는 모든 기술을 사용할 수 있지만, 엄격한 규칙이 적용된다. 선수는 반드시 승인된 경기복과 글러브, 급소를 보호하는 파울컵을 착용하고 출전한다. 발에는 신발을 비롯해 어떠한 도구도 허용되지 않는다. 종합격투기가 정립되기 전에는 서로 다른 두 종목 간의 대결인 이종격투기로 아울렀다. 그러나 종합격투기는 여러 무술 종목으로 대결하는 독립된 스포츠로 이종격투기와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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