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프 특집기사

[2015년 5월호] “약자를 배려하는 삶, 자전거가 이끌어주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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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을 바꾼 자전거띠지

버스가 자주 오지 않는 시골길. 그 길을 걸어본 사람들은 안다.
등교 시간을 맞추기 위해 떠나는 버스를 따라잡을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김우린 학생(20,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1학년)의 이야기다. 그녀는 버스 정류장에 학생들이 함께 탈 자전거 정거장을 만들고 다 함께 타는 자전거를 구비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이 작은 아이디어가 그녀의 고등학교 삶을 바꿔줄 줄은 아무도 몰랐다. 반년에 걸친 실행 과정을 통해 그녀는 그것이 ‘공유경제’임을 알게 됐다. 물론 이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학교의 배려였다.
우린이의 혁신은 작은 불편함에서 시작됐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3년, 등굣길의 불편함은 우린이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등굣길에 보이는 방치된 자전거가 계속 눈에 밟혔다. 학교 진로수업 시간에 진행된 ‘앙트십’ 교육이 그녀의 눈을 뜨게 했다. 진로담당 김주현 선생님이 제시한 ‘공유’ 개념을 자전거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지자 고교생의 눈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놀라운 세상이 펼쳐졌다. 그렇게 그녀가 다니는 이우학교(교장 이광호)의 등굣길이 마침내 바뀌었다. 자전거 공유를 통해 다 함께편한 등굣길이 만들어진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생긴 것이다.

등굣길은 너무 불편해…앙트십 수업과의 만남띠지

우린이는 학교가 좋았다. 인증 대안학교인 이우학교의 수업은 항상 즐거웠다. 불만이 있다면 한가지, 등굣길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학교 앞까지 오가는 버스는 한 시간에 딱 3대뿐. 매시 정각과 30분, 45분이 버스가 지나가는 시간이었다. 등교 시간에 한 대를 놓치면 15분에서 30분까지 등교시간이 마냥 늘어졌다. 하굣길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걷기에는 너무 멀었다. 학교까지 올라가는길은 그마저 언덕길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1km 정도 되는 언덕을 올라가야 비로소 학교가 나타난다. 학교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준비물을 놓고 오는 날에는 더더욱 암담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각을 하거나, 포기해야 했다.
우린이에게는 불편한 등굣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이때 해결책을 제시해준것이 바로 이우학교의 ‘앙트십(Entship)’ 수업이다. 이우학교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앙트십 수업을 한다. 앙트십은 기업가 정신을 뜻한다. 이우학교 학생들은 앙트십 수업을 통해 사업체를 직접 운영해보는 경험을 한다. 두 달간 이어진 앙트십 수업은 우린이가 평소 고민해온 등굣길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열쇠를 제공했다.

주변의 방치된 자전거로 사업을 시작하자띠지

등굣길 불편함을 해결할 아이디어는 자전거에서 나왔다. 아직 미성년인 학생들에게 자동차를 공유하기는 어려운 과제였다. 자전거가 딱 맞았다. 하지만 자전거를 사는 것도 마땅한 대안이 되지못했다.
동네에 항상 눈에 밟히던 자전거가 있었다. 낡지도 않은 자전거가 항상 한곳에 매여 있었다. 먼지가 쌓이고 녹이 슬었다. 저런 자전거들을 모아보자는 생각이 우린이의 머릿속을 스쳤다. 김주현교사(이우학교 진로담당)가 알려준 ‘공유경제’가 적용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 것이다. 혼자보다힘든 것을 다 함께 하면 비용도 적게 들고 쉽게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공유경제를 자전거에 접목하기로 한 것이다.김주현 교사는 프랑스 파리의 도시 자전거 ‘Velib’의 사례를 말해줬다. 자전거를 구매하지 않고 공유로 이용하는 파리의 이야기는 우린이의 상황에 딱 맞는 케이스로 여겨졌다. 우린이는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 공유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팀의 이름은 ‘빠밬이’로 정했다. ‘빠른 바이크가 이곳에!’라는 뜻이다. 우린이를 팀장으로 박선, 박인걸, 이호중, 진하언 등 5명의 학생들이 함께 참여했다.

자전거2

자전거를 모으는 다양한 방법띠지

우린이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자전거를 모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쉬워 보였다.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경비 아저씨들을 설득했다. 취지를 설명하고, 방치된 자전거를 얻기로 했다. 하지만 얼마 뒤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자전거를 주겠다고 한 경비 아저씨 대부분이 거절의사를 밝힌 것이다.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방치된 자전거를 주면 법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이들은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다. 결국 방치된 자전거는 3대밖에 못 모았다.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학부모 카페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다. 평소 집에서 쓰지 않는 자전거를 부탁했다. 학부모들과 친구들의 도움, 그리고 방치된 자전거 중 몇 대를 받아 겨우 10대를 채웠다.

자전거의 가장 큰 적은 도난과 분실띠지

자전거를 확보하자, 다음엔 정류장이 문제였다. 자전거의 가장 큰 적은 도난과 분실이다. 거치대가 아닌 곳에 묶으면 분실의 위험이 높기때문에 정류장을 만들기로 했다. 학교와 동천동 부근, 버스 정류장 세곳을 자전거 정류장으로 정했다. 직접 만들 수 없어 기존의 물건을 쓰기로 했다. 우선 눈여겨본 게 있었다. 등굣길에 학교 언덕에 보이는 자전거 거치대였다. 대부분 학교 안에 자전거를 주차하기 때문에 중간에 있는 거치대는 학생들이 거의 쓰지 않았다. 알고 보니 학부모들이 기증한 것이다. 카페에 허락을 얻고, 거치대를 학교 안으로 이동시켰다. 또, 학교에 있는 거치대 하나를 동천동 공터로 이동시켰다. 빠밬이를 실행하는 동안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힘을 합쳐 동천동에 자전거 정류장을 설치하니 어느덧 여름방학도 끝이 났다.

본격적으로 빠밬이 회원을 모집하자띠지

사전 준비가 다 끝나 회원을 모집하는 일만 남았다. 회비는 한 달에 2000원이었다. “처음에는 공짜가 좋다고 생각해서 무료로 하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반대를 하더라고요. 수리비와 자물쇠비 등 지출 비용이 많아서요. 그래서 저렴하게 2000원씩 회비를 걷었죠.”
모집된 회원은 20명, 10대의 자전거를 운용하기에 적당한 인원이었다. 그린카처럼 위치를 표시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싶었지만, 그럴 형편도 능력도 부족했다. 빠밬이는 카카오톡을 이용했다. 카카오톡에 회원 전용 대화방을 만들었다. 각 자전거의 배치 정보와 비밀번호, 상태 등의 정보를 단체 대화방을 통해 주고받았다. 20여 명의 인원이라 운용은 수월했다. 결국 빠밬이를 시작한 것은 5월이지만,제대로 운영한 것은 10월이 다 되어서였다.

자전거3

지금은…띠지

2015년 현재 빠밬이는 임시 휴업 중이다. 자전거들은 학교 컨테이너에 보관돼 있다. 김우린 학생은 “가능하다면 빠밬이를 다시 살려 개선하고 싶다”며 “이제 학교를 졸업해 더 이상 활동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무한한 애정이 묻어났다. 사회학을 전공 중인 그녀는 아직 미래의 직업을 정하지 않았지만, 사회적인 약자를 배려하는 삶을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남들과 공유하며 세상에 따뜻한 희망을 불어넣고 싶은 것이 그녀의 꿈이다. 우린이는 아직도 자기가 가진 자전거가 없다. 하지만 우린이는 자전거를 사지 않고 모두가 행복하게 타는 방법을 알고 있다. 자전거 공유를 통해 얻은 성장의 씨앗은 지금 다른 곳으로 퍼져 김우린 학생을 행복하게 성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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